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던 순간을 떠올리려니 상당히 힘드오. 그 당시의 모든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불분명하오. 기묘한 여러 감각들이 일시에 나를 사로잡았소. 그런 까닭에 나는 동시에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맡았소. 사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다양한 감각 작용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소. 조금씩 더 강렬해지는 빛이 신경을 압박해서 눈을 감아야 했던 기억이 떠오르오. 그렇게 눈을 감자 어둠이 몰려왔고,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소.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 눈을 떴고, 그때 내게 빛이 쏟아졌던 거였소.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中
고생하셨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새 일상은 벨리타가 저택에 없는 상황도 생각나고 그렇네요 🤔... 한나 통해 받은 편지가 있으니까 본가에서 벨리타 수도로 불러 자세한 얘기 들으려고 할 것 같고... 네가 안 오면 우리가 간다 식의 얘기 들었으면 벨리타가 갈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 헉 클리프 독백...! 엔딩 분기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구 그렇네요,, 과연 어떤 엔딩을 향해 가고 있는지 궁금하구,,,
‘달콤한 글씨를 완벽하게 곱씹고 편지에 더이상 미련이 남지 않으면 찢어서 날려 보냈다. 이 편지도 그렇게 했다. 그녀가 직접 만든 무언가를 찢는다는 게 꼭 자신을 찢는 것 같아 처음엔 어열로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잘게 쪼개진 종잇조각을 봐도 지금은 저 삑삑대는 새소리가 거슬릴 뿐이다.’
여행이 끝나고 저택으로 돌아갈 때 밟았던 숲길 쪽으로, 클리프가 걸음을 옮겼다. 예전에 찢어서 날려 보냈던 편지 조각을 찾을 심산이었다.
다정하지 못한 손은 수풀 이곳저곳을 파헤쳤다. 애꿎은 동물들은 저게 웬 괴물이냐며 나 살려라 도망갔다. 클리프는 쥐뿔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잠깐 저것들을 놀려주는 것보다는 조각 하나 더 찾는 게 이롭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클리프의 손이 이윽고 멈추었다. 얼마나 열심히 뒤진 건지 손의 바닥과 등에는 찔리고 긁힌 상처가 수두룩했다. 클리프는 상처를 대강 훑었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보통은 자신이 노력한 것에 비해 흡족한 결과를 얻지 못해서 한숨이라도 쉴 텐데… 텅 빈 손이 축 늘어졌다. 클리프는 나무에 몸을 기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편지를 다시 읽으면 뭐라도 나올 줄 알았니? 구름이 그렇게 말하며 클리프를 비웃었다. 하지만 클리프도 구름을 비웃었다. 그가 편지를 찾아보자고 마음먹은 이유는 뚜렷하게 없기 때문이었다. 나무에 둥지를 짓던 새는 비릿한 웃음의 클리프를 보자마자 송연해져 후루룩 날아갔다.
객.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클리프는 돌연 생각을 바꿔 자신의 처지를 가늠해 보았다. 가늠하는 건 생각보다 심오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열심히 사색에 빠지던 클리프는 결국 제풀에 지쳐 저택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대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멍해진 클리프는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휘청. 혼탁하던 정신이 바람이라도 맞은 것처럼 개운해졌다. 그래. 클리프의 발목에는 아직 낭떠러지가 온전히 존재한다.
클리프는 몸을 돌려 저택을 향해 엉금엉금 나아갔다. 미처 보지 못한 편지 부스러기가 그의 발에 밟혔다.
