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다행이다... 오늘 하루도 같이 놀아줘서 정말로 고마워. 최고의 금요일이었어. 그럼 이제 자러 가자.. 응, 마구 이렇게저렇게 해버리자. 겨울까지가 시한이었지(사실 명목상의 시한이었지만), 그 전에 얼마든지 이렇게저렇게 할 수 있는 거니까.. 나 도아랑 이현이가 둘이 바다로 여행가는 게 보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말한 적은 없었어. 네게 내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해서, 혹시나 하고 말하지 않은 거였어. 근데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악기라고는 다뤄본 적이 없는 내가, 네 손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기타 스트링 위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지 보았거든. 기타를 만져본 적도 없지만, 기타를 치는 사람의 손에 굳은살이 어떻게 배기는지도 알아. 그래서 네가 한 번 되뇌어 보일 때 수줍게 꺼내 보는 거야. 네가 맞잡아온 손에 다시금 깍지를 끼어 맞추면서.
"—!"
어떡하면 좋아, 전자였나 봐. 이마가 맞닿았을 때, 입 맞추고서 겨우 떴던 눈이 꼭 감겨버렸어. 그렇지만 그런 짓을 해버리고 너를 바로 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쁜 짓을 하고서 잘못을 숨기려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들어. 이미 잘못한 것을 숨기기에는 늦었는데, 숨기려고 애쓰는 기분. 넌 그저 이마에 기대려고 한 것뿐인데 나 혼자 오해한 거잖아. 머리로, 얼굴로 열이 올라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게 잔뜩 부끄럽고 네게 미안해져서, 그렇다고 해야 하는데, 이마가 닿아버리면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해. 정말 몇 번이고 머릿속이 지워져서, 이러다가 널 좋아한단 것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면 어떡하지. 아냐, 이미 그런 것 같아. 나, 많이 기대할 거고 마음대로 오해할 거라고 했잖아. 내가 오해한 거였으면 날 밀어내야 했잖아. 근데 되려 이렇게 더 다가와 버리면 네가 가까워져 오던 이유처럼, 네가 기대어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어서. 아니,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라서. 이게 이미 바보가 된 게 아니라면 뭐겠어.
있지, 나 네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생겼어. 나는 분명, 네가 그 부탁을 받아주어도 거절해도 그 순간부터 크게 앓을 거야. 그러니까 축제가 끝날 때까지 미뤄둘래.
"응, 현아."
지금 넘실대고 있는 감정이 벅차서, 대답하려는 틈에 새어 나올까 꾹꾹 눌러두려다 보니 목소리가 작아지고 말아. 네가 네 이름을 두 번째 불러왔을 때는 차마 대답하지도 못했고. 왜 계속 부르는 거야, 부끄럽단 말이야.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조그만 투정이, 네게로 나를 끌고 가. 네가 기대오고 있는 이마를 떨어트리고는, 그대로 네 품에 파고들어서는 꼭 안아버리는 거야. 그리고 파고들어 간 네 품에 폭 얼굴을 묻어버렸어. 이대로 숨을 고르면 네 향기를 가득 마시고 말아.
"나 여기 있어."
한 번 고른 숨에, 살짝이라도 부끄러움을 가라앉히면 고개를 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얼굴을 묻고 있던 네 품에서 고갯짓을 조금, 널 올려다보는 거야. 이현아, 현아. 나 여기 있어. 그렇게 몇 번이고 부르지 않아도 네 옆에 있을 나야.
>>578 1. 꼬리를 덥석 잡았더니, 아직 졸려하는 이현이 얼굴이 뭔가 귀찮아하는 표정이 되면서 꼬리가 정말 고양이 꼬리처럼 손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이리저리 움직임 2. 자연스럽게 아이스티를 담은 찻잔을 들고 와선 꼬리를 깔고 앉으며 아이스티가 담긴 차가운 잔 바닥을 이현이 뺨에 철썩 붙여버릴 아현이
공주님안기..... 이현이가 해주면 이현이 붙잡지도 못하고 굳을 거야 u.u 보통 어깨나 목이나 팔을 감고는 할텐데 두손 얌전히 모으고 굳지 않을까 싶네.
