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을 보내고서 한번 더, 귀여운 스티커를 골라 보낸 후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은 동고와 서고의 합동축제 그 두번째 날. 자신이 안내해주겠다 약속했던 유키가 보낸 라인대로 교문을 향해 걸었다. 나기는 첫번째 날에 열심히 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 날인 오늘도 조금 전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놀거지롱!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제대로 인수인계도 하고 나왔고, 아무튼 이제 남은 것은 오늘을 즐기는 일뿐이다. 한 손에는 반에서 팔던 야키소바를 1인분 포장한 걸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구경하다 교문 쪽에 도착했다.
교문 앞에 있던 유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가 인사와 함께 야키소바를 건넸다. 서비스 서비스! 그렇게 건네준 다음 슬쩍 주변을 돌아봤다. 활기차고, 두 학교가 동시에 여는만큼 사람도 분위기도 북적거리기는 하지만, 도시의 학교였다면 좀 더 대단했겠지. 슬쩍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옆으로 치워버리고, 유키를 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이제 어디부터 볼까요? 서고 쪽에서 귀신의 집을 만들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사기리 씨 무서운 거에 강한 편인가요? 아! 아니면 타코야키 먹을까요? 이번에 엄청 특이한 타코야키 가게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금방 간다는 말에 소년은 알았다는 메시지를 전송하며 교문 벽에 등을 기댔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작은 마을 치고는 상당히 활기찬 축제였다. 역시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문뜩 치바에 있을 수영부 친구들을 떠올렸다. 돌아가면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와중 저 편에서 낯익은 이의 얼굴이 보였다. 일전에 온천에서 본 적이 있었던 미쿠모 나기, 바로 그녀의 모습이었다.
"아. 안녕! 별로 안 기다렸어! 애초에 내가 메시지 보내고 그렇게 시간이 오래 흐른 것도 아니잖아? 아무튼 고마워! 어제 노점에서 파는 것을 먹긴 했는데 미쿠모 양네 반에서 파는 것은 어떤 맛일지 궁금하네."
자신에게 인사하며 야키소바를 건네는 그녀에게 소년은 감사인사를 보내며 야키소바를 받았다. 역시 축제하면 야키소바라고 생각하니 절로 소년의 목구멍 속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허나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먹기에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기에 먹는 것을 미루면서 소년은 등을 살며시 벽에서 떼어내며 제대로 섰다.
"귀신의 집? 얼마나 무섭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가벼운 거라면 그냥 깜짝 놀라고 말아. 물론 전문적인 곳은 좀 약해. 그러니까 가끔 영화에 나올법한 좀비 서바이벌 같은 곳은 무서워서 제대로 못 다니겠더라구. 그런 곳만 아니라면 그냥 나름 즐기는 편이야. 미쿠모 양이 시간이 널널하면 다 둘러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내 입장에선 여기까지 왔는데 못 즐긴게 있으면 아쉬울 것 같거든."
이어 소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야키소바를 바라보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어 말했다.
"그러면 타코야키부터 가자. 야키소바도 들고 있겠다. 일단 가볍게 배를 채우고 노는게 좋을 것 같거든. 안내 부탁해도 될까?"
“아하하☆ 그건 그렇네요! 음, 그냥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만든 거니까! 맛이 그저 그래도 양해해주세요☆”
그야 전문점에서 파는 거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조악하겠지만… 야키소바라는 음식 자체가 그렇게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아니고, 괜찮지 않나? 하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말은 해둔다는 느낌. 아무튼 그럼… 귀신에 집도 타코야키도 모두 둘러보는 걸로 해도 되겠다. 시간이야 넉넉하고 놀 생각도 한가득이니 말이다. 유키의 말대로 여기까지 왔는데 즐기지 못한다면 아쉽겠지. 게다가 자신과 다르게 유키는 여행객이니 더더욱. 유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좋아요, 그럼 타코야키 가게부터 갈까요☆ 아마 이 근처일텐데~”
이쪽이에요☆ 하면서 먼저 앞장서서, 하지만 사람이 많은 만큼 유키에게서 너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길을 안내했다. 기억하던대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타코야키 가게가 있었고, 생각보다 제법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간판에 내걸린 ‘러시안 타코야키’라는 글자 옆에 그려진 리볼버가 의외로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살벌한 느낌도 들었다.
