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어라. 그 말이 얼마나 잔혹한 단어인지 아직 여기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위협과, 희생을 감수하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그 일어나는 것을 할 수 없어 쓰러진 채, 눈을 감는 이들도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런 야만적인 짓은 안 해요! 세뇌가 아니라... 음.. '추억' 만들기 라고 생각하세요!"
이걸로도 안된다면!! 독수리를 다시 근육으로 만들어서 지워버리겠어!!! 얼레? 페인트에 페인트를 뒤집어 씌우는 꼴이 아닌가? 싶지만 뭐 어때~ ...사실 이 사람을 놀리는 게 재미있어서 그렇다. 반응을 잘 해줘서 좀...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킥킥.. 머리를 맞지 않는 이상 잊지 않는다는 소리에 OoO 하는 표정을 짓는다.
"옛날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상상을 하시다니! 그런 방법은 현대에선 안 써요. 이런 방법을 쓰지."
아니야. 아니야! 조류의 근육량은 확실히 많아! 하지만, 이것은 아니야! 우리가 필요로 한 단백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새알 단자를 쓴다. 그러므로 새는 단백질, 곧 근육의 상징인 것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는..."
내 이름.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자고 한 그 친구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덧씌움은 공포와 패닉에게서 나를 저 멀리 날려보내 줄 테니까.
"...서진석. 아프란시아에 다니고 있어."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와 동시에 그를 한번 슥 훑어보는 동안... 이럴수가. 나는 어찌하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아무 일 없이 나는 그저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려 했다. 하지만 보라! 저것은 아직 존재한다! 저 전완근! 저 날개! 저 팔! 저 창문! 저 창문!!
나름대로의 납득. 개성도... 원래 모래밭에서 돌멩이 하나가 더 특이한 법이니까. 음음. 그가 내민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그의 눈길이 내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으며, 그의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이 어째.. 내가 너무 심하게 했나? 같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두리번두리번.. 그림을 흘렸나? 싶어 살펴보지만, 보이는 것은 비둘기와 어느새 지렁이를 입에 물고 있는 비둘기와 그것을 먹고 있는 비둘기. 즉, 비둘기 한 마리. 어쨌든, 손을 잡고 가볍게 악수한다.
"저는 이화현이라고 합니다. 제노시아에 다니고 있어요. 원래는 평범한 만남을 추구하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좋네요~"
여름 바람에 살랑이는 들꽃을 연상시키는 하루의 작은 웃음소리. 카사도 이를 다 드러내며 웃는다.
"그럼 다행이지!"
얼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 하루가 만들어 내는 작디 작은 그늘에 고개를 드니 하루의 햇빛색의 눈과 마주친다. 그녀의 길다란 머리카락에 볼이 간지러워지는 느낌. 왠지 긴장되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가까워지는 하루의 얼굴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눈을 깜박이는 사이. 그 찰나의 순간에 이마에 보드라운 게 닿았다 떨어진다.
깜작 놀란 것을 그대로 보이듯, 하루의 입술이 닿은 이마 정중앙에 손을 얹었다 뗀다. 그 작은 뽀뽀를 잡아 채 확인 하는 듯이, 그 손바닥을 멍하니 살펴보다 환한 미소를 띄운다.
"나도!"
하루의 키를 애써 따라잡으려는지, 까치발을 열심히 새우다가도 따라잡질 못하자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뛴다. 그래도 이마까지는 무리라, 하루의 볼에 톡, 하고 스치려고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맨날 맨날 행복해라!
"잘 알고 있네! 위험할때 꼭 불러야해!"
이렇게 서로 기도라는 것을 해주면 둘다 좋은 일이 일어날테다! 잔뜩 만족하여 쓰다듬는 하루의 손에 기댄다. 하루보다 좋은 사람이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하루가 기쁘다면 됬다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따뜻하게 안아오는 하루의 품에서 빙글빙글 돌아 까르륵, 웃음소리가 절로 나오게된다. 와아아!
말그대로 깔깔거리다 기우뚱, 넘어지는 하루에 히익, 소리를 내는 카사. 풀밭이 푹신푹신해 전혀 다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아도 서둘러 손을 하루의 머리 뒤로 끼우려고 한다. 폭, 착지하자 안심해도 휴우,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늘어트린다.
"그러면 많이 많이 놀아야겠네~"
나른하게 미소를 지으며 같이 엎어진 하루를 꼬옥, 껴안는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소리는 따사롭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이 정도의 패션 센스라면...... 안 좋구나. 응응. 교복.. 사랑해. 네 덕분에 나는 쪽팔리지 않고 오늘도 거리를 나설 수 있었어. 악수를 한 손을 떼자 손에 땀이 조금 묻어나왔다. 음... 많이 당황하셨구나. 자기 책임도 있고 하니까.. 그냥 넘어갔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오늘처럼 재미있는 일이 꽤 많았던 것 같았다. 비둘기가 날개짓을 하지 않고 걸어가는 걸 무시하고, 근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옆에 앉아보라는 듯 탕탕 빈 자리를 치고는 말한다.
"원래 바라는 것이 크면 클 수록, 그것과 반대되는 형태로 돌아오는 법이에요. 그래도, 좋았을 것 같은데."
"그럼, 츄리닝 입고 다니시면 되겠어요. 좀... 삭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보이잖아요?"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다니는 건 좀 그렇지. 학생이고 말이야. 아무리 그 학교가... 미션스쿨? 그런 거라고 해도 말이야. 당황스러운 기억이라고, 사람을 만나는게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할 정도라고 말하니... 흠, 어째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긴, 말을 들어보니.. 맹수에게 습격? 본인 바로 다음에 이벤트가 당첨되어버려 좌절했을 정도면 뭐...
"그런데, 맹수에게 습격 당한 건, 맹수니까 사람이랑 관련 없지 않아요? 이벤트는 어디까지 운... 아니예요?"
이크, 실수로 모순을 지적해버렸다!!
"괜찮아요? 그래도... 어릴 때 이런 경험 해야지.. 어른이 되면 이런 경험 하고 싶어도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