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리아의 중얼거림에 칼리는 억울하다는 듯이 파르스름한 눈을 가늘게 뜨고 리아를 바라보며 양손을 펼친 뒤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리지는 않아서 정말로 억울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곧, 칼리는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렸다. 진지함은 전투시에나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칼리는 이어지는 리아의 말에 파르스름한 눈을 슬쩍 다른 곳으로 옮겼다.
부정하지 않는 것은 진짜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걸 긍정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걸 리아가 알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어깨를 으쓱이던 한손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헛기침을 한 칼리가 리아의 말에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본인, 야채를 아예 안먹는 건 아니네만? 주식이 고기인만큼 주식을 즐기는 것 뿐일세. 자네가 잔소리를 하면 앞으로는 더 고기만 먹어야겠구려."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칼리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리아의 잔소리가 귀찮거나 싫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아마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칼리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알던 사이니까. 게다가 잔소리를 듣더라도 느물거리며 넘어갈 수 있기도 했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제스처를 따라하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히죽이며 입매를 올려 미소를 짓고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신의 뒤를 쫄쫄 따라오는 리아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아래로 늘어져 있는 칼리의 끝부분이 회색빛인 꼬리가 가볍게 흔들린다.
"이 근처는 고깃집들이 제법 있으니까 말일세. 앞으로 금방일세 금방. 조금만 참게나. 자네. 침 떨어지겠소!"
옷자락을 살짝 잡혔지만 칼리는 기민하게 눈치를 채고 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확하게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칼리의 청각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칼리는 제법 시원스레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리아의 손을 가볍게 쥐고 금방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가까운 고기집으로 리아를 데리고 들어섰다.
"자, 도착했소. 먹고 싶은 만큼 드시게!"
털코트에 냄새가 배지 않도록 칼리는 털코트를 반듯하게 접어서 의자 안쪽으로 집어넣은 뒤 의자에 앉아, 리아를 향해 앞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해보인다.
"응응. 그게 파자마 파티라고 읽었어요." 우연하게도 돌로레스씨랑 같이 잠을 자게 되어서 간이로 준비했죠! 라고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거림을 곁들여 말하면서 아누트씨를 폭 끌어안습니다. 아마도 조금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안 보이려고 참치인형으로 얼굴을 가린 게 분명하다구요? 둥글둥글한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졌다가 다시 돌아갔지만. 그거 어차피 가려서 안 보이는 것을.
"돌로레스 씨랑 같이 가면 왕창.. 와앙창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꼬옥 같이 가는 거에요!" 아무래도 혼자서 가면 못 먹는 메뉴가 있어서 슬픈걸요. 특히 2인분 이상만 받는 거라던가. 라는 게 가장 슬퍼요. 아니면 4인세트같은 거라던가.. 라는 말을 하고는 사탕이 있다는 말에 사탕! 이라며 사탕이 나오는 걸 봅니다. 좋아하는 맛(아마도 레몬맛? 박하맛?)이 있으면 바로 집어들고는
"저는 이거 좋아해요. 돌로레스씨도 좋아해요?" 맛있는 사탕.. 먹고 나서 이는 닦아야겠지만 이미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한 이상 문제업따!
칼리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고기집은 꽤나 좋은 향이 감돌고 있었고, 그 향을 맡은 오니는 얼굴에 홍조를 띈 체 오길 잘했다는 듯 눈을 반짝인다. 이미 소녀의 눈은 벽에 걸린 메뉴판을 훑고 있었고, 옆에서 앉으라는 제스처와 함께 말을 건내는 칼리의 말에 얌전히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을 때, 근육이 욱신거리는지 움찔거리는 오니였지만 엉덩이를 딱 대고 앉자 편안해진 한숨을 내쉰다.
" 먹고 싶은 만큼... 칼리가 사는거구나. "
칼리의 말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오니는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 테이블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곤 칼리를 보며 덤덤하게 말한다. 그저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했을 뿐인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어간 오니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든다. 종업원은 또 때마침 오니를 보고 있던 모양인지 후다닥 달려왔고, 오니는 메뉴판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연다.
" 저거랑 저거랑, 저거랑, 저거랑.... "
메뉴판의 위에서부터 아래에 있는 것들 몇가지를 1인분씩 순식간에 주문한 오니는 뿌듯하다는 듯 '흐흥' 하는 소리를 내며 혼자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곧 종업원이 가지고 나올 고기들이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물론 얻어먹기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기왕 장난을 친 김에 좀 더 이어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이어간다.
" 잘 먹을게, 칼리. 그렇게 마음을 써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그 마음에, 잘 먹는 모습으로 보답할게. "
오니는 또다시 혼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기분좋게 몸을 좌우로 까닥이며 고기가 나오길 기다린다.
리아가 앉을 때 움찔거리자 칼리는 테이블에 팔을 올리지 않고 대신 팔짱을 끼며 리아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아예 내던져졌던가. 방패에 부딪힌 충격이 황소에게 부딪힌 충격과 흡사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칼리는 얼음 파편에 스친 자신의 뺨에 붙혀져 있는 반창고를, 리아가 조금 나아진 듯 하자 손으로 반창고 위를 긁적인다.
