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란 대한 모든 사람이 가지고있는 적성이지만 한편으론 재능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그 분야와 자신에게 맞는 아츠는 제각각이며 아츠를 제대로 다루기기 위해선 재능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오리지늄과 아츠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이며, 지팡이나 완드와 같은 오리지늄제 마법 도구를 사용해 아츠의 효율을 더더욱 끌어낼 수 있다. 마법 적성은 감염 여부와 크게 관계가 없지만, 광석병에 감염되면 촉매를 몸에 달고 사는 격이 되기 때문에 같은 마법사용자라도 감염자 쪽이 더 강력한 마법을 보인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칙칙한 회색의 철판이다. 그는 잠시 눈을 끔뻑거리며 무겁게 가라앉은 기억을 더듬어 방금까지 자신이 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책상 앞에서, 방금까지 한쪽 손으로 머리를 괸 채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정신이 들었던 것도 잠시, 치렁치렁하게 내려온 머리카락 더미가 단단한 철제 책상에 다시 한 번 쿵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또다시 잠시 졸음. 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그 무거운 몸을 제대로 일으켜 걸음을 비척비척 걸어 자리를 떠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향하는 장소는 휴게소다. 이왕 깨버린 것, 어차피 오늘은 시간이 남으니 자리를 옮겨 편하게 누워 자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걷던 중에도 중간중간 벽에 머리를 기대 게으름을 부리며 느릿느릿 걷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라 있었다. 바깥으로 들리는 소음이 없는 걸 봐선 오늘은 안에 사람이 없거나 있더라도 조용히 쉬기만 하는 모양이지. 하품을 하며 천천히 문을 열어젖혔는데.
졸음에 절여진 금빛 눈이 천천히 앞을 향하고, 동공이 확장되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선명하게 눈에 담았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은은하게 분홍빛을 띄는 매끄러운 하얀 머리칼. 그 다음은 뜨거운 김을 풀풀 쏟아내는 갈빛 액체.
아, 하고 깨닫는 것과 동시에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반사적으로 문을 닫아 흘러넘치는 액체를 반 정도는 막긴 했지만, 나머지는 고스란히 몸에 튀었다.
"그래, 뜨겁구만……."
미미한 통증에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은 반사성이다. 그는 천천히 방패막이 삼았던 문을 열어젖히고, 젖어서 몸에 달라붙은 옷을 떼어내었다. 분명히 놀랐으며 어느 정도는 화끈거리는 감각을 느끼고 있을 텐데도 말하는 투는 느긋하다 못해 느적거리는 느낌이다. 별달리 화가 나지는 않은 듯한데, 그러면서도 길게 한숨부터 내쉬는 폼을 봐서는 기분이 좋은 상태일 가능성은 당연하게도 만무했다. 그래도 별 수 있나. 그는 머리를 쓸며 퉁명스럽지만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신은 왜 항상 실수만 저지르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커피를 잔뜩 엎지른 리타는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안그래도 약한 두통이 지끈이던 상태였는데, 거하게 실수를 하고 나니 머리가 더 욱씬인다. 당황스레 남자의 웃옷을 보던 리타가,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휴게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균형감각이 반쯤 비뚤어진 것일지 그와중에도 헛발질을 해 벽에 머리를 박을 뻔했지만, 역시나 이는 대수가 아니었다.
리타는 빠르게 간이냉장고를 열어 작은 생수병 하나를 찾았다. 수돗물을 받아올 수도 있었지만 머그컵 하나를 겨우 채우는 양으로는 데인 부위를 식힐 수 없었다. 리타의 눈이 불안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어째, 제대로 하는 일 하나 없는건지. 리타는 다시 다시 비척이는 걸음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리곤 남자를 향해 생수병을 들이밀곤, 다시 안절부절한 얼굴로,
" 그, 얼음팩이라도 구해올까요? 정말 죄송해요… 정말… "
기가 잔뜩 죽은 얼굴로,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화끈어야할 것은 그녀가 아닌데도 귓바퀴가 분수도 모른채 달구어지는 것이다. 그녀는 늘 그랬다. 자그마한 실수에 항상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마음이 쫓겼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지. 메딕을 부르던가? 병원을 가던가? 갑작스러운 사고에, 꼭 잘만 굴러가던 머리가 먹통이 된 것만 같다.
" 혹시 화상이라도 입으시면 어떡해요… "
리타가 천천히 말꼬리를 흐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보니, 당장 망가진 저 옷은 또 어찌한담. 리타가 잠시 제 미간을 짚었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뒤섞여 사고가 꽉꽉 채워들어간 기분이다.
>>53 아~ 레인메이커 아시는구나~ 지금 위키 작성중이지만 음 미리 알려드리자면 레인메이커는 길거리로 쫓겨서 친구들이랑 뭉쳐다니다가 모종의 습격으로 다 죽고 홀로남은 감염자입니당 그 후로는 이런저런 조직에 가담하면서 살아왔구용 키는 160, 나이는 18살이네용 아츠는 수분조작 취미와 특기는 물마시기 입니다 물중독자거든용
situplay>1596244137>993 칼리의 행동이 어째서인지 쑥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여 스카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스카, 자신이 걸을 때마다 나는 청명한 소리를 닮은 웃음이었다. 친절하다 생각치도 않은 사람이 그런 칭찬을 받았을 때가 딱 저런 반응이었나. 칼리의 생각이 어땠든 스카로서는 진심이었다. 칼리뿐만이 아니라, 이곳에는 친절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진실인 걸요. 칼리가 친절하지 않다고 하면, 친절하다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도 몰라요."
스카는 세상이 온통 무지개빛으로 빛난다고 믿는 천치는 아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기에 친절한 이들의 따스함을 잘 알 수 있기도 했다. 칼리는 따스한 사람이었다. 살카즈에, 감염자인 사람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렇지 않나? 물론 속의 생각까지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생각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괜찮았다. 속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던 생각의 고리를 끊었다. 굳이 과거의 일을 들춰 되새길 필요까지는 없었다.
"이러니 포근한 사람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걸요."
조그마한 속삭임이었지만 칼리에게 닿기는 충분할 것이다. 말을 마친 스카는 배시시 웃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도움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 종류의 것이라, 물론 폐를 끼치는 것 같아 늘상 미안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요..."
그랬던가? 어디서 들어본 적은 있던 것 같은 정보였지만, 그렇지만...폐를 끼치는 것에는 응당 보답을 줘야 하지 않던가. 본인이 마다하더라도 그 편이 마음이 편했다. 스카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일종의 철칙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칼리에게는 보이지 않을 모습이었지만, 스카는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준다는 도움을, 거절하지야 않겠지만. ...역시 이런 것은 어려웠다. 스카는 발에 감싸지는 손수건의 감각을 느끼곤 작게 고맙다고 속삭였다.
"으, 앗...."
갑자기 안아들려진 스카는 흠칫거렸다. 그러다 몸에 힘을 푸는 편이 안아들은 당사자에게도 편하다는 사실을 겨우 기억해내곤 굳은 몸을 풀었다. 그리고 일단은, 칼리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축에 속했으니까. 스카는 많이 안겨본 사람처럼, 칼리만 허락한다면, 목에 팔을 두르려고 했다.
스카의 웃음에 칼리는 더 머쓱하고 멋쩍은 기분에 다시 안대쪽을 손으로 긁적였다. 청명한 웃음소리는 칼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했지만, 멋쩍은 기분을 느끼는 쪽에 가까웠다. 느물거리며 칼리가 중얼거렸지만 한쪽 뿐인 파르스름한 눈동자는 스카가 아닌 다른 곳으로 잠시 움직였다.
"본인은 에이전시 내의 모든 이들이 본인보다 더 친절하다고 생각한다네. 본인의 친절은 참견에 가깝지 않은가? 그러니 본인이 아니더라도 자네에게 친절할 사람은 많소이다."
칼리는 에이전시 자체를 자신이 소속된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 속에 있는 사람들의 종족이나 감염의 유무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같이 사냥하고, 같이 생활하고. 늑대의 무리본능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칼리의 눈이 묘하게 가늘게 접히면서 스카를 바라봤다. 포근하다는 말의 의미를 묻기 위한 눈빛이긴 했지만 완벽하게 늑대상의 이목구비를 가진 칼리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봤다면 노려보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눈이 안보이는 스카가 칼리의 눈빛을 볼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털코트 때문에 본인이 좀 따뜻한 편이긴 하다네. 본인이 포근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일세. 본인은 본인을 모르지 않은가."
작은 속삭임에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린 칼리가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부드럽고 나긋한 태도와 맞지 않은 느물거리는 태도나 목소리는 장난을 칠 때 보여지는 모습이기도 했으니,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말하곤 칼리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알고 있다면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다네. 뭔가를 안아드는 건 본인에게 처음은 아니니까 말일세."
손수건의 매듭을 단단히 묶은 뒤에야 칼리는 스카의 말에 대답을 해보였고 고맙다는 말에는 그저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렸을 뿐, 곧바로 다음 행동을 해보였다. 자신이 한 말대로 스카를 자신의 팔로 받치는, 소위 공주님 안기를 해서 안아올린 것이었다. 물론 칼리와 스카의 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스카는 칼리의 머리높이보다 조금 더 높게 올라갔음이 분명했고. 스카의 몸이 굳은 걸 알고 칼리는 자네 너무 긴장한 것 아닌가? 하고 느물거리는 어조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용케 어깨 위에 걸친 털코트는 칼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털코트를 스카에게 주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던 칼리는 스카가 몸에 힘을 풀자 히죽이며 미소를 짓는다.
"자네, 고맙다는 말을 참 자주 하는구려. 뭘 이런 것까지 고맙다고 하나?"
칼리는 스카가 팔을 감으려고 하자 고개를 가볍게 움직여서 팔을 두르기 편하게 해주고 안정적으로 안겼을 때쯤 의무실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숲을 한가로이 가로지르는 늑대의 걸음걸이와 몹시 흡사했다.
언제나 그녀는 내가 미뤄둘거라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바가지를 긁는다. 사실 나는 나대로 놔두면 한도끝도 없이 늑장을 부릴테니, 라이레이 같은 역할이 필요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역시 저 여자랑 결혼할 생각도 잠깐 했었다니. 젊은 시절의 과오에서 벗어나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농담이야. 그런거 진지하게 생각할 리 없잖아. 매장이 좀더 좋을거 같은데. 묘비 대신에 내 방패에다가 휘갈겨서 꽂아두고."
편하게 삶을 마무리할 생각도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하고 목숨을 건 일이니까. 그래도 이왕 언젠가 홍진에 쓸려갈 한 목숨, 멋나게 살아 보리라는게 내 결심이었다.
"뭐... 어차피 내 장례 치러줄 사람들이 적당히 알아서 하겠지만. 가족이 되든 직원들이 되든."
건물 내부로 침입한 그들은 모든것이 순조로워 보이는 적막속을 거닐었다. 사샤는 침착함을 유지한채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조용히 움직였고 알라스토르는 후방에서 주변의 지형지물들을 눈으로 익혔다. 완전히 모습을 감추기엔 두 사람의 복장이나 무장의 영향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완벽했다.
"......"
아주 잠깐 눈의 피로로 인해 한 눈을 팔게되기 전엔 말이다.
"잠깐!"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기묘하게 뒤틀려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은 이미 이변이 일어나고 난 이후였다. 그들이 보았던 인질과 적의 모습은 고도의 눈속임으로, 그 뒤에는 광학위장을 하고있던 메카닉이 있었다.
기계는 위장을 거둬 모습을 드러내며 탄환을 쏟아부었고, 알라스토르는 급히 자신의 아츠를 이용해 벽을 만들어 탄환을 사방으로 도탄시켰다. 그렇게 거센 탄환의 난사가 끝나자 눈앞을 가릴정도로 피어오른 흙먼지 사이에서 그는 사샤의 안전을 물었다.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돌아볼 때마다 비극만 늘어갔다. 누군가가 죽는 것부터, 잃는 것, 부서지는 것. 그러한 일들많이 점점 쌓여간다. 그것도 갈수록 그 빈도와 정도도 늘어나고, 심해졌다. 좋지 않은 시대다. 우리는 그 시대를 틈타서 돈을 버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평가 한번 해볼 자격은 있지 않겠는가.
"허, 내 장례식의 사전 작업 말이야? 그렇다면 그게 뭐가 되려나. 흠... 독살?"
그리 말하고는 찻잔에 입을 대고 조금 더 들이킨다. 미적지근하게 식어져서 마시기 편해졌다. 묘하게 씁쓸하다는 생각도 좀 들고 말이다.
