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4314> [1:1] 이방인 :: 750

◆QuMdEQJ6Kc

2020-11-27 14:16:18 - 2021-11-16 20:00:54

0 ◆QuMdEQJ6Kc (/Kr4cbM/Pk)

2020-11-27 (불탄다..!) 14:16:18

내가 태어나던 순간을 떠올리려니 상당히 힘드오. 그 당시의 모든 사건들은 혼란스럽고 불분명하오. 기묘한 여러 감각들이 일시에 나를 사로잡았소. 그런 까닭에 나는 동시에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맡았소. 사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다양한 감각 작용을 구분할 줄 알게 되었소. 조금씩 더 강렬해지는 빛이 신경을 압박해서 눈을 감아야 했던 기억이 떠오르오. 그렇게 눈을 감자 어둠이 몰려왔고, 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소. 지금 생각해보니, 다시 눈을 떴고, 그때 내게 빛이 쏟아졌던 거였소.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中


>>1 벨리타 릭먼 Belita Rickman
>>2 클리프 Cliff

343 벨리타 - 호란 ◆QuMdEQJ6Kc (3lxdQcn7as)

2021-02-04 (거의 끝나감) 03:05:53

“다행이네요. 내가 모든 걸 소상히 살필 수는 없어 먼저 알아채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도 이전에 말했다시피, 개선을 요구하면 노력은 해볼 테니 너무 어렵게 생각은 말아요.”

너그러운 주인 같은 말을 뱉는 사람치곤 표정이 건조했다. 이따금 바삐 움직이는 눈동자 탓에 어딘가 쫓기는 듯한 기색을 비치기도 했으나 머무른 시간은 아주 잠시였기 때문에, 메마른 사람처럼 보이는 건 여전했다. 벨리타는 호란이 말한 문제의 나무로 눈을 돌렸다. 기억 속의 아름다운 정원에 이런 나무가 있었던가?

“…그냥 두기로 해요.”

뿌리에 가까운 부분부터 가지 끝까지 뜯어보듯 살핀 벨리타가 답했다.

“어울리진 않아도 희소성 하나만으로 가치가 올라가는 건 흔한 일이니까.”

제가 뱉은 말이지만, 참으로 우습다고 생각했다. 희소성이 언제나 높은 가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런 모습의 나무는 불행의 징후나 후유증처럼 여겨질 확률이 높았다. 그럼에도 벨리타가 굳이 이 나무를 남겨두기로 한 건, 이보다 이곳의 본질과 가까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히 공을 들일 필욘 없어요. 없애지 않고 남겨두는 거로 충분해요.”

벨리타가 천천히 손을 뻗어 나무 기둥에 손을 댔다. 가장 먼저 인지한 건 퍼석한 껍질이었고, 그 다음으론 다가오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냉기가 느껴졌다. 검고 차가우며, 때때로 죽음의 경계선 위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존재. 벨리타는 무의식적으로 클리프를 떠올렸다가, 이내 말끔하게 지워냈다.

“이왕 남겨두기로 했으니 죽지 않고 오래 버틴다면 더 좋고요.”

손을 떼어낸 벨리타가 호란에게 말했다. 손끝에 머물렀던 냉기는 꽤 오래 머무르고 있었다.

344 벨리타주 ◆QuMdEQJ6Kc (3lxdQcn7as)

2021-02-04 (거의 끝나감) 03:07:38

저 여태 이름칸 잘못 쓰고 있었네요...? 호란이 미안 🥲 저녁 맛있게 드셨다는 것도 tmi 얘기였다는 걸 이제 알았고... 여러모로 민망한 새벽입니다 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클맆주 좋은 꿈 꾸시고 내일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345 클리프주 ◆oSnT.Ehang (y4vhG8ozDk)

2021-02-04 (거의 끝나감) 13:08:26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 그럴수도있징!! ㅋㅋㅋㅋㅋ 벨리타주도 따땃한 하루~!~!~! 🌿

346 호란—벨리타 (8ovlllCqcI)

2021-02-05 (불탄다..!) 21:41:10

따뜻한 사람으로 느껴지는 말이었다. 하지만 건조한 표정이 떠오른 뒤엔 그냥 치레구나, 싶었다. 그냥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내비쳐야 하는 관심과 예의 중간쯤의 적정선이 지켜지는 말······. 지금 이 자리에 만약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딱딱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물론 그 생각에 공감은 가지 않았다. 따뜻하다고 형용할 수 있는 말을 듣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희소성, 네. 알겠습니다.”

그냥 두기로 하자는 말부터 남겨두는 거로 충분하다는 말까지 고개를 옅게 끄덕였다. 이 나무는 정말로 운이 좋았다. 지금 정원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모습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사라지는 운명을 면하다니. 일순 상대의 말로 그 가치가 조금이나마 올라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벨리타가 냉기의 잔해를 느끼고 있을 때쯤 호란은 따뜻한 색의 눈을 두세 번 깜빡이고 있었다. 그 차가움은 호란 본인도 잘 아는 것이었다. 시꺼먼 나무가 필사적으로 내뿜는, 아주아주 찬 기운. 음로를 연상케도 하는 나무를 숙람하고 있자니 어두운색의 타인 또한 떠올라버렸다.

