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고통에 눈이 새하얐게 멀었다. 이성의 끈을 잠시 동안 놓은 거 같았다. 조금이라도 참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뭔가 자꾸 부딫치거나 물컹한 걸 밟았는데, 아마 흩뿌려진 나뭇가지 같은 거 일테라 마음 껏 고통의 몸부림을 쳤었다. 조금 완화되어 참을 만 한거 같아 슬며시 눈을 뜨는데...
뜨는데....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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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입이 벌려진다. 침범벅 뭉둥이가 굴러나와 흙바닥에 쿵, 떨어진다. 입을 쩍 벌린 늑대짐승는, 다음 수초간 아무것도 못하고 찬혁(이었던 것)을 쳐다볼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뭐야 이거??!??! 뭉둥이를 물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저번에 학교 안내해준 선배가 꼬챙이가 되어있다??????? 카사의 멘탈! 아주 파스스 가루가 되어버린다! 뭐야 이거?! 누가 한거?! 왜 저렇게 되었있어???????????
"끄에엥?!!!!! 끄잉????"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뒤로 폴짝, 높이 뛰어오르는게, 온몸으로 혼란을 표출하는 카사였다. 어쩌지?! 어쩌지?! 돌발상황에 어쩔줄 몰라 이리저리 제자리에서 뜀질하다, 퍼뜩 차린다. 지금 강찬혁은 위험에 빠져있다! 자기가 구해야 한다!!!
살며시, 사알며시....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본다. 자신이 잘 아는데, 그냥 뽑으면 강찬혁은 아예 죽을수도 있다! 지금 어떻게 살아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찬혁의 뒤로 돌아, 커다란 이빨로 바로 뒤의 가지 부분을 움켜 잡는다. 방금 뭉둥이 때문에 얼얼했지만.... 앞발 하나로 고정하고,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가지가 부서진다. 바닥에 떨어지려는 찬혁을 살포시, 새끼 늑대를 옮길때...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더 조심히! 찬혁의 몸을 입안에 끼워 들어올린다.
그리고 뛴다!! 학교 쪽으로 뛴다!!! 왠만한 앰뷸런스보다 자기가 더 빠르다! 꼭 구해줄께!!! 기다리라고 닝겐!!
강찬혁은 고통이 심한 와중에 꼬챙이를 잡았다. 아마 의념기의 영향으로 단순히 꿰이기만 했을 뿐, 그 이상의 타격은 없었을 테니 빼도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까? 잘 모르겠다. 강찬혁은 입에 물린 상태로, 한 손으로 거대한 늑대의 주둥이를 힘을 주어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자신의 몸에 박힌 나뭇가지를 잡았다. 그리고... 흡, 하고 힘을 주고 이를 꽉 악물고, 몸에 박힌 나뭇가지를 빼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아프네, 눈 앞에 수천개의 별이 튀겨지는 느낌이었지만, 강찬혁은 어떻게든 나뭇가지를 빼버렸다.
"멈춰! 끄악! 멈추라고! 으아아악!"
강찬혁은 금방 빼낸 나뭇가지로 늑대를 툭툭 쳤다. 알아들을까? 알아들을 수도 있고, 못 알아들을 수도 있고, 어쨌든 지금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기를 물고 도시 쪽으로 빠르게 전진하는 이 늑대를 어떻게든 멈춰야 했다.
입쪽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안에서 뭔가 꾸욱, 힘으로 밀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무섭겠지! 괜찮아 강찬혁!! 내가 구해줄께!! 입이 꽉차 말을 못해, 대신 으르르...하고 목으로 소리만 낸다. 이러면 안심하겠지?
그러나 강찬혁이 멈추기는 커녕, 왠지 자꾸 입안에서 꿈틀거린다. 무서워서 그런 것일까? 당연히 무섭겠지! 꼬챙이 신세가 되었으니까! 꼬챙이...맛있는 케밥...닭꼬치.... ...입안에 가득한 찬혁의 피맛, 그리고 상상력. 추릅, 침이 흘려내린... 어?
끄아아악??!?!!! 그 걸 왜 빼내?!?!!!?!!?
찬혁이 뭘 했는지 확인 한 그 순간, 카사는 너무 놀라 바로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 했다! 뛰어난 반사신경과 신속의 영향으로 겨우 찬혁을 물고 바닥에 쳐박이는 것은 피했지만, 그래도 패닉에 빠진다. 울컥, 입안에 더욱 더 거세지는 피의 혈향에 패닉은 점점 커져간다.
죽는다!!!! 강찬혁 죽는다!!!! 인간 죽는다!!!!! 으아악!!!!!!
입안에 툭툭 건들여지는 이상한 감촉 신경쓸때가 아니다!!! 병원!! 응급처치!!! 찬혁이 더욱 더 노력하면 멈출 신호를 받을지도 몰라도, 현재 카사는 급해지는 마음에 뛰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뜀박음질 하나에 바닥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나뭇가지가 뺨을 긁어 내린다. 안전벨트는 카사의 잇속 하나. 지혈해야 하겠다는 마음에 혀로 찬혁이를 압박하는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