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강찬혁은 독버섯을 씹고 그대로 삼켰다. 음, 이 적응 안 되는 끔찍한 목넘김. 강찬혁은 위장이 찌릿해지고, 그 찌릿함이 온몸으로 타고 올라와 혀를 간질였다. 음, 이런 맛이구나. 강찬혁은 이 독버섯을 일반인이 먹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었다. 온 몸에 치명적인 신경독이 퍼져서, 처음에는 팔다리를 못 움직이다가, 그 다음으로는 호흡을 위해 사용하는 근육이 멈추고, 마지막으로 심근이 독에 쩔어 심장박동이 중단되면서 사망하겠지. 하지만 강찬혁에게는 아무 상관도 없었다. 그래서 옆에서 누가 호들갑을 떨어도 딱히 감흥이 들지 않았다. 강찬혁은 에미리를 보고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고통. 몸이 허공으로 붕- 뜨면서 머리카락을 흐트려버리는 바람. 쿨- 럭- 허공에 흩뿌려지는 피. 그 핏방울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햇빛. 인생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흘러간다. 이것이 바로 소위 말하는 주마등...?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아스팔트와 친근한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눈 앞의 붉은 색과 푸른색 비스무리한 색. 아아, 내 인생은 이런 색깔... 이었나?
어라? 살아있어!
아싸! 역시 「운」은 코노 카사 요시카게의 편에 있다! 환희에 가득차 양 손으로 위로 들어올려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야가 점점 검어진다. 파트라슈... 나 너무 추워... 크윽....
"꿹!"
그러다 갑자기 싸다구를 당한 카사!!! 억울하다!!! 억울함에 눈이 콱 뜨여진다! 그렇게 뜨여진 눈에 담기는 것은 방금 구출(?)(지극히 주관적)한 소녀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카사. 이럴 땐 인사인가?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 희미한 의식 와중에도 최근 본 영화를 떠올린다!
카사가 날아가는 모습이 슬로우모션 같습니다. 질끈 감는다고 해도 피할 수 없어. 명백한 것을 피하려 라는 것은... 아니다. 이게 문제가 아니지. 뺨을 후려서 의식이 있단 건 확인했고.
"아. 의식은 있네요. 어디 학교인가요?" 손가락이 보여요? 같은 이야기를 하며 의식을 좀 살려두려 한 것도 잠시. 잊지 말라는 말과 함께 의식을 잃자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립니다. 그래도 아직 끈을 잡고는 있는 터라. 사투리가 튀어나오진 않았네요.
"이..잊지 않을게요. 아니 그것보다 일단 의식은 있었는데.." 일단 어.. 어디로 가야하지. 교복이 있나? 교복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는(없으면 성학교고 있으면 각 학교에 가면 되니까) 보건실로 데리고 가려 합니다. 보호자 격..(아마 이 말이 가장 맞겠지)으로 깨어날 때까지 옆에 앉아있었을 겁니다.
아니 저걸 진짜로?? 삼킨다고?? 누가 봐도 독머섯 같아보이는 저걸?? 당장 말려야 했지만 이미 독버섯은 위장으로 골인해버린 상태! 그런데 이상하다. 선배님이 이상할정도로 멀쩡하시다. 독이 전혀 통하지 않으신 건지 독이 천천히 퍼지고 계시는 건지? 생각하던 찰나 다시 버섯 하나가 선배님의 입안으로 다이브하려는 걸 보았다. 막아야 한다! 저건 정말 막아야 한다!
"저어~ 선배님? 그래도 역시 버섯은 좀 아닌 거 같사와요? 에미리와 같이 맛있는 거 드시러 가시련지요? "
저도 영상때문에 조금 돈을 썼지만 그래도 이 선배님 버섯 말고 다른 거 드시게 할 정도의 돈은 있다 이 말이다. 최대한 간절해보이게 눈을 밝히며 버섯을 내려놓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진짜 솔직히 그런 독버섯 먹을 바엔 차라리 갈릭 파스타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 아무리 배고프시다고 해도 셀프로 저승사자님 만나러 가는 음식을 드시실수가 있는지!!
