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4314> [1:1] 이방인 :: 750

◆QuMdEQJ6Kc

2020-11-27 14:16:18 - 2021-11-16 20:00:54

0 ◆QuMdEQJ6Kc (/Kr4cbM/Pk)

2020-11-27 (불탄다..!) 14:16:18

내가 태어나던 순간을 떠올리려니 상당히 힘드오. 그 당시의 모든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불분명하오. 기묘한 여러 감각들이 일시에 나를 사로잡았소. 그런 까닭에 나는 동시에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맡았소. 사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다양한 감각 작용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소. 조금씩 더 강렬해지는 빛이 신경을 압박해서 눈을 감아야 했던 기억이 떠오르오. 그렇게 눈을 감자 어둠이 몰려왔고,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소.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 눈을 떴고, 그때 내게 빛이 쏟아졌던 거였소.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中


>>1 벨리타 릭먼 Belita Rickman
>>2 클리프 Cliff

461 벨리타주 ◆QuMdEQJ6Kc (3/JeVzX5QE)

2021-04-30 (불탄다..!) 23:16:41

호란이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 다 착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벨리타랑 한나... 으응... 🥲

462 클리프주 ◆oSnT.Ehang (dS6xS8dkZc)

2021-04-30 (불탄다..!) 23:23:10

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쓰면서 얘가 원래 좀 기여운 맛이 있었나?? 싶었엉.. 뭐 깜찍하면 좋지!!!! ...벨리타랑 한나.... 나도 으응... ㅋㅋㅋ ㅠㅠㅠ..

클리프가 호란이 발 걸었을 때는 아마 클리프가 얌체처럼 사과를 빨리 해서 착하다고 생각했을 것!

463 클리프주 ◆oSnT.Ehang (dS6xS8dkZc)

2021-04-30 (불탄다..!) 23:24:21

(벨리타랑한나는 안 착해도 갠찮아 다 뿌셔버리면 돼!!)

464 벨리타주 ◆QuMdEQJ6Kc (3/JeVzX5QE)

2021-04-30 (불탄다..!) 23:28:06

귀여운 건 언제나 옳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서 가장 티끌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ㅋㅋㅋㅋㅋ 정원정리 끝내고 하는 일도 무해하구 🥲💚
아 ㅋㅋㅋㅋㅋㅋ 호란이 정말 꼬인 데 없이 선한 친구네요 ㅋㅋㅋㅋ 사과했다구 바로 착한 사람으로 생각하다니...! 과연 이 집이 좀 이상하다는 걸 언제쯤 눈치챌까도 관전 포인트겠는걸요 🤔

465 벨리타주 ◆QuMdEQJ6Kc (3/JeVzX5QE)

2021-04-30 (불탄다..!) 23:31:07

(사실 다 안 착해도 돼요 사람이 어떻게 착하게만 살어! 얘들아 손해보지 말구 즐겁게 살아라...!)

466 클리프주 ◆oSnT.Ehang (dS6xS8dkZc)

2021-04-30 (불탄다..!) 23:33:49

그러겡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계속 살아가도 문뜩문뜩 초반의 쌔한 느낌은 계속 기억할 것 같다!! 음 벨리타가 뭐 허점같은 걸 보이거나 클리프가 괜히 입만 안 털면ㅠㅠ.. 한나는 몰라도 호란은 진짜 걍 정원사로 살다가 죽을 것 같넹.. 🌱🌱

467 클리프주 ◆oSnT.Ehang (dS6xS8dkZc)

2021-04-30 (불탄다..!) 23:34:14

>>465 너무나도 맞는 말 🤘🤘🤘

468 벨리타주 ◆QuMdEQJ6Kc (3/JeVzX5QE)

2021-04-30 (불탄다..!) 23:37:45

호란이 뼛속까지 멋진 정원사... 노동의 가치를 알고 열심히 일하는 당신의 땀방울을 존경합니다 🥺👏👏👏
호란이 눈치채냐 안 채냐는 벨리타랑 클리프한테 달렸네요 ㅋㅋㅋㅋㅋㅋ 한나는... 어느 쪽으로 붙을지, 아님 누구의 편도 아닌 채로 남을지 진행하다보면 결정될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많은 돈을 원하는 노동자입니다...