"이보게, 자네.."
덤덤한 목소리로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눈을 크게 뜨며 말끝을 흘렸다. 종업원이 다가오자 주문을 하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 올린 뒤 물컵의 물을 비워냈다. 뭐 상관없지. 칼리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장난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칼리는 물컵의 물을 모두 비워내고 새 물을 따르면서 리아의 말에 고개를 선선히 끄덕여보였다. 고기가 나오기 전 테이블이 세팅되는 모습에 칼리는 자신의 셔츠에 뭔가가 튀는 게 싫었는지 종업원에게 앞치마를 두개, 그리고 음료수를 하나 시켰다.
오니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칼리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물음을 던진다. 이미 주문은 끝마친 상태였기에, 어째서 칼리가 자신을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듯 태연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물론 친애하는 친우에게 고깃값을 다 내라고 할만큼 철판이 두껍지 못한 오니였기에 계산은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 칼리 괜찮아? 지금이라도 같이 내달라고 하면 낼텐데. "
물을 마신 칼리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오니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되묻는다. 마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고기값을 같이 내달라고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칼리의 입으로 말해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오니는 자신이 이렇게 장난을 잘 쳤던가 싶었지만 흐름을 탄 김에 좀 더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 앞치마.... 난 괜찮아. 코트 정도만 넣어둘까."
칼리의 제안에 그제야 옷에 생각이 미쳤던 모양인지, 잠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낡은 흰코트는 뭔가 튀기에 딱 좋아보였지만 군데군데 찢어진 슈트는 무언가 튀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흰코트를 벗어선 칼리가 했던 대로 의자에 집어넣은 오니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다가 문득 횅한 느낌이 들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한다.
배부근과 팔부분의 슈트가 찢어져서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있었고, 오니는 그걸 그제야 깨달았는지 '읏' 하는 소리를 내곤 다급하게 손으로 배를 가린다.
".... 칼리, 나, 나도 앞치마..."
오니는 얼굴에 홍조를 띈 체 '혹시 봤어?" 하는 눈을 한체 작게 중얼거린다.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부분이었겠지만, 오니는 그저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덤덤한 표정과는 다르게 주변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오라클은 도나를 귀여워하는걸까. 아니면 반대로 도나가 오라클을 귀여워하는 걸까... 일단 20대 중반이라고 주장하는 오라클은 그 나잇대처럼 안 보이는게 문제인가. 도나랑 비슷한 느낌이얏! 왕창 먹자는 것에 고개를 끄덕끄덕! 같이 가서 디저트뷔페를 휩쓰는 거야! 라는 꿈을 생각하며 함박웃음을 짓나요?
"그래? 카페에 가서 케이크나 빵 먹으면 엄청 맛있구.." 디저트 뷔페같은 데 가면 엄청엄청 좋대! 여기에서 먹어본 적은 없는데.. 우르수스에 있을 때 딸기뷔페 엄청 대단했어! 라테라노의 딸기디저트뷔페에 가본다면 좋을 텐데. 라고 말하려 합니다.
-아누트는 아누트다! 성별같은 건 상관없지. 사실 물고기들은 성별전환이 가능한 종이 몇 있기도 하고.. 참치는 보통 인간이 겉으로 봐서는 성별을 알기 어려운 종에 속하는 느낌..? 의기양양한 아누트의 목소리를 내며 오라클은 품에 안긴 게 좋겠다라는 말에 조금 당황한 느낌으로 말을 못 잇습니다.
이미 주문까지 마친 상태여서 무를 수도 없고. 칼리는 자신의 뺨에 붙혀져 있는 반창고 위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저어보였다. 리아 본인은 다른 의미였을테지만, 일단은 칼리 본인이 추가적으로 공격을 받으려는 걸 막아주다가 상처를 입은 리아였기에 고기값을 내는 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흠! 아닐세. 아냐- 자네에게 고깃값을 내는 건 어렵지 않으이."
끄응-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칼리는 리아의 말에 물컵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애써 진정시키려했다. 그나저나 장난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칼리는 묘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리아를 보다가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리며 물컵을 다시 비워냈다. 앞치마가 필요없다는 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칼리는 앞치마를 걸쳤다. 패션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투 때는 피가 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옷에 뭔가 튀는 건 질색이니까.
"이런, 자네. 새 옷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구려."
드러난 맨살을 가리며 앞치마를 달라고 하는 리아에게 칼리는 미리 받아놓은 앞치마를 건네며 봤냐는 물음에 솟아있는 귀를 각각 다른 방향으로 젖혔다가 되돌리며 입매를 히죽이며 당겨올렸다.
"본인에게 자네의 맨살을 본들 어떤가? 자네는 별것을 다 부끄러워해서 문제일세."
자네의 맨살은 본인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네. 칼리는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종업원이 가져온 고기를 달궈져 있는 불판 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