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서늘한 살기에도 지훈이 카사를 보는 시선은 여동생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얘 여동생 맞나. 동갑인가. 겉모습으로는 가늠이 되어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니.. 뭐, 나이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두 손으로 볼을 보호하는 모습에 "더이상 아무짓도 안 할 거니까 경계 안 해도 되는데." 라며 살짝 놀리듯 말하고는
" 다 봤는데. "
침범벅이 된 손등을 자신의 옷자락에 닦는 모습을 이미 알고있던 지훈은, 카사를 빤히 바라본다. 이윽고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날리며 "다른 사람 옷자락에 침을 닦으면 안 돼." 라고 타이르듯 말했을까. 카사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런 행동은 무례한 것이 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설교를 늘어놓았다.
설교가 끝날 쯔음, 그 둘은 삼겹살 무한리필 집에 도착하였던가. 구석진 곳에 카사와 함께 자리를 잡고는, 나온 고기를 불에 지글지글 굽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선 삼겹살이 다 익을 무렵에, 지훈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카사의 앞에 놓아주었다.
강찬혁은 그때를 생각해보았다. 완전히 박살난 그의 몸이 날아다닐 것처럼 편하던 그때. 물론 그 때 마지막에 끝맺음이 안 좋아서 머리 위로 온갖 것들이 다 떨어져서 죽다 살아났지만(그것이 기다림의 주사위에 악마와 신의 농간이 개입되었음은 강찬혁은 꿈에도 모르리라) 어쨌든 그랬다. 이게 저 허수아비한테 적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강찬혁은 궁금해졌다. 한번 실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허수아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흡, 하고 힘을 주더니, 머리를 뒤로 크게 젖혔다가, 앞으로 밀어버리며 허수아비와 박치기를 했다. 하지만...
철퍽!
청명한 금속성의 소리 대신 머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나면서 강찬혁이 대자로 뻗었다. 기다림의 도박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물론 너무 성공적인 것이, 때로는 문제가 되기도 해서 문제였지만. //막레 부탁드립니다
철우주, 하루주, 에미리주, 카사주, 찬혁주, 나, 에릭주, 지훈주, 진석주, 바다주, 지아주, 후안주, 다림주는 오늘도 봤어. 오늘 못 본 건 소우주, 준서주, 호마레주, 사월주, 사샤주, 순무주? 순무주는 최근에 왔고, 소우주도 좀 먼 것 같지만 본 것 같고, 그 다음이 호마레주, 나머지는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
말 안해도 힘낼꺼니까!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표독스런 눈으로 지훈을 째려본다. 참 나이 값 안하는 녀석이다. 사나운 눈길에 불구하고 지훈의 말은 믿긴 믿는 지 양뺨에서 손을 내려놓지만, 원망의 눈은 고수한다. 이 이상 아무 것도 안 해도 과거의 죄값은 언젠간 치워야 할 때가 올것이다, 닝겐.
그리고 그 때는 지금이다! 툭, 손등이 지훈의 옷자락에 닿자마자 비열한 승리의 미소를 짓는 카사. 그 미소도 오래 가질 못한다.
"껙!"
옷자락에 신경이 쏠려 지훈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카사는, 쇄도해 오는 딱밤에 반사적으로 눈이 꽉 감긴다. 단말마를 내지르며 쭈그러진 카사는 이내 오는 잔소리에 아예 표정이 주머니 영수증마냥 구겨진다.
"아 쫌!! 할멈도 아니고!"
으아아아 산을 내려왔을때 그 망한 잔소리도 끝난 줄 알았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한 쪽에선 예의 주입(물리)당하고! 여기선 예의 주입(정신)당하고! (물론 둘 다 자업자득이었지만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숲을 내려올때까지 정신공격을 당해 너덜너덜해진 즈음, 드디어 보이는 삽겹살 간판! 죽은 눈이 희망으로 빛난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고기에 시선이 가는 게 훤히 보인다. 지글지글 굽는 고기도 기다리지 못해, 덜익은 고기 덩이를 합, 입안에 넣는다.
"!!! 고마워!!!"
접시위에 얹힌 고기! 일생 최대의 원수를 보던 눈빛이 순식간에 이뻐 죽겠다는 눈빛으로 바뀐다. 줏대 없는 카사는 오늘도 고기를 흡입후르르르릅
"지훈도 먹여야해!"
그래야 잘 싸우지! 누가 고기를 사주는 지도 잊은 듯, 완전 선심쓰는 표정으로 지훈의 앞에 익어보이는 고기를 덩어리채 놓는다. 후후, 고기도 나누는 나. 너무 착해!
"그렇죠." 일단 나쁜 게 나오진 않았으니까요.라고 말하면서 시험하기는 그렇다고 말하려 하다가. 시험해보실래요? 라고 말하기도 전에 허수아비를 노려보는 것에 하시려나? 라고 관찰하려 했다.
"...??!!!" "어...어...이기..이게 머선..머선 일이고"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뻗어버린 찬혁을 보고 다림은 눈을 크게 뜨고는 잠깐 상태를 살펴보다가 119.. 아니 911인가.라고 생각하며 순간적인 패닉이 왔지만 청월고 보건실에 연락하고 인수인계한 다음 돌아갔을 것이다. 아마 깨어나면 빵 하나가 얹어져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