손 안에서도 꼬리 움직이면 도아 잠 잘깨겠다 0v0 아현이의 빠른 조치가 아니라면 잠결에 잘못 본 거라고 안 믿었을 거야..... 이현이 사람 아니라고 했을 때, 도아가 바로 수긍 해버리면 이현이 반응은 어떨려나.... (진짜 도아는 그럴 일 없겠지만) 응, 현이라면 그럴만해! 사람의 미모가 아니다 싶었으니까! 같은 반응이 나온다거나.
>>576 왠지 이현이한테 토스당하면 어리광 못 부릴 거 같아. 이현이가 뭐하느라 안 자든, 좋아하는 애가 깨어있으니 편하게 못 자지 않으려나. (물론 잠들면 잘 자버리겠지만) 그런고로 이현이 옆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방해는 안 되게 조심하겠지만. 그리고 좀 버티나 싶더니 꾸벅거리다 결국 숙면 u.u....
>>584 도아가 로봇이 되는 마법 0v0 사람에게서도 이음새가 맞물리지 않아 달각이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증명할지도 몰라.......
응, 나도 사실 답레 쓸 때 물어보고 종 치는 부분 넣어야겠다... 했는데 까먹고 그대로 없이 올려버려서. 축제 오후... 재밌겠다 u.u! 그러고보니 도아 머리, 눈에 많이 튈 거 같아서 축제 이후로 인지도 오르지 않으려나 싶었어. 이현이가 해준 머리, 얌전히만 있어도 눈에 튈텐데 축제 진행까지 해버리니.... 이현이랑 도아네 고등학교 대숲이나 대말에 축제날 그 선배/언니/누나/여자애 누구냐고 글 두세개 정도 올라오는 그런 0v0
>>585 이 일상이 끝난 직후의 추정 친밀도는 도아도 같고..... 비몽사몽 도아면 좀 더 느슨하단 부분까지 하면 u.u 자잘한 스킨쉽은 고스란히 or 조금 더 많이 되갚아줄테고, 플레이리스트 틀어주면 이현이가 늦게 자는 이유를 가볍게 방해하지 않으려나.
>>586 "ꉂꉂ(ᵔᗜᵔ*) 그러면 도아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네!" 갑자기 치고 들어온다아아 u.u!!!!!!!!!!!
당신의 말을 듣자마자 이현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너와 함께한 동안, 너와 같이 있을 때도, 네가 없을 때도 느껴지던 이것을 너도 한가득 끌어안고 있었구나. 네가 이걸 나에게 안겨주었던 거구나. 네가 나를 불러줄 때까지 나는 너를 전혀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득히 혼자서 지새웠을 차가운 밤들을 너는 나보다 더 많이 보냈겠구나, 도아야. 이마를 기대고 멈춰서 있는 소년은, 문득 눈가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눈시울이 조금 상기된다. 너는 어떻게 그 찬 밤을 혼자서 끌어안고 있었던 거야?
당신의 짐작은 하나는 틀리고 하나는 맞았다. 그렇지만 그 아주 조그만 입맞춤에도 열에 들떠버려서, 이대로 떨어져나가면 무게중심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게 될 것 같아서... 당신의 온기가 너무 일찍 몸에서 떨어져나가면 그 때는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이 당신을 원하게 될 것만 같아서. 소년은 당신의 이마에 기대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이마에서 물러설 수 있을 만큼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그래도 당신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따뜻한 누군가를 그리는 밤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게 된 소년은, 자신보다 적어도 몇 달은 더 그것을 끌어안고 있었을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었다. 그 차가운 밤들은 분명 당신이 지나왔던 것보다 짧을 텐데도, 소년은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으로 몇 번이고 아찔하게, 당신에게 닿지 않을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았었는데... 당신은 자신보다 훨씬 길고 차갑던 그 밤들 내내 몇 번이나 자신을 부르고 있었을까.