“아하☆ 엄청나게 본격적인 간판이네요. 매년 러시안 타코야키라고, 8개 중에서 딱 하나만 엄청난 맛을 넣어서 파는 거래요. 합동축제의 명물 같은 느낌?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을 선다. 그리 긴 줄은 아닌데다 앞의 사람들이 빠르게 빠져나가 순식간에 차례가 돌아왔다. 메뉴는 딱 하나. 러시안 타코야키 8개들이 한 팩. 심플한 주문을 하고 돈을 건네고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 들 정도로 붉은 색의 봉투에 들어간 타코야키를 건네받았다. 아하… 이번에는 엄청나게 매운 쪽으로 간 건가? 와사비? 겨자? 어느 쪽이든 잘못 먹어서 얼굴이 일그러지는 건 귀엽지 않은데!
“의외로 빠르게 받았네요! 그럼 저쪽으로 가서 먹을까요? 마침 벤치도 하나 비어있는 것 같고☆”
"축제에서 파는 거라면 난 이런 게 더 좋아. 축제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그런 맛이잖아?"
물론 전문점에서 파는 것이 좀 더 맛있을지도 모르나 축제에서 파는 것은 전문점에서 파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소년은 축제장에선 이런 것을 더 좋아했다. 서투를지도 모르나, 그 서투른 맛이 또 하나의 별미였으니까. 나중에 자랑할 것이 또 생겼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괜히 싱글벙글 웃었다.
그녀의 안내를 받아 타코야키 가게에 도착하자 자연히 소년의 눈동자가 빠르게 데굴데굴 움직였다. 꽤 전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과연 맛이 어떨런지. 그보다 러시안 타코야키라니. 여기서 이런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기에 괜히 흥미롭게 생각하며 소년은 그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8개 중에 하나 말이지? 좋아. 그렇다면 도전해봐야지! 이런 것이 또 축제의 재미거리거든! 과연 어떤 엄청난 맛이려나. 아. 참고로 난 이런 거 승부욕 강해."
반드시 걸리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나 하늘이 그것을 허락할진 소년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가 타코야키를 받고 비어있는 벤치도 하나 있었으니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어있는 벤치로 향했다. 우선 들고 있는 야키소바를 옆에 내려놓고 소년은 가장 먼저 타코야키를 바라보며 그 중 하나를 빠르게 이쑤시개로 콕 찝어서 입에 넣어 우물우물 씹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물론 걸리지 않은 것 같지만 역시 안 걸리는게 최고지! 자! 그럼 이번엔 미쿠모 양 차례! 내 개인적으로는 내가 먹은 것의 오른쪽이 안전해보이는데 미쿠모 양이 편한대로 해."
나름대로 추천을 해주긴 하나 당연히 소년도 그냥 감으로 찍어본 것일 뿐, 확신은 없었다. 불안하면 다른 것을 먹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소년은 마저 천천히 타코야키를 씹으면서 꿀꺽 삼켰다.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유키가 덥썩, 재빠르게 타코야키 하나를 먹는다. 아, 아니 그렇게 거리낌없이?! 그러다 걸리면 어떡하려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유키를 가만히 보지만 어라, 생각보다 멀쩡해 보인다. 생각보다 맛있다는 말까지. 흐음, 한번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건가? 과연. 승부욕이 강한거군.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쑤시개를 손에 들었다.
“추천은 감사하지만, 역시 이건 자신의 감으로 고르는 게 중요하죠☆ 그런 고로 이걸로 간다!”
믿는다! 나기의 감! 손을 뻗어 제일 가까운 위치의 타코야키를 입에 넣고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씹었다. 천천히 씹어보지만… 응! 맛있다! 속이 알찬 맛있는 타코야키라는 것만 느껴진다! 뭐야~ 괜히 긴장했네~ 금새 다시 웃는 얼굴이 된다. 흐흥~ 나기도 이런 건 강하다구~
"좋아. 내기해볼까? 걸리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하나 들어준다가 역시 가장 무난하겠지?"
내기를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말에 소년은 상관없다는 듯이 태연하게 그렇게 제안했다. 물론 자신이 걸리더라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건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재밌게 노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래도 기왕이면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그녀가 타코야키를 먹는 것을 것을 바라보며 걸리기를 기도했다.
허나 바로 걸리진 않았는지 태연하게 먹는 것을 바라보며 소년은 괜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만큼 더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방금 전 자신이 찝어준 것을 손으로 찝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골라준 이것을 먹겠어!"
설마 여기서 걸리겠어? 그 정도로 안일한 생각을 하며 소년은 타코야키를 천천히 씹어 삼켰다. 이번에도 매운 맛이 아니었고 안이 튼실하게 정말로 맛있다고 생각하며 괜히 소년은 방금 전 가게를 바라봤다. 러시안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것으로만 해서 산 후에 고모와 고모부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두번째 타코야키를 입에 넣은 유키를 지켜본다. 이번에는 걸릴까? 하지만 이번에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으윽, 너무 잘 고르는 거 아니야? 아사기리 씨? 아니, 내가 잘못 샀나? 분명 러시안 타코야키로 주문했는데?? 가게측의 착오로 매운맛이 빠진 건 아닌지,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기도 다시 타코야키로 손을 뻗었다.