“혹시, 클리프 씨와······”

어두운 사람. 이름의 발음조차 낯설었다. 분명 상대가 이 이름에 관하여 캐묻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 관심을 가지는 걸 기피하고 무언가 단단히 숨기려고 한다는 것 등등 모든 것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인지하고 있었고, 그 모든 것의 끝엔 겉으로 살짝살짝 보이는 초조함이 들러붙어 있다는 걸 잘 알았지만 이렇게 묻는 이유는......

“······아닙니다. 손님이라지만, 클리프 씨가 좋아하는 화초 같은 건 뭐가 있을지 물어도 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없었다. 멍청한 이유라도 대보라면 이전에 들었던 ‘호기심은 독이야.’라는 말에서의 호기심. 이마저도 일말. 결국 말끝을 모로 돌려 치레의 말을 뱉었다. 후회가 밀려온다.

347 벨리타 - 호란 ◆QuMdEQJ6Kc (VR/PCf6eIQ)

2021-02-07 (내일 월요일) 01:09:28

‘클리프’라는 이름이 호란의 입에서 나온 순간, 벨리타의 눈동자가 굴러 그를 향했다. 부자연스러운 끊김과 느린 속도 탓에 누군가 손으로 직접 굴리고 있다 해도 그럴듯하게 들릴 정도였다. 동시에 줄곧 건조하던 얼굴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다. 미세한 근육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표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는데, 눈가와 입가가 따로 노는 결과물은 어딘가 기이해 보였다. 설명서에 적힌 마지막 단계인 양 굳게 다물린 채 있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아.”

소리는 짧고 높낮이가 없었다. 기계적인 반응과 달리, 벨리타는 태어나 처음 보는 걸 갓 인지한 어린애처럼 뚫어지게 호란을 쳐다봤다. 이따금 한 번씩 깜빡이는 걸 제외한 움직임은 없었다. 내내 시야를 뿌옇게 가리던 막이 한 꺼풀 벗겨진 것 같다. 그래, 이런 것도 있었지. 일순 시선을 위로 돌리곤 웃음을 뱉었다.

“못 보던 거라면 뭐든 관심은 보이겠죠.”

잘 모르는 걸 대수롭지 않은 일을 대하듯 말했다. 지극히 사소해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듯이. 초조한 기색은 확실히 잦아든 태도였다.

“정 궁금하면 나중에 물어보고 전해줄까요. …뭐, 직접 묻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벨리타는 다시 주변을 넓게 둘러보았다. 아직 다른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엔 다시 호란을 보고 웃었다. 미소가 머문 시간은 역시 찰나였다.

348 클리프주 ◆oSnT.Ehang (L96EAvm9tw)

2021-02-08 (모두 수고..) 23:13:22

잠깐 들렸다 갈겡 좋은 밤이야 벨리타주!! 💙🖤

349 호란—벨리타 (L96EAvm9tw)

2021-02-08 (모두 수고..) 23:50:53

이곳에서 일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봄은 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고, 각자 다양한 목소리를 내던 이곳 정원은 염정히 노래했다. 이 저택에 발을 붙이고 있는 네 사람도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조금은 익숙해졌다 생각했지만, 대화와 행동이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했지만······. 지금 상대의 표정은 동떨어진 미지의 것처럼 기이했다. 등허리가 서늘하기까지 했다. 시꺼먼 나무의 냉기가 잠시 스며들었다 사라진 것도 같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지만 물어봐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분은 절 달갑게 여기시지 않는 것 같아서.

어딘가 엉성한 느낌의 이유를 붙였다. 왜 엉성한 느낌이 드는가 하면, 이유의 이유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란은 이유의 이유인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가에 대한 말을 하려고 하지도 않고 문장을 뚝 끝냈다.

350 벨리타 - 호란 ◆QuMdEQJ6Kc (hjmrzL73Ug)

2021-02-09 (FIRE!) 23:52:46

“그렇게 느꼈을 줄은 몰랐네요. 조금 의외이기도 하고요.”

벨리타는 속으로 웃으며, 겉으로는 작게 놀란 기색을 표했다. 하지만 그건 벨리타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손끝으로 쓸어내린 입가가 호선을 그리고 있었던가?

“정원사가 필요할 것 같다 말한 건 내가 아니었거든요.”

벨리타는 클리프를 그냥 두고 싶었으나 온 신경이 그에게 쏠리는 일은 불가항력이었다. 그가 눈을 뜬 순간부터 벨리타는 그의 존재를 비밀에 부치고 싶었으며, 그의 여행 중 벌어진 괴이현상들은 세상 속 수많은 이상한 일 중 하나가 되길 간절히 바랐다. 신문 구석에나 작게 실려 미처 읽히지 못한 기사가 되거나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 마는 의미 없는 말처럼. 클리프가 저택 밖을 떠나는 일을 막는 것과 고용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 모두 그 바람을 위해 이루어지는 일들이었다. 폐기할 수는 없으니 흐릿한 존재로나마 만들 수 있기를.

지금 호란이 한 말에 의하면, 클리프는 벨리타의 말에 잘 따라주고 있는 셈이었다. 웃음이 났다. 아주 짧게 스쳤다 사라지고 말았지만.

“묻는 건 내가 하기로 하죠. 전달은 직접 하든 한나를 통해서 하든…….”

끝을 얼버무린 벨리타가 멀리 시선을 던졌다.

“한나는 언제쯤 올까요?”