벨리타는 눈을 깜빡인다. 언제부턴가 삶이 눈 뜬 채 꾸는 나쁜 꿈 같았다. 깰 방법도 없는, 아주 지독한 꿈.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평화가 꿈처럼 느껴졌다. 아주 고요한 새벽이었다. 어둠은 벨벳 천처럼 모든 것을 덮고 있다. 벨리타는 그것을 덮고 눈만 깜빡인다. 저택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저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적막에 가까운 고요. 눈꺼풀을 움직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그러나 여전히 들리는 거라곤 멀리서 우는 풀벌레 소리가 전부. 벨리타는 천천히 이불을 걷어내고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킨다. 침대 위에 걸터앉아 창밖을 본다. 말끔히 정리된 정원이 보인다. 호란의 작품이다. 벨리타는 문득 이곳이 다시 사람 사는 곳처럼 변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어땠는가, 사람이 머물고 지내는 곳보다는 누군가를 유폐시킨 곳에 가까웠지. 혹은 거대한 무덤, 검은 칠 된 관. 벨리타는 견고한 정적을 발소리로 깨뜨렸다. 이따금 낡은 바닥이 내는 소리와 함께. 느리지만 규칙적인 걸음으로 움직이던 벨리타는 문득 다시 생각한다. 이상할 정도로 평온한 새벽이다. 꼭 아무도 없는 것처럼. ···그래, 꼭 다시 홀로 남은 것처럼.
벨리타는 다소 다급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아까의 평화는 여전히 벨리타에게 들러 붙어있다. 그것은 깨지지 않는다. 성큼성큼 걸어간 벨리타는 한나의 방문을 연다. 비어 있다.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다시 계단을 올라간 벨리타는 클리프가 있을—있어야 하는— 방을 찾았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창밖으로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정원은 난잡하다.
어느새 벨리타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있다. 손에는 촛불이 타고 있는 촛대 하나가 들려 있고. 벨리타는 그것을 던진다. 초가 구르며 바닥에, 늘어진 천에 불꽃을 옮긴다. 벨리타는 뒤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간다. 계단을 내려간다. 저택의 문을 열고 엉망인 정원을 가로질러 내달린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고, 또 달리고.
그리하여 벨리타는 사라졌다—, —는 결말로 끝이 났다면 좋았겠지만.
벨리타는 눈을 뜬다. 시야에 걸리는 건 익숙한 천장. 몇 번 눈을 깜빡이고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본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 보인다. 고개를 떨어뜨린 벨리타는 목구멍에서 치받는 걸 참지 못하고 뱉어낸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분간 안 되는 것이 입에 걸렸다.
7일까지 올리기가 목표였는데 몇 분 차이로 실패했네요 띠흑 🥲 원래 독백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요! 하지만 아주 귀중하고 소중하며 쓰고 읽는 사람이 즐거우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다익선... 클리프주 여유 있으신 때에 천천히 다음 일상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장마도 어김없이 지독하네요. 물폭탄이나 찜통 중 무조건 하나는 당첨이라니,, 😇 클리프주도 우산 잘 챙기시고 쾌적한 하루 되세요~!
벨리타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다. 무심하게 편지를 뜯는 벨리타의 표정과 달리, 한나의 표정은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 벨리타에게 편지를 전한 건 한나였다. 따라서 한나는 누가 벨리타에게 편지를 보냈는지 알고 있었다. 읽어볼 수 있는 일은 영영 없겠지만, 한나는 거기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지 대충은 짐작했다. ‘손님’에 대한 언급이 있겠지. ···아니, 시간이 꽤 흘렀으니 없을지도. 그때 벨리타와 눈이 마주쳤다. 한나는 편지에 클리프에 대한 내용이 있음을 직감했다. 벨리타는 조용히 한나를 바라보다 2층으로 올라갔다. 한나는 오히려 불안해졌다.
벨리타는 곧장 방으로 올라갔다. 침대 아래 대충 처박아놓은 가방을 끄집어내 보이는 옷부터 담았다.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분노가 끓었다가 차게 식었다. 다음으로 밀려오는 건 불안이다. 미동도 없이 자리를 잡은 불안은 벨리타의 손길을 급하고 거칠게 만들었다. 옷장 손잡이에 손등을 부딪혀 찌푸리기도 잠시, 급하게 몸을 돌린 벨리타가 다시 방을 나갔다. 가방은 여전히 입을 벌리고 있다.
“클리프!”
큰 보폭으로 걷는 벨리타가 클리프를 불렀다. 클리프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간 벨리타는 여전히 불안이 일렁이는 얼굴로 말했다.