“흐응~ 운이 좋으시네요, 아사기리 씨. 하지만 나기도 운은 좋은 편이라구요!!”
과감하게 간다! 하나를 덥썩 찍어서 조심스럽게 입으로 가져간다. 천천히 씹자… 음. 다행히 일반적인 타코야키의 맛이다. 속이 꽉 찬, 탱글탱글한 문어가 쫄깃쫄깃한 타코야키! 그나저나, 이번에도 둘 다 정상적인 걸 먹다니. 혹시 이렇게 가다간 마지막에 매운맛만 남는 게 아닐까? 그, 그럼 순서 상으로 나기가 지게 되는 게 아닌지… 살짝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상대가 걸리겠거니 했지만 또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년은 살짝 당황하며 네 개 남아있는 타코야키를 바라봤다. 그렇게 양이 많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잘 피해간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소년은 머릿속으로 확률을 계산했다. 이제 걸릴 확률은 25%. 생각보다 상당히 높아졌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 오른쪽으로 계속 먹겠어. 설마 여기서 걸리겠어?"
아주 살짝 긴장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입에 넣으니 또 다시 매운 맛이 아니라 평범한 맛이 느껴졌기에 소년은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고작 타코야키도 이런데 실제 권총을 들고 목숨을 걸고 하는 러시안 룰렛은 과연 얼마나 조마조마할지. 하지만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았기에 소년은 이 타코야키로 대신하기로 했다.
"좋아. 이번에도 걸리지 않았어. 남은 것은 3개 뿐이야. 괜찮겠어? 미쿠모 양?"
확률은 33%. 25%보다 훨씬 커졌기에 이번에야말로 게임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며 소년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만약 여기서도 걸리지 않는다면? 그때부턴 정말로 지옥의 순간이었다.
제발 이번에는 걸리게 해주세요…! 아와나미 신사(자주 안 감)의 신님에게 빌면서 유키의 안색을 살피지만… 아니 대체 왜 아직까지 안 걸리는거지?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이번에도 맛있게 타코야키를 먹는 모습이 보인다. 으그그, 이러다간 진짜로 나기가 걸릴지도 모르겠어…!!
“엄청 조마조마하네요… 하지만 나기는 물러서지 않아요! 으으으!”
별까지 빼먹을 정도로 긴장되는 순간… 세 개의 타코야키 위를 잠시 방황하던 손이 이윽고 하나를 노리고 내려간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입에 넣은 타코야키를 천천히 먹자…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에도 맛있는 타코야키였다. 이, 일단 지금은 넘겼다…인가.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남은 타코야키는 두 개… 아사기리 씨, 괜찮나요? 계속하실래요?”
아까 전에 유키가 지었던 여유로운 표정을 따라하듯 웃으며 말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제 남은 건 두 개. 확률은 50%. 그야말로 러시안 룰렛이 되어버렸다. 저쪽이 걸려준다면, 아니, 걸리겠지. 이젠 걸릴 때도 됐지! 이번에는 피해갈 수 없을 거야!
아주 태연하게 또 하나를 먹는 그녀의 모습에 소년은 애써 웃으려고 했지만 표정은 웃지 않았다. 이제 확률은 50%가 되었고 걸리냐 마느냐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자신이 걸리면 그녀가 사는 거고, 자신이 살면 그녀가 걸리는 것이었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 왼쪽 것을 입에 쏙 집어넣은 소년은 눈을 꽉 감고 천천히 이빨을 움직였다.
허나 매운 맛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확률 50%에서 승리한 덕인지 특별히 더 맛있게 느끼며 소년은 일부로 장난치듯 너무나 맛잇게 타코야키를 먹었다. 그리고 가볍게 내용물을 꿀꺽 삼킨 후에 남은 하나를 바라봤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고 이것을 먹으면 무조건 걸리겠네. 하지만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 미쿠모 양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줄게."
이어 소년은 핸드폰을 켠 후에 스토어로 들어갔고 그 중에 앱 하나를 설치했다. 이어 보이는 것은 주사위를 돌리는 화면이었다.
"여기서 짝수가 걸리면 내가 이것을 먹고 내가 진 것으로 할게. 하지만 홀수가 나오면 미쿠모 양이 먹고 미쿠모 양이 지는 것으로 하고 소원 하나를 더 들어주는거야. 어때? 마지막 원찬스. 한번 걸어볼래?"
어쨌든 자신이 먼저 시작을 했고 여기까지 온 이상 그녀에게도 한 번의 기회 정도는 주어줘야한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어쩔거냐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받아들여도 좋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좋았다.