지나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역시나 대상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나 관심은 없다.

351 벨리타주 ◆QuMdEQJ6Kc (Ao.qHcCmlY)

2021-02-10 (水) 00:10:22

12시 넘었으니 연휴전야네요! 클리프주 좋은 밤 되시구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

352 클리프주 ◆oSnT.Ehang (NvKmDeiFUA)

2021-02-10 (水) 20:59:43

코로나 때문에 뭐 움직이지도 못 하구ㅠㅠㅠㅠㅠㅠㅠ..... 응 벨리타주도 즐거운 연휴 보내구 복 많이 받어!! 🎊🎊🎊🎊

353 호란—벨리타 (CEdZGBZ/xM)

2021-02-11 (거의 끝나감) 22:47:48

그가 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낀 데에 있어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다. 그 검은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느꼈던 찜찜한 덩어리가 추측으로, 추측에서 확신으로 발전하는 과정 사이사이엔 오롯이 심증만이 존재했으니 상대에게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이 없었다. 쳐다보는 느낌이 이상해요. 대화가 미심쩍어요. 의중을 알기가 어려워요. 다 하나같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

벨리타의 말에 호란은 눈을 둥글게 떴다. 의외로 정원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호란의 뇌내 한가운데로 톡 떨어졌다. 그로 인해 생긴 파동으로 앙다문 입은 더더욱이 말을 뱉기가 어려워졌다. 수십 초가 흐른 뒤에야 열린 입은, 금붕어처럼 뻐끔거리기를 반복할 뿐 어떠한 음절을 소리 내면서 진전할 기미는 없어 보였다. 금붕어는 사실 그의 눈에서 봤던 금빛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아까 밖으로 나가는 것 같긴 하던데······, 잘 모르겠네요.”

단순한 혼잣말일지도 모를 그것에 호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느릿하게 올라간 시선은 저만치 하늘을 향한다. 그리고 벨리타에게 고개를 까딱인 뒤 발걸음을 돌린다.

354 클리프주 ◆oSnT.Ehang (CEdZGBZ/xM)

2021-02-11 (거의 끝나감) 22:49:22

벨리타주가 요걸 막레로 받아주거나 막레를 써주면 방에 있는 클리프 한 번 더 쓰구 마무리할게~~ 👏👏 허리는 갠찮은지 모르겠네ㅠㅠㅠㅠㅠ... 쫀밤! 💙🖤

355 벨리타 - 호란 ◆QuMdEQJ6Kc (eXDns5eqK2)

2021-02-12 (불탄다..!) 01:50:29

벨리타는 호란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까지 기다린다. 기다리고는 있지만, 딱히 기대하는 대답은 없다. 방금의 대화로 벨리타는 호란이 클리프와 가까워질 생각이 없다고 판단했다. 내내 벨리타를 괴롭히던 불안이 잠시 잦아들었다. 동시에 머리는 백지처럼 하얗게 비워진다. 숨죽이곤 제 것 아닌 소리에 귀 기울였다. 신경이 다시금 곤두서며 생각들을 찍어냈다.
한나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던가요? 낯선 사람과 접촉하는 낌새는 없었나요? 오늘 어디에 가 누굴 만날 예정이다, 혹은 무언가 사러 간다는 가벼운 언질도? 정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버렸어요? 표정은, 걸음은, 뒷모습은 어떻게 보이던가요? 이런 말 하는 내가 이상한가요? 그럼 보통은 무슨 말을 해요? 뭘 캐물어선 안 되고 뭘 감추면 이상한가요? 이런 질문도 비정상인 것처럼 들리나요?
벨리타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속에서 들끓는 말은 한마디도 뱉지 않았다.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벨리타가 말했다.

“곧 돌아오겠죠.”

적당히 맞장구치는 듯한 말은 스스로 거는 암시 같기도 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벨리타는 가만히 서 있는 것 외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아, 뒷모습들은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똑같은지.

뒤돌아 걸어간 호란이 꽤 멀어졌을 때쯤, 벨리타도 몸을 돌렸다. 곧 한나가 돌아올 것이다. 아마도, 곧. 벨리타는 이제 열쇠를 돌려받아야 했다.

356 벨리타주 ◆QuMdEQJ6Kc (eXDns5eqK2)

2021-02-12 (불탄다..!) 01:58:55

막레 가져왔습니다! 천천히 클리프 레스 적어주시면 이번 상황도 마무리가 되겠네요. 이번에는 잔잔해 보이는데 물밑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일단 클리프가 노트를 발견해서 앞으로의 행보가 어떨지 궁금하고, 호란이 클리프를 생각하는 방식이 변화할지도 관전포인트고요 🤔
저 답레 텀이 전보다 조금 빨라지지 않았나요? 아니라면 제 착각이겠군요,,, 허리가 많이 좋아져서 정신이 돌아왔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어요 ㅋㅋㅋㅋㅋ 진료는 끝나서 이제 운동으로 셀프강화할 때가 왔네요... 🥲
이동이 불가능해서 명절 분위기 체감은 힘들지만 달력의 빨간색으로나마 특별한 기분 느끼시는 연휴 되세요! 굿밤입니다 🖤💙

357 클리프주 ◆oSnT.Ehang (xi1FmmmFjU)