469 클리프주 ◆oSnT.Ehang (dS6xS8dkZc)

2021-04-30 (불탄다..!) 23:44:52

ㅋㅋㅋㅋㅋㅋ 고백할 게 있는데... 난 가끔씩..,,, 한나가 노조를 만드는 걸 상상해... ㅋㅋㅋㅋㅋㅋ ㅠㅠㅠ ㅋ ㅋㅋ ㅋㅋㅋㅋ 진짜 조금이라도 의를 저버리는 일이 있으면 바로 그냥.....! 실행. 한나한테 일확천금을 안겨주고 싶당 💰

생각을해봤는데 역극 스타트를 한나나 호란이 벨클의 비밀을 알게 되는 걸로 시작해도 갠찮을 것 같아!! (넘 빠른가...? 아직 못 한 과거도 많으니까 그거 먼저 해도 되고 아님 잠깐 평화롭게 넷을 굴리는 걸 먼저 해도 될 것 같당... 이방인에서는 희귀한 평화의 시간.)

470 클리프주 ◆oSnT.Ehang (dS6xS8dkZc)

2021-04-30 (불탄다..!) 23:46:28

아 그리구 이건 좀 장기적이고 나중의 일이기도 한데 참치에서 이렇게 잘 맞는 사람 만나기가 넘 어려워서ㅠㅠ.. 혹시나 이방인 끝나고도 새로운 소재가 있으면 언제나 연락 조! 📞

471 벨리타주 ◆QuMdEQJ6Kc (3/JeVzX5QE)

2021-04-30 (불탄다..!) 23:48:4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의외로 가능성 높아서 웃겨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정의보다는 자기 이익에 민감한 친구지만... 정의와 이익이 직결된다면 정의의 사도가 될 수도 있겠는걸요 🤔
앗 그것도 괜찮네요! 과거랑 평화는 잠깐씩 시점 옮겨서 해도 되니까 오랜만에 시작을 빵 터지는 사건으로 하는 것도 좋아보여요. 아앗,, 희귀한 평화 🥲 ㅋㅋㅋㅋ 평화가 AU처럼 되어버렸네요......

472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00:07:36

그래서 그런가 항상 한나 하면은 억울한 표정이 생각나네!! ㅋㅋㅋㅋㅋ 🥲
앗 괜찮다니 다행이야~!! 한나랑 호란이 중에 알아차리는 걸 한 명으로만 정하면 한나가 어떨까 싶은데.. 🤔 만약 한나가 호란이한테 말하거나 아니면 호란이도 어찌저찌 해서 둘다 알게된 방향으로 해도 갠찮을 것 같당

473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00:08:12

이방인.. 평화 AU! 가치가 높다ㅠㅠ ㅋㅋㅋㅋㅋ..

474 벨리타주 ◆QuMdEQJ6Kc (tjWRKclyWc)

2021-05-01 (파란날) 00:13:52

저도 둘 중에 한 명이면 한나가 알아채는 게 빠를 것 같아요! 문이 덜 잠겨서 클리프가 만들어진 방을 보게 됐다는 식이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싶구... 한나 입장에서는 청소 목적으로도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
한나가 알게 되면 아마 호란이한테는 말 안 할 것 같고... 벨리타나 클리프한테도 들키지 않는 이상은 아무 말 안 할 것 같네요. 이게 언제 자기한테 유리하게 작용할지 모르니까...! 때를 노리는 맹수처럼 🐯🦁🐻

475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00:22:14

맹수 임티 넘 기엽다.. 🐯🦁🐻 좋아좋아! 그럼 선레를 어떻게 잡을까? 바로 한나가 들어가는 걸로 생각해봤는데 때노맹이 된다면.. 너무 쓸 게 없어질까 싶기도 하고.. 나머지 셋 중에 아무나 잠깐 나오는 게 나을까? 🤔🤔🤔🤔