일부러인지,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맛있다는 얼굴로 타코야키를 먹는 유키를 보며 나기는 그저 고장난 라디오처럼 으윽 하는 소리만을 반복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거야, 아사기리 씨의 운은!!! 너무 좋잖아! 성능 너무 좋잖아?! 나기 완전 패배잖아?! 나기에게 남은 건 볼 것 없이 뻔한 패배와 아마 매울 것이 뻔한 이 타코야키 하나뿐… 참담한 심정이다. 기분 탓인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타코야키를 집으려다… 기회를 한 번 준다는 말에 번뜩 고개를 들었다.
“저, 정말로? 좋아!! 반드시 짝수를 내주겠어!! 마지막 원찬스, 나기가 멋지게 잡아보일테니까!!”
주사위 어플을 보여주며 하는 제안은 실로 달콤한 것이었다. 하지 않아도 어차피 먹어야 하는 매운맛… 그렇다면 차라리 기회를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사실 남은 하나를 먹지 않고 그냥 소원만 들어주겠다고 제안을 해도 나쁘지 않겠지만 순박한 건지 이 엄청난 상황에서 당황한 건지 나기의 머리속에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놓인 또 한 번의 기회에 매달리겠다는 생각뿐. 이래서 도박이 무서운 것이다. 혼자 이겨내기 힘든 도박의 늪, 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 도와드립니다. 도박문제 전문 상담은 국번없이 1336. 아아, 어째서인지 공익광고가, 그것도 옆나라의 것이 머리 속을 잠시 스쳐지나간다.
“…좋아, 갑니다!!”
유키의 핸드폰, 거기에 표시된 주사위 어플을 향해 뻗은 손으로 주사위를 굴린다. 그렇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후…후후후… 아하하핫☆ 보셨나요! 이것이 바로 나기의 전력!! 나기가 진심으로 나오면 이 정도 운은 당연히 따라주는 거라구요☆”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고 번뜩이는 눈으로 고개를 들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니까! 결국 나기가 굉장한 거 맞는거지☆ 우쭐한 표정으로 유키가 타코야키를 먹는 것을 그야말로 여유롭게, 승자의 여유를 가지고 구경한다. 아하핫☆ 아사기리 씨 엄청 웃긴 얼굴!! 엄청 떨고 있어!! 대단해!! 대체 뭘 넣은거야 가게 녀석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유키를 보며 나기는 아하하☆하고 웃고 있었다. 그야말로 팝콘각이었다.
“아하하하! 진짜 매운맛이었네요! 먹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입은 괜찮아요? 부은 것 같은데요?”
생긋생긋…보다는 히죽히죽에 가까운 느낌으로 웃으면서 탄산을 받아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탄산음료를 챙겨주다니, 아사기리 씨 대단하네. 연상의 여유라는 건가. 어쨌든 받은 건 감사히 먹겠습니다.
대체 뭐지? 뭐가 들어있던 거지? 아, 봉투가 빨간 색이었던건 그걸 암시하는 거였나?! 유키의 설명을 듣던 나기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다행이다. 짝수가 나와서. 저런 건 절대로 먹고 싶지 않아…! 먹었다면 분명 울고 땀나고 하면서 귀엽지 않은 모습이 한가득 나왔을 테니까. 얼마나 매우면 아직도 저렇게 발음도 덜 돌아오고, 입을 계속 식히려고 하는 걸까… 궁금하지만 절대 먹고싶지 않다. 아마 앞으로 살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그런 매움이겠지…
“아, 나기는 괜찮아요☆ 반에서 파는 거라 맛보기라는 명목으로 엄청나게 집어먹었으니까요☆”
처음에야 자의로 먹었던 거지만 나중에 맛보기라고 계속 먹게 되면 그건 좀 힘들어져서…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야키소바 필요없어…같은 상태니까. 생긋 웃으면서, 하지만 약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야키소바, 지금은 조금 식었을 테니까 매운 걸 먹은 직후의 입안을 달래기엔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참, 소원은 아껴놨다가 나중에 말해도 돼요? 당장은 떠오르는게 없어서. 오늘은 아사기리 씨가 매운 걸 먹은 모습을 본 걸로 충분히 만족이기도 하니까요☆”
괜찮다고 하는데 굳이 억지로 먹게 할 순 없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젓가락을 이용해 면을 떠서 입에 담았다. 방금 전 먹었던 붉은 용암이 떠오르는 야키소바와는 비교도 안되게 부드럽고 맛있는 소스 맛이 일품이라고 생각하며 소년은 괜히 뭐가 들어갔는지 맞춰보려 했지만 만화도 아니고, 하물며 일류 요리사도 아니었기에 바로 포기하며 그 맛을 느꼈다.
