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외모 :: < 연못가 그늘에 비스듬히 피어있는 수선화 한 송이 > - comment by 코디네이터 "어깨까지 길어진 저 잿빛 머리카락은 짧게 손봐서 투블럭을 해도 예쁠 텐데. 새치름한 눈매에 얼굴도 곱상하니 예뻐서, 댄스를 가르쳐서 보이그룹 센터에 세워놔도 사람 속깨나 태울 것 같은데 말야. 예쁜 애잖아. 그러니까 연못가 그늘에 비스듬히 피어있는 수선화 한 송이 같은. ...아니 방금 그건 너무 오바했나?"
< 얼굴만 보고도 뽑을 가치가 있었어 > - comment by 기획사 프로듀서 "얼굴이 수준 이상이라면, 악보 보는 법 하나 몰라도 아이돌로 데뷔할 수 있지. 타고난 비주얼이 갖춰져 있다면 춤이나 노래같은 건 노력으로 극복가능한 부분이니까. 그것만으로도 '팔 수 있는' 상품이 되는 거야. 그런 면에서 이현이는 얼굴만 보고도 연습생으로 채용할 가치가 있었어."
< 신장 176센티미터, 체중 63.1킬로그램 > - data by 학생건강기록부 "경미한 저체중. 신경쓸 정도는 아님. 좌안 시력 0.65, 우안 시력 0.67. 교정을 권장함. 이외의 별다른 특이사항 없음."
< 그래, 걔는 항상 애매모호했어 > - comment by 학급 친구 "그래, 걔는 항상 애매모호했어. 표정이라던가, 눈빛이라던가, 눈의 초점이라던가. 흐리멍텅하다고 해야 되나."
성격 :: < 고양이 같은데 고양이같지 않은 > - comment by 기획사 프로듀서 "집고양이처럼 깔끔하면서, 들고양이처럼 자유분방한. 하지만 들고양이처럼 거침없지도 못하고, 집고양이처럼 단아하지도 못한. 조금 애매한. 분명 고양이 같은데 고양이같지 않은, 조금 이상한 고양이. 그야 그렇겠지. 걔는 이상한 나라의 고양이니까. 빙빙 돌며 히죽히죽 웃는. 내가 걔에게서 가능성을 본 것은 그 부분이었어."
< 누구도 걔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 > - comment by 기획사 동료 "변덕쟁이. 그래, 걔한테 붙이는 말로는 딱이네. 걔의 행동의 잣대는 자기 흥미 위주라고 봐도 돼. 문제는 걔 흥미가 시시때때로 변덕을 부리는 게 죽 끓듯 한다는 거지. 누구도 걔가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 항상 예측불허에 제멋대로야. 멋대로 고개를 들이밀다가, 따분해지면 슬며시 사라져버리거든. 고양이처럼."
< 그러니까, 그래, 걔는 항상 애매모호했어 > - comment by 학급 친구 "정을 붙이는 것 같다가도 겉돌고,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가도 헤매어 버리고, 입을 앙다물고 눈을 빛나는 것 같다가도 느슨하게 풀어진 표정이 되어버려. 그러니까, 그래, 걔는 항상 애매모호했어. 한 꺼풀 너머 다른 세상에 있는 것같이. 아직도 난 걜 잘 몰라. 걔를 '안다' 는 애는 많겠지만, 걔랑 '친하다' 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야."
기타 ::
< 걔에게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있었어 > - comment by 기획사 프로듀서 "그런데 말야, 얼굴 보고 뽑은 연습생의 색깔이라던가 '끕' 을 결정하는 건 결국 뭘까? 그건 그 연습생이 얼굴 이외에 갖고 있는 소질이지. 걔에게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있었어. 걔에게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었고, 자신만의 선율이 있었어. 발라드나 팝송, 어쿠스틱 같은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서 레게, 힙합, 하우스, 덥스텝까지... 장르를 따라하는 정도가 아니라, 잠깐 몇 곡을 듣는 것만으로 그 장르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선율에 그것들을 입혀내는 재능이 있어. 그러니까, 반짝이길래 대뜸 집었더니 그게 주먹만한 다이아몬드 덩어리였다는 거야."
< 주목받는 화제의 신인, 론 > - article by 포털사이트 "C" 음악 섹션 "두 번의 싱글로 음원 사이트 순위표를 석권해버린 주목받는 화제의 신인, 론. 첫 번째 정규앨범 <열대야, 달, 그늘, 발자국 하나> 는 발매한 그 주의 음원 차트를 올킬했다.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여름의 정취를 듬뿍 담아낸 이 앨범은 이름대로 여름 밤에 잠을 이루기 어려울 때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 무엇이건, 소리를 내는 것은 전부 다 걔의 일부 같았어 > - comment by 기획사 연습생 "처음 기획사에 왔을 때는 기타랑 피아노를 다룰 줄 알았댔나? 그렇지만 남들은 몇 개월에 걸쳐 배우기도 하는 키보드라던가 이펙터라던가 하는 것들을 버튼 몇 개 눌러보더니 순식간에 자기 손발인 것처럼 부리더라고. 무엇이건, 소리를 내는 것은 전부 다 걔의 일부 같았어. 어디서 배운 걸까?"
< 그 아이는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했어 > - comment by 기획사 프로듀서 "그거 알아? 발라드는 대부분 사랑 노래인데, 걔 노래가사를 잘 곱씹어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노래한 곡은 단 한 곡도 없어. 자기가 아예 모르는 것은 노래하고 싶지 않다나. 아니, 이젠 없었다고 해야 되나... 이게 이현이가 이번에 쓴 신곡 가사야."
아니, 라고 하고 싶었어. 그렇지만 가슴이 시큰거려서 어쩔 수가 없었어. 다른 애들과는 스스럼없이 손잡고, 웃고, 떠들던 네가, 내 옆에서는 웃음을 잃어버리고 쭈뼛거리는 게... 내가 너에게 특별한 존재라는 게, 좋은 의미가 아닌 것 같아서. 잘 알면서도, 네 입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그게 너무 아파서.
"그렇지만 네 탓이 아냐. 넌 충분히 용감했잖아... 미안한 건 바보같은 나야."
네가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는데도, 내 주변으로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보같은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내게 더 시간을 들여줘.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가르쳐줘. 네가 왜 다가오지 못했는지. 내가 너에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도 가깝지만, 너한테 더, 더,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되는지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서."
네가 이현을 끌어안았을 때는 이현도 너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마치 너와 함께 하나, 둘, 셋 하고 입을 맞춰 세기라도 한 듯이 그는 너를 품에서 놓아주었다. 너는 이 보석이 조금이라도 흉이 질까 한없이 조심스러워했지만, 네 옆에 있는 이것은 보석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을 원하는 한 마리 고양이였다.
외모 :: – 도아요? 어... 토끼 같아요. 흰 토끼. 흰 아기 토끼. – 오, 인정. 하얗고, 조그맣고, 순해 보이고, 눈도 핑크색이잖아. – 그럼 머리 묶은 건 꼬리네. – 조그맣고 하얀 애가 학교를 이리저리 뛰다니니 토끼 같죠. 156cm에 44kg으로 작은 키와 그에 걸맞은 조그만 몸을 갖고 있어. 손도 발도 작고, 조그만 등은 머리카락이 반 정도를 덮어버렸어. 여름 햇빛이 바다 물결에 내려앉아 반짝이는 것처럼 하얗게 부셔오는 머리카락이 구불거리며 아래로 흐르고 있지. 앞머리는 똑같은 색을 하고 있는 눈썹을 가리고, 기다랗게 뻗은 속눈썹 아래까지도 닿을 것만 같아. 곧잘 붉히곤 하는 귀는, 바로 마주 서면 소복이 쌓인 눈에 덮인 듯 모습을 감추고 있어. 옆머리를 끌어 묶은 흐름이 귀 뒤로 향하고 있고, 머리 뒤까지 따라 흘러가면 하얀 머리카락이 꼬리처럼 동그랗게 묶여서 흔들거려. 피부는 새하얀 머리카락 아래서도 어두워 보이지 않고 맑고 깨끗해. 보기에도 보드랍고 말랑해 보이는 뺨은, 햇빛의 열기가 뜨거워서, 찬 바람이 시려서, 아니면 두근거리고 말아서 쉽게도 붉게 물들고는 해. 그렇게 물든 색은 눈의 분홍빛과 닮아있어. 머리카락과 촘촘하게 뻗은 속눈썹으로 겹겹이 감춰져 있는 눈. 그 감춰진 눈을 바라본다 면면 복숭앗빛–혹은 엷은 꽃잎 색–의 당신이 맺혀 있을 거야. 노란빛이었다면 보름달 같아 보이진 않았을까 싶은 동그란 눈은 눈매마저도 둥그렇게 휘어있어. 한 성격 할 것으로 보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인상이야. – 볼에 있는 점 누르고 싶지 않아? – 누르면 깜짝 놀라서 쳐다볼 듯. – 도아라면 그냥 웃어줄 것 같은데.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 자리 잡은 코를 시계의 중심으로 잡는다면, 3시 방향에 점이 콕 찍혀있어. 그 아래로 내려오면, 당신이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입술이 기다려. 표정이 많은 편이지만, 보통은 웃고 있는 편이야.
성격 :: –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냥 볼 때마다 인사를 한다니까요. 도아한테 인사 안 받아본 선생님이 없을 거야. 경비분한테도 인사하잖아요. – 싹싹하게 잘 구는 게 얼마나 예뻐. – 제가 뽑은 최고의 인재입니다. 다들 동아리 홍보나, 뭐 안내 영상 같은 거 찍기 싫다고 빼는데 도아는 잘해요. 방송부 놈들 들리냐~? 모난 구석이 없고 둥글고 밝아. 사랑받고 자란 티가 뚝뚝 묻어나는, 사람들과 곧잘 어울려 쉽게 호감을 사는 편의 성격이야.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기분이 들뜰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그만큼 싫다는 표현이 없고 미운 말을 잘하지 못해. 평소에 어딨는지 찾아보면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을 때가 많고, 혼자 있더라도 금방 누군가 찾아오거나 옆으로 다가가고 있지. 사람과 사람 사이 녹아드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니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도 무리가 없고, 가까워지는 것에도 아무렇지 않아. – 아, 백도아. 갑자기 뒤에서 놀래킨다고. – 빨리 먹기 내기했었는데, 나 농구 하고 와서 배고파 죽는 줄 알았거든. 내가 지겠냐고. 덕분에 아이스크림 얻어먹음. 마냥 사람들에게 맞춰주면서 지내는 것처럼도 보이지만, 장난기도 있고 승리욕도 있는 편이야. 당하고 만 못 살아서, 장난에 당하면 똑같이 맞받아치며 당차게 굴기도 하고, 당해낼 자신이 없는 일–큰일은 아니고 장난 수준을 무심코 저지르기도 해. 그래서 제 말에 당해내지 못하고 장난에 역으로 당하고 마는 모습도 꽤 볼 수 있어. – 아니, 학교 축구 리그 있잖아. 작년에 걔 옆 반이었는데, 우리 반이랑 걔네 반이랑 결승이었거든? 우리 반이 이기고 교실 올라갔더니 옆 반에서 웬 애가 울고 있는 거야. 뭔 일인가 했더니 지네 반 열심히 한 거 다 아는데 못 이긴 게 속상해서 울었다드라. 순간 진짜 죄책감 들었다. 공감을 잘하고, 자신보다 상대를 신경 쓰는 이타적인 부분도 있어. 어지간한 부탁은 거절하는 일이 별로 없고,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더라도 해결할 수도 있도록 도와주거나, 방법을 같이 생각해주고는 해. 돕는다는 것에 있어서 자신에게 득이 되는지 따지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어서 돕는다고 생각해.
기타 :: 1. 8월 31일생, 처녀자리, Rh+O형. 이름의 한자는 苩 성씨 백(꽃 파), 桃 복숭아 도, 皒 흰빛 아. 복숭앗빛 눈과 하얀 머리카락을 보고 부모가 직관적으로 지은 이름이야. 2.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딱히 못 하는 것도 없어. 무엇을 하든 평균 즈음이고, 노력해서 A는 받아도 A+는 못 받는 정도야. 3. 동아리는 방송부로 2학년 아나운서이자 촬영을 겸하고 있어. 교내 공지 방송에서 들리는 여학생 목소리의 주인공이며, 점심시간 음악 방송에서 곡 소개도 해. 촬영으로는 각종 교내 행사 모습과 같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갈 법한 사진과 영상을 담당하고 있지. 4. 잠이 많은 편이지만 소리에 민감해 학교에서는 잘 자지 못하고, 보통 그럴 틈이 없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 방송 당번이 아닌 날 점심시간에 보이지 않는다면, 방송부실에 숨어서 짧은 잠을 자고 있을 확률이 높아. 잠을 몰아내려고 입에 군것질거리를 물고 있는 경우가 많고. 5. 달리기가 빠른 편이야.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오래달리기는 무리지만 체육대회 여자 계주는 정해져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지. 6. 가방에 이것저것 많이 넣고 다녀. 교과서나 문제집, 프린트물, 공책, 필통–필통에도 여러 색의 형광펜, 색연필, 볼펜, 네임펜이 들어있고, 샤프와 연필, 컴퓨터 사인펜, 지우개와 수정테이프는 기본–, 헤어 액세서리함, 텀블러, 군것질거리, 손수건, 반창고, 휴지, 물티슈, 가위, 풀, 커터칼, 스카치테이프, 포스트잇, 인덱스 스티커 등등.
그 목소리는 봄바람에 떨어지고 마는 꽃잎보다도 작았고, 그 꽃잎을 쥐려는 손길만큼이나 조심스러워서. 그랬더라면, 그렇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네가 서운할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다가온다고 멈칫거리지 않을 텐데, 한 발자국 뒤로 발을 빼지 않을 텐데. 미안한 건 바보 같은 저라고 말하는 네 대답에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는 건, 네가 날 좋아해 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으니까. 네 발자국이 처음 내 마음에 새겨진 그 날부터, 네 눈 자국이 또렷한 지금까지도,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바라고 있을 테니까.
"뽀뽀는 안 할 거야."
더 많이 가까워지고 싶다는 말에, 조금 뜬금없는 소리 같지.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일까, 퉁명스러워 보일까. 아니면 살짝 맹랑한 구석이 있을까. 깜빡깜빡, 장난치는 게 아니라고, 눈을 계속 네게 바로 맞추려 할 거야. 나한테 뽀뽀는 아무리 친한 친구한테도 안 하는 거니까, 네게 하면 서운한 게 녹아 사라질까 봐 하는 생각이 들었어.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질까, 싶었단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으면서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유는, 내가 욕심쟁이라서.
"같아지고 나서 할 거니까."
내가 너와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네 욕심처럼, 네 목소리로 사랑한다거나, 좋아한다거나 하는 말을 듣고 싶은 내 욕심이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네 품에 숨을래. 너도 날 볼 수 없도록 꼭 숨어버릴래. 꼭 바다라도 되는 것처럼, 퐁당 빠져버린 것처럼. 이리 오라는 네 말을 따라가.
무슨 난리람... u.u... 다 채워져 있는 걸 보고 놀라긴 했지만 그 뿐이야. 걱정말아. 이현주는 괜찮아? 너무 늦은 물어봄이지만... u.u... 새로 세워줘서 고마워. 그리고 아직 내일이 안 되어서 모르겠지만, 인수인계 받은 업무들에 적응도 했고 나름 바쁜 건 어느 정도 마무리했어. 내일 또 무슨 일이 생기지는 모르는 거지만, 아무 일도 없다면 자주 올 수 있을거야. 좋은 밤이야.
아냐, 괜찮아. 이현주야말로 늘 나를 기다려주고 있잖아. 응, 나도 다 잊었어. 별것 아니었다니 다행이야. u.u
응, 자주. 일단 주간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도 없고 해서 드디어 한숨 돌리나 기대 중이야. 한숨 돌리나 하면 일이 터지고, 그 일 마무리하면 새 일이 터지고는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 이현이 생일도 여기서는 안 지났지만, 실제로는 지나버렸지... 그래서 지하철이나 어딘가의 스크린에서 이현이 생일 광고를 도아가 봤을 때~ 하는, 이현주가 말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말야. 도아는 장난기가 얼마나 풀렸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진 찍어서 장난치지 않을까. 나 방금 엄청 엄청 멋진 사람 봤어! 라고 연락하고 나서 그 광고 사진을 보낸다거나. 이현이랑 같이 보게 되면, “현이가 사진 속으로 들어가버렸어...! 어떡하지...!” 하고 장난칠 지도 몰라.
사실, 잘은 몰라. 나한테 네가 너한테 나와 같아지려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확신하려면 나는 이 마음 속에서부터 너를 얼마나 더 많이 좋아해야 할까? 그렇지만 그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나가는 하루하루가, 너와 함께 걸어나가기 시작한 하루하루가 너무 예뻐서, 네가 알려준 색깔들로 메워지기 시작한 나날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고되다고 느끼진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너를 좋아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너도 내가 너를 좋아할 때까지 함께 있어줘.
"다른 누군가가 아닌 그 많은 사람들 중 너라서, 나는 정말로 기뻐."
그리고 너를 정말로 사랑하게 됐을 때도, 네 바람이 이루어졌을 때도 나와 함께 있어줘. 네 바람이 마침내 이루어졌을 때, 그것이 우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으면 해. 소년은 네 연분홍빛 눈을 가만히 마주 바라보았다. 맹랑하게 깜빡이는 눈꺼풀 아래 반짝이고 있는 너의 풋풋하고 순진한 욕심이, 자신을 위해 피어나 있는 것을 알았을 때 소년의 마음은 소년이 모르는 감각으로 뭉클했다. 소년은 너를 가만히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네 코끝에 문득 멜론 냄새가, 멜론 냄새와 섞여서 나는 소년의 살 냄새가 살며시 걸렸다. 얇은 여름 교복 아래로 네가 머리를 기댄 소년의 품 안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안락했다. 그의 품 안에는 딱 네 몫의 자리 하나만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널 좋아하고... 사랑하고 싶으니까. 도아야."
소년은 손을 뻗어선 담요를 집어서 펼치고는, 너와 자기 위에 덮고는 핸드폰을 꺼내서는 플레이리스트를 눌렀다.
https://www.youtube.com/watch?v=NDfF_XwNtIw
/ 동영상이 55분 길이라서, 그냥 링크만 걸어뒀어uu 데이터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감상해 줘. 컴퓨터라던가.. / 도아가 너무 귀여워서 못 던지고 있던 직구 지금 던진다아아
코앞에 있는 여름 교복 자락, 언제부턴가 너를 생각하고 마는 멜론 향기, 바로 옆에서 울리는 심박. 그리고 너와 나를 덮은 담요랑, 이 비품 창고에 퍼지는 네 플레이리스트 소리까지. 온전히 받아들이고, 온전히 반응을 보여주기에는 이미 가까운 온기에서부터 머리에 열이 올라버렸던 거야. 햇볕 바로 아래 그늘도 없이 서 있는 것처럼 뜨거울 리가 없는데, 꼭 그런 것처럼. 열이 올라서 아무것도 못하게 돼버리는 여느 것들과 나도 똑같이 고장 나버린 거야. 이미 그때 흐물흐물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려 버렸으니까 당연한 걸지도 몰라. 겨우 한 번의 고갯짓으로 너를 분홍빛으로 담아내고서 하는 겨우 한 마디.
"... 거짓말이면 안 돼?"
거짓말이면 큰일 나. 네가 아니라, 내가. 발밑이 파도에 쓸려간 모래성마냥 무너져 내리고 말 거야. 이렇게 널 좋아하는데 책임져야지, 라고 뻔뻔하게는 말도 못 하는 나한테 그런 말이 거짓말이면 안 되잖아. 좋아한다도, 사랑한다도 아닌, 그러고 싶다는 말뿐임에도 난 한 번 더 네게 포옥 빠지고 말았는데.
네가 이 소년에게 포옥 빠져버리고 만 그 느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년은 자기 품에 기대오는 너를 마냥 마음껏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네가 이 소년을 담아낸 분홍색은 소년의 보라색과 빨간색 사이에 곱게 자리잡았다.
"모두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건 누구라도 힘들겠지만,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건 그 사람과의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거니까."
문득 사막여우의 말소리가, 귀에 들릴 리 없는 동화책 속의 말소리가 네 귓가를 스쳐가는 것도 같았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 이 소년은 네게 체셔 고양이기도 했고, 어린 왕자이기도 했고, 사막여우이기도 했다. 자기마저도 종잡지 못할 그 모든 애틋한 감정들을 담아서.
"도아야, 너는 내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야. 네가 나와의 시간을 그렇게 특별하게 보내줬으니까. 나한테 그런 낙원이 되어주었으니까."
소년은 당신을 품 안에 꼭 기대서는 손을 들어 머리를 가볍게 삭삭 쓸어주었다.
"나 말이야, 도아야. 외롭기 시작했어. 외로움이 뭔지 글자만 알고 뜻은 몰랐는데, 이젠 진짜로 알게 됐어."
빨간색, 그리고 파란색. 네가 이 소년에게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겠다고 장담한 그 날 이후 처음으로 네가 이 소년을 데리러 왔을 때, 네가 먼저 나간 사이 소년이 집 안의 성그런 공기에서 느끼던 남색의 외로움에서 파란색으로 배어나온 것이 있었다. 너를 바라는 마음이 파랗게 배어나와, 소년의 여름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소년의 색이 조금씩 메워져 가기 시작했다.
네 품에 기대고서 이번 여름을 한 모금 들이키면, 꼭 너를 한 모금 들이키는 것만 같아. 전혀 가라앉을 것 같지 않던 심장 소리도 천천히, 네가 부드럽게 끌어 안아주는 손길에 잔잔해져 가. 그래서 네 목소리가 꼭 자장가처럼 들렸을까, 아니면 네 말이 내 마음에 꼭 닿아서 다행이라고 긴장이 풀렸을까. 네 품에서 이대로 폭 안겨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생각은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져서, 그럼 이제 너랑 조금 더 가까워졌을 거야.
"나도 너한테 익숙해질래. 네 옆에 있는 게 당연한 사람 할 거야."
너도 그랬잖아. 너랑 내가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고, 결국에는 익숙해지면 좋겠다고. 나도 그래. 내가 네 옆에 있는 시간이, 네가 날 생각하는 시간이 당연해지기를.
"...이거 안 돼. 하지 마."
가볍게 머리를 쓸어준 네 손을 꼭 잡아내려. 하면 안 된다는 듯이, 네 손에 깍지를 끼면서 바로 잡았어. "잠 온단 말야." 이미 잠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버렸지만, 그렇지만 네가 보고 싶다고 해줬잖아. 네가 쉬어야될 것 같다고도 말했지만, 난 같이 자자고 말했는걸. 네가 먼저 잠들고 나면 잠들고 싶어서, 너보다 먼저 꿈나라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만 야속하게도 축제 전날인 오늘까지 바쁘고 바빴던, 축제 당일인 내일까지도 바쁠 일정에서 지금은 너무나도 단 시간이었다. 원래도 잠이 많아 쪽잠을 잘 장소를 찾아다니고는 했지, 선잠을 자는 것도 익숙했지. 쉬지 못하고 깜빡 졸아버린 후에, 좋아하는 네 품에서 너를 안고 있는 지금은 이 소녀에게 잠에 빠질 수밖에 없는 터라. 잠들지 않을래, 하고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은 한번 눈을 깜빡이고 나면 지우개질이라도 하는지 글씨가 흐릿해져 가. 그러면 안 된다고 네 손과 깍지끼고 있는 손에서도, 두 번 눈을 깜빡이고 나면 손끝에서부터 힘이 빠져버리고.
"그럼, 지금은 다시 까먹었겠다."
외로움이 널 삼키기에는 지금 옆에, 네 품에 내가 있잖아. 외롭지 마, 현아. 내가 많이, 정말로 많이, "좋아하니까." 잠에 빠지면서도 빠지지 않는 중이라서, 조금 조그맣게 말했더라도,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생뚱맞은 말이었더라도 전해졌을 거라고 믿고 있어. 이대로 잠이 들어버리면, 꿈에서도 네가 나올 것 같아. 네 꿈에서도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 왜냐면, 나는 좋아하면, 보고 싶으면 꿈에 나타난다는 말을 믿고 있으니까.
연말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 원래 둘 뽑을 예정이던 신입 중 남은 한 명을 더 뽑아서, 졸지에 부사수가 셋이나 생겼어. 8.8 약 5개월차, 약 1개월차, 이제 뽑은 분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어. 올해 안에는 시기도 그렇고 안 뽑을 거라더니... 8.8 응, 그래서 자주 오려고 했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왔던 때보다는 일찍 왔지만, 그래도 자주는 아닌 것 같아서. 괜히 속상해서, 조금 칭얼거린 것 같네. 어쨌든 좋은 저녁이야. u.u!
그리고 이현주가 괜찮다면 이번 답레를 막레로 받아도 될 것 같아. 도아는 저대로, 손에서 힘 툭 빠지고 새근새근 잠들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서.
>>18 또 무슨 일이 생겼구나... 8︿8 도아주 일 시작이라고 바빠질 예정이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정신차려 보니 부사수가 셋이라니. 도아주 일이 도아주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쉬워지거나, 상황이 변해서 도아주의 삶이 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도아주가 유능해졌으면 좋겠다는 말은 너무 잔인한 것 같고... 칭얼거려도 좋아. 얼마든지 칭얼거려도 돼. 내가 들어줄게. 어제 저녁에는 앓아누워 있느라 미처 못 봤지만, 지금은 100% 회복해서 다시 일어나 있으니까. 도아주랑 또 엇갈려버려서 조금 속상하지만..
이현이도 아마 도아 잠드는 거랑 거의 동시에 잠들지 않았을까. 도아 머리는 자기 어깨에 얹어놓고, 자기 머리는 도아 정수리에 기대고. 깨어나 보면 다른 애들은 이미 다 하교해서 아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판인데 현이는 또 둘이서 노을 보고 있으니까 좋다 하면서 눈치없이 웃고 있겠다... 응, 이걸 막레로 하자, 수고 많았어.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겠지만, 할 수밖에 없다면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야지. 응, 항상 응원하고 있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이 스레 들락날락거리며 한 마디씩 해주는 것밖에 없지만.. 집의 제사는... 다른 집 가풍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부디 도아주한테 너무 번거롭지 않게 지나가길 바랄게.
실제 경험이었구나^q^ 어째 서술이 자연스럽더라니. 공연하는 이현이랑 스테이지 앞에서 응원해주는 애들 보고 속끓일 틈은 있어도 이현이랑 꽁냥댈 틈은 적을지도 모르겠네..
실제 경험이라기 보다는, 옆에 있었어. 학생회였거든... u.u... 학교 행사는 방송부랑 학생회를 갈아 넣으니까 말이야. 도아, 정신 없이 바빠서 친구들이 달아준 머리핀들 고대로 달고 있을 것 같아. 이현이한테 치고 싶은 장난이고... 축제 일상, 어느 상황을 생각하고 있을까. 하교길 u.u...?
간접 경험이었던 거구나. 학생회... 학창시절이 고생스러웠겠네. 축제 일상이라면 도아랑 같이 축제하는 곳 누비고 다니면서 즐기고 셒은 마음도 있지만, 도아는 방송부라 바빠서 그렇지 못하겠지. 도아주가 원하는 배경이면 다 좋은데, 도아주가 생각하기에 하교길이 가장 낫겠다 하면 하교길도 좋아.
그러고보니 도아주는 학교 축제를 오전에는 각반, 동아리들이 준비한 부스들, 오후에는 공연이라는 느낌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이현주도 이렇게 생각했을까? u.u...? 갑자기 물어보는 이유는 이현이랑 도아네 반 부스는 어떤걸까 싶어서. 학생 때 학생회다 뭐다 바빠도 부스 운영은 반 전원 교대로 했어서, 이현이랑 도아도 일부러 교대 시간표 맞춰서 둘이 같은 시간에 운영할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햄 구운 거 맛있겠다... 깡통햄 먹고 싶다 u.u... 도시락 싸들고 다니는거 대단해. 난 절대 못 해... 도아랑 같은 마인드야. 수면 >>>>>>>> 식사... 나중에 만약에, 도아가 점심시간에 밥 안 먹고 그냥 자겠다고 자리에서 뻗대면(?) 이현이 반응이 궁금해졌어... u.u...