상의에 묻은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바지에 튄 것은 꽤 불쾌하다. 기분이 나빠졌으니 탓이라도 할까. 찌푸린 얼굴로 이런저런 힐난들을 떠올려봤지만 막상 그것들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었다. 별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고, 일일이 불만 뱉어내기엔 적극적으로 비난할 의욕도 없었던 탓이다. 여자가 허둥지둥 물을 가져오는 동안 그는 슬쩍 옷 아래로 피부를 확인했다. 이 정도면 살갗 겉면만 쓰린 수준인 듯싶다. 한동안 따갑겠지만 빨리 식힌다면 치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상대가 안절부절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는 문틀에 몸을 기댄 채로 허둥지둥 뛰어오는 모습까지 느긋하게 구경했다. 꼭 지금 상황이 저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
"그냥 가만히 있지, 괜히 다른 거 갖고 오려다가 더 일 칠 것 같은데."
좀 완곡하거나 상냥하게 말해줄 수는 없는 건지. 좋지 않은 안색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말씨가 불퉁스럽다. 그는 상대가 건넨 물병을 받아들고 뚜껑을 돌렸다. 그리고 별다른 생각 없이 커피 묻은 자리에 대충 물을 뿌렸다. 새로 젖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바닥이 한바탕 엉망이 되었다. 그 사실을 조금 늦게 깨달은 그가 멀뚱히 아래를 내려다보다 다시 고개를 들고선.
"뭐, 됐다."
어깨를 으쓱하고는 물 밟아서 철벅거리는 신으로 휴게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차피 물 아닌가. 그러니까 안 치우고 내버려둬도 알아서 증발하든 남이 치우든 하겠지. 되도 않는 합리화를 하면서 그는 휴게실 한쪽에 가 물건을 뒤적거렸다. 여분으로 갈아입을 옷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텐데. 아니면 수건 같은 거라도 있을 테고. 만사에 건성이라 해도 여의한 상황에까지 찝찝함을 참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것도 됐으니까 신경 꺼. 병원 가야 하는 건 너 같은데, 어디가 아프면 앉아 있든지."
뾰족한 눈이 흘끗 뒤쪽을 돌아보았다. 대충 보기에도 휘청휘청 몸 가누기 힘들어 보이니 빈말은 아니었는데…… 그보다는 다른 게 중요했다. 썩을, 왜 안 보여? 그가 나지막하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찾던 것이 보이지 않으니 포기하고 그는 옆자리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그 사이에 또 의욕이 떨어진 것이다. 구질구질해도 그냥 이대로 잘까, 싶은 쪽으로 마음이 살짝 기울기 시작했다…….
>>146 그렇습니다! 원래 12월 25일로 할까 하다가 그건 산타 생일이니까라고 생각해서 이브로 바꿨는데 잘 생각해 보니까 산타가 아니고 지져스의 생일이었죠... >>151>>158 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무조건 될 것 같아여... 예티뿔 고고학자... 5년이면 지금쯤 10개가 쌓였겠네요... 많다...
리타는 바닥에 흩뿌려지는 물줄기를 물그럼 바라보았다. 차라리 상대를 개수대로 데려올 것을. 뒤늦게 생각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음에도, 다시 구태여 후회를 끌어안는 것이다. 남자는 물웅덩이를 밟고서 휴게실 안으로 향했다. 물웅덩이에 처박혀있던 시선은 다시 급하게 남자에게로. 허나 그를 따라 휴게실에 들어가면서 조차 채 미련을 못버린 듯 힐금 제 뒤를 바라보는 것이다. 리타가 가볍게 제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휴게실 한쪽을 뒤척이는 남자의 손이 바쁘다. 리타는 멀찌감치 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닿은 시선을 향해,
" …아, 그… 괜찮아요… "
하고 잔뜩 위축되는 것이다. 작은 핀잔을 들은 리타의 얼굴이 금새 붉게 달아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매사에 소심하게 구는 그녀의 태도는 항상 상대의 답답함을 유도했다. 지금도 그렇지 않던가. 리타가 잠시 제 왼쪽 뺨을 문질렀다. 어색한 상황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일종의 습관이었다.
리타가 살며시 남자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차라리 남자의 말대로 어디가서 앉아나 있을 것을. 남자와 그녀의 체격 차이를 고려했을 때 어디 제대로 맞는 옷이나 있을까 싶긴 하였다만, 일부러 크게 산 후드티 따위를 떠올려보면 넉넉히 입을 만한 것을 찾아낼 수는 있었다. 남자가 그 제안을 마음에 들어할지가 의문이긴 하였으나… 축축히 젖은 옷을 그대로 방관할바에야 최선의 대안이라도 생각해내는 것이 낫지 않겠던가. 의자에 앉는 남자와, 그에게서 서너발치 떨어져 서있는 그녀의 모습이 퍽 우습다. 꼭 성난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는 어린아이 같다.
그녀는 남자의 대답을 기다리며 개수대로 향했다. 물을 틀어 머그컵을 가볍게 씻고, 그 옆 빈자리에 잠시 컵을 올려두고. 그 짧은 행동을 마친 후, 리타는 조용히 남자를 향해 시선을 던진다.
이래저래 정신을 차리고보니 여기저기 많이도 다쳐있던 오니였다. 익숙한 일이지만 이러고 나면 꽤나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야, 그만큼 에너지를 쓰고, 피도 많이 흘리기 때문이었다. 사무소의 치료는 굉장히 효과적이었지만, 그것이 소모한 에너지의 회복까지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에너지가 빠져나갈 구멍을 막는 것은 확실했지만.
꼬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니의 뱃속에서 얼른 먹을 것을 넣어달라는 신호를 맹렬하게 보내고 있었고, 오니는 치료를 받고 있을 다른 동료들을 생각하며 근처에 가서 간단하게라도 배를 채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창을 지지대삼아 느릿하게 걸어간다. 치료를 받았지만,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얼얼해서 밥을 먹고, 에덴과 함께 살기 시작한 숙소로 돌아가면 뻗어서 하루종일 잠을 자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 ... 뭐먹지.. "
오니는 막상 문 앞에 서선 어디로 향할지 생각을 하다보니, 좀처럼 메뉴를 정하지 못해 고개를 좌우로 느릿하게 돌리다 한숨을 내쉰다. 고민하기 전에 어디든 들어가서 앉고 싶은 생각이 큰 듯 했다. 육체의 피로는 곧 정신으로도 이어지는 법이었으니까.
댕글거리는 종소리가 딸려온 말은 다분히 농조였다. 오, 물론 반쯤은 진심이었지만 말이다. 칭찬에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꽤 귀엽지 않나.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던 사람이라면 더 그렇고.
"포근한 친절을 참견이라 여길 이는 아무도 없어요, 칼리.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잖아요."
물론 아르고에는 친절한 사람들이 넘치도록 많았다. 그러나 칼리, 당신을 친절하다 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친절하다 이를 수 있을까. 그만큼 당신이 따스한 이임을 말해주려 하는 것일 뿐인 것을. 스카는 눈치가 좋았다. 시선을 못 알아챌 리가 없었다. 참으려 했지만 키득거리는 웃음이 비죽거리며 새어나왔다. 예쁘다는 말이 예쁘다는 뜻을 담고 있듯이 포근한 사람이라는 말도 그럴 뿐일지언데.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칼리는 충분히 따듯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칼리의 농담에 돌아온 것은, 찰나의 고민 끝에 나온 진담이었다. 혹시라도 스카의 얼굴을 보게 된다면 아까 전처럼 고민의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일 테다. 무엇이라 말하면 좋을지 몰라서 말을 고르고 고르는 그런 모습 말이다.
"사람들은 질릴 정도로 많이 만나봤거든요. 칼리가 잘 모르면 제가 자주 말해주는 걸로 하죠, 뭐."
그리고 다시금 농조다. 옷자락을 살짝 흔들고 가는 바람처럼 가벼운 웃음이 뒤따랐다. 스카는 안다면 거절하지 말라는 말에 뭐라 답하지도 못하고 입만 꾹 다물었다. 입술이 톡 튀어나온 것이 할말은 많지만 참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애초에 들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많을리가 없지 않는가, 걸으라고 두 발이 있는 것이 사람인데 말이다. 들릴듯 말듯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도움에 고맙다고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가요?"
외려 당연한 것을 물었다는 것처럼 의아함을 품은 목소리였다. 의무실로 가면서 스카는 칼리가 한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물론 그렇게 진지한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생각하기를, 어쩌면 자신이 배려같은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결론내렸다.
부상은 크지 않았다. 늑대 특유의 단단한 뼈대와 그 뼈대를 감싸고 있는 잘 단련된 근육들은 방패가 몸을 타격했을 때 유용하게 장기의 손상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크지 않다는 건 다른 사람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주관적인 판단이다. 창대를 휘둘러서 박살낸 얼음파편에 긁힌 상처들도 경미하다면 경미했지만 그또한 주관적인 판단이다. 경미하지않더라도 목숨만 붙어 있다면 치료를 받아 회복하는 건 어렵지 않기도 했으니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칼리는 숙소에 잠시 들러서 엉망이 된 셔츠를 벗어서 버려버리고 구겨짐 없이 깨끗하고 깔끔한 새 셔츠를 입고 하네스까지 착용한 뒤 털코트를 한번 털어서 어깨 위로 휙 걸친 뒤 숙소를 다시 나섰다. 포지션은 제쳐두고, 루포라는 것도 제쳐두고,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사용했다보니 극심한 허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망설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성큼성큼, 늑대와 똑같은 걸음이 거침없이 걸어가다가 익숙한 뒷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렸다.
"이보게! 거기있는 아가씨!"
칼리는 입가 근처에 쫙 펼친 손을 대고 멀리 있는 사람을 부르려는 제스처를 하고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괜찮다면 본인과 식사한끼 같이 할 수 있겠소?"
낯선, 처음 본 사람에게도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장난과 농담을 즐기는 성정이니, 익숙하다못해 친근한 상대에게 이런식의 장난과 농담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게다가 칼리에게 상대는 각별한 사이였으니까 당연했다.
사무소의 문 앞에 서서 어디로 향할지 머리를 굴리던 오니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선 굽어져있던 허리를 순간 곧게 편다. 그상태로 삐그덕거리며 고개를 돌려선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은 오니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온다. 그리곤 자신의 곁으로 칼리가 다가오길 기다리다 놀랐다는 듯 주먹으로 칼리의 팔을 콩콩 두드린다. 물론 그 주먹질에는 힘이 실려있지 않았지만.
" ... 칼리, 놀래키면 나쁜 친구 "
오니는 안그래도 욱씬거리는 통에 움직임을 최소화 하고 있었는데, 칼리가 놀래키는 바람에 순간 온몸의 근육에서 통증이 전해졌는지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 역시나 표정은 무덤덤했지만 - 혼난다는 듯 말한다. 물론 그 모습에선 혼내는 사람의 위엄 같은 것은 1도 보이지 않았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 .. 그치만 밥 먹는 건 괜찮아. 대신 메뉴는 칼리가 정해. "
오니는 간신히 통증이 다시 가라앉았는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곤 칼리에게 책임지라는 듯 말한다. 물론 통증이 일어나는 것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메뉴를 고르는 것은 오니에게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경우에는 늘 에덴이 해주는 음식을 자주 먹었기에, 더욱 더 어려워진 상태였다.
" 칼리라면 맛있는걸로 고르겠지. "
이 말은 자연스럽게 칼리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말이라는 것을 오니는 잘 알고 있었다. 친한 친구였기에 일부러 말한 것도 있다는 것은 오니도 농담은 할 줄 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도나는 지금 잠옷 차림으로 숙소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어. 잘 시간인데 도나 방에 안 있고 왜 이러고 있냐면, 자세히는 모르지만 공사 아저씨가 오늘 도나의 방에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오늘만 다른 대원들 방에 가서 같이 자라고 했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오늘 당직 서는 선배님한테 물어봤더니 오라클 씨랑 같이 자라고 방 번호를 알려줬어. 그래서 도나는 깨끗이 뽀독뽀독 씻고서 오라클 씨의 방을 찾는 중이야.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자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기도 하지만 오라클 씨는 도나보다 나중에 들어온 신입이고 또 착하다고 했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에~ 여긴가...?"
도나는 오라클 씨의 방 앞에 멈춰서서 주머니에 든 사탕을 만지작거렸어. 이따가 선물로 줘야지! 아 참. 오라클 씨는 이 상황을 알고 있을까?
"으에으엇.. 아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도나가 똑똑똑 방문을 두드리기 직전 오라클이 무엇을 하고 있었냐! 라고 한다면 안 들어가는 참치인형을 옷장에 넣으려고 애쓰고 있었던 거시어따!
"아누트씨.. 살쪘어요? 왜 안들어가요.." 살찐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던 건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숨김지퍼를 통해 벗겨내서 빨 수 있다는 걸까.. 그건 넘어가고 결국 어떻게든 밀어넣고 나서 휴우. 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똑똑 두드린 도나를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문을 열고 빼꼼 바라봅니다.
"드..들어오세욤!" 오라클의 행동을 봤을 때 뭔가 키가 작아보이는 느낌이지만 의외로 키가 큰 편에 속합니다. 살짝 내려다보면서 바닥에서 자는 것도 좋고.. 침대에서라던가요..? 라고 물어보려 합니다. 오라클은... 대충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네요!(짤 참조) 어쩐지 옷장의 문이 좀 억지로 닫힌 것 같은데요..?
