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강찬혁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고민해보았다. 그의 의념기는 체력이 엄청나게 떨어져야 발동이 되었다. 그렇다면, 허수아비를 통해서 발동을 시키려면, 허수아비를 통해 자기의 몸을 상하게 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허수아비와 박치기를 해서 체력을 매우 크게 까버릴 생각이었다. 정말로 과격했지만 그 누구도 강찬혁을 말릴 수 없었다. 강찬혁은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를 진통제 약병 뚜껑을 열고, 아가리를 벌려 진통제를 주루룩 먹은 후, 억지로 삼켯다. 너무 많아서 삼키는 것만으로도 구토감이 올라오고, 가디언이라도 의념을 쓰지 않고 이렇게 과용한다면 간에 무리가 가겠지만, 상대는 깡패멋쟁이 강찬혁이었으니까.
"크으... 준비 끝!"
강찬혁은 허수아비를 붙잡았다. 움직임이 없이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허수아비 중에서는 제일 강한, 티타늄 합금으로 보강된 허수아비였다. 그리고...
"청월고 매점에 가는 건 또 처음이네요." 각 학교의 매점에서 파는 것을 사는 것은 간혹 있는 일입니다. 행운으로도 안 되는 건 명확한걸요. 원래부터 없던 거라던가. 확률이 0라던가. 그런 건 안되겠지. 물론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었을까요.
"그건 그렇고... 양념고기빵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배가 차네요" 양념된 다진 고기가 빵 속에 가득 차서 쫄깃부드러움을 주는 입 안의 즐거움... 느긋하게 하나는 기숙사에 가서 먹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쾅! 하는 소리에 위를 올려다보면, 어느새인가 청월고의 수련실에 다가온 것이었고.. 또 들려오는 쾅! 하는 소리에 슬쩍 문을 열고 빼꼼히 엿보면
"자해...?" 아는 학생인 것은 둘째치고 청월고의 커리큘럼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그걸 견디지 못해서 자해를 하는 학생인건가! 라는 생각이 들며 빵을 떨어뜨릴 뻔합니다. 행복의 슈크림을 먹은 것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것이었나.. 라는 오해는 커져가는 것인가.
코피가 주르륵 흐르는 촉감이 마취되어 맥을 못 쓰는 촉감을 건드렸다. 강찬혁은 얼굴을 쓱 문때보았다. 손에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걸 보고 강찬혁은 웃었다. 좋아, 진통제 성능 한번 확실하구만... 그런 생각이었다. 강찬혁은 일반인이었다면 손도 못 쓰고 죽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그거 때문에 죽는 건 일반인이나 심약한 가디언 이야기지 강찬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던 와중, 옆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강찬혁은 옆을 바라보았다. 기다림, 옛날에 봤던 그 사람이었다.
"자해는 아니고 수련. 수련인데요."
그렇게 오해를 교정해준다. 강찬혁은 자해가 아니라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일단 이런식으로 열심히 부딪치면, 의념기를 발동시킬 수 있을 것이고, 부가적으로 머리가 단단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강찬혁은 그렇게 말하고 계속해서 박치기를 해댔다.
쾅, 쾅, 쾅, 계속 처박다보니 어느샌가 몸에 힘이 돌아왔다. 강찬혁은 씨익 웃었다. 이제 한 번은 채웠나? 강찬혁은 기다림 쪽을 돌아보았다. 과연 이 능력이 얼마나 쓸모있을까? 오크의 글레이브도 견뎌냈으니,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 공격하는 것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못 막아낸다면? 뭐... 죽어야지. 강찬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기다림에게 자신의 몽둥이를 건넸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어차피 서포터라서 큰 힘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골통이 흔들리는 느낌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가디언 아닌가?
"그 몽둥이로, 제 머리 한번 최대한 세게 쳐보세요. 진짜 이렇게 치면 죽는다 싶을 정도로. 걱정 마세요. 아무리 세게 쳐도 안 죽을 거거든요."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쾅쾅 박던 도중에 씨익 웃는 걸 보고는 엔돌핀이 너무 돌아서 웃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을 조금 했답니다?
"진짜 안 죽나요?" 불안한 듯이 찬혁을 잠깐 바라보다가 몽둥이를 잡고는 깡! 하고 세게 내리치려 합니다. 찬혁의 신체인 S에 비할 바는 안 되겠지만. 다림의 신체는 A니까. 그 자리에서 준비하고 깡! 하고 내리치는 것이 타격을 주었을까? 농담의 영역으로 들어가자면 여기서 갑자기 행운이? 라서 딱 의념기 끊길 때 박혔다! 같은 거겠지만 그렇진 않겠지. 그럴 리가.
