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다섯은 차례대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섭니다.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느끼기에 '괴물'이란 무엇인가요? 단순히 강한 힘을 가지거나,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거나, 아니면 끔찍한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조건이 있기에 괴물로 칭해지는 것일까요? 태양을 삼켜버린 하늘에서는, 마치 무언가를 토해내려 하는 것처럼 거대한 뭉게구름으로 가득합니다. 쿠릉, 하고 거대한 뇌전이 꼬리를 물고 길게 내리고, 어둠으로 가득찬 도시 속에서 여러분은 정신을 차립니다.
가장 먼저 모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낡은 묘비입니다. 낡은 묘비는 1779년에 사망한 로나 트로니아, 라는 인물의 약력에 대해 적혀있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방직공으로 살았고 한 남자와 결혼해 사랑에 빠졌고, 아이를 낳았고, 늙어 죽었다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묘비의 뒤로는, 한껏 파해쳐져, 텅 비어버린 묘가 있습니다. 비어버린 묘 속에는 이런 것이 남아있습니다.
>>소실에 대하여 파티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안개로 가득 찬 하루였다. 차마 앞을 구분하기도 힘들 만큼 늘여진 안개 속에서 하루와 지아, 후안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 세상에는 무슨 어둠이 이리도 많은지, 그 형태조차 살필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눈은 흐리고, 또한 아주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서로를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당장 팔을 쭉 뻗는 거리로 서로가 떨어진다면 금방 서로를 잊을 것만 같았다.
하루는 숨을 내쉬었다. 긴긴 한숨이었다. 그 숨이 안개를 따라 천천히 갈라졌다. 안개가 아주 조금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곳에선, 정체 모를 한 남자가 벽에 기대어 누운 채로 죽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남자의 손에는 사진 하나가 쥐여져 있었다. 그 사진은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놓지 않으려는 듯 제 품에 끌어안은 채로 미소를 짓고 죽었다. 그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하루는 그 시체에 동정이 닿았다. 걷어진 안개 속으로 천천히 지아와 후안이 다가왔다. 지아는 입만 웃는 시체를 보았고, 눈을 감아버렸다. 무언가가 떠오를 것만 같았다. 꼭 그것은 코 빨간 광대가 웃고 있는 서커스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지아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아는 숨을 골랐다. 겨우 그것을 진정했다.
이 세상은 무언가 이상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색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세상은 흑과, 백으로 존재했다. 조금 더 진한 백색이 있는 곳에는 아무런 것도 존재하지 않았고 진한 흑색이 존재하는 곳에는 무언가가 우리를 번뜩이며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루와, 지아와, 후안은 생각했다. 마치 우리는 소설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것도 오직 고통만을 위한 삼류 소설 말이다.
>>프랑켄슈타인 파티 화현과 카사는 망념 중화제를 삼켰다. 움직임에 당장의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에릭의 포지션이 워리어로 변경됩니다. 첫 포지션 변경이므로 망념은 쌓이지 않습니다. 서포터이던 시절보다 신체와 신속, 건강의 영향력이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에 비해 영성의 영향은 감소된 것 같습니다.
" 어머나. 그게 부탁이라면야. "
메리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림은 묘 속의 글귀를 살펴봅니다. 해석해봅니다. 나는 단지 입을 맞추려 했다. 입을 맞추다는 것에는 수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부위에 따라 수많은 의미로 갈라지는 입맞춤이 있습니다. 그러나, 다림이 해석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한참을 묘 주위를 살피던 도중 다림은 무언가를 질질 끈 것 같은 흔적을 발견합니다. 무거운 무언가를 억지로 옮기려고 한 것처럼 거대한 포댓자루의 흔적이 보입니다.
색이 존재하지 않는 모호한 안갯속에서 본 어디선가 본듯한, 무언가 떠오를 것 만 같은 기묘한 시신에 머릿속이 지끈거린다. 불길한 기시감이 머리를 따라 빙글빙글 돌며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다. 그런 중에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광대의 코, 빨간색, 지키지 못했다는 후회, 붉은색, 피, 피, 후회, 붉은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피, 폭풍ㅇㅜ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어 해묵은 상념들을 떨쳐낸다. 마치 삼류 소설같은, 질 나쁜 누군가가 오로지 고통만을 담아 휘갈긴듯한 느낌, 그 불길한 느낌에 나도모르게 하루씨의 손을 꾹 쥔것 같았고, 내 손에 낀 장갑으로도 숨겨지지 않은 식은땀이 그 손을 더럽히는 것만 같았다.
입을 맞추는 것은 탐닉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까요? 서로에게 입을 맞춘다는 것은 불쾌감에서 불-을 떼어내게 하는 행위입니다. 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자가 소셜 키스를 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글귀를 잠깐 바라보다가. 그 입맞춤을 누구에게 하고 싶었던 걸까요? 라고 중얼거립니다.
그리고 살펴보다가 푸대자루를 끌고 간 듯한 흔적을 찾은 다림은 파티원에게 정보를 전하려 합니다.
"여기 푸대자루를 끌고 간 듯한 흔적이 있어요." 가장 간단하게는 여기에 묻혀 있던 것을 끌고 간 것일 수도 있고, '괴물'을 끌고 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라고 말하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