도아주는 늘 늦잠자고 있어. 요즘 회사에 나 없으면 어쩔려고. 하는 생각으로 늦잠자고 출근하고 있고, 실제로도 도아주가 업무 중심이라... 이현주는 늦잠 잘 일 없이 푹 자고 일어나서 혹시라도 점심 놓칠 일 없으면 좋겠다.
메이드... & 버틀러....? (덜걱) 애들이 이현이 간판으로 세우자고 이건 된다 이번 축제는 우리반이 돈 쓸어모은다! 라는 생각이었다면 될 가능성도... 있... 있을... 까...? '▿'...
명색이 그래도 축제인데, 하교길만 하기에는 아쉬울 거 같아서. 같이 부스 운영하는 거, 같이 축제에서 노는 거, 이현이 공연, 이렇게만 해도 벌써 3개나 이야깃거리가 생기니까.
도아주가 말해준 걸 전부 해보고 싶어서 많이 고민중이야. 오전~점심시간 사이에 도아랑 같이 부스 운영도 해보고 싶고, 시간 끝나면 도아랑 같이 집사복/메이드복 차림으로 다른 부스 돌아다녀도 보고 싶고(욕망에 미친자), 오후 공연이 지나고 나서 도아랑 이야기도 해보고 싶고, 하굣길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고... 아니면 오전 부스운영 중에 이현이가 주목을 하도 받으니까, 도아랑 같이 못 있게 돼서 심통난 이현이가 몰래 도아 데리고 탈주해버린다던가(욕망에 미친자 2)
8.8 이현주에게 선레 부담 지어주는 걸까, 또 기다리게 하는 걸까 싶어서. 내가 써야겠다, 하고 고집부리는 건 아니었어. 어린애 고집부린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다. 응, 시간 생각하면 이현주도 나도 늦게까지는 못 있고 자야할테니까... 이현주가 써주겠다고 하면 고마울 뿐이야. 8.8
"한 번만 우리 반 부스 맡아주면 안돼? 우리 반 애들이 다 힘내서 꾸민 부스인데, 현이도 조금만 도와주면 더 멋진 부스가 될 것 같아서..." "현이 너도 알다시피 메이드 버틀러 카페니까, 타임마다 여섯 명씩 들어가는데 그렇게 힘든 일은 없을 거야. 백준이랑 해인이가 음료랑 요리 담당하기로 했구..." "이현이 오후에는 페스티벌에 나가기로 했었지? 그러니까 오전에 두세 시간 정도만 도와줘. 우리가 주는 옷 입고 앉아만 있어도 되니까! 시간 다 지나고 나면 옷 벗어놓고 가도 되니까." "너랑 같이 오전 담당할 애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영빈이랑... 혜정이랑... 도아랑..."
소년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오전에 반 부스 운영을 도와주겠노라고 장담했다. 그 뒤로는 반의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이현이를 간판으로 세우면 이번 축제 부스 매출은 우리 반이 쓸어담는다!' 는 계산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축제 운영 때문에 바빠서 소년과 함께 축제를 즐기기 힘들 것 같다고 네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그러면 나도 도아를 도와서 축제 운영을 하면 되는 거잖아. 내가 봐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 하고 속으로 만족스레 흐뭇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너와 같이 오전에 부스 운영을 하게 되었다고 너를 깜짝 놀래켜주면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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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익숙치 않은 구두를 꺼내신고, YW의 의상실에서 빌려온 양복을 꾸며입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화장실에서 교복을 벗어두고 옷을 갈아입고 나올 때는 여기저기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받는 것이라면 익숙하다 못해 둔감할 지경이었기에, 이현은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소년은 자기 옷차림을 돌아보며, 왜인지 자신이 예기치 못한 티파티에 불려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에게는 거부권이 있었고, 그가 이런 티파티를 달갑게 여기지도 않았지만... 그렇지만 여기엔 네가 있잖아. 하고, 이현은 누군가가 솜씨좋은 손길로 고풍스럽게 그려놓은 메이드&버틀러 카페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현은 반의 문을 드르륵 열었다. 부스 운영 개시를 준비하고 있던 눈길들이 이현에게로 와르르 쏟아졌고, 이현은 익숙하게 빙긋 웃으면서 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새하얀 셔츠 위에 멋진 회색 조끼와 까만 바지를 차려입고, 한쪽 팔에는 집사들이 팔에 걸고 다니는 달력을 늘어뜨린 채 주머니에는 회중시계 줄을 늘어뜨리고 있는 회백색 머리카락의 집사가 거기 있었다. 다만, 이 집사에게 있어 별난 점이 있다고 한다면... 와이셔츠의 카라 아래에 넥타이나 리본이 걸려있는 게 아니라 조그만 방울이 매달린 초커가 매여 있다는 것이었고, 머리에는 이현의 머리색과 엇비슷한 고등어 칼라의 고양이귀 머리띠가 씌워져 있었다는 점일까. 그의 미소는 조금 쑥쓰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초커와 고양이 귀 머리띠는, 이현이 등교해서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에게 부스 운영을 도와달라고 제안했었던 아이에게 넘겨받은 것이다. 이런 것까지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하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별 상관없으려나. 오히려 더 재밌을지도 몰라.
응, 해야 해. 안 해도 된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기어코 머리 장식까지 다 해야 한다는 손길에 이끌려 얌전히, 이제는 교실이 아니라 카페가 되어버린 반의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고. 머리 장식의 양쪽 끝을 리본으로 매듭지을 거라는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옷에 있는 리본 장식을 만지작거렸어. 옷에 리본이랑 프릴이 엄청 많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하얀 양말에도 프릴과 리본 장식이 있었고, 옷에는 말할 것도 없지. 까맣고 하얗고, 무난하다 못해 무채색뿐인 옷인데 왜 이렇게 부끄러울까. 아냐,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다잡은 횟수만 100번이 넘어가는 것만 같아.
근데, 여기에 네가 나타난 거야. 반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아직 부스 운영 시작은 안 했을 텐데. 오전 부스 운영할 사람이 더 와야 했던가, 아니면 선생님이려나. 그런 생각만 하고서 돌아본 문 쪽에는 네가 있어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잠시. "악, 아직인데!" 안 끝났는데 움직이면 어떡하냐는 소리에 다시 고개는 돌아가. 뭐야. 뭐야. 꿈인가? 나 지금, 아침에 너무 일찍 등교해서, 그래서 일하다가 피곤해서 깜빡 잠들었나 봐. 그래서 꿈꾸고 있나 봐. 어떡하지. 아냐, 아냐. 안 돼. 애들도 다 있는데, 좋아하는 티 내면 안 되잖아. 만약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버리면, 응, 옷이 부끄러워서라고 하자. 거짓말은 아니니까, 부끄러우니까, 쑥스러우니까.
"다 됐는데... 도아도 이현이처럼 머리띠 하는 게 나으려나. 도아는 토끼?"
"응? 응? 나? 아니, 아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 늘 반 묶음으로 묶여 뒤에서 흔들리던 머리카락은 느껴지질 않아 허전하고, 하고 다닌 적이 없는 머리 장식이 느껴져서 어색해. 평범한 교실인 뿐이던 우리 반이 카페로 변해 버린 것도, 내가 이런 복장을 하고 있는 것도 어색하고, 어색한 것밖에 없어서 고장이 났나 봐. 거기다, 이렇게 갑자기 마주해버린 너는, 늘 그랬듯이, 언제나 그랬듯이. "현이는 멋지고 귀여우니까 어울리는 거고…!" 말하다 보니, 목소리가 너무 커져서. 놀란 만큼이나 커져서, 교실을, 부스 안을 데구르르 살펴봤다가 입을 꾹 다물어. 어떡하지. 다 들렸을까. 티 났을까? 아냐, 현이는 누가 봐도 그러니까. 이제는 어색하게 굴면 안 돼, 절대 안 돼.
"안녕, 현아..."
살랑, 네게로 조그맣게 손을 흔들어.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느라 네게 못한 인사를 자연스럽게 해보려 하지만,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을 것 같아. 얼굴이 빨갛지 않으면 좋겠다. 얼굴에 느껴지는 열기가 더위를 타버려서 그런 거라면 좋겠어.
하고 그 소년이 손을 흔들고 들어올 때는, 이 소년이 교실에 들어설 때면 늘상 펼쳐지는 그런 풍경들이 펼쳐진다. 친근한 제스쳐로 아는 척을 하는 붙임성좋은 남자애들과, 그에게 시선을 사로잡히거나 그에게 눈길도 주지 못하는 여자애들이라거나. 그의 등장은 크건 작건 교실의 거의 모든 아이들에게서 어떤 종류의 반응을 이끌어내곤 했다. -더군다나 오늘은 축제날, 반과 반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날답게 창밖에 몰려온 다른 반 여자애들도 평소보다 좀더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친근한 제스쳐를 받아주고 인사에 대답해주는 동안에도, 그게 얼추 마무리되고 나서도 그 소년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따로 있었다. 타이밍이 나쁘다면 나쁜 걸까, 네가 딱 현이는 멋지고 귀여우니까 어울리는 거고- 하고 무의식적으로 언성을 조금 높인 그 순간이, 소년이 인사치레를 끝내고 너에게로 발길을 돌린 순간이었지. 네 머리를 단장해주고 있던 네 친구는, 눈치가 없는 건지 좋은 건지 하필이면 네게로 다가오고 있던 이 소년에게 그 토끼 모양 머리띠를 내밀며 물었다. 이 머리띠가 너에게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
"없어도 도아는 귀여울 것 같긴 한데... 그러니까 씌워도 되게 잘 어울릴 것 같아."
하고, 소년은 얼굴에 얄궂기 그지없는 개구진 미소를 씨익, 하고 해사하게 띄운다. 안녕, 현아, 하고 네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자, 그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당신의 목 옆으로 고개를 부드럽게 숙였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구석진 곳이라지만 모두가 있는 교실에서, 네 목 옆에, 뭔가 따뜻하고 말랑한 게 인사처럼 콕 붙는다. 너의 인사에 입으로 하는 대답이지만, 말은 아닌 대답. 아주 잠깐의 그 접촉이 끝나고 나서, 이현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장난스런 미소를 띈 채로 고개를 들어올린다. 소년의 손에는 웬 하얀 실밥 하나가 쥐어져 있다.
"목덜미에 실밥이 엄청 큰 게 붙어있었어. 안녕, 도아야."
그제서야, 소년은 네 인사에 말로 대답한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이 소년이 네게 건넨 그 아침인사는, 남들 눈에 최대한 안 보이게 조심스레 했을지라도 교실의 공기가 발칵 뒤집어지거나 싸늘하게 가라앉아도 이상하지 않은 만한 파격적인 인사였는데-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네 옆에 가까이 붙어앉아서 네 몸단장을 해주던 친구들도 그가 그저 네 목덜미에 붙어있는 실밥을 떼어주었을 뿐이라는 것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고 있는 듯했다.
>>78 (((사망))) 귀... 귀여워 도아... >>77 응응 그렇지. 이런 메이드/버틀러 카페라던가 그런 데에서 메이드가 입는 거... 그러니까 픽크루에서 도아가 입고있는 것처럼 프릴이랑 레이스 많이 달린 건 보통 프렌치 메이드라고 부르더라구. 도아주 말대로 앨리스 복장에서 파란 부분만 까만색으로 바꾸면 될거야.
잽(진심펀치)이 조금 매웠나 보구나 ミ๏v๏彡 답레를 다시 써올까? 음 도아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이건 이현주가 이현이도 설득해야 돼서 조금 어렵네(?) 이현이는 도아가 자기 좋을 대로 했으면 할 것 같으니까. 조금 졸았어? 피곤하면 얼른 자러 가. 도아주에겐 내일이 있으니까. 내일은 내일의 현생이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테니까.
서이현 너...! 소리 내서 말하지도 못하고, 오늘따라 얄미워 보이는 네 미소를 흘겨봤어. 귀여울 것 같다니, 잘 어울릴 것 같다니 하는 거 전부 장난치는 거지, 놀리는 거지. 뭐라 한 마디 쏘아주지도 못해서 한 번 흘기기만 하는 거야. 그리고나서, 벌써 씌울 준비는 끝났다는 듯이 토끼 머리띠를 쥐고 있는 저 손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뭘 어찌할 새도 없었어. 짓궂기 그지없는 네 인사에 흠칫 놀라서 멈춰버렸으니까. 너무해. 전부 다 너무해. 오늘같이 오전 부스 운영하게 됐다고 말 안 해준 것도,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도, 아까 한 말들도, 지금 이 인사도. 장난스럽게 웃고만 있는 네가 짓궂기만 해서, 얄미워, 짓궂어. 놀리지 마. 이 말들이 고맙다는 말 뒤에 따라붙을까 봐서. 고맙다고 맞장구치지 못하고 입술을 꼭 물어. 부끄러워서 속눈썹이 잘게 떨리는데, 네가 얄밉다고 한마디 못 하는 게 삐죽거려서, 눈꼬리가, 눈썹이 축 처지고 말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까, 전해질까.
"도아야, 쓸까? 쓰자!" 우물쭈물, 대답을 바로 하지 않아서 결국 머리 위에는 토끼 머리띠가 씌워졌지만, 알고 있어. 말리려면 말릴 수 있었고, 지금도 벗으려면 벗을 수 있다는 거. 네 인사 덕분에 빨개진 얼굴이 이 머리띠 탓이라고 말하려고, 장난이더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네 말에 조금 흔들려버려서. 그래서 쓰고 있지만, 그렇지만.
"...... 부끄러워..."
조그맣게 웅얼웅얼, 네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머리 위로 쫑긋 솟아있을 토끼 귀가 신경 쓰여서 손을 뻗어 구부려버렸어. 와이어 일부러 펴놓은 건데!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렇지만, 어디에라도 숨고 싶어서. 토끼 귀를 한 손에 하나씩, 그 끝을 살짝 쥐고 붙잡고 있어. 숨겨지지도 않을 테지만, 가리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거야. 그러다가 서야, 너를 온전히 바라보지 못하고 토끼 귀 사이로라도 힐끗거리면서 뒤늦은 한 마디.
"... 실밥 떼줘서 고마워."
그리고 궁금한 것도 한 마디. "부스 운영하기로 했었어?" 정말 궁금한 건, 왜 말 안 해줬어. 그렇게 물어보고 싶지만, 너랑 나랑만 아는 우리 사이에서만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 조금 삐진 거 같다고도 말 못 해.
째릿, 하고 퉁명스럽고도 가련하게 흘기는 네 시선 끝에 닿은 소년의 미소는 조금 처량한 빛을 띄었다. 네 눈빛에 담긴 그 얄궂음에 대한 하소연이 와닿은 모양이지. 그렇지만 그렇다고 미소를 거둘 수도 없는 게... 귀엽거든. 네가. 엄청.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너를 놓쳐버릴지도 몰라서. 이렇게 하지 않기엔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네가 이런 게 부담스럽다면 줄여야 맞는 건데, 너만 보면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나 바보가 돼버린 것 같아.
네가 토끼귀를 잡아내린 채로 힐끔거리며 질문하자, 이현은 너를 가만히 보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부스 운영 오전파트에 들어가 있는 걸 어제 봤거든... 조금 급하게 결정했어. 방송부 일 하느라 바쁜데, 반 부스까지 도와주려면 더 바쁘겠다 싶었고, 은정이 말로는 오전반 인원이 모자라다길래."
하며, 이현은 "어, 잠깐만. 여기 또..." 하고는 실밥이라도 떼려는 것처럼 네 옆으로 고개를 숙였다. 가만, 또, 또 짓궂은 장난을 치려는 걸까. 아니, 다행히도 이번에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진짜로 실밥이 있는 걸까? 그러나 곧, 네 귓가에 소년의 귓속말이 나직이, 조심스레 전해져온다.
"그리고, 기왕 한 번뿐인 고등학교 2학년의 학교축제인데... 너랑 최대한 많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하고, 소년은 다시 고개를 들며 손끝에 쥐어져 있는 실밥을 톡 털어냈다. 그리곤 너를 바라보며, 앞뒤 없는 질문 한 마디를-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너한테 건네왔다.
네 말을 듣고 있으면 마냥 삐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어떡해야 하나 고민했어. 내가 있어서 같이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누가 계속 삐져 있을 수 있겠어. 그래서 토끼 귀를 내려 잡고 있던 손가락 끝에서도 힘이 빠지고, 너를 얄밉다고 쳐다보던 눈길에서도 힘이 풀리나 했더니. 네가 다시금 내 옆으로 고개를 숙이는 거야. 네가 다시 실밥을 떼려 그러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흠칫거리는 거로는 모자라서 움찔거리기까지 했는데, 귓가에 흘려 들어온 네 목소리뿐이라서. 내가 있어서, 나랑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 왜 그런 말을 이렇게 장난치면서 하는 거야. 네 말 한마디에, 네 손짓 하나에 심장이 이리저리 뛰어대서 어지러운데,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잖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여기서 다시 한번 말할 수도 없는데.
"아—니."
절대 싫지 않지만, 삐져있을 거야. "그럼 일하러 가자." 일하러 온 거잖아. 그치. 일하면서 보내는 시간도, 나랑 같이 보내는 거잖아. 머리 장식 때문에 앉아 있었던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구두 굽 때문에 조금이라도 너랑 가까워졌을까, 너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려. 일하러 갈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러다가 너한테 미움받아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멈칫 다시 뒤돌아.
"... 도와주러 와줘서 고마워, 이현아."
삐졌다고 해도,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쁜 것조차 숨길 수는 없으니까. 삐진 것치고는, 조금 수줍게 말했을지도 몰라. 내 생각을 해줬다는 걸 아니까. 그렇다고 안 삐진 건 아니라서, 일부러 이현이라고 네 이름을 불러. 이런 장난은, 약속했었잖아. 장난치고 싶으면 우리 둘만 있을 때 하기로 했었잖아. 잘 참을 거라고도 말해줬었으면서, 거짓말쟁이야. 조만간 너 때문에, 난 먹지도 않는 홍삼 사탕을 조만간 살지도 모르겠어.
그것은 장난이라기보단 소년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핑계도 없이 귀엣말을 하기에는 그도 조금 멋적고 쑥스러웠으니까. 태연하게 면전에 대놓고 해버릴 수 있는 이야기인데. 아니 애초에 이런 이야기 다른 사람한테는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나는 지금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남들이 내가 너에게 속삭이는 사실마저 감추어가며 이러고 있어. 이상해. 이상해. 이러다간 일하는 도중에 네 손목을 잡고 달려나가 버릴지도 몰라. 체셔 고양이가 앨리스의 손목을 잡고 도망가 버리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
그렇지만 네가 길게 죽 뽑아서 데퉁그라진 티를 팍팍 내며 아─니, 하고 매정하게 고개를 팩 돌렸을 때는 천하의 소년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나는 너를 보러 왔을 뿐인데... 네가 그 소년을 혹시나 하고 다시 돌아봤을 때는 그 소년은 (´・ω・`)같이 생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흡사 물벼락맞은 고양이가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표정이 되어버렸는데도, 네가 뒤를 돌아보며 나직이 건네주는 그 한 마디가 너무 따뜻해서, 소년은 얼굴에 껴 있던 수심이 와르르 벗겨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해사하게 웃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너한테 이런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게 네가 좋아서 그런 거라면, 난 어쩌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지만 네가 날 바라보며 쑥스러워하는 그 순간에는, 정말로 우리 교실에 우리 둘만 있는 줄 착각해 버렸는걸. 나 바보가 돼버린 것 같아.
그러나 그 말을 하지는 않고, 이현은 너를 따라 개점을 시작한 메이드 & 버틀러 카페의 일을 시작했다. ...다만, 손님이 어째 되게 많이 온다는 게 흠일까.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그것보다 극성스런 손님들과 같이 셀카를 찍어주는 일이 더 많았지만.
/ 일하는 중의 레스가 되어버렸는데, 도아주가 두 사람이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을 무난하게 넘겨버리고 싶다면 이현이와 도아의 시간이 끝난 시점으로 생략하듯이 넘어가면 되고, 두 사람이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하면 도아주가 그 사건을 써주거나 사건은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디어가 없다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머리를 굴려볼 테니까..
도아도 TMI라고 해야할까, 아직 장래가 없어. 뭐든지 일단 해볼까 하면 어느 정도 평균은 해내는 애매한 재능이 있어서, 딱히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고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된 것도 없어서... 그래서 도아한테 이현이가 더 멋져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TMI u.u!
아무리 귀여워도 삐져있을 거야. 네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린 고양이 표정을 지어도, 내 말 한마디에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따스하게 웃어도. 이제 조금 삐진 게 아니라 그냥 삐진 거니까. 하지만 삐진 티를 내고, 삐져있겠다고 생각하고, 뭘 할 필요도 없이 부스 운영이 생각보다 훨씬 바빠서. 특히 너는, 내가 너를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할 새도 없이 바빠 보였어. 카페가, 우리 부스가 바쁜 것도 네 덕분일 거야. 널 돌아보면 너한테는 일거리가 하나 더 있었으니까. 사진을 찍어준다거나 하면서, 론으로서도 일하고 있었으니까. 난 그럼 그저 눈도장만 콕 찍고 일할 뿐이야. 저런 일로 더 삐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쟤네는 이현이 진짜 키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러다가 들어온 손님들을 받아주고 나서, 또 괜히 네게 눈도장을 콕. 커플 한 쌍이 섞여 있는 듯한 손님들이었는데, 커플이어도 아니어도, 너에게 사진을 찍자고 하는 여자애들이 눈에 담겼으니까. 아무한테도 말 못 했지만, 아무도 모르지만, 나도 커플이야. 너희들이 사진 찍으려는 그 아이랑 사귀고 있어. 닿지도 않을 말을 마음속에 적어두는 거야.
그럼 이제 네게 눈도장을 콕 찍었으니까,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여기는 카페니까, 날 부른 이유는 당연히 메뉴를 주문하려 부른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손목이 붙잡힌 채로 이끌려서, 누군지 모를 남자애와 함께 휴대폰 화면에 나란히 담겨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 사진 좀 같이 찍자는 말에 든 생각은, 현이가 사진을 찍어주니까 다른 애랑도 그냥 찍을 수 있는 거라고 오해했나, 였어.
아현이도 이현이랑 마찬가지 조금 붕 뜬 이미지였는데 이현이가 너무 헤타레다 보니까 반대급부로 아현이 쪽이 더 야무진 애가 될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굳이 형제자매 아니라도 가족은 될 수 있는데uu 남편이랑 시누이라고 들어봤어? (주책 선넘네)
허락... 을 받을 것까지야?! 이현이가 허락해주면 바탕화면으로 써버리는 건 아니겠지
입학식 날부터구나. 오랫동안 안아온 사랑이네. 이현이가 빨리 대답해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는데. 앗 도아 머리 빗어주는거 좋아... 도아랑 단둘이 있을 때 이현이 손에 패들브러시만 쥐어준다면 바로 가능할 것 같은걸. 그리고 도아는 이현이 머리에 이런저런 장식이나 머리삔 같은 거 꼽으면서 놀고.
네가 쿡 던지는 눈도장 하나하나, 그 소년에게 닿고나 있는 걸까. 하고 너는 풀리지 못할 의문을 안고 있겠지만... 너에게 들리지 못할 대답을 하자면, 네가 던지는 눈빛 하나하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일을 하면서 엇갈리는 발걸음, 어쩌다 스치는 손길, 멀리서 보이는 네 모습, 이따금 네가 던지는 네 눈빛까지, 음료가 든 트레이를 옮긴다거나 기계적인 가짜 미소를 지으면서 사진을 찍혀주는 그 순간에도, 지금 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기 싫어서, 손길이며, 발걸음이며, 눈길은 너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있을지언정 네가 빚어넣어 준 그 빨간 비단 심장만큼은 너를 향해서 뛰고 있었어.
그러다 상황이 조금 변한 게, 손에 반짝이는 커플링을 차고 있는 남녀 손님이 한 쌍 섞인 다섯 손님이 들어온 뒤였다. 아니 그 손님들이 들어온 직후로는 상황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서도 조금 큰 쟁반에 음료수를 받쳐서 가져다주어야 했을 뿐. 상황이 조금 변한 것은 손에 반지를 끼고 있던 2학년 여자애가 이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을 때였다. 그는 별로 당황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별 다를 것 없이 공손하게 고객의 요청에 응대했지만, 문제는 그 광경을 부루퉁하게 지켜보고 있던, 반지를 끼고 있는 3학년 선배였다.
3학년 선배가 네 손목을 쥐고 사진을 요청하자, 사진을 찍고 있던 이현의 눈길이 대뜸 네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잔뜩 겁을 먹고 난색을 한 너와 눈이 마주쳤고.
순간, 너는 이현의 눈 속에서 뭔가가 불똥마냥 번쩍, 하고 튀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자신과 방금 같이 사진을 찍었던 여자애들을 데리고 3학년 선배 쪽으로 다가왔다. "실례지만, 같이 사진을 찍으실 수 있는 건 저뿐이라서요... 괜찮으시면 같이 오신 분들과 다함께 찍으시겠어요?" 3학년생은 네 손목을 놓아주고는 그를 가만히 빤히 바라보다가, 어찌됐건 다 함께 찍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한 건지 이내 너한테 놀래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넨다. 그리고는 네 대답을 들은 이후에 단체사진을 찍으려 하는 것이다.
바탕화면으로 써도 개인소장해도 OK일 거야, 현이는. 오히려 자기 사진을 그렇게 소중히 여겨주는 걸 기쁘게 생각할 것 같고, 도아는 의외로 소박하네... 귀엽다. 이현이는 프사만 프랙탈 도형 사진이라거나 추상적인 고양이 그림 같은 걸로 바꿔두고, 케이스는 되게 화려하게 이색 저색 얼룩덜룩하게 마블링한 무늬가 들어간 그런 물건일 것 같지. 도아 꼭끄랑... 이것은 귀중하군요. 이번 축제 중에 꼭 도아 머리 빗어봐야지.
대뜸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네가 능청스레 웃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왔을 때. 손목을 붙잡고 있던 남자애가 네 말을 듣고 나서 손목을 놓아주었을 때까지. 이런 상황은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낯설기만 해서 무슨 반응을 하지 못했어. 그래서 네가 나타나자 상황이 해결되고 있는 지금, 너를 깜빡깜빡 쳐다보기만 하는 거야. 그러다가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받았을 때는 조금 뒤늦게 반응해버리고 말았어.
"…아, 괜찮아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살짝 웃으면서 대답하면, 이제 끝난 거야. 다시 일하러 가기 전에, 자리를 피하기 전에. 네게 조그맣게 입 모양으로만 벙긋거려. '도와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네 장난이 짓궂어서 계속 삐져있기에는 힘들게 된 것 같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그치. 손에 들고 있던 트레이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도, 놀란 탓에 트레이를 떨어트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입 모양을 바로 알아들었을까, 그렇지 못하더라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게 너에게 방긋 웃어 보여.
비어있는 트레이를 내려놓으러 가면, 같이 부스를 운영하는 건 너랑 나뿐만은 아니니까. 음료를 만들다가도 귀에 이 작은 해프닝이 들렸나 봐. 오전 부스를 같이 운영하던 반 친구들이 옹기종기 무슨 일이냐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럼 난 당연히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실수로 생긴 일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는데, 손목만 붙잡힌 것뿐이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뒤늦게 붙잡혔던 손목을 보니 발갛게 손자국이 보여서 멈칫거리고 말아.
"그러니까 이제 일하자, 일!"
