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팔면 돈이...되긴 하겠지! 되긴 하겠는데! 이 문제를 생각할수록 조금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대체 얼마나 정상적인 반응을 보여주신 분들이 없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뭐어...그래. 상대방이 이렇게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면 마지못해라도 받아주는 것이 도리이다. 여기서 단호하게 말해봤자 오히려 실례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네요~🎵 좋아요~ 그 보답 받겠사와요! "
잘 말린 옆머리를 빙빙 돌리면서 '하지만 이번뿐이어요~? 정말정말 이번뿐이어요??' 란 말을 덧붙인 뒤, 돈가스를 다시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고기가 커서 그런지 조금만 먹은 거 같은데 슬슬 배가 차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도 역시 다 먹긴 글른 듯 싶다.
"에미리는 말이어요, 꽤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을 많이 봐 왔거든요? 선배님은 좋은 분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사와요. 정말이어요. "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 솔직히 거의 초면인 사이인데 아이템 얘기까지 꺼내주시다니 이정도면 완전 천사 아니냐구 천사.
오늘같이 화창하고 맑은 날에는 무작정 걷고 싶어진다. 바깥을 나와서 상쾌한 공기와 싱그러운 햇빛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키키... ^^X^^ 존맛탱... 킥킥..."
독서를 해야지. 공원의 벤치에 앉아 새의 지저귐과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화이트 노이즈 삼아 독서를 하니 참 좋다. 물론 책의 내용은 일반적인 소설이 아니라 매니아들의 소설, 즉...! 2차 창작이지만. 내가 이걸 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었는가... 사실 그다지 큰 고생은 안 했지만...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날까 책의 표지는 이미 정상적인 문학도서의 표지로 바꿔치기 해놨다. 잠시 책을 덮고 행복의 미소를 지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찬혁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강찬혁이 좋은 사람인가? 적어도 지금의 강찬혁이 하는 일을 보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옛날의 강찬혁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그 말을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강찬혁은 자기가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저 가치판단과 상관없이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무언가일 뿐. 세상에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 할 거 아니냐고 사람의 멱살을 잡고 돈을 뱉을 때까지 두들겨패고, 아무런 은원관계도 없는 사장의 사업장을 그저 누군가의 꼬붕이라는 이유로 뒤엎어버리고 도망치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소중하게 벌었을 큰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훔쳐먹는 놈을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뭐, 그쪽 말마따나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일일 뿐이지만요. 하지만, 전 한 말은 지켜요. 확실히."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고 돈까스를 먹어치운다. 음, 여기 돈까스 맛 좋고. 저쪽도 슬슬 배가 부른 눈치인데...
정말, 좋은 날씨라 할 만한 어느 날이다. 후드를 살짝 올려 낮의 풍경들을 보면서 나이젤이 걷고 있었다. 마침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컨디션도 좋으니, 그냥 이대로 어디든 돌아다녀볼까... 갖고 다니게 된 주머니 속의 무지 수첩을 만지작거리면서 잠깐 쉬었다 갈까 벤치를 찾아 공원에 도착했을 때였다.
나뭇잎 씨... 가 아니라, 후배님, 도 아니라... 화현 씨였지. 벤치 위에서 읽던 책을 잠시 덮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모습이었다. 좋은 글귀라도 발견한 걸까,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니만큼 의외로 그림책 같은 걸 읽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웃거리던 나이젤이 [잔디를 밟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넘었다. 잔디 스치는 소리가 소리들 사이에 묻혀 작아지도록, 흙을 밟는 소리가 밟혀 없어지도록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그리고 벤치 뒤쪽에 도착했을 때쯤,
히죽... 히죽히죽...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후일담이란... 둘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어... 사랑을 하고 있어!!! 간만에 즐거운 소비 생활을 했다... 감성에 젖어 다시 한 번 더 책을 읽으려는 찰나에 들려오는 말소리. 깜짝 놀라서 책을 품에 안고 벤치에 눕다싶히 하여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봤다.
"아!! 진짜~!!! 놀래키지 좀 마세요!"
갑자기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 당황감과 내가 매니아 라는 걸 들킬 뻔 했다는 당혹감, 그리고 나를 깜짝 놀래켰다는 어이없음이 합쳐져서 분노가 되어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정당방위. 사람이 집중할 때 그러면 얼마나 짜증나는데~!!! 표정을 구기고 궁시렁궁시렁 (진짜 궁시렁 이라고 말하고 있음) 거리며 자세를 바르게 하고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책을 황급히 가방에 숨겼다.
한번 한 말을 그대로 지키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본인이 들을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턱을 괴고 음료를 비워나갔다. 접시도 슬슬 비워져가고 있고, 나는 반도 다 못먹었...긴 했지만 아무튼 다 먹긴 했고. 선배님도 슬슬 다 드시신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슬슬 계산 시간인가요? 계산은 이 영성 S인 에미리가 또 정통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테이블에 놓인 영수증을 집어들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뭐어 굉장히 싼 편이고, 낼 만 하네.