도나는 열린 문틈으로 소녀소녀한 오라클 씨에게 배꼽인사를 했어. 그리고 조금 쭈뼛거리면서 오라클 씨의 방 안으로 들어갔어. 다른 사람의 방에 들어온 건 처음이기도 하고, 방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붕붕 떴어. 방에 들어간 도나는 오라클 씨를 올려다보면서 다시 한번 꾸벅 인사했어.
"오늘, 잘 부탁해요..! 저, 저기서 자면 될까요?"
도나는 침대 옆의 바닥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어. 아참. 이불도 가져올 걸 그랬나? 침대에 있는 것 말고는 여분의 이불은 없어 보여. 저기 옷장 안에 뭐가 가득 들어있는 것 같이 문이 빼꼼 열려있는 것 같지만!
"안녕..하세요 돌로레스씨.." 쭈뻣거리며 들어오는 돌로레스를 잘 맞이하려 합니다. 나름 정리를 미니멀하게 하는 편이었지만. 돌로레스가 온다는 것에 향을 입히려고 달달한 캔들워머까지 써서 향초를 쓰고.. 역시 오라클도 파자마파티에 로망을 가진 거시 분명하다.
"어.. 침대에서 자도 괜찮아요! 나 바닥에서도 잘 자요!" 노숙 경험 있어요! 라고 말하는 표정이 마치 꼭 \\\\٩( 'ω' )و //// 이모티콘 같았지. 이불을 안 가져왔다는 도나의 말에 조금 고민하던 찰나에.. 옷장 문이 펑 터지듯 열리더니 참치 인형이 휙 튀어나옵니다.
"으앗. 아누트씨가 튀어나와따!" 어쩔 수 없다는 듯 오라클이 이불을 여기 있는 걸로 써도 된다고 말하려 합니다. 두툼한 거 조아해요? 아니면 얇은 거? 라고 물어봅니다.
도나는 손을 내저으며 고개도 함께 가로저었어. 해맑게 노숙 경험이 있다 말하는 오라클 씨의 두 손을 꼭 붙들고 정말 괜찮다고 하려는데, 옷장이 펑! 열리더니 참치 인형이 튀어나왔어. 깜짝파티인가?!
"우-와! 커다란 물고기! 아, 아누트 씨?"
도나는 아누트 씨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도다닷 뛰어가려고 했어. 엄청 커다래. 푹신푹신해 보여. 게다가 도나보다 커!
"앗. 정말요? 아히... 이왕이면 두툼한 걸로..."
도나는 취향이 확고한 편이야. 이불은 무조건 두툼한 게 좋지! 도나는 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제 입장도 잊고서 그렇게 대답했어. 그런데, 도나의 관심은 커다란 아누트 씨에게 꽂혀버렸어. 도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오라클 씨를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아누트 씨를 가리켰어. 저거 뭐예요? 하는 얼굴을 하고서.
다분하게 농담이 느껴졌기에 칼리는 파르스름한 눈동자로 스카를 보다가 가늘게 떴다. 곧이어 느물거리면서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당겨 올렸지만. 귀엽다는 말은 꽤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는 게 더 크기도 했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 말인가? 본인, 잘 모르겠네만. 본인은 단순히 오지랖이 넓고 참견쟁이 늑대일 뿐이오."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 올리고 칼리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고는 있더라도 모른다고 하는 건 단순, 장난 때문이였다. 그 증거로 칼리는 스카를 한번 보고 다시 슬쩍 굴리고를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키득거리는 웃음에 칼리또한 히죽이며 웃음을 짓는다. 장난스레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가 분명한 것이기도 했다.
"이런! 자네가 그런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 본인, 자네의 말에 긍정할 수 밖에 없다네. 그래- 본인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면 자네도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지. 암-!"
고민의 기색이 그대로 묻어나있는 스카의 표정은 칼리의 하나밖에 없는 파르스름한 눈에 잘 들어왔다. 그것은 칼리가 스카를 안아들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나칠 정도로 기민하게 변화에 익숙한 태생의 습성일수도 있다. 칼리는 그래서, 스카의 표정을 풀어주기 위해 낄낄거리는 웃음기와 함께 스카에게 대꾸하며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렸다.
아니다. 칼리는 스카가 해주는 말이 익숙했다. 농조에 칼리또한 비슷한 농조로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스카를 안아든 자세를 가볍게 추슬러서 바로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건 알겠네만 오늘은 안되네. 할말이 많으나 참는 표정에 칼리가 스물스물 밀려올라오는 짖궂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느물거리는 어조로 내뱉고.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소. 다만 자네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본인이 꽤 많이 들은 것 같아서 말일세."
의무실까지는 그닥 먼 거리는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수도 있었지만 칼리는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의 키보다 조금 더 큰 사람을 안아든 것치고 칼리의 걸음은 꽤나 가벼웠다.
화들짝 놀라서 굳어버리는 뒷모습에 칼리는 숨을 죽여 낄낄거리다가 리아와 시선이 마주치자 한손을 들고 가볍게 흔들어보인 뒤 칼리의 걸음은 리아에게 가까워졌다. 가까워지자마자 힘이 실리지 않은 리아의 손이 팔을 때리자 아야아야- 엄살을 부렸다. 힘이 실리지 않아서 아픈 건 하나도 없었지만 엄살을 부리며 아프다네, 아파- 하는 너스레를 떨었다.
"본인이 놀래켰다니.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네! 이거 억울하오. 자네에게 이런식의 장난을 칠 사람이 본인말고 누가 있겠는가? 그래, 자네 몸은 어떠한가?"
눈물이 고여있는 눈과 다르게 무덤덤한 모습을 보고 칼리는 리아에게 물음을 던졌다. 사무소의 의료 시스템을 생각하면 리아의 부상은 금방 나았을테지만 후유증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칼리는 물음을 던지며 리아에게 맞았던 팔 부위를 다른손으로 문질렀다. 게다가 리아는 자신보다 더 심하게 다치지 않았는가, 걱정은 당연했다. 혼난다는 뉘앙스에 칼리는 시선을 영 엉뚱한 곳으로 돌리며 휘파람을 한번 불며 느물거리는 태도를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행동이기도 했다.
"메뉴 선정을 본인에게 하라고 해버리다니 자네 좀 치사한 것 아닌가? 이거 이거 어깨가 무거워서 주저앉아버릴 것 같구려."
칼리의 어깨가 축 쳐졌다. 늘 꼿꼿하게 자세를 잡고 있는 터라 더욱 눈에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이내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려 느물거리는 어조로 중얼거리며 어깨를 다시 펴고 자세를 바로 잡았다. 각별하게 친분이 있는 사이여서, 리아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것 같아서 칼리는 문을 열고 걸음을 옮기다가 고개를 비스듬히 리아에게 돌렸다.
이건 좀 애매하네용 왜냐면 그건 캐릭터 설정상으론 가능한거지만 실제 진행때에 판정하는건 저니까요 저는 모든 캐릭터들의 전투력을 1로 보고 있습니당 이 1을 어디에 배분하느냐 어떻게 쓰느냐는 개인적인거에요 즉 시도하는건 자유지만 결과가 어케 될지는 모른다는겁니당 저번 진행때 아이다도 염동력으로 적을 으스러트리려고 했지만 막혔지요 똑같은거에요 요는 이겁니다 본인 생각하는 한도에서 시도해볼수 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 .. 칼리는 장난꾸러기야. 역시. 몸은..저릿하고, 찌뿌둥하고, 얼얼하고.. 밥 먹으면 집에 가서 잘거야. "
엄살을 떠는 칼리를 빤히 바라보던 오니는 물음을 던져오자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그냥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잘까 하는 고민도 생겼지만 역시 그상태로 잤다간 일어난 후가 걱정됐기에 배는 채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칼리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시선을 돌리며 휘파람을 불자 콩하고 주먹으로 어깨를 한번 더 두드리곤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 치사하다니, 놀래킨 벌이야. 그리고 어깨가 무거우라고 한 부탁이니까.. 당연해. "
칼리의 어깨가 축 쳐지는 것을 본 오니는 움찔하고 놀라지만, 이내 지난 날들의 경험을 떠올리곤 다시 기세를 찾은 듯 태연하게 말을 이어간다. 칼리를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의 오니였다면 순조롭게 칼리의 연기에 당했겠지만, 이젠 두 사람 사이에 시간이 어느정도 쌓인 상태였기에 그런 것 정도는 얼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나 어깨를 다시 펴고 자세를 바로 잡는 칼리를 보며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하던 오니는 칼리의 제안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고기.. 좋아. 왠지 칼리는 물어보면 고기라고 할 것 같았지만. "
칼리의 대답은 오니의 예상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칼리는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칼리의 뒤로 가선 슬쩍 손을 뻗어 앞장서서 걸어가라는 듯 한걸음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 칼리가 데려가는 집, 맛없으면 앞으로 칼리의 추천 음식집은 한번 더 생각해볼거야. 경고. "
오니는 검지를 들어 주의를 주듯 말하곤 얼른 앞장서라는 듯 손짓한다. 그와중에 초롱초롱 빛나는 눈은 오니가 고기라는 이야기에 나름대로 들뜬 상태라는 걸 보여주는 듯 했다.
"본인이? 그거 금시초문이네만! 본인만큼 진지한 사람이 어디있는가? 어허- 그거 큰일이군 그래. 본인, 자네가 그리 날뛸 때 알아봤네만 치료는 잘 되어서 다행일세."
파르스름한 눈으로 리아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듯 훑어보던 칼리는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어이쿠 아파라- 하며 리아가 다시 어깨를 때리자 맞은 부분에 손을 올리고 싹싹 문지르며 한번 더 엄살을 부렸지만.
"본인은 자네를 놀래킬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네. 누가 들으면 크게 오해하겠소만-! 당연하다고 대답해버리면 본인, 할말이 없어지는구려. 오호- 통제라-"
마지막 말을 추임새처럼 넣으며 언제 맞은 부위를 문질렀냐는 듯 손을 떼어내고 칼리는 양손을 펼쳐서 한번 들썩인 뒤 주머니에 넣는다. 신체적인 언어인 제스처는 칼리의 버릇과 비슷했다. 자신의 제안에 리아는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였고, 칼리는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려 미소를 짓는다.
"이런 벌써 본인의 식습관까지 파악한겐가? 이또한 자네와 본인의 긴 인연의 결과임이 분명하구려. 늑대의 주식은 고기이니 당연하지 않겠나!"
칼리의 어조는 느물거리며 장난기를 다분히 담아내고 있었다. 칼리는 자신의 뒤에 서는 리아의 모습을 보다가 낄낄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자네, 고기는 무엇이든 맛있다는 말을 모르는군 그래? 걱정마시게. 본인이 추천하는 집은 자네도 마음에 들걸세. 본인, 장담하겠네!"
주의를 주는 리아의 제스처에 칼리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꺼내 불끈 주먹을 쥐어보이며 믿어보라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에 웃음을 삼키고 주먹을 쥐었던 손을 펴서 이쪽일세- 하고 방향 제시를 하며 칼리는 성큼성큼 걸었다.
-아누트라고 한다. 오라클의 참치지. 단호하게 말하는 아누트를 들고는 오라클이 샐쭉한 도나에게 베개도 안 가져오다니. 어디에서나 잘 자는 타입인가 봐요.라며 베개를 건네주려 합니다.
오라클은 도나의 옆에 앉고는... 편하게 앉아도 괜찮지..요? 라고 갸웃거리며 말하고는
"파..파자마 파티는 어... 맛있는 걸 잠옷 차림으로 먹으며..대화를 나누는 파티래요!" 맛있는 건 많지 않지만!(기껏해야 과자랑 음료수 조금뿐일 것이다.) 그래도 수다는 떨 수 있으니까. 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아누트씨를 끌어안습니다. 돌로레스 쪽으로 향한 아누트의 꼬리가 파닥파닥거리지는 않지만. 만지면 의외로 부드럽..나?
"과자를 먹고 음료수를 마시면서... 음.. 파자마 토크를..!" "그러고보니 저 엄청 맛있는 집 찾았어요. 나 거기 나중에 누구랑 같이 가서 잔뜩 먹고 싶어지는 거 있죠?" 이라고 말하는 표정이 또 이모티콘 같아요. ヽ(๑╹▽╹๑)ノ 이런 이모티콘 같다거나?
히죽거리며 말하는 칼리의 말에, 한동안 멈춰있던 오니의 시선이 칼리에게 머물러 있다, 거리로 옮겨지며 작게 중얼거린다. '역시 내일은 쉬어야겠어' 하는 중얼거림을 남긴 오니는 엄살을 피우는 칼리를 보며 무심코 다음번엔 정말 힘을 실어서 해줘야 하는걸까 하는 고민에 빠진다. 물론 그 표정 역시도 덤덤해서 칼리가 알아차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칼리 아는 사람들이면 다 그렇게 생각할걸.. "
오니는 억울하다는 듯 손짓을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 칼리를 보며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당연한 결과라는 듯 말한다. 자신이 몇년간 보아온 칼리는 그런 친구였으니까. 저 행동에 악의가 없다는 것도,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에 오니는 이런 친구가 편했다.