"...응."
그래서 당신이 자신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푹 끌어안아올 때, 소년은 아무런 저항도 반문도 하지 않고 팔을 뻗어 당신의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포근하게. 두어 겹의 초여름 옷 너머로 소년의 몸이 느껴진다. 균형이 잡혀서 잘 발달한 근육이며 골격이 탄탄하면서도 따스하게, 소년의 향기를 머금은 채로 당신을 반기는 것만 같았다. 축하한다. 오늘의 일기장에는 승전보를 적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그래."
대답으로는 조금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이제 나는 너를 아니까. 네가 어딨는지 아니까. 네가 어떤 색인지 알고, 얼마나 따뜻한지도 아니까. 너를 한아름 피워서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니까... 이젠 너를 눈에서 놓치지 않을게. 네가 부르면 꼭 대답할게. 같이 있어줄게. 네가 나와 같이 있어주는 것처럼.
나를 사랑해준 네게, 나를 줄게요.
소년은,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
그렇게 끌어안고 있는 게 얼마나 됐을지 모르겠다. 1분 남짓한 시간이었을 수도.. 몇 분은 되었을 수도, 어쩌면 10분은 넘게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있었다. 딩동 하고, 교내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울리곤 하는 징글 소리였다.
- 안내말씀 드립니다. 오후 2시부터는 ○○제 오후 장기자랑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과 관람을 원하시는 내방객 여러분들은 모두 오후 2시까지 ○○관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제 오후 장기자랑 공연에 출연할 출연자 분들과 스태프 분들께서는 리허설을 위해 오후 1시까지 ○○관으로 출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말씀 드립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러니까, 그것은 오전의 밀회를 이제 슬슬 마무리하라는 어떤 통보였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잔뜩 신경쓴 두 사람분의 헤어세팅이 끝났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야 흘렀겠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그래도 아직 밥 먹을 시간 정도는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눈가에 빨간 꽃이 피었어, 현아. 아픈 걸까, 슬픈 걸까, 그 이유가 무얼까. 나랑 너랑 같다면, 네가 지금 아파서, 슬퍼서 눈가가 붉어진 거라면, 나는 그럴 때 네가 보고 싶었어.
발밑이 축축하고, 눈앞은 까맣게 어둡고, 손끝이 시려오는 날이 있었어. 분명 햇살이 화창한데도 왠지 먹구름이 낀 것만 같고, 이유 없이 울적해져 버리고. 멋대로 품어버린 마음이 아파서, 네 이름을 소리 내 부르지도 못하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잠 못 드는 밤도 지나왔어. 나는 그때마다 너를 먼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하고 바랐던 거야. 왜냐하면, 가끔, 학교 복도에서라도 너를 스쳐 지나가면 그날은 마음이 요동쳐버려서 온 세상이 분홍색으로 보였거든. 너는 날 알지도 못할 텐데, 티라도 나면 네가 불편할까 싶어서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겨둔 마음이었는데. 아무리 숨기고 숨겨도, 꾹꾹 눌러 담아 자물쇠를 걸어두어도, 야금야금 자라나서는 내 하루의 맑음과 흐림을 네가 결정짓게 된 거야.
입학식 날에 널 처음 보았던 그 순간부터, 수많은 학생 중에서 오로지 너만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서 날 괴롭혔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는 네 생각만 하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널 좋아하는구나, 하고 짝사랑이라는 호수에 빠져서는 헤어나올 생각도 하지 않게 된 거야. 처음 빠져버렸다고 느꼈을 때는, 처음이라서, 낯설어서, 버둥거리고 물장구라도 일으켰던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저기 멀리 밀어내려고도 해봤는데, 아픈 만큼 예쁘고, 예쁜 만큼 슬프고, 슬픈 만큼 행복해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는 그럴 수 없게 됐던 거야. 왠지 오늘 널 학교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이유 없는 예감에 들떠서 학교로 향했다가, 예감이 꼭 적중해버리기라도 하면 아무한테도 자랑할 수 없는데도 기뻐서. 네가 녹여버린 내 시간은 마냥 외롭고, 차갑고, 어둡지만은 않았다고, 네 덕분에 따뜻했다고.
