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게임센터의 100만번째 고객이 된 후에. 일단 회원가입은 했습니다. 회원권이 없으면 받을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다음에. 한번 가서 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갔겠지요.
"머시당가..." 너무 넓고, 할 게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터라. 약한 사투리를 한 마디 내뱉고는 한숨을 쉬며 잠깐 구경하던 찰나에 진석을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조금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해도들어주지 읺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을 걸 기회를 찾으려 합니다. 가급적이면 끝날 때 말을 걸고 싶었을지도? 그치만 다림으로써는 그게 언제 끝날지 감을 잡지 못한 것이었을까.
"저..." 진석 씨? 라고 말을 하다가 아닌가 싶어서 다시 거는 것이란. 묘하게 숙맥스러운 느낌도 있을까요. 뭔 오지에서 온 것도 아니면서 미묘하기는.
자신과 대전을 하자며 시비를 거는 다른 플레이어인가 하고 생각했으나, 이럴수가! 전혀 아니었다. 쭈뼛거리며 낯선 곳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뉴비. 그것도 미소녀! 다른 이들이라면 당황해 굳어버릴만한 상황이지만, 나는... 그래도 한번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아니면 똑같이 굳어버렸을테니까.
"온다면 온다고 말씀해주시지. 그랬으면 처음부터 일단 쭉 가이드 해 드렸을텐... 잠시만요."
여기서 다음에 뭐였더라? 하고 다시 게임 화면을 보고, 아직 대화하면서 해도 괜찮겠다 싶은 구간이라는 점에 안심하며 다시 다림을 살짝 돌아보며 열심히 화면에다가 총질을 하고 있다.
사실 탄약을 빵빵하게 채운 연사무기로 적당히 긁어대고 있는거지만.
"잠시만요. 얼른 끝내고... 가이드 해드릴테니까!"
이 타이밍이면 보스전이다. 그리 생각하며 화면을 다시 돌아보자, 역시나 그랬다. 재빨리 무기를 바꿔들고, 마치 손가락에 불이라도 붙은 것 마냥 빠른 속도로 방아쇠를 당겨 순식간에 처리해버리고서는... 컨트롤러를 기계에 다시 꽂아넣고 다림에게 다시 다가간다.
총을 빵빵 쏘는 것이나 맞혀지는 것들을 보며 감탄합니다. 온다고 말하면 쭉 가이드라는 말을 들어도 그래도 폐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라고 하지만 이런 게임센터에서 가이드 없이 다니면 것도 곤란하긴 하다는 걸 깨달은 듯한 표정일 겁니다.
"얼른 끝나나요?" 궁금한 듯 화면을 보다가 금방 안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말을 걸려 한 이유가 이유이니만큼 그럴지도. 란 납득을 하게 만드네요.
"게임 잘 하시는 것 같아서 발견하자마자 말을 걸고 싶더라고요." 솔직히 매력 C라서 미소녀라고 하긴 그렇지만 상판 캐들은 다 미남미녀니까 괜찮지 않을까. 게다가 오늘 나름 깔끔하게 꾸민 상태고. 의념을 담은 화장은 아니더라도 선크림에 촉촉한 정도면 나쁘지 않겠지.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아는 게임이라면 인형뽑기 정도만 있어요. 라고 말하려 합니다.
난데없이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 그리고 저 말투까지... 지훈은 불안한 느낌이 들자 급히 고개를 들어 자신의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소녀였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소녀라는 호칭보다는 맹수라는 호칭이 더 어울렸을 것이다. 눈 앞의 맹수에게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하고 있던 지훈은 한참 뒤에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 잠, 깐, "
급하게 그녀에게 외쳤지만, 그 거리에서는 이미 늦었던가.
콰앙!!!!!
그는 소녀- 아니, 맹수의 앞발에 맞아, 어림잡아도 수 m거리에 있는 나무에 꽂혀 죽은 듯 조용하게 있었다.
보드게임이나 오프라인 게임(체스, 바둑, 오목 등등등)은 간혹 해본 적 있지만, 이런 본격적인 오락실 게임은 거의해본 적 없기 때문에 이런 가이드는 상당히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형뽑기를하는 곳이 중앙 쪽이라는 것에 왜 중앙 쪽일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인형뽑기 같은 것을 보면 중앙 쪽이라는 것을 이해했겠지요?
"넓네요. 인형뽑기 하나 해볼래요?" 운 좋게 하나정도 큰 걸 뽑을지도 모르잖아요? 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손목을 잡았다면 아마도 살짝 당황하긴 했겠지만, 그것은 속에서만 옅은 파문을 낼 뿐 겉으로는 희미한 미소만을 지으며 이끌려 갔을 것이다. 아마 손목에 감겨있는 장갑의 조임새가 먼저 닿아서 그런 것도 있을까? 반장갑은 유용한 것이다.
"진석씨가 가장 좋아하는 아까의 그 총 게임 같은 종류인가요?" 가볍게 물어봅니다. 저는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류는 해봤어도 저런 건 거의 안 해서 잘 모르겠네요. 라고 말하지만 그런 게임을 할 의지 자체는 있는 모양입니다. 다림주보다 바람직해? 다림주는 할 의지가 없는데!
"저는 아직 무슨 게임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처음 온 거니까 그럴지도 몰라요.라는 말을 하고는 건슈팅같은 거 하면 현실에서도 조금 잘할 수 있게 될까. 라는 쓸데없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기대는 하지 말라는 듯한 인형뽑기를 봅니다. 레버와 버튼을 누르는 걸 보며 눈이 조금 동그랗게 뜨이나요? 시무시무해! 같은 느낌일지도.
"신기하네요." 평소 보던 인형뽑기 기계랑은 좀 달라보이는 듯함에 얼굴을 조금 가까이하며 자세히 바라보려고 합니다. 게임 코인을 넣는 것도 좀 신기한걸까..? 하긴 장사가 잘 되니까 별매로 코인을 발매하는 것이겠지.
"저기 있는 인형이 가장 뽑기 쉬워보이네요." 다림이 가리킨 인형은 삐죽 머리만 나와있어서 좀 어려워보이지만, 다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저게 가장 뽑기 괜찮겠다고 단언했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본인도 모르는 과정을 뛰어넘은 결과물? 농담이겠지만.
머리만 삐죽 내밀고 있는 인형은 어려운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감이 그걸 말하는 것이었을까...현란한 위치조절과 크레인의 타이밍! 손놀림과 피하는 것들에 눈을 빼앗기는 느낌일까. 다림의 백짓장같은 눈에 화면이 비치는 느낌일까?
"그치만 딱 하나만 입력했어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말이지요." 커맨드를 입력하는 것으로 이것저것 가능하다니 과연 가디언 아카데미에 있은 게임센터다. 라는 이상한(?) 감상을 하며 기계를 살짝 톡 건드려봅니다. 물론 그것으로 인형이 배출구에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다음번에 저것을 하는 사람은 저 인형을 잘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절묘한 위치였을까.
"그래요. 하나씩 해가며 알아봐 주세요" 방긋 웃으며 이끌리는 대로 고전 아케이드 게임 쪽으로 향하면 익숙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까. 사실 다림주가 고전 아케이드게임이 뭐였지. 라고 기억이 안 나서 그런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