조그만 거미가 저택 내부를 활보했다. 저택에 구경할 게 많은 것도 아닌데 8개 난 다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클리프는 그것을 가만히 응시했다. 집중하고 있으니 거미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미묘한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 소리는 유리를 밟을 때 더욱 미묘하게 들려 새까만 눈동자를 잡아끌었다.
결국 클리프는 손을 들어 조심조심 거미에게로 다가갔다. 커다란 손바닥이 거미를 그림자로 감쌌다. 하지만 압사는 발생하지 않았고,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거미는 허겁지겁 달아났다. 왜 이런 결과가 생긴 걸까? 아마도 그 이유는 클리프가 부름을 들었기 때문에.
"수도?"
클리프의 얼굴은 불안함이 곳곳을 기워버린 얼굴과 대조적이었다. 사실 대조적이라는 말도 부족했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긴가민가했으니. 어쨌든 클리프는 입술 끝에서부터 웃음기를 톡 터뜨렸다.
이 말을 믿어도 될까? 고개를 든 의심에 오래 눈길을 두진 못 했다. 시간이 없었다. 벨리타는 클리프와 눈을 맞춘다. 여전히 그가 뱉은 말이 진심인지 알 수 없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방으로 돌아간 벨리타는 엉성하게 싼 가방을 들고 계단을 내려간다.
“한나, 마차를 불러줘요.”
무심코 말을 뱉은 벨리타는 한나의 난감한 얼굴을 본다. 이런 곳에 부를 만한 마차가 있을 리 없지. 기차역까지는 걸어가야 했다. 그대로 나가려다 멈춰 선 벨리타가 한나에게 말했다.
“하루 이틀 정도 없을 거예요. 내가 필요한 일이 생가면··· 클리프가 대신하게 해요.”
넓은 보폭으로 걸어간 벨리타는 순식간에 저택을 빠져나갔다. “다녀오세요, 릭먼 씨!” 하는 한나의 외침이 멋쩍어질 만큼 빨리. 따지고 보면 저를 지켜보는 눈이 하나 줄어든 것인데, 어째 조금도 홀가분하지가 않다. 오히려 찜찜한 마음이 든다. 제가 쓴 편지가 벨리타를 수도로 몰아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모르쇠로 일관했어야지! 뒤늦게 곱씹으며 후회한 한나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면서 묻는 건지, 정말로 몰라서 묻는 건지. 어느 쪽이든 있을 법한 일이라—벨리타는 말이 없었고, 클리프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쉽사리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제 처지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지금 한나가 해야 하는 일은 하나였다. 적당한 웃음을 지으며, 적당한 대답을 골라 내놓는 것. 단, 무성의하지 않을 것.
“글쎄요…, 저도 자세하게는 듣지 못해서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어림짐작일 뿐, 벨리타에게 명확한 이유를 들은 적은 없으니까. 비록 그 짐작 속에 제 지분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해도, 그걸 말로 꺼내 실체화하는 것과 묻어두는 건 달랐다. 짧은 침묵이 지난 뒤, 한나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수도에 릭먼 씨 가족들이 계시는데… 그것 때문 아닐까요?”
클리프를 바라본 한나가 눈을 끔뻑였다. 머리를 스치는 의문 하나. 저 사람은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나?
그 시각, 벨리타는 걷는다. 불규칙하지만 빠른 걸음으로. 기차역을 향해 걷고, 또 걷고. 계속해서 걷는다.
클리프는 한나가 뱉어낸 말들을 대답으로 인정했다. 솔직히 인정하기 싫었지만, 저를 바라보고 있는 한나의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염증이 나서 그랬다. 붙박힌 시선이 끝내 맥아리 없이 떨어졌다. 자신이 남을 보는 건 괜찮지만 남이 자신을 볼 때 문득문득 거부감을 느끼는 클리프. 이상한 놈이었다.
......
인사를 까먹은 것처럼 클리프가 한나의 앞을 쌩! 지나갔다. 원래부터 대화 같은 건 한 적도 없다는 태도였다. 예의라면 달달 외운 것들로 빠삭할 클리프가 도대체 왜, 상대방이 무안해질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까. 그래도 아주 조금은 양심이랄 것이 남았는지 얼마 못 가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서 고질처럼 웃었다.
