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말에 카사는 입을 꾹 다문다, 그리고 키가 큰 자신을 상상해본다. 물론 의념기를 쓰지 않은 상태로. 일단 자신은 더 이상 하루의 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건 싫었다. 하지만 대신 자신이 하루를 안아 들어 올릴수 있을 것이다. 그건 좋았다! 키가 크면 하루가 좋아할까? 잠시 의념기를 보여줄까, 하는 생각이 마음 속을 지나갔지만, 결국 카사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물론 카사는 의념기 상태의 자신이 아주 늠름하다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사냥을 최적화하는 모습이라 하루가 놀라기라도 하면 안됬다. 딱히 사냥할 마음이 없어도 다가가면 산동물들은 대체로 놀라서 도망가지 않는가. 물론 하루는 도망을 칠거 같지는 않고, 애초에 하루같은 동물은 어디서도 본적이 없지만 혹시 모르지 않는가.
자고로 야생에서도 조심스러운게 길게 살아남는다!
그 생각을 하며 자신도 하루를 조심스레 포옹하게 된다. 누구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른다. 대충 같이 사냥해주지 않는 다는 뜻일까? 그것이 왜 그렇게 큰일인가 싶더라도, 하루가 사냥을 나선다면 자신도 같이 나서면 좋을 것이라 생각해 비슷하게 대답한다.
"나도 하루의 편이 될꺼야."
끄덕, 끄덕. 하루는 분명 같이 사냥가자고 하면 그 누구도 거절하지 않을 거 같다. 그래도 이왕이면 나랑 가는 게 안전하니까, 누구 중 골라준다면 자신을 고르기를 바랬다. (물론 자신보다 강한 자랑은 예외였다!) 그런 마음을 담고서 약속, 그리고 도장. 손가락 중 가장 약한 새끼 손가락이 엃히다 엄지 손가락이 꾸욱, 맞 닿는다. 우후후. 이러면 절대로 나를 미워한다고 하지 못하지롱! 함정에 빠졌구나, 하루야!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비열한 미소를 짓는 카사. 그러다 하루가 고개를 숙이자 잠시 충격에 빠진다. 머, 먹히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눈을 꼭 감다가 부드러운 입술만이 살갗에 닿자 슬며시, 다시 눈을 뜬다. 맞다! 인간끼리는 친애의 표시로 입술을 대기도 한다고 들었다. 까먹은 게 부끄럽지만, 비슷하게 맞대답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왜 자신의 얼굴에 얘기하지 않고 손등에다 얘기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흉내내려하며 자신도 하루의 손등을 끌어당긴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 얼굴로 하루를 바라보고, 툭, 카사도 입술과 손등을 부딫친다.
"응! 하루가 늙었을까봐. 빨리 죽는다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어."
기분이 좋아져 생글생글 웃다가 바람이 코를 간지럽힌다. 흥, 괜히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고 나면 하루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워낙 이상한 생각이겠지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하루가 주는 대답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일 뿐.
"나 그거 잘 해, 맡겨줘!"
깍지 낀 손에 토도독, 손가락을 두들기며 믿으라는 듯이 나름대로 듬직하게 웃어보인다. 진심이었다. 카사는 걸는 것도, 뛰는 것도, 웃는 것도 잘 하니까! 새를 물어다 주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 보다 자신을 보고 싶어한다니! 밥보다 자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침 바람이 분다. 나무가 살랑이고, 하루의 머리카락도 같이 살랑이는 것을 지켜본다. 나뭇잎 하나가 팔랑팔랑 내려오는 것 마다 허공에서 잡아채고, 신나게 시간을 보내는 카사였다.
"읽어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이해하길 원해서 이해한다거나요?" 두번째는 농담인 것처럼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은 그런 걸 쓰겠지만.. 저는 그정도는 아니라서 읽는 선에서 그치지만요. 라고 말하면서 천천히 고양이를 능숙하게 쓰다듬으려 합니다.
"그렇죠? 저 의외로 감이 좋거든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자면 운이 좋다는 건 어쩌면 감이 좋다는 것도 약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그냥 감아로 퉁치자는 듯 그렇게 말하다가 부럽다는 말에 글쎄요? 라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부러움이란 건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앉으실래요? 라고 가볍게 권유하며 고양이의 꼬리와 연결되는 부분을 슥 쓸어봅니다. 햐아앗. 스러운 냥냥소리가 나지만 기분이 이상한 선인지 꾸물거리기만 합니다.
>>623 오우... 확실히... (그렇게 독버섯을 먹고 실려간 카사. 모두에게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기억이 되었다...)
>>628 공작새에게 구애하는 카사가 보이면 다 지훈주 덕분이야. (찡긋
>>629 최근에 해외를 다녀온 적 있습니까? 최근에 확진자를 접촉(2미터 이내)하거나, 간호한 적이 있습니까?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함께 거주하고 있는 가족이나 동거인 중 확진자 혹은 자가격리대상자가 있습니까? 최근 14일 이내 확진자 다수 발생 지역 및 장소를 방문한 적 있습니까?
>>622 노리는 목표: "목표? 딱히 없어. 뭐... 굳이 있다면, 어디 이상한 데 쳐박혀서 죽는 게 아니라, 간지나게 초대형 게이트 하나 닫고 뒤져서 이 세상의 전설이 되는 정도?"
>>624 TMI: "찢은 현수막 있지? 그거 버리기 아까워서 꼬매가지고 에코백을 만들었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 사람이 물자사랑 해야지. 안 그래?"
>>626 >>629 연애경험 및 이상형: "초등학교 때 짝사랑하는 여자애를 집에 초대해서 놀려 했어... 그런데 애가 우리 집 꼬라지를 보더니 표정이 불편해지더라. 그 다음으로는 중학생 때, 나를 양아치 새끼라고 피하지 않고 잘 대해주는 애였는데... 크리스마스에 남친이랑 밤새 놀더라. 걔는 내가 좋아서 그랬던 게 아니라, 걔는 내가 사람이니까 그렇게 대해준 거였어. 그래. 연인이 아니라 성녀였지. 연애 얘기는 그만하자... 그리고 뭐? 이상형? 글쎄... 화끈한 거까지는 아니더라도, 쾌활하면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