그래서 부스 운영해야지, 하고 말을 얼버무렸어. 원래도 쉽게 물들고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네 앞에서만 있으면 금세 붉은빛으로 물들고는 하지만, 아무리 하나도 안 아프다, 정말 괜찮다고 말해도 이렇게 자국이 나 있으면 괜히 걱정하게 할 것 같으니까.
네가 소년에게 입모양으로만 뭐라고 말해보일 때, 소년은 사진을 찍으려 다들 모여서는 도중에도 도아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찡긋, 하고 짓궂은 윙크를 보낸다.
네 말이 맞다... 다른 사람들이 저 소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저 소년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꾸며준다고 해도, 저 아이는 네 애인이다. 네 애인이고, 네 사랑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너를 생각하며 움직이고 너에게 진심으로 웃어줄 것이다. 지금 그와 함께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모르는, 좀더 생동감있고 좀더 해사한 저 소년의 미소를 너는 알고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무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너를 생각하며 움직여버리고 마는 그 소년의 모습을 알고 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다시 부스 영업을 개시할 때, 옹기종기 모여선 네 친구들 사이로 손자국이 남은 네 손목이 소년의 노란색 눈동자에 비쳤을 때 소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버린 것은 그 때문이겠지. 소년의 동공이 완전히 둥근 모양이 아니라 세로로 아주 약간 가느다란 고양이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너는 표정을 잃은 그 소년의 눈동자가 노랗게 번뜩이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혹여나 네가 소년에게로 눈길을 옮긴다면 금방 걱정되는 얼굴을 하고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소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걸 알아챘다고 해서 네게 곧이곧대로 걱정을 보내준다면 또 네가 소년을 공연히 걱정시켰다고 의기소침해할까 봐, 뭐라 말도 못 꺼내고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남들의 눈길도 있고 하니까. 본인이 다른 이들 앞에서 괜찮다고 했으니까, 걱정의 말을 건네는 것은 일이 다 끝나고 둘이서 있을 때라도 좋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이후로 부스를 운영하는 동안 소년이 네게 눈길을 주고, 네 옆을 지나가며, 이따금 네가 들고 있던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는 등 네 주변에 머무르는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도저히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딱히 입밖에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찡긋, 네 짓궂은 윙크를 보았을 때는 웃음을 꼭 참았어. 여기서 바로 웃어버리면,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티 날 것 같잖아. 아니, 내가 널 좋아하는 티가 나도 상관없어. 너랑 나랑 사귀는 사이라는 것까지 티가 날까 봐 그래. 너를 좋아하니까,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게, 너와 나 사이가 너에게 해가 될까 봐서.
잊지도 않았는데, 가끔 네가 내 마음속에 톡 들어와서 내가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겨주고 가고는 해. 또 가끔은, 그렇게 새겨진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너무 커서 속으로 혼자 놀라고는 해.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이 그래. 현아, 널 좋아해. 여태 그래왔듯이 난 또 너에게 몇 번이고 반할 거야. 그래서, 걱정되는 얼굴을 하고서 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너와 눈을 마주쳤을 때에서야 웃었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랑, 걱정시켜서 미안하고, 또 고맙다는 말이랑, 아까는 삐져서 미안하다는 말, 네가 너무 좋아서 큰일 났다는 말까지. 널 좋아하는 마음에서 쏟아져나온 말들을 모두 담아서, 언제 너에게 삐졌는지도 모를 만큼, 네게로 활짝 웃었어. 너한테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누가 이쪽을 쳐다보지는 않겠지, 한 눈치를 보고서는 살짝 몰래. 그럼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그 말이 진짜라면, 너에게 웃어주는 지금 내 모습이 엄청 예뻐 보일 테니까.
"진짜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
이따금 네가 지나가면서 내 짐을 대신 들어주고는 하는 게 몇 번 반복됐을 때. 네가 지나가지 못하게 옷자락을 붙잡고서 말했어. 그냥 빨갛기만 해. 자국만 남은 거야, 금방 사라질 거고. 다시 한번 생글생글 웃으면, 이제 네 걱정이 덜어졌을까. 그리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어. 곧 우리가 부스 운영할 시간 끝날 텐데, 아직은 시간 괜찮은데. 같이 놀자고 말하고 싶어서, 너에게만 속닥속닥 말할 수가 없어서 네 옷자락을 놓지 못하고 머뭇거려.
확실히, 너의 사랑은 확고했지만 소년의 주변 환경에 불안요소가 많았다- 그 아이는 너와의 사랑으로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너무 많았지. 그렇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 아이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 아이는 너와 사랑하다 생길 수도 있는 상실을 해방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마저 되어 있으니까. 그저 지금은... 너와 이렇게 숨바꼭질하듯 노는 것이 그 아이의 취향에 맞아서 이러고 있을 뿐일지도.
그렇지만 네가 그렇게 온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띄워줄 때는, 소년은 지금 자신이 숨바꼭질 중이라는 것마저도 잊어버리고 너에게 멍하니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이다. 교실로 비쳐드는 햇살마저도 무색할 정도로 반짝이는 네 웃음에. 객관적 미의 기준 같은 것과는 상관없었다. 다른 이에게는 평범하게 화사한 미소일지 몰라도, 소년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 백만 송이 꽃이 한순간에 만개하는 것과 같은 환한 웃음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면 되는 것이었다.
노르스름하게 그을린 자국으로 남을 뻔했던 소년의 노란색은, 네 미소가 비추어준 햇살에 수액처럼 말갛게 굳어서는 투명하고 무결한 시트린과도 같은 빛으로 남았다.
네가 소년의 조끼 자락을 살며시 잡았을 때도, 소년은 네 미소가 비추어준 빛에 완전히 경도되어 약간 멍한 상태였다. 괜찮아... 하고 방실방실 웃던 네가 조금 머뭇대면서 옷자락을 놓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소년을 너를 보면서 방실방실 웃더니... 손을 뻗어서는, 네가 옷자락을 쥔 손을 부드럽고 상냥하게 마주쥐었다. 그리고는 고양이귀에 집사복 차림을 한 그대로, 네 손을 가볍게 잡아끌었다. 너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그 누구도 소년이 네 손을 쥐었다는 것을 알아채기는커녕 너희 둘이 그 곳에 있다는 것마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함께 왁자지껄한 교실에, 둘만이 이상한 나라의 오솔길 초입으로 순간이동해 버린 것만 같은 소란스러운 정적이...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네게 활짝 웃어주고 나서 네가 멍하니 있는 것 같았어. 너를 멈춰 세우고 생글생글 웃었을 때도 멍해 보여서, 멍한 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가 왜 그럴까,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을까. 조금 고개를 갸웃거려. 그렇게 생각하니 바로 내 차림새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야. 프릴, 리본, 그리고 토끼 귀까지. 이런 차림새는 역시, 어색하고,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니까. 일하다 보니, 작은 소란도 있었다 보니, 내 차림새인데도 깜빡 잊어버렸던 거야. 부끄러움이 잔뜩 밀려들어 오는데, 그런데도 네 옷자락은 못 놓겠는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려 해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가득 메워버려서. 근데, 그때 네가 내 손을 쥐었어.
깜빡. 어둡기만 했던 방에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면,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내 머릿속도 꼭 그렇게 되어서, 이제는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네가 좋아. 뒷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된 거야. 이런 옷을 입고, 토끼 귀까지 달고서 교내 축제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 그래서 네가 잡아끌었을 때, 그대로 이끌린 거야. 네가 한 발자국 내디디면, 나도 너를 따라 한 발자국 내디딜 거야. 아냐, 이러다가는,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몇 발자국이든 내디뎌서 너를 꼭 안을지도 모르겠어.
응, 같이 놀자.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리고, 네가 쥐고 있는 손을 너와 깍지끼도록 고쳐서 꼭 네 손을 잡아. 그리고서 배시시 웃고 나면, 부끄럽다고 붉히던 볼은 그저 너에게 마주 웃어주다 물들어버린 색을 띠고 있어.
"우리 똑같은 생각 했다?"
또 이런 일 있으면 좋겠다. 계속 야금야금, 너와 내 생각이 같아지면 좋겠어. 이 계절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루어지질 바람도 한 모금 삼키고서 네게 속삭거려. 분명 북적이던 교실이었는데, 사람 많은 카페였는데, 이상하게도 너와 네 목소리만이 또렷해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속삭여도, 너한테 이 목소리가 닿을 것만 같아.
네가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서고, 한 발짝 물러나면 한 발짝 다가오는, 너와 딱 두 걸음 떨어져 있는 소년에게로 너는 계속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둘이 함께 한 발짝씩을 내딛으면서 두 발짝이었던 거리를 좁혀 너를 마주안아줄 것이다. 몇 발짝이나 내딛어야 할까, 그는 어디까지 물러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감히 말하자면, 그렇게 오래 쫓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상한 나라에도 시간은 있고, 계절은 있다. 너와 소년이 함께 누리고 있는 이 여름도 언젠가는 끝나버리겠지. 그렇지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더라도 이 소년은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소년과 함께라면 지금 이 계절이 아닌 다른 계절도 너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적어도 그는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 겨울이 끝나면 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지금 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네가 기쁘게 여겼으면 좋겠다.
소년은 아직도 집사 복장을 하고 머리에 고양이귀 머리띠를 낀 채로 너에게 배시시 웃고 있다. 너 혼자만 별난 차림은 아니니까. 너와 같은 차림을 하고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소년이 지금 이렇게 너와 함께 있으니. 소품 회중시계를 차고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상한 나라로 앨리스가 쫓아들어간 토끼와 비슷한 차림새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네가 주운 이 소년은 고양이인데. 상관없지 않을까, 이건 원작이 아니니까 원작과는 조금 다른 플롯이라도, 네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지 않을까.
"응."
소년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그 나직한 대답소리는, 네가 이럴 것 같다- 하는 바람을 담아 속살거린 것처럼 소란스러운 교실 한가운데서도 선명히 너에게로 와서 닿았다. 내가 너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된 것... 네가 내가 방금 든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알고 있어. 그래서, "기뻐." 하고, 소년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네 손을 쥔 채로 너를 교실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평소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색색깔로 분장되어 있는, 통째로 이상한 나라에 빠져버린 것만 같은 복도의 모습이 펼쳐졌다.
네가 이끄는 대로 밖으로 나왔을 때, 평소와는 다른 학교 풍경 속에서 네 목소리가 용기를 북돋아 줬을까. 네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방글방글 웃다가, 이번에는 내가 널 이끌고 가려는 것처럼 네가 쥐고 있는 내 손을 내 쪽으로 끌어당겨. 네가 내가 당겨도 오지 않고 서 있어도 상관없어. 내 손에 이끌려주지 않았더라도, 그럼 내가 한 발짝 네 앞으로 걸어갔을 거야. 어떻게 됐더라도, 너와 난 서로의 바로 앞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어디부터 놀러 갈지 생각해보면, 학교 축제 지도는 이미 머릿속에 있어.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이리저리, 학교 곳곳을 돌아다녔으니까. 어느 반이 무슨 부스를, 어느 부가 어떤 이벤트를 준비했는지도 알고 있고, 반대로 축제 하는 동안에는 별로 발길이 닿지 않을 듯한 곳도 알고 있어.
"나, 놀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있어."
더 가까워졌을 너와 나 사이에, 여전히 조그맣게 소곤소곤. 내 웃음에서 넌 장난기를 엿볼 수 있을까. 이번에도 너랑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까. 난 그저, 단지 너한테도 똑같이 돌려주고 싶은 거야. 할 수 있다면, 똑같이 보다는 조금 더 많이 돌려주고 싶어.
"난 홍삼 사탕 먹기 싫으니까—"
너랑 나랑 둘이 있을 수 있는 곳에, "잠깐만 갔다 가자, 응?" 가기 싫다고 하지 말아줘, 그런 마음에 한 번 꼭 잡으면서 가볍게 잡아당긴 듯하기도 하고, 조금 흔들거린 것 같기도 해. 네가 그러자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네 대답을 꼭 기다리고 있다는 걸 티 내려던 것도 아닌데 티가 나버려서 너를 빤히 바라다봐.
조금만 더 늦게까지 깨 있을걸... (눈물바다) 아니, 그래도 그만큼 도아주가 쉬는 시간을 갖고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다행이겠지.. 글도 안 써질 정도로 피곤하다면 쉬는 게 맞아, 응.
정월에는 출근하지 않는구나. 응, 알아둘게. 그런데 혹시 31일에도 잠깐 들릴 때가 있을까? 혹시 31일이 지나기 전에 이 레스를 발견하면 대답해줘. 답레는.. 마저 자고 일어나서 쓸게.
도아가 조금씩 밝아져가는 게, 이현이랑 거리감이 좁혀져가는 게 좋다. 사실 커플이 맺어졌다고 고백한 첫날부터 심리적인 거리감 같은 게 없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서로 진짜 커플이 되면 심리적인 장애물 없이 내적 친밀감 충만한 상태로 시작할 것 같아... 안 놔줄래.
네가 부드럽게 잡아끄는 손길에 소년의 발걸음은 너무도 가볍게 딸려왔다. 아니 가볍게보단, 달갑게, 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을 듯싶다. 소년이 다가서는 발걸음에는, 너와 마주선 모습에는 분명 기쁘게, 라고 표현할 만한 그런 기색이 있었다. 손을 많이 탄 고양이를 불렀을 때와 같은 그런 기색이.
당신이 소곤소곤 건네어온 말에, 소년은 뭔데? 하고 되묻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즐거운 웃음을 띤 채로, "응." 하고 나직이 대답하고는 네 손을 쥔 손에 가볍게 힘을 싣는 것이다. 네게 이끌려가거나 너를 이끌고 갈 준비가─ 아니, 같이 갈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정작 체셔 고양이보다 네가 오늘의 이상한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가고 싶은 곳이 곧 이 소년이 가고 싶은 곳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는 당신이 홍삼 사탕 이야기를 하자 장난기를 숨기지 않고 키드득 웃었다. 그 웃음에는 뭔가 기대감 같은 게 묻어 있는 것도 같았고.
그러다 네 손이 흔들렸을 때, 그러다 그 손끝이 소년을 톡 잡아당겼을 때, 네 흔들림은 메아리가 되어 소년에게서 되돌아왔다. 손끝이 톡 당겨지는 느낌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이, 소년은 너와 마주본 채로 네게 허리를 숙였다. 마치 아까 네게 입맞춤을 남길 때와 비슷하게 너에게로 기울어져온 소년은 자신의 이마를 네 이마에 기댔다. 소년의 금색 눈동자 안에 비친 네 눈동자를 분명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소년은 생긋 웃었다. 그 흔들림에 마음속에 가득차 있던 기쁨이 조금 흘러나온 것 같은 웃음이었다.
"어디든 좋으니까... 어디든 가버리자. 너랑 나랑."
응? 하고 콧소리로 덧붙이면서 그는 잠깐 눈을 감고 자신의 이마를 네 이마에 살짝 부볐다.
내가 널 어디로 데리고 갈까 기대했다면, 기대한 만큼 멋진 곳은 아닐지도 몰라.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축제와는 동떨어져 있는 곳이 몇 군데 있고, 그중에서도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곳. 그러니까, 오늘은 꼭 토끼굴 같은 비밀장소가 돼버린 곳이야. 도서부의 축제 부스라던가 이벤트는 도서부실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하니까. 준비는 도서부실에서 했을지라도, 축제 당일의 도서부실은 홍삼 사탕을 먹기에는 어려울 거야.
"간지러워.”
네가 이마를 살짝 부벼올때, 머리카락이 간질거려서 조그맣게 웃어버렸어. 네 눈동자 안에서 분홍빛이 아니라 노랗게 비치는 내 눈동자를 얼마 보지도 못하고, 살포시 눈웃음 지어버린 거야. 여기가 교실 앞 복도가 아니었다면, 내가 홍삼 사탕을 좋아했더라면 네게 톡 닿았을지도 몰라.
네 손을 꼭 잡고서 복도 끝에 있는 계단으로 발을 옮겨가. 복도 천장에 달려서 머리 위로 내려온 장식 아래로 지나가고, 화살표 모양과 같이 각자의 부스로 향하도록 붙여진 종이 발자국에 꼭 발을 맞춰지나가. 창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은 창문에 붙여진 장식 모양으로 가로막혀서, 그 모양 그림자가 학교 안에 드리워지고. 학교가 알록달록해서, 꼭 그림자도 색색으로 물든 것만 같아서, 그래서 정말 이상한 나라의 오솔길이라도 걷고 있는 기분이야. 아냐, 사실은 네가 옆에 있어서일 지도 몰라.
"짠."
도서부실로 향하는 계단을 다 올라가다 말고, 네가 나보다 한 칸 아래 있을 때 멈춰서 뒤돌아봐. 그러면 내가 평소보다는 조금 더 높이 있을 거야. 조금 장난기가 새어 나와서 너와 눈을 맞추고 웃으면, 내가 무얼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널 데려왔는지 넌 눈치챌까. 난 그저 똑같이 따라 하는 것뿐인걸. 너도 똑같이 부끄러워졌으면 좋겠어. 콕, 네 목 옆에 살짝 입을 맞추고 나서 네 뺨에도 한 번 콕. 뺨에 한 거는 삐지게 만들었던 몫이니까. 그리고 살짝 너랑 거리를 벌려.
왔구나. 좋은 저녁이야.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좋아. 도아주가 여기에 돌아오고 싶다면 난 여기서 기다릴 거라는 내 입장은 바뀌지 않아. 도아주야말로 날이 한동안 추웠는데 괜찮았어? 감기는 안 걸렸고? 나는 보일러가 터져서 하루이틀 고생을 했거든... 다 해결됐지만.
자박자박, 학교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학교 건물을 누비는 발걸음은 많았지만, 소년의 귀에 들리는 것은 오로지 네 발자국소리뿐이었다. 발끝으로 전해져오는 네 발자국소리,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네 맥박 뛰는 소리. 나 말야, 정말로 기쁘다? 너랑 이렇게 같이 다닐 수 있는 게... 네가 나한테 조그맣게 웃어주는 게... 네가 내 눈을 바라봐주는 게... 네가 내 손을 잡아주는 게... 그래서 때로는 이끌고 때로는 이끌리는 게... 서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그래, 너를 만난 게. 네가 조그맣게 웃을 때, 소년의 얼굴에는 행복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소년은 너와 함께 네가 이끄는 대로 축제가 한창인 복도를 가로질렀다. 너와 같이 장식 아래를 지나서, 네가 디딘 종이 발자국을 디디고, 너와 함께 색색으로 물든 그림자를 가로지르며. 이상한 나라로 이끌려들어가는 듯한 그 발걸음은, 누가 이끄는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응?"
네가 멈추어섰을 때, 소년도 눈을 깜빡이며 멈추어섰다. 너보다 한 단 아래에 서서는, 황수정을 예쁘게 다듬은 듯한 눈동자로 너를 바라보는 소년은 잠깐 동안 네가 멈추어선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네가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올 때는 소년의 눈이 약간 커졌다. 네 눈웃음에 담겨있는 의미를 알아챈 것처럼. 소년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기꺼이 네게 몸을 기울여 네 입에 스스로를 물려주었다. 네 입술이 소년의 뺨에서 떨어져나왔을 때는 그 얼굴에 분홍색의 혈색이 고이 피어나 있었다. 빨개진 소년의 얼굴을 통해서, 네 모습이 가득 담긴 눈동자를 통해서, 소년의 가슴속에 네가 한가득 들어차 있는 게 보였다. 이현은 눈을 깜빡이다가, 너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해버리면, 홍삼 사탕 먹일 거야?"
안돼? 하고, 네가 한가득 담긴 노란색의 보석과도 같은 눈동자가 일렁인다. 그만, 네 입맞춤이, 소년의 가슴속에 한가득 담겨있던 너를 만개시켜버리고 만 모양이다. 물론 그래도 안된다고 하면, 그는 이내 납득하고 다시 널 따라가겠지만.
생각보다 일찍 너에게 입술이 닿아서, 그래서 내가 한 건데도 얼굴에 붉은 꽃봉오리가 맺혀. 아직 만개하지 못한 채, 붉은빛을 머금고만 있는 꽃봉오리가 둘. 내가 하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하겠다고 움직였는데. 이제 닿아버릴 거라고, 눈을 꼭 감아버리기도 전에 다가와서 닿도록 한 네 탓이야. 부끄럽게 만들겠다는 건 아무래도 실패야. 나도 당해버렸잖아. 네가 눈치 못 채게, 눈 깜짝할 새에 입 맞추고 떨어져야 했을 까봐. 다음에는 성공할 거야, 언제인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고 있으면 네 목소리가 들려. 눈을 깜빡이다가 물어오는 조심스러운 네 질문에, 이번에는 내가 눈을 깜빡거려. '응, 안 돼.' 그렇게 단호하게 대답하기에는 나는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 네가 얼굴을 빨갛게 붉히는 만큼보다 더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니까. 그리고 두 가지 짚어야 하는 점이 있어서.
"지금 안 해도 먹어야지이."
둘만 있는 곳에서만 하기로 했었는데, 우리 아까 둘만 있지 않았잖아. 오늘 하굣길에 사러 갈 거야. 말끝을 늘이면서 딱 잘라 말한 이유는, 봐줄 생각이 없다고 굴어본 거야. 한 가지를 짚고 나서 두 번째를 짚어보면, 이번에는 말끝을 흐리고 말아버려.
"지금은 해도..."
못 먹이는데. 조그맣게 흐려진 말끝의 뒤로 이어져. 지금은 둘만 있으니까, 먹일 수가 없잖아. 눈높이가 엇비슷해져서, 더 네 눈을 바라보기 쉬워졌는데 오히려 쉽사리 눈을 맞추지 못하고 말잖아.
현생은, 저번주는 점심을 하루도 못먹었고 이번주는 오늘까지 꼬박꼬박 야근(도아주 상사가 그냥 편하게 택시 타고 가라고 법카도 쥐어줬어)을 하고 있어. 그래도 건강을 해치진 않았어. 이번주는 점심식사 하고 있고...... 어떻게 나날이 바빠지는지 모르겠어. 바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 여기서 놀고만 있고 싶어...... 8.8 보고 싶었다고 말해도 되는걸까 8.8
도아주네 회사가 안 바쁠 때는 정말 안 바쁘고, 바쁠 때는 정말 바쁜데 지금이 정말 바쁜 시즌인 것 같아. 이 회사에 오래 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더라... 쌓인 연차에 비해 일을 배로 하고 있단 소리는 들었지만, 나름 버티고 있어. u.u 오늘은 법카로 만원짜리 점심 먹었고. +.+
언제든지, 도아주가 말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 난 언제나 여기 있을 거니까... 도아주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었으면 좋겠는데88.. 도아주가 너무 고생이 많다..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이 언제고 가감없이 도아주에게 온전하게 돌아왔으면 좋겠어. 오늘 일과는 끝난 거야?
아참, 그리고 혹시나 몰라 한 마디 덧붙이자면.. 도아주가 쉬러 갈 때 쉬러 간다고 말 한 마디만 남겨줄 수 있을까? 답레 올려놓고 도아주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리는 게 좀 쓸쓸해서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바라줘서 고마워... u.u 응, 이제 퇴근할거야. 지하철 탔어. 집에는 10시 반쯤 도착할 것 같아. u.u 집 도착하고 나서 들렀다 자러갈게.
쉬러 간다기보다는 기절한 것들이라 면목없어...... 깜빡 잠들수도 있다 말할게. 그런 부탁하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정말 못할 말이지만... 평일에 밤 10시 이전에 오면 일하다 온 거라 아마 진득히 못 있고, 띄엄뜨엄 나타나고 그럴거야. 퇴근하고 온 다음에는 버텨야지 하다, 기절하는 경우가 많아서......
퇴근길이 한시간 반... 먼 길이구나. 그 동안 답레나 그림 어느 한 쪽은 준비해둬야겠다. 피곤해서 기절... 하긴 도아주 일과가 너무 바쁘니 그럴 수도 있겠다... 8-8 응응, 잘 알았어, 이해했어. 조금이라도 졸리면 여기 보지 말고 푹 쉬어줘...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좋은 거니까. 못났다고 자책하지 마... 도아주 혐생이 그런걸. 도아주 잘못이 아니잖아.. (꼭끄랑)
이 소년의 속에 네가 피어나고, 이 소년은 너로 피어난다. 양 뺨에 고인 달콤하고 간질간질한 마음이 애달팠다.
"으음- 그렇지."
네가 뾰루퉁하게 딱 잘라서 내리는 판결문에, 이현은 눈을 깜빡이다 시선을 시무룩하게 늘어뜨리며 사과했다.
"미안해, 네가 너무 예뻤어..."
네 손을 꼭 쥔 채로, 그는 풀죽은 시선을 가만히 아래로 내렸다. 자기가 너무 짓궂게 굴었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소년은 네가 주는 네 나름대로의 벌을 어떻게든 면해보거나 피해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수긍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볼을 발갛게 붉히고 있는 네가... 특별한 날에 특별한 옷을 입고, 나와 함께 어울려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네가 너무 예뻤어. 그렇지만 네가 주는 거면 다 좋으니까, 난 괜찮을 거야. 하고,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꼭 쥔 네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조금은 엉뚱한 사과를 내어놓은 소년은, 사과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론 조심할게."
그러다 지금은 해도- 하는 네 머뭇머뭇대는 말에 이현은 시선을 들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네가 눈을 쉽게 맞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하고 싶은데, 하고 네가 되물으며 다시 눈을 맞춰오기까지 소년은 잠깐 기다렸다. 그리고, 네 분홍색 눈에 담기도록 살며시 눈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이현주가 혼자 한 생각이지만... 이현이가 자기 마음을 확실히 자각하려면 자극적인 사건이 역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예를 들어 도아랑 며칠 동안 연락이 두절된다던가.. 아니면 도아가 다른 누군가한테 고백을 받은 걸 이현이가 알게 된다던가... 그도 아니면 YW 엔터테인먼트의 이현이를 담당하는 프로듀서나 매니저를 한 분 악역으로 등장시켜서, 도아한테 "너는 지금 눈부신 별이 되려고 하는 가스 덩어리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거다" "누구보다도 빛날 수 있는 별을 뻔뻔하게 혼자 집어삼킬 수 있겠냐" 같은 말로 쪼아댄다던가.. (이럴지도 모르겠다- 하고 썰만 풀어본 거니 가볍게 읽어줘!)
누가 봐도 시무룩해졌어요, 하고 말하는 네 모습이 꼭 그늘에 수그린 꽃 허리 같아서. 나는 햇님을 데려올 수도 없고, 비구름을 데려올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사탕을 주지 않을 수도 없는 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큰일 나버린단 말이야. 푹푹 찌는 더위에, 아이스크림이 시원하고 달콤해서, 너무 좋아서 많이 먹었다가는 배탈 나버리는데.
봐,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네가 또 콕, 하고 찌르잖아. 두 뺨에 하나씩, 붉은빛을 머금고만 있는 꽃봉오리도 톡 피어나버려서 어질어질. 난, 나 말고 네가 예쁜데, 네가 사과해야 할 약속이 아닌데.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말을 하기도 버거운 지금, 입술이 떨어졌다가 다시 꼭 물어. 숨에 색이 어린다면, 그 숨조차도 빨갛게 익어버렸을까. 아니, 익어버렸을 거야.
"...응."
네가 조심하겠다고 말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인 소리인지 모를 목소리를 내는 거야. 네게 고백하던 날 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 사실은 앨리스가 아니라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분명 목소리가 있는데도, 네 앞에 서면 왜 이러는 걸까.
"...응?"
네 눈웃음이 담기던 눈동자가 깜빡, 눈꺼풀 아래로 꼭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 내가 금지라고 했던 건, 내가 했던 거, 그러니까, 교실에서 네가 했던 거였는데. 그래서, 지금 안는 거는 상관없다고 말하지도 않고 먼저 꼭 안아버렸어. 너를 꼬옥 안고 있다가, 조금 힘을 빼고서 너를 바라봐. 의뭉스러워하던 표정은 그대로이지만, 그 뜻이 조금 바뀌었어. 내가 한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하고 물음표를 달고 있던 표정은 이제 되었느냐고 물음표를 달아.