476 벨리타주 ◆QuMdEQJ6Kc (tjWRKclyWc)

2021-05-01 (파란날) 00:27:54

아무나 한 명 잠깐 등장해서 한나랑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아니면 지난 번에 클리프가 방 발견했을 때처럼 다른 두 명이서 대화하고 한나가 방 둘러봐도 되겠구요. 또 멀리서 누가 보고 있는 무시무시한 상황도 좋구요 ㅋㅋㅋㅋㅋㅋ
저 일단 이것저것 던져두고 자러 가볼게요...! 클리프주 다시 한 번 고생 많으셨구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477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00:31:05

역시 이것저것 연결하고 생각하다 보면 다양하고 재밌는 상황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 벨리타주도 4월 넘 고생 많았어!! 💙🖤 좋은밤!!

478 벨리타주 ◆QuMdEQJ6Kc (tjWRKclyWc)

2021-05-01 (파란날) 16:43:05

집단지성의 힘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전 역시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는 같이 얘기나눌 때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 같아요. 늘 함께 이야기해주시는 클리프주께 감사를 전합니다 🥰
저는 다른 두 명이 대화하는 중에 한나가 방을 둘러보거나 누군가 지켜보는 상황이 좋은데, 만약에 누가 본다면 그게 벨리타는 아니었음 하고 있어요. 벨리타에게 들키면... 한나는...... 🥲

479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19:44:05

벨리타한테 들키면 상황이 너무 와장창이려나..? ㅋㅋㅋㅋㅋㅋㅋㅠㅠ... 만약 그렇게 되면 한나는 어떻게 돼? 😥😥😥

역시 머리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 음 그러면 클리프가 지켜보는 걸로 할까? 앗 한나가 비밀을 알고 바로 클리프 보면 충격이 상당하겠는데 ㅋㅋ ㅠㅠㅠ..

480 벨리타주 ◆QuMdEQJ6Kc (tjWRKclyWc)

2021-05-01 (파란날) 21:19:42

처음에는 쫓아낼 것 같았는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까 나갈지 있을지 정하라고 할 것 같네요 🤔... 어차피 네가 알고 있는 거 말해봤자 누가 믿겠냐고, 나가서 떠들면 미친 사람 취급이나 받을 거라고... 협박식으로... 선택권은 주는데 결국은 남게 만드는 식으로 둘 듯해요 😇
클리프가 보는 것도 좋아요! ㅋㅋㅋㅋㅋ 좀 이상한 사람이다 생각하긴 했는데 이쪽으론 상상도 못해서 놀라긴 하겠네요... 한나의 우당탕탕 근로일기...

481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21:28:17

헉 그렇구나.. 뭔가 그 얘기를 들으니까 한나 벨리타가 보고 싶어지넹... 뭔가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한나가 비밀을 알고 벨리타가 그걸 지켜보고 다른 쪽에서 호란이랑 클맆이 대화하는 걸로 갠찮을까!? 👥🗣

482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21:29:21

우당탕탕 근로일기 ㅋㅋㅋ큐ㅠㅠ.. 오늘도 노조에 성큼, .

483 벨리타주 ◆QuMdEQJ6Kc (tjWRKclyWc)

2021-05-01 (파란날) 22:05:03

앗 좋아요! 저희가 각자 캐릭터 굴리는 거니까 선레 여부 굳이 안 정하고 써지는대로 올려도 되겠는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나야 근무환경이 이래서 미안해... 고용주가 이래서 미안해...! 🥲🥲

484 클리프주 ◆oSnT.Ehang (TQjgPBWcwg)

2021-05-01 (파란날) 22:39:33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덩달아 미안해지네... 💰💰💰💰
그러면 각자 템포대로 하는 걸루! 좋은밤 보내 벨리타주~! 🌱

