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식품에 즉석식품에 또 즉석식품. 큰 기대 걸지 않았으나 설마 이 수준일 줄은 몰랐다. 건강한 식사를 하니 마니는 알 바가 아니었지만. 소년은 이제 살피는 일도 질린 듯이 손에 잡힌 즉석식품을 방금 우유처럼 벤치에 던졌다. 딱히 나올 것 없단 남자의 말이 대강 들어맞은 셈이었다. 묘하게 짜증이 났다. 존나 짜증나니까 봉지의 물건이나 바닥에 쏟고 자리를 뜰까. 마지막 알량한 자존심 떡칠된 생각을 느리고 끈질기게 곱씹으며 캔맥주 라벨을 엄지로 훑던 소년이 따개를 보더니 흘긋 남자의 기색을 살폈다. 보통 술은 다 좋아했었지. 만일 남자도 해당되면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표현만큼 거창한 이야기는 물론 아니었다. 단지 소년은 따개를 따려는 것처럼 움직이다가, 따개를 딸각 튕기는 소리만 내고 다시 남자를 지그시 보았다. 별 이변 없을 듯하면 정말로 따서 마시든 버리든 둘 중 하나는 이행할 작정이었다. 오로지 남자를 불쾌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유? 그런 것이 어디 중요한가. 그저 기분이 드러워서, 그밖에는 없으리라. 아마도.
//으악.. 새로운 걸 시작하면 급격히 여유 내기가 어려워지네;ㅁ; 요령이 어서 생겨야하는데... '-') 암튼 당황했을 수 있는데 기다려줘서 고마워;^; 늦어서 먄해..
앗 맞아 이안주가 건 유튜브 링크 그거 들었지롱~~! 힘차고 좋더라.. 락 모든지 너무 좋아...히히 케든이...과거 케든이 같으면 열심히 털었겠지만 요즘은 대충대충 털고 다녀서...그냥 오늘내일 안 죽을 정도만 털고 폐인처럼 아무렇게나 지내지 않을까...새해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그치만 다른 날보다 털기 수월하기는 하겠네! 고로 잭팟인걸루! >.0 이아니랑 같이 힘찬 새해 맞이하기....(버끼리스뜨메모.......
으 아 악 별게 아닌 게 아니잖아 . . .!!!!(롬곡) 기억빵꾸...기억 빵 ㄱ꾸....(고장...) 으으 기억빵꾸라니 그 자체만으로 너무 에바잖아...;;ㅁ;; 큰 충격 받았다는 뜻일 수 있고... 이아니 무슨 일 있었던 거야..햄보카자..,,,,,,,,,,
소년이 기어이 맥주를 집어드는 걸 보고 이런, 하고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정작 얼굴은 태평하기 그지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설마 정말로 캔을 따서 그대로 바닥에 쏟아 버릴 심산은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심히 가슴아픈 일이었다. 저 맥주도 분명 누군가에게 맛있게 먹히고 싶었을... 이런, 피곤하니까 생각이 이상한 데로 가는군.
허리를 숙여 소년이 옆으로 던져 버린 음식을 챙겼다. 소년이 보기에는 별 구미가 당기지 않을지도 모르나, 이래봬도 그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나 다름없었다. 봉지 없이 무작정 물건을 주워모은 탓에 두 팔이 묵직했다. 이래서야 손이 묶여서 맥주를 구출할 수도 없다.
"마실 겁니까?"
어설프게 팔에 안은 것들을 갈무리하며 물었다. 맥주에게는 이미 마음 속으로 안녕을 고한 뒤였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제 맥주고 뭐고 상관 없으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아차, 우유병 떨어뜨릴 뻔했다.
마실 겁니까? ...이렇게 되면 마시는 선택지는 한쪽으로 미루어야 할지 모르겠다. 소년은 의식하지 못한 사고 흐름이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려 들수록 예상을 가뜩 벗어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적어도 소년의 마음이므로 말이다. 그렇다면 버리는 선택지도 그닥 효과 없을지도 모른다, 무의식으로 반신반의하며 소년은 남자를 노려보았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따개가 딸각, 딸각 소리를 연달아 냈다.
"마시면 어쩌려고?"