"단백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정말 좋은 것 같아. 조금 아쉬운 면도 있지만 이 정도면 많이 팔릴 것 같은데? 아. 이것도 SNS로 올려야겠다."
이어 소년은 핸드폰을 꺼낸 후에 타코야키가 있었던 봉투와 지금 자신이 먹고 있는 야키소바가 들어있는 곽이 잘 살도록 사진을 찍은 후에 바로 업로드했다. #러시안_타코야키 #매운맛 #용암 #부드러움 등등의 해시태그를 단 후에 올린 후, 소년은 바로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물론 괜찮아. 그대로 잊어버리고 내가 돌아갈때까지 아무런 말도 안해도 오케이야. 물론 미쿠모 양은 그러진 않을 것 같지만 말이지. 아무튼 시간이 빠르긴 빠르네. 이대로 쭉 가면 여름방학도 끝나고 다시 돌아가게 되려나."
물론 아직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더 남긴 했지만 그 시간조차도 어느 순간 훅훅 지나갈 것을 생각하니 소년은 괜히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곧 마저 야키소바를 먹고 내용물을 비운 후에 웃으면서 곽을 닫았다.
“은근슬쩍 마지막 날까지 아무 소원도 안 빌기를 바라는 건가요? 유감이지만 그럴 일은 없을거라구요! 아마도!”
은근슬쩍 피해가려는 것 같지만 히히 못 가! 그 와중에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모습에 새삼 감탄했다. 정말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구나. 하긴, 나기에게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지만 여행객에겐 신선한 이벤트라는 느낌이겠지. 돌아가기 전까지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는 건 여행을 온 사람들에겐 자주 있는 일이니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빠르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방학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니까요☆ 너무 빨리 끝나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계속 여름방학인 것도 별로… 쭉 여름이면 너무 덥잖아요? 끈적거리고, 습하고.”
여름방학만, 여름만 계속된다니. 그건 너무 싫어! 이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야키소바를 다 먹은 것을 확인하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음은 귀신의 집인가?
“음~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네요. 귀신은 별로 귀엽지 않으니까… 아, 그치만 이번 귀신의 집은 별로 안 무서워할 자신이 있다구요☆ 준비하면서 왔다갔다하면서 자주 봤으니까, 이제 익숙해졌다고 할까?”
제대로 된, 유명한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은… 완전 무리…지만… 학교 축제에서 하는 귀신의 집, 그것도 준비하면서 왔다갔다하며 슬쩍슬쩍 보거나, 분장한 학생들이 돌아다니는 걸 미리 본 입장에서는 괜찮지 않을까? 괜찮을 것 같아! 그런 생각으로 호언장담하며 가슴을 폈다. …미리 말해두지만 전혀 근거없는 자신감이다.
“귀신의 집… 이쪽으로 가서 2층으로 올라가면 돼요! 자, 가죠!”
그리고는 또 다시 앞장서서 안내했다. 2층 복도 끝에 위치한 교실. 이미 복도에서부터 오싹한 느낌이 들게 꾸며둔 모양이다. 군데군데 불이 꺼진 형광등과 창문에 붙은… 붉은 색으로 뭔가를 빼곡히 적고 칠해둔 신문지로 한낮이지만 어두컴컴한, 그야말로 폐교(…)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으아아... 슬슬 애옹이 수발과 저녁 준비를 해야하는 시간...! 여기서 킵해도 될까 유키주? 그리구 내가 내일은 약속때문에 나가야해서 아마 못 들어올 것 같아... ;ㅅ;
"하기사 치바도 여름엔 엄청 더우니까. 열섬 현상이라고 했던가? 그것 때문에 엄청나게 덥거든. 여기는 그나마 조금 시원한 것 같아. 아. 물론 조금 습한 것은 있긴 하지만 그건 바다가 근처라서 어쩔 수 없나."
과학적인 이론으로 설명을 하기엔 소년이 그렇게까지 이과 감성이 아니었기에 자세하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도시보다는 조금 덜 더운 것 같은 것은 사실이었기에 괜히 신기하다고 느끼며 소년은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치바에서 보이는 거대한 건물은 보이지 않고 그렇게 소란스러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이런 풍경을 계속 보고 살면 확실히 그녀처럼 도시를 동경할 수도 있겠다고 소년은 괜히 생각했다.
"좋아. 그럼 가보자! 미쿠모 양이 놀라지 않으면 내가 놀라게 될까? 그래도 안 놀라도록 노력해야겠어."