485 벨리타주 ◆QuMdEQJ6Kc (tjWRKclyWc)

2021-05-01 (파란날) 23:00:48

근데 사실 전 이런 거 좋아해요~! 😇 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레스 몇 개로 나눠서 올리려고 해요. 혼자 일상 굴리는 것처럼 ㅋㅋㅋㅋㅋ 완성되는대로 차례차례 올려볼게요! 클리프주도 편하게 올려주시구요, 좋은 밤 되세요~ 🌙⭐️✨

486 작고 가벼운 발걸음이 안으로, 안으로. (FpU5GTaqk2)

2021-05-02 (내일 월요일) 19:25:28

한나가 스스로 저지른 실수 중 가장 큰 것을 고른다면 그날 그 방에 들어간 것을 고를지도 모른다.

*

한나는 바닥을 쓸다가 문득 늘 잠겨있던 문이 아주 조금 열려있는 것을 본다. 관심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틈은 꼭 운명처럼 한나의 시선에 걸렸다. 그래, 운명처럼. 한나는 조용한 걸음으로 문 앞까지 다가선다. 이 집은 이상하다. ‘손님’으로 칭해진 사람은 도무지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애초부터 손님인 적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꼭 금지된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한나는 낡은 문의 어딘가가 고장 난 것 같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어쩌면 저 안에 정체 모를 이상함의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벨리타가 2층에 올라간 지 얼마 안 되었다. 보통 한두 시간 정도는 있다가 내려오니, 한나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한나는 잠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선다. 위는 잠잠하다. 무언가를 바쁘게 찾는 소리도, 서두르는 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나는 문을 향해 손을 뻗는다. 삐걱거리는 문이 열린다.

어둡고 침침한 방이었다. 빛이라곤 작은 창에서 들어오는 것이 전부.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으나 위로 쌓인 먼지는 버려진 공간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날카로운 것 위로, 원래는 은색으로 반짝였을 것 위로 쌓인 뿌연 먼지를 손으로 훑어본다. 회색 먼지가 묻어난 걸 털어내고서, 한나는 책장을 본다. 몇 권을 꺼내보던 한나는 열린 틈을 발견했을 때처럼, 아주 조금 더 나와 있는 노트를 한 권 발견한다. 어두운 붉은색의 표지는 군데군데 젖은 흔적이 있었다. 그걸 빼 든 한나는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긴다.

*

아,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인데.

487 찬 바람 ① (iQnTveGAe.)

2021-05-03 (모두 수고..) 11:49:45

“바람이 차요.”

쭈그려 앉아있는 호란에게 클리프가 걱정을 내비쳤다.

“걱정 감사합니다. 그래도 좀 적응이 된 것 같아요.”

호란은 자신의 위로 드리운 그림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게 솟아난 이파리를 만지작거렸다. 전에는 몇 분마다 손을 비비고 더운 숨을 불어 조금이라도 열을 끌어올리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다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 적응이 됐다는 건 사실이 맞았다.

“잘됐네요.”

항상 웃는 얼굴. 호란의 시선은 이파리에 고정돼 있었지만 클리프의 표정은 쉽게 추측했다. 클리프는 자신에게 오는 시선이 없자 심술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찰나의 감정 탓에 나무껍질을 하나씩 긁어서 뗐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다섯 번은 들렸을까, 고개 하나가 돌아갔다. 추측대로 클리프는 웃는 낯이었다. 언제부터 웃고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호란은 전에 어디서 왔다 그랬죠?”

“아, 동쪽 섬이요.”

클리프가 자신의 손에 나무껍질을 더 모았다. 호란은 그 행위의 연유를 알 수가 없어 똥그란 눈을 껌뻑거리기만 했다. 벌레라도 있는 것인가?

“궁금한 거라도 있으세요?”