" ... 칼리, 나랑 있으면 늘 고기만 먹었던 것 같기도 하고.. 채소도 골고루 먹어야 해 "
한순간 엄마라도 된 것 마냥 느물거리는 칼리에게 손가락을 향하며 조곤조곤 잔소리를 한 오니는 이따 어디를 가던 채소를 시켜서 먹여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낄낄거리는 칼리를 보며 그 생각이 강해진 것은 절대 악의는 아닐 것이다. 아마.
" 고기는 맛있지만, 맛없는 고기를 주는 곳도 많아. 그니까 믿어볼게, 칼리. 칼리, 그래도 거짓말은 안 하니까. "
불끈 주먹을 쥐어보이는 칼리를 따라 무덤덤한 얼굴로 같은 포즈를 취해보인 오니는 성큼성큼 걷는 칼리의 뒤를 쫄쫄 따라간다. 키는 비슷해서 보폭도 비슷할터인데 어째선지 그렇게 되고 마는 두사람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오니가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한다.
" 칼리.. 맛있는 냄새가 나. "
칼리의 옷을 아주 살짝 손을 뻗어 잡고는 거의 다 온 것이 맞냐는 듯 물음을 던진다. 어디선가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 슬슬 배고픔이 한계치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왠지 금방이라도 입가에서 침이 흐를 것 같은 표정으로 주변을 마구 두리번 거리는 오니였다.
도나는 오라클 씨가 건네준 베개를 꼭 끌어안고 베개에 턱을 올렸어. 몸에 딱 맞는 크기에 엄청 폭신하고 또 좋은 냄새가 나. 얼굴을 묻으면 금방 잠들어버릴 것 같은 포근한 냄새야. 그리고 편하게 앉는다는 오라클 씨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끄덕했어. 여긴 오라클 씨 방이니까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데.
"잠옷 차림으로 맛있는 걸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파티!"
도나는 오라클 씨의 설명을 따라서 읊었어. 그러고보니 도나는 그냥 애같은 잠옷인데 오라클 씨는 엄청 하늘하늘하고 여성스러워 보이는 예쁜 잠옷이야. 오라클 씨 예쁘다.
"엄청 맛있는 집이요? 다음에 저도 데려가 주세요!"
도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오라클 씨를 바라봤어. 해맑게 웃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갑자기 불쑥 찾아와서 불편해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야. 도나도 누구랑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 나누는 거 잘 없는데.
"아참! 저 사탕 있어요."
도나는 이때다 하고 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을 한주먹 꺼냈어. 얼마나 많이 들고 왔는지 주머니가 아직도 볼록해. 도나는 과자나 음료수는 없지만 사탕은 잔뜩 가져왔지! 막대사탕이랑 봉지에 든 알사탕. 그걸 이불 위에 와르르 쏟아놨어. 오라클 씨도 사탕을 좋아할까?
리아의 중얼거림에 칼리는 억울하다는 듯이 파르스름한 눈을 가늘게 뜨고 리아를 바라보며 양손을 펼친 뒤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리지는 않아서 정말로 억울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곧, 칼리는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렸다. 진지함은 전투시에나 보이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칼리는 이어지는 리아의 말에 파르스름한 눈을 슬쩍 다른 곳으로 옮겼다.
부정하지 않는 것은 진짜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걸 긍정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걸 리아가 알기 때문에 보일 수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어깨를 으쓱이던 한손을 자신의 입가에 대고 헛기침을 한 칼리가 리아의 말에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본인, 야채를 아예 안먹는 건 아니네만? 주식이 고기인만큼 주식을 즐기는 것 뿐일세. 자네가 잔소리를 하면 앞으로는 더 고기만 먹어야겠구려."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칼리는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리아의 잔소리가 귀찮거나 싫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아마 오래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칼리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알던 사이니까. 게다가 잔소리를 듣더라도 느물거리며 넘어갈 수 있기도 했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제스처를 따라하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히죽이며 입매를 올려 미소를 짓고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신의 뒤를 쫄쫄 따라오는 리아와 함께 거리를 걸었다. 아래로 늘어져 있는 칼리의 끝부분이 회색빛인 꼬리가 가볍게 흔들린다.
"이 근처는 고깃집들이 제법 있으니까 말일세. 앞으로 금방일세 금방. 조금만 참게나. 자네. 침 떨어지겠소!"
옷자락을 살짝 잡혔지만 칼리는 기민하게 눈치를 채고 리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정확하게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꼬르륵 하는 소리가 칼리의 청각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칼리는 제법 시원스레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리아의 손을 가볍게 쥐고 금방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가까운 고기집으로 리아를 데리고 들어섰다.
"자, 도착했소. 먹고 싶은 만큼 드시게!"
털코트에 냄새가 배지 않도록 칼리는 털코트를 반듯하게 접어서 의자 안쪽으로 집어넣은 뒤 의자에 앉아, 리아를 향해 앞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해보인다.
"응응. 그게 파자마 파티라고 읽었어요." 우연하게도 돌로레스씨랑 같이 잠을 자게 되어서 간이로 준비했죠! 라고 고개를 크게 끄덕끄덕거림을 곁들여 말하면서 아누트씨를 폭 끌어안습니다. 아마도 조금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안 보이려고 참치인형으로 얼굴을 가린 게 분명하다구요? 둥글둥글한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졌다가 다시 돌아갔지만. 그거 어차피 가려서 안 보이는 것을.
"돌로레스 씨랑 같이 가면 왕창.. 와앙창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꼬옥 같이 가는 거에요!" 아무래도 혼자서 가면 못 먹는 메뉴가 있어서 슬픈걸요. 특히 2인분 이상만 받는 거라던가. 라는 게 가장 슬퍼요. 아니면 4인세트같은 거라던가.. 라는 말을 하고는 사탕이 있다는 말에 사탕! 이라며 사탕이 나오는 걸 봅니다. 좋아하는 맛(아마도 레몬맛? 박하맛?)이 있으면 바로 집어들고는
"저는 이거 좋아해요. 돌로레스씨도 좋아해요?" 맛있는 사탕.. 먹고 나서 이는 닦아야겠지만 이미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한 이상 문제업따!
칼리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고기집은 꽤나 좋은 향이 감돌고 있었고, 그 향을 맡은 오니는 얼굴에 홍조를 띈 체 오길 잘했다는 듯 눈을 반짝인다. 이미 소녀의 눈은 벽에 걸린 메뉴판을 훑고 있었고, 옆에서 앉으라는 제스처와 함께 말을 건내는 칼리의 말에 얌전히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을 때, 근육이 욱신거리는지 움찔거리는 오니였지만 엉덩이를 딱 대고 앉자 편안해진 한숨을 내쉰다.
" 먹고 싶은 만큼... 칼리가 사는거구나. "
칼리의 말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던 오니는 어딘가 생각에 잠긴 듯 테이블을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곤 칼리를 보며 덤덤하게 말한다. 그저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했을 뿐인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어간 오니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든다. 종업원은 또 때마침 오니를 보고 있던 모양인지 후다닥 달려왔고, 오니는 메뉴판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연다.
" 저거랑 저거랑, 저거랑, 저거랑.... "
메뉴판의 위에서부터 아래에 있는 것들 몇가지를 1인분씩 순식간에 주문한 오니는 뿌듯하다는 듯 '흐흥' 하는 소리를 내며 혼자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곧 종업원이 가지고 나올 고기들이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물론 얻어먹기만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기왕 장난을 친 김에 좀 더 이어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는지 말을 이어간다.
" 잘 먹을게, 칼리. 그렇게 마음을 써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그 마음에, 잘 먹는 모습으로 보답할게. "
오니는 또다시 혼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기분좋게 몸을 좌우로 까닥이며 고기가 나오길 기다린다.
리아가 앉을 때 움찔거리자 칼리는 테이블에 팔을 올리지 않고 대신 팔짱을 끼며 리아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러고보니, 아예 내던져졌던가. 방패에 부딪힌 충격이 황소에게 부딪힌 충격과 흡사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칼리는 얼음 파편에 스친 자신의 뺨에 붙혀져 있는 반창고를, 리아가 조금 나아진 듯 하자 손으로 반창고 위를 긁적인다.
"이보게, 자네.."
덤덤한 목소리로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눈을 크게 뜨며 말끝을 흘렸다. 종업원이 다가오자 주문을 하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 올린 뒤 물컵의 물을 비워냈다. 뭐 상관없지. 칼리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장난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칼리는 물컵의 물을 모두 비워내고 새 물을 따르면서 리아의 말에 고개를 선선히 끄덕여보였다. 고기가 나오기 전 테이블이 세팅되는 모습에 칼리는 자신의 셔츠에 뭔가가 튀는 게 싫었는지 종업원에게 앞치마를 두개, 그리고 음료수를 하나 시켰다.
오니는 말끝을 흐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칼리에게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물음을 던진다. 이미 주문은 끝마친 상태였기에, 어째서 칼리가 자신을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듯 태연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물론 친애하는 친우에게 고깃값을 다 내라고 할만큼 철판이 두껍지 못한 오니였기에 계산은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지만.
" 칼리 괜찮아? 지금이라도 같이 내달라고 하면 낼텐데. "
물을 마신 칼리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오니는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되묻는다. 마치 바라는 것이 있다면, 고기값을 같이 내달라고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칼리의 입으로 말해보라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오니는 자신이 이렇게 장난을 잘 쳤던가 싶었지만 흐름을 탄 김에 좀 더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 앞치마.... 난 괜찮아. 코트 정도만 넣어둘까."
칼리의 제안에 그제야 옷에 생각이 미쳤던 모양인지, 잠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낡은 흰코트는 뭔가 튀기에 딱 좋아보였지만 군데군데 찢어진 슈트는 무언가 튀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흰코트를 벗어선 칼리가 했던 대로 의자에 집어넣은 오니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다가 문득 횅한 느낌이 들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한다.
배부근과 팔부분의 슈트가 찢어져서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있었고, 오니는 그걸 그제야 깨달았는지 '읏' 하는 소리를 내곤 다급하게 손으로 배를 가린다.
".... 칼리, 나, 나도 앞치마..."
오니는 얼굴에 홍조를 띈 체 '혹시 봤어?" 하는 눈을 한체 작게 중얼거린다.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부분이었겠지만, 오니는 그저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덤덤한 표정과는 다르게 주변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고 있는지도 몰랐다.
오라클은 도나를 귀여워하는걸까. 아니면 반대로 도나가 오라클을 귀여워하는 걸까... 일단 20대 중반이라고 주장하는 오라클은 그 나잇대처럼 안 보이는게 문제인가. 도나랑 비슷한 느낌이얏! 왕창 먹자는 것에 고개를 끄덕끄덕! 같이 가서 디저트뷔페를 휩쓰는 거야! 라는 꿈을 생각하며 함박웃음을 짓나요?
"그래? 카페에 가서 케이크나 빵 먹으면 엄청 맛있구.." 디저트 뷔페같은 데 가면 엄청엄청 좋대! 여기에서 먹어본 적은 없는데.. 우르수스에 있을 때 딸기뷔페 엄청 대단했어! 라테라노의 딸기디저트뷔페에 가본다면 좋을 텐데. 라고 말하려 합니다.
-아누트는 아누트다! 성별같은 건 상관없지. 사실 물고기들은 성별전환이 가능한 종이 몇 있기도 하고.. 참치는 보통 인간이 겉으로 봐서는 성별을 알기 어려운 종에 속하는 느낌..? 의기양양한 아누트의 목소리를 내며 오라클은 품에 안긴 게 좋겠다라는 말에 조금 당황한 느낌으로 말을 못 잇습니다.
이미 주문까지 마친 상태여서 무를 수도 없고. 칼리는 자신의 뺨에 붙혀져 있는 반창고 위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저어보였다. 리아 본인은 다른 의미였을테지만, 일단은 칼리 본인이 추가적으로 공격을 받으려는 걸 막아주다가 상처를 입은 리아였기에 고기값을 내는 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흠! 아닐세. 아냐- 자네에게 고깃값을 내는 건 어렵지 않으이."
끄응-하고 앓는 소리를 내면서 칼리는 리아의 말에 물컵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애써 진정시키려했다. 그나저나 장난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칼리는 묘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리아를 보다가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리며 물컵을 다시 비워냈다. 앞치마가 필요없다는 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칼리는 앞치마를 걸쳤다. 패션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전투 때는 피가 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에 옷에 뭔가 튀는 건 질색이니까.
"이런, 자네. 새 옷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 같구려."
