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끝나기 무섭게 점원님~! 하고 지나가던 점원을 불러세워 낭랑하게 주문할 걸 읊기 시작했다. 여기 얼그레이 밀크티에 콜라, 그리고 티라미수 두 접시 부탁드리와요. 밀크티에 콜라라니 이게 무슨 조합인가 싶지만 점원님도 아마 어느정돈 이해하실거다. 점원님을 보낸 뒤에 지훈군의 질문에 명랑스레 답했다.
"그런가요? 후후🎵 평소에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해서요! 이렇게 우유를 탄 밀크티도 좋아하지만 사실 그냥 홍차만 우린 것도 좋아한답니다. 때로는 직접 밀크티를 타마시기도 해요. 나중에 지훈군께도 대접해드리고 싶네요~ "
성학교 고등부는 기숙사제라 방에 티포트를 둘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티포트 하나만 뒀을까, 짐 풀자마자 아주 열심히 방꾸미기를 했더랬지. 하루만에 평범한 기숙사 방이 고풍스런 카페 분위기로 변해 있더랬다. 생각해보니 여자기숙사에 남학생이 특별한 이유 없이 들어올 순 없긴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수는 없는 법, 어차피 지훈군도 적당히 빈말로 넘기리라 여기며 가만히 턱을 괴고 시선을 맞췄다.
"그러고보니 지훈군도 콜라를 정말 좋아하시는 구나 싶었어요~! 오늘 주문도 콜라이시지요? 지훈군께 콜라는 정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사와요~ 이젠 콜라 하면 지훈군이 생각난답니다. "
"나는 너를 죽이고 싶어." "그러면 나쁜 건 나일까, 너일까. 우리 둘 중 하나는 나쁜 사람이겠지."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너에게는 너의 사정이 있어. 그러니까 둘 다 좋은 사람이면 안돼." "물러설 수 없잖아." "그럼 이렇게 할까?" "죽는 사람이 나쁜 걸로 하자."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다치게." "자 그럼." "...이 밤이 밝고 나서, 머리가 남아있는 '착한 사람'은 누가 될까."
뭔가 충동구매를 많이 해버렸네요. 무겁진 않지만 영 걸리적거리는 물건을 담은 가방을 양손에 들어 무게균형을 맞춘 나이젤이 걷고 있었다. 전부 공방까지 옮겨야 하는 것들인데,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다니기엔 영 치이고. 그럴 때는 역시 지혜의 힘을 빌려야 한다. 좀 돌아서 가야 하긴 하지만 사람이 없는 길.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골목길에 들어섰던 나이젤은 앞으로 가야 할 쪽에서 난 니알라토텝한테 밟힌 크툴루가 내지르는 비명같은(과장)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짐이 있다는 것빼곤 평소대로, 후드를 눌러쓰고 입가엔 작은 미소를 띄운 나이젤이 카사의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상대가 나이젤의 말을 들어줄 상태가 아니었다. 피 묻은 간판. 얼마 전에 봤던 검X의 모습이 떠오르는 핏빛 웅덩이. 이미 죽은 거 아닐까요? 하는 생각이 나이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니, 아직 살아있네요. 그럼 가디언 칩으로 긴급구조요청을... 어라, 오류?"
여전히 느긋하던 나이젤의 말투에 힘이 실리며 미소가 사라졌다. 어라, 출혈이 심한데... 구조요청이 안 된다면 어떡하죠? 건물 사이사이 복잡하게 얽힌 길 쪽이라서 구조가 온다면 빨리 오지도 못할 테고. 어떡하죠. 누가 죽는 걸 보고 싶진 않는데. ...아!
▶ 강화된 알로에 ◀ 의념에 의해 강화된 알로에. ▶ 일반 아이템 ▶ 섭취 시 상처 회복
왜 알로에를 계속 가지고 다녔는지는 생략한다. 근데 이거 어떻게 먹이죠? 의식을 잃은 것 같은데. 적어도 액체로 만들면... 아!(2) 손수건으로 손을 닦은 나이젤(신체 S)이 맨손으로 알로에를 파☆괴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이제, 먹이면 되겠네요. 음. 알로에의 어원이 빛나는 쓴 물질이긴 하지만, 맛없는 거 먹는 게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요? 자, 강화. 효과 좋은 거 먹고 피만 멎게 합시다. 의념을 팍팍 쏟아서 알로에를 강화하는 나이젤. 쓴맛도 강화되지 않는가는 장담할 수 없는데...? 아무튼 나이젤은 대충 입으로 보이는 곳에 알로에(였던것)+99강을 뚝뚝 떨어트렸다. 죽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요. 네?
"놀라셨나요~? 놀라실 거야 없는데~🎵 "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해 낼수 있는 거 아닌지요~? " "또...여기서 여러분들을 다시 붙여낼 수 있는 것도 저 혼자이지 아니와요~? " "후후...🎵 너무 걱정하실 거야 없답니다.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내야지요~ " "에미리는 분수를 잘 아는 아이니까요. 지금도 그렇고요... "
"네가 좋아! 정말 정말 좋아! 너도 날 좋아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최선을 다 할께! 여기 가만이 있기만 해. 내가 지켜줄꺼니까!" "나, 진짜 쎄니까, 괜찮아! 그치만..." "난 너무 외로워. 언제나, 너무, 너무 외로워. 그러니까, 너도 안 죽도록 노력해줘. 알겠지!" "자, 이건 배운 건데...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이야!" "금방 돌아올께! 「이 구역 최고 포식자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