예의 바른 질문에 대답으로 나온 것은 끄덕이는 고개. 도대체 클리프는 호란이 나고 자란 섬이 왜, 뭐가 궁금하다고 저러는 걸까. 호란은 그가 질문하기를 기다리는 동안 껍질이 야금야금 벗겨지고 있는 나무를 살폈다. 확실히 박피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는 있었지만 클리프는 생뚱맞은 부분을 긁어내고 있었다. 곧 그의 손에 모였던 껍질이 떨어지고, 캄캄한 입이 열렸다. 제가 예전에 밖으로 많이 돌았거든요.

488 낡은 문이 열린다. (smR/XiXB3.)

2021-05-03 (모두 수고..) 13:48:08

벨리타는 계단을 올라간다. 이따금 삐걱대는 소리를 내는 계단을. 한나는 아래에서 느리게 바닥을 쓸고 있었다. 한동안 청소가 이어질 것이다. 벨리타는 이런 오후를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모두에게 정해진 역할이 있는 것처럼, 고요하게 제 할 일을 해나가는 시간. 2층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은 이제 말끔한 모습이었다. 홀로 차가운 나무만이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어색하다. 벨리타는 그 나무에서 파생된 생각 몇몇을 더듬는다. 그러다 돌연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생각이 길어지기 전에 걸음을 옮긴다. 벨리타가 향한 곳은 서재였다. 더는 읽어야 하는 것도, 읽고 싶은 것도 없는데 벨리타는 자꾸만 서재로 갔다. 테이블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과거를 생각했다. 그 시절은 이상할 정도로 눈이 부시다. 삶에서 겪을 수 있는 행복의 총량을 그때 모조리 받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다음으로는 미래를 생각했다. 그것은 이상할 정도로 까맣다. 단순한 어두움보다는 공허에 가깝다.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나중의 일이라지만, 기이할 정도로 손에 걸리는 것이 없다.
불안한가. 벨리타는 스스로 묻는다. 불안하다. 그러나 그런 불안이 특별한 건 아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 벨리타는 서재를 나선다. 고요한 복도를 지나 제 방문을 연다. 한 번 둘러보고선 걸었던 길을 되돌아간다. 다시 계단을 밟는다. 이따금 낡은 소리를 뱉는 계단을. 마지막 계단이 유독 삐걱거린다는 생각을 하며, 벨리타는 1층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작게 열린 문틈을 발견한다. 관심이 없다면 지나칠 정도였지만, 벨리타는 누구보다 그 공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언제부터? 왜? 문 앞에 선 벨리타가 손잡이를 당긴다. 벨리타는 천천히 다가오는 불안의 그림자를 예감한다.

489 문답 ② (iQnTveGAe.)

2021-05-03 (모두 수고..) 23:16:47

껍데기가 바람에 밀려 휭 날아갔다. 본디의 운명이라면 나무에 찰싹 달라붙어 있을 것들이 웬 말썽꾼 탓에 피해를 보니, 안타까웠다.
호란은 날아가버린 억울한 피해자들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방대하고 엄청난 피해를 준 것도 아닐뿐더러 누구나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니 굳이 대화의 주제를 틀지 않았다. 그가 지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제 이야기였다.

“제가 살았던 데를 아세요?”

밖으로 많이 돌았다는 건 오랫동안 여행이라도 했다는 것인가? 우리 섬에 방문했었나?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아닌데. 호란의 말 못지않게 느릿느릿한 생각이 원을 그리며 돌았다.
클리프가 샐쭉거렸다. 둘의 대화는 의미 없는 문답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적어도 잠깐의 흥취가 되었다. 그렇다고 최고의 대화는 아니다. 하지만 최악도 아니다. 그냥저냥 차악 정도. 이 기준은 매일매일 바뀐다. 괴물에게 보편적인 잣대가 중요하면 얼마나 중요하다고.
차악의 대화를 만끽하고 있는 클리프는 사실 호란의 고향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지금까지 들러본 섬의 정보들을 합해 보편적인 특징을 만들어서 정말 가본 것처럼 말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실없는 행동이다. 그리고 거짓말은 좋지 못한 것이다! 클리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 그럴 만해요. 엄청 작아서.”