>>190 도아 : (황급하고 빨간 도리도리) 아마 도아가 현이 무릎을 베고 자려면... 먼저 어깨에 기대서 자게 했다가 무릎을 베도록 하는게 빠를거야 u.u... 그래도 이제 어깨에 기대서 자는건 할 수 있어 u.u✧
>>191 이 부분은... 다음 일상 주제로 잡아도 괜찮지 않을까. 참고로 도아주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도아가 쉽사리 연락두절 될 상황은 상상이 어렵지만. 해외 여행이라도 보내면 시차차이로 가능할까(?) 고백... 고백 u.u 같은 방송부 선후배라거나 같은 반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네. 소속사 관계자가 그러면, 도아는 생각보다 단단할거야.
>>199 으음... 완성된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긴 하지만, 도아주가 자러 가기 전에 답레를 쓰면서 그림까지 완성시킬 자신은 없고, 그렇지만 항상 노력하고 애쓰는 도아주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해주고 싶으니까.. 아래 링크 확인히줘 uu https://postimg.cc/ykZGvqTr
탭에 적힌 글조차도 cat001이라서 x.x 옆머리 한가닥 남은 것부터 너무 귀엽다 x.x 코디네이터님이 정말... 정말 잘 보시고 하신 말씀이었구나... x.x 지금 살짝 헤어나오질 못 하고 있어 x.x 완성하면 어떻게 되는거야...? x.x 미완성으로도 이미 도아따라 어질어질 헤롱헤롱 x.x 머리카락 넘겨줘보고 싶어 x.x 꽁지머리 양갈래 사과머리 다 해주고 싶어라 x.x 볼도 한번만 콕 찔러보고 싶다 x.x
>>202-203 마음에 든 것 같아 다행이다.. 완성이라고 해도 얼굴 피부는 채색이 다 끝났고, 머리랑 어깨 주변만 후딱 그리는 거라 그렇게 대단한 그림이 되진 않을 거야. 그렇지만 이 그림이 도아주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었다면 기쁠 것 같아. 꽁지머리 양갈래 사과머리... 지금 이현이랑 단둘이 시간 보내러 가는 거잖아uu 도아 하고 싶은 대로 맘껏 다 해버려uu!!
그냥 갑자기 널 꼭 끌어안고 싶어서. 너는 네가 한가득 피어난 가슴팍에 너를 던졌고, 그런 너를 이현은 살며시, 그러나 마음껏 끌어안았다. 너는 아직도 조금 두렵고, 조금 낯설고, 조금은 불안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샌가 소년의 가슴속에 파종된 너는 어엿하게 자라난 모양이다. 너만큼이나 곱게 물든 뺨을 하고, 소년은 네가 되묻는 것처럼 나직이 콧소리로 대답했다.
"응."
너를 사랑한다고 아직 장담하지 못하는 소년이 낸 소리였지만, 달고 따뜻한 감정이 한 가득 담겨있는 소리였다. 눈을 깜빡깜빡, 하고, 가까이에서 네 분홍색 눈에 소년이 맺힌다. 그러니까, 너무 가까이에서. 어느덧 네가 끌어안고 너를 끌어안은 그 소년과 너와의 거리는 한 발짝도, 아니 손가락 한 마디만큼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년의 속눈썹 갯수를 셀 수 있을 만큼. 반지르르한 그의 입술 표면이 들여다보일 만큼, 소년의 입에서 속살거리는 소리를 담고 나오는 숨결이 네 입술을 간지럽히기 충분할 만큼, 너와 소년의 거리는 가까웠다.
나는 내가 했던 것 중에 무엇이 네 마음을 톡 건드려버렸는지 몰라서, 한 번만 더 해달라는 네 말에 그저 가만있을 뿐이야. 가까이서 멈추어 서 있는 네게 더 다 가갈 수도, 뒤로 물러나는 것도, 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네 눈에 시선을 꼭 맞추고, 내 떨린 숨이 너에게 닿아버려 널 간지럽힐 동안 곰곰 생각해보고 있었어.
숨을 들이쉬면, 네 향기로 가득 차버리는 이 거리에서는 네게로 살짝 기울이기만 해도 닿아버리잖아. 그래서 조심스럽게, 깃털이 닿았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게. 네 뺨에 꼭 입맞춤이 아니라 그 흉내를 내는 것처럼 작게 입 맞췄어. 혹시라도 네가 너무 가벼워서 닿지 않았다고 착각할까 봐, 엄청 부끄럽지만, 입 맞추는 소리도 조그맣게 남겼어.
"...이거?"
한 번만 더 해달라는 거 말이야. 그리고는 잠시 발갛게 익은 마음이 두근대서 시선을 한 번 내렸어. 그러다가, 이번에는 네 품속으로 숨기라도 하는 것처럼 꼭 너를 안았어. 내 향기가, 네 향기가, 전부 섞여버려서 너무 달아. 아주 잠시, 다시 너와 눈을 맞출 수 있을 때까지 너를 안고 있다가 팔은 그대로 둔 채 힘을 빼. 힘을 빼면서, 너를 바라보면 하나 더 물어보는 거야.
소년은 너를 품 안에 폭 끌어안는다. 마치 너를 숨겨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년에게서 숨기 위해 소년의 품에 파고들어가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소년은 기꺼이 너를 위해 자신의 품을 내어주었다. 내게서 잠깐 숨으려 택하는 곳마저도 나의 품... 이현은,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소한 뿌듯함에 가슴속이 참을 수 없이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도아야, 내 마음을 톡 건드려버린 건 네가 했던 어떤 행동이 아니라, 도아 너야. 그냥 너랑 같이 있는 이 순간이 견딜 수 없이 좋아서... 조금 바보같이 되어버려서... 그러니까, 내가 지금 너에게 해달라고 하는 건, 다시 한 번 마음을 건드려달라는 게 아니라, 바보같이 잔뜩 피어버린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베어먹어 달라는 거였어.
"네가 나한테는 하지 말라고 했던 거."
그래서 내가 너한테 할 수 없는 거. 소년은 품 속의 너를 바라보며 나직이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좋은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그 향기가, 너와 소년의 숨결이 섞이는 순간이 너무 달다고 느끼는 것은 비단 너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너무 달아서 어쩌면 중독되어 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일부러 선택지를 주지 않았던 건데, 하지만 네가 그렇게 콕 집어 말해버린 이상 모른 척 시침을 뗄 수도 없어서. 초여름도 여름이었다는 걸 잊고 있었나 봐.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서 숨어버린 곳이 네 품이라는 걸 잊고 있었나 봐. 내가 널 보지 못하고, 네가 내 눈을 볼 수 없다고 숨어진 것은 아닌데.
"그건... 이번이 마지막이야."
두 번은 못할 것만 같은데, 지금 그 두 번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선은, 더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안 해줄 거야. 말을 마치면서, 입술을 꾹 다문 채로 널 한 번 바라보았어. 눈을 한 번 깜빡일 동안 너와 눈을 맞췄다가, 내가 입을 맞춰야 할 곳으로 내려와. 네 목 옆과 꼭 눈싸움이라도 할 듯이 쳐다보다가, 눈을 꼭 감아. 정말 눈싸움이라도 했다면 내가 져버렸나 봐. 그리고는 힘을 뺐던 팔에 다시 힘을 주면서 쪽. 그러니까, 널 꼭 끌어안으면서 입 맞춘 거야. 그야 내가 다시 한번 네 목 옆에 닿았다가 향할 곳은 한 곳뿐인걸. 제대로 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지금 너에게서 숨을 수 있는 곳이라고는 여전히 네 품 밖에 생각나질 않는단 말이야. 입 맞추고는 바로 고개를 숙여서 네 품 안으로 숨는 거야.
오랜만이야, 응. 소화불량(먹은 것도 없는데 부글부글 속이 끓어서 억울해)이 조금 있는 거 같긴 한데 말고는 잘 지냈어. u.u! 이현주는 잘 지냈어? 설 연휴도 잘 보내려나. 도아주네는 아무도 안 와도 차롓상을 차리겠다는 엄포와 김치참치만두를 드시고 싶다는 불호령이 있어서... 정말 설 당일 지나고서야 편하게 올 것 같네. 밤에는 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느낌 알지... 그럴 땐 소화제보다는 가스활명수나 탄산수 같은 걸 먹으면 조금 나아지더라구. 어디까지나 내 케이스지만. 잘 지냈다니 다행이다. 나는.. 응, 잘 기다리고 있었어. 우리 집은 그나마 설 연휴를 간소하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다른 연휴와 크게 다름없는 연휴를 보내게 될 것 같아. 어머니가 꼬지전 굽는 걸 무슨 숭고한 사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고 있어서, 아무리 간소하게 보내도 명절에 꼬지는 있어야겠다고 강경하게 나오시는 바람에 완전히 편하게 보내진 못할 것 같지만. 응, 잠깐 들러가는 것이라도 좋아.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 수 있어. 응답이 늦어서 미안해. 저녁식사하고 설거지까지 하느라 늦었네..
갑자기 발자국만 남긴 건..... 있다는 표시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민망하네 u.u.... 가스활명수랑은 안 좋은 추억이 많아서, 탄산을 시도해볼게. 고마워 u.u 그나마 다행일까... 이현주에게는 연휴가 연휴답길 바랐는데 8.8 지금은 퇴근하면서 온 거니까, 들렀다가는 건 아냐. 오늘은 아마 계속 있을거야. 내일 아침 일찍부터 회의가 있어서 밤 늦게는 무리일거 같지만... 답이 늦은걸로 미안할 필요는 없는걸. 식사 잘 챙겨서 다행이야. u.u
엇갈리면 이현주가 속상해하니까 u.u....... 내가 자주 못 오는 편이기도 하니까 u.u.......... 쭉쭉 글을 쓰는 시간 찰나에 엇갈릴까 싶어서 u.u........... 응, 다행이다. 이번 설은 집합금지 때문에 더 모여서도 안 되니까 u.u! 저녁은 아직이야, 아직 퇴근길이거든. 퇴근하면 간단하게 챙기려고 해.
(부둥둥꼬옥) 아니, 그 정도는 괜찮아.. 난 꽤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편이고.. 속상해하다니 그 정도까지 걱정됐나 보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견딜 만하니까88... 아 아직 퇴근길이구나. 얼른 따뜻한 집에 들어와서 저녁 챙겼으면 좋겠다. 답레는 천천히 쓰고 있을게.
>>>정시퇴근한 적이 까마득<<< 이 부분에서 왠지 엄청 화가 나.. 나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도아주가 삶에 여유를 좀 갖게 됐으면 좋겠어. 도아주는 잠들어 있는 시간만 빼면 항상 일에 치여사는 것 같아서 내가 다 속상해.. 도아주가 괜찮다면 나라도 여기서 도아주를 맞아줄게.
아홉 시구나. 나도 집안인 마치면 그쯤 되겠다. 날씨도 춥고 빙판도 다 안 녹았을 텐데 조심히 들어와!
네 눈꺼풀이 감길 때는 소년도 길다란 속눈썹을 내리감았다. 이내 네 입 끝에 메론 냄새 같기도 하고, 화장품 냄새 같기도 한 달큰한 향이 걸렸다. 초여름 한 모금이 또 다시 네 입술에 와서 닿았다. 네 초여름이 거기 있었다. 서늘한 그늘이 드리운 학교 계단에는 너와 그 둘뿐이었다.
"응."
그는 나직이 대답하면서, 양 팔을 벌려 너를 품에 부드럽게 안았다. 소년의 향기가 그 품 안에 가득했다. 희미한 메론 냄새와, 숲에서 나는 냄새 같은 옅은 화장품 냄새가 소년의 살냄새와 부드럽게 엉켜서 소년이 입고 있는 드레스셔츠와 조끼 사이로 옅게 배어올라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품 안에서 네가 나직이 한 한 마디, 더 없지, 하는... 어찌 들으면 차가운 선고처럼도 들리는 그 말에 소년은 문득 자기 자신을 실감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나는 아직 너를 제대로 품어줄 준비도 안 되었는데, 너도 아직 나를 버거워하고 있는데... 네가 너무 달아서 너에 눈이 멀어 욕심을 부렸다는 것을. 아직 너와 보내고 싶은 시간은 많이, 많이 남아 있는데.
"미안해."
네가 충분히 숨을 수 있도록 품을 오롯이 네게 내어주며, 이현은 시선을 떨구고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9시보다는 좀 늦었네... 답레는 늦게 줄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안에 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어서, 이현주가 쉬러가고 싶다면 편히 쉬러가도 돼 u.u... 벌써 차롓상 장을 봐오셨을 줄은 몰랐는데...... 8.8... 재료 다듬기부터 하고는 해서, 응...... 할 수 있는 한 빨리 오겠지만 모를 일이니까...... 8.8
앗... (토닥닥) 응, 난 다른 일 하면서 느긋하게 밤늦게까지 있다가 1~2시 전후해서 자러 갈 것 같아. 명절 푸닥거리를 벌써부터 하는구나.. 아니, 이번 주말이니까 할 때도 됐네. 조급해할 필요 없어. 답레는 나아아아아중에 받아도 상관없으니까, 재료를 다듬는다면 칼을 쓸 텐데 손가락 조심해서 천천히...!
왜 사과하는지 모르겠어. 근데 사과하지 말라고도 말 못 하겠어. 네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 심장보다 더 아래 어딘가가 욱신거렸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 욱신거린 게 꽤 아팠나 봐. 눈물도 날 것만 같아. 너 때문인 것만 알겠는데, 네가 내 눈앞에 있어도 실마리는 잡히질 않아서. 그냥, 또 그렇게 생각할 뿐이야. 널 너무 많이 좋아해서, 좋아하다 못해 아픈가 보다. 하고. 널 꼭 끌어안고서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울먹이는 소리가 혹시라도 날까 봐, 그러기 싫어서 고개를 끄덕거렸어.
"...시간, 너무 잡아먹었지."
얼마나 네게 안겨있었는지는 몰라. 다만 욱신거림이, 욱신거림에서 비롯된 눈물이 가라앉기 기다릴 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 시간이 짧지는 않았을 거 같아서. 조금 차분해지면 네 품에서 떨어지면서 어색하게 말을 건네.
"이제 가도 돼!"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었어?" "궁금하다거나, 재밌어 보였다거나 하는 곳." 일부러 말수를 조금 늘린 건, 난 내가 쉽게 빨개진다는 걸 잘 아니까. 더워서, 추워서, 부끄러워서, 그리고 지금처럼. 왠지 모르게 날 것 같다고 생각한 눈물을 참았으니까. 내가 서 있는 곳은 물에 잠겨있단 걸 잊으면 안 됐는데, 있지, 네가 나한테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해서 까먹고 있었나 봐. 조잘조잘 말하면서 방글 웃는 이유는, 네가 눈치를 못 챘으면 하는 거야.
네 손을 잡아주려고, 너를 그 물가에서 끌어내주려고, 그럴 수 없다면 너와 함께 그 물가를 거닐기라도 하려고 너에게 계속 손을 뻗고 있는데, 너에게 어떻게 손을 뻗어야 할지 모르겠어. 이 거리를 어떻게 좁히면 좋을지 모르겠어. 내 속에는 네가 이렇게도 많이 피었는데 나는 언제쯤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될까.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데 왜 손이 닿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까. 품에서 나직이 흘러나오는 네 눅눅한 말에, 소년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었다. 그저 네 등을 가만히 다독여주고, 네 목소리에 맞추어 나직이- 솔직한 대답을 들려주는 것뿐이다.
"상관없어. 너랑 같이 있기만 하면 그걸로 좋으니까."
하며, 그는 너를 품에서 놓아보낸다. 그러나 네가 너무 멀어질새라, 소년은 이내 조금 쭈뼛거리며 손을 내밀어오는 것이다. 네가 피하지 않는다면 그의 하얀 손길이 살며시 수줍게 네 손을 잡아오겠지. 도아야, 난 여기 있고 싶어. 네 옆에 있고 싶어. 너와 같이 있고 싶어. 수줍음 속에 이미 눈이 멀어버린 애절함을 담아서.
네가 재잘대는 말에, 소년은 눈을 깜빡이다 너를 보고 가만히 옅게 웃었다.
"네가 나를 데려가는 곳."
너랑 같이 있기로 했잖아. 하고 소년을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그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중이 아니었던가?
그 말을 들으면 널 볼 수가 없어서, 시선을 떨궈버리고 말아. 좋아하는게 뭔지 모르겠다고 했었던 네가, 어느새부터인지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있어. 네가 날 좋아하고 싶다고,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고맙다고도, 기쁘다고도 말하지 못하고 거짓말이면 안 된다고 응석부리고 말았잖아. 지금도 같아. 네가 말한 그 좋아한다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 내 손을 잡으려하는 네 손길에 선뜻 손을 쥐어주지 못 하고 있는 나는, 뭐가 그렇게 머뭇거리게 만드는 지. 다만 피할 수도 없는 게 나라서, 네 손을 꼭 마주잡으면서 물어봐.
"좋다는 거... 뭔지 알 것 같아?"
그리고 물어보는 순간, 물어본 것을 후회했어. 네가 무슨 대답을 할 지 가늠도 가지 않고, 어떤 대답을 돌려줘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둘러대고 싶은데 말이 생각나지 않아. 별걸 다 물어봤다고 웃어넘길 수도,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웃어넘길 수 없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는 동안 시간은 흘렀을 거고, 아무렇지 않게 덮어버리기에는 늦어버렸겠지. 우리 사이에서는 엄청 큰 질문이잖아. 정말 중요한 말인데. 분명 너한테 고백할 때는, 네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응, 맞아. 내가..."
내가, 널 데려가고 있었는데. 발목만 적시고 있다고, 별로 깊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보면 가슴 아래까지 차올라있고는 해. 퍼뜩 정신을 차리면, 지금 같아. 고장났다고 밖에 말 못하겠어. 정말 물에 잠겨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치맛자락에서 물기라도 짜내고 싶은 걸까. 치맛자락을 꼭 쥐었다가 놓고. 종이에 꾹꾹 글씨를 눌러 적는 것처럼 마음 속에 꾹꾹 새겨. 그럴 새 없어, 정신 차리자, 하고. 나 때문에 축제날 부스 운영까지 도와준 너잖아. "3학년 1반이 귀신의 집이고, 1학년 7반에 솜사탕 있다고 했었어. 3학년 3반이 포토존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억했던 걸 조금씩 꺼내봐. 원래 귀신의 집이 제일 인기 많은데, 네가 좋아할까. 아니, 괜찮을까. "공포 영화, 잘 봐...?"
도아주 학창 시절 축제를 그대로 가져왔어. 1학기 말에 축제를 하니까, 여름철인 만큼 귀신의 집이 제일 인기가 많았거든... 이현주는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도아주는 현생에 정말, 정말 갈렸어. 하도 야근을 자주해서 도아주네 부서 임원급이... 도아주 바로 윗 상사한테 야근 시키지말라고 찔렀거든... 그래서 일 남으면 집에 가져와서 퇴근 후에 하고, 주말에 하고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 멘탈이 정말 펑 터졌는데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아.
나는 잘 지내고 있고, 아무 문제도 없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지만 나는 지금 도아주가 너무 걱정이야.
퇴근 이후의 시간도 주말도 개인 시간도 모두 반납하고 일이라니. 퇴근하고 나서도 심지어 쉬어야 하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시키는 거야? 그래서야 야근을 하던 때랑 다른 게 없잖아. 아니, 더 나빠. 그거 집에서도 회사의 지시로 근로했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가 제대로 증빙하지 못하면 회사가 그 부분을 악용해서 도아주가 받아야 할 초과근무수당을 나몰라라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도아주가 앞으로 바빠진다고 예고했을 때 도아주가 '일이 바빠지는 것은 감수해야겠지만 그것만 감수하면 업계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는 뉘앙스로 말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고, 그래서 도아주의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할지언정 도아주를 응원해주자고 생각했지만... 본인이 갈렸다고, 멘탈이 펑 터졌다고 표현할 정도면 마냥 응원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도아주가 이제 더이상 그걸 견뎌내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 도아주 지금 일에 휩쓸려가고 있어.
어떤 업종인지 어떤 사정인지 모르기에 내가 뭐라 함부로 말을 얹지는 못하겠지만, 도아주, 초과근무수당에 대해서는 회사랑 분명히 이야기해서 받아내고, 재택근무 시간을 증빙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도 생각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일이 너무 괴롭다면, 일을 그만두는 것도 고려해보는 게 좋을 것 같고.
아무래도 도아주가 석식비랑 야간교통비를 제일 많이 써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 야간교통비, 4-5만원 나오는데다 석식도 웬만하면 엄청 잘 챙겨먹었거든. 거기다 분기별로 주는 상여도 두번이나 타먹었고. 그렇다고 회사가 하는 짓이 정당하단 건 아냐. 이현주가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일은 정말 그만두고 싶지만 사정이 있어서 아마 못 그럴거고, 이직도 같은 이유로 힘들어 u.u... 능력 인정은 받고도 남았지만. 재택근무 증빙은 걱정말아. 특근수당도 받아낼 거고. 돈이라도 제대로 줘야지 u.u...
사람을 밤늦게까지 일시킬 거면 당연히 식비랑 교통비는 줘야지. 특근수당도 다 타낼 거라고 하니 걱정을 야아아아악간은 덜었어. 그렇지만 도아주, 기왕 오지랖을 부린 김에 한 마디만 더 하자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일에 휩쓸려서 삶을 잊지는 말아줘. 일을 그만두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선으로 이직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해.
내가 도아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고, 이따금 오지랖을 부리는 정도지만... 그래도 정말로, 나는 도아주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부둥)
소년은 네가 건넨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날 좋아하게 만들게. 네가 소년에게 건네어준 매 순간순간들이 그 말 위에 조금씩 켜켜이 쌓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위에 8H짜리 연필만큼이나 흐릿하게, 힘도 주지 않고 사각사각 스치듯이, 그러나 너와 함께 보내는 매 순간마다 똑같은 자리에 한 획씩 한 겹씩 거푸 쓰여지는 사랑이라는 글자는 매 순간마다 조금씩 조금씩 너의 분홍색으로 짙어지고 있었다. 사랑을 모르는 소년에게, 사랑이라는 글자는 너로 쓰여지고 있었다.
네가 던진 그 질문이 또다시 한 겹, 소년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그 말 위에 얹혔다.
그는 금색의 눈동자를 깜빡, 하며, 너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시 너에게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따뜻하고, 애틋하게, 소년은 너를 품에 잠깐, 그렇지만 꼭 다가붙여 끌어안았다. 그게 소년의 대답이었다. 말은 필요없었다. 웃어넘길 필요도, 둘러댈 필요도, 대답할 필요도 없는. 꼭 다가붙은 소년의 품에서, 옅게나마 그의 심장박동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내가 너를 사랑하게 해 줘.
포옹은 길지 않았고, 그는 곧 당신을 품에서 놓아주었다. 그렇지만 꼭 쥔 손만은 놓지 않았다. 길을 모르는 체셔 고양이는, 물에 잠겨도 너와 함께 잠기고, 길을 헤메어도 너와 같이 헤메이길 원했다. 생글생글 웃는 사랑스러운 모습만으로 사랑을 쓸 수는 없는 법이기에.
"공포 영화..." 네가 꺼낸 질문에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잠깐 뜸을 들이던 소년은, 이내 배시시 웃었다. "너랑 같이 보면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
가만 바라볼 뿐이었던 너의 시선에, 역시 괜히 물어봤다고 생각했어. 실수한 거라고, 늦더라도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할 걸 그랬나 봐. 후회가 쏟아져서 무릎 아래까지도 잠기면, 네가 안아주는 거야. 아래로 떨궈, 물에 비친 그림자만 보고 있었는데 그림자가 둘이 된 거야. 물소리도 없었고, 일렁이지도 않았는데. 인제야 난 엄청 바보였다는 생각이 들어. 아직 여름이잖아. 네가 놓아주면 그림자는 다시 하나로 줄어들었지만, 난 이제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네 품이 얼마나 따뜻한지도, 네 토라진 표정도, 밝게 물들인 네 볼의 색깔도.
"...나 많이 기대할 거고, 마음대로 오해할 거야."
너를 맘껏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 네가 날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 그 기대가 저버려졌을 때 너무 아플까 봐서 기대하지 않았던 거. 어떻게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말한 사람이 그럴 수 있어. 끝을 생각하고서 먼저 겁내고 있었잖아. 그러니까, 겨울로 다 미뤄버릴 거야. 아직 모르는 일로 아파하느라 머뭇거리기 싫어.
네가 놓아준 게 무색하게, 이번에는 내가 꼭 너를 안아버렸어. 안고 있었던 시간은 너와 비슷했을 거야. 너를 꼭 끌어안았다. 놓고서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어. 좋아해, 입 모양으로 벙긋거리고는 웃어버려. 배시시, 웃음을 뚝뚝 떨어트리는 거야. 네 뺨이 언제까지고 이런 색이었으면 좋겠다고 했었지. 그때랑 지금이랑, 여태까지 늘 같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봐.
"그럼 가자!"
귀신같은 건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미 어떻게 꾸미는지 조금 본 것도 있고, 무엇보다 네게 축제가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제일 인기 있는 부스를 빼놓고 갈 수는 없잖아. 잡은 손을 그대로 꼭, 놓치지 않고 3학년 1반이 있던 곳으로 발을 디뎌.
너무 늦게 본데다 손이 느려졌어....... 좀 쉴 수 있냐는 물음도 못 봤네 8-8 도아주네 집이...... 수도가 터져버려서 물부족 상태라, 물 길러 다녀왔었어. (이웃집으로) 다행스럽게도 내일 공사 일정이 잡혔는데, 하루 안에 끝날지는 모르겠대. 원래 오늘 하려했는데, 인부들이 안 나왔다나!!! @.@
너와 함께한 서툰 봄은 낯설면서도 기뻤고, 행복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네가 기쁘고 내가 기쁘다면,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이현은 네가 품에 덥석 안겨오는 것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마주 끌어안았다. 소년의 품 안은 여전했다. 네가 결심하듯 꺼낸 말에 소년은 나직이 대답했다.
"나도 그럴래."
때로는 절망하거나, 아파하거나, 머뭇대거나 오해하거나 주저하거나 절룩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너를 이렇게 살갑게 끌어안아 주는 소년을 보자면, 소년의 가슴 속 한가운데서 네 것과 똑같이 뛰고 있는 박동을 느끼고 있자면, 그렇게 심각하게 절망하거나 그렇게 오래 머뭇대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마음껏 기대해도 좋을 만큼 전망은 긍정적이다.
네가 입모양으로 건넨 한 마디도, 볼을 붉히며 배시시 배어나오는 웃음도 소년은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분명 그의 눈동자는 짙은 금색일 텐데 네가 웃을 때에는 문득 그 색깔이 너와 같은 색깔인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가슴에 네가 한번 더 씌워진다. 너를 따라, 그의 얼굴에 수줍은 행복이 담긴 미소가 걸린다. 언제까지고 그런 색이면 좋겠다고 너에게 빌었던 그 색깔이, 이제는 소년의 뺨에도 번지고 있었다. 이현은 문득 네게 다시 한번 입맞춰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응."
그러나 그는 그것을 잠깐 접어두고, 네가 이끄는 대로 네 손길을 따랐다. 그는 축제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했고, 네가 자길 데려가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면 행복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이미 너와 함께 다니는 그 자체가 그에게는 행복이었다.
3학년 1반으로 점점 가까워지다 보면, 아기자기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학교 복도에 붉은 발자국이 섞여 있어. 내가 널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너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발자국들을 쫓아가. 그럼 점점, 귀신의 집다운 소품들이 늘어나겠지. 헤진 검은 비닐을 천장에 늘어놓는다거나, 붉은 물감을 사용해서 창문에 손자국을 찍어놓는다거나. 3-1이라고 적혀있었을 명패에는 31병동이라고 적은 종이를 덧씌워놓았고, 복도에서 교실 안을 볼 수도 없게, 접근금지 테이프와 검은 비닐로 가려져 있었어. 매번 축제에서 인기 부스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만큼, 부스가 되어버린 교실 밖 복도에도 길게 대기 줄이 늘어 서 있어.
