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마레는, 눈을 감습니다. 지독할만큼, 정적. 그리고, 외로움. 호마레의 검에는 이유 모를 묵묵함이 있습니다. 나아가고 싶으나 나아가질 못하고, 일어나긴 했지만 걷지는 못했던 수재의 몸, 기억, 재능. 그 모든 것들이 호마레를 휘감고 있습니다.
외로움. 고독함. 그런 감정적인 것들이 아니라. 아픔. 고통. 흐르는 피와 같이. 그런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고차원적인 무언가.
다만. 호마레이기에 가능한. 그 무언가.
호마레는 눈을 뜹니다. 주위는 여전히 시끄럽습니다. 수많은 소음에 둘러쌓여 호마레의 감정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져만 갑니다. 호마레는 검을 내려놓습니다. 내려놓은 검으로부터 조금식 물이 차올라 호마레의 발목을 젹십니다. 호마레는 물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누구도 나를 찾을 수 없고, 누구도 나를 비교하지 않는 이상향. 그 속으로 천천히 떠나고 있습니다. 호마레는, 호마레는,
나는 여전히 검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한참이나 솟아나기 시작하던 물은 마침내 호마레를 소중한 듯 품고, 거대한 물의 장군은 두 팔에 태도를 휘어잡고 아래를 내려봅니다. 호마레는 물 속에서 천천히, 눈을 뜹니다.
마침내. 호마레는 손을 들어올립니다.
쾅.
물의 검이 상대를 짓누르고
콰광.
베어내고.
쾅
부수고.
쾅!
박살냅니다.
단지 호마레가 바라는 것은, 지금 이 소음들을 지워내는 것이기에 물 속에서 가만히 바깥을 바라보는 호마레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완벽한 정적 속, 오직 혼자가 된 나. 호마레가 바라 마지않는. 이상향.
의념기 - 스사노오
콰과과과과과광!!!!!!!!!!!!!!
거인의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고압, 고속의 파도는 쉴틈없이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물, 물, 단지 물일 뿐이지만. 그것들은 모두 수 개의 검과 같이 닿는 상대를 베어내며, 찢고, 부수고 있습니다.
콰과광!!
무너지는 것들 속, 천천히 바닥을 밟로 밟으며 호마레는 자신이 놓았던 검을 다시 잡습니다. 그리고, 살포시 미소를 짓습니다. 이제야 시끄러웠던 소음들이 사라졌으니까요.
주위는 정적입니다. 곧, 소리도, 무언가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호마레는 만족하고 검을 잡습니다. 누구도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누구도 자신을 훈계하지 않습니다. 이 정적을 호마레는 사랑합니다.
지아의 어두운 면을 알 길이 없었던 지훈은 그저 향수병이겠거니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자신도 부산에 있었을 때가 생각나서 종종 서해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으니까.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 때의 인테리어가 그대로 느껴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지훈은 그 모습에 드물게 눈을 살짝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어...
" 아마 살면서 지아를 다시 만난 거 이후로 가장 크게 놀랐지 않을까 싶은데. "
조용한, 하지만 흥분된 목소리로 독백하듯 답했다. 어릴 적 추억 속에 그대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설레는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먹었던 메뉴도 있을까? 가격은 조금 달라졌으려나. 메뉴판의 모습이나 식기 같은 것들은 모두 똑같을까?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지훈은 잡고있던 지아의 손을 천천히 잡아끌려고 했다.
" 빨리 자리에 앉자. "
조금이라도 빨리 앉아서 메뉴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었겠지. 답지않게 지아를 재촉하듯 말하며 지아를 그때 둘이 앉았던 자리 쪽으로 이끌려고 했다.
컵라면! 현대 문명에 갓 발을 든 문명응애 카사의 귀에 언제나 들리는 수수께끼의 진미! 거리에 타박타박 걷고 보면 "어어, 컵라면 콜?"이라고 심심찬게 들었다! 호기심과 포부빼면 카사는 그거 덩치 작은 시체! 오늘 그녀는 큰 마음을 먹어 안 그래도 유명한 「불닭볶음면」이라는 것을 사버린 것이었다!
왜 그중에도 불닭이었나면, 첫번째 이유: 온통 빨간게 평소 먹는 고기를 연상케 했다! 두번째 이유: 불 같은 게 그려져 있었고, 불은 따뜻했다. 고로,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 닭의 그림이 있었고, 닭은 맛있다!
편의점안에서 돈을 내고도 멀뚱멀뚱 쳐다보다 그냥 들고 나왔을때는 왜인지 알바생이 걱정스레 쳐다본거 같았지만 괜찮겠지! 그 밖에서 기대감을 품고 뚜겅을 조심스레 뜯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안을 조오금 살펴 보는데...
으응?
이상하게 생긴 딱딱한 과자 같은 것과 작은 플라스틱 봉지가 들어있었다. 눈살을 찌뿌르며 킁킁, 냄새를 맡아봤지만, 그리 극찬 할 만한 냄새는 없었다. 툭, 과자(?)를 손으로 꺼내 아작, 물어본다. 딱딱한 과자(?)는 카사의 송곳니 안에 부숴져 내렸다.