2021-02-12 (불탄다..!) 10:02:35

그러게 다들 잔잔해 보이는데 속은 우당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맞아 빨라졌어!! ㅋ ㅋㅋㅋㅋ 이제 그 퀼트 할머니 속도가 아니라구.. 👵 나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ㅜㅜㅜㅜ... ㅋㅋㅋㅋㅋ 운동도 파이팅해...........! 나는 천천히 레스 쓰고 있을겡 맛있는거 많이 먹구~ 🌱

358 클리프주 ◆oSnT.Ehang (xi1FmmmFjU)

2021-02-12 (불탄다..!) 18:56:04

++ 먼가 갑자기 벨리타 필체?가 궁금해졌어!!! 얘기좀해주세용 할무니

359 벨리타주 ◆QuMdEQJ6Kc (MNWhgKdtXY)

2021-02-12 (불탄다..!) 19:35:00

넹 답레 천천히 주시고 클맆주도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
할머니 부르셨나요 👵🏻🪡,,, ㅋㅋㅋㅋㅋ 벨리타 글씨는 꺾임도 부드럽고 능숙하게 슥삭슥삭 써낸 필기체라고 생각해주심 될 것 같아요! 점 같은 거 안 빼먹고 꼭꼭 잘 찍고...

360 클리프 (xi1FmmmFjU)

2021-02-12 (불탄다..!) 20:19:05

양소의 원인인 책은 고약한 미로에라도 빠진 것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의 글들로 페이지가 반복됐다. 아득한 날짜와 낯선 이름들. 그 밑으로 늘어지는 하루의 기록과 번번이 보이는 실패. 유쾌한 내용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지만 괴물의 얼굴 전면, 위태로운 번순은 계속 이어졌다.

책의 모서리를 매만지는 손가락.

좋게 말해서 이 책은 클리프가 클리프로 눈 뜨는 데까지에 있어 다양한 것을 말해주는 물건이었지만 아니꼽게 보자면 자신을 괴물이라고 일컫는 손짓에 첨언하는 종잇조각이었다. 상관없다. 뭐가 됐든 이 책 또한 결국 이 방에 있던 물건 중 하나. 클리프의 손이 책을 올바른 곳에 끼워 넣고 천천히 내려왔다. 아까 이 손은 본디 누구의 것이라고 했더라. 생각 많은 시선에 들어오는 것은 수지 여섯 개. 하나둘셋넷다섯여섯.

아무리 세어 봐도 변함없는 숫자에 시큰거릴 정도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가락은 확실하게 모두 다섯. 숨을 길게 뱉은 뒤 다른 손으로 제 손목을 감쌌다. 여전히 뛰고 있는 맥박이 이 와중에 느껴졌다. 이 와중에? 살아있다면 당연히 뛰어야 하므로 이 와중에 느껴졌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하다. 쿵쿵. 어느새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심장 소리가 두 쪽 난 귀를 꽉 메웠다. 사방에서 심장이 뛰는 끔찍한 공간의 흐름이 사지를 옭아맸다. 꼭 나가지 말라는 거처럼. 끝내 몸을 웅크렸다.

밭은 숨, 흉측한 괴물이 본연과 어울리지 않게 소동물처럼 몸을 말고 있기를 한참. 어느덧 잠잠해진 귀에 적력이 파고들었다. 창문을 두드리던 수준의 물방울은 비가 되어 심장 소리를 대신했다. 빗소리의 틈새로 벨리타의 것이 아닌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지니 클리프는 이제 열쇠를 돌려줘야 했다.

361 클리프주 ◆oSnT.Ehang (xi1FmmmFjU)

2021-02-12 (불탄다..!) 20:22:09

이번 일상두~ 끝!! 🎊
헉 글씨 보기 넘 편하겠다.. 벨리타가 그러면 뭔가 클리프는 악필이란 설정을 넣고 싶어지네 ㅋㅋ ㅋ 이게 청개구리 심보...? 그래두 머 벨리타가 한소리 했거나 자기가 고쳐야겠다! 맘 먹었거나 하면 벨리타가 쓴 글씨로 연습했을 것 같기두 하구.. 그렇게 되면 비슷한 글씨체겠네!!

362 클리프주 ◆oSnT.Ehang (xi1FmmmFjU)

2021-02-12 (불탄다..!) 20:24:14

나중에 벨리타주가 클리프가 본 책의 내용 써두 재밌을 것 같다!! 내가 하는 거는 구경뿐이지만 ㅋ ㅋ ㅋ ㅋ ㅋ ㅋ

363 벨리타주 ◆QuMdEQJ6Kc (MNWhgKdtXY)

2021-02-12 (불탄다..!) 21:29:07

이번 일상도 고생하셨습니다~ 대화하면서 동시에 다른 상황 진행되는 일상은 첨이었는데 덕분에 재밌게 굴렸어요! ☺️ ㅋㅋㅋㅋ
클리프는 악필이어도 되구 고쳐도 되구요! 근데 악필시절에 지나가듯이 글씨 쓰는 게 힘드냐고 물어봤을 것 같긴 하네요 😇 ㅋㅋㅋㅋㅋㅋ 아니라고 했음 그냥 악필이구나... 글씨체도 안 따라오는구나(?)... 했겠지만요!
>>362 헉 재밌을 것 같아요 조금씩 써서 잊힐 때쯤 들고와볼게요!!! 📜🖋✨