"음~🎵 다음 행선지요~? 에미리는 오늘 무척이나 한가한지라~ 적당히 기숙사 들렀다가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수업 내용 정리를 해볼 생각이었사와요? 선배님은요? "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영수증을 만지작거리던 도중, 선배님에게서 다음엔 어디로 가냐는 질문을 받아 적당히 대답해보았다. 노트북이랑 패드가 기숙사에 있으니 밖에서 공부하려면 그걸 챙겨와야 하고, 아무튼 기숙사에는 무조건 들를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책에 대한 필사보호의 자세를 취한 걸 보고 한 번, 큰 소리에 한 번, 화를 내고 있다는 것에 한 번. 한 번 놀래켜서 역으로 세 번 놀랐다. 그런 것 치고는 맥빠진 목소리였지만. 나이젤은 궁시렁... 궁시렁... I hate Palace... 거리며 화현이 가방에 책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벤치를 넘어서 당당하게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렇지만 방금 넣은 책 읽으셨잖아요? 게다가 짐승 같은 미소를 짓고 계셨던걸요."
※(방금 식사를 끝낸 배부른) 짐승같은 (만족한) 미소라는 뜻입니다. 심각한 수식어 손실을 겪은 문장이 굉장히 이상한 느낌으로 변했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으며 나이젤이 화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숨기고 싶은 거라면 더 파헤칠 생각은 없으니까, 이 이야기는 적당히 끝낼까요.
"갑자기 놀래킨 건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실례했습니다."
여기까지 끝냈으면 평범했을텐데, 굳이 "저, 다른 사람이 무슨 책을 읽던, 딱히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같은 말까지 던진 건 왠지 그림책을 읽는 화현이 떠올라서였을까? 200% 빗나간 오해였지만.
어느새 옆자리에 당당하게 앉는 그를 보고선 잘못하면 들키겠군... 하곤 생각하고 개방을 제 손이 닿는 곳으로 스윽.. 옮겼다. 짐승 같은 미소를 지으며 책을 읽었다고 그가 말하자 손으로 제 얼굴을 만지며 얼굴 근육이 굳어서 아직도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나 확인하고는 고개를 젓는다.
"아닌데요. 짐승 같은 미소 안 지었는데요. 애초에, 짐승 같은 미소는 또 뭔가요..."
그 뒤에 그가 하는 사과에 얼굴이 풀렸으나, 흠... 하지만 그가 뒤에 덧붙인 말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설마... 들켰나? 들켰나? 들켰나? 아니, 삽화도 없는 거고... 글이니까... .... 나를 놀래키기 전에 읽었던 것이냐!!! 큿!!! 표정이 보이지 않게 고개를 조금 숙인다. 몸이 부들부들... 조금씩 떨려온다. 이렇게 된거... '입덕' 시키겠어.
>>466 뭐 느린텀 일상 된건 어제 제가 드러누워버린 게 매우 큰데요. 오히려 제가 죄송할 따름입니다.//
"잘됐군요! 기껏 제대로 된 음식으로 배 채웠는데 또 꺼지게 할 수는 없으니, 기숙사 들어가서 한잠 잘 생각이었거든요."
생각해보니, 강찬혁에게는 놀랍다 못해 충격적인 사실이었지만, 에미리도 그와 같은 아프란시아 성학교의 학생이었지. 뭐라고 해야 할까, 강찬혁은 에미리를 보면서 자기도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은 막 살아도 성인이지만, 어른은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그런 게 있지 않던가. 의미하는 뜻은 같지만 뉘앙스가 다른 두 단어를 가져와서 동치해보자면, 강찬혁은 급식충 내지는 고딩이였고 에미리는 학생이었다. 막 살아도 고딩이 되고, 아니 막 살아야 급식충이 되지만, 학생은 뭔가 제대로 공부를 하고 살아야 학생 아닌가.
"가죠. 오늘 매우 고마웠습니다. 매우."
강찬혁은 다시한번 감사를 표하며, 기숙사로 가는 발걸음을 뗐다. //막레 부탁드립니다....
공원의 화이트노이즈를 만들어내고 있던 지나가던 엑스트라가 이쪽을 쳐다보다가 나이젤이 가리키니 마저 갈 길을 갔다. 놀란 건지 그냥 큰 소리가 나서 본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댄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은 미소 말이죠. ...얼굴은 왜?"
갑자기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화현을 보며 나이젤이 ? 마크를 띄우듯 봤다. 말이 조금 이상했을지도, 생각하며 "음흉했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라고 덧붙였다. 얼마나 효과를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화현이 얼굴이 보이지 않는 각도로 떨기 시작하는 걸 보고 뭔가 말실수를 했을까, 아니면 사과가 부족했을까 되짚어보고 있던 때.
"음... 아마, 도요...?"
무엇을 알려주려 하는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냐는 건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나이젤은 대답해 버렸다. 생각보다 꽤 이상한 책이었던 걸까? 그래도 딱 좋은 화창한 날씨 아래에서 즐겁게 읽은 책이라는 첫인상이 박혀 있던 탓에 작은 호기심에 따랐다. 그 결과는... 답레를 받으면 알겠지(?)
오늘은 진행 하기 전에 3월 기념으로 캡틴 상담소를 운영할 예정이야. 진행에서 막히는 게 있거나 이거 하나는 정말 궁금하다! 하는 게 있다면 오늘은 답해줄 예정! 대신 미래를 가정하는 일(누구누구의 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또는 무슨 아이템이나 기술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은 배제 예정!)은 허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