한나의 눈동자가 클리프를 따라 움직이다 멈췄다. 한나가 시선을 둔 곳은 그가 멈추리라 예상한 곳. 그러나 클리프는 멈추지 않고서 지나갔다. 한나의 시야에서 클리프가 완전히 사라진다. 처음부터 지나가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처럼. 먼저 말을 붙인 게 한나의 착각이라는 듯. 한나 역시 이대로 아무 일도 없던 척 지나가고 싶지만, 한나는 그럴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고개를 움직여 클리프를 본다. 웃고 있는 클리프를 보며 한나 역시 따라 웃는다. 내키지 않아도 묻어두고 웃는 것. 한나가 가장 잘 하는 일이었다.
*
벨리타는 마침내 기차역에 도착했다. 역 특유의 들뜬 소란 사이에서 벨리타만 고요히 침잠하는 듯하다. 엉망으로 자른 뒤로 자라기만 한 머리를 질끈 묶었다. 깔끔하진 않아도 방금 전보다는 나으리라 생각한다. 곧 뿌연 증기와 함께 기차가 들어오고, 벨리타는 가까워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수도로 가는 기차가 도착했다.
모두가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클리프는 벨리타가 없는 저택에서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사람 둘을 놀라게 하는 건 기본. 호란이 열심히 가꾸어둔 꽃을 몽땅 밟아버리거나 한나가 청소를 할 때 유리를 깨트리는 건 덤. 하나같이 사람을 피 말리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행동들이었다. 클리프가 이와 같은 난동을 부리고 있을 때 느꼈던 감정으로는 여러 개가 있다. 하지만 그 수는 너무 여럿이라 전부를 나열하기엔 벅차다. 그렇다고 일부만 나열하자니 안 그래도 꼬여버린 클리프의 심사를 더 비틀어버리게 된다. 결론! 클리프는 그냥 좆같이 굴었다.
*
클리프 씨는 최근 이상했다. 내가 정원에서 장시간 일을 하고 있으면 그 모습을 오랫동안 주시하다가 사라지기도 했고, 동서남북에서 난데없이 튀어나와 자꾸만 사람을 놀라게 했다. 여기까지는 나름 괜찮았다. 실내에서 일하시는 분은 어떨지 몰라도 결국엔 내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흔해져 버린 납작이 꽃과 풀. 아직 정원 대부분이 망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피해 규모가 불어날까 봐 조바심이 났다. 흉강이 답답했다. 이곳으로 올라와서 처음으로 고향이 보이는 꿈을 꾸기도 했다. 난 돌아가고 싶은 건가? 그렇다기엔 손에 든 화분을 빨리 옮겨 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단순히 지금의 상태를 피로라고 치부했다. 언제는 대놓고 클리프 씨에게 어디 불편하시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제가 이러는 게 처음이 아니거든요. 예전 기억을 되짚어 보고자 이러는 거예요. 물론 예전에는 좀 회까닥한 상태였고 지금은 맨정신이지만... 벨리타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이러고 있을게요. 괘념치 마세요!'
한나는 벨리타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생전 바라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해본 것이다. 그 이상한—이제 와 생각해보니 정말 이상했다.— 웃음을 보았을 때부터 예상해야 했던 일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한나는 제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 결론은 계속 같았다. 클리프는 이상하다. 확실히 이상해졌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나거나 서 있는 일로 한나를 놀라게 하는 일은 그런대로 넘길 수 있었다. 클리프는 한나가 예측할 수 있는 부류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건 너무하지 않은가. 치워도 치워도 끝이 나질 않았다. 하루가 이렇게 짧았나. 새삼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한나가 부지런히 쓸어내는 바닥에선 유리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참다못한 한나는 결국 한 소리하고 말았다. 호란에게말이다. 간식을 챙겨준다는 핑계로 호란에게 접근한 한나가 아주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클리프 씨가 이상해진 것 같지 않아요?”