다시 호란은 이파리에 신경 썼다.

490 클리프주 ◆oSnT.Ehang (iQnTveGAe.)

2021-05-03 (모두 수고..) 23:18:18

쓰다가 생각났는데 뭔가 나중에 저택 근처에서 시신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

491 문이 열렸다. (8QofK3b9QQ)

2021-05-04 (FIRE!) 13:21:47

한나는 노트에 적힌 내용을 보며 얼굴을 찌푸린다. 일단 글씨가 엉망인 데다 내용도 엉망이었다. 몇몇 글자는 완전히 번져 알아볼 수 없었다. 읽기에 서툰 한나에겐 꽤 골치 아픈 기록이었다. 하지만 한나는 쉽사리 노트를 덮을 수 없었다. 여기에 무언가 있다. 분명히, 무언가가. 노트를 몇 장 넘겨본다. 엉망인 건 마찬가지다. 사람의 이름, 손, 팔, 눈, 이어지는 실패…… 괴물.

…….

말도 안 돼.

“한나.”

한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노트를 떨어뜨렸다. 이 상황이, 제 행동이 촌스러운 연극 같다고 생각했지만. 몸이 굳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벨리타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여기까지 치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을 텐데.”

문이 고장이 난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깜빡했어요. 핑곗거리는 많았으나 어떤 걸 대도 소용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나는 말을 잇지 못하다 입술을 꾹 깨물었다. 곧은 시선으로, 계속 한나를 바라보던 벨리타가 높낮이 없는 말투로 묻는다.

“그래서, 궁금한 건 알아냈어?”

한나는 벨리타와의 거리감이 순식간에 좁혀졌다고 느낀다. 줄곧 적당한 예의를 차린 말투를 쓰던 평소의 벨리타와 지금의 벨리타가 상당히 다르게 느껴졌던 탓이다. 그러나 거리가 줄었다는 게 언제나 긍정적인 것을 의미할까? 한나는 이 노트를 펴서는 안 됐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 애초에 이곳에 발을 들이지 말았다고 생각한다.

“아가씨, 아니, 릭먼 씨… 그게…”

한나는 애써 웃어보려 하지만 언제나 노력이 좋은 결과를 의미하진 않는다는 걸 대변하는지,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다. 말을 잇지 못하는 한나를 보던 벨리타가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바라본다.

“나가고 싶니?”

벨리타가 툭 던지듯 말했다. 시선은 어느새 한나를 향하고 있다. 한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다.

492 벨리타주 ◆QuMdEQJ6Kc (8QofK3b9QQ)

2021-05-04 (FIRE!) 13:22:46

헉 좋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 벨리타가 쓰고 남은(...?) 시신일 것인가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른 흔적일 것인가 🤭

493 클리프주 ◆oSnT.Ehang (cBGTQase62)

2021-05-05 (水) 19:25:03

언젠가 그거로 넷이서 굴리거나 아님 클벨만 해도 재밌을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

헉 한나 들켜버럈다 ㅠㅠㅠㅠㅠㅠㅠ........

494 클리프주 ◆oSnT.Ehang (cBGTQase62)

2021-05-05 (水) 19:26:12

혹시 한나랑 벨리타 얘기는 좀 많이 남았을까? 얼마 안 남았으면 호란이랑 클맆은 저렇게 싱숭생숭하게 끝내도 될 것 같아서!! ❤️‍🔥❤️‍🔥

495 벨리타주 ◆QuMdEQJ6Kc (97VpPv5pls)

2021-05-05 (水) 19:39:00

앗 ㅋㅋㅋㅋㅋ 좋아요! 넷이서 굴리면 호란이랑 한나한테는 공포로 장르가 바뀔까요 ㅋㅋㅋㅋㅋ 일상 목록에 추가해두겠습니다 🤗
한나랑 벨리타도 한 레스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96 문이 닫힌다. (kWO5/kPzW6)

2021-05-05 (水) 20:23:52

벨리타가 한 걸음 안쪽으로 들어서며 등 뒤로 문이 닫힌다. 이제 들어오는 빛이라곤 작게 난 창에서 흘러들어오는 것뿐이다. 길이 나듯 뻗은 빛 사이로 떠다니는 먼지가 보였다. 왠지 매캐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소독약 냄새와 함께.

