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강찬혁은 그때를 생각해보았다. 완전히 박살난 그의 몸이 날아다닐 것처럼 편하던 그때. 물론 그 때 마지막에 끝맺음이 안 좋아서 머리 위로 온갖 것들이 다 떨어져서 죽다 살아났지만(그것이 기다림의 주사위에 악마와 신의 농간이 개입되었음은 강찬혁은 꿈에도 모르리라) 어쨌든 그랬다. 이게 저 허수아비한테 적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강찬혁은 궁금해졌다. 한번 실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허수아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흡, 하고 힘을 주더니, 머리를 뒤로 크게 젖혔다가, 앞으로 밀어버리며 허수아비와 박치기를 했다. 하지만...
철퍽!
청명한 금속성의 소리 대신 머리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나면서 강찬혁이 대자로 뻗었다. 기다림의 도박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물론 너무 성공적인 것이, 때로는 문제가 되기도 해서 문제였지만. //막레 부탁드립니다
철우주, 하루주, 에미리주, 카사주, 찬혁주, 나, 에릭주, 지훈주, 진석주, 바다주, 지아주, 후안주, 다림주는 오늘도 봤어. 오늘 못 본 건 소우주, 준서주, 호마레주, 사월주, 사샤주, 순무주? 순무주는 최근에 왔고, 소우주도 좀 먼 것 같지만 본 것 같고, 그 다음이 호마레주, 나머지는 본 기억이 가물가물해...
말 안해도 힘낼꺼니까!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표독스런 눈으로 지훈을 째려본다. 참 나이 값 안하는 녀석이다. 사나운 눈길에 불구하고 지훈의 말은 믿긴 믿는 지 양뺨에서 손을 내려놓지만, 원망의 눈은 고수한다. 이 이상 아무 것도 안 해도 과거의 죄값은 언젠간 치워야 할 때가 올것이다, 닝겐.
그리고 그 때는 지금이다! 툭, 손등이 지훈의 옷자락에 닿자마자 비열한 승리의 미소를 짓는 카사. 그 미소도 오래 가질 못한다.
"껙!"
옷자락에 신경이 쏠려 지훈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카사는, 쇄도해 오는 딱밤에 반사적으로 눈이 꽉 감긴다. 단말마를 내지르며 쭈그러진 카사는 이내 오는 잔소리에 아예 표정이 주머니 영수증마냥 구겨진다.
"아 쫌!! 할멈도 아니고!"
으아아아 산을 내려왔을때 그 망한 잔소리도 끝난 줄 알았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한 쪽에선 예의 주입(물리)당하고! 여기선 예의 주입(정신)당하고! (물론 둘 다 자업자득이었지만 그 부분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숲을 내려올때까지 정신공격을 당해 너덜너덜해진 즈음, 드디어 보이는 삽겹살 간판! 죽은 눈이 희망으로 빛난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고기에 시선이 가는 게 훤히 보인다. 지글지글 굽는 고기도 기다리지 못해, 덜익은 고기 덩이를 합, 입안에 넣는다.
"!!! 고마워!!!"
접시위에 얹힌 고기! 일생 최대의 원수를 보던 눈빛이 순식간에 이뻐 죽겠다는 눈빛으로 바뀐다. 줏대 없는 카사는 오늘도 고기를 흡입후르르르릅
"지훈도 먹여야해!"
그래야 잘 싸우지! 누가 고기를 사주는 지도 잊은 듯, 완전 선심쓰는 표정으로 지훈의 앞에 익어보이는 고기를 덩어리채 놓는다. 후후, 고기도 나누는 나. 너무 착해!
"그렇죠." 일단 나쁜 게 나오진 않았으니까요.라고 말하면서 시험하기는 그렇다고 말하려 하다가. 시험해보실래요? 라고 말하기도 전에 허수아비를 노려보는 것에 하시려나? 라고 관찰하려 했다.
"...??!!!" "어...어...이기..이게 머선..머선 일이고"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뻗어버린 찬혁을 보고 다림은 눈을 크게 뜨고는 잠깐 상태를 살펴보다가 119.. 아니 911인가.라고 생각하며 순간적인 패닉이 왔지만 청월고 보건실에 연락하고 인수인계한 다음 돌아갔을 것이다. 아마 깨어나면 빵 하나가 얹어져 있지 않았을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영수증마냥 구겨진 표정을 보고는, 아예 작정하고 잔소리를 시작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평소라면 짧게 한두마디로 끝낼 말들을 일부러 긴 표현으로 이야기한다거나...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는 카사를 놀리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하여튼 간에 이런 것을 보면 표정만 무표정할 뿐이지 그 역시 굉장히 어렸던가.
" 고기 주자마자 날 보는 시선이 바뀐 것 같은데. "
피식 웃으며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가. 아니, 그걸 넘어서 좋았지. 카사가 솔직하게 감정을 표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으니까. 감정이 소용돌이쳐도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과는 달리, 마음껏 솔직해질 수 있는 카사가 약간은 부러웠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앞에 고기 한 덩어리가 놓여지자 희미하게 미소를 짓더니,
" 나한테도 양보해주는 거구나. 착하네. "
집게를 집지 않은 손으로 카사를 쓰담쓰담 해주려는 듯 손을 뻗었다.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몇번 쓰다듬고 손을 떼었으려나. 동시에 고기를 집게 위로 올려놓고는 카사를 바라본다.
" 그리고 고기 날 것으로 먹으면 안 돼. 금지. 먹고싶어도 익기 전에는 참아. "
집게로 카사를 가리키며 단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날 것으로 먹으면 고기 앞으로는 안 사줄 거야." 라고 엄하게 덧붙이기도 했을까. 날 것으로 먹으면, 잘못하다가는 탈이 날 수도 있었다. 안 나면 다행이지만 자신이 사준 고기 때문에 친구가 아픈 건... 솔직히 절대 보고싶지 않았다.
다림주 수고하셨습니다. 강찬혁 독백은 제가 여기서나 타커에서나 썼던 독백 중에서 제일 잘 썼다고 생각은 하는데 문제는 독백에서는 깡패멋쟁이였던 강찬혁이 일상에서는 초면부터 반말 찍찍 싸고 욕 박고 시비걸면 사회성 터지는 길밖에 없으니까 톤다운 하고 진행에서도 괜히 책 안잡히려고 좋게 말하고 그러다보니 그냥 생긴것만 담배 좀 피게생긴 범생이가 된 거에요 보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처음의 무미건조한 성격(웃음)을 생각하면 나 자신이 내 캐릭터의 캐붕을 해버린건지 아니면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어... 게다가 뭔가 불행한 과거사? 를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젠 과거사 생각하기도 귀찮고. 근데 그 과거사가 캐릭터 성격형성의 90%는 차지하고 있을 거 생각하면 백지로 돌리기도 힘들고. 왜 이런 캐릭터로 짠걸까. 싶으면서도 나이젤이란 캐릭터는 아끼고 있으니까, 그냥 이런 상태로 편하게 굴리는 것도 괜찮지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