강찬혁은 그렇게 말한다. 한때 그런 삶을 살았다. 잠깐 가출했을 때, 1주일만에 돈이 전부 사라져서 어떻게든 먹고 살려고 뭐든 입에 처넣었지. 다른 이들은 그러다 죽었지만 강찬혁은 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뭐, 먹을 수 있다가 먹는 걸 좋아한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주변 눈도 있으니 자제했지만 지금처럼 배는 고픈데 돈은 없으면, 독버섯은 강찬혁에게 가능한 옵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에미리가 그녀답지 않게 당황하는 것을 보면서 좀 그랬나, 생각했다. 하지만 맛있는 걸 사주겠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지더니 버섯을 버리고 짓밟았다.
으어어 졸려. 아프란시아 성학교!하고 따박따박 말하라고 배웠는데, 결국엔 그냥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입고 있는 옷은 항시 입는 점프슈트 차림. 성학교 출신이란 게 뚜렷한게 다행일까.
"안 잊어? 다행이다..."
다림의 대답에 슬며시 눈을 한쪽 뜨고 만족스레 웃는다. 하지만 너무 졸리다! 경험에 의하면 그냥 여기서 잠들면 그냥 보건실에서 깨어나는 지라, 그냥 안심하고 아예 자버린다.
(밖에서는 기절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그러다가 슬슬 돌아오는 의식. 폭신한 침대에 누여있는 자신, 여기저기 붙여진 붕대와 반창고. 역시다! 보건실이다! 휙휙 고개를 둘러보다 기대어 잠든 다림을 보고 눈이 쟁반마냥 커진다.
"앗! 예쁜 머리카락 소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려다 마지막 순간에 두 손으로 입을 막는다. 내가 구해준(주관적) 아니가 날 구해준 건가? 와! 다행이다! 앗, 이게 아니지! 카사는 필살적으로 머리를 굴렀다! 영성 D의 효력이 빛을 발한다! 카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소녀를 위아래로 흩어본다.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 데! 그러다 다림이 만약에 눈을 뜨면 똑같이 눈을 동그래 뜨고 마주 본다.
아프다..라고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습니다만. 뒤에 뭔가가 더 붙는 것 같아서 아프란시아 성학교인가요? 라는 물음이라던가. 옷이 아무리 봐도 청월이나 제노시아 쪽은 아니었기에 아프란시아 성학교 보건실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접수하고.. 깨어날 때까지 있어주기로 한 다림은 성학교 보건실을 잠깐 보다가.. 멍을 때리다가 살짝 졸았을 거에요. 그리고는 미약한 졸음이 붙은 눈을 뜨고 카사를 보고는
"괜찮으신가요?" 카사 양. 이라고 말하려 합니다. 본의 아니게 이름을 알게 된 것은 보건실에 접수하며 알게 된 것이었지요. 바로 저는 다림이라고 해요. 라는 자기소개를 하고는 저를 밀친 다음에 사고가 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라고 물어보네요. 인지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려나요?
"고마워요" 예쁜 머리카락인가요? 라며 삐져나온 잔머리를 잡아보며 난처한 웃음을 짓지만. 객관적으로도 눈에 띄는 머리카락이잖아요.
"밀쳐져서 살짝 까지긴 했지만 괜찮아요." 보건실 분들이 처치를 해주었거든요. 라고 말합니다. 사실 카사가 밀치지 않았으면 그 찰과상도 안 날 것이었지만. 그것까지 예견할 순 있어도 반드시는 아니지요? 찰과상의 피가 창백한 피부와 상당한 대비를 이루었겠지만 지금은 반창고같은 걸로 가려졌지요.
"접수할 때 카사 양이라는 걸 알았는걸요." 아프란시아 성학교 학생을 알아보는 것은 신기한 걸까. 아니면 카사 양이 요주의로 있는 걸까. 그건 알 수 없지만 알아내었으니 상관없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 느긋하게 등을 기대다가 구해줬다는 말에. 혹시 밀었다는 게 구해주려고 밀은 걸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묘한 표정을 잠깐 바라보지만.
"그것은... 그럼요. 고마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로 인해서 오토바이에 치였는걸요. 밀지 않았더라도 괜찮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 카사를 바라보며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려 합니다. 빚을 졌다는 듯한 카사의 태도에도 신경쓰진 않습니다.
중간까지 말하다가 잠시 멈칫, 하고 걱정스레 다림이를 바라본다. 자신이 알기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인간들은 카사만큼 튼튼하지 않았다! 막, 굴러도 피나고 막. 쯔쯔. 이게 다아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틀림없다! ...혹시 차괄상으로, 막. 파상풍되고 막. 그러다가 요단강 건너는 건 아닐까?! 헉, 얘 죽으면 어떻게?! 순식간에 최악으로 치다르는 망상에 다림의 반창고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전 심각해진다.