반항기를 가득 담아 되물었다. 딸각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그쳤다. 그가 남자의 시간을 뺏고 있고 남자는 돌아가려는 마음이 절실하리라는 예상은 간단한 만큼 충분히 가능했으나 알 바가 아니었다. 자존심도 나름대로 문제였고 가능한 한 상대를 불쾌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계획과 대책이 없다는 점이 작디작은 흠일 뿐이다. 즉 미숙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그것이야 역시 알 바도 아니었다.
//으 아ㅏ아앙ㄱ 늦은 답레와 함께 갱신이야........ 월요일은 역시 너무 피곤하네;^;
방금 전까지는 금방이라도 캔을 따버릴 것처럼 굴더니, 이제는 또 마시면 어쩔 거냔다. 이쪽이야말로 묻고 싶다. 남의 맥주를 가지고 대체 어떡할 셈이냐고. 이제는 마시든 버리든 아니면 돌려주든 상관 없으니 빨리 결정을 내려 주면 좋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그가 이걸 그대로 말할수록 소년이 반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아직 깨닫지 못한 상태였다.
"마시면 제가 슬퍼하겠죠?"
태연한 얼굴로 제정신이 아닌 말을 내뱉는 것도 이쯤 되면 재주다. 그것도 심지어 제법 진지하게 내놓은 답변이었다. 거짓은 없었다. 다만 저게 서른 살 먹은 사람이 십 대 꼬마한테 할 말이냐는 게 문제지.
씨발, 저건 또 무슨 소리래. 마시면 슬퍼하겠다니 무슨 애새끼 설득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소년은 본인이 엄밀히 '애새끼'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무시해버린 듯하다. 해당 개념이 가진 범위를 잠깐 유아 정도로 좁힌 것일 수도 있고. 어느 쪽이건 제멋대로다. 크게나 작게나 아무튼 기분 거슬린 소년은 그 발언이 어른이 아이에게 할 말인지는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판별하기엔 명백하게 선 기준이 없기도 했다.) 남자는 어느 이유에선지 몹시 불쾌감을 주는 상대였고, '마시게요?' 하고 예사스럽게 물은 말은 소년의 짜증에 쐐기를 박았을 따름이다.
"씨발."
캔맥주가 남자의 무릎 즈음에 맞더니 이윽고 허무하게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더러운 것을 집어던지듯 남자에게 캔을 팽개친 소년이 화가 여전하다는 것을 과시하듯 봉지도 곁에 아무렇게 치워버렸다. 그리 큰 움직임은 아니라 가뜩 내용물이 흐트러지는 일은 없었는데(오히려 한두 가지 물건만 봉지에서 이탈했을 뿐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결국 마시는 것도 버리는 것도 소년은 실천 못한 셈이다. 충동적으로 행하는 일은 늘 이리 끝나기 십상이다.
"너나 마시든가, 개새끼야. 씨발 존나 기분 좆같게 하네..."
한숨을 쉬듯 씹어 뱉은 소년이 답답해 죽으려는 것처럼 후드 밑으로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여서, 얼마 가지 않아 잔뜩 성이 났을 뿐인 얼굴로 남자를 조용히 노려볼 따름이었다. 어찌 보면 호되게 혼난 어린아이가 보이는 반응 같기도 했는데, 남자가 그 발상까지 미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메랑 맞고(?) 있는 성 없는 성 다 내는 김케든.... 김케든답다 언젠가 해야지...:3(??
허무하게 바닥에 부딪혀 찌그러지는 것으로 맥주는 운명을 달리했다. 그나마 캔이 터지지 않았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바지와 신발에 온통 맥주가 튀었더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였을 터다. 방금 전 따지도 않은 맥주 하나를 떠나보낸 그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원래 맥주를 잃어보지 않은 자 말하지도 말... 아니, 뭐라는 거야 대체.
하여튼간에, 방금 자신이 한 말의 어느 특정 부분이 아무래도 소년의 심기를 제대로 거스른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가 말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간에, 그는 그저 조용히 봉지를 챙길 뿐이었다. 세상에 내게 호의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적의를 가진 사람 또한 반드시 존재한다. 일명 칠 대 삼의 법칙. 그는 고작 두 번 만난 사람의 적대에 펄쩍 뛰며 반응할 만큼 기력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드디어 묵직한 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는 그는, 진심이었다. 딱히 바닥에 나동그라진 맥주 값을 청구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더 지체했다가는 소년이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것들도 던지겠다고 마음먹을 위험도 있었고. 어쩌면 소년에게는 이 만남이 최악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나, 이 역시 잠깐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