자리에서 일어선 후에 소년은 그녀의 뒤를 뒤따랐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향한 후에 복도 끝까지 가자 확실히 분위기가 있어보이는 귀신의 집이 있었다. 전문 스태프가 있는 것은 아닐테고 그래봐야 학생들이 분장한 것일테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소년은 태연하게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그래도 무서우면 얼마든지 뒤에 숨어도 괜찮아. 의외로 준비하는 과정과 완성품은 다를 때가 많거든."
안으로 들어서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눈에 들어왔고 소년은 꽤 흥미롭게 느끼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뭔가가 나오는 것 같진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였기에 소년은 괜히 장난끼가 스물스물 올라와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귀신의 집은 가끔 진짜 귀신들이 자신들의 친구가 사는 곳인 줄 알고 찾아올 때도 있다나봐. 이를테면 아무 것도 없어야 하는 곳에서 갑자기 등을 톡톡 치는 진짜 귀신이라던가 말이야. 뒤에 아무도 없어야 하는데 인기척이 느껴지고 뒤돌아보면 왁!!"
이어 소년은 일부러 소리를 크게 내면서 그녀를 홱 돌아봤다. 과연 그녀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고 느끼면서 그는 괜히 키득거렸다.
생각보다 태연한 모습으로 들어가는 유키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엣… 지금 복도부터 분위기 장난 아닌데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어째서? 도시 사람이라서?(근거 없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봤었지만 막상 완성품을 보고 나니 은근히 오싹하다고 할까… 아니 겁나는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굉장하다고 할까? 아무튼 약간 그, 거시기한 기분인데 왜 저쪽은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하지만… 질 수 없다(?). 얼마든지 뒤에 숨어도 좋다고 여유부리는 유키에게 질 수는 없었다. 이쪽도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지만…
“그, 그, 그렇네요☆ 그치만 괜찮다구요?! 이런 건 어둡기만 하고, 나, 나기는 아무렇지도 않거든요?”
아뇨. 사실 아무렇지도 않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어둠이잖아? 자연스럽게 멈추려고 하는 발을 어떻게든 떼어놓으면서 들어서지만, 걸음이 느려진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이, 이런 분위기에서 그런 분장을 한 학생들이 튀어나온다고? 하지만 분장 전의 모습과 분장 후의 모습까지 봤으니, 그 점은 문제없을지도! 누가 누구인지 다 아니까 괜찮아!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연신 두리번거리다가 들려온 유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기울이고 싶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어둠인 지금 청각이 예민해져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 것에 가깝지만.
“아, 아니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진짜 귀신이라니, 그런 건, 익, 지, 지금 나기가 제일 뒤잖아요! 그런 말을 하면 꼭 뒤에—”
아니 맨 뒤가 지금 자신인데 그런 말을 하면 꼭 뒤에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그렇게 항의하려고 하던 나기였지만 그 항의는 큰 소리와 함께 돌아보는 유키의 행동에 쏙 들어가버렸다. 그 뿐인가. 정말로 뒤에서 등을 쿡 찌르는 듯한 느낌에 쏙 들어간 항의 대신 비명이 튀어나와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아?! 뒤에! 뒤!!! 악!!! 으아아아아!!!”
비명과 함께 몸이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어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마음같아선 뒤돌아서 뛰쳐나가거나, 단숨에 앞으로 뛰어나가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다리가 풀려버린 것 같았다. 아아, 뭐야 이거. 싫어. 귀엽지 않아…
/귀가! 그리고 답레를 올리고... 흐물흐물해지러 가볼게에... 유키주도 좋은 주말 보냈길 :)
제 자리에 풀쑥 주저앉는 그녀의 모습에 소년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지만 웃음소리는 조금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우습다는 듯이 키득키득 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살며시 내밀었다. 잡고 일어서라는 나름대로의 행동이었다. 웃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감정은 사실이었다. 설마 저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기에 소년은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어. 정말 미안해. 괜찮아. 괜찮아. 그냥 꾸며낸 이야기니까. 애초에 진짜 귀신이 있을리 없잖아?"
물론 신을 모시는 신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귀신을 믿는 것은 또 별개였다. 애초에 귀신과 신은 다른 존재였기에 소년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주변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이대로 조금 더 앞으로 걸어가면 슬슬 뭐가 튀어나올 것 같긴 했지만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까진 예상할 수 없었다.
"힘들면 잠깐만 쉬었다가 갈까? 어차피 우리 뒤로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으니까. 아마 내 생각이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뭔가가 훅 하고 튀어나올걸? 아니면 BGM이 재생되거나."
아마 전자가 아닐까 생각을 하며 소년은 우선 그녀가 진정하는 것을 기다렸다. 이대로 앞으로 걸어가게 되면 자연히 떨어지게 될테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원망의 목소리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하루 수고 많았어! 나기주! 나는 그냥 푹 쉬는 하루였어! 나기주도 남은 시간 잘 쉬게나!