"현아, 그거 알아?"
"축제 부스 입장, 학생회랑 방송부는 우선권 있다?"
그러니까, 너랑 나는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어. 대기 줄을 그냥 지나쳐 가면서, 너를 살짝 뒤돌아보고는 뿌듯하게 웃는 거야. 축제 준비부터, 축제 당일까지 일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배려였지만, 여태 축제에서 이 배려를 제대로 활용해 본 적은 없었어. 근데 오늘 너랑 같이 보낼 시간에서, 그 덕택을 톡톡히 볼 수 있을 것 같아 들떠버린 거야. 그래서 조금 신난 걸음으로 부스 입구까지 갔을지도 몰라. 입장을 돕는 진행 역할의 도우미조차 분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조금 놀라서 네 손을 꼭 쥐어버렸지만.
"우선 입장은 학생회랑 방송— 엌, 뭐야. 방송부에 토끼가 있었나?”
얼굴은 하얗게 칠하고, 눈가와 입술은 거멓게 칠한 남학생. 낡고, 핏자국이 튄 의사 가운을 입고서 안내 문구를 읊다가, 날 보고서는 그렇게 말하는 거야. 누군지 못 알아보고 있다가, 다시금 살펴보고서는 누군지 알아채. "우리 학교 밴드부 부장 선배!" 네게 소곤소곤, 저 남학생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그러고 나서 선배에게 인사를 꾸벅하면 다시 안내를 시작할 줄 알았는데. "방송부 토끼 하나, 친구 하나 우선 입장합니다~" 여전히 장난을 치고는 말아서. 평소 같았으면 이렇게 놀려도 받아치거나 했을 텐데, 옆에 네가 있어서, 부끄러운 게 커져 버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귀는 왜 쳐져 있어? 쫑긋 세워야 귀신 소리 잘 듣지. 친구는 고양이, 오."
애써 와이어를 구부려놓았던 토끼 귀가 선배의 손길에 의해 쫑긋 펴지다 못해, 이제는 너에게까지 고양이라며 말을 거는 거야. "론이잖아! 이거 론도 왔다 간 귀신의 집이라고 홍보해도 되나?"
붉은 발자국의 의도가 읽혀 이현의 입에 웃음이 걸렸다. 복도에 찍혀있는 이 발자국들 중에는 오늘 아침에 너와 같이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했던 우리 반으로 돌아가는 발자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네가 이끄는 붉은 발자국을 따르는 게 우선이었다. 너와 함께 걷고 있자면 피를 연상시키려고 한 듯한 빨간 발자국도 그냥 빨갛게 피어 있는 제라늄으로 보여서, 축제가 열리고 있는 마을의 꽃장식된 오솔길을 너와 함께 누비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앨리스의 손에 이끌려 안내받는 이상한 세상이 조금 낯익게 느껴져서, 소년은 헤실헤실 웃으며 네가 이끄는 대로 너와 보폭을 맞춰 걸었다.
"아, 스태프 패스 같은 거구나."
소년은 금방 네 말을 이해했다. 작년 학교 축제에는-기억이 잘 안 나는데 참가했던가, 참가하지 않았던가?- 아마 참가하지 않았을 소년이기에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아니, 사실은 참가했는데 그때는 네가 없어서, 딱히 기억할 만한 추억이 아니었기에 기억하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올해의 학교 축제는 기억에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 너와 함께 발을 맞춰서 걸어가는 한 발짝 한 발짝이 너무 특별했기에. 네가 흠칫 놀라며 쥐어오는 그 손에 실린 네 체온까지도 특별했기에. 하나도 놓치거나 잊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네 소개에 "안녕하세요." 하고 가볍게 인사치레를 건네준 그 의사가운 차림의 선배가 대뜸 네 머리에 씌워진 토끼귀를 잡고 더럭 펴버리자, 네 손안에 쥐여 있던 소년의 손이 크게 움찔했다. 자신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함부로 손대지 마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왈칵 치솟아올라왔다. 그 말을 뱉어야 할지 삼켜야 할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그 선배의 손은 네가 접어놓은 토끼귀를 아무렇지 않게 펴버리고는 다시 거두어지고 있었고, 그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소년의 얼굴에 아주 잠깐, 표정이 사라졌다.
표정이 사라진 얼굴 위의 금색 눈이 선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의 응시였지만, 그 응시에는 누구라고 하더라도 순간 말문이 막힐 만한 안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내 그것은 소년의 얼굴에 다시 걸린,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보기좋은 미소 속으로 사라졌다. 이현은 미소를 띠면서 조금 뒤늦게 한 발짝 앞으로 나서, 너와 그 선배 사이에 끼어들듯이 섰다. 밴드부 부장 선배가 건네어온 농에, 이현은 마주 농담조로 대답했다.
영업용 미소 모양의 가면 뒤로, 난생 처음으로 겪어보는 감정들이 와글와글 쏟아져들어온다. 당혹. 박탈감. 분노. 선배는 그저 친근한 마음에 짓궂은 장난을 쳤을 뿐인데. 그런 단순한 장난일 뿐인데. 겨우 그런 별 것도 아닌 일 하나만으로 질투와 독점욕으로 가득 채워진 녹색이 소년의 흉곽 안에서 독안개처럼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너무도 생소한 통증이었다. 문득 이현은 직감했다. 자신과 너의 관계가 얼마나 알량하고 얄팍하며 위태위태한 것인지. 그리고 자신이 그 사실을 고통스럽게, 아니, 비통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까지.
소년은 혼란에 빠졌다.
뭔가 더 일이 잘못되기 전에, 소년은 네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생각이 어지럽게 뒤섞이는 머릿속에서 억지로 멀쩡한 문장을 쥐어짜내어 선배에게 마지막으로 허락을 구했다.
"그럼 들어가봐도 되죠?"
/ 선배가 도아의 토끼귀를 펴려 했다- 하는 레스였으면 현이가 막는 걸로 끝났을 텐데, 완결형 상황이라 일이 커졌다..
네가 곧 이해한 듯이 답해준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지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리 길어도 고작 몇 분 밖에 안 지났을 텐데, 그때랑 다른 분위기라서. 쥐고 있던 네 손이 크게 움찔거렸을 때, 그때부터였나 봐. 세워진 토끼 귀가 신경 쓰여서 만지작거리다 보니까, 이상한 정적을 느꼈어. 분명 여긴 축제가 한창인 학교고, 제일 인기 있는 부스 앞에 서 있고, 푸름이 소란스러운 여름인데, 꼭 다 지워버린 것처럼 조용하게만 느껴져서. 뒤늦게서야 뭔가 이상하다고, 움찔거렸던 네 손을 꼭 잡아봤지만 네 표정을 볼 수가 없었어. 이상한 적막은 네 목소리로 깨졌지만, 너는 한 발자국 앞에 있어서 난 네 뒷모습밖에 안 보였으니까.
"아, 깜짝 놀랐네. 초면에 고양이는 좀 심했나?"
미안미안, 그렇게 사과를 건네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네 표정이 보고 싶은데, 손이 왜 움찔거렸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답답해. 내가 지금 선배와 너 사이에 끼어들어도 될까. 장난기가 많은 편인 선배라고 말할 걸, 아까 그저 밴드부 부장 선배라고만 일러준 게 화근이었을까. 넌 화가 났을까, 아니면 놀랐을까. 아예 다른 이유일 지도 모를 일이야. 잔잔한 수면 위에 톡 떨어진 깃털 하나가 물결을 일으켜서 일렁이는 것처럼, 어디서 작은 불안함이 하나 톡 튀어와서는 일렁거리고 있어. 네가 괜찮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이라서 너를 꼭 잡고 말아. 잡고 있는 손 모양을 고쳐서, 네게 깍지를 낀 거야.
"잠깐, 들어가기 전에 이거 받고."
손전등 하나였다. 귀신의 집이 대부분 그렇듯, 안은 어두울 테니까. 나는 네가 선배를 껄끄러워하고 있을까, 싶어서 작게 한 발자국을 디뎠어. 네 옆에 설 수 있을 만큼만. 그러고서는 선배가 건네는 손전등을 받으려고 한 거야. 입장 직전이 되어버리면, '선배의 분장만 보고도 조금 놀랐었는데, 안에 들어가면 더 무섭겠지.' 라거나, '비명 지르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을 할 줄만 알았는데. 아니, 아까라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아. 안에 들어가고 나서 어두워지면, 네 표정을 더 볼 수 없을 텐데.
"괜찮아?"
그래서, 조심스럽게, 조그맣게. 네게 속삭이다시피 물어보면서, 널 바라보는 거야. 네 표정을 본다고 모든 걸 알아챌 만큼 눈치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표정조차 모른 채, 아무것도 묻지도 못한 채 지나가고 싶지 않아. 귀신의 집에 정말 입장해도 괜찮냐고 들렸을지도 모를, 너에게만 묻는 말이야. 오로지 네가 괜찮은지가 궁금해.
있다가 오후 축제때는, 아예 이현이가 만져준 머리로 진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싶어졌어. 그러고보니 축제는 원래 사복이라는 느낌이라서 당연히 이현이랑 도아네 학교도 사복이겠지 생각했어. 그래서 이현이 교복 입고 온거 귀엽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교복입고 축제할 수도 있으니까... u.u....... 만약 사복이면, 도아도 사복...... 이긴 하려나....? (생각안해봄)
두 사람이 바닷가에서 노는 걸 보고 싶었던 이현주의 욕망이었습니다.. 제성합니다.. (도아 눈가려주기)
이현이 여름 사복스타일은 후드집업이나 오버핏 오픈카라 셔츠에 청바지 같은 단순한 스타일인데, 신발이나 가방 같은 걸로 포인트를 주거나 할 것 같아. 아마 이현이랑 데이트 나가자고 하면 볼 수 있을 것.. 이것은 도아주가 아니라 도아에게 하는 말에 가깝습니다만 지금 도아는 계약연애건 어쨌건 이현이의 애인이니까, 데이트 나가자는 말 정도는 아무 부담없이 해도 좋다구
>>284 짝사랑 1년 반 정도 하다가 고백한거면...... 데이트도 1달 반 정도 앓다가 신청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거 다 둘째치더라도 도아는 수영복이 제일 관건이지....... 뭘 입어도 물에 들어가는 순간 젖어서 몸에 달라붙거나 비치거나 하니까 어떻게든 꾸욱 옷이 몸에 안 붙게 떼어내려 붙잡고 있을 거 같아. u.u.......... 물에 안 들어가는 극단적 선택지 고르기가 있긴 하지만 도아주가 금지했습니다. 바다한테 실례지(?)
자기가 계약연애를 하자고 해 놓고서는 그것이 얼마나 얄팍한지를 엉뚱한 데서 깨닫고 엉뚱하게 좌절하다니. 참 웃기기 그지없는 꼬락서니다. 자신의 마음에 무지한 대가는 그렇게 때때로 조금씩 한 조각씩 천천히 징수되고 있었다.
집단으로 떠드는 이들 가운데서라도, 순간적으로 잠깐 침묵이 흐르는 때가 한 번쯤은 있는 법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가 말을 잠깐 쉬는 타이밍이 일치하는 그 순간. 유럽권에서는 그것을 보고 낭만적으로 "천사가 지나갔다" 고 표현하던가. 그렇지만 그 잠깐의 침묵에는 천사가 지나갔다는 부드럽고 말갛기 그지없는 표현을 쓰기에는 네 피부로도 느낄 수 있을 만큼이나 살벌한 어떤 흐름이 있었다. 그가 화났다, 는 것을 알 수 있을 법한.
"미안이라뇨."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능청을 떠는 소년의 유순한 목소리에, 그런 기색은 마치 꺼져가는 이명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그런데도, 괜찮아? 하는 네 물음에, 네 손안에 깍지가 끼여 꼬옥 쥐어져 있는 소년의 손이 다시 한 번 움찔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현은 손전등을 받아들며 조심스레 네게로 뒤돌았다. 머리 위에 쫑긋하게 튀어나온 고양이귀 아래로, 하얀수선화 꽃잎 빛깔을 닮은 머리카락 아래로 샛노란 눈동자가 너를 응시하고 있었다.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겁에 질린. 왜인지, 네게 죄의식을 갖고 있는 듯한 그런 눈빛이며 표정이었다.
"놀래켜서 미안해."
그것은 괜찮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는 그 질문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그 대신에 네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방금 선배가 펼쳐놓았던 토끼귀를, 네가 신경쓰인다는 듯 만지작거린 토끼귀를 다시 잡고는 네가 그래놓았던 것처럼 살며시 접어내리려 했다.
>>291 그러면 도아, 건네받은 거 고맙다고 받아서 두르려다 이현이 그대로 있으면 바로 다시 이현이한테 둘러주지 않을까..... 나 <<< 너 라고 생각하는게 도아니까. 자기 부끄러운 거보다는, 이현이 감기 걸릴까 하는게 더 우선이지 u.u! 위에 꼭 묶어서 망토마냥 만들거 같고. ((비치타월 실수로 하나뿐이면 어떡하지))
>>293 ...한 장뿐이면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다가 마음 상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으니 타월 넉넉히 있는 걸로 하자..!! 이현: 나 감기 같은 거 잘 안 걸리는데. (키드득) 라는 소리가 무색하게 언제 이현이를 한번 앓아눕게 하고 도아 반응을 보고 싶은 못된 이현주입니다
다시 한번, 내 손 안에서 네 손이 움찔거리면 괜찮지 않다고밖에 생각 못 해서. 그런데도, 네가 답해주지 않았으니까 앞서 생각하지 말자고 아랫입술을 조금 깨물었어. 불안함이 일으킨 일렁임은, 파도 너울처럼 어딘가에서는 몸집을 잔뜩 키운 채로 덮쳐올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으려고 깨물린 입술은, 뒤돌아준 너에게 웃어주려고 했는데. 널 마주하는 순간 그러려던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어. 네 표정을 알고 싶었지만,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어. 화가 났거나, 놀랐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네 표정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오히려 슬픔인데.
네가 그렇게 바라보면서 사과하면, 난 가슴 깊숙한 아래 어딘가에서 울렁거리고 말아. 울렁일 뿐인데, 분명 아픈 것이 아닌데 아픈 것만 같아서. 네 사과에 고개를 저었어. 사과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네가 왜 사과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이유는, 네가 사과를 하는 이유라는 같을까. 물어보지도 못할 말을 울렁거림 속으로 밀어 넣고, 네 그 표정을 계속 바라보고 있을 자신도 없어서 고개를 떨어트리고 말아.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미안해한다는 거, 엄청 힘든 일이잖아.
"여기 말고 다른 데 가도 돼."
너를 따라 했어. 괜찮냐는 질문에 사과한 너를 따라서, 네 사과에 다른 말을 하는 거야. 축제에서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왔을 뿐이니까, 네가 싫다고 한다면 인기가 많은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잖아. 그러다가, 머리 위에 쓰고 있는 머리띠에서 네 손길이 머무르고 있단 걸 눈치채.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금방 알 수 있어서, 네 손길에 접어 내려진 토끼 귀를 만지작거려. 내가 신경 쓰여 했단 걸 기억해준 걸까, 싶어져서. "귀, 고마워." 만지작거리다, 나직하게 네게 한 마디를 건네.
대답이 조금 늦었다. 소년의 가슴속은 아직도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너에게 누군가가 손을 댈 때 치솟아오른 독기어린 분노의 갈피를 소년은 아직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속 한켠에선 계약이라지만 나는 네 애인인데, 네게 함부로 손대는 사람이 있으면 화 좀 내도 되는 거잖아- 하는 볼멘소리 가득한 항변이 울리고 있었지만, 소년은 그게 과연 이치에 맞는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너에게 그 정도의 독점욕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자신이 바락 쏟아버린 성질에 여린 네가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그게 두려웠고, 그 두려움이 네게 영문모를 사과를 건넨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이런 데서 구구절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그 대신 그저 다 괜찮다는 것을 전해주려는 듯, 네 손을 부드럽게 꼬옥 거머쥘 뿐이었다.
"그러니까 도아가 날 데려가고 싶은 데로 데려가 줘."
너와 함께라면 떠들썩한 곳이건, 인기많은 곳이건,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곳이건 어디든 좋을 것 같아. 오후에 있을 학교 장기자랑 콘서트까지 남은 시간이 그렇게 짧지는 않았지만,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긴 것도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너와 이 곳에서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러다 네가 나직하게 감사인사를 건네자, 소년의 얼굴에 걸쳐져 있던 쓰라린 기색이 곱게 옅어졌다.
"고맙긴."
하더니, 그는 네게로 고개를 기울여선 조심스레 속삭였다.
"난 네 남자친구니까."
입구 옆에 어정거리며 서 있는데, 지금 이 순간은 왜인지 아무도 두 사람이 여기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일이다. 네가 조금 비치는 불안한 기색에 그렇게나 마음이 쿵 떨어졌는데, 네가 팔랑팔랑 실어보내는 한 마디에 언제 그렇게 처참하게 추락했냐는 듯 마음이 피어나는 것이다.
"정말 괜찮아졌어."
하고 그는 대답했다.
// >>147에서 말했듯 이현이와 함께 있다 보면 이따금 조금씩 이상한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런 것들 괜찮아? // 귀신의 집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갈지는 도아의 선택이긴 한데, 그런 이상한 일들을 좀더 보고 싶다거나.. 아니면 보기 싫다면 그건 도아주가 생각해서 나한테 말해줘! // 답레가 많이 늦어졌네, 미안해..
네게 축제가 어떤지 알려주고 싶었어. 네가 론이 아니라, 이현이 너로서 축제에서 즐거운 기억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나는 너랑 둘이 있고 싶은 욕심쟁이라서, 꽃봉오리가 가득 물고 있는 게 달콤한 꿀이 아니라 널 향한 욕심이라서. 그래도 괜찮을까,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아득해져서, 네가 꼬옥 내 손을 거머쥐면 그 손을 위로 끌어왔어. 네가 좋아, 현아. 욕심부려도 돼? 아니, 욕심 부릴 거야. 네 손을 두 손으로 그러쥐어서, 고개를 기울여서 내 뺨이 고스란히 닿도록. 그러고서는 잠시 눈을 꼭 감았어. 욕심쟁이라서 미안해. 오늘, 네 축제에는 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어.
"그럼, 오늘은 방송부실로 도망가자."
점심시간에서 한 시간 전까지는, 그러니까 너와 내가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까지는 방송부실은 조용할 거야. 점심시간 안내 방송을 시작으로 방송부는 오후의 공연 축제 때문에 바빠지겠지. 필요한 건 전부 강당으로 옮겼고, 리허설도 어제 엄청나게 했어. 본 무대 전에 한 차례 더 있는 리허설도 원래는 4교시였을 시간과 점심시간 동안 진행될 거고. 바빠짐의 시작인 점심시간 안내 방송도, 점심 방송도, 아나운서는 나니까. 올 사람 아무도 없는걸. 오늘 너랑 나랑 숨을 곳은 방송부실이야. 그러다가, 도망가자, 꼭 그렇게 속삭이듯 네 손에 뺨을 부빈 건 널 따라했을지도 몰라. 꼭 지금도 너랑만 단둘이 있는 것 같아서 불쑥 용기가 났을지도 몰라.
그리고 네 속삭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얼굴을 붉히다가, 시선을 맞추지 못하다, 늘 부끄러워하던 그 모습을 여실히 비추다가, 그제야 난 뒤 늦게서야 네가 왜 움찔거렸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어. 선배가 네게 장난을 쳐서가 아니라, 내 머리띠 때문인가 봐. 선배가 내 머리띠를 만져서 그런가 봐. 나도 누가 네 머리띠로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수가 없을 거 같아. 나도 하고 싶고, 내가 네 여자친구니까 엄청나게 질투 났을 거야. 너도 그런 기분이었던 거야?
"현아, 그럼 나—"
"머리 꾸며줄 수 있어?"
네가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묶어도 되고, 핀을 꽂아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넌 내 남자친구고, 난 네 여자친구잖아."
소곤소곤, 네가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었어. 그다음에는 두 손으로 꼭 잡고 있던 네 손에 좀 더 꼭 뺨을 기대고서, 분홍빛 눈을 꼭 숨기면서 웃어버리는 거야. 네가 내 남자친구고, 내가 네 여자친구라는 말이 너무 간지러운 거 있지. 계약이라고 해도, 일방적이라고 해도, 아픈 건 전부 미뤄버리기로 했으니까. 게다가 네 목소리로, 네가 내 남자친구라고 말해준 게 너무 기뻐서. 그래서, 그 기쁜 만큼, 네가 좋은 만큼 사랑스러움을 가득 머금고서 말갛게 웃어버렸어.
도아주는 짝사랑하고 싶다! 란 생각만 하고 캐릭터 설정도 없이 무작정 자유 상황극에 글을 던졌던 거라, 도아는 그때서야 짜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열심히 짝사랑하고 있으니까 딱히 안 괜찮을 것도 없다고 생각해 u.u! 세계관 쪽도 짜야한다면 맞춰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축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뮤지션으로서, 이현은 본격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 같은 곳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다. 몰려드는 인파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스테이지,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물병이며 펜라이트며 핸드폰 조명 등을 키고 날뛰거나, 제각기 즐겁게 소리지르는 관객들의 제각각의 소리가 모여 만들어내는 하나의 환호성. 거대한 화음이면서, 불협화음이기도 한.
그러나 축제가 무엇인지 정말로는 알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선율에 귀기울이며 합창하는 그 무수한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찬 그 콘서트장의 무대 위에서 소년의 기억속에 남은 것이라고는, 여전히 자신은 이 세상 속에 홀로인 것 같은, 마치 혼자인 방에 앉아 모니터 너머로 그 관객들을 내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공허하고 차가운 괴리감뿐이었다.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마치 공기가 없어 온도가 전도되지 않는 텅 비어있는 우주처럼.
그것은 소년이 떨거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노래할 수 있게 해주는 강점이 되기도 했지만, 가장 큰 고민이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어른인 소속사의 프로듀서에게 상담해보기도 했지만, 그가 내어주는 답이라곤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냐. 욕심이 많구나. 걱정 마라,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너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너를 눈부신 별로 만들어줄 테니까.' 같은, 소년에게는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하는 공허한 약속에 불과했다.
이현은 자신이 언제까지고 제 4의 벽 너머로 유배되어서, 자신이 살아 존재하는 세상을 영영 실감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에게 너라는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너를 통해서만 무언가를 실감할 수 있어, 도아야. 그러니까 애초부터 내 축제에는 너뿐이었던 것이나 다름없어. 너는 소년에게 많은 처음을 너로 선사해줄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니 이제 와서 소년의 가슴속에 축제의 풍경을 네 모습으로 새겨준들, 손등 위에 부드럽게 스치는 네 뺨의 감촉으로 남겨준들, 그것을 탓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소년의 가슴속에 피어난 너는 소년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이현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좀더 보통의 감정. 질투. 분노. 그것마저도 네가 새겨준 사랑에서부터 피어난 것이다.
"머리?"
하고 소년은 되물었지만, 말을 끝맺을 때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을 다물려던 찰나, 네가 건네어온 말이, 네 얼굴에 한가득 피어난 봄이 소년의 가슴에 따뜻하게도 파고들어왔으니까. 자기가 먼저 그런 부끄러운 말을 해놓고, 소년의 벌어진 입에는 이내 쑥스러운 미소가 걸린다. 너를 따라 양 뺨에는 연연한 봄꽃이 한가득 피어난다. 소년이 얼굴을 붉히고 쑥스럽게 웃고 있다. 자기 입으로 꺼내는 것과 네게서 듣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법이다.
"응. 좋아. 그러자... 둘이서, 실컷."
오늘의 축제가 그랬듯, 네가 잡아끌면 소년은 쉽게 끌려올 것이다. 아니, 기쁘게 따라올 것이다. 서로 맞잡은 이 손이, 좋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네 손에 꼭 뺨을 기대고서 있다 보면, 있지, 사람들이 다 쳐다봐도 좋으니까 너를 안고 싶어져. 나는 네가 웃어주는 게 좋아. 네가 내가 한 말에 얼굴을 붉힌 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안 그래도 머릿속에는 네가 가득한데, 더 그렇게 되는 거야. 그래서 나도 똑같이 홍삼 사탕을 먹어야 할 텐데도 넘치는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저질 버릴까 하고 고민하고 말아. 그렇지만 역시, 그런 일을 저질러버리면 나보다는 네가 훨씬 더 곤란할 거라는 걸 아니까. 손톱에 꼭 물들인 봉숭아 물이 겨울까지 남으려면, 손톱에 올린 봉숭아가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러 있도록 참아야 하잖아.
"응! 나 가방에 다 있으니까."
가방은 방송부실에 있고, 방송부실은 너랑 나의 둘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그럴 거야. 그럼 들떠버려서, 뺨을 기대고 있던 네 손을 꼭 잡아끌고 방송부실로 너를 데려가. 너한테 이것저것 머리핀을 꽂아주고 싶어. 귀여운 머리핀을 많이 갖고 다녀서 다행이다. 네가 내 머리를 어떻게 해줄지도 엄청 많이 기대 돼. 네 솜씨는 좋을까, 나쁠까. 네 머리 모양을 보면, 아무래도 솜씨는 좋은 편 같아. 그렇지만 내 머리는 날개뼈를 다 덮어버릴 정도로 긴 데다가 곱슬머리인데, 머리는 내가 빗어도 되려나. 팔 아플 것 같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들떠서 조금 발걸음이 가벼웠을까, 평소보다 보폭이 커졌을까.
"오늘이 두 번째네."
너랑 나랑 둘이 방송부실에서 있는 거 말이야. 방송부실에 걸린 자물쇠를 익숙하게 풀고, 총총 먼저 방송부실로 들어가서는 너를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어. 들떠버린 건 발걸음뿐만이지 않았을 테니까, 표정에서도 고스란히 티가 났을 거야. 불을 켜지 않아도 아직 밝은 시간, 방송부실은 어제와 똑같이 포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굳이 어제와 다른 점은 가방뿐일까. 축젯날에는 수업을 안 해서 학교 가방을 메고 오지는 않았으니까, 그 가방 대신에 낙낙한 크기를 가진 아이보리 빛의 캔버스 메신저 백이 아기자기한 와펜 배지를 달고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옆에는 부스를 위해서 갈아입었던, 원래 등교할 때 입고 왔던 옷가지가 차곡히 개어져 있었고 그 외에 다른 누군가의 흔적은 없었다. 어제와 온전히 같았다.
나 왜 이걸 오늘에사 봤지...888 정말 참치게시판 특정스레랑 핸드폰이랑 연동해서 푸시알람 보내주는 기능 안 나오려나.. 아니, 늦어지는 건 개의치 않아. 도아주가 늦어지건 말건 도아주가 돌아오고 싶다면 난 기쁘게 기다릴 수 있는걸. 그보다 도아주가 아직도 일 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슬프다. 도아야.... 도아주....... 답레는 천천히 써둘게. 축제날은 사복이었던 걸로 하자. 도아도 이현이도 사복 입고 왔다가 옷 갈아입었던 걸로.. 연분홍색 오버핏 남방... 음 이현이라면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겠네 몬다이나이(?????)
밤하늘을 바라보면 그렇게 외로웠는데, 이젠 밤하늘을 바라보며 너를 헤아린다. 소년의 밤하늘에 네가 핀다.
그렇게 소리도 온도도 어느 것 하나 와닿지 않는 우주를 떠돌고 있던 소년에게 네가 그렇게도 와닿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한없이 작고도 한없이 커다랗게. 한없이 옅고도 한없이 선명하게... 그리고 한없이 따뜻하게. 네 애정이. 네가 끌어안고 있는 마음이. 그게 너무도 따뜻하게 빛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버리고 만 거야.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단순하고 알량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던 이 기묘한 계약연애가 가져다준 것에 소년은 지나치게 취해버렸고, 그 사이는 조금씩조금씩 당연한 보통의 것으로- 그러나 그만큼 소중한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서로에게 한 순간씩 설레고 서로가 한 순간씩 설레게 하는. 소중한 것을 조금이라도 더 붙들기 위해 봉숭아를 잡아맨 손을 소중하게 꼭 거머쥐는 그 마음은 과연 효과가 있어, 봉숭아 물뿐만 아니라 갈 곳 없던 소년의 손까지도 꼬옥 거머쥐었던 것이다. 그러니 봉숭아물이 다 흐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다시 물들여달라고 하면 될 것이다.