"진짜?! 그래도 나 양 아니니까. 카사니까."
그렇게 알라굿! 양은 맛있지만 그 느려터진 녀석들은 카사와 와안전 다르다. 저번에 자신을 그, 인간 흉내내는 생물에게 바칠려고 한 남자도 그렇고, 왜 자꾸 자신을 양을 부르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다! 이 소녀에게도 미리미리 알려줘야 겠으니, 단단히 알려준다.
"응! 마음껏 고마워하라고!"
엣헴, 하고 조심하라는 말은 완전이 흘러듣는다. 보아 오히려 구한(주관적) 것이 더 큰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표정이다. 몸도 다림보다 작은 편인데, 어깨 가슴을 피해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워낙 우습다.
해냈다....해냈다! 해냈어!! 어떻게든 선배님이 저 버섯을 내려놓도록 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목을 쓸어내렸다. 그래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해도 길가에 핀 버섯, 그것도 독버섯을 먹어선 안되는거다. 사람은 그런 천박한 걸 입에 댈게 아니라 좀더 음식다운걸 먹어야한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말이다! 보는 사람이 안 괜찮다! 절대로!!! 요이치도 그런 건 안먹었어!!!
"잘 하셨사와요🎵 태생이 어떻건 수중에 돈이 어떻건! 길가에 버섯은 함부로 드시면 아니되어요~! "
17년 인생 살면서 제일 까먹지 않고 써먹는 리빙포인트! 돈가스 싫어하지 않는 남자애는 없다! 물론 완전 없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돈가스 안좋아하는 애는 못 본거 같다. 파스타...는 지금 완전 배고파하시는 분께 전혀 안먹힐테고, 역시 돈가스가 낫겠다는 마음에서 권해보았다.
// 크리떠서 답레 다 써놓고 일하러 끌려갔다 온 레스주가 있다??? (대충 그것이 알고싶다 BGM)
버섯 안 먹은게 그렇게 칭찬할 일인가? 강찬혁은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찬혁의 능력을 보고는 신기해하거나 부러워했지. 저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생존 전문가는 강찬혁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이것도 먹어보라, 저것도 먹어보라 하고는, 코끼리도 10초 내로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진 독충을 튀겨서 씹어먹는 강찬혁을 보면서 인류 진화의 끝이라면서 눈물을 흘렸지. 그래서 강찬혁은 저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 그래도, 맛난 거 사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다. 버섯을 먹는 강찬혁을 보며 미개하다고 여긴 것도 아니고, 강찬혁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말이지.
"돈까스 좋죠. 뭐든 간에, 사주는 건 잘 먹어요."
치킨, 돈까스, 회, 그 외 기타등등. 강찬혁은 뭐든 다 좋았다. 치즈돈까스도 있고, 뭐도 있고. 나쁠 수가 있으랴!
긴장이 순식간에 풀어져 깊은 한숨을 내쉬어 버리게 된다. 진짜 다행이다! 구한(주관적 이하생략) 사람이 막, 파상풍으로 죽어버리면 정말로 슬퍼 할 것이다!
"엑, 그거 호칭이었어?"
충격. 크나 큰 충격. 그러면 설마... 사실 카사양이라 부르는 게 '넌 다음 희생양이다', 라고 하는게 아니었다던가? 에이, 설마. 그나저나, 그 말은 계속 불러주겠다는 듯? 어어, 혹시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일까?! 희망적인 생각에 기분이 저절로 둥실, 떠오른 다. 꼬리가 있다면 살랑살랑, 가속감이 더해진 느낌일테다.
"흠, 흠... 호칭이라면 음, 참아주겠지만! 그래도 양이 아니니까 기억하라고!"
나는 훨씬 더 쎄니까! 그 말에 힘이라도 더하려는 지 주먹으로 위로 향해 팡팡 처보인다. 정말 쎄다고! 오토바이 정도야 치어도 문제없다고! 방금 자다가 (기절했다가) 일어난 주제에 별로 설득감은 없지만, 그 만큼 자신감은 있어보이는 표정이다. 거기에 더해진 다림의 말에 기분이 더더욱 좋아졌는지, 고개가 빨리 끄덕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