내가 너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네가 눈시울이 붉힌 이유가 무언지는 어림짐작뿐이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네가 눈물짓는다면 달래주고 싶으니까. 널 바라보기 위해 뒤로 젖혔던 고개를 숙여서, 다시 네 품으로 돌아왔어. 네가 날 안아준 것만큼 포근하게, 따스하게 안아주려고 해보는 거야.
"앗."
네 품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익숙한 소리에 쫑긋 반응해버리고 말았어. 몇 번이고 안내 방송을 했었고, 점심 방송도 했었으니까 낯익을 수밖에 없는 소리잖아. 네 품에서 톡 고개를 내밀어서는 방송부실에 걸려있는 벽시계 쳐다보는 거야.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점심은 어떡하지. 허둥지둥거리면,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못 하고 늦어버리겠어.
"현아, 나 옷, 아니, 아니, 그! 점심, 어떻게 할 거야?"
옷 갈아입으려면, 너랑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네가 그러기 싫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옷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점심부터야. 네가 급식을 먹는다면 나도 그럴 테고, 매점을 하러 간다고 하면 나도 그럴래. 만약에 안 먹는다고 하면, 그건 조금 걱정되니까 간식을 잔뜩 쥐여줄래. 아직 홍삼 사탕이 없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소년은 네 사랑을 정말이지 꼭 똑같이 배웠다. 조금 많이 수줍고, 조금 많이 설익었지만, 그만큼 조금 많이 풋풋한... 처음이라서, 낲설어서, 그렇지만 아픈 만큼 예쁘고, 예쁜 만큼 슬프고, 슬픈 만큼 행복한 그 마음. 그것을 차츰차츰 베껴나가고 배워나가다가, 이제 그 당신이 멋대로 품어버린 마음이 당신에게 가져다준 쓰라린 고통에 다다르고 만 것이다. 그 축축하게 잠기는 발밑과, 새까맣게 흐려진 시야와, 암울한 햇살과, 가슴에 꽂힌 쓰라린 마음...
"네가 이렇게 아팠구나."
이현은 들릴락말락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분명 그것은 소년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고통이 소년에게 어떤 피해로 남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소년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게 했다. 당신이 혼자서 녹여낸 그 시간만큼, 당신과 더 많이 함께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감정을 나누자고. 슬픈 만큼 행복해지는 것이 있으면, 그냥 행복하기에 행복한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마냥 춥지만은 않았던 너의 시간을, 더 따뜻하게 녹여주겠노라고. 소년은, 다시금 품에 안겨오는 당신을 꼬옥 마주안았다. 이 포옹에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그러다 알림처럼 들려오는 방송소리에, "옷?"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소년은 당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쫓아 바라보다가 아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언젠가 읽었던 동화책의 도입부에서 시계를 보면서 허둥지둥 달려가는 토끼가 생각나서 이현은 뜬금없이 쿡쿡 웃었다.
"점심... 응, 나 도시락 싸왔는데, 도아야."
하더니, 소년은 당신을 내려다보며, 붉은 기운이 조금은 가신 눈매를 곱게 휘며 방긋 웃는다.
"그런데 오늘은, 도시락 싸면서 네 것도 쌌어. 오늘은 평소보다 좀더 맛있는 것들로 싸왔는데, 같이 먹을래?"
오늘 하루도 고생많았어 (다리에 머리부비) 출퇴근 시간이 한시간 늦춰졌으면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도 1시간 늦춰보는건.. 농담이야! 도아주가 충분히 쉰다면 그걸로 좋아. 항상 하는 말이지만, 무리같은 거 하지 말고 답레는 써지는 대로 천천히 올려줘. 상판은 어디까지나 즐겁자고 오는 곳이니까, 너무 의무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