드러난 맨살을 가리며 앞치마를 달라고 하는 리아에게 칼리는 미리 받아놓은 앞치마를 건네며 봤냐는 물음에 솟아있는 귀를 각각 다른 방향으로 젖혔다가 되돌리며 입매를 히죽이며 당겨올렸다.
"본인에게 자네의 맨살을 본들 어떤가? 자네는 별것을 다 부끄러워해서 문제일세."
자네의 맨살은 본인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네. 칼리는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뒤 종업원이 가져온 고기를 달궈져 있는 불판 위에 올렸다.
"같은 카페 얘기하는 것 같은데에..." "사블랴!" 블라디미르의 카페! 사실 알바생이기는 하지만 블라디미르의 카페라고 말하는 것에 거리낌없기는. 그리고 파르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파르페.. 맛있는 것들.. 아마... 오라클도 라테라노는 안 가봤을 확률이 크려나? 가봤다면 딸기뷔페를 가보려 했을 거라 장담하지만! 같이 가보고 싶다는 말에는 나도 같이 가보고 싶으니까. 꼭 가보는 거야! 라는 다짐을 합니다.
-부끄럽다니. 흠흠. 부끄럼쟁이라는 말과 옆구리를 쿡쿡 찔리는 듯한 감촉을 그것을 품에 안은 오라클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일거다..
"그..그러니까요. 아누트씨 너무해!" 라고 입을 삐죽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아누트씨를 살짝 앞에 내려놓고는 도나를 보면서 돌로레스랑 뭔가 아르바이트생 급구 같은 임무 나가거나 하면 마치고 나서 디저트 뷔페라던가 가보는걸루 할래? 라고 물어봅니다.
도나는 오라클 씨와 똑같이 말하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어. 같은 카페를 말하는 거였구나. 아르바이트 임무. 저번에 루이트폴트 씨랑 같이 했던 인형탈 알바 같은 거! 그때도 재미있었는데. 또 그런 임무가 생겨서 오라클 씨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
"응! 약속. 꼭 같이 가요!"
오라클 씨가 손을 내밀어 주면, 새끼손가락을 꼭꼭 걸고 약속을 해. 둘이 손뼉을 쳐서 약속 도장까지 찍으면 완벽한데!
그런데 오라클 씨가 너무해! 하면서 아누트 씨를 내려놓았어. 도나는 왜 그러는 걸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어. 오라클 씨의 뺨이 조금 발그레한가? 그건 도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도나는 오라클 씨와 아누트 씨, 그리고 오라클 씨의 품안을 번갈아 보았어. 도나는 아누트 씨를 안아보고 싶기도 하고 오라클 씨에게 안겨보고 싶기도 하고 오라클 씨에게 안겨서 아누트 씨를 안고 싶기도 해. 도나는 내 자리! 하면서 오라클 씨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봤어.
방안의 분위기가 소녀소녀하고 몽글몽글해서, 오라클 씨가 상냥하고 포근해서 더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을까?
"사블랴랑은 예전에 만난 적은 있었지만." 여기서 만날줄은 몰랐어. 라면서 요즘은 사블랴랑 운동도 하고 있고.. 라는 생각을 합니다. 확실히 체력이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그냥 나태했던 흔적들을 좀 지우고 있는 것이지요.
"약속 어기면 으음... 나쁜 거?" 뭐라고 말해야 할 것인가. 고민했지만 그래도 바늘 천개 삼키기는 아플 것 같은걸..로 말하지는 않고, 대신 손을 내밀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도 찍고..아마 복사도 하지 않았을까나?
"으응..?" 도나가 내 자리! 라고 말하는 것이나. 자신과 참치인형과 그런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어..이럴 때에는 팔을 벌리는 걸까? 라고 고개를 기울이면서 팔을 벌리려 합니다. 자리를 찾아가자.. 일까.라는 생각이겠지. 물론 폭 안겨온다면 품에 파묻힐 정도로 안아줄 순 있다는 거지만!
그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바닥에 물을 부어버리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 데는 깨다 만 졸음이 한몫했다. 골치아픈 사고를 쳐놓고서도 모르는 일이라는 양 앉아 있는 폼이 태평스럽기만 했다. 실제로 그는 나름대로 바닥에 고인 물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심각한 문제에 처해 있기는 했다. 갈아입을 옷을 찾으러 나가야 할까, 하지만 그건 귀찮다. 그렇다고 젖은 채로 자버리기엔 찝찝한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고' 구부정하게 앉아서 불만만 떠올리고 있던 차에 다가온 제안은 꽤 반가운 것이었다. 즉답이라도 하듯 눈동자가 먼저 번뜩 상대에게로 빛났다. 그 뒤로 조금 늦은 말문이 열렸다.
"나한테 맞다면 옷. 아니면 수건만이라도."
제 몸에 맞는 사이즈에 멀쩡한 디자인이라면 옷이 좋고, 아니라면 수건이라도 가져오라는 의미의 함축이다. 잠깐 신경쓰지 않았던 사이 여자는 어느새 가까이에서 눈치를 보는 듯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불현듯 그는 어떤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근데 너 멀쩡하게 갈 수는 있겠냐?"
그러고보니 애초에 이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상대의 좋지 않은 몸상태에 있었지 않은가. 오히려 보냈다간 못 돌아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그는 막 제 입으로 아프면 그냥 앉아 있으라고 핀잔을 주기까지 한 참이다. ……이놈의 주둥이가 문제지. 이러라 했다가 저러라고 말 바꾸는 일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라, 그는 결국 손으로 머리카락을 흩어대며 무겁게 몸을 일으켰다. 이렇게 될 거라면 애초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는데. 걸음을 터벅터벅 대충 옮기는 뒷모습으로부터 설명하듯 말이 늘어졌다.
"그냥 내가 가고 말지. 나도 숙소 사니까 그냥 내 방 갔다 오련다……. 너는 그동안 이것 좀 치우고."
'이것'이라며 가리키는 것은 처음의 커피와, 그의 헛짓이 더해져 만들어진 대홍수 파티였다. 반절은 자기가 친 사고였으면서 명령하는 투가 어째 자연스럽다 못해 당연스럽다. 나름대로 상대와 본인의 상황을 고려해서 한 행동이었겠지만 태도가 이러니 과연 뜻이 곱게 전해질지 모르겠다…….
사샤에게는 보호막을 세우는 능력은 존재치 않았다. 이 당시에 디펜더로써 활약했더라면 손에 방패라도 들려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사샤의 손에 들린 것은 방패가 아니라 창이었다. 사샤는 아쉬운대로 제 앞쪽에 불길로 높은 벽을 세운다. 불로 총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잠시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몸을 피할 필요가 있었다. 바닥에 낮게 굴러 겨우겨우 치명상 정도를 피한 뒤 네 근처까지 가까이 다가갔다.
"괜찮아요. 선배는요?"
경력이 있으니만큼 어련히 알아서 잘 했으리라 믿지만, 어찌 되었건 혹시라는 것이 있으니까. 미처 제대로 피하지 못해 팔을 스치고 지나간 부근을 손으로 꾸욱 눌렀다. 그나마 빠르게 피할 수 있었으니 스친 정도로 끝났지, 자칫했으면 벌집이 될 뻔 했다. 사샤는 굉장히 침착했다. 긴장한 채 네게 부딪히던 아까와는 딴판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이었기에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도 몰랐지. 이런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었다간 바로 개죽음 당할 수도 있다고 본능이 외치고 있었으니. 사샤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원래라면 적들이 인질에게 일부러 위해를 끼치지는 않겠으나, 저희들이 건물까지 침투했다는 것을 적이 알게 되었으니 더는 인질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었다.
"이젠 싸울 수 밖에 없겠네요. 저 메카닉부터 어떻게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더 이상 조용히 인질만을 구출해 나갈 수는 없다. 사샤는 창을 제대로 집어들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날 배치했나. 사샤는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동공이 얇게 축소되며 고양이의 눈과도 비슷해진다. 기계음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사샤는 뱅가드에 처음 배치 되었을 때 배운대로, 앞으로 달려나가려다 몸을 움츠리곤 너를 돌아보았다. 뱅가드가 맞긴 한데, 일단은 뒤에 사람도 있으니 혼자서 움직일 순 없겠지. 생각해보면 단순히 뱅가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품이었던 것이다.
라샤는 당황했다. 어째서 이런곳에 메카닉이 있는거지? 상대는 단순 테러리스트가 아닌가? 스페셜리스트가 파견되얶다면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그러한 내색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던 그는 다시 침착하게 자신의 근처로 다가오는 사샤를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탄환세례에 팔을 스친 것 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건 엄청난 행운이 뒤따른 결과였지.
"괜찮다면 준비해. 네 말대로 저것을 때려부순 다음 강행돌파다. 이미 이 정도의 소란이라면 들키고도 남았겠지."
들킨게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들이 올 것이라는걸 눈치채고 있었다는듯한 메카닉의 등장이 그의 뒤를 켕기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눈 앞의 골칫덩이를 최우선으로 정리해야하는 상황이었기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안감은 나중으로 미뤘다.
"......"
먼지구름이 거쳐가며 짧은 담소의 시간이 지나자 기계는 다시 한 번 거센 예열음을 내뿜었다. 이런곳에서 광범위한 아츠를 사용할 순 없다. 폐쇄된 공간, 아군과 근접한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건 최소한의 지원뿐이었기에 소량의 연기를 흩뿌려 기계의 취약한 관절부를 타격하며 말했다.
"내 아츠는 이런곳에서 풀포텐셜을 발휘하기 힘들어, 전적으로 너에게 맡기겠다. 저 기계는 덩치가 큰데다 무기가 몸체와 일체화 되어있어 선회속도가 느릴테니 빠른 움직임으로 사각을 노려 공격해."
사샤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바로 움직였다. 사샤의 아츠 역시 다소 광범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조절만 잘한다면 적에게만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샤는 빠르게 기계의 근처로 다가갔다. 창을 든 뱅가드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어 보이는 조심스러움이다. 사샤는 네가 아츠를 이용해 공격했던, 기계의 약점이나 다름 없는 관절부를 창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다. 원체부터가 기술이나 속도 보다야 힘으로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으니 공격 자체의 타격은 꽤나 유효했을 것이다.
공격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세지만 선회속도가 느린 기계를 상대로 택할 수 있는 전투 방식은 극히 한정적이다. 일격에 끝낼 수 있는 위력이 없다면 치고 빠지고를 반복할 수 밖에는 없다. 사샤는 기계에게 아츠나 창을 이용해 공격을 퍼부은 뒤 자신의 방향으로 기계가 선회하는 틈을 타 잽싸게 피했다. 그러곤 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 공격을 퍼붓고. 다만 아무래도 창은 날이 나갈 수도 있었기에 아츠를 이용한 공격이 주를 이루었다. 기계의 내구도가 완전히 닳아 버릴 때까지 단순하다면 단순한 공격들의 반복이다. 몇 번의 치고 빠지는 형식의 공격이 반복되자 메카닉은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다만 이런 공격 이후에 지치지 않을 턱이 없었기 때문에, 사샤는 스러진 메카닉을 내려다보며 지친 기색으로 한숨을 내뱉었다가 네 곁으로 다가갔다.
"이후의 일은 어느정도 선배한테 맡길게요. 아츠를 사용하고 나면 늘 지쳐버려서."
아츠의 사용 자체는 꽤나 자유자재로 하는 편이나, 신체적 특성인지 제 아무리 훈련에 훈련을 거듭해도 아츠의 사용 이후에는 지쳐버린다는 것이 흠이었다. 당연하지만 지혈도 하지 않았으니 총탄세례에 스친 부위에서 피가 멎질 않았다. 경험이라도 풍부했다면 모를까, 경험조차 부족했다. 이제부터는 서포트 정도가 한계려나. 사샤는 너를 잠시 빤히 바라보았다. 아까, 분명 연기를 흩뿌렸었지. 그리고 그 연기는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는 모양이었고.
"아, 필요하면 알아서 피해다닐테니 아츠 사용하셔도 돼요."
인질이 근처에 있다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다치지 않게 구조해내지는 못해도 살리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미 잠입이 들통났으니 더는 인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조금 위험할지 몰라도 강하게 밀고 나가는 수 밖에는 없겠지.
리타는, 행거 가장 안쪽에 걸려있는 녹색 후드티를 떠올렸다. 실수로 사이즈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실패하고만 그 옷. 디자인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건만, 직접 입어보고나니 꼭 펑퍼짐한 원피스를 걸친 것만 같아 애물단지가 된 옷이었다. 그거라면 저 남자의 체격에도 충분히 맞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조금 작을지도…
" …네? 아, 괜찮아요. 이젠… "
차마 —커피를 쏟고 나니 정신이 번뜩 들게 되었다. 라는 말은 할 수 없다. 때문에 리타는 어색한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어지러운 것도 많이 나아졌고, 방향 감각은… 아직 조금 위태롭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아까처럼 뭣도 모르고 중심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리타가 정말로 괜찮다는 듯, 당당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뒤이어진 그의 말에는 조금 당황한듯 표정이 흔들리긴 했지만 말이다.