364 클리프주 ◆oSnT.Ehang (LhJvf0/zrA)

2021-02-13 (파란날) 19:19:37

ㅋㅋㅋㅋㅋ글씨 쓰는 게 힘드냐고 물어봤으면 걍 고개만 저었을 것 같당 그리구 연습해서 악필에서 -> 뒤틀린벨리타글씨체로 바뀔 것 같네!!! 글씨체도 안 따라오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먼가 웃긴데 슬프다 ㅣㅠㅠ........ 엉 벨리타 일지 기대하면서 잔잔하게 까먹구 있을겡 🥰

365 벨리타주 ◆QuMdEQJ6Kc (7W.wJsSnEQ)

2021-02-14 (내일 월요일) 00:12:21

노력파 클리프...! 클리프 글씨 보고 급하게 휘갈겼을 때 자기 글씨랑 비슷해서 미묘하게 느껴졌을 것 같기도 해요 ㅋㅋㅋㅋㅋ 편지 주고받을 때가 절정이었을 것 같구... 아 이번에 열어본 일지에 적힌 게 클리프 글씨랑 유사했겠네요! 뒤로 갈수록 훨씬 엉망이었겠지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잔잔하게 까먹어주신다는 말에 맘이 편해졌어요... 개미처럼 조금씩 멈추지 않고 적어보겠습니다 🐜💦 영차영차

366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1:02:47

🐜 파이팅!! 🍪
먼가 다음에는 일상 말구 벨리타주가 일지를 하나씩 올리면 나도 무언가를? 하나씩 올리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그 무언가가 생각도 안 나구.. 그러넹

367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1:05:30

아니면 숙성해둔과거 일상 3개 중에 하나 써도 될 것 같당~!

368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1:08:02

위에 보니까 3개가
1 클리프 여행 전 봄 일상
2 처음에 문 열 때 꽥
3 클리프 만들어지고 초기에 이상행동

369 벨리타주 ◆QuMdEQJ6Kc (pDVxAn.mLg)

2021-02-14 (내일 월요일) 22:39:51

일지랑은 클리프 여행이야기 중에 큰 거 몇 개 골라서 하나씩 올려주셔도 되지 않을까요? 그럼 첨에 벨리타가 여행 얘기 해달라는 약속 받은 것도 이뤄지구요!
과거 일상중에서는 3번이 젤 궁금하네요 ㅋㅋㅋㅋ 클리프의 쌩처음(?)이라 일지쓸 때 참고될 것 같기도 해요 🤔

370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2:54:52

아 그러면 되겠구나 ㅋ ㅋ ㅋ ㅋ ㅋ 좋았어!! 그러면 이번 일상을 3번으로 하구 3번 끝나면 일지랑 여행이야기를 올리는 거루 할까..? 어때!? 😎

371 벨리타주 ◆QuMdEQJ6Kc (pDVxAn.mLg)

2021-02-14 (내일 월요일) 22:58:50

좋아요! ☺️ 그 이상행동 보이던 초기 시점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계세요? 완전 눈 뜬 직후부턴가요, 조금 지난 다음인가요?

372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3:10:01

좀 고민해봤는뎅 조금 지난 다음이라고 해도 이틀~ 삼 일~ 일주일~ 이럴 것 같아서 눈 뜬 직후? 에 좀 더 가까울 것 같긴 행 🤔

373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3:11:02

앗 근데 눈 딱 떴을 때도 재밌을 것 같긴 하다!!ㅜ

374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3:15:18

뭐지 내가 말이 이상했네 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지금 생각은 조금 지난 다음~,,!

375 벨리타주 ◆QuMdEQJ6Kc (pDVxAn.mLg)

2021-02-14 (내일 월요일) 23:23:42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아하 그렇구나에서 헉 진짜 재밌겠다를 거쳐 다시 아하 그렇구나로 돌아왔습니다,,,
진짜 첨 눈 뜬 순간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 나중에 일지처럼... 샤샥...... 사심이랍니다 흘려들어주세욬ㅋㅋㅋㅋㅋ
한 3일 정도면 될까요? 정확한 날짜는 편하신대로~ 혹은 좋아하는 숫자로~(ㅋㅋㅋㅋㅋ) 정해주세요! 일단 첫날부터 클리프 방은 알려줬을 거예요! 벨리타는 동일인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면서도 부정하는 어떤,,, 부정기를 겪고 있을 것 같네요 ㅋㅋㅋ큐ㅠㅠㅠㅠ

376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3:37:08

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쿠ㅋㅋㅋㅋㅋ ㅜㅠ ㅋㅋㅋ (사심냠냠)
앗 그래그래 11월 20일에 일어나서 3일 지난 11월 23일인 걸루~!~!
📝부 정ㅠ기 라니. . ㅠ 📝 근데 생각해보니까 일지랑 여행 이야기 하다가 일지가 11월 20일에 오면 그때부터 역극을 돌리는 게 나으려나..? 먼가 그런 생각이 드네,,,,

377 벨리타주 ◆QuMdEQJ6Kc (pDVxAn.mLg)

2021-02-14 (내일 월요일) 23:43:45

저는 역극 먼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일지 23일을 마지막으로 해서 역순으로 올리면 그럭저럭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까요 🤔 23일, 20일, ... 이런 식으로요!