*
수도에 도착한 벨리타는 피로감을 느꼈다.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한 걱정에서 기인한 피로도 클 테지만, 지금 느껴지는 건 마치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에게 찾아갈 법한 것이기도 했다. 벨리타는 제가 밀지 않아도 열리는 문으로 들어가 드디어 가족들을 마주했다. 벨리타는 버석하게 메마른 얼굴로 서 있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먼저 다가와 벨리타를 끌어안았다. 그제야 벨리타의 얼굴에 뒤늦은 슬픔이 번졌다. 어떠한 안도감 같은 것도 함께.
공감을 다분히 느낄 수 있는 말에 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지고 있던 꽃도 뒤로 제쳐두고 한나에게 대답했다. "그러니까요. 지독하게 이상해지셨어요." 항상 느렸던 호란의 말이 이번에는 유독 빨랐다. "사실 저번에 봤는데... 클리프 씨가 유리 깨트리는 거." 호란은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대응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하고 계세요?" 물음을 던진 호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저번에 대놓고 한 번 물어봤는데, 자기가 뭐 이러는 게 처음이 아니다. 예전 기억을 살려보려고 그러는 거다. 벨리타가 오기 전까지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쩌고저쩌고. 호란이 전에 있었던 얘기를 늘어놓았다. 힘없는 음성에 꽃이 시들대는 것 같았다.
‘지독하디’는 말에 웃음을 터뜨릴 뻔한 한나는 유리창 얘기가 나오자 진저리를 쳤다. 유리 조각은 쓸어도 쓸어도 계속 나왔다, 다 치웠나 하고 돌아보면 발아래로 무언가 밟혔고, 또 뒤돌아보면 바닥이 작은 유리 조각으로 반짝거렸다.
“아뇨. 도무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놓고 한숨을 쉰 한나가 호란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놓고 물었다는 게 아주 의외였기 때문이다. 잠자코 호란이 하는 말을 듣던 한나는 다시 한숨을 쉬고 말았다. 벨리타가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지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릭먼 씨가 올 때까지는 이렇게 지내야겠죠.”
역으로 놀라게 하는 방법도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괜히 자극해 더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리란 생각에 바로 던져버렸다. 한나는 그냥 참고 견디기로 했다. 영영 떠난 것도 아니고 벨리타는 곧 돌아올 테니. 휑한 창문을 잠깐 돌아본 한나가 착잡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요, 그 기억이라는 게, 무심코 말을 꺼낼 뻔했다. 황급히 입을 다문 한나가 평소처럼 웃었다.
*
벨리타는 엉망진창으로 자란 머리를 정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리당했다. 가방에 들어있던 볼품없이 낡은 옷은 버려지고, 깨끗한 새 옷이 빈자리를 채웠다. 식사는 매 끼니 벨리타에게 과한 양이 제공됐다. 절반 정도만 먹고 마는 벨리타에게 안타까운 눈길이 쏟아졌다. 날카로운 질문을 예상하고 온 벨리타는 오히려 그런 대우가 겸연쩍은 모양이었다. ‘손님’에 대한 말을 먼저 꺼내고 말았으니. 벨리타는 수도에 도착한 이틀째 저녁, 저택―정확히는 별장이었던 곳―의 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한나와 호란,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건조한 얼굴로 안정과 편안함에 대한 벨리타는 마지막에 클리프를 얘기했다. 예전 동료의 친척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동료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답과 함께 벨리타는 입을 다물었다. 벨리타에게 무언가 더 묻는 사람은 없었고, 저녁 식사는 침묵 속에 마무리됐다. 벨리타는 내일 오후 돌아갈 예정이다.
밤. 클리프는 오늘도 모든 계획을 마치고 만족스럽게 소파에 기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열진 않았지만 열린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에 닿았다. 잔뜩 짓이겨둔 풀에서 나오는 끈적끈적한 냄새도 같이 닿았다. 유쾌해진 클리프는 번순했다.
괴망한 클리프. 이런 짓을 벌여놓고도 사람과 괴물 사이에 선 클리프는 상상 하나를 해보았다. 만약 벨리타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기다림이 길어진다면? 가장 먼저 드는 예상은 그만큼 이곳이 망가지는 정도가 심해질 거라는 것. 호란과 한나가 골머리를 앓는 기간이 늘어날 거라는 것. 두 번째로 유쾌해진 클리프는 또 입술을 짓눌렀다. 그러다가 목을 긁었다.
