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강찬혁은 고통이 심한 와중에 꼬챙이를 잡았다. 아마 의념기의 영향으로 단순히 꿰이기만 했을 뿐, 그 이상의 타격은 없었을 테니 빼도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까? 잘 모르겠다. 강찬혁은 입에 물린 상태로, 한 손으로 거대한 늑대의 주둥이를 힘을 주어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자신의 몸에 박힌 나뭇가지를 잡았다. 그리고... 흡, 하고 힘을 주고 이를 꽉 악물고, 몸에 박힌 나뭇가지를 빼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아프네, 눈 앞에 수천개의 별이 튀겨지는 느낌이었지만, 강찬혁은 어떻게든 나뭇가지를 빼버렸다.
"멈춰! 끄악! 멈추라고! 으아아악!"
강찬혁은 금방 빼낸 나뭇가지로 늑대를 툭툭 쳤다. 알아들을까? 알아들을 수도 있고, 못 알아들을 수도 있고, 어쨌든 지금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기를 물고 도시 쪽으로 빠르게 전진하는 이 늑대를 어떻게든 멈춰야 했다.
입쪽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안에서 뭔가 꾸욱, 힘으로 밀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무섭겠지! 괜찮아 강찬혁!! 내가 구해줄께!! 입이 꽉차 말을 못해, 대신 으르르...하고 목으로 소리만 낸다. 이러면 안심하겠지?
그러나 강찬혁이 멈추기는 커녕, 왠지 자꾸 입안에서 꿈틀거린다. 무서워서 그런 것일까? 당연히 무섭겠지! 꼬챙이 신세가 되었으니까! 꼬챙이...맛있는 케밥...닭꼬치.... ...입안에 가득한 찬혁의 피맛, 그리고 상상력. 추릅, 침이 흘려내린... 어?
끄아아악??!?!!! 그 걸 왜 빼내?!?!!!?!!?
찬혁이 뭘 했는지 확인 한 그 순간, 카사는 너무 놀라 바로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 했다! 뛰어난 반사신경과 신속의 영향으로 겨우 찬혁을 물고 바닥에 쳐박이는 것은 피했지만, 그래도 패닉에 빠진다. 울컥, 입안에 더욱 더 거세지는 피의 혈향에 패닉은 점점 커져간다.
죽는다!!!! 강찬혁 죽는다!!!! 인간 죽는다!!!!! 으아악!!!!!!
입안에 툭툭 건들여지는 이상한 감촉 신경쓸때가 아니다!!! 병원!! 응급처치!!! 찬혁이 더욱 더 노력하면 멈출 신호를 받을지도 몰라도, 현재 카사는 급해지는 마음에 뛰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뜀박음질 하나에 바닥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나뭇가지가 뺨을 긁어 내린다. 안전벨트는 카사의 잇속 하나. 지혈해야 하겠다는 마음에 혀로 찬혁이를 압박하는게 느껴진다.
강찬혁은 늑대가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대량 학살극이 펼쳐지겠구만, 아니면 그곳에 설치된 수십기의 자동포탑과 경비중인 가디언들에게 강찬혁까지 덤으로 얹어서 완벽하게 썰려나가거나. 둘 다, 강찬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어차피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언젠가 죽을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죽을 줄이야. 강찬혁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 그리고... 응? 왜 자동포탑이 작동하지 않지? 가디언들도 그냥 놀란 눈치지?
강찬혁은 어느새 응급실 병상 위에 누웠다. 서포터들이 달려와서 상처부위를 지혈하고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리고 일련의 외과적 조치 끝에...
박수와 함께 만세를 해야될꺼 같은 느낌이지만, 의념기랑 몸이랑 빡세게 써서 잠시 보호자용 대기실에 뻗어버린다. 피곤해! 강찬혁은 자신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입안의 몸이 축 늘어질 때 카사의 심장은 툭,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서, 들어오자 마자 강찬혁을 반납하고, 의념기를 풀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일면식 있는 병원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입원 절차를 밟고...
...그리고 그 모든 일을 하는 동안 조금, 아주 조금 밖에 안 울었다! 카사는 그런 자신이 대견해, 자기자신의 머리를 쓰윽, 쓰윽 쓰다듬었다. 한 번 밖에 만나보지 못 했지만, 아카데미에 오고 서 첫 친구나 다름없지 않는가! 강찬혁이 죽었다면 아주, 아주 아주 슬펐을 것이다. 아니라 다행이었다!
드디어 찬혁을 다시 만날수 있게 된 후, 침대 옆에 울상을 짓는 카사. 붕대가 이리더리 묶여 하얗게 된 찬혁은 워낙 우스운 꼴이라 생각했지만, 들려오는 말에 버럭 화를 낸다.
"왜 여기있냐니, 무슨 소리야?!"
쭉 있었구만! 늑대모습으로는 눈물을 흘리지 못해, 인간모습으로 울다가 빨개진 눈가를 벅벅 닦는다. 강찬혁은 혼나야 된다! 혼낼께 너무 많았다! 생각하다 손을 들어, 팍, 찬혁의 주둥이 부분(?)을 한 대 친다. 늑대 어른이 늑대 새끼를 혼낼 때 때리는 곳이다.
"왜 그랬어!"
왜 내 굴 훔치고, 왜 독버섯 먹고, 왜 때리고! 왜 뭉둥이를 먹이고, 꼬챙이가 되고, 꼬챙이를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