378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3:43:52

헉 미칭미친 그리구 벨리타 처음에는 클리프 머라구 불러...?.?.?

379 클리프주 ◆oSnT.Ehang (d5rdJFfIbU)

2021-02-14 (내일 월요일) 23:44:14

아 역순!!! 오케 좋다 좋앙

380 벨리타주 ◆QuMdEQJ6Kc (pDVxAn.mLg)

2021-02-14 (내일 월요일) 23:51:58

눈 떴을 때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앨런이라 불렀을 거고, 그 뒤로 뭔가 이상한데 단순히 기억이 없어졌을 거라고 합리화 중일 때 당신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썼을 것 같아요. 그리고 사이사이에 침투하는 주입식 앨런교육(,,,)
23일의 벨리타는 말할 때는 당신과 앨런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하고, 일지에는 약간 다른 단어가 등장할 것 같아요! 아직 직접 괴물이란 단어를 뱉는 시점은 아니랍니당

381 클리프주 ◆oSnT.Ehang (R4./eCK09k)

2021-02-15 (모두 수고..) 00:02:31

ㅠㅠ (뭐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방인 스레에서는 짠내가 나지 않을까 싶어...)ㅋㅋㅋㅋㅋㅋ.. 헉 주입식 앨런교육 ㅋ ㅋ ㅋ ㅋ 되게 기대된다!!(!) 클리프는 몰라도 클맆주는 매우 관심이 많은 교육....ㅋㅋㅋㅋ 좋당 좋아 👍👍 이만큼 얘기하고 정해서 그런지 든든하다!!

382 벨리타주 ◆QuMdEQJ6Kc (gBaJ.RGAno)

2021-02-15 (모두 수고..) 00:09:57

여기가 그 광활한 염전인가요 🥲... 짭짤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벨리타도 한참 예민할 때라 용과 호랑이의 기싸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많이 정했네요! 저도 벌써 든든합니다 ☺️ 저번 선레 클리프주가 써주셔서 이번에는 제가 시작하는 게 도리에 맞을 것 같은데, 초반의 클리프는 보통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나요? 이렇게 말하니까 포켓몬 같네요...

383 클리프주 ◆oSnT.Ehang (R4./eCK09k)

2021-02-15 (모두 수고..) 00:24:29

기싸움!! 단어만 들어도 짜릿하고 짭짤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ㅋㅋㅋㅋㅋ ㅋㅋㅋ 음 저택이랑 많이 떨어진 깊은 숲 야외 (벼랑 근처도 갠찮을듯) 도 갠찮을 것 같다!! 앗 근데 선레가 클리프가 편하긴 하겠네.. 혹싱나 시작이 어려우면 꼭 말해!! 다시 정리해보자면 클맆 초기증상은 갑자기주저앉기 갑자기눈물좔좔 폭력성⬆️ 구토 섬망 불면 경련 발작 충혈 등드등등등.. 잡다하넹

384 벨리타주 ◆QuMdEQJ6Kc (gBaJ.RGAno)

2021-02-15 (모두 수고..) 00:45:04

벼랑 근처 구미가 확 당기네요 😋 말없이 갑자기 사라져 그쪽으로 향했을 확률이 높겠죠? 벨리타가 미친 사람처럼 저택과 정원을 뒤진 다음 숲까지 헤집다 발견한 상황으로 써보려고 해요! 혹시 약간 다른 상황을 원하시면 짧게 언질 주셔도 좋아요~
허어억 종류가 다양하고 화려해서 벨리타 정신혼미해지기 딱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짠내는 나지만... 굴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보다 재밌을 수 없음입니다......

385 클리프주 ◆oSnT.Ehang (R4./eCK09k)

2021-02-15 (모두 수고..) 00:50:21

알겠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그렇지,, 애들 볼 면목은 없지만 음식도 짭짤한 게 맛잇다고 굴리면 굴릴 수록 넘 재밋는걸~~~!~! ✨🖤✨💙✨

386 클리프주 ◆oSnT.Ehang (R4./eCK09k)

2021-02-15 (모두 수고..) 00:52:40

쪼은밤🌕🌕

387 벨리타주 ◆QuMdEQJ6Kc (gBaJ.RGAno)

2021-02-15 (모두 수고..) 00:54:31

오늘은 시간이 이래서 답레는 아마 낼 가져올 것 같아요! 천천히 기다려주시면 슬쩍 올려놓겠습니다...
클리프주 오늘도 같이 얘기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설정도 천천히 구체화 되어가고 굴려보고 싶은 상황도 끊임없이 생기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고생 많으셨고 푹 주무세요~ 😌🖤💙

388 벨리타 - 클리프 ◆QuMdEQJ6Kc (gBaJ.RGAno)

2021-02-15 (모두 수고..) 22:42:56

벨리타는 몇 개의 문을 거칠게 열어보다 견디지 못하고 저택을 뛰쳐나왔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엔 여유가 없고, 더 빨리 걷기 위해 스커트 자락을 꽉 쥔 손엔 핏기가 없다. 발소리라곤 제 것밖에 들리지 않는 정원. 바람과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주변을 맴돌지만, 그 사이에 사람의 것은 없다.
허공을 보며 눈을 깜빡이던 벨리타는 더 빠르게 걸어, 뛰어 저택으로부터 멀어졌다. 정원을 빠져나와 침엽수가 자란 숲을 끝도 없이 달렸다. 무릎이 꺾여 그대로 바닥을 구르고서도 멈출 생각은 않았다. 돌아갈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 벨리타는 다시 뛰었다. 옷은 흙과 마른 풀이 묻어 엉망이고, 드러난 살갗은 벗겨져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여전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이제 벨리타는 숲이라 부를 수 없는 곳까지 도달했다. 달리기를 멈추자 쿵쿵 뛰는 제 심장 소리만이 울렸다. 그 소릴 들으며 벨리타는 짧게 죽음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혹은, 벼랑을 앞에 두고 선 ‘그’를 바라보고서.