"가방- 네 가방에 다 있는 거지?"
그러면 내 가방은 안 가져와도 되겠네, 하며, 소년은 너와 함께 보폭을 맞춘다. 나란히, 너와 꼭 같은 보폭이다. 평소에 항상 너와 보폭을 맞춰주었던 것처럼 너에게 발맞추는 걸까, 아니면 너처럼 들떠버리고 만 걸까. 너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금색의 눈동자를 바라보자면, 황수정을 카보숑으로 잘라붙여 놓은 듯 예쁜- 그렇지만 조금 붕 떠서 왠지 차갑게 비어있는 것만 같았던 눈이, 이제는 네가 안겨준 기쁜 마음을 한가득 끌어안고 생생히 살아서 반짝이고 있다. 마치 네가 비쳐보이고 있는 것처럼. 네 들뜬 표정이 모두 비쳐보이고 있는 것처럼.
"오늘도 붙여둘까, 도아 데려간다고."
방송부실을 열며 네게 하는 말에 소년은 쿡쿡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포스트잇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네가 웃으며 어서 와, 하고 건네는 말에, 소년은 문득 너를 다시 한 번 꼭 끌어안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먹는 홍삼 캔디라면 몇 알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득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묻은 웃음이 걸린다.
방송부실로 향하는 그 복도에서, 문득 너를 돌아보면 눈이 꼭 마주쳐. 내가 그 서툴렀던 엉터리 고백을 하기 전에는, 네 눈에 내가 담기는 일을 상상도 못 했었던 나야. 그래서 네 시선이 나한테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벅차오르도록 행복한지 알려주고 싶은데, 나조차도 그 행복한 물살에 쓸려 넘어질 것만 같아서 어쩔 줄을 몰라. 그래서 활짝 웃어 보일 뿐이야. 활짝 웃어버리면 눈이 깜빡 감겨버려서 네가 시야에서 잠깐 사라지고 말지만, 그만큼이나 기쁘다고 말하고 싶으니까. 정말 새삼스럽게, 네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게 너무 기뻐서.
"그거, 다들 누구냐고 난리여서..."
포스트잇 이야기에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조금 떨궈버리고 말았어. "저기." 조그만 목소리와 함께, 집게손가락 하나로 방송부실 벽면에 걸려있는 화이트보드를 가리켜. 네가 써 붙였던 그 포스트잇이 그 화이트보드 한가운데에, 포스트잇을 돋보이기 위한 낙서들과 함께 붙어있었어. 어제만 해도 내 이름 옆으로는 아무것도 체크되어 있지 않았던 벌점 표에도 짓궂은 하트 모양의 체크가 붉은 보드마카로 여러 칸 채워져 있었고, 주간 일정표와 월간 일정표에는 이상한 일정들이 잡혀 있었어. '백도아양 열애 논란 기자회견'이라거나, '○○고등학교 방송부의 연애 상담' 같은.
짓궂은 장난으로 붉혀버린 부끄러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물어본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보이는 네 물음이 들려와. 그래서 얼굴은 여전히 붉히고 있는 채였으면서도 네 장난기 어린 웃음과 똑 닮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어.
네가 꾸며준 머리를 하고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고 있던 소년은, 네가 홍당무가 되어 가리켜보인 화이트보드를 바라보더니 그만 너와 똑같은 얼굴로 활짝 웃어버리고 말았다. '웃기다' 는 느낌뿐만이 아니라,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어떤 감정들, 행복, 조금의 부끄러움, 조금의 따뜻한 마음, 그런 것들이 섞여서... 소년의 한가득 웃음이 담긴 얼굴에서 조금 넘쳐흐른 감정이 조금 쑥스럽게, 홍조가 피어 발개진 얼굴에서 킥킥대는 웃음소리로 새어나왔다.
"같이 나가줄까? 아니면, 저 날에는 널 좀더 일찍 데리러 갈까?" 키들대고 웃던 소년은, 얼굴에 장난스런 웃음기가 함뿍 담긴 채로 다시 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홍당무처럼, 아니, 해당화 꽃처럼- 똑 닮은 웃음을 너무나 곱게도 띄고서 발그레하게 피어나 있는 너를 보고는 팔을 벌려주었다. 어디선가 서늘한 메론향이 옅게도 피어 네 코끝에 걸린다. 생각을 거치지 않은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네가 온 눈에, 온 마음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번져와서. 고운 웃음을 웃는 채로 웃는 네가 너무 예뻐서.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너를 가만히 안은 채로, 조금 더 너에게 가까워져서는. 그러나 그는 그 이상 다가오지 않고, 거기서 가만히 멈추어섰다. 마치 발치 언저리에 멈춰서서 사람이 손길을 뻗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같은 태도였다. 그의 뺨에 네가 열꽃으로 피어 있었다. 거기서 멈추어서서는, 그는 너를,
"도아야."
하고, 나직이 불러보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조금 애닳는 마음으로. 너와 같이 있을 때 행복하면, 너와 같이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게 기쁘면, 이걸 사랑이라고 말하면 되는 걸까?
도아의 덕분 아니겠습니까 사돈어른... 피곤할 텐데, 답레는 나중에 줘도 좋으니까 우선은 푹 쉬고, 도아주가 답레 주고 싶을 때 줬으면 좋겠어!
응, 정주행해보니 그 부분은 내가 기말을 중간으로 착각한 거였어.. 이현주는 바보가 맞았습니다.. 굳이 시간을 다시 앞으로 되돌릴 이유는 없을 것 같으니까(꽃놀이는 내년에 가기로 하고) 여름을 즐기자uu! 여름에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거든. 수학여행이라던가 여름방학에 바닷가로 놀러간다던가 기타등등
>>329 그리고 실제로 이현이가 그런 사태를 일으키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도아 심약한 건 이현이도 이현주도 잘 알고 있으니까.
네 품에 꼭 안겨서, 부끄러움을 진정시키려는 듯 널 꼭 끌어안았어. 한 번 널 안고 있는 팔에 힘을 꼭 주다가, 자연스레 힘이 빠지면 그 품에서 가만 너를 올려다봤어. 조금 늦은 답을 조곤조곤 너에게로 날려 보내. "그래도 돼?" 그랬다가 모두에게 들키면 큰일 날 지도 모르잖아. 널 조금이라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걸. 아냐, 사실은 거짓말이야. 그래 줬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있는 아이가 너라고 말하고 싶어. 널 생각하면 선생님의 필기가 빼곡한 칠판에도 한 아름 꽃이 피어버린다고 말하고 싶어. 널 향한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피어나 버리고 있단 말이야. 아침 일찍 피는 나팔꽃보다도 먼저 피어서, 밤에 반짝이는 달맞이꽃과 같이 계속 피어있다고. 이 욕심이 네게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네가 알아줬으면 하기도 해서 차마 표정에서까지는 못 숨겼을까.
고개가 조금 기울어서 네가 나한테 가까워지면, 이윽고 거기서 네가 가만 멈추어 서도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나도 너한테 가까워질 방법은 있으니까, 발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거야. 해도 될까, 말까. 잠깐의 망설임 끝에 눈을 지그시 감아버리고, 그렇게 네 뼘에 살포시 입 맞추는 거야. 꽃잎 위에 나비가 내려앉듯이 조심스레, 그런데도 흔들리고 마는 꽃잎만큼 간지럽게. 네 뺨이 꽃잎 색만큼이나 예쁘게 물들어 있어.
"응, 현아."
네 부름에 두 번째 답을 하면서, 발 뒤꿈치를 내리기 전에 너를 안을 때와 똑같이 웃었어. 수줍을 한 조각, 장난기를 한 움큼, 널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온갖 간지러운 마음을 한 아름씩 품고 있는 그런 웃음이야.
이현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만큼 달달하게 해보려고 했는데....... 됐으려나 u.u........ 달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어 u.u
도아는 모르지만 "응, 현아." 라고 대답한 건 '이걸 사랑이라고 말하면 되는 걸까?' 라고 끝난 답레에 대한 뒷사람의 사심이 잔뜩 들어간 대답이야.
그리고 가끔 생각해봤는데, 이현이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 도아 머리색이랑 눈색은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쪽의 컬러링이니까, 도아도 판타지 요소...라고 할까, 그런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 사람이 아니다! 에 비하면 작은 판타지 요소이기는 하지만. 이현주가 너무 많이 고민하고 있을까봐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렇게 많이 걱정하지는 않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이현이도 꽤나 눈색과 머리색이 현실이랑 동떨어져 있는걸. 그래서 그냥 현이랑 도아가 있는 세계선은 (코로나바이러스도 없고) 머리색과 눈색이 우리가 있는 세계보다 더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도 그런 비일상적인 변칙 모먼트는 어디까지나 플레이에 즐거운 양념이 될 정도로만 넣고 싶은데, 그 '정도' 라는 걸 이현주가 잘 컨트롤할 수 있을지 조금 고민됐을 뿐이야. 도아주가 걱정할 정도로 고민하고 있진 않았지만, 걱정해 줘서 고마워! 음,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니 머리는 마음껏 예쁘게 꾸며줄 수 있겠다 ^▽^
두 번째의 미소에는 장난기가 없었다. 그저 순전한 애정만이, 소년 스스로는 아직 정의하지 못하는 감정만이 부드럽게 묻어있었다. 문득,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말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내려놓아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명이 들어찬 콘서트홀에서 노래해도 공허하던 마음에 백도아가 가득 피어났다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 사이로 도아의 얼굴이 보인다고 시인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현은 문득 손을 들어 네 뺨끝을 살며시 쓸어보았다. 자신을 향해 피어있는 네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서, 어떤 말로도 어떤 가락으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소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너를 받아줄 뿐이었다.
네 꽃잎이 뺨 위에 한 잎 내려앉았을 때는, 울렁거리는 가슴에 떨리는 숨마저도 열에 겨워 소년은 조금 어지럽다고 생각했다. 이미 가슴속에 네가 이렇게나 많이 피어있는데 네가 얹어주는 이 사랑이 너무도 가슴을 벅차게 했다.
"...머리, 네가 머리 꾸며준다고 했는데."
소년은 조심스레 말을 흘리며, 네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네 웃음에 담겨있는 게 무언지 알아버릴 것만 같아서. 그것이 내 속에도 이미 한가득 피어있다는 것을 알아버릴 것만 같아서. 이러다가 널 안고만 있다가 시간이 다 지나버리겠어.
아무도 모르게, 훨씬 일찍 도망가버리자.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몰래 네 손을 꼭 잡고 너희 집까지 걸어가는 거야. 그때서나 다시 한번 더 포스트잇을 남겨도 좋을 것 같아.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너를 알아내려던 날에 오히려 의문만 더 키워버리게. 만약 그래 버리면 누구냐고 물어보는 횟수가 잦아질 거고, 난 대답하고 싶어지더라도 대답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애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널 떠올려버려서 얼굴을 붉히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몇 번이고 얼굴을 붉혀도, 붉은 튤립이 얼마든지 피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말아. 문득 다가온 네 손길에 그 튤립 한 송이가 쥐어지면 좋겠어.
"응, 엄청 귀엽게 해줄 거야!"
네가 쓰다듬는 대로, 네가 쓰다듬었기 때문에 곱슬곱슬하던 머리카락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곱슬곱슬한 게 못내 좋아서, 그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네게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조를 것만 같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먼저 널 안고 있는 손을 놓았어. 그다음에는 다시금 발뒤꿈치를 들어서, 네 머리 위에 있는 머리띠를 벗겨주려고 하는 거야.
오랜만이야.... 3.3 못 오던 사이에 꿈을 꿨었는데..... 꿈에서 이현이랑 도아랑 나란히 서있었고, 누군지 모를 이현이네 소속사 사람이랑 도아랑 말다툼(?) 중이었어. 이현이한테 도아가 걸림돌이라는 요지의 말다툼이었고, '그정도로 좋아하고 있냐'는 물음이 나왔어. 도아가 그 말을 듣자마자 옆에 있는 이현이를 꼭 끌어안으면서 그렇다고 즉답해버려서 소속사 사람이 벙쪄하면서 꿈에서 깼어... u.u.....
붉은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야. 그리고 도아의 이름은 성씨까지 해서 꽃, 복숭아, 흰빛이니까 그 뜻이 하얗게 빛나는 복숭아 꽃 정도일텐데, 복숭아 꽃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야. u.u 이현이 시트 아랫줄에 추가된 거 보고 말해줘야지, 말해줘야지 하다가 까먹고 이제서야 말하네.
응, 이현이네 프로듀서와 도아가 말다툼하는 건 언젠가 몇 달쯤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꿈이 아니라 상황극 돌리면서 도아가 한 번쯤 마주칠 수도 있을 광경이리고 생각해. 이미 캐릭터가 잡혀있는 이현이의 프로듀서의 특성상 벙찐다기보단 펄펄 뛰며 화를 내겠지만..
"도아 양이 지금 하려는 게 무슨 일인 줄 압니까? 이 지구 위에서 가장 커다란 별로 거듭날 수 있는 가스 덩어리를 혼자 집어삼키려는 짓입니다." "한번 별의 무대 위에 올라선 사람이 평범한 사람의 삶에 만족하고 안주할 수 있을까요? 어디 두고 봅시다! 결국에는 누가 옳았는지 알게 될 테니..."
잘했어!!!!!!!!!!!!!!! (부둥부둥토닥토닥) 정말 잘했어!!! 도아주, 그 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너무 심했는데 그 대접을 너무 못 받고 있었잖아. 맞아, 그렇게 한번씩은 엎어버려야 되는 거지. 연락도 제때 오지 않는 연락은 받을 필요 없는 거야. 일한 만큼 받아내야 한다구. 회사가 도아주에게 심하게 의존하는데 그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다 싶으면 그렇게 엎어버려야 되는 거지.
도아.. 유순하고 상냥한 토끼 같은데, 그렇게 내면에는 또 강한 면이 있는 외유내강형 반전매력이 좋아.
그러게... 도아주는 받은 걸 꼭꼭 되갚아줬으니까 말야.. 카운터펀치가 말도 못하게 매운.. 응(어질)
느낌표 갯수가 엄청나서 웃어버렸어...... 마스크 쓰고 있어서 다행이야 u.u...... 생각보다 회사 분들도 내 편이었어서 다행이야. 다들 연차에 맞지 않게 일한다거나 나 나가면 회사 망한다거나 하고 말해줘서.... 윗분들한테 당당히 깽판(?)쳤어. 그리고 오늘은 쭉 여기 있을테니까 u.u!
프로듀서씨 사라지고 나면 이현이한테 조금 응석부릴 지도 모르지만 u.u...! (도아의 응석은 말보단 행동이야)
"응, 그래버리자." 하고 이현은 활짝 웃었다. 문득 도아가 있어야 할 자리에 또 포스트잇만 하나 달랑 남아있을 때 친구들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때 네 얼굴에 서릴 장난스러운 웃음이 얼마나 예쁠지도 궁금했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이런 비밀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케 하는 곱디고운 비밀이 기뻤고, 심장이 비어있던 자리에 그 고운 붉은색의 비밀을 채워넣어준 것이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당신이라 기뻤다.
당신이 발돋움을 불쑥 하며 귀로 손을 뻗자, 이현은 자기가 머리에 뭔가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아, 하고 흠칫 놀란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얄궂게 쑥 돋안 고양이귀가 당신의 손끝에 걸린다. 조금 이상한 점은, 털로 덮인 그 얇은 귀가 소품이라기엔 너무도 생동감있게 살아있는 고양이 귀처럼 느껴졌다는 점일까. 당신의 손끝이 닿을 때 그 고양이귀가 움찌락, 하고 씰룩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현은 흠칫하고 물러선 것도 잠시, 당신이 뭘 하려 했는지 알아채자마자 "아아." 하면서 멋적게 웃으며 당신이 머리띠를 벗겨내기 좋도록 무릎을 수그렸다. 다시 이현의 고양이귀로 손을 뻗어보면, 그건 질감이 상당히 실감나긴 했지만 분명 그의 머리에 투명한 플라스틱 머리띠로 연결되어 있는 소품 귀였다. 고양이귀가 달린 머리띠가 이현의 머리에서 사락 벗겨져나온다.
"음- 그냥 지금 갈아입어도 돼?" 하고 이현은 묻다가, "아, 그러면 교실에 벗어둔 옷 가져와야 되는구나..." 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도아가 이현이 머리를 어떻게 꾸며줄지는 도아주에게 맡기고 싶지만, 이현이가 도아 머리를 어떻게 꾸며줄지는 글로 쓰기엔 복잡할지도 몰라서 그려보려고 했어 *.* 아마 머리를 꾸미는 과정에서 이현이가 또 뭔가 이상한 일을 보여줄지도 몰라(도아가 가방에 넣은 기억이 없는 물건이 나온다던가).
응, 그러고 보면 도아주는 출퇴근 거리도 길었지.. 저녁도 먹고, 씻고, 도아주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줘.
아니 상상도 못한 귀여운 습관....... 그랬구나. 무지개라면 역시 그거려나. 도아한테 과일믹스 멘토스를 사주고 싶어졌어. 이현이의 경우에는 간식을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때)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편이야. 도아랑 같이 먹고 있으면 도아가 먹는 순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맛있는 거 골라서 도아한테 주고 그러겠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이라고 하면 잠들기 전까지... u.u....! 그리고 방금 막 귀가했어 u.u
맛있는 거 나중에 먹는 편이라면.... 딸기케이크 먹을 때 딸기도 나중에 먹으려나 u.u....... 귀여워 x.x........... 맛있는 거 도아 챙겨주는 거 너무 귀엽다 u.u..... 도아는 이현이 앞접시에 무지개 순서로 세워놓고 있지 않을까. 빨간 딸기, 오렌지빛 쿠키, 노란 케이크 조각.....
활짝 웃으며 답해주는 네 모습이, 늘 해를 바라본다고 해바라기라는 이름이 붙은 그 꽃보다도 환해서. 눈이 부셔서, 네가 그러자고 해준 게 기뻐서, 나도 마주 웃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어. 그때의 포스트잇에는 나도 몇 글자 적어버리고 싶어지는 거야. 똑같이 네가 나를 데려간다고 적는다면, 나는 '내가 데려 가달라고 했어요!'라고.
"으, 앗!"
발돋움을 했을 때, 네가 흠칫 놀라서 물러서면 몸이 네게로 기울고 말아. 그렇게 되면, 그대로 계속 기울어버리면, 네게 넘어지게 되잖아. 그래서 잠깐이나마 안 넘어지려고 버텨보았어. 그 잠깐이, 끊긴 목소리의 원인이었고. 손끝에 닿은 머리띠가, 그 느낌이 이상하지만 않았더라면 안 넘어졌을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꼭 정말 고양이 귀에 손을 갖다 댄 것처럼, 머리띠가 움직였다고 하면 네가 믿어줄까.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난 이미 넘어져 버려서, 그러니까, 네 품속에 넘어져 버려서. 내가 널 안겠다고 생각해서 안는 거랑은 다르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서,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 하나 없는 햇빛에 따갑게 얼굴이 달아오른 것처럼, 부끄러워서. 어느새 귀까지 오른 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들지도 못 하고 겨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한마디. "놀, ... 놀래켜서 미안해." 이러려던 게 아닌데, 숨까지 어지러워 박자가 흐트러졌어.
"응, 응……. 나, 나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있어 줘." 제대로 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응, 지금 갈아입어도 되고, 응, 네가 옷을 갈아입으려면 옷을 가지러 가야 해. 네 대답에 잘못 재생되고 있는 플레이어처럼 같은 대답만을 하다가, 너를, 아니, 내 옷자락을 붙잡았어. 녹슬어버린 자물쇠에 꽂힌 열쇠보다도 굳은 움직임으로, 지금 네 안에 숨고 싶다고 하는 거야.
당신이 넘어지는 것보다 소년이 당신을 받아안는 것이 더 빨랐다. 흠칫 물러선 그 잠깐의 틈에 발돋움을 한 당신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스듬히 기울어지자, 소년은 "앗..." 하는 나직한 소리와 함께 다시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도착한 곳은 소년의 품 안이었다. 와이셔츠 자락이 사락사락 당신의 뺨에 와닿고 있자면, 그 너머로 서늘한 소년의 체온이 와닿는다. 그리고 당신의 코끝에 걸리는 나직하게 달큰한 향기. 멜론 같기도 하고, 코코넛 같기도 한, 당신이 잘 모르는 어떤 다른 세상의 달콤함이 담겨 있는 듯한 흐릿한 단내가 살랑살랑.
힘겹게 꺼낸 어질어질한 말 한마디에, 소년은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당신의 이마 위에서 나직이 되묻는 소리가 당신에게 흘러내린다. "어디 삐끗한 데는 없어?" 그러고서 그는 숨쉬는 박자마저 흐트러진 당신을 고양이 앞발 같은 손으로 조심스레 톡톡 다독인다. 네가 고장난 오디오처럼 삐걱삐걱대며 하는 대답에, 그는 당신을 안은 채로 키들대며 대답했다.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으니까 그건 안 되겠다."
소년은 네가 숨을 곳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어쩌다, 넘어진 곳마저 그의 품이라니. 그는 당신이 충분히 숨을 추스를 때까지, 아니면 당신이 만족할 때까지 당신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도 놓치기 싫었기에.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네 온도, 네 향기가 가득한 것에 네 품이니까. 네 품 안은, 오로지 너로만 가득한 게 당연하니까 난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가 없는 거야. 내 온도도, 내 향기도 지워진 것처럼 네 안에 빠져서는 헤어나오지 못해. 넘어질 때 내 향기가 네 코끝에 닿았을까, 지금 내 온도가 너에게 옮아가고 있을까. 그렇다면 바쁘디바쁘게 뛰고 있는 심박 소리도 들리고 말 텐데, 부끄러워서 더 작아지고 싶어지고 말아.
"응, 하나도."
다친 곳은 하나도 없어. 네가 혹여라도 걱정하지 않을까, 너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야. 삐끗한 곳이 있다 한들, 요동치는 심장이 더 걱정됐을 것만 같아. 톡톡, 네가 다독이는 손길에 맞춰서 원래의 박자들 되찾아가. 서서히 두근거리고, 차분히 숨을 고르고.
"응... 아, 나도. 나도 싫어."
또 같은 대답을 해버렸다가, 톡 머리 위로 첫 봄 빗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흠칫. 그러고서 나도 그렇다고, 나도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어, 하고 말해. 그러니까 나도 옷은 나중에 갈아입을 거야.
네 안에 숨고 싶어 하는 내게, 네가 그러도록 해주면, 그제야 너를 붙잡았어. 이미 너의 품속이니까 넘어질 곳이 없는 까치발과 함께, 두 팔을 네 목 뒤로 걸어서 너랑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거야. 발을 돋을 수 있는 동안 꼬옥 너를 안고 있으면, 까치발을 내릴 때 즈음에서는 네 품에서 떨어져 고개를 들 수 있어서.
"...고마워."
너를 살짝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 피했다가, 손끝을 서로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너를 바라보고. "머리띠, 벗겨도 돼?"
도아.......도아야...........도아야..................... 내 안에 흐드러질 도아야............. 이게 너무 아릴 만큼 귀여운데요... 나 주접같은 거 잘 못떠는데... 이제 복숭아꽃 핀 걸 보면 도아만 기억나게 생겼어..........
언젠가는 소년의 품에 안겨도 더 이상 서늘한 느낌이 들지 않게 될까. 당신은 웃으면서 소년의 품으로 파고들게 될까. 같은 심박수로 뛰면서, 서로에게 한 발을 내딛은 채로 같은 꿈을 꾸게 될까. 내게서 비워져있던 부분이 너로 쓰여가고 있어. 이 뜻이구나. 나를 사랑하게 해줄게, 하는 네가 했던 그 말.
"사실, 널 사랑하는 법은 언제 알려줄 거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고, 소년은 옅게 웃으면서 품에 안겨 있는 너의 머리를 손끝으로 쓸어보는 것이다. 잠결에 문득 이 머리카락이 떠오르겠구나. 문득 자다 깨서 창문을 열어 밤에 잠긴 봄향기를 맡으면 네게서 나는 비누 향기가 떠오르겠구나, 하고, 조금씩조금씩. 소년은 왠지 사막여우가 한 말을 알 것도 같았다.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서 밀밭은 봐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지만, 네가 나를 길들여준다면 금빛의 밀밭을 보고 네 금빛 머리칼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말.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라는 말.
"이젠 그럴 필요 없겠네."
하고, 당신이 까치발을 내릴 수 있도록 어깨를 싸안았던 팔을 풀어주며 소년은 조금 수줍게 웃었다. 그러다 당신이 건넨 질문에, 이현은 아, 하고는 뭔가 잊고 있었던 걸 떠올리는 표정이 되어서는 다시금 평소의 그 부드러운 웃음을 띄며 허리를 숙여 당신이 발돋움을 하지 않고도 머리띠를 벗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손을 뻗어서 머리띠를 벗겨보면, 확실히 질감은 꽤 실감나지만 분명히 투명 플라스틱 머리띠에 연결돼 있는 소품 동물귀다.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다면, 그럼 내가 너한테 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줬단 거잖아. 발을 내리고서 너를 올려다보다가, 이윽고 네가 허리를 숙여주어서 너와 눈높이가 평소보다 가까워져. 네 눈동자를 가만 바라보면서 아무리 곰곰 생각해보아도, 나도 모르겠을 그 방법을 너에게 알려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널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혹시, 설마 네가 날 좋아할 수는 없겠다, 하고 생각해버려서 그렇게 말을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네 웃음이 너무 수줍은데. 그러다가 생각이, 결국은 네가 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건, 날 사랑하게 된 걸까, 하고 흘러가 버렸어. 방금 진정시켰는데, 또 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리게 되면 너무하잖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고 사랑한다는 건 아니니까, 진정해야 해. 애써 꾹 누르고 눌러서 무덤덤하게 굴어보려고 하지만, 더는 눈을 맞출 수가 없어.
시선이 도망친 곳은 겨우, 네 머리 위에 있는 머리띠. 아무렇지 않은 척, 네가 허리를 숙여주기까지 했으니까. 조심스레 네 머리띠를 벗기고 나서 손에 쥐고 있으면, 괜히 이 머리띠만 아니었어도 넘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 넘어졌으면 그런 부끄러운 일은 없었을 텐데, 누가 머리띠를 이렇게 열심히 잘 만든 거야. 내가 쓰고 있는 건 그렇게 진짜 같은 느낌 안 났는데. 그래서 괜히 꼭 쥐었다가 힘을 빼고, 이어서는 내 머리 위에 있는 것도 벗겨냈어.
"...현이 먼저 할 거지?"
네가 먼저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만도 같아. 그렇지만 지금 네가 내 머리를 꾸며준다거나 하면,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아플 것만 같단 말이야.
도아, 저렇게 웃는 거... 반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치면서 있다가도 이현이랑 눈 마주치면 저렇게 웃어주고는 다시 친구들이랑 논다거나 할 것 같아 u.u
그리고 도아가 사소한 거 하나하나 스스로 하는 건 이현이한테 어리광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라는 이유가 있어. 이현이 머리띠는 자기가 벗겨줘놓고, 자기 머리띠는 혼자 홀랑 벗어버린다거나 하는 거 같은 거. (이 부분은 이현이가 도아 걸 벗겨주고 싶어한다면 무시하고 답레 주어도 괜찮아)
당연히 보고 배우는 것이겠지. 당신이 품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선명하고 커다란 것인지 감안하면, 당신이 얼마나 순진하면서도 올곧게 그 소년을 생각하고 그 소년을 위해 얼굴을 붉혔는지 생각하면 그에게 그 붉은 물이 옮겨들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소년의 안에는 이미 네가 피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빛들이 모여 네가 된다. 다만 그 마음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이게 당신이 자신에게 심어주마고 했던 그것이 맞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뿐. 어쩌면 이 계약연애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을 맺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 해 여름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더랬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보고, 손에 머리를 부빌 줄 알게 된.