"전 아직 살인 쪽은 해본 적 없거든요." 그러니 잘 살아있기를 바란다는 듯 찬혁을 보려 합니다.
음, 생각보다는 꽤 들어갔던 거 갔다. 고통이라는 입력값으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흔들리는 머리가 꽤 타격이 있었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의념기를 파훼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포터치고는 굉장한 타격이었지만, 거기까지. 강찬혁은 그 이상의 아픔은 느끼지 못했다. 강찬혁은 오묘한 표정으로 피해를 분석했다. 만약에 진통제를 먹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로 아팠다고 바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고통이라는 훌륭한 타격력 분석을 위한 지표가 바보가 되어버렸으니, 강찬혁은 상대방의 타격력을 아주 힘들게 주먹구구로 계산해야 했다. 강찬혁은 얼굴이 피범벅이 된 상태로 잠깐 있다가, 씨익 웃으면서 기다림을 바라보았다.
고통이라는 입력값은 생각보다 대단하지요. 물론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면 그 진통제 효과가 가신 다음이 문제겠지만. 깡! 하는 소리와 함께했음에도 씨익 웃는 것에 그래도 아직 멀쩡하긴 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고보니 그거 가디언넷에 올라온 그거 맞죠?" 의념기니 뭐니 하는 것으로 하는 것을 해보긴 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다림은 20면체 주사위를 허수아비 앞에서 굴려서 허수아비에게 부여해줘야 합니다! 어라. 그런데 최악화가 나오면 허수아비가 박살나려나. 라는 생각을 뒷사람이 하지만..
"저도 나중에 해봐야하는데 말이지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혹시 빵 먹을래요? 라고 물어봅니다.
강찬혁은 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모습이 말도 아니었지만 강찬혁은 아무튼 좋았다. 다른 사람들은 좋겠다. 강찬혁처럼 의념기 한번 쓰자고 이렇게 다른 상황이었다면 정신병원 내원을 진지하게 권유받았을 말도 안 되는 자해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물론 서포터 중에서 치료 관련 의념기를 쓰는 사람들은 강찬혁과는 달리 기회도 없었으리라ㅡ 세상 어느 허수아비가 도로 붙여야 할 팔이 있고 다리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그나마 의념기를 쓸 여지라도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생각해보니 기다림의 의념은 주사위 아니었나? 강찬혁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또 해야 한다니. 꼴이 굉장히... 안 좋아보이긴 하지만" 얻을 수 있다면 하시겠네요.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의념을 이용하여 수련하고..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레벨을 올리고, 스테이터스를 올려서 여러가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니까요" 처음 드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어... 허수아비의 상태를 좀 꺾어놓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라고 농담하듯 말하려 합니다. 치유 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버프냐. 라고 하기엔 또 애매한 그런 것도 있겠지. 확실하진 않지만 안 되면 되게 하는 거고, 안 된다면 안 되는 거겠죠. 라고 말을 이어갑니다.
강찬혁은 기다림의 말을 듣고 잠깐 고민하더니, 허수아비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의념의 힘을 끌어올렸다.강찬혁의 양 팔뚝에 섬뜩할 정도로 수많은 혈관들이 잡히고 근육이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부풀어오르는 그 근육의 무게감은, 풍선 따위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었다. 단순히 잡고 있기만 할 뿐인데도, 티타늄 합금으로 보강된 허수아비의 머리에 흠집이 갔다. 그리고 약간 더 힘을 주자, 또각, 하고 허수아비의 머리가 허무하게 꺾였다.그리고 나서 강찬혁은 허수아비의 팔다리도 똑같은 방법으로 부러뜨린 다음에, 기다림에게 턱짓하며 말했다.
서늘한 살기에도 지훈이 카사를 보는 시선은 여동생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얘 여동생 맞나. 동갑인가. 겉모습으로는 가늠이 되어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으니.. 뭐, 나이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두 손으로 볼을 보호하는 모습에 "더이상 아무짓도 안 할 거니까 경계 안 해도 되는데." 라며 살짝 놀리듯 말하고는
" 다 봤는데. "
침범벅이 된 손등을 자신의 옷자락에 닦는 모습을 이미 알고있던 지훈은, 카사를 빤히 바라본다. 이윽고 이마에 가볍게 딱밤을 날리며 "다른 사람 옷자락에 침을 닦으면 안 돼." 라고 타이르듯 말했을까. 카사에게는 듣기 싫은 잔소리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는 계속해서 그런 행동은 무례한 것이 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설교를 늘어놓았다.
설교가 끝날 쯔음, 그 둘은 삼겹살 무한리필 집에 도착하였던가. 구석진 곳에 카사와 함께 자리를 잡고는, 나온 고기를 불에 지글지글 굽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선 삼겹살이 다 익을 무렵에, 지훈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카사의 앞에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