“아니면 여기 이상한 것들이 있다고 떠들어대고 싶거나.”

벨리타가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시선은 은색으로 반짝이는 것에 잠깐 머물렀다가 다시 한나를 향했다.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눈을 뗄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한나는 태어나 처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입에 올려야 할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제야 한나는 제가 조금 떨고 있다는 걸 느낀다. 빛이 잘 들지 않아도 추운 곳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네 자유를 내가 어떻게 막겠어.”

벨리타가 느리게 눈을 깜빡인다. 벨리타는 조금 웃는다. 지금 막 손을 놓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선. 한나는 아니라는 말 대신 고개를 젓는다. 말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제 자유가 귀속되었다는 뜻인지 의미가 모호해진다. 벨리타는 개의치 않고 계속 떠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누가 믿을까. …너도 몰랐잖아. 상상조차 못한 일이잖아.”

벨리타 자신도 믿지 못 하는 얼굴이다. 미미한 웃음이 입가에 걸려있다. 얼핏 자조적인 기색이 스친다. 한나는 저를 빤히 바라보는 푸른 눈이 이상하게 빛이 난다 생각했다. 이전에 이런 눈을 본 적이 있다. 벨리타는 다소 기이하게 보일 정도로 뻣뻣하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연다.

“정리하고 나와요, 한나.”

말투만큼은 아주 다정했다. 다시 문이 닫히고, 혼자 남은 한나가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497 클리프주 ◆oSnT.Ehang (cBGTQase62)

2021-05-05 (水) 20:33:31

5월 첫 역극도 잘 마무리했다..! 👍🎸🎸🎸 한나.. 우네ㅠㅠ... ... ... ...

498 벨리타주 ◆QuMdEQJ6Kc (kWO5/kPzW6)

2021-05-05 (水) 20:48:00

아무리 눈치 빨라도 어리니까 무서웠을 것 같아요... 으이구 벨리타 결국 애를 울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도 고생하셨습니다 재밌었어요 ❤️‍🔥❤️‍🔥

499 클리프주 ◆oSnT.Ehang (cBGTQase62)

2021-05-05 (水) 22:35:01

한나.. 눈물 멈추는 시간은 빠른 편일까 느린 편일까......? 😢 벨리타주도 고생햇솨!!

500 벨리타주 ◆QuMdEQJ6Kc (kWO5/kPzW6)

2021-05-05 (水) 22:58:59

아주 오래 울진 않았을 거예요 정신차리고 나가야 하니까...! 한나 그래도 강하니까요...! 근데 왠지 클리프를 제대로 못 보고 벨리타는 당분간 조금 피할 것 같네요 🤔 벨리타는 무뚝뚝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무서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고, 클리프는 정말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501 클리프주 ◆oSnT.Ehang (cBGTQase62)

2021-05-05 (水) 23:32:27

앗 500이다!!

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한나 강하다.! 다음엔 한나랑 클리프 돌려도 재밌겠다 한나는 노잼이겠지만 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

502 벨리타주 ◆QuMdEQJ6Kc (kWO5/kPzW6)

2021-05-05 (水) 23:41:44

500 잘 먹었습니다 🙋🏻‍♀️

한나 생존력 강하니까요! 어디서든 잘 살아남을 사람... 무서워서 좀 울었고 여전히 무섭지만 곧 어디에 붙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나랑 클리프 조합 재밌겠어요! 둘이 대화하는 게 직접적으로 나온 건 한나가 맨 처음 왔을 때라... 다 알고나서 마주치는 건 어떨지 🤔

