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영수증마냥 구겨진 표정을 보고는, 아예 작정하고 잔소리를 시작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평소라면 짧게 한두마디로 끝낼 말들을 일부러 긴 표현으로 이야기한다거나...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는 카사를 놀리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하여튼 간에 이런 것을 보면 표정만 무표정할 뿐이지 그 역시 굉장히 어렸던가.
" 고기 주자마자 날 보는 시선이 바뀐 것 같은데. "
피식 웃으며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가. 아니, 그걸 넘어서 좋았지. 카사가 솔직하게 감정을 표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으니까. 감정이 소용돌이쳐도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과는 달리, 마음껏 솔직해질 수 있는 카사가 약간은 부러웠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앞에 고기 한 덩어리가 놓여지자 희미하게 미소를 짓더니,
" 나한테도 양보해주는 거구나. 착하네. "
집게를 집지 않은 손으로 카사를 쓰담쓰담 해주려는 듯 손을 뻗었다.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몇번 쓰다듬고 손을 떼었으려나. 동시에 고기를 집게 위로 올려놓고는 카사를 바라본다.
" 그리고 고기 날 것으로 먹으면 안 돼. 금지. 먹고싶어도 익기 전에는 참아. "
집게로 카사를 가리키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날 것으로 먹으면 고기 앞으로는 안 사줄 거야." 라고 엄하게 덧붙이기도 했을까. 날 것으로 먹으면, 잘못하다가는 탈이 날 수도 있었다. 안 나면 다행이지만 자신이 사준 고기 때문에 친구가 아픈 건... 솔직히 절대 보고싶지 않았다.
다림주 수고하셨습니다. 강찬혁 독백은 제가 여기서나 타커에서나 썼던 독백 중에서 제일 잘 썼다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독백에서는 깡패멋쟁이였던 강찬혁이 일상에서는 초면부터 반말 찍찍 싸고 욕 박고 시비걸면 사회성 터지는 길밖에 없으니까 톤다운 하고 진행에서도 괜히 책 안잡히려고 좋게 말하고 그러다보니 그냥 생긴것만 담배 좀 피게생긴 범생이가 된 거에요 보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처음의 무미건조한 성격(웃음)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내 캐릭터의 캐붕을 해버린건지 아니면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어... 게다가 뭔가 불행한 과거사? 를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젠 과거사 생각하기도 귀찮고. 근데 그 과거사가 캐릭터 성격형성의 90%는 차지하고 있을 거 생각하면 백지로 돌리기도 힘들고. 왜 이런 캐릭터로 짠걸까. 싶으면서도 나이젤이란 캐릭터는 아끼고 있으니까, 그냥 이런 상태로 편하게 굴리는 것도 괜찮지 싶고...
드디어 길다 긴 잔소리가 끊기자 카사의 얼굴이 환해진다. 드디어! 드디어 해방이다! 잠시라도 돌려진 말꼬리를 놓칠라 붙잡는다.
"나, 말 가르쳐준 사람! 가디언이었데!"
후르르륵 고기를 마시듯이 먹으면서도 말을 잘한다. 할멈을 설명하면서도 죽어도 키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할멈'이라 불리는 여인이 일방적으로 모성애 같은 것을 느껴도 카사에서 그녀는 그저 집사일 뿐이라는 비정한 현실이 있다. 말을 하다 설명을 충분히 안했다는 것을 깨달았는 지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 덧붙인다.
"말했나? 나 산에서 자랐으니까!"
...물론 덧붙혀서도 별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지훈의 지적에 그게 왜? 라는 의문어린 시선을 던질 뿐. 아예 감정을 숨긴다는 전제가 입력되지 않은 것일까? 오히려 그 덕분에 지훈에게 숨김없는 호의와 친금감을 보이는 지라 좋은 것일테다.
물론 살의도 함께지만 말이다.
"그치!"
나 착하지! 지훈을 말에 의기양양하다 못해 힘을 얻은 듯 당당하고 힘차게 어깨를 핀다. 아니, 피는 것도 모자라 지훈이 손을 내뻗는 기미가 보이자 아예 쓰다듬기 편하라고 고개를 숙인다. 후훗, 보는 눈은 있구만! 자, 어서 나를 쓰다듬어라 닝겐!
"엑..."
금지?! 쿠궁, 동공에 지진이 난다. 난 맨날 날것으로 먹었는데, 이 깐깐한 한지훈 같으니라고! 잔소리도 무릅쓰고 그냥 생고기를 집어 입에 넣으려고 했으나, 뒤따르는 말에 우뚝, 멈춰선다. 아, 안 사줄 것이라니... 치사했다! 그래도 결국은 굴복. 다시 자리로 찌그러지고, 더 빨리 구워지라는 듯이 고기판을 노려본다.
"....쳇.... 날 것으로 먹을 깡도 없으면 왜 숲으로 간거야?"
진심으로 먹이 사냥만을 이유로 숲에 갈 것이라 생각한 질문이다. 다만 반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사람들은 주로 숲으로 가지 않지 않나? 눈을 살짝 내리깔면서도 지훈을 올려다보는 시선에 호기심이 절로 묻어나온다.
강찬혁의 과거사는 신체가 훼손되는 잔혹성보다는 강찬혁이 처한 상황의 비참함으로 읽으면 읽을수록 기분이 더러워지는 글을 목표로 했는데(언급한 바 있는 딸 심장병 수술비 때문에 돈을 빌린 아버지를 협박한다던지) 글이 늘어질 우려도 있고 결정적으로 저어가 심적으로 힘들어져서 포기했읍니다...
난... 평범한 캐릭터도 좋다고 생각해... 진석이도 좋아. 정말 좋아해. 불행하고... 특별하고... 특이하고... 그런 것보다 뒤쳐질 것 없다고 생각해. 좋지 않아? 캐릭터가 늘 평범하다고 해도... 진석이도 재밌고. 진석주랑 얘기하는 것도 재밌고. 난 그걸로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