당신이 머리띠를 벗겨내는 동안, 소년은 문득 선홍색으로 피어있는 네 뺨에 무심코 손을 얹고 쓸어보았다. 그러다 당신이 머리띠를 머리에서 벗겨내자,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해 손을 당신의 머리로 들어올리려 했다.
"앗."
그러나 소년이 손을 뻗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머리띠를 벗어버리자, 그 손길은 갈 곳일 잃었다. 눈을 깜빡이던 이현은 "으응..." 하는 낙심 한가득 어린 신음소리와 함께 손을 과장되게 툭 떨어뜨리면서 고개를 푹 떨궜다. 그 고양이귀 머리가 아직 이현의 머리 위에 있었더라면 그 고양이귀가 풀죽은 것마냥 처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네가 현이 먼저 할 거지, 하고 물어보면 축 처졌던 고개 정도를 들려올라올까. 양 팔은 아직도 축 떨어져 있는데 눈은 또랑또랑해서는.
물어보는 수밖에는 없잖아. 이대로 지금을 놓쳐버리면, 네가 언젠가 다시 말해줄 때까지 용기 낼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모르는 네가 배운 그게 뭔지 궁금해. 물어보는 것 말고는 알 방법이 없는데 숨이 모자라. 머릿속에서 알맞은 단어들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워. 심장은 꼭 쥐고 있는 자신의 주먹만 한 크기라던데, 작은 곳에서 어떻게 이런 큰 소리가 나는 거야. 네 손이 뺨에 닿았을 때, 나도 모르게 작게 몸을 떨고 말아. 너에게 물어보려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부끄러운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날 사랑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거야?"
문장 하나에 있는 단어가, 어떻게 하나도 빠짐없이 부끄러울 수 있을까. 분명, 너무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넌 내 빨간 얼굴을 그렇지 않은 얼굴보다 훨씬 더 많이 봤을 것만 같아. 그렇게 잠시, 한껏 부끄러움에 적셔져 있다가, 네 목소리와 갈 곳 잃은 손에 겨우 헤어나와. 왜, 어째서. 네가 이렇게 쉽사리 풀이 죽어버린 이유를 찾아보지만, 내가 한 거라고는 머리띠를 벗은 것밖에 없는데. 설마 이것 때문일까, 황급히 벗었던 머리띠를 다시 머리 위에 씌웠어.
"현아...?"
이거 때문이야? 어쩔 줄 모르게 되어서는 네 표정을 살펴볼 뿐이야. 급하게 다시 쓰느라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도 같지만, 네가 꾸며줄 테고,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지금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걸.
"...... 먼저 하고 싶어?"
그러다 내 질문에 네가 그렇게 쳐다보면, 뜻이 잘못 전해졌다는 걸 알아도 아니라고 할 수가 없잖아.
"그걸 또 굳이 다시 쓸 필요까지는 없는데." 이현은 축 처졌던 어깨를 들어올리며 까르륵 웃었다. 아무래도 소년이 갑자기 과장되게 낙담한 시늉을 한 이유가 이게 맞았던 모양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덕분에 소년은 낙담한 시늉을 더 빨리 그만둘 수 있었다. 웃음소리는 곧 그쳤지만 웃음은 여전히 소년의 얼굴에 곱게 남아있었다. 그는 당신에게 눈을 맞춘 채로 당신의 머리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그 아래로 축 처지듯 접힌 토끼귀 머리띠를 조심스레 쥐고는 당신의 머리에서 벗겨냈다.
"다는 몰라."
소년의 대답은 그제서야 나왔다. 발갛게 꽃피어 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에도 같은 빛깔의 꽃이 피어 있었다. 당신이 심은 씨앗이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마침내 초여름이 되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소년은 머리띠를 벗겨내고, 다시 손을 들어서 급히 머리띠를 쓰느라 조금 헝크러진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빗어주며 말했다. 조금의 온기와, 조금의 애착을 담아서, 나직이.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더 배울래."
다 배우면 도아 네가 날 떠나버릴 것 같단 말야.
이현은 이유없는 불안을 삼켰다. 소년은 당신이 가져다준 감정들이 아직 너무 낯설었다. 사랑이 분명해지는 만큼 그 그늘도 분명해지고 있었다. 조금 전에 3학년 선배가 무심한 손길로 확 잡아당겨 버린 당신의 토끼귀가, 소년의 시선을 그 그늘로 향하게 했던 것이다.
자신의 시선 끝에 있는 당신이 조심스레 내놓은 반문에, 이현은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를 장난스러운 것으로 바꾸었다. 입꼬리를 올려서 생글생글.
"네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말해주면, 나도 사실 똑바로 알아들었는데 일부러 반대로 말한 거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엉뚱맞은 소리를 한 소년은, 미소를 지우고 입에 손끝을 가져다대며 머리를 갸우뚱 기울여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때 문득 허리춤에 꽂혀 있는 고양이꼬리가 살랑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당연히 자세를 바꾸면서 소품이 흔들려서 저런 움직임이 나온 것이겠지만.
"응- 어쩔까. 네가 내 머리를 꾸며주는 것도 좋고, 나도 네 머리를 꾸며보고 싶은데."
하다가 소년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살짝 튕겨 작은 딱 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말했다.
"도아야, 그 동전 네가 갖고 있지? 그거 던져볼래? 숫자 나오면 네가 먼저, 그림 나오면 내가 먼저."
그 동전이라고 하면, 그래, 소년이 자기 손 대신이라고 당신에게 쥐어주곤 하는 그 이파리 하나 떨어진 외국 동전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소년의 말은 역시나 체셔 고양이의 말장난처럼 애매모호했다. 그는 '네가 먼저, 내가 먼저' 라는 말에 동사를 붙이지 않아서 '먼저 꾸며지느냐'와 '먼저 꾸며주느냐'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아주가 오늘은 아마 답레랑 같이는 못 올 것 같아 8.8 답레는 괜찮으니까 걱정말아 기다리다 11시 넘은 거 보고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봐서는 아마 그대로 잠든 거 같고 u.u...
그리고 이번 답레를 보고 문득 생각났는데, 도아는 이 계약 연애의 처음 시작 즈음에 그런 생각을 했었어. 이현이가 뭔갈 좋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u.u... 그때 답레에 쓰려다가 너무 김칫국드링킹 아닌가 싶어서 뺐었어. 이현이한테 도아가 좋아하는 방법을 아예 못 알려줄 수도 있고. (그때는 이현이랑 도아도 아니고 남자아이랑 여자아이였고)
>도아는 자기가 이현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거야< 음... 취향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네. 도아가 자꾸 수줍어서 밀어내는데, 그만큼 현이가 팍팍 당겨야겠다 ^.^ ...사실 고양이답게 며칠 실종도 돼보고 좋아할락말락아일락 하면서 애간장도 태워보고 다 해보려고 했는데, 도아가 고양이 낚싯대마냥 팔랑팔랑거리니까 밀당이고 뭐고 녹았어...
>고양이 낚싯대< 그 비닐로 만들어진 잠자리가 달린........ 카샤카샤라고 불리는 그걸까 u.u...... 슬금슬금 다가갔다가 잡으려고 하면 미끌어지고 하는게 백도아씨랑 닮은 것 같기도 0v0....... 도아는 이현이를 정말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아이한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까..... 이현이가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한테 계약 연애라는 이유 때문에 뭔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야. 그리고 부끄럼이 많은 것도 한 몫 크게 하고,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네게 내 마음은 수많은 그들 중 하나일텐데 닿고 있을까 걱정되고..... 이현이가 얼굴을 붉히고 웃어줘도 기대해도 괜찮을까, 멋대로 기대해버려도 될까 하고 있고....... 도아 정말 이것저것 겁쟁이에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 u.u.............
"머리띠 벗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풀이 죽었다는 걸 아는데, 뭘 해야 할지 짐작이라도 가는 건 그거 하나 뿐이었단 말이야. 네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던 그 한 마디만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안 썼을 머리띠인데. 네게 말할 것도 아닌 이 말이 콕 박혀서 따끔거렸어. 너 때문에 쓰고 있는 건데, 그렇게 웃으면 부끄럽단 말이야. 네게 투정을 부려도 될까, 하지만 괜히 그랬다가 네게 미움받아버리면 어떡해. 눈가는 발갛지만 역시 말로 하지는 못 하겠어 입술은 꼭 다물어. 잠깐만, 네가 머리띠를 벗겨 내주는 동안의 잠깐만 시선을 피해버릴 거야. 이 정도 작은 투정은 부리게 해줘.
"지금 여름이야."
우리 겨울까지니까, 나는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으니까. 나는 오히려 네가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신기해. 다는 모르는 게, 더 배워야 한다는 네 말이 맞잖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네 손길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확신하고 싶어. 언젠가부터 같이 물들기 시작한 네 뺨이 여름이 끝날 때도 같은 색으로 여전했으면 좋겠어. 그러고 나면, 그때는 네게 기대가 아니라 욕심을 내버릴 텐데. 작은 투정이 끝나고, 네 손이 내 머리 위에서 내려와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두 손으로 꼭 붙잡았어. 내 손들에 붙잡힌 네 손을 내려다보다가, 너를 바라보면, 벌써 욕심내고 있을지도 몰라.
"아직 추워지려면 멀었잖아."
나무가 새파랗고, 하늘이 새파랗잖아.
그러다 네가 생글생글 웃으면, 그러고 나서의 네 말뜻을 이해해버려서 잡고 있던 손을 꾹 힘주어서 쥐었다가 놓았어. 내가 널 아프게 할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 그저 한 번 힘주어 쥐는 것만으로 그런 장난치지 말라고 삐죽거리는 거야. 정말 그뿐, 얼마 안 있어 네가 곰곰 생각하다 하는 말을 듣고는 동전을 찾으러 가는 거야. 심술을 부린다면 부릴 수 있어. 꾸며주지 않을 거라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할 수도 있고, 머리카락은 늘 하던 대로 묶고 다닐 거라고 고집부릴 수도 있어. 그러지 않는 이유는 네게 몇 번이고 말했고, 몇 번이나 말해줄 그 이유야.
"부스에서 잃어버릴까 봐..."
이 옷을 입기 전에 입고 있었던, 가방 옆에 개어둔 옷에서 동전을 찾아. 안 잃어버리게 늘 조심하고 있으니까, 롤업되어 있는 반바지 주머니에서 금방 잎 하나가 닳아버린 동전을 손에 쥐었어. 혹시라도 붙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렸다가 잃어버릴까, 동전을 튕기는 것조차도 괜히 긴장해버려서는 서투르게 붙잡아. 팅, 가볍게 튕겨서 공중에 도착한 동전은 그대로 몇 바퀴 핑그르르 돌다가 손등 위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꼭 두 손으로 동전을 쥐어버린 모양새가 된 거야. 그리고는 동전이 그림을 보여주고 있을지, 숫자를 보여주고 있을지 확인해보기가 떨려서, 동전을 붙잡고 있는 내 두 손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해. 그러다가 그대로 동전을 쥐고서 네게로 돌아왔어.
"...어느 거야?"
눈을 질끈 감은 채, 덮고 있던 손을 치우고 동전을 네게 보여줬어. 숫자가 나오면 내가 먼저 너를, 그림이 나오면 네가 먼저 나를. 네가 10이 보인다고, 숫자라고 말했으면 하고 바라봐.
"네가 나 때문에 그걸 쓰고 있었다는 걸 아니까, 그걸 벗겨주는 것도 내 손으로 하고 싶었거든..." 시선을 피한 당신에게, 조금 나직한 목소리가 가만히 내려앉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는 손길에는 당신을 달래려는 기색이 묻어나오고. 당신이 지금은 여름이야, 하고 알려주는 그때까지도, 소년의 손은 당신의 머리에서 머뭇거렸다. 물론 떨어지는 것도 마음대로가 아니라, 떼던 손도 다시 당신에게 쥐어졌지만.
싱거운 농담이 오가고, 당신이 한번 심통부리듯이 손을 꾹 힘주어서 쥐어도 소년은 당신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의 손이 자기의 손을 붙들고 있을 때, 반 발짝쯤 다가서서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보는 것이다. 아직 추워지려면 멀었잖아, 하고 말해주는 그 온기를 조금 더 느껴보고 싶어서. 당신의 손끝이 소년의 가슴팍으로 딸려가도록 두었다면, 당신의 손끝에 옅게 느껴지는 박동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불어넣은 바로 그것이, 뿌리를 내리곤, 선명하게. 그러고서야 소년은 당신의 손을 놓아주겠지.
개어둔 옷을 뒤적이며 동전을 찾는 당신에게, 소년은 말해주었다.
"잃어버려도 걱정하지 마. 내가 다시 찾아줄 수 있어."
하고는, 말갛게 웃는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이. 다른 잎 하나가 조금씩 닳기 시작한 동전은 공중에서 다면으로 불규칙하게 빙글빙글 돌면서 반짝이다가 당신의 손바닥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동전은 차갑지 않고 따뜻했다.
눈을 감은 채로 이현에게 손을 벌려보인 채로 질문이 던져지자, 사뭇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나왔으면 하고 있는 면."
이상한 대답에 눈을 떠보면, 확실히 당신의 손바닥 위에 올라앉아 있는 그 동전에는 커다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머리, 잘 부탁해요."
그는 함뿍 웃으며 발을 뻗어서는 바퀴달린 의자를 드르륵 당겨와서, 고양이가 올라앉듯이 덥석 앉았다.
이현이가 어느 면이 누가 먼저인지만 정한 거, 도아가 조금은 순진하게 멋대로 "내가 먼저 하는 거면.. 내가 먼저 널 꾸며주라는 거야?"라고 했었던 이현이 대답만 생각하고서... 숫자가 보이면 자신이 먼저 이현이를, 하고 생각한 거였는데 그렇게 해야한다고 확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을까봐. 그렇게 생각해서 답레 쓴 거라면 수정해도 괜찮아...... 내가 너무 불친절한 답레를 줬나싶어 8.8
그리고 별개로 이현이 너무 귀엽다...... 도아가 애정공세(도아랑 도아주 기준에서는 아니지만)한 이유가 어디 있겠어............ 이현이 덕분이지.... x.x
도아주가 쓰는 답레 중에 불친절한 건 없고, 이현이가 먼저 머리 꾸며지는 걸 보고 싶어서 저렇게 답레를 쓴 거니까 확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uu! 답레에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했을 테니까. 답레는 천천히, 도아주 쓰고 싶을 때 써서 줘.
그렇다니 다행이야.. 요즘 도아한테 헤롱대느라 어필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어라? 싶던 참이었거든.....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계속 피하려고 했는데. 나직하게 내려앉은 네 목소리에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알고 있었어?" 작은 투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시선을 피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있지, 네 손길이 너무 다정해서 별것도 아닌 거로 그런 것만 같아져서. 그래서 네가 내 손을 그대로 네 가슴 위로 끌어갔을 때 가만 네 박동을 손끝으로 담아.
널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의 깊이는 나도 모르겠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걸까, 너와 계속 같이 있다 보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걸까.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은, 오로지 그것 하나로 투명해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네가 나에게 들려준 노랫소리가 일렁이고, 널 떠올린 별빛이 녹아 내려가. 내 목소리와 손길 하나하나에,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말아서. 심술을 부리려야 부릴 수가 없어.
"그래도, 네가 처음으로 준 거잖아."
나한테 네가 없는 동안 갖고 있어 달라고 쥐여 줬으니까,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동전을 두 눈을 뜨고서 확인한 건, 네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내가 나왔으면 하고 있는 면이라는 목소리에 눈을 떠보면, 동전의 윗면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하는 것도 잠시, 곧 의자를 당겨와 앉아버리는 너를 보고는 응,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책상에서 가방을 끌어당겨 와서는, 우선 패들 브러쉬랑 꼬리 빗이랑, 작은 고무줄이 들어 있는 함이랑... 필요한 걸 다 찾아 놓고서, 이제 네 머리를 빗겨주려고 앉아있는 네 뒤에 서면 장난기가 샘솟아버려.
혹시 네가 알고 있을까, 내가 친구들 뒤에서 다가가 놀라게 하는 장난을 자주 한다는 거. 친구들한테는 등을 툭 치는 정도지만, 너한테는 조금 다르게. 그러니까, 늘 올려다보던 널 내려다보는 시야가 새로워서 그런 거라고 핑계를 댈 거야. 마냥 장난이라기에는 애정이 어린 채, 놀라게 하려 한다기에는 부드럽게 뒤에서 너를 꼭 끌어안아 보는 거야.
"안다기보단, 느꼈어." 하고, 이현은 당신의 머리에서 슬며시 떼어낸 토끼귀 머리띠를 흔들어보였다. "이걸 접어줄 때 말야." 롭이어 토끼의 그것마냥 아래로 접혀있는 토끼귀가 보였다. 겨우 하루의 축제인데, 그 토끼귀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도 모르게, 당신도 모르게, 서로 함께하는 때를 거쳐가는 물건들에 무언가가 하나둘씩 속속들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네 생각을 하며 그걸 써준 널 부정하는 것 같아서, 라는 뒷말을 소년은 덧붙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조금 억지를 부려서나마 그것을 네 머리 위에서 자기 손으로 내려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소년이 잡아끈 대로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소년은 왜인지 당신이 자신을 잡아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대로면 왜인지 당신의 마음 속으로 딸려들어가 버릴 것도 같았지만, 그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무심결에 생각하는 것이었다.
"네가 그걸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언제든 네게로 돌아갈 거야. 위성처럼." 당신의 말에, 그는 방긋 웃으면서 동전이 올라앉아 있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꼬옥 덮는다. 곶웅에서 한바탕 몸을 뒤채느라 잠깐 차가웠던 그 동전은, 어느새 당신의 체온 반, 소년의 체온 반을 다시 머금고 당신의 손 위에 머문다. "잘 갖고 있어줘." 그러고서야 소년은 의자 위에 올라앉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당신이 그런 장난을 칠 줄은 모르고 있었기에, 뒤에서 자신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오는 당신의 팔에 무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말았다.
"아."
조금 놀라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래도 소년의 반응에는 놀라움보다 더 선명한 무언가가 묻어 있다. 그저 놀라움일 뿐이었으면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신을 돌아다보다 깔깔 웃음을 터뜨렸겠지.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돌아다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끌어안아오는 당신의 손등을 조심스럽게 감싸안고는... 길이 잘 든 고양이가 품에 끌어안긴 것처럼, 당신의 품 안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꾹 감는 것이다. 놀라움보다 더 선명하고 깊게 자신을 잠식해오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를 그런 느낌에 소년은 무력하게 몸을 맡겼다.
"나는 말 안 해주면 모르니까, 당연히…" 내가 네게서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머릿속에 미로가 펼쳐지는데. 그러니까 나도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모를 줄 알았어. 그렇게 이어서 말하지 못한 이유는, 말끝을 흐려버린 네 말에 대한 대답 때문에. "네가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해줬잖아." 목소리가 확 줄어들어 버렸어.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 "... 널 좋아하니까, 너한테 귀여워 보일 수 있을까 싶었으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알잖아. 우리 시간이 쉽게 맞물리지 않아서 축제 기간에도 어제서야, 오늘에서야 겨우 같이 있게 됐다는 거. 한 자락이라도 조금 더 네가 날 기억해줄 수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문득 내가 생각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아이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잃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내 손 위를 꼬옥 덮는 네 손을 깜빡 내려다보다가, 잘 갖고 있어 달라는 네 말에 싱긋거려. 잃어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네게로 위성처럼 돌아올 거라고 했으니까, 잘 갖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
조금 네가 놀라는 소리가 귀에 들려오면, 웃음을 꼭 참았어. 반 친구들한테도 곧잘 할 뿐인, 뒤에서 놀라게 하는 것뿐인 장난. 그 장난에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두 조각 빠졌을 뿐인데, 그때랑은 느낌이 전혀 달라서. 놀라버린 네가 귀엽고, 또 사랑스럽고, 한 편으로는 널 놀라게 해버려서 어떡해야 하는 걸까 싶어지고. 우선 갑자기 이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까, 반 친구들한테 하는 것처럼 웃어넘기면 안 될 거야. 하지만 그런 고민을 채 하지도 못하고, 네가 내 품에 기대와 버렸어. 손도 감싸 안아져서, 어떡하면 좋아. 샘솟았던 장난기가 다른 거로 바뀌어버려서, 정말 좋아하는 너를 품 안에 꼭 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사과를 하지 못하고, 손을 놓지도 못하게 되어버렸어. 네가 기대고 있는 걸 아니까 못 떨어지겠다는 거야. 그렇지만 마냥 널 꼭 끌어안고 있기에는 해야 하는 게 있잖아.
"... 현아, 놓을게...?"
조심스럽게, 널 안았던 걸 놓으려고 하고. 그리고는 괜히 장난쳤나 봐, 하는 후회가 조금씩 밀려와서 너와 마주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마주 보고 있었으면, 그랬으면 뻣뻣하게 굳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네가 놓아주고 나면, 늘 네가 하고 다니던 살짝 묶여있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풀어내. 그리고 꺼내두었던 패들 브러시로 사락사락 네 머리카락을 빗어 내려가. 혹시라도 엉킨 부분이 걸려 아프지 않게. 차분하게, 고르게 네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고 나면, 꼬리 빗으로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나누는 거야. 두 갈래로 나눠버리면 내가 어떻게 하려는 건지 네가 눈치채지 않을까 싶지만, '난 예쁘게 꾸며준다고는 안 했으니까!' 예쁘게, 멋지게 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오늘 네게 삐졌던 거, 심술부렸던 거. 조금씩 모아서 이번 장난으로 끝내는 거야. 아까 네 머리를 꾸미기 위해 먼저 찾아두었던 것 중, 아직 가방 안에 있는 비즈 헤어 피스를 가져와서 티 나지 않게 붙여. 붉은색, 연분홍색, 귀여운 하트 모양 비즈가 총총히 늘어지면, 먼저 나누었던 머리카락들과 함께 양 갈래로 꼭 땋아버리는 거야. 마지막으로 리본으로 매듭을 지어버리면, 응, 완성! 뒷모습만 봐도 귀여운 헤어 스타일이니까, 차마 먼저 네 모습을 마주 보지 못하고 거울부터 찾아왔어. 보게 되면 네가 너무 귀여워서 웃어버릴 거 같단 말이야.
비즈 헤어 피스는 같이 올린 사진 같은거야. 헤어핀 처럼 꼽는 형식 같더라. 꽃 모양이나 그냥 진주알같은 동그란 것도 있는 것 같았지만 도아는 자기 사심(?) 담아 오로지 하트 모양만 사용했다고 해 u.u
>>406 답레 늦게 준 건 괜찮고, 그 인터뷰에 대해서 도아주가 답변하자면...... 꾸며주는 부분은 답레에 적은지는 꽤 되었는데 여태까지 미뤄졌어....... 이번 답레에 포함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더 미루다가는 내년 여름까지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0v0....
그러고보니 테이크 컬러 버스라는 걸 알게 됐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방의 머리카락 색으로 자신의 머리카락 색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물들어간대 u.u... 도아, 머리색 이현이 색으로 차츰차츰 변하는데, 색이 엇비슷해서 눈치 못 채고 앓는게 생각났어. 난 이현이가 많이 좋은데 머리색이 그대로니까, 이건 진짜 좋아하는게 아닌걸까 하고 u.u........
컬러버스는 아는데 테이크 컬러버스라는 게 있었구나. 처음 알았어. 음 나는 그거 듣고 있자니까 이현이가 자기 머리 풀어서 도아 머리랑 겹쳐 보여주는 장면 생각났어! 도아가 아주 새하얀 백발이고 이현이가 은발이라는 느낌의 조금 더 어두운 톤인데, 아니 그랬을 텐데 서로 머리카락 끝부분을 겹쳐보니까, 이현이 머리카락 색깔이 좀더 밝고 도아 머리카락이 어두워져 있는 거.. uu
응, 나도 이번에 알게 됐는데 이현이랑 도아 생각이 바로 나서. 이현이도 도아 색으로 물들어있으면 도아 심정지(?) 계속 물들어버리면 완전히 상대방 머리색으로 바뀌게 된다고 해 u.u...... 여기까지만 기본 설정이고 추가 설정으로 자유롭게 응용 가능한 거 같던데 어느 설정 중에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 머리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그런게 있었어..... 응.... 있었어....... u.u......
조금만 닿아도 화들짝 놀라며 겁 먹은 토끼처럼 움츠러들던 네 모습에 내 손끝도 움츠러들던 기억이 있어서, 왜인지 모르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굳이 한 자락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너는 이미 내 마음 한가득 꽃피어 있는데. "네 그런 생각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네 말처럼 그게 정말로 귀여워서, 미처 말하지 못했어."
소년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너와 한 순간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스케줄을 조정하고, 너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면 공연히 거울 앞에서 20분을 더 밍기적거리다 아현이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기도 하고, 공연히 향수도 한 번 뿌려보고, 공연히 한 번 톡 튕겨볼까, 공연히 장난 한 번 더 쳐볼까 하다가 결국 너와 만나면 토끼같이 옹송그리고 있는 네가 한가득 마음에 피어, 그 향기를 맡느라 멍해져버리고 마는데. 이현은 눈을 꼭 감은 채로 당신에게 안겨있었다.
"응."
하고, 당신이 조심스레 건넨 말에 소년은 대답했다. 그러다 그는 또 무심코, 만날 때마다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를 또 삼켜버린다. 어차피, 굳이 말하지 않아도 포옹 정도는 자주 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이현은 당신을 돌아다보며 싱끗 웃어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대답에 확신을 실었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당신의 손길과 빗질이 소년의 머리를 가다듬기 시작했을 땐, 소년은 흡사 빗질을 받는 고양이처럼 고로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찌나 당신의 손길에 심취해 있는지 그는 당신이 머리를 반반으로 갈라놓기 시작했다는 것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의 트리밍이 끝나고, 거울부터 찾아온 당신이 거울을 보여주자 소년은 눈을 깜빡이다가, 소리를 냈다.
"앗..."
이번에는, 확실히 장난스러운 장난에 보일 법한 반응. 소년은 잠깐 눈을 벙벙히 뜨고 있다가, 서서히 미소를 띄기 시작하더니 킥킥거리며 한바탕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하고 무대 올라가야 되는 거야?" 그러면서 손으로 당신이 땋아준 머리를 들어도 보고, 고개를 흔들어서 따라 흔들리게도 해본다.
"내 손으로는 못 풀 것 같은데. 집에 갈 때 네가 풀어줘."
그는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에, 만날 때마다 아까처럼 한번씩 안아줘."
삼켜버렸다고 생각했던 말이 문득 목구멍을 박차고 튀어나온다. 그러나 소년은 그것을 다시 되삼키지 않았다. 그는 당신이 해준 양갈래 댕기를 어깨에 드리운 채로, 읏차- 하면서 의자에서 내려와 섰다. 그리고는 당신의 가방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소년의 얼굴에 걸린 환한 웃음이, 신선한 장난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다.
시간내서 말해주러 온 것만으로 기쁜걸.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많이 지쳤겠다. 오늘 주도록 노력한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날씨도 눅눅하니 비가 오고 밤 되면 으슬으슬 추워질 텐데 환절기 이불 꺼내고 편하게 푹 쉬는 거야! 이현이 어깨에 머리 기댄다거나 팔 베는 생각을 해보는 건..(선넘네)
"...... 정말로 귀여웠어?" 귀여워 보이고 싶었다고 다 고백해놓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는 조금 엉뚱한 소리를 해버려. 그렇지만, 네게 정말 귀여워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단 말이야. 이 이상한 계약 연애를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등굣길에 널 데리러 갔던 날, 네가 나더러 귀엽다고 해줬던 걸 기억할까. 아까, 축제가 시작하기 전 아직 준비 중이던 우리 교실 부스에서도 나보고 머리띠를 안 써도 귀여울 것 같다고 해줬잖아. 원래는 전부 그저 장난으로, 짓궂은 말 한마디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마음껏 기대하고 오해해버리기로 해버렸더니 장난이라는 생각보다, 정말 네 말 그대로 네게 내가 귀여웠을까 기대해버린 거야.