" 아, 아니예요. 저 때문에 이렇게 된거잖아요. 숙소는 금방 가니까 괜찮은데… "
리타가 다시 말끝을 늘이며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숙소로 가겠다는 상대를 너무 귀찮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래. 어쩌면 불편함에 애둘러 완곡히 거절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꿎게 옷을 버리고 갈아입을 옷까지 직접 가지러 가야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니던가. 리타가 힐금 제 뒤를 바라보았다. 커피와 물줄기가 뒤섞인 그 무언가. 그러고보니, 저것도 빨리 치워야하는데…
" 저건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치울테니까… 아무튼, 저 진짜 멀쩡해요. 숙소까지 다녀올 수 있어요. "
리타가 종종걸음으로 남자의 뒤를 따르며 대꾸했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성가신 무언가가 들러붙은 꼴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정말이지, 이대로 남자를 혼자 보내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 옷도 드릴 수… 있는데… "
리타가 걸음을 천천히 늦추었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말투가 확신에 차있던 방금과는 퍽 다른 느낌이다.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는 칼리를 보며 눈을 깜빡이던 오니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이미 칼리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엇지만, 칼리의 그런 반응을 보는 것은 오니에게도 꽤나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 ... 칼리한테 보이는게 신경쓰이는게 아니라, 다른 녀석들이 신경쓰이는거야. 이런건 아껴뒀다가 소중한 사람한테만 보이는거라고 그랬어. "
안그래도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다른 테이블들의 손님을 고개를 돌려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쉰 오니는 앞치마를 받아선 서툴게 앞치마를 한다. 앞치마로 찢어진 부분을 가리고 나니 원래의 기분으로 돌아온 오니는 종업원이 가지고 온 고기를 올리는 것을 발견하곤 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돌아온다.
" 그러고 보니... 이번 임무에서도 나 날뛴거지? 아무래도 창을 들고 나서부턴 기억이 흐릿해서. "
그다지 많이 다치지 않은 날에는 기억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는 오니였지만 이렇게 많이 다치고, 한계까지 날뛴 날은 휴식을 취하고 나서야 제대로 기억이 어느정도 돌아오는 오니였기에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진다. 이런 전투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기에 조금이라도 스위치를 붙잡고 있을 방법을 찾아보려는 오니였다.
커다란 기계를 향해 나름의 객기를 부리며 약점을 노려 공격하는 사샤의 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던 알라스토르는 이윽고 기계가 굉음을 내며 쓰러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그저 눈 앞에 세워진 한 개의 관문을 돌파한 것 밖에 불과한 현재의 상황속에서 방금의 공격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샤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메딕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후회하진 마라."
피아구분없는 연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의 찬 목소리에서 그는 무어라 반박하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곳에 힘을 쓸 여유도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나아갔다.
기이하게도 방금의 난동이었다면 자신들을 제압하기 위해 공격하러 와야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이 상황에서 그는 한 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뇌리에 스치는것을 감출 수 없었다.
"이상하군..."
결국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목적지인 꼭대기층까지 도달한 그들은 자신들을 반겨주는 굳고 단단한, 그리고 거대한 문을 바라보았다. 양옆에는 두 대의 싸늘한 감시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있었고 알라스토르가 기계를 연기로 만들어진 창을 쏘아내 격추시킨 다음 문 앞에 선 뒤 입을 열었다.
"분명 진입하기 전에 인기척은 확실하게 느껴졌었지. 하지만 어째서 이런 기계외엔 아무것도 없는걸까."
이미 도망쳐버린건가?
"...문 열자."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내들었고, 그것을 옆의 잠금장치에 가져다대자 열릴 것 같지 않았던 커다란 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도나는 끌어안고 있던 베개 씨를 아누트 씨 옆에 내려놓고 오라클 씨에게 폭 안겼어. 아히... 하고 옹알이 같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오라클 씨의 품에 얼굴을 묻었어. 도나는 이런 포근함이 처음이야. 구름 위를 걷다가 넘어져서 폭신한 구름에 파묻힌 느낌. 아주 옛날에, 어머니도 도나를 이렇게 안아줬을까?
도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라클 씨를 꼭 끌어안았어. 도나는 그 안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었어. 조그만 가슴이 자꾸만 올라갔다 내려갔어.
"오라클 씨는 어른이네~"
도나는 오라클 씨의 가슴에서 얼굴을 조금 떼어놓고 그렇게 중얼거렸어. 그리고 오라클 씨의 품에서 몸을 돌려서,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오라클 씨에게 등을 기댔어. 작은 발이 까닥까닥, 발가락이 꼼질꼼질.
도나는 바닥에 누워있는 아누트 씨를 잡아당겨서, 오라클 씨가 도나를 안아주고 있는 거랑 똑같이 아누트 씨를 끌어안았어. 폭신한 오라클 씨와 아누트 씨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도나는 마치 샌드위치 햄이 된 것 같아.
"너무 좋다."
그냥 도나의 혼잣말이야. 도나는 고개를 옆으로 뉘여서 오라클 씨를 거꾸로 올려보려고 했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의 얼굴을 하고서. 발간 노을 위에 초생달 두 개가 나란히 걸려있어.
폭 안겨드는 것에 조금 당황할 법도 했지만 난 어른이니까! 당황함을 참을 수 이써! 로 태연하게 도나의 머리카락을 쓰담쓰담을 시도합니다. 그렇지만 저러한 접촉이 드물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서투르기 짝이 없었을 거에요. 예를 들자면 머리카락이 헝크러지게 쓰담이라던가. 어떻게 안아야 하지? 라는 생각으로 안은 게 생각보다 불편한 자세라던가?
"그럼요- 저는 당연히 어른이에요!" 그렇게 주장하는 게 더 어린이같은 언동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뿌듯하게 주장하고는 등을 기대는 도나가 아누트씨를 폭 안아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걸 봅니다.
"누구랑 파자마파티하는 로망도 이루고.. 돌로레스도 좋은 사람 같고..." "그래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랑 다 파자마파티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걸요." "소-장의 헬맷도 벗길 수 있을지도!" 뭔가 이상한 말이 한 마디 섞인 것 같지만 기분 탓...이 아니네?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면서 오라클은 도나를 내려다볼 거랍니다. 랄랄라. 스러운가.
//갱시인... 배고픈데 배고프지는 않아요... 이 아이러니함이란..(아무말) 다들 안녕!
푸스스 흩어지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말인즉슨 나머지 반은 진담이라는 소리렸다. 그래도, 귀여워하는 것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칼리의 말에 스카는 조용히 생각했다.
"에이, 알면서 그러셔요!"
반응을 확인하려는 듯, 자신을 곁눈질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장난인 게 확실한 말에 스카는 까르르 웃었다. 손이 입가로 움직이며 그 웃음소리와 닮은 찰그랑 소리가 났다. 웃음도 전염되는 법이라, 괜스레 기분이 들뜨는 것 같았다.
"저한테는 과분한 평가네요. 그래도 고맙게 받을게요."
따듯하고 좋은 사람...이라. 스카는 굳으려는 입매를 움직여 그저 순하게 웃어보였다. 저한테 붙기에는 참, 어울리지도 않는 수식어 아닌가. 자신에게만큼은 그런 수식어가 붙어서는 안된다. 어쩌면,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하던가. 당신네들을 보지 못한다는 건 슬펐지만, 들키지 않는다는 이점에 비하면야.
"터질지도 모른다면 더 열심히 말해드려야겠네요. 언젠가는 적응되겠죠, 안그래요, 칼리?"
스카는 칼리의 어투를 따라한 것같은, 적어도 노력은 해본, 능청스러운 어조로 답했다. 잘 되지는 않아 결국에 실실거리는 웃음이 따라붙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따라오는 말에 눈썹이 둥글게 휘어지며 놀란 얼굴을 만들었다. 제 얼굴이 그렇게 잘 읽혔어요? 스카는 어딘지 모르게 시무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하지 않다면 다행이고요. 그만큼 칼리가 도움을 많이 주었다는 뜻이죠."
스카는 그 특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슬슬 의무실에 거의 다 도착했을까. 도착했다면 또다시 찾아온 스카를 본 메딕의 표정이 골때린다는 표정으로 물들고 있을 터였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쉬웠을 것이다.
스카주 안녕핫세요를레이히~ 헉 독백 또 나오나요 무엇이든 써주시기만 하면 제가 읽구 행복해할거예요
캐는 오너를 닮는다구 하잖아요. 스카주의 섬세한 면에서 스카가 탄생했듯이 저의 호구력에서 캐러멜이 탄생한 거 같애요. 그러다 보니 캐릭터성이 물씬 묻어나는 독백을 쓰려면 그 순간만큼은 완벽한 호구가 되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Q. 그래서 독백을 쓰다가 갑자기 가챠를 돌렸니? A. 쉿
캐입 잘한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스카 캐입할 때마다 제가 아는 가장 말랑 문체 가지신 작가분들 글 다시 읽고 오고 잔잔한 노래 듣고 하면서 겨우 쥐어짜내는 중입니다... 캐러셀은 귀여우니 그걸로 된 게 아닐까요(?) 가챠 리듬겜 때는 욕망을 못 놓고 폭사만 거듭했던 인간이자 가챠카드겜도 해봤던 인간으로 말하자면...가챠는 욕망을 놓고! 마음을 놓고!! 그래야 잘되는.법이더라고요...
죽고 싶다고 말하지 말고 살아가라는 녀석들은 흔한 법이지. 그런 노래가 올바르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이치라는 것도. 나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다며 다른 이들이 죽는 것은 싫다는 위선은 이제 질렸거든. 남들이 어떻게 살든 그건 나랑은 상관없고, 그런 이들은 신경쓰는 녀석들은 남을 증오하는 것이 유행이라지? 저기 리유니온처럼 말이야. 그럼에도 우리는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를 보면 정말이지 '멋있는' 녀석들이 아니겠냐. 친구들? 어딘가에서 누군가 죽고, 누군가 그걸 슬퍼하며 노래부른다 한들 죽은 목숨은 돌아오지 않으며 그것에 감화된 이가 무기를 들고 괜히 복수하겠다고 설치다가 죽어나가는 것이 '일상'
"그래, 어쩌면 우리는 생명에게 미움받고 있는 것일지 모르지"
가치관과 자아, 그 모든 것을 무시하며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노래가 울려퍼지는 고요한 사회라는 무정한 전장은 언제나 바뀌지 않지. 가벼운 마음으로 목숨을 거는 녀석들은 머저리야. 죽고싶다고 말하는 녀석들은 막상 잃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지.
"스스로 생명을 가볍게 여기면 미움받는 법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은 어제 살아가지 못한 이의 내일이니라던가. 말이야 돈이 없을 때의 비참함을 알지 못하는 녀석들이. 살아가는 의미가 없다며 한숨쉬는 것을 보면 그저 나오는 것은 헛웃음. 그렇게 따지면 나는 살아갈 의미도 가치도 없다는 것이니 말이야. 하지만..
"결국 누군가가 죽어나가는게 이 세상이라면.."
네가 전에 말했던데로 끝까지 살아남겠어. 그리 말하며 그녀는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떠나갔다.
도나도 오라클 씨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누군가에게 안기는 건 드문 일이라서, 오라클 씨가 안아주는 자세나 머리카락이 조금 헝클어지게 쓰다듬는 게 불편하지 않았어. 도나는 오라클 씨에게 '그 어른스럽다는 말이 아닌데-' 하면서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도나의 말은 쿠션감이 남다르다는 이야기였거든. 겉보기엔 여성스럽고 어른 같은 오라클 씨도 아이같이 순수한 면이 있구나.
"오라클 씨도 정말 좋은 사람 같아요. ... 응. 다 같이 놀러 가서 파자마 파티하면 재밌겠다! 나중에 소장님에게 말해볼래요. ... 맞아! 소장님 헬멧 벗겨보고 싶은데 혼자는 못 벗겨. 오라클 씨랑 같이 하면 벗길 수 있겠다~."
도나는 오라클 씨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개를 가만히 가만히, 느리게 흔들었어. 대화가 잠시 멈추고, 도나는 이름 모를 동요를 콧노래로 흥얼거렸어. 도나가 콧노래를 멈추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서 오라클 씨를 거꾸로 올려보았어. 그리고 눈이 딱 마주쳤어. 빵끗.
"아히히... 오라클 씨다."
도나는 기분이 좋아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 도나와 오라클 씨 사이에 있던 꼬리가, 오라클 씨의 턱 밑을 간질간질 간지럽혔을까? 오라클 씨를 바라보는 두 눈이 느리게 깜박깜박. 작게 벌린 입에서 하움. 하고 짧은 하품이 나와.
생자의 언어는 망자의 속삭임을 밀어내는 법이라, 생명의 울림은 사자의 움직임을 사그라뜨리는 법인지라.