턴테이블에 놓인 엘피가 클리프에 의해 재생되었다. 자고 있을 사람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다.
이게 자신이 예전에 그렇게 싫어하던 클래식이라니. 클리프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돌이켜보니 ‘예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습지 않은 게 하나도 없었다. 클리프는 왜 사람들이 추억을 기리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게 된 것 같았다. 재밌으니까.
클리프는 한동안 감상을 즐겼다. 하지만 변덕 탓에 엘피를 내동댕이쳐버리는 결말은 끝내 도래하고 말았다. 클리프가 낭떠러지애 대고 말하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중얼거렸다. 그냥 다 때려치울까.
그래도 클리프는 하루만 더 기다려보기로 한다. 어지러워진 이곳을 마주한 벨리타의 얼굴을 상상하며, 며칠만 더.
*
호란은 목에 붕대를 두른 클리프를 목격했다. 오늘은 또 어떤 해괴한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궁금하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질 듯한 한숨을 내쉰 호란이 삐걱삐걱 걸었다. 한나를 찾아냈을 때는 간략하게 응원만 건넸다.
한나가 피곤한 얼굴로 저택을 돌아다녔다. 빌어먹을 음악 소리 때문에 도무지 깊게 잠들 수가 없었다. 겨우 잠들었다 싶으면 노래가 들렸다. 잠에 들었다가도 중간중간 들리는 현악기 소리에 묘한 거슬림을 느끼며 깨어났다. 그야말로 불면의 밤이었다. 한나의 숙면 여부와는 무관하게 아침은 똑같이 찾아왔으므로, 한나는 일어나 일을 시작했다. 어제 치운 게 무색하게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쓸고 닦고 식사를 준비하고 다시 치우고… 호란의 응원에 덩달아 응원의 말을 건넨 뒤로는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클리프의 목에 붕대가 감겨있는 건 보았으나 너무 피로해 걱정하는 기색조차 내비치지 못했다. 한나가 길게 하품했다. 푹신한 곳만 있다면 어디든 누워 그냥 잠들고 싶었다. 그게 풀이 난 정원 바닥이라도.
*
벨리타는 다시 북부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벨리타의 걱정과는 다르게, 가족들은 벨리타가 다시 떠나기 직전 언제 돌아올 것인지만을 물었다. 그러나 벨리타는 그 하나뿐인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벨리타는 대답 대신 어색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 움직이기 시작한 기차 안에서 생각했지만, 벨리타는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벨리타는 제가 돌아가야 할 곳을 모른다.
호란이 자리를 비운 사이, 클리프가 풀 한 포기를 짓이기려고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생명 하나가 이승을 뜨려는 순간- 모든 행동을 멈춘 클리프는 저쪽에 보이는 인영 하나에게 시선을 갖다 바쳤다. 그리고 조금씩 걸어갔다. 진실에 도달하고 있는 사람처럼 기이한 표정이었다. 자신과 그 사람, 그러니까 벨리타가 가까워지고 난 뒤 클리프는 혼곤함을 게워내고 웃었다. 기다렸어요. 잠긴 목이 내는 소리는 무척이나 유약했다.
적당한 인사말을 끝낸 클리프가 벨리타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과연 그녀는 무슨 말을 내뱉을까?
역에서 내린 벨리타는 걸었다. 역에서는 마차를 부를 수 있었지만, 그냥 걸었다.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갈 때 걸었으니 돌아갈 때도 걷는 것뿐이다. 벨리타는 역 앞의 상가를 지나, 비교적 한산한 주택가를 지나, 숲에 도달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침엽수 가운데 놓인 흙길을 따라 걸었다. 서두르는 기색 없이, 일정한 속도로. 멀리서 익숙한 저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인영도 보였다. 벨리타는 더 서두르는 기색 없어 같은 속도로 걸어 클리프 앞에 섰다. 겨우 며칠 비웠을 뿐인데, 유리창 하나는 박살이 나 있고 군데군데 풀이 짓이겨진 흔적이 있었다. 조용히 주변을 둘러본 벨리타가 짧게 뱉었다.
