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치열한 전장에는 아무리 화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케어한다. 기본적으로 캐스터와 비슷한 마법적 성질을 띄지만 부수적인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에는 단순한 원소아츠를 제외하고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적들의 발을 묶거나, 조금이나마 메딕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등의 신통한 역할을 해준다. 경험있는 지휘관일수록 압도적인 전력보다는 서포터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묘한 양상을 띄는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농담하듯이 말했지만 사블랴의 안색은 별로 좋지 못했다. 우르수스에서 광석병 환자들이 어떻게 대해지고, 또한 처리되는지 알면... 이런 반응이 당연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기에 저도모르게 사과를 건네버렸을까. 일단 제 친구에게는 별로 좋지 못한 일 일테고, 그런 일을 꺼내게 만든 것에 대한 사과정도는 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엑스칼리버의 말에 사블랴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을 짓다가, 캔맥주 하나를 자신 앞에 내려놓는 것을 보고는 안색을 밝혔을까?
" 하하, 이정도 비용이면 충분하지. 그럼 적어도 누구랑 사귀는지 정도는 안 물어볼테니 안심해. "
사실 같은 공간에 살고있는 오퍼레이터라면 어느정도 티가 날지도 모르지만 그건 엑스칼리버 그녀가 신경써야 할 문제고, 자신은 그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묻어두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을까.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 어느 한 자라크를 위한 숙소 자리다. 고소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는 온갖 간식들과 수집품들이 쌓여있어 발 디딜틈이 많지 않다. 단단히 가려진 창가로 작은 빛이 새어들어온다. 희미한 빛 사이로 곤히 잠을 청하고 있는 텔롯시의 얼굴이 비친다. 이불을 꼬옥 덮고 웅크려 동그란 뺨이 이부자리에 납작하게 몰린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얼마가지 못했으니. 블라인드로 가려진 바깥으로 위이잉 날갯짓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톡, 톡톡 가벼운 노크와도 같은 창을 두드리는 소리. 그래도 반응이 없자 ‘핑포로- 퐁 퐁 퐁’ 경쾌한 소리가 창을 뚫고 들어선다. 침대에 웅크린채 단잠을 자고 있던 텔롯시는 그소리에 화들짝 놀라 귀를 쫑긋 곤두세운채 손을 옆으로 더듬거린다.
안경을 찾은 텔롯시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눈을 부비며 창을 연다. 환한 빛이 기습적으로 쏟아지자 '아코!' 깜짝 놀란 소리를 낸다. 뿌연 시선 앞으로 무언가가 둥둥 떠있는 모습이 보인다. 안경을 쓰자 수하물을 실은 드론의 형태가 제대로 보인다.
〔 소포 도착. 소포 도착. 보내는 이 시나몬 얍스톤. 받는이 왕눈이 텔롯시. 〕
드론은 안내음성과 함께 수취인에게 물건을 건네주고 다음 행선지를 향해 떠난다. 잠에서 덜깬 텔롯시는 긴장이 풀린듯 제법 묵직한 소포를 바닥에 내려놓고 천천히 포장을 뜯는다. 길쭉한 나무상자와 편지 한 장이 보인다. 킁킁, 킁킁, 익숙한 냄새가 느껴져서 자기도 모르게 코를 킁킁댄다. 고향에서 보내온 것임을 알아채자 다시 귀가 쫑긋 솟아올라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본다.
『 텔롯시야! 잘 지내고 있었느냐-? 보내준 물건은 잘 받았단다. 못본 사이에 많이 홀쭉해졌더구나! 한동안 소식이 끊겨 길을 잃어버린줄 알고 모두 걱정했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오니 기쁘구나. 첫 햄드릴을 선물 받았을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씩씩하게 자라주었다니!
...
이제는 다시 일을 돕고 있단다.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아무튼 좋은 곳에 잘 정착했다니 다행이다. 앞으로도 자주 편지 나누자꾸나.
추신/ 해바라기가 씨앗을 맺었단다. 올해는 유난히 탐스럽게 자랐더구나. 그래서 편지와 함께 보냈단다. 맛있게 먹으렴! 』
상자를 열자 에어캡 사이에 끼어있는 팔뚝만한 해바라기씨가 반짝반짝 그 자태를 드러낸다.
"와아아..."
텔롯시는 보물이라도 찾은것마냥 하늘높이 특대 해바라기씨를 들어올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슬픈 일이라도 생긴것처럼 '으우우..' 울음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폴싹 주저앉는다.
왕눈이. 순둥이. 그런 텔롯시는 매번 거짓말에 서툴렀다. 금방 커다란 눈망울에 표정이 드러나곤 했으니까. 아르고와 함께한 어느날 텔롯시는 커다란 결심을 했다. 햄스톤 파크로 보내는 우편에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두를 속이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모두 자신이 평화로운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실은 달랐다. 무서운 감염체로 득실대는 위험한 지대를 달려야했고 때로는 어두운 세계에 숨어 사는 사람들과 싸워야했다. 모두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섭기만 했다. 고향의 향기가 배어있는 씨앗을 꼬옥 끌어안으며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을 울음과 함께 삼켜냈다.
>>692 예예예예ㅔ,,,?! 잘 찝어낸건가유 저야말루 칭찬 감사합니다 ㅠ 하 정말 아름다운 단어밖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캐릭터라구 생각하는... 묘사도 그렇고 마치 정밀하게 깎아낸 보석 세공품 같아요 귀금속이라도 금이나 은보다는 여러 각도에 따라 빛이 투과되는 방향이 달라지는 보석... 쨍쨍한 햇볕 아래보다는 조금 어두운 방의 은은한 조명이 어울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