달빛을 받아 황록빛을 언뜻 내비치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흔들리는 잎새와 손을 맞잡고, 흔들리는 물결에 발을 맞추었다. 나비의 날개짓에 맞추어 손을 흔들자 카랑카랑한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여인은 가사 하나 없는 기묘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작은 손짓에 음률이 흘렀다.
누군가 본다면 노래 하나 없이 춤을 춘다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여인에게 있어서는, 틀린 말이었다. 노래가 왜 없겠는가. 이 세상 전체가 저마다의 노래를 부르고 있건만. 단지 인간이 그 음률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요, 얄량한 언어를 그것들을 들춰내자 하기 때문이렸다.
바람과 앞서가고 뒤따라가며 춤을 추는 파도를 인간의 말로 재단할 수 있는가. 세상이 어둠에 완전히 잠기지 않도록 달이 내어주는 빛에 단어를 감히 붙일 수 있나. 푸드덕, 날아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새의 날개짓에 인간의 언어가 끼어들 수 있던가.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울림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은 언제나 그것을 조화를 이루게 하나니, 생(生)의 노래는 언제나 사(死)의 그것을 고요히 만든다.
기억을 먹고 살아가는 망자가 말을 걸어오기에 여인은 오늘도 생자의 음률의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실제로 중세 음악학자들은 음악이라는 개념을 실질적인 소리를 초월해 만물 속에 내재된 일종의 법칙이라고 보았다구 하더라구요 무지카 문다나(대우주의 조화), 무지카 휴마나(인간의 질서), 무지카 인스트루멘탈리스(악기의 음악이자 셋 중에서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것) 로 분류했던 사람도 있구
"하하하! 본인, 고기값에 연연하는 이가 아닐세. 자네는 걱정하지 말고 먹으면 되는게야."
물컵을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려오는 걸 뒤늦게 발견하고 칼리는 손에서 물컵을 내려놓았다. 몸에 익은 셔츠와 하네스, 털코트처럼 몸에 익은 기묘한 자존심은 시간이 제법 지났어도 없어지지 않았다. 이러다가 지갑이 거덜나봐야 정신을 차리는 건 아닌지 싶다.
"아껴뒀다가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야한다면 옷을 몇벌 마련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칼리는 별 신경이 안쓰인다는 듯, 느물거리는 목소리와 히죽이며 입매를 끌어올리는 미소와는 다르게 꽤 담담한 뉘앙스로 중얼거리며 불판에 올라간 고기가 치이익- 소리를 내는 것에 맞춰서 귀를 살짝 뒤로 젖혔다가 똑바로 세웠다. 적당히 잘라도 될 정도로 고기가 익자, 칼리가 가위질로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자르면서 리아의 말에 파르스름한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자네가 날뛰면 그 빈틈을 채우는 게 본인이지 않나. 이제는 익숙해서 자네가 날뛰었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네만."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리아와 같이 작전을 나갔을 때 날뛰는 리아를 처음 봤을 때, 칼리는 당황했었다. 그 정도로 날뛰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에 당황할 수 밖에 없기도 했다. 그 마저도 곧 익숙해져서, 리아가 날뛰는 빈틈을 메우듯이 칼리가 움직였다. 같은 뱅가드 포지션이여서, 그리고 자주 호흡을 맞춰서 칼리는 리아와 함께 작전을 행한 적이 많았다. 본인, 고생이랄 것 까지는 없었네만. 칼리는 음료수를 빈 잔에 따랐다.
스카의 웃음에 칼리는 눈살을 찌푸린 걸 유지하고 스카에게 말을 덧붙혔다. 칼리는 스카의 장신구들이 부딪히는 찰그랑거리는 소리에 히죽이며 입매를 더 당겨올려서 미소를 짓는다.
"어허- 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네?"
느물거리며 칼리의 목소리가 부정하는 말을 내뱉었지만, 이미 명백히 장난이라는 게 드러났으니 부정을 해도 소용없었다. 알면서도 그러는 건 칼리의 느물스러운 성정 때문이었으니까. 과분한 칭찬이라는 말에 칼리는 자신의 팔에 의지해서 품에 안겨있는 스카를 다시 슬쩍 눈을 돌려서 바라봤다.
"자네, 모르는구먼. 세상에는 과분한 평가는 없다네. 자네 스스로가 판단하는 자네 모습보다, 본인 같은 타인이 판단해주는 게 더 정확한 법일세.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니 고마워하지 않아도 좋소."
칼리는 평소의 느물거리는 목소리가 아닌, 제법 진지하고 진중한 기색이 드러나는 어조로 중얼거리다가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린다. 터진다고 했더니 더 열심히 말해준다는 말에 칼리는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찼다.
"자네, 본인에게 장난을 자꾸 치면 콱 물어버리는 수가 있소. 마침 자네는 본인이 안아들고 있으니 팔이든 어디든 무는 건 어렵지 않으이. 그리고 본인에게는 절대 적응이 안될터인데."
끌끌 혀를 차던 칼리는 자신의 느물스러운 어조를 따라하는 스카를 보다가 한번 더 눈을 가느다랗게 뜬 뒤에 히죽이며 당겨올린 입매 사이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운 늑대의 송곳니가 모습을 언뜻 드러냈다. 스카의 자신을 따라하는 태도가 신기하기도 했고 자신이 정말로 저런 느낌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누누히 말하고 있지만 본인은 자네에게 크게 무슨 도움을 준 적이 없으이? 본인, 퍽 쑥쓰럽군 그래."
몇걸음 앞에 의무실이 보였고, 칼리는 스카의 조곤한 목소리에 정반대인 느물거리는 어조로 읊조리고 의무실 문을 꽤 능숙하게 열자마자 메딕의 표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저 귀하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네 의무실 출입이 한두번이 아니였구려?"
칼리는 스카를 한번, 메딕을 한번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고개를 가로젖고 의무실 침대 위에 스카를 조심스럽게 앉히려고 했다.
칼리의 말에 눈을 깜빡이던 오니는 잠시 입술을 달싹거리며 망설이다 반쯤 포기한 듯한 목소리로 느릿하게 웃어보이며 말한다. 자신이 고르면 분명 엉망일테니까, 그 아이가 골라주는 것과는 영 딴판일 것이라고 오니는 단단히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다 괜히 안좋은 꼴을 보여주기라도 하면 괜히 실망시킬까봐,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 오니였다.
" ... 그냥, 슬슬 연차가 쌓여가니까 이것도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러다 잘못되면 나만 다치는게 아니라, 칼리도 다치고, 에덴도 다치고... 다른 사람들도 다칠거야. "
고기를 먹기 좋게 굽는 칼리를 바라보던 오니는 칼리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자각은 하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무리하게 싸워왔는지, 그게 좀처럼 통제가 되지 않는 것도. 그렇기에 현상유지만 하는 것은 좋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다치는 것은 무섭지 않았지만,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 것은 무서웠으니까.
쿠션감이 남다르다니! 그건 그렇죠(인정)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장님의 헬맷을 벗긴다는 것에 찬동하며 여러 사람들을 꼬셔서 세 사람은 소장님을 붙잡고 몇 사람은 찰리를 꼬시고 몇 사람은 헬맷을 벗기는 거에욤! 이라는 창대한 계획을 말하지만 그게 잘 대ㅣ면 오라클일 리가 없잖아...
"당연히 오라클이죠." "돌로레스씨도 꼬리가아..." 그러고보니 자신은 동물적인 부분이 리베리와 비슷할 만큼 없는 쪽이었지요. 그것을 싫어하지는 않지만(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숨기기에 용이할 수도 있었겠지) 턱 밑이 꼬리로 간질간질되어지는 것에 꼬리를 턱으로 살짝 건드려보려고도 할지도 몰라요? 그리고는 하품하는 도나를 보고는
"이는 닦고 자요." 응? 이라면서 읏챠. 라며 도나를 일으키려 합니다. 포근포근한 장소지만 이 안 닦고 자면 많이 아파요. 라고 무시무시한 말을 할지도.. 생각해보니까 이 세계관에서는 충치에서 오리지늄 감염되어서 결정이 나서 돌 것 같은 상황도 꽤 있을 것 같은 느낌...아니 이건 그냥 농담이고. 오라클도 이를 닦고 자야겠지요.. 푹 잘 수 있을까요...
//이렇게 잤다.. 라고 막레를 해도 좋고. 막레를 주셔도 괜찮고.. 혹은 더 잇고 싶으시다면야 더 이어도 되겠지만.. 저는 오늘은 fxxxing 두통 때문에 일찍 들어갈 것 같네요... 갱신하고 들어갑니다...
>>766 내 맞워요 ㅠ 갈릭팝콘도 조와하긴 하지만 캐러멜팝콘집착맨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리타주는 중당 조아하신다 메모...(???) 앗 ㅠㅠ 넘 자극적으로 먹으면 속쓰리구 위에 펑크나기도 하구... 그래서 2단계로 줄인거 잘하신거같애요 자극적인맛은 좋은데 먼가 먹을때마다 건강 깎여나가는 느낌이면 슬픈것 ㅠㅠ
"본인, 창을 다시 만드는 것말고는 크게 돈을 쓸 일이 없다네. 계속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의 대답을 유도하는 걸 보니, 자네. 일부러 그랬구먼?"
고개를 기울이는 리아의 모습에 칼리는 다리를 꼬면서 등받이에 몸을 묻고 턱을 괸다. 마지막 기회라던가, 진짜 괜찮냐는 물음은 유도하는 거라고 봐도 좋았는데 어째서 지금 알아차렸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자존심 때문임이 분명하다. 칼리는 파르스름한 눈동자가 리아의 모습을 살피다가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려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골라주겠네 하고 싶지만 말일세. 본인이 즐겨입는 옷차림은 자네도 알다시피 이런 스타일이라네. 그러니 본인이 자네의 옷을 골라주는 건 어렵겠소."
칼리는 리아의 느릿한 말에 자신의 옷차림을 손바닥을 이용해 가리켜보이면서 어깨를 짧게 으쓱여보인 뒤 히죽이며 웃는다. 확실히 칼리가 즐겨입는 옷차림을 리아가 입는다면 갑갑하고 불편하게 느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자네에게 괜찮은 옷을 골라줄 사람은 있지 않겠는가?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칼리는 말하고는 음료수를 따른 컵을 입에 가져다댄다. 그리고는 그대로 멈췄다. 리아의 이어지는 말 때문이었다.
"이보게. 자네- 연차가 쌓이는 것과 아츠는 다르다고 본인은 생각한다네. 본인이 다치는 건 상관없다만, 본인도 뱅가드이고 더 나아가서 사냥감은 놓치지 않으려는 늑대의 본성이 있기 때문일세."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듯, 칼리는 느물거리는 목소리와 느물거리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손사레를 해보였다. 곧 웃음기를 쫙 뺀 진지한 표정이 되었지만.
"아츠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자네의 몫이라고 본인, 생각하오. 그러니 자네는 잘 할 수 있을걸세."
언제 진지한 표정을 지었냐는 듯 칼리의 표정은 다시 느물거리는 것으로 바뀌며 젓가락을 들어서 고기를 턱하니 입안에 넣는다.
오니는 이제야 알아차렸냐는 듯 옅은 미소를 띈 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을 보며 미소 짓는 칼리를 보며 '칼리는 역시 그 미소가 잘 어울리네' 하고 덧붙이는 오니였다.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와선 혼자 사게 만드는 것은 오니가 잠을 설칠 정도로 신경 쓰일만한 일이었으니까.
" 뭐, 내가 보기엔 칼리도 대단해보이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내가 좀 더 노력을 해보던지.. 아니면 부탁을 해본다던지.. 해야지. "
오니는 히죽이며 웃는 칼리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물론 이어질 대화는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기에 옅은 미소는 금새 사라졌지만.
" ... 하긴 그렇겠지. 근데 나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하는 것 밖에 알지 못해서 말이야. 바꾼다고 해도 어떨지는 모르겠어. 나다운게 이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칼리가 그렇게 말해주니 힘이 나네. 응, 어떻게든 될거야. "
진지한 표정에서 다시 평소의 표정으로 자유자재로 변하는 칼리의 표정을 보던 오니는 저런 표정의 변화를 자신도 언젠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그렇게 된다면 그 아이도 기뻐하려나 하는 생각을 하곤 칼리에게 질세라 고기를 집어먹는다.
나참, 한방 먹었구려. 칼리는 다리를 꼰 채로 리아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미소가 잘 어울린다는 말에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떼어내고 손바닥을 펼쳤다가 한숨을 푹 쉬며 그렇게 말해봤자 소용없네- 하는 말을 덧붙힌다.
"본인이 대단해보이는 건 그저 늑대의 습성을 따르는 거라서 그렇다네. 본인은 아츠의 운용을 잘하지 못하고, 노력해서 아츠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야할지 생각하지 않았으이. 뭐, 결론은 자네가 하는 말이 맞소."