“엉망이네.”
바닥에 가방을 내려둔 벨리타가 클리프를 본다. 기다렸다고 말했으니, 전처럼 아무 기억도 없는 건 아닐 테다.
그래도 불이나 물난리는 안 났는데. 클리프가 꾸물거리며 말했다. 정상인이 보기엔 괴상한 기준이었다.
"..."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 클리프가 멍하니 멈춰있었다. 탁한 시선이 벨리타를 삼키는 것 같기도, 바닥을 뒹구는 것 같기도 했다. 투박한 손이 바닥에 안착한 가방을 들었다. 클리프가 앞으로 갔다. '앞'이 저택과 반대 방향이라면 곤란했겠지만, 다행히도 클리프는 똑바로 저택의 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발걸음은 꽤 빠른 편이었다. 그렇다고 벨리타와 엄청난 거리를 일방적으로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저기 벨리타, 지금은 많이 피곤하죠?"
난데없는 질문. 뒷말이 생략된 것도 같다. 클리프의 입을 출구로 삼은 것은 하나같이 괴상하다. "부탁이..." 아주 작은 소리로 읊조렸다. 자신이 상대방의 질문에 온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깡그리 잊어먹은 모양이었다.
어디선가 풀냄새가 났다. 으깨진 풀냄새가. 잠시 서 있는 바닥을 본 벨리타가 나지막히 말했다.
“엉망은 엉망이야.”
침묵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의미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벨리타는 더 묻지 않았다. 클리프의 입에서 어떤 말이라도 나올까, 가만히 응시하다 저택을 향해 가는 클리프를 따라 걷기만 한 게 전부다. 몰아세우거나 어떤 답이라도 내놓을 때까지 묻지 않았다. 벨리타는 클리프에게서 무언가 억지로 얻어내는 걸 멈추기로 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질문으로 하다니. 이상한 일이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은 듣지 못하고 질문만 끝없이 쌓여가는 일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그를 저 좋을 대로 휘둘러—애초에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답을 받아내는 방법을 택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말해 봐.”
벨리타가 물었다. 클리프가 아주 작은 소리로 이야기했기에, 묻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다정했는지도 모른다.
가방을 든 손이 떨렸다. 클리프는 곧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을 인지하고 있는가? 인지하고 있어서 손이 떨리고 있는 거라면 그나마 나을 텐데, 안타깝게도 인지를 못 해서 떨리는 쪽일 것이다. 클리프가 황급히 최근의 일들을 돌이켜보았다. 벨리타에게 부탁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기 위해서였다. 찰나의 회상. 하지만 수확은 없다. '예전'이 또다시 우스워지고 말았다. 저 깊은 숲 어딘가에서 새의 비명과 함께 타버릴 듯한 음악이 들려왔다. 괴이한 클리프에게만.
"오른쪽 눈을,"
버리고 싶어요. 오른쪽 눈을 버리고 싶어요. 빼주세요. 파서 꺼내주세요. 안 될까요? 다시 짐가방이 땅바닥 위로 안착했다. 클리프는 숨도 안 쉬고 말하다가 미뤄두었던 호흡을 한꺼번에 끝냈다. 부탁을 직접 말하고 나서야 인지가 활달히 돌아갔다. 왜 이런 부탁을 했지?
"왜 그러냐면..."
이유를 설명하려는데 회의감이 드는 건 또 무슨 이유인가.
“그냥이요.”
그냥은 참 편하다.
“어제 직접 하려고 생각했지만, 제 몸이 완벽하게 제 것도 아니고, 제가 만든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나름의… 예의?”
당장이라도 뭔가 쏟아낼 것 같던 입은 꽤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다. 숨을 고르듯 서 있던 벨리타가 말했다.
“···그런 걸 예의라고 부를 순 없지, 클리프.”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감정을 최대한 죽이려 했지만, 일그러지는 표정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상식 범위 밖의 부탁이었다. 이유마저도 이해할 수 없다. 눈 하나를 없애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 있다고. 벨리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사실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벨리타는 클리프를 바라본다.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눈가를 살핀다.