미안하다는 말과는 달리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만…? 그 와중에 눈 앞에 내밀어진 손에 흠칫 놀라버렸다. 으, 어쩔 수 없잖아! 나기는 지금 엄청 무서웠으니까!! 아무런 분장도 없는 손이라는 걸 확인하고 잡고 일어선 후 투덜대듯 말을 이었다. 다만 목소리가 떨리는 건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아, 아사기리 씨 때문에!! 진짜로 누가 등을 찔렀다구요! 그런 얘기를 하니까!! 그야 당연히 귀신은 없겠지만요?! 없는 게 당연하겠지만요?! 그치만!”
괜히 그런 얘기를 꺼낸 쪽을 탓하다가 조금 더 걸어가면 뭔가 훅 튀어나올 것 같다는 말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아, 아니. 그치만 쉬었다가 간다고? 이 어둠 속에서? 뭐가 나올지 모르는 어둠 속에서? 또 등을 찔리면 진짜 진심으로 심장 바로 멈춰버릴 자신이 있는데? 잡고 일어섰던, 지금은 놓아버린지 오래인 손을 다시 찾으려는듯 허공을 더듬었다.
“그, 근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여기서 쉬면, 무, 무섭… 아니, 뭔가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여기는 그, 한 번에 팍 튀어나가는 쪽이 나, 낫지, 낫지 않을까요? 빨리… 빨리 나가자구요…”
누가 등을 찔렀다는 그 말에 소년은 가만히 뒤쪽을 바라봤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괜히 의아한 표정을 짓던 소년은 살며시 더 깊게 뒤쪽을 바라보려다가 긴장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괜히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냥 무섭다고 해도 상관없어. 무섭다고 느끼는게 나쁜 것도 아니잖아? 그럼 미쿠모 양이 무섭다고 하니 튀어나가볼까? 하지만 조심해. 어두컴컴하니까 괜히 부딪치면 다칠 수도 있잖아? 일단 내가 앞장서서 갈테니까 잘 따라와."
일단은 교실 안이니까 어쩌면 책상이나 서랍장, 혹은 창틀 같은 장애물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며 소년은 조금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실제로 뛰어가거나 하진 않았다. 누군가와 충돌했다가 다치면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망가질지도 모르고 아주 약간은 이 분위기를 조금 더 즐기고 싶은 장난끼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쿠모 양. 전에도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 항상 일기를 쓰고 자거든. 지금 이 일은 쓰지 않는게 미쿠모 양에게는 마음이 편할까?"
괜히 짓궂게 웃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장난을 치는 소년은 아직 여유가 넘쳐보였다. 허나 갑자기 움찔하며 소년은 발걸음을 멈췄고 힉! 하는 소리를 내면서 오른발을 들어올리려고 애썼다.
"누, 누가 다리를 잡은 것 같은데? 뭐, 뭐야. 이거? 갑자기 이렇게 하기 있어?!"
/나도 답레를 올리면서 갱신이야! 나기주 엄청 바빴구나. 나도 이것저것 한다고 엄청 바쁜 하루였던 것 같아서 공감되네.
이렇게 어두운데 그냥 본다고 보일리가 없잖아요!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오늘은 꼴사나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또 뭔가가 나오기 전에 그냥 빠르게 나가고 싶었다. 그래. 따지더라도 일단 이 장소를 벗어나서! 쓸데없이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일단은 저 장난스러운 웃음도 오늘 일은 일기에 쓰지 않는게 좋겠냐는 짓궂은 소리도 꾹 참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서두르던 발걸음은 앞 사람이 멈춰선 탓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힉! 뭐, 뭐야뭐야?! 무슨 일?! 다리? 다리?! 다리 가져갔어!?”
앞에서 힉!하는 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나기의 입에서도 똑같이 히익!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 뿐이랴, 또 뭔가 나왔다는 생각에 공포에 질려 말이 마구 튀어나와 어쩌다보니 유키의 다리 한 짝이 뺏겼다는 식의 결론까지 내버렸다. 아마 이곳의 조명이 밝았다면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아주 잘 보였으리라.
“으으으… 기분 탓 아니라구요오오오… 내가, 나도, 나 등도 찔렸단 말이야아아아….”
반쯤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따진다기보단 하소연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엄청나게 무서우니까. 대체 누구야, 이런 본격적인 귀신의 집을 만든게!!
/역시 평일은 자비없구나... 그리고 유키주 뒤꿈치... ;ㅁ; 어서 밴드.. 밴드를 붙여...!
