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꼬리를 주체하지 않고 한없이 치켜올리는 카사를 보며, 하루도 그에 걸맞게 좀 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물론 카사의 천방지축같은 분위기와는 다르게, 여전히 차분한 분위기가 더 강한 하루였지만. 아무튼 하루가 자기만 했다는 말에도, 그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듯, 나무라지 않는 하루였다. 물론 '다음번에는 저랑 가볍게 공부도 하기로 해요.' 라는 말은 잊지 않았지만.
" 착하네요, 카사양. 제가 아는 카사양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래도 저도 카사양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들지는 않을테니까 걱정하진 마세요. "
얼마든지 기다려준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드는 것은 실례니까. 칭찬을 바라듯 자신을 바라보는 카사를 하루는 다정히 머리를 매만져주는 것과 따스한 시선을 보내주는 것으로 답례를 해준다. 자신을 기다려줄 수 있다며 자랑하는 이 모습은 분명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울 것은 분명했다.
자신의 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품안으로 쏙 들어오는 카사를 하루는 부드럽게 감싸안고, 카사의 등을 자그마한 손으로 쓸어내려준다. 포근한 향기가 자신의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을 느끼면서, 카사가 혹여라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보듬어주는 하루였다.
" 자다 와서 졸릴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더 자면 곤란해요. 자야할 밤에 제대로 못 잘지도 모르고... 이렇게 카사양을 만났는데 자는 모습만 보면 아쉽잖아요?"
하루는 다정하게 등을 쓸어내리던 두손을 천천히 끌어당겨 카사의 두 볼을 살며시 감싸쥐곤 매만져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하루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살풋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머릿속에서 행해지는 정보의 정리가 끝나니, 내밀어진 책을 인지하는건 쉬운 일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을 갖다놓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타다는 아무렇지않게 도서관을 나서려 하였다. 책을 읽던 학생들도, 사서도, 일체 대화를 나누지않고 그저 책을 읽고 각자의 갈길을 가는 남녀를 보면서... 말하지않아도 통하는 관계라는게, 있는거구나라고 생각하는 자들도 있겠지. 적어도 타다는 알지못하지만,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같이 책을 읽었던 학생이 아닌 스케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수고, 더 많이 부수고, 더 더 많이 부수고 난 뒤에 수많은 기계들의 무덤 위를 몇 명의 가디언이 걷고 있습니다. 부숴진 기계 제국의 수호자들은 두 안광을 번뜩이며 침입자를 향한 노호를 뽑아내 최후의 발악을 하려 하지만 그런 것을 시도하기도 전에 무참한 발길질에 부숴져 사라집니다.
" 설마설마했어요. "
전투연구부의 부장, 김하은은 자신의 앞에서 기계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던 남자를 바라봅니다. 순백의 휘광을 업은 채 기계들에게 무참한 주먹을 날리던 가디언. 아프란시아 성학교의 학생회장인 이주월은 무심한 눈길로 남은 기계들을 바라보았을 뿐입니다.
" 설마 학생회장이 직접 행차하시리라곤 말이죠. "
그 얼굴에는 약한 미소가 깃들어 있지만, 어쩐지 사람을 책망하는 듯한 말투와 섞여 기분을 교묘히 긁습니다. 다만 그런 것도 신경쓰지 않으려는지 주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신이 해낸 풍경을 바라봅니다. 그 곳에는 무너진 성이 있었습니다. 옛적 게이트가 무너지기 전에 있었던 거대한 움직이는 성 같은 무언가가, 대지를 스스로의 무덤 삼은 채 잠에 들어버린 것은 오직 이 한 사람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 단지. 학교의 학생들이 다쳤다니까. " " 어머. 그런 이유가 통하리라고 생각하시나요? "
하은은 천천히 주월의 옆에 다가갑니다.
" 단지 당신의 사랑하는 - 가 다쳐서는 아니고요? "
하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월의 팔은 하은의 목을 붙잡습니다. 켁켁거리는 숨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하은을 들어올리며 주월은 하은의 귀에 말을 꺼냅니다.
" 여기는 게이트 안이다. 게이트 안에서의 죽음은 누구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 정도는 기억하지 그러나. " " 헤.. 헤.. 물.. 론이죠...... "
그런 상황에서도 즐겁다는 듯 하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그 몸뚱아리가 들어올려진 채로 던져저, 바닥에 쳐박힌 뒤, 먼지투성이가 되었음에도 그 얼굴은 황홀한 무언가로 비틀어집니다.
" 회장님은 거친 것을 좋아하시나보네요. " " 그만. "
마침내 게이트가 천천히 무너집니다.
" 돌아갈 시간이다. "
★ 게이트 '기계제국의 야심'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몇일동안 '기계제국'과 관련된 게이트의 출현률이 증가합니다.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지치고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다. 타다는 식은 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게 쉬고는, 잠시 훈련을 멈추기로 한다. 하지만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그녀는 오늘부터 청지일검류를 배우기 시작한 초짜중의 초짜. 그리고 이곳에 있는 부원들은 전부 자신보다 선배일 수 밖에 없다. 다들 자신의 검술을 연마하는데 집중하고 있기때매 말을 거는 것은 실례이다. 그렇기에 그저 그들의 동작을 보도록 한다.
강찬혁은 죽다 살아났다. 저 글레이브의 제대로 명중당하면 아무리 운이 좋아도 저 팔 잃고 눈 잃은 오크마냥 불구자 신세가 되리라. 강찬혁은 저 글레이브에 쳐맞느니 오크에게 걷어차이거나, 글레이브 장대로 맞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레이브의 날이 닿지 않는 근접거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전심을 다한 타격이 통하지 않으니, 다음 방안은...
#글레이브의 날이 닿지 않는 근접거리에서, 오크의 아직 멀쩡한 팔 부분에 점프해 팔다리로 꽉 달라붙습니다.#
" 제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은 제가 온전히 짊어지고 갈 것이에요. 그것이 신이 제게 내린 은혜에 답하는 길이고, 제가 해야할 일이죠. 제가 부장에게 얻고자 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후배로서, 동아리 부원으로서 배우고 싶은 것 뿐이랍니다. 그것에 문제라도 있나요? "
'저는 그냥 누군가를 돕고, 보살펴야 하는 사람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고 싶을 뿐이에요 ' . 하루는 그렇게 덧붙여 말하곤 진지한 눈으로 부장을 바라본다.
# 단호한 부장의 말에 굳이 그걸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있냐는 듯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하루입니다. 대화를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