“듣는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명확하게 얘기해.”
다정하기보다 집착적인 어조다. 내키든 내키지 않든, 벨리타는 이 말도 안 되는 부탁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아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눈 하나가 없어진 채로 나타날지도—혹은 사라질지도— 모를 노릇이니.
클리프가 눈가를 더듬었다. “좀 더 일찍 없앴다면 좋았을걸. 예전에 이상한 거 보고선 헛소리하고 그랬으니까…” 혼잣말인 듯 입 앞에 둥그렇게 만 손을 가져다 대고 얘기했다. 요즘의 클리프는 옛적의 일이 주 관심사인가보다. 그렇지만, 뭐가 어찌 됐든, 벨리타가 클리프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헛소리로 받아들인다면 소용이 없다. 이 얘기 또한 공염불로 취급될 테니.
“…안 믿으실 거죠?”
퍼뜩 겁이라도 난 건지 클리프는 그렇게 물어버렸다. 자신이 원치 않는 상황을 미리 그리고 있으면, 그 상황이 닥쳤을 때 마음은 덜 무거워질 수 있으니까. 나름 사람다운 도피, 또는 대처였다.
“저 같아도 안 믿어요.”
집착이 묻어나는 어조와 다르게 클리프의 말은 조금 답답했다. 클리프는 만약 자신이라도 믿지 않을 말을 상대가 신뢰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클리프가 마침내 입을 멈췄다. 클리프의 속은 바빴다. 벨리타가 어떻게 아픈지 질문을 해온다면 구체적으로 대답할 내용을 계획하고 있어 바빴다. 옛날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증상과 아픔의 정도를 세세하게- 언제부터 그랬던 것인지, 잠자코 있던 병이 오늘에 이르러 다시 시작된 것인지 뭔지- 클리프가 멋대로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하지만 얘기를 다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아! 그녀의 납득을 위해.
벨리타는 다 내던지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다. 눈이 아프다는 말도 끔찍했지만, 믿지 않을 거라 예상하는 물음도 그만큼이나 끔찍했다. 잠시나마 느꼈던 안정감이 신기루처럼 손안에서 사라져간다. 아니, 그런 걸 느꼈다고 생각한 게 착각일까. 벨리타가 이마를 짚었다.
“안 믿는 게 아니라, 아프다고 눈을 없애는 게 말이 안 돼.”
클리프가 하는 생각의 흐름을 도통 따라갈 수가 없다. 옛날과 눈의 통증과 눈을 파서 버리는 행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지. 사실은, 알고 싶지 않았다. 요구에 정당성이 생겨버리면 벨리타는 어쩔 수 없이 그걸 들어줄 수밖에 없다.
“보통은 치료 받을 생각을 해. 눈을 버리는 과정도 고통스러울 거야.”
고통은 비단 클리프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벨리타에게도 끔찍한 일을 다시 행해야 하는 고통이 따라오는 것이다.
클리프는 세 번씩이나 똑같은 높낮이로 괜찮다고 말했다. 다 덮어두고 말하는 ‘괜찮다’는 쉬운 것도 아니고 세 번 정도면 많이 말한 것이니 괜찮다는 말은 여기서 끝이 날 줄 알았다. (나야 했다) 하지만 클리프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괜찮다는 소리를 했다. 언제? 벨리타가 클리프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는 그 순간에. 이 괜찮다는 말은 이전과 다르게 공백도 있었고, 높낮이도 상이했다.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쉬세요.”
본인이 피로감을 더 짓눌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까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막막레 사실 그짓말인지 사실인지는 내가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어! (무책임한엄지척) ㅋ ㅋ ㅋ ㅋ ㅋ ㅋ.. 클리프는 이렇게 굴려야 되더라구! 👍(다음에는꼭평범한캐를굴리자)🙂 싱..긋.. 미래의 내가 알아서 정리해주겟지 모.. 지금 와서 말하지만 벨리타가 돌아가야 할 곳을 모른다는 내용 보고 쪼꼼.. 슬펐어.. 🧂🧂 예전에 버튼 눌렸던 벨리타의 모습도 흐릿하게 생각이 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