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치열한 전장에는 아무리 화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케어한다. 기본적으로 캐스터와 비슷한 마법적 성질을 띄지만 부수적인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에는 단순한 원소아츠를 제외하고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적들의 발을 묶거나, 조금이나마 메딕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등의 신통한 역할을 해준다. 경험있는 지휘관일수록 압도적인 전력보다는 서포터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묘한 양상을 띄는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질문을 던지자 스카의 눈썹이 찡그려지는 걸 보고 칼리는 자신의 질문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도 일단 질문은 던졌으니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는 건 당연한 노릇이여서 칼리는 생각하는 스카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며 관찰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스카에게 나온 대답은 칼리로서는 예상못한 거였기에 흠- 하는 반응을 보였다. 눈썹을 슬쩍 올리는 반응이었다.
"본인이 눈을 닮았다? 그건 또 의외의 대답이구려. 겨울의 눈은 자네의 말대로 특유의 포근함은 있네만- 본인을 눈으로 묘사하는 이는 자네가 처음일걸세."
묘사가 맞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느낀 것은,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이었다. 시라쿠사 출신의 루포족에게 눈을 닮았다는 말이 칭찬인지 아닌지 느끼는 건 별개의 감정이었다. 칼리는 턱을 문지르고 입매를 히죽이면서 끌어올린다. 갑작스러운 본인의 질문에 답해줘서 고맙네 하고 칼리가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보답은 되었네- 본인, 뭔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일세! 감사인사정도면 본인에게 충분하오."
"본인이 보기에 자네 그렇게 무겁지 않아보이는데? 아- 키차이가 제법 나는 편이니 자네에겐 그렇지도 모르겠구려."
본인, 그런 건 신경쓰지 않네만. 말끝을 흐리는 스카에게 칼리는 꽤나 당당하게 대답하면서 팔짱을 잠시 끼며 눈대중으로 스카와 자신의 키를 비교해본다. 스스로 작은 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에이전시에 있는 사람들의 키가 대체로 크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이정도 차이가 나면 무겁지는 않을텐데. 칼리는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면서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자네가 그렇다면 그런것으로 하겠네. 손수건이 있다면 한번 감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소. 본인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터라 자네가 손수건이 있다면 본인이 발을 좀 감싸주겠네."
지나친 친절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칼리는 이런 성격이었다. 부드럽고 나긋한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했다.
천진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네요. 아니요, '울리다'라는 표현은 조금 부적절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오늘도 잘 참았어, 【 】." "그러면 오늘도 사탕 먹을 수 있어요?" "물론이지. 대신 자기 전에 이는 꼭 닦고 자야 한단다?" "알구 있어요! 나 그렇게 어리지도 않단 말이에요, 선생님!" "그래, 그래. 그러면 【 】는 더이상 어린이가 아니니까 사탕도 필요없겠지요?" "치, 그건 아니잖아요! 선생님 너무해!!"
웃음소리, 머리를 쓰다듬는 누군가, 따스한 공기. 당신은 현실이 아니잖아요. 나를 내버려둘 생각은 없는 건가요? 한낱 꿈에서조차 이래야만 하는 건가요?
"*I've been, staring at the edge of the wate Long as I can remember- Never really knowing why ♬ I wish I could be the perfect daughter But I come back to the water- No matter how hard I try♪"
어린 아이 특유의 맑은 목소리, 익숙한 노래. 귀를 막아도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와요. 멈출 수 있었더라면, 멈출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더라면 당장에라도 저 입을 찢어놓았을지도 모르지요.
"...어디서 그 노래를 들었니?" "이거요? 조앤이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그 영화에서 노래가 나왔구나?" "헉, 어떻게 알았어요? 선생님이 내 마음 읽었어요?"
구슬 굴러가는 듯한 웃음소리, 흐뭇한 미소.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우리 둘 다 결말은 알잖아요. 눈을 지그시 감고, 다시 떠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귓가를 맴돌던 노랫소리도 사라진지 오래고, 주위는 고요하기만 해요. 벽을 더듬거려 창문을 열자 찬 공기가 꿈을 씻어내고 현실을 일깨우듯 쏟아져 들어오죠.
그래요, 현실은 이곳에 있죠. 과거는 과거에.
드레스를 짓누르는 것처럼 쥔 손마디는 하얗게 질려있었다. 한참을, 마침내 손에 감각이 무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까지, 그녀는 시린 공기를 마주하며 그곳에 서있었다. 닭의 목을 비튼대도 해는 뜰 것이고, 하루는 곧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될 터였다. 그러니 그 자신도, 그래야만 했고.
소장과 유쾌한 오니 일당들이 창고로 갔을 무렵, 류드라는 그녀 자신이 맡은 다른 임무를 수행하러 합류하지 않았다. 꽤 오랜만에 피를 묻히는 임무, 5일만이던가? 그러며 석궁을 하나 쥔채로 천천히 '포인트'로 접근한다.
"그럼 시작해볼까."
저격의 기본은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인내심있게 기다렷다가 쏘는 것. 매우 간단하면서 동시에 매우 힘든 일이다. ..그 때 3일간 기다렷다가 쏜 것은 나라고 해도 지루하긴 했으니까. 아츠를 활성화해 그저 본다. '가정을 배신한 이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세요'라니 어처구니 없는 임무구만.
"그럼 저 빛나는 대머리인가."
침착하게 볼트를 메긴다. 10발 연사가 가능한 개조 사양이지만, 그렇게 맣이 쏠 필요는 없으니 단발로 돌려놓고 한발만 끼운다. 불륜이라.. 나는 연애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정을 꾸릴거라면 책임감있게 해주는게 좋을텐데 말이지. 노리기 좋은 곳으로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릴뿐인 단순하지만 지루한 작업. 만약 예기치못하게 이탈하면 미리 봐둔 세컨드 포인트로 이동하면 될 것이다.
"Bingo"
탁하고 짧은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간다. 다리 사이를 노렷으니 이제 함부로 하지는 못할테지. 내가 저격했다는 흔적을 지우고, 입사하면서 지급받은 핸드폰으로 가볍게 문자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