히죽이며 입매를 당겨올리며 칼리는 펼쳤던 손을 거둬들인 뒤 과거의 잔재가 남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고기를 하나 더 집어서 입안에 집어넣는다. 나다운거라, 애초에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렇게 따지면 자신도 살아온대로 계속 살아오는 게 맞을텐데 그렇게 살지는 않고 있지 않은가. 리아의 말에 칼리는 젓가락을 든 채로 짧게 어깨를 으쓱이는 제스처를 해보였다. 대답은 하지 않았을 뿐, 나름의 힘내라는 제스처였다.
칼리 티엠아이 풀게 엄네영 전 마피아 2인자여서 애가 묘하게 자세나 태도에서 무의식적으로 오만과 우월함이 묻어나서 꽤 의식을 하고 있다는 거나 같은 이유로 제명당한 이후 꽤 오랫동안 돈어 대한 씀씀이가 벌어들이는 것보다 많았다던지 머피가 지금은 시라쿠사 뒤안길로 명성이 사라져버려서 이름을 이야기해도 모를 거라는 거나 ..Xx
후회하지 말라는 네 말에 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후회하고 자시기를 논하기 전에 나서서 싸우기에는 이미 지쳐버렸다. 차라리 조금 다치더라도 뒤에서 보조 정도를 하는 것이 아군에게 있어서도 훨 나을 것이다. 사샤는 너와 함께 꼭대기층까지 향하는 동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두뇌파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 쯤은 어렵지 않게 눈치채었을 것이다. 그렇게나 큰 소란이 벌어졌는데 아무도 나와보질 않는다니.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보기에도 영 이상했다.
네가 카드키를 꺼내 문을 열고,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사샤의 표정이 당혹과 황당함으로 물든다.
"... 이미 도망쳤나 보네요."
아까의 메카닉은 시간 끌기 용이었다 이건가? 사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메카닉을 쓰러뜨리는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도주로를 미리 확보해둔 이들이 도망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늦었구나. 그런 생각에 사샤는 이를 갈고는 네 표정을 흘긋 살폈다.
조금은 잡생각을 하며 재료들을 들고 가고있었다. 양손 한가득산 재료들. 사실 저번 임무를 생각하다가 너무 많이 사버린건데 사무실 주방에 두면 누구라도 쓰겠거니 싶어 그냥 사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손에 봉투 두개씩이다보니 밸런스가 안 맞아서 봉투하나가 슬슬 손가락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큰일인데.."
하필 저기 계란있는데. 나는 주방까지 옮길 수 있나 고민했으나 살짝 앞에서 그녀, 덱스터를 발견하고는 반갑다는듯 불렀다.
귀. 이곳엔 귀라던가 뿔이라던가 많으니까. 그에 비하면 나는 누구한테 말해주기 전까진 드라코라고는 잘 못 알아보니까. 부럽다는건 아니지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긴하다. 나는 쫑긋거리는 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는 소스와 면을 가볍게 볶은뒤 구워진 고기와 스튜를 접시에 담았다.
"으음~? 미안해하지 말라구 말이 그렇단거니~ 나름 동기잖아?"
기억상 그럴것이다. 아마...? 나는 가끔은 이런것도 괜찮지 않겠냐며 스파게티와 스테이크, 스튜와 마늘빵까지 플레이팅을 끝내고 그녀의 몫과 자신의 몫을 각각 테이블로 가져왔다.
자캐의_약간_중간_엄청_화날때_단계별_반응 약간 : 웃어넘길려 합니다. 자기가 화냈다는 걸 알면 분위기가 싸해질껄 아니까 일부러 흘리는거! 중간 : 말 수가 줄어듭니다.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중간중간 얼굴로 감정이 드러나는걸 참습니다. 엄청 : 평소에 수다스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정색하면서 조용히 열받게하네...라는 식으로 조용히 화를 표출합니다. 혼자서 열받은거면 그나마 낫지만 상대방을 향한거라면 무언의 압박을 받게되겠죠...
사람_많은_곳에서_빙판길에_미끄러진_자캐반응 일단 아파라...하면서 어디 다친데는 없는지 확인한다. 즉 주변에 시선보다 자신의 건강이 우선. 그 뒤에 멋쩍은듯 부끄러워하긴 하겠지만...!
자캐는_아침이_어울리는편_밤이_어울리는편 : 아침에 주로 활동하니깐, 밤은 어른의 시간이니...
너_사람까지_죽였다면서_왜_그랬어_를_들은_자캐의_반응은 : 용병 일을 하면서 그정도는 각오해야 됬다고 생각했다. 어떤 경위로 사람을 죽였냐에 다르기야 하겠지만!
생각보다 큰 거부감없이 먹는걸로 보아 싫어하는 음식은 아닌가보다 하고 생각한 나는 포크를 움직였다. 어차피 맛보다는 식감이 우선시해서 이런 스파게티나 스튜는 먹기 편해 나는 좋아한다.
"쫑긋거리는건 버릇이야?"
아까부터 쫑긋거리던 귀를 보던 나는 그렇게 말했다. 뭔가 저렇게 쫑긋 쫑긋 거리니까 귀엽네. 하지만 나는 그런쪽 지식은 적었기에 귀가 쫑긋거리면 무언가를 듣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딱히 집중해서 들을 소리가 있는것도 아니기에 궁금해서 물어본것이다.
"맛있다면 다행이고~"
예의상 하는말인지 맛이 있긴한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별 생각없이 답하고는 스튜를 떠먹었다. 먹는 순서라던가 그런걸 신경쓰는 사람도 예전엔 있던거 같은데 내 알 바 아니다.
스카는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기울였다. 입가에 걸린 미소가 어째서인지 능청스러운 것 같았다. 그래서 싫나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웃으면서 물어오는 스카였다.
"그래요, 모르는 걸로 해요."
스카는 명백히 넘어가준다는 태도로 이야기했다. 참지 못한 웃음이 기침처럼 튀어나왔다. 장난으로 인해 들떴던 기분은 이어지는 칼리의 말에 점차 가라앉았다. 차분해지고 있다는 말이 좀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입가에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지만,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네요. 칼리에게는 제가 그렇게 비춰진다는 말이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습관적으로 고맙다고 이야기하려던 스카는 칼리의 말을 떠올리고 기쁘다, 라는 말로 바꾸었다. 목소리가 느릿느릿 기어나왔다. 나를 알게 되는 날, 당신은 뭐라고 할까요? 할 수 없는 질문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정말로 저를 물어버릴 건가요, 칼리?"
네? 그러실 건가요? 스카는 능청스레 칼리를 올려다보며, 정확히는 칼리의 얼굴이 있을만한 곳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축 늘어뜨린 눈썹이 꽤나 처량해 보인다. 청아한 목소리는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려 하는 꽃송이처럼 가련한 빛을 띄고 있었다. 분명 알고도 내숭을 떠는 것이 가증스럽기가 짝이 없는 모습 아닌가. 물론 입에 걸린 미소는 장난기를 완벽히 지우지 못한 채였다.
"그 도움을 받는 저에게는 큰 도움-, 이라고 하면 될까요? 칼리에게는 몰라도 저에게는 충분히 커다란 도움이랍니다."
칼리의 메딕의 표정을 짐작한 스카는, 곤혹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것 같기도 하였다. 메딕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보인 스카는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듯한 웃음을 걸쳤다.
"저어, 저번에도 왔는데 또 와서 죄송해요."
메딕을 향한 말에서도 칼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칼리의 도움을 받아 침대에 조심히 앉은 스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멋쩍은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뭐, 본인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말일세. 칼리는 중얼거리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고개를 슬쩍 젖혀서 묘하게 거만한 제스처를 아주 짧게 취해보였다. 시선을 피하는 스카를 바라보는 파르스름한 눈동자가 늑대와 닮은 눈매에 사라지다가 드러났다. 처음 봤을 때는 이런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싫냐고 물어오는 것에 칼리는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찬다. 싫지는 않네. 칼리가 대답하고는 느물거리며 히죽이는 입매를 당겨올려서 미소를 지어보인다. 명백하게 넘어가준다는 스카의 태도에 대한 칼리가 대답대신 선택한 것이었다.
칼리는 스카의 눈을 가린 안대를 응시하면서 느물거리는 어조로 속삭였다. 장난스러운 미소에 느물거리는 태도로 칼리가 늑대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목을 감싸고 있는 스카의 팔을 물려는 것처럼 고개를 약간 숙였다. 스카가 피하지 않는다면 칼리는 장난치는 것처럼, 새끼 늑대가 어미 늑대나 아비늑대에게 하듯 앙하고 팔을 물려고 했을거고,
"자네가 그리 말하니 본인이 뭐라고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겠구려. 자네 말대로 그런 걸로 하도록 하겠네."
메딕은 스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도 한숨을 길게 내쉬었고 그런 메딕의 모습과 스카의 말을 들으며 칼리는 다시한번 더 늙은이처럼 혀를 끌끌 찼다. 스카를 침대에 앉혀준 뒤 칼리는 자세를 바로잡은 뒤에 칼리가 스카의 발에 감아준 손수건을 풀어내고 발의 상처를 보는 걸 응시하며 팔짱을 끼려 자세를 잡았다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이보게, 정말로 가끔 있는 일인가?"
칼리의 질문에 메딕은 잠시 곰곰히 생각에 잠겼지만 이내 가끔이라면 가끔이죠- 하고 대답을 해보였다. 스카가 치료를 받는동안 칼리는 의무실의 문과 가까운 벽에 서서 비딱하게 몸을 기대섰다.
괜찮다고 하니까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하나. 어느새 문턱 앞까지 도달한 발이 멈칫 걸음을 멈추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은 상태로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이 멍하니 허공을 쫓았다. 대신 다녀와준다면 그로서는 환영할 일이었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자니 상대가 용케 얼추 맞을 옷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가늠이 정확하게 맞으리란 보장도 없고. 그런 생각에 결론은 거절로 귀결되었다. 그러니 간단하게 이유를 말하고 가버리면 상황은 해결될 터인데…….
"필요-…. …………하."
문제가 있다면 루이트폴트에게 이 짧은 사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고픈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길더라도 세 마디 안으로 정리될 문장을 입 밖으로 내기조차도 귀찮아서, 내뱉는 소리라곤 허탈한 기색의 한숨 뿐이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린 채 묵묵부답으로 리타를 잠시 쳐다보다 멋대로 앞서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그는 결코 알 리 없는 사정이었지만 리타의 걱정은 어쩌면 무색한 것일지도 몰랐다. 상대의 과실이나 예의를 따지기엔 루이트폴트는 지나치게 무신경한 성격이라, 지금의 상황에 아무런 감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대로 성큼 몇십 초를 걷다, 상대가 뒤를 졸졸 따라오는 모양새가 되자 그가 뚝 제자리에 멈춰서는 쏘아붙이듯 말했다.
"됐다니까. 입 아프게 하지 마라, 성가시게 뭘 그렇게 안절부절이야?
소심한 사람과 무신경한데다 말투까지 날카로운 사람, 이 조합에 있어 자신이 문제의 지분을 상당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눈치다. 툭 말을 뱉고서 그는 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이었다.
이미 도망쳐버렸다?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미리 도주로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인질들을 데리고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디로 사라진거지? 온갖 부정적인 의문과 결과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알라스토르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체념한듯 사샤를 따라 한숨을 내쉬며 모자를 고쳐썼다.
사샤가 살펴본 그의 표정은 차가운 냉정함만이 남아있을 뿐 어떠한 분노나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 돌아가자."
그리 말하며 뒤를 돌아선 순간, 공간이 일렁이더니 흰색 가면과 망토를 걸친 자가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방심한 알라스토르의 급소를 노린 공격이었지만, 그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일까? 한 치의 동요도 없이 연기로 이루어진 검을 뽑아들어 받아쳤다.
"그럴 줄 알았다. 사샤."
등을 돌리며 자신을 습격한 괴한을 바라본 알라스토르는 그녀에게 마지막 일격을 먹이라는 신호를 주려했으나, 어딘가에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어린아이가 알라스토르의 허리춤을 붙잡으며 막아섰다.
"제발, 제발 용서해주세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그런 의문이 자리잡음과 동시에 그들이 바라보고있던 방 안의 분위기가 변했다. 마치 아까의 기계가 모습을 숨겼던 것 처럼 텅 비었던 광경이 이리저리 어지럽혀있는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구석에 숨어 떨고있던 아이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건물 전체가 하얀 가면의 아츠로 왜곡되어 있던 것이었다. 마치 광학위장처럼.
하얀 가면이 붙잡고있던 인질로 보이는 아이들은 알라스토르의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애원하고있는 아이를 포함해 총 네 명. 그리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적은 눈 앞의 단 한 명 뿐이었다.
"그 모습은 리벨리온인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천쪼가리를 뒤집어쓰면 그 일원이 될 수 있지."
하얀 가면은 한 발 뒤로 물러서 검을 거두었고, 양 손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졌어. 그러니까 이 아이들 만큼은..."
가면의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그것도 젊은. 분명 이들의 관계는 가족이거나, 그와 비슷한 무언가였을터.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라스토르의 알 바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