“…한참 찾았어요. 왜 여기에 있어요.”

벨리타는 한 걸음 다가섰으나 그 이상 가까이 가진 못했다. 잘못 디뎠다가는 주변이 모두 무너져 끝도 없이 추락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물론 벨리타와 벼랑 끝은 아직 멀고, 멀쩡한 땅이 갑자기 무너질 리 없지만. 벨리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와요. 그리고… 같이 돌아가요.”

여전히 심장은 바쁘게 달음박질치고 있었다. 호흡이라고 고를 리 없다. 말 사이사이 헐떡인 벨리타가 조금 지친 기색을 비쳤다.

389 클리프—벨리타 (867o/Hk6Ww)

2021-02-16 (FIRE!) 13:59:43

누군가가 뇌를 좀먹는 듯한 통증에 방바닥에서 구르길 십여 분.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한 신음은 들끓는 속으로 삼켜져 뭉개졌다. 도와달라는 소리도 하지 못하는, 결함 투성이인 목이 필요한 이유가 몇 개나 있을까. 독을 한껏 품은 손가락이 서서히 올라가 하얀 목을 긁어내렸다. 희던 살갗이 시뻘겋게 물드는 건 너무나도 빨랐다. 여기는 곧 무너질 거야. 총준해 보이는 누군가의 속삭임이 귀를 파고들었다. 핏발 선 눈깔은 추잡하게 창문 밖으로 굴러갔다.

성상처럼 번쩍이는 문을 열고 담황색 바다를 건너 광활한 측루를 가로지르니 숲이었고 벌레가 득시글거리는 하늘을 밟아서 향화를 비껴 지나가다 보니 벼랑 근처였다. 아래에서 들리는 북소리가 양옆에서 들리는 트럼펫 소리, 위에서 들리는 심벌즈 소리와 합쳐져 고약한 연주를 해 댔다. 하지만 휑한 벼랑에 겁이라도 먹었는지 지금은 잠잠했다.

“왜 여기에 있냐니.”

분명 똑바로 전달됐을 게 확실한 벨리타의 목소리가 놈의 머릿속으로 들어오자마자 소음과 함께 나부꼈다. 이것이 고약한 연주를 대신했다. 대답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놈은 미간을 찌푸리거나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용케 소음 속을 뒤적여 말의 내용을 찾아냈다. 그리고 하던 말을 이었다.

“거기가 무너진다고, 해서 여기로 온 건데.”

어설프게 나오던 말은 뚝 끊어졌다. “같이 돌아가요?” 벼랑을 뒤로한 채 고개를 돌리니 그 시선의 끝이 벨리타를 향했다. “어디로? 벨리타?” 균등하게 분배한 것도 아닌데 상대보다 숨이 고르다.

390 벨리타 - ??? ◆QuMdEQJ6Kc (Xi8NWTYSKE)

2021-02-17 (水) 23:38:52

그가 처음 입을 떼고 다음 말을 하기 전, 벨리타는 이미 숨을 고르고 난 후였다. 심장이 원래의 박동을 찾아가자 멋대로 날뛰던 머릿속도 차츰 정리되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 이곳에 있든 다시 돌아가면 그만일 뿐이다. 깨어난 지 고작 삼 일이니, 혼란을 겪는 건 당연했다. 당연한 일인데……. 벨리타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갔다. 장난이라면 도를 지나쳤고 사실이라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누가 당신에게 그런 말을 했지? 저택에는 우리 둘뿐이었는데.

“…나쁜 꿈을 꿨겠죠. 다른 소리를 착각했거나.”

벨리타는 이상한 점을 집어 묻는 대신, 침착한 얼굴을 가장하며 한 걸음 다가갔다. 금방이라도 발아래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일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애써 묻어둔 의심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앨런이 아니야. 기억을 잃은 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그럼 지금 이건 뭐야? 벨리타가 웃는다.

“우린 원래 같이 있었잖아요.”

그에게 손을 뻗지만, 더 다가가지는 못했다. 않는다.

“어디긴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죠.”

손을 뻗은 채 가만히 서 있던 벨리타는 초조한 얼굴로 덧붙였다.

“……앨런.”

391 ???—벨리타 (KeVpbMgy0s)

2021-02-19 (불탄다..!) 01:04:15

놈의 눈에 엉망이 된 옷과 선혈이 들어찼다. 나쁜 꿈을 꾼 사람의 몰골을 고르자면 적어도 그녀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 속삭임은 나쁜 꿈도 뭣도 아니다.

