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의 두손이 철장을 꽈악 잡고 있었고, 카사의 양뺨은 눈물로 축축 젖어 있었다. 신기하다고 들어간 곳이 함정일 줄이야!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지나치게 자유로운 아프란시아 성학교의 학생이 몬스터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 본 케이지를 깜박 두고 간 것이었다! 관련 의념이 있었는지 안에서는 절대로 열수 없는... 보통 학생은 수상하게 열려진 우리에 함부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안타깝게도 카사는 꽤나 머리가 딸리는 녀석이라, 현재 갇혀 빠져 나올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부술려고 생각해보았지만 기물 파손으로 경고를 먹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 섣불리 걷들기에는 덜컥 겁이 났다. 설상가상에 슬슬 해가 지는 저녁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주위에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콧물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린 얼굴을 두 손으로 벅벅 닦는다. 이러다간 밥먹을 시간을 놓치고 말거나, 다음 날 아침까지 꼼작말고 잡혀있을수도 있었다! 그 생각을 하니 눈에서 새롭게 눈물이 퐁퐁 쏟아져나온다.
황혼, 낮과 밤의 중간기, 개와 늑대의 시간. 과정일 뿐이라 사람을 홀리기에 더 적합한 이 시간대의 정적은 바다에게 환청이라도 들려주나 보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 하울링을 하다니, 게이트라도 열리지 않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똑똑히 들렸지만,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들었던 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읽어왔던 책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 아우우우우우~~~
" ! "
스스로도 만화같은, 소설같은 상황이라 여기며 바다는 소리의 근원지로 두 눈을 크게 뜨고 달려갔다. 인적이 드문 어두운 골목길. 카샤를 기준으로 조명은 역광.
" .....찾았다. "
침착한 목소리를 흘리며 작은 발걸음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카사에게는 어찌 보였을까. 파란 머리카락에, 인외적인 뿔에, 흉흉하게 빛나는 포식자의 눈동자를 지닌 존재가 꼼짝없이 갇힌 자신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다가온다는 사실은.
기민한 귀에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포착된다! 크게 벌린 입으로 고개를 휙, 들어올린다. 형제처럼 생겼다면 귀가 쫑긋, 거리고 꼬리가 방방 미친듯이 흔들리는 것이 눈앞에 선하다. 자신을 구하러온 구세주가 오는 것이었다!! 구해준 다음에는 꼭! 자신의 몫의 고기도 나누어줄꺼라 다짐한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그 인영.
"...히끅. "
방금의 환희 가득찬 표정이 거짓말이었듯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고 동공이 크나 큰 지진을 일으킨다. 상상의 귀는 찹, 순식간에 내리깔려지고 꼬리는 순종의 표로 바닥에 붙어있을 모양새다. 역광. 아무도 없는 한산한 거리. 음산한 대사. 왜 인지 동물의 감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는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뿔! 바로 그 뿔!
지금까지 잡아먹은 사슴의 원혼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었다!!! 자신이 꼼짝 못하는 틈을 잡아서 찾아온 것이었다!!! 간신히 멎은 눈물이, 댐이라도 터진듯 더욱 더 우렁차게 콸콸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도리도리도리, 고개를 흔들면서 울음 때문에 발음이 뭉게져도, 푹풍의 나뭇잎처럼 떨면서도 필살적으로 설득하려하는 수밖에 없었다!
"흐어엉 사슴씨 미안해요... 흑, 흐끕, 계속 잡아 먹어서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맛있었어요.... 잡아먹지 말아주세요오.....흐헝허허헣ㅇ헣ㅎ"
연바다는 눈 앞의 작은 존재가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자마자 충격에 빠진 체 의미없는, 불온한 정신상태의 사람들이 의레 지껄이고는 하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설마 내가 오는게 아닌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난입해야 성립하는 이벤트였나? S급의 영성은 바다의 감정을 쉽게 표정으로 내비치지 않았고, 아직 상대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은 크게 뜬 체였다. 그러니까, 파충류의 차감고 무감정한, 등골이 서늘해질법한 동공이 카사를 찬찬히 훑어보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 누구를 기다리는거야? "
뚜벅이는 소리를 내며, 카사의 케이지에 다가가 눈높이를 맞춘 뒤에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카사에게 전해졌다. 케이지를 쓸어보니 차가운 강철이 오돌토돌하게 쓸리며 소름끼치는 소리가 작게 케이지 안을 우렁우렁하게 울렸다. "누구를 기다리는거야"라니 꽤 중의적이게 들리는 말이지 않는가. 바다가 의도한 것은 자신 외의 다른 사람, 그러니까 "주인공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이냐"고 물어보는 것 이었지만 카사에게는 "널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들릴 법 하기도 했다. 바다가 지금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고양감에 사로잡혀 있지만 않았어도 이런 발상과 발언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회경험이 결여된 소녀에게 이런 빅 이벤트를 겪으며 상식적으로 행동하라고 말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