다리를 가져갔다는 말에 소년은 크게 당황하며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목소리를 살짝 높였다. 물론 화를 내는 것은 아니었고 상당히 당황한 어투였다. 그러다가 괜히 정말로 자신의 다리를 뺏긴 것이 아닌가 싶어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지만 붙잡고 있는 것만 느껴질 뿐, 다리가 온전히 붙어있는 것을 느끼며 소년은 괜히 안도를 내쉬었지만 곧 울음이 섞인 목소리에 소년은 당황하며 힘을 주며 자신의 다리를 잡은 손아귀에서 다리를 떼어냈다.
"아, 알았어! 어쩌면 정말로 연기를 잘하는 귀신일지도 모르겠네. 좋아. 그럼 빨리 나가자."
지금 이 상태에서 귀신으로 분장한 다른 학생들이 오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소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양팔을 활짝 옆으로 벌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붕붕 팔을 돌리면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다리는 안 뺏겼구나!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지금은 여길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움직이기 무섭다는 생각만이 들고 있었으니까. 나가고 싶어! 그런데 움직이기엔 너무 무서워! 그야말로 진퇴양난 그 자체다. 괜히 들어왔다. 괜히 아사기리 씨가 놀라는 모습을 보겠다고, 그런 나쁜 마음을 먹고 귀신의 집을 소개해서 이런 꼴이 된 거야. 천벌을 받은 건가! 그냥 약간의 장난기였을 뿐인데 너무 과한 벌이 아닌가요 신이시여!! 참회인지 투덜거림인지 모를 것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다 보니 어느 새 앞서가던 유키가 뭘 하고 있는지 바람이 붕붕 불어오고 있었다. 뭐지?! 풍차돌리기?!(아니다)
“으, 으으으!! 빨리!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데도 아무 일도 없잖아? 아사기리 씨가 뭔가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스탭들이 우리를 가엽게 여겨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가. …아마 후자겠지? 놀이공원과 다르게 이곳은 100% 분장한 학생들이 나와서 놀래키는 구조니까. 응, 밖에 나가면 좀 부끄럽긴 하겠지만, 여기에 계속 있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응!!
그리고 이곳에서 계속 지내는 자신과 다르게, 아사기리 씨는 여행객. 즉, 부끄러운 짓을 해도 어차피 떠날 사람이니 나보다 타격이 적어! 그러니 여기서는 아사기리 씨에게 맡기면 되겠지!!
그런 얍삽한 생각도 하며, 아니, 거의 그 생각만 하면서 나기는 하염없이 유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원래라면 놀라고 진이 빠지느라 길게 느껴지도록 설계된 길을 유키 덕분에 상당히 빠르게 클리어 할 수 있었다. 두 사람 앞으로 출구 표지판과, 가림막 너머로 살랑거리는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빨리 나가자는 듯이 재촉하는 그녀의 말에 소년은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팔을 붕붕 돌리고 있었기에 다른 귀신 분장을 한 이들이 다가오진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귀신의 집이라고 해도 팔에 맞고 싶진 않을테니 결국 마지막 출구까지 둘의 안전은 확실하게 보장되었고 빛이 보이자 소년은 팔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부러 상쾌한 미소를 비치면서 뒤돌아 그녀를 바라봤다.
"와. 의외로 귀신들이 안 보였던 것 같아. 신기하지 않아?"
물론 어째서 나오지 않았는진 소년도 짐작가는 것이 있었지만 그것을 굳이 말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소년 역시 방금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고 여긴 것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일기에 기록되겠지만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이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일부러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미쿠모 양이 많이 무서워해서 그런가? 아무튼 괜찮아? 미쿠모 양? 무서운 것이 그렇게 싫으면 여기에 올 필요는 없었는데."
괜히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소년은 말을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한가지를 떠올리며서 그녀에게 제안했다.
"달콤한 거라도 하나 사줄게. 혹시 안에서 나 때문에 놀란 것 때문에 화났다면 화 풀어주면 안될까?"
/월급루팡이라니! 물로 나도 자주 시도는 하니까 (안됩니다)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오늘은 통증이 많이 가라앉았어. 밴드 붙이니까 확실히 낫긴 해. 무리 안가게 하면 며칠 있으면 낫겠지! 어제는 운동화 신고 걷기도 힘들더니 오늘은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회복된다는 이야기일테니 돈 워리다!
헉 어제 그냥 자버렸다... 미안 유키주...ㅠㅠㅠ 오늘 내일은 좀 정신없을 것 같아서 어제 열심히 하려고 했건만...꺼흐흑 내 체력이 말을 안 들어... 아무튼 그... 나는 오늘하구 내일은 좀 바빠서 잘 못얼 갓 같아...이것도 잠깐 짬내서 들어온거구ㅠㅠ 대신 토요일에는 거의 하루종일 있을 수 있으니까 주말까지 조금만 기다려주라..ㅠㅠ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