503 클리프주 ◆oSnT.Ehang (BxNGmySpIY)

2021-05-06 (거의 끝나감) 22:42:37

좋다 좋아!!!!! 그럼 다음 역극은 고걸루.. 👍👍 주말이나 금요일 밤 그쯤엥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쫀밤보내 벨리타주 ❤️‍🔥

504 벨리타주 ◆QuMdEQJ6Kc (MaspUFZ5ag)

2021-05-07 (불탄다..!) 20:54:54

한나랑 클리프로 새 일상 좋아요 👏👏👏 클리프주 이번 평일도 고생하셨습니다~!

505 클리프주 ◆oSnT.Ehang (aI1mmoE3s.)

2021-05-08 (파란날) 20:52:31

그러면 이번에두 한나-클리프 재밌게 굴려보자!! ❤️‍🔥 장소는 저택 안으로 하고 시간대는 새벽.. 어때!?

그리구 혹시 지금 계절감이 봄~ 여름 맞을까?

506 벨리타주 ◆QuMdEQJ6Kc (ona54CWd26)

2021-05-08 (파란날) 21:10:06

좋아요 ❤️‍🔥❤️‍🔥❤️‍🔥 저택 안이랑 시간대도 좋습니다! 계절감도 완벽하게 말씀해주셨어요 ☺️

507 클리프주 ◆oSnT.Ehang (AT6ZSpCrT.)

2021-05-09 (내일 월요일) 14:58:42

선레는 내가 천천히 써올게! 좋은 일욜 보내 🍀🍀🍀

508 벨리타주 ◆QuMdEQJ6Kc (lBYFDXDgqo)

2021-05-09 (내일 월요일) 17:22:55

앗 감사합니다...! 천천히 써주시구 클리프주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509 클리프—한나 (AT6ZSpCrT.)

2021-05-09 (내일 월요일) 18:50:24

눈이 일찍 떠진 클리프는 저택 안을 배회했다. 오전 5시는 되었을까? 깊은 잠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에게는 익숙한 시간대다. 사실 클리프는 깊은 잠을 맛보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만약 죽은 뒤에야 깊은 잠을 경험할 수 있다면? 비록 죽음을 시작으로 삼아 눈을 뜬 클리프지만 그것은 괴물에게도 미지의 것이니, 깊은 잠과 죽음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미뤄두기로 한다. 클리프가 계속해서 걸었다. “거베라. 모스플록스.” 언젠가 그녀에게 들었던 꽃 이름을 외우며. 그리고 인기척에 뒤를 돌아본다.

510 한나 - 클리프 (bqzrIjlZ4o)

2021-05-09 (내일 월요일) 19:34:20

깊게 잠드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침대에 걸터앉은 한나가 생각했다. 자다 깬 얼굴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꿈에서는 책이 쏟아졌다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는 손이 목을 졸랐다가, 가족들이 주저앉아 울었다가…… 무슨 꿈을 꾼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막연히 두려웠다.
벨리타와는 다시 평소의 거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따금 그녀가 한나를 훑듯 쳐다보는 일만 빼면. 기이한 평화였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지독한 불안이거나. 소매로 땀을 훔쳐낸 한나가 일어났다. 침대 프레임에서 낡은 나무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라도 쐴 작정이었다. 찬 바람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한나는 이곳에서 살아야 했다. 어디서든 살아남으려면 이곳을 견뎌내야 했다.
옷을 갈아입은 뒤, 문을 열고 주방으로 향하던 한나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존재가, 우두커니. 벨리타는 그를 괴물이라고 했다. 손님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클리프라고 했다. 숨죽이고 있던 한나는 그와 눈이 마주친 뒤에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

“왜 나와 계세요? 더 주무시지 않고요…….”

511 클리프주 ◆oSnT.Ehang (AT6ZSpCrT.)

2021-05-09 (내일 월요일) 20:03:07

아 맞당 혹시 벨리타가 한나 얘기 클리프한테 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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