깜깜한 머리칼이 바람과 맞닿아 흐트러진다. 찬 바람이었다. 이 바람이 깊숙한 곳까지 냉기를 심어서 끔찍한 기분을 끝내주길 바랐는데, 계속해서 뭉쳐지는 몸 안의 불쾌한 덩어리는 죽기 직전까지 은거할 모양인가 보다. 덩어리의 불만과도 같은 더운 숨을 아슬하게 뱉었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오자 놈은 후미에 가까워졌다.

원래 같이 있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까처럼 모든 말은 잡음에 휩싸여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지만 앨런이라는 단어만큼은 이상하리만큼 뚜렷했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소음에 아무리 휩싸여도 인지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었다. 듣고 싶든 아니든 어쩔 수 없이 들리는. 그런 이상한 단어. 이상한 단어를 벨리타가 왜 자꾸 제게 말하는지 구체적인 연유는 모른다. 착각도 역시 그녀 쪽이 더 가까운 걸까.

“나쁜 꿈도 그렇고, 착각도 그렇고,”

자신보다는 벨리타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며 잔화만큼의 여력이 남은 애매한 표정이 말을 마쳤다.

392 벨리타 - ??? ◆QuMdEQJ6Kc (0rHbtzeczM)

2021-02-19 (불탄다..!) 02:01:52

벨리타가 내밀었던 손을 떨어뜨렸다. 더 이상 그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회유하든, 억지로 끌고 오든 그를 데려가려던 것처럼 굴던 벨리타는 한순간에 모든 걸 포기했다. 그러더니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무대 위라도 작위적이라 비난받을 법한 웃음이었다. 입술 양 끝만 찢긴 듯 올라간 얼굴로, 벨리타가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뭘?”

새파란 눈이 그를 노려보듯 응시했다.

“난 아무 문제 없어요. 멀쩡한 저택이 무너질 거라는 헛소리를 들은 적도 없고, 하루아침에 모든 기억을 죄다 잃어버리지도 않았거든요.”

그를 보는 눈에는 비난의 기색이 역력했다. 거기에 약간의 경멸과 원망, 비참함이 섞여 탁한 색을 자아냈다. 벨리타는 그에게 내밀었던 손을 제 눈가를 쓸어내리는 데에 썼다. 눈물을 흘리는 대신,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선.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니야.”

벨리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은 바뀌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맞잡으면 적당한 온기가 느껴지던 손도, 다정한 녹색 눈동자도, 늘 비슷한 박자로 뛰던 심장까지 다른 사람의 모양을 하더라도 결국은 앨런이라면.

“…나를 기억은 해요?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이 질문이 벨리타 자신에게 최악의 수가 되리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선 절대로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을 테니까. 한 걸음 뒤에 어깨를 붙잡은 절망이 서 있다.

393 ???—벨리타 (KeVpbMgy0s)

2021-02-19 (불탄다..!) 23:36:08

실밥이 다 터진 싸구려 인형 같은 미소가 놈 안의 덩어리를 마구잡이로 찌르고 갈라서 살점을 도려냈다. 비명을 내지른 덩어리는 빠르게 용솟음치며 이 신체의 주인을 더더욱이 괴롭히기 시작했다. 시야로 보이는 것은 어째 정전이 잦은 세상. 온몸의 피가 끈적끈적해지고 순환에 있어 속도가 느려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손이 목 위로 올라간다. 처음으로 눈을 뜬 지 얼마 되지 않아 개념조차 제대로 박히지 않은 죽음. 그것에 대한 감각이 시기적절인지 뭔지 날카롭게 선 손톱 끝으로 스며든다. 이 감각을 발판으로 삼아 여러 차례 빠져나간 더운 숨이 덩어리의 불만을 개괄했다. 끝까지 호흡을 멈추지 않고 있는 아무개의 시선은 어딜 향하는가? 느껴지는 모든 것을 다 열거하기도 어렵고 무어라 형용하기도 어려운 파란 눈이다.

“······크게.”

뜬금없이 소음의 자리를 꿰찬 불명의 클래식 탓에 그녀의 입 모양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놈이 주먹을 꽉 쥐었다. 대단한 것이라도 말할 줄 알았더니 고작 입에서 봇물 터지듯 나온 건 ‘크게’라는 말뿐. 다른 건 없었다. 특이 사항이 있다면 목소리가 갑자기 커져 불시에 들었다면 깜짝 놀랄 만한 정도라는 점? 목청이 큰 거야 좋다고 하면 좋겠지만 목청에 실린 내용이 너무 빈약한 탓에 말을 크게 하라는 건지 클래식의 볼륨을 올리라는 건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클래식은 보란 듯이 소리가 커졌다.

클래식으로 귀먹은 놈은 운 좋게도 벨리타의 마지막 물음을 들은 것인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벼랑과는 조금 멀어졌다. 앞으로 가면서, 상대와 가까워지면서 돌을 하나 들었다. 완전히 벨리타의 앞으로 온 놈은 그녀의 어깨를 옆으로 밀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돌을 내던졌다. 돌이 맥없이 흙바닥 위로 굴렀다. 놈은 벨리타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교사자를 죽이고 있다 생각했다.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 팔을 모로 휘두르고 휘청대길 반복하는 사이 의외로 입에선 대답 비스름한 것이 나왔다. 누구야. 몰라. 알 리가 없잖아. 꺼져! 놈의 상태가 워낙 비정상인 데다가 정확히 지칭된 대상이 없으니 이걸 대답으로 칠지 말지는 온전히 듣는 이 마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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