이상하다? 나쁜 맛은 아닌데,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이래서야 들어본 '컵라면'이란 명성에 걸맞은 존재감은 아니였다. 혹시 몰라 나머지 봉지 하나를 주욱, 뜯어본다. 킁킁. 카사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이거였다! 자극적인 향이 담겨있던 붉은 소스에서 물씬 풍겨져 나온다. 학생들이 그리 극찬 하던 게 이거 였다! 야생의 재료 본연의 맛이나 할멈의 평범한 집요리만 먹어본 카사에게는 자극적인 맛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래도 다들 맛있다 하니까, 이게 맞겠지?
아- 입을 벌려 소스를 통째로 입안으로 부을려고 하는데—
정전.
//선레닷! 원래 캡사인은 식물이 자기 먹지 말라고 일부러 독성물질을 창조한 것이라고 하지...
일단 찬혁이 생각하고 있는거 1. 독침 꽂아서 디버프 노리기 오크가 설정하기 나름이라 저항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애매함 2. 팔 한쪽이 없는 것을 이용해 팔 없는 쪽에서 집중적으로 머리통을 노리기 3. 반장난 반진담: 멀리 물러서서 돌을 하늘 위로 붕 띄우고 방망이를 휘둘러서 계속 때려서 귀찮게 하기
멍하니 앉아 바닷가를 구경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이렇게 바다를 구경하는게 제일 도움이 되니까.
소박한 목적을 지녔다고 해서 안일하게 행동하면, 결국 그 소박한 목적에 마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내 목적이 영웅은 아니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지금...내 몰골은, 하나미치야나 만석이와 같이 대형게이트에 조차 갈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려져 있는게 현실이다.
" 하아.... "
하지만 이렇게 혼자서 침울하게 있어봤자. 바뀌는 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움직여야지. 절박한 상황에서 기도나 고함으로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그 상황을 바꾸는 것은, 평소의 행실에서 쌓아올린 경험과 기술이다. 기도를 하는 것 이 아닌, 그 기도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싶기에. 또 일어나야한다.
하루는 주위를 살펴봅니다. 피흘리고,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생명의 끝에서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들을 살리기 위해 수없이 뛰어다니는 사람들.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무기력한 나. 하루는 손을 꼭 쥔 채 주위를 둘러봅니다.
" 아파.. 아파.. 씨X 아프다고!!! " " 팔.. 팔이 안 느껴져요.. 저 이제.. 팔 없이 살아야 해요? " " 차라리.. 편하게 해줘.. 죽는 게 나아.. "
이들은 모두 민간인입니다. 최소한 헌터라도 되는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보고 도망가버렸고, 동료 가디언들은 게이트를 막기 위해 멀리 사라졌습니다.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하루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디언 칩의 통제마저 포기한 채 목 위로 올라오려는 망념의 숨을 참고, 다시금 손을 움직입니다.
다친 이들에게 괜찮냐는 말과 함께 약을 놓아주고, 팔을 붙이고, 다리를 붙이고. 죽으려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상처를 치유하고, 마취를 하고.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품어주고, 도와주기를 반복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에겐,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요.
하루는 문득 성녀를 떠올립니다. 성녀 역시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자 했고, 분투하였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런 성녀를 동경했던 하루 역시 이들을 버리고 도망갈 능력도, 마음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헌터들이 사용하는 조잡한 망념 조절제를 삼키고, 투입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치료하고, 치료하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툭.
한 사람의 불타던 목숨이 덧없이 끊어지고
" 미안해. 우리 지현이. 엄마가.. 사랑해. "
한 어머니의 사랑을 아이는 다시 들을 수 없게 되며
" 먼저 간다.. 하. 뒤지게 좋아했는데.. "
한 청년의 풋풋한 고백이 흑빛으로 물들고
" 영감. 나 먼저 안 두고 간다더니. 그렇게 먼저 가버렸소. "
긴긴 사랑의 마지막이 아프게 끝마치고 난 순간. 하루는 입술을 깨뭅니다.
전능하신 신이시여. 부디 이 기도를 들으소서. 다만 죽는 것은 나 하나로 족하니. 다만 사는 것은 수백이 살길 바라나이다. 비록 욕심인 것을 아나, 이들을 지키기 위해 죽은 수천을 가엽게 여기사, 이 곳에 당신의 기적을 내리는 것을 허락하소서.
하루의 의념은 하루의 손을, 발을, 전신을 타고 하늘 위로 흘러갑니다. 백색의 광휘가 하늘 높게 사라지고 나자, 거대한 구름의 일부를 가르고 저 하늘의 빛들이 내려 다친 자들과, 상처받은 이들을 모두 감싸기 시작합니다.
의념기 - 신의 축복
신은 하루의 기도에 응답합니다. 숨이 끊어진 이가 얕은 숨소리를 내뱉고, 사랑을 고백했던 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잃은 노인의 슬픔이 조금의 위로를 받고, 부모는 다시금 아이의 눈을 마주칩니다.
[ 경고. 본 가디언은 망념의 한계치를 돌파하였습니다. ]
그 경고에도 하루는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손목으로부터 전해지는 의념의 차단에도, 하루는 스스로의 의지로 참고 기도를 올립니다. 마침내. 다친 이들이 하나둘 줄어가기 시작할 때. 하루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바라봅니다.
보세요. 웃으니까 다들 좋잖아요. 지금까지 힘들었으니까. 이제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부디. 행복해주세요.
그 말을 마친 하루는 자리에 쓰러지고 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옆을 지키며, 하루를 간호합니다. 하루의 몸은 수없는 망념과 싸우고 있을지언정. 절대 무너지고 있지 않습니다. ..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사람들을 향해 말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