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치열한 전장에는 아무리 화력을 쏟아부어도 부족함이 있기 마련이다. 서포터는 바로 그 부족한 부분을 케어한다. 기본적으로 캐스터와 비슷한 마법적 성질을 띄지만 부수적인 면에서 그 궤를 달리한다. 이들이 부리는 마법에는 단순한 원소아츠를 제외하고도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적들의 발을 묶거나, 조금이나마 메딕의 자리를 대신해주는 등의 신통한 역할을 해준다. 경험있는 지휘관일수록 압도적인 전력보다는 서포터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묘한 양상을 띄는데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니가 날뛴다. 창이 한 번 휘둘러지면 적이 최소 둘 셋은 나가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수가 너무 많다. 롱고미니아드는 사각에서 날아온 아츠를 맞아버린다. 강화된 신체 덕일까. 당장은 그렇게 아프지는 않지만 확실한 상처로 남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저지하듯 엑스칼리버가 후방에서 칼을 휘두르자 날카롭게 벼려진 아츠, 새빨간 아츠의 참격이 날아가 적들을 순식간에 토막냈다. 그 틈 놓치지않고 칼리의 번개가 창고 안에 번뜩이며 내려친다. 창대를 바닥에 내리꽂음과 함께 이는 굉음이었다. 그것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적은 거대한 얼음의 검신에 그저 썰려나갈 뿐이다. 그건 사블랴였다.
"큭, 젠장...!"
그리고 문 손잡이를 이제 막 붙잡은 리유니온이 단검을 맞고 쓰러졌다. 그 뒤를 따르던 리유니온은 겁을 먹은건지, 아니면 복수심이 고개를 든건지 알트에게 덤벼들기 시작한다. 점멸의 거리는 확실히 짧다. 하지만 빨랐다. 사라졌다 나타나고를 반복하며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던 적은 알트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 단검을 내려찔러온다. 그리고 그 광경이 도나에게 보인다. 적은 아직 도나를 눈치채지 못한듯 싶었다.
"아가씨, 보기보다 꽤 하는데. 응?!"
근접전투원은 낫의 궤적을 피하지 못했다. 팔에서 흐르는 피. 그것을 감싸쥐며 악당같은 대사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까보다 더 호전적인 모습으로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드는 전투원들. 아브의 지원에 나가 떨어지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낫의 큰 궤적을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접근해온다. 그리고 이내 그 중 하나가 곤봉을 재빨리 휘두른다. 근거리에서 낫은 반응하기 어렵다!
각자의 활약 덕인지 돌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적들은 벌써 절반정도가 비어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 땅이 요동치는 느낌...
쿵 쿵 쿵 쿵-
"뭐가 이리 시끄럽지! 어엉?!"
그리고 이내, 창고 안쪽에 달려있던 문이 날아가면서 망치와 방패를 각각 한 손에 든 거한이 튀어나온다. 그는 뭐가 보이긴 한지 싶은 단단한 헬멧의 안면부로 실내를 한 번 주욱 훑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은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온거냐! 이 새끼들!!"
장비의 탓인지, 아니면 거친 언동의 탓인지.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척 보아도 방금 상대했던 어중이 떠중이 이상이었다. 아마 이곳을 관리하는 간부인듯 싶었다. 그리고 그는 이내 방패를 앞세우고 망치를 어깨에 붙들더니 무슨 황소처럼 돌진하기 시작한다. 하나같이 무거운 장비를 갖췄는데, 그걸 버티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말도 안되는 속도였다. 검기를 뚫고, 번개를 뚫고, 저격탄을 뚫고. 그리고 전열에 있던 칼리에게 몸뚱이 채로 방패를 들이받는다. 칼리는 버티지 못하고 한 번에 자세가 무너져 바닥에 나뒹군다.
"한 번에 뭉개주지!!!"
빠르게 망치를 양손으로 바꿔잡은 거한이 망치를 높게 치켜들었다. 이대로면 칼리는 이자리에서 곤죽이 될게 분명했다.
칼리의 전신에서 뇌격을 쏟아낸 뒤의 남은 전류가 흐르듯 튀어올랐다. 굉음에 의해 동족보다 지나치게 좋은 청각이 얼얼하게 울려왔지만 칼리는 주변을 둘러보기보다, 창고 안쪽에서 등장한 사내의 모습에 창대를 바로 고쳐쥐고 그대로 다시 뇌격을 휘감은 창대를 휘둘렀으나-
칼리는 스스로가 단번에 균형을 잃을 정도로 단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중장비를 입은 채 달려드는 사내와의 충돌했고 칼리의 몸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핫-! 칼리는 실소하면서 나뒹구는 속도 그대로 다시 본래대로 자세를 고친 뒤 사내에게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뇌격이 휘감겨져 있는 창을 내지르지 않고, 짧게 쥐고 그대로 휘둘렀다.
저쪽에 나타난 중갑기병 같은놈.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최적은 기습 이후 런. 그것이 불가능할때를 대비한 다대일의 전술과 체술. 하지만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대응하기 위한거지 다대일을 노리고 거기에 능력치가 몰빵됐다는 소리가 아니다.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길게 끌고 싶지 않다는게 본심.
"흐음.."
점멸의 난사와도 같은 움직임. 아무래도 시간의 제약은 없는거 같다만 무장이 빈약한것이 활로. 나는 그림자를 최대로 전개해 사방으로 거미줄마냥 펼쳤다. 비록 거리의 문제가 있어도 내 주변을 감싸는것 정도는 하고도 남는다. 진짜 거미줄처럼 끈적이진 않더라도 그것은 공격해오는 상대의 공격을 막음과 동시에 형태를 바꿔 속박하려 할것이다.
침착해, 도나. 적은 아직 도나를 눈치채지 못했고, 도나는 운 좋게 적이 나타나는 순간을 두 눈에 담았어. 있는 힘껏 도약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야. 하지만 도나가 달려들어서 단검으로 적을 공격한다고 해도, 그대로 내리 찔러오는 관성 때문에 알트 스승님이 다치고 말 거야. 공중에 있는 적을 밀어낼 수는 없어. 그렇다면 도나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야. 몸을 날려서 알트 스승님을 밀쳐내는 거야. 도나는 다쳐도 괜찮지만, 스승님은 다치면 안 되는 거야.
엑스칼리버는 잔챙이들을 상대하던 검을 거두었다. 뭔가 거슬리는 게 나왔어. 속으로 혀를 차며 엑스칼리버는 빠르게 전장을 가로질러 잔챙이들에게서 그 거대한 보스에게로 다가섰다. 단숨에 칼리를 들이받아 자세를 무너뜨린 거한의 옆으로 빠르게 파고들어간 엑스칼리버는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새빨간 검을 쳐들었다. 검에 어린 붉은 빛이 갑자기 강해진다 싶더니, 퍼엉 하는 귀가 멍멍해지는 굉음과 함께 강력한 섬광을 거인의 얼굴로 쏟아냈다.
저런 타입과의 전투는 후열에서 봐야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헬멧만 아니었어도 아츠로 눈을 찔러서 뇌를 휘저어 줬을 텐데. 너무 멀리 있어서 장비를 벗기는 등의 정교한 행위는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그 대신 아츠로 상대의 오금을 강하게 찍어눌러 다리를 부러트리는 동시에 휘두름의 궤적응 엇나가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