괜히 장난쳤을까 하던 조금의 후회는, 대답과 함께 날 돌아다보며 보인 네 웃음에 온데간데없이 녹아내려 버렸어. 이제 네게 이 정도 장난은 쳐도 되는 걸까,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하는 거야. 그래서였을까, 조금 장난기 어린 말이 툭. 네 머리카락이 내 손에서 가닥가닥 잡히고, 빗이 훑어 내려갈 때 네게서 들리는 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거 같았어. 금방 그 소리가 고양이의 소리와 닮았다고 생각되어서는, 네가 방금까지 고양이 귀 모양 머리띠를 쓰고 있던 게 생각나서. "아직 고양이야?" 하고 문득 물어보는 거야.
거울을 비춰주었을 때 네가 놀라버리면, 한 번 더 웃음을 꼭 참았어. 그렇지만 꽃망울이 오므리고 있는데 피어나지 않겠다고 한들, 꺾이거나 시들지 않는 이상 그러기는 어렵잖아. 참아보려고 해도 네가 웃기 시작할 때, 같이 웃어버리고 말았어. 내가 땋아준 머리칼을 들었다 놓는 모습도, 부러 흔들거리게 하는 모습도 귀여웠으니까. 머리 모양이 그래서 뿐만이 아냐. 내 장난에 놀랐으면서도 환하게 웃어준 네가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워.
"응, 비즈랑 같이 엉키면 아플지도 몰라."
대답과 함께, 나도 모르게 네 머리에 있는 하트 모양 비즈 중 하나에 손을 뻗어버려. 엄지손톱만은 할까 싶은 조그만 비즈가, 빨갛거나, 아니면 내 눈이랑 꼭 닮은 색으로 옹기종기. 왜 일부러 하트 모양을, 왜 한 가지 색으로만 하지 않고 분홍색을 섞었는지 알고 있을까.
"응?"
아까처럼 한 번씩.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안아달라는 걸까, 하지만 그럼 만날 때마다 네가 의자에 앉는다거나 자세를 낮춰줘야 해서 불편하잖아. 뒤에서 안아주는 걸 말하는 거라는 결론은 그래서 나온 거야.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으로 다가가면 그 뒷모습을 쫓아가서 꼭 안아버려. 이번에는 반대로, 내 품에 네가 기댔던 것처럼 네 등에 꼭 기대서는 "이렇게 한 번씩?" 하고 물어보는 거야. 곧 네가 물어오는 소리에는 안고 있던 것을 풀어버리고는, 응, 그렇다는 대답과 고개 끄덕임까지 하고서 네가 앉아있던 의자로 향했지만.
의자에 앉고 나서, 이제 네가 내 머리를 빗겨줄 거로 생각하니 따라서 생각나는 것이 하나. "머리..." 내가 빗을게. 네가 빗기 힘들까 봐 내가 빗으려고 했었어. 그렇지만 그렇게 말 못 하고서, "나도 잘 부탁해요!" 네가 했던 대답을 똑같이 따라 해. 머리띠를 벗겨주려던 너보다 먼저 내가 해버려서 시무룩해졌던 너니까, 그런 말은 꼭 참기로 해.
앗 인코 빼먹었다 x.x 데이터 사용 중이라 아이디가 바뀔 거 같은데 답레 레스도 도아주야......8.8..... 공유기를 고쳐야하는데...............
>>430 어제(오늘)이 되어버린 지각생입니다 x.x.......... 출퇴근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시 타인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 1시간씩 미뤘다는데....... 그럼 재택근무를 시켜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중이야...... 8.8
맞아, 날씨.... 이현주도 조심해. 해 있을 때 없을 때 일교차 정말 무시 못 하니까..... 낮에 덥다고 얇게만 입지 말고 겉옷 챙기기야. 비 얘기하니 이현이랑 도아 한 우산 쓰게 되는 모습 보고 싶다 0v0...... 이현이는..... 도아한테 넘길게. 어깨에 기대는 건 몰라도 팔베개는...... 도아 심정지 0v0
글만 봐도 뽀송뽀송하고 귀여워서 도아주가 썼다는 걸 알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공유기는 빨리 고치길 바랄게 ^p^ 항상 말하는 거지만 지각해도 괜찮아! ...어린이날도 출근한 모양이구나. 오늘도 고생했어. (도닥도닥) 항상 돌아와줘서 고마워. 나는 추위에 민감해서 좀 춥다 싶으면 바로 꽁꽁 싸매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자려고 누워있어서.. 답레는 자고 나서 천천히 써올게.
이현이.. 비오는 날 도아가 우산이 없으면 자기 걸 꺼내고, 도아가 우산이 있으면 자기 걸 어디 숨겨버릴... 짓궂은 장난꾸러기..
그렇다면 다행이야. u.u..... 공유기는 아예 기기 교체를 해야하나 싶지만 귀찮아서.... 0v0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 앗. 걱정할까 말하지만, 공휴일에 출근하면 유급 휴가를 하나 추가해줘. 내일 그 연차를 사용할 예정이니 걱정마 0v0 잘 자라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글 쓰다 잠들어서 잘 잤느냐고 인사하게 됐네..... 잘 잤으면 좋겠다. 좋은 하루 되길. u.u
도아, 가방에 2단 우산도 들어있지 않으려나. 이현이가 자기 우산 숨길 일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우산 소유권(?) 분쟁 하려나. 누구에게 더 씌워주겠다고.... 그리고 골프 우산이 나타나고(?)
팔베개는.... 도아가 비몽사몽할때 눈치 못채게 해버리면 할 수 있어 0v0..... 도아에게 팔베개 해달라고 하면 그건 해줄거야. 정말 팔만 뻗어서 엄청 어색하게 해줄 것 같지만.
응, 이라고 긍정의 대답을 하려는데 그 한 마디가 힘들다. 쑥스럽다는 걸까, 두근두근댄다는 걸까. 그냥 평소에 하던 것처럼 툭 꺼내고 싶은데 목구멍에 걸린 그 말이 너무 뜨거워서 귀가 빨개진다. 도아야, 내가 너한테 닿아올 때마다 너도 이렇게 부끄러웠어?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동안 소년의 마음은 당신으로 피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신을 닮게 된 모양이다. 짓궂고 장난스럽게, 하지만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쉽게 당신에게 툭 꺼낼 수 있었어야 할 진심이 수줍은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현은 말로 대답하지 못하고, 귓가가 조금 빨개져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귓가가 빨개진 걸 잊으려고, 당신이 내미는 손길에 더욱 머리를 디미는 것이 아닐까. 귓가에 눈이 가지 못하게끔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뭐 결과적으로, 귓가가 빨개진 게 감춰지진 않은 것 같고, 고양이 어필만 실컷 해버린 셈이지만.
그러나 그것마저도 좋다고 소년은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항상 고양이야." 하고 이현은 대답했다. "네 고양이이기도 하고." 그리곤 반격했다.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기대면서.
"너 아니면 못 풀겠네..." 하고, 이현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머리에 매달린 비즈들이 당신에게 건네어진 그 잎사귀 하나 떨어진 동전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못내 기뻤다. 네 손으로 매어준 네 눈동자를 꼭 닮은 빛깔을 하고 있는 하트 비즈들을 보면, 네가 조금씩 내게 건네준 조그만 것들이- 그리고는 네가 떠오르거든. 밀밭을 보고 어린 왕자의 금발을 떠올리는 여우처럼. 그리고 고양이는 다시 한 번 토끼의 품 안으로 덥석 굴러떨어졌다.
"이렇게 안아줘도 좋고, 마주보고 안아줘도 좋아." 하고, 붉은 귀를 한 채로 그는 대답했다. 이렇게라도 네가 조금 더 나를 기억하고, 조금 더 나를 생각할 수 있다면. 뒤에 따르는 그럼 이제 내 차례지? 하는 말이, 어째 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응, 힘내볼게." 하고 이현은 미소지으면서 당신의 등 뒤로 가서 섰다. 빗보다 손이 먼저 당신 머리에 올라온다. 토끼 꼬랑지처럼 반묶음으로 묶여있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풀어주고 나서도, 이현의 손은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두어 번 정도 조심스레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빗을 당신의 머리에 얹고는 빗질을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말로 소리 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여버리면, 있지, 네 귓가의 붉음이 그대로 나한테로 고스란히 옮아버린단 말이야. 너무 많이 떨려서, 독한 감기로 열이 오른 것만 같아서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정말 이상해. 절대 너한테 귀엽다는 말을 듣기 싫을 리가 없는데, 오히려 엄청나게 듣고 싶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게 귀엽게 느껴졌단 사실이 더할 수 없이 부끄러워서, 다시는 그런 머리띠를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네가 동물 귀 같은 거를 귀여워한다고 생각하니까, 문득 나도 모르게 아까까지 쓰고 있던 머리띠로 시선이 향해. 역시 언제가 되더라도, 부스에서처럼 쉽사리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시선은 금방 꾹 내려오는 눈꺼풀에 막혀버렸어.
아. 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조금 흘러내려 버렸어. 네가 내 고양이라면서 머리를 기대와 버린 네 탓이야. "... 만약에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하면 삐질 거야?" 그래서 심술도 섞이고, 장난도 섞여버린 말을 돌려주면서 생각했어. 언젠가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까지, 강아지랑 고양이 중에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안 알려줄 거야.
"다른 사람이 풀 수 있다고 해도 내가," 해줄래. "해주고 싶어." 차마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 한 욕심이 남아버렸어. 모래사장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의 깨어진 조각일까, 신발 안쪽까지 쫓아온 모래알일까.
"그럼 그때마다 마음대로 할래!"
만날 때마다 장난을 치겠다는 예고나 마찬가지야. 언제 너를 대뜸 뒤에서 안아버릴지 모르니까. 팔을 풀어버리기 전에 스탬프를 찍는 것처럼 꾹, 힘을 주었어. 다음번에, 우리 둘만 있는 곳에서 네 뒷모습이 보인다면 이렇게 꾹 끌어안아 버릴 거야.
빗이 닿아야 할 텐데, 네 손이 닿아서 조그맣게 흠칫 몸을 떨고 말아. 놀라버린 게 고스란히 드러났을 텐데, 숨기지도 못하고 뒤늦게 아닌 척할 수도 없어서 치맛자락을 한 움큼 쥐었어. 때문에 두 번 네 손이 닿았을 때는 몸을 떨지는 않고서 있었던 거야. 꾸며달라고는 했지만 쓰다듬어 달라고는 안 했단 말이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네 머리를 꾸며주기 전에 나도 널 놀라게 하려 안아버렸기 때문이야. 손에 쥐어진 치맛자락은, 머리카락에 네 손이 아니라 빗이 닿았을 때에야 놓아졌어.
도아가 조그만 반묶음 머리를 하고 다니게 된 건 유치원에 다닐 때 즈음부터야. 유치원에 갈 때는 늘 엄마가 머리를 묶어주셨는데, 어느 날 엄마가 아빠에게 머리 묶는 걸 맡겼던 거지. 그래서 아빠가 머리를 묶어주게 됐는데, 분명 포니테일을 해주려고 했으니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다 빠져나와서 반묶음이 되어버린 거지. 아빠는 예쁘게 다시 묶자고 했지만, 어린 도아가 '아빠가 해줬으니까 예쁠거야!'라며 그대로 유치원에 가버린 날부터 시작된 헤어스타일이야. u.u 종종 엄마가 묶어주려할 때도 아빠한테 가서 저번처럼 묶어달라 했고. (아버님의 서툰 솜씨는 여전할테지만, 도아가 반묶음을 부탁해온 적이 많아 반묶음은 잘 묶으신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에는 그런 거 쓰지 않아도 네가 귀여워, 라는 말을 담을 수 없었다. 그런데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걸 말로 꺼낼 수가 없어서.. 얼굴이 붉어지는 걸 주체할 수가 없어서. 펑소대로라면 무심코 팔매질한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처럼 심장을 아프게 찍어눌렀을 당신의 심술궂은 질문마저도 그의 얼굴로 번져나가는 붉은 기색을 막지 못했다. 당신에게 머리를 툭 기댄 채로, 소년은 나직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너 심술궂어, 오늘따라."
네가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한다면, 그래서 내가 더 이상 필요없다고 한다면 나는 너에게서 영영 사라져줄 수 있어. 나 사라지는 건 정말로 자신있다구. 하는 말은 목구멍을 넘어 나오지 못했다. 왜인지 그 말을 머릿속에 그려보려니 이유도 없이 눈물이 핑 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 사실 사라지는 거 잘 못 할지도 모르겠네. 문득 스스로의 생각에 스스로가 멍자국을 내버린 가슴이 아파서, 이현은 네게 안긴 채로 나직이 칭얼거리는 것이었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손 못 대게 할 거야... 절대로."
당연히, 아까 귀신의 집 앞에서 있었던 일을 그가 잊었을 리 없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빗을 집어드는 것이다. 물론 당신의 머리에 와닿은 것은 엉뚱하게도 빗이 아니라 손이었지만, 그나마도 당신이 질겁을 하면서 치맛자락을 움켜쥐자 금방 떨어져나갔다. 흠칫하고 놀라버린 게 소년의 손끝에 아주 잘 전해졌으니까. 소년은 "미안!" 하고 장난기 담긴 목소리로 사과했다. 역시나 이건 아까의 복수인 모양이다- 얄궂게 혀를 쏙 빼물고 웃고 있을 얼굴이 쉽사리 그려진다.
머리카락을 쥐고 뭉친 데를 풀어가며 긴 머리를 손질하는 손길이 꽤 익숙한데, 그는 이전에도 긴 머리카락을 만져볼 기회가 있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의 동생이 허리 아래로 내려가는 장발을 하고 있었던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락사락 하고 빗질하는 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스프레이 통 흔들 때 흔히 들리곤 하는 뭔가 찰찰찰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프레이 뿌려도 돼?"
하고, 이현이 물어보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잠깐, 당신 가방 속에 헤어스프레이도 있던가?
조그만 설정인데 너무 귀엽습니다... 아버님이 금손이신가 봐. 실수를 하셨는데 저런 예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시다니.. 거기다가 아빠가 해줬으니 예쁠 거야, 하고 덥석 믿어버리는 도아도 얼마나 사랑을 예쁘게 받고 컸는지 잘 느껴져.
아참 이현이가 뿌리려는 건 컬러 스프레이입니다!!! 컬러스프레이 뿌려도 되냐고 물어봤어야 되는 문장인데 그냥 "스프레이 뿌려도 돼?" 라고 써두곤 저 부분 고친다는 게 깜빡했네..
이현-아현 오누이같은 경우는, 이현이가 자기 머리도 만지고 아현이 머리도 다듬어주는 식이야. 이현이가 반묶음을 하게 된 건, 현이가 귀찮다고 머리 안 깎고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으니까 아현이가 어디서 게임패키지 하나를 덜렁 들고 와서는 그 게임패키지 주인공 헤어스타일을 따라서 묶어본 게 그 시작이었는데 그 게임패키지가 위쳐 시리즈였다는 후문이 있어. 믿거나 말거나지만!
아마 처음 몇번은, 도아 머리 곱슬이고... 엄청 산발이었지 않을까 싶어 u.u 도아가 사랑 받은게 느껴졌다니 의외의 부분에서 어필 해버렸다 0v0
그 부분은 매우 고민중입니다! 고정시키는 용도의 헤어 스프레이라면 도아가 갖고 있을 법한데, 컬러 헤어 스프레이는 나 그런 거 없는데 하고 눈치채버릴 것 같아서...... 컬러 스프레이 뿌려도 되느냐 물어본 것으로 받아도 될까 u.u? (다른 얘기지만 이현이나 도아 염색하면 색 진짜 잘 나오겠다 싶어)
현실 속에 있을 수 없는 남매구나.... 0v0 이현이도 아현이도 도아스럽게 말하자면 둥실둥실 떠있는 풍선같달까. 그런 느낌을 받고 있어. 그래서 이현이가 닿으면 더 깜짝 놀라는지도 몰라.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잡고 있지 않으면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먼저 닿아오니까.
그리고 이번 일상에서 강아지랑 고양이 이야기 나와서 생각난게 있는데, 그게 너무 아파서 스스로가 멍자국을 내버렸단 묘사를 뼈저리게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3.3.... 도아는 토끼라는 느낌이니까, 토끼랑 반대라면 여우.....일까 싶어서 여우같은 아이가 이현이 옆에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엄청 이해해버리고 말았어 8.8..... 멋대로 기대하겠다고 해도, 얼마나 기대해도 기대는 기대 뿐이니까.... 도아는 이현이가 아프다고 말 안하면 모르겠지........... 3.3........ 아직은 아플 이유가 없다고 생각도 하고 있고......... 그래도 이제는 장난감이라는 생각 안 하고 있을거야 u.u..... 친구 정도일 거라고 생각해 0v0....
오늘 말하니까 말인데 오늘 지하철에 에어컨 나오더라 ^.^... 도아주 있는 쪽은 좀 덜 더워야 할 텐데.
응, 그렇게 받아줘. 도아는 자기가 가방에 컬러스프레이는 없을 텐데- 하고 이현이에게 물어봐도, 이현이는 '네 말대로 가방에 다 있던걸?' 하고 헤헤 웃기만 할 듯.. 앗 이녀석 생각보다 훨씬 마이페이스야
이현이와 아현이가 둘 다 순둥순둥한 성격이라 다른 남매들보다 훨씬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남매 같은 부분도 있어! 저 위에서 도아 생각하면서 거울 앞에서 시간끌다가 아현이한테 쪼인트 맞는다는 내용의 레스를 썼던 것 같은데 음음
그것도 일종의 불신이야 불신 ^q^ 스스로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그 무신경함이, 꽉 붙들지 못하는 그 주저하는 마음이 소년을 아프게 때리는 망치가 됩니다..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연애 아니겠어!! 꽃길로 향하는 길에 발에 돌부리 좀 채일 수 있는 거지 암!!! 이현이는 한번 눈길이 간 것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않아요!!
사실은, 나도 답레를 쓸 때 도아주가 말한 것과 비슷한 논조로 이현이가 도아에게 되묻는 대사를 쓰려고 했는데.. 왠지 엄청 침체 모먼트가 찾아올 것 같아서 부드럽게 넘겨버리긴 했어..
도아주 쪽은 4월 즈음부터 에어컨을 틀더라고 ^.^ 덕분에 늘 기모가 들어간 아우터를 챙기고 있어...... 냉방병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야 u.u 답레는..... 아마 일요일 즈음에 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세히는 말 못하지만 도아주의 주말은 일요일 하루 뿐이라서 3.3 ((절대 회사는 아니니까 혹시라고 그건 걱정말아))
어디선가..... 너무 좋다면서 우는 짤같은 걸 본 것 같은데 그게 생각났어. 정말 몇 번을 생각해도 제대로 감겼다.... 엮이고 감기고 u.u......
앗 맞아 정강이! 도아주의 기억력에 구멍이 났다 u.u................. 늘 답레는 꼬박꼬막 백업도 해두고 있는데....! 아현이가 이현이 사진 대뜸 보내는 것처럼 그런 이야기는 전달 안 해주려나 u.u.... 도아 폰 붙잡고서 고장나는 모습이 또렷해 0v0
그렇지만 도아가 현아, 나 좋아해? 좋아하는 것 같아! 라고 돌직구 던진다거나 할 성격이 못 되어서........... 도아주같은 성격이었으면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 했을텐데 0v0 맞아, 그만큼 꽃길이 화사하게 피어있을테니까.
도아가...... 아니 도아주가........... 아니 둘 다 잘못했습니다........... 8.8........... 만약 그렇게 물어봤다면, 도아도 눈물 핑 돌았을거야 8.8 도아야 여우같은 아이든, 무슨 아이든, 누가 이현이 옆에 와도 할 수 있는 말은 늘 하던 말 뿐이니까......... 그마저도 이현이 선택에 달렸을 뿐이니까.
우리 쪽은 에어컨을 틀려다가 요 며칠 새 비가 엄청 와서 한동안 쌀쌀했길래 에어컨을 안 틀고 있었는데, 오늘은 틀었더라구.. 우리도 이제 에어컨 개시야.. 집에 돌아가면 선풍기도 꺼내야겠다. 어제만 해도 그럭저럭 선선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에어컨 고장난 거 수리도 안했는데 ^p^
답레는 언제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천천느긋하게 써줘. 일요일에 줘도 좋고, 더 나중에 줘도 좋아. 그리고 굳이 기억력 자책하지 않아도 좋아 ^q^ 저건 나도 긴가민가 그랬던가 해서 쓴 거라.. (찾아보니 있긴 있었다) 도아주가 좋다면 아현이와의 일상은 상L이라는 느낌으로 짤막짤막하게 돌릴 수 있지. 그리고 이따금 이현이 사진 보내주면 도아언니가 폭발하는 게 재밌어서 이현이 사진찍기에 맛들리는 아현이
후 어쩔 수 없지... 이건 이현이가 리드하는 수밖에.. 도아가 뒤로 빼면 이현이가 한 발짝 다가가면 되지 뭐. 이현이에게 도아가 어떤 의미인지 이현이가 좀더 표현을 분 명 하 게 해야겠네. 벌칙 결정이야.
"응... 예쁘다." "저기 말야... 이 머리,"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건드리거나 하게 두면..." "나 화낼 거다♥?"
심술이 섞인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네게는 아니었나 봐. 톡 기대고 있는 네 머리칼을 흐름을 그대로 따라서 쓸어보았어. 그렇지만, 구차하게 변명할 거리는 있는데. 네게 안 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단 말이야.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하면, 그러면 오히려 내가 서운해할지도 몰라. 내가 누구한테 좋아한다고 얼굴을 붉히는지, 누구 앞에만 서면 아무것도 못 하게 돼버리는지, 네가 모르면 안 되잖아. 그리고 그 누가 강아지라고 했는지, 고양이라고 했는지도 모를 수 없잖아.
"응, 고마워." 내 욕심을 허락받은 것 같아서, 네 칭얼임에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문득. 머리띠에서 비롯되었던 그때의 일이 스쳐 지나가고, 네가 방금 했던 말도 생각나. 넌 항상 고양이고, 내 고양이라고 했던 말. 내가 해준 네 머리를 누가 만지는 건 싫어. 너도, 네가 구부려놓았던 것도 아닌 머리띠에도 그랬으니까 똑같이 싫어할까. 나는 의자에 앉아있고, 너는 뒤에 서 있는 거리. 조그맣게, 나직하게 목소리를 흘리면 네가 들을 수 있을까. 부끄러우니까 그렇게 밖에 말 못 해. 말하기로 생각하자마자 귀에서 오르는 열기가 따듯하게 느껴져. "네가 내 거면, 나도 네 거니까... 나도, 아무도 손 못 대게 할게."
그리고, 내가 놀라버리면 떨어져 나가는 네 손과 장난기 담긴 '미안!'이라는 네 목소리. 일부러 장난친 거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지만, 툴툴거리거나 삐져버리기에는 나도 너에게 한 게 있잖아. 그래서 내 표정이 네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괜히 한 번 볼에 조금 바람을 채우는 거로 끝내는 거야.
어릴 때는 부모님이, 지금은 친구들이 머리를 만진 적은 많았어. 그래서 선뜻 네게도 그런 부탁을 해버릴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런데 아무리 다른 사람이 머리를 만져준 적이 많다고 해도 네가 하는 거는 역시 다른가 봐. 아니면 네가 쓰다듬어 줄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일까.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쫑긋거리는 토끼처럼, 엄청 쭈뼛거리게 되고, 긴장되어서는 익숙한 듯한 네 솜씨에도 조금은 굳어있는 거야.
"아, 응…! 응?"
굳은 상태로 바로 대답을 해버렸다가 멈칫. 컬러 스프레이 같은 거, 나는 안 갖고 있단 말이야.
"그게 있어?"
궁금해서 돌아보고 싶지만, 네가 머리를 계속 빗겨주었으니까 그러지 못하고 물어보기만 할 뿐이야.
괴롭혔어? 하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조금 이상한 대답이었다. 이현의 웃음이 조금 흐려졌다.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다. 그저 학교 축제날일 뿐이었는데, 그 모든 감정들, 그 모든 사건들. 3학년의 선배가 네 귀를 대뜸 접어버렸을 때 치밀어오른 이상한 감정들이,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하면 삐질 거야? 하는 짓궂은 네 물음에 다시 한 번 왈칵 치밀어오르는 이상한 경험.
그렇지만 전혀 처음 접해보는 느낌인데도, 만일 이게 정제되지 못한 채로 왈칵 쏟아져나와 버리면 네가 데여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그것이 뜨거웠거에, 소년은 웃음으로 그걸 얼버무리며 억지로 삼켰다. 데이는 것은 자신이면 충분했고, 자신은 데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자칫 이걸 잘못 튀겨버리면 당신도 데일 테고, 당신이 놀라 후다닥 도망가버리면 혼자 남겨진 소년은 이번에는 얼어불어 버리겠지.
데인 속을 잊으려 당신을 한 번 끌어안아보려 했건만, 쓰다듬는 것만으로 화들짝 놀라 움츠러드는 당신을 보며 소년은 그것을 장난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그냥 당신이 한 번 뒤에서 끌어안아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것만 해도 당신에게는 정말로 큰 용기를 낸 행동일 테니까.
나는 아직도 네게 저 하늘 수천 광년 멀리 떨어져 있는 조그만 개밥바라기 하나에 불과하구나. 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너에게 이렇게 손을 뻗는데. 문득 소년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다. 소년은 당신의 등 뒤에 서서 당신이 뒤돌아보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그리곤 손목으로 가볍게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 손을 뻗어도 닿을 기약이 없으면, 더 힘내서 쭉쭉 뻗으면 그만이다. 머나먼 은하수를 계속 헤엄쳐가면 그 끝에는 네가 있겠지.
아,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랑의 시험이라는 것은 그에게 너무도 가혹했다!
이현은 빗을 내려놓고는 스프레이 캔을 가볍게 찰찰 흔들었다. 그리곤 조금 빨개진 눈매를 곱게 접어 방긋 웃었다.
"네 말대로 네 가방에 다 있던걸."
그는 손을 뻗어서는 당신의 눈앞에 스프레이 캔을 흔들어보였다. 확실히... 낯선 물건이다. 상표도 낯선 것이고. 무슨 색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연인지 일부러인지 컬러 스프레이를 거머쥐고 있는 소년의 손이 색깔 표시가 있음직한 부분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몽환적인 밤하늘이 표면에 그려진 그것이 결코 추한 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안에는-비록 당신은 아직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테지만-소년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별이 드문드문 박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너를 생각할 때의 그 마음이, 아직 이름붙이지 못한 마음이 한가득. 세상에서 가장 환한 밤하늘 같은 그대야. 너에게 내 밤하늘을 나눠줄게. 이것으로 네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알아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가, "내가 나쁘게 굴어서 그런가 봐." 너한테 심술부려서, 아무래도 널 괴롭혔나 봐. 나도 널 괴롭히겠다고 그랬었는데 아무래도 못 그럴 것 같아. 네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취소라고 알려주고 싶어. 널 괴롭히겠다고 말했던 건 널 좋아하면서 아픈 게 너무 아파서였어. 네가 괴롭히는 게 아니란 걸 알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은 그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약점이 되어버려. 아마도 내가 가진 수많은 약점 중에, 제일 커다랗고 아픈 게 너일 거야. 그래서 언젠가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면 너도 아프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말한 거였어. 근데 네가 아파하는 걸 볼 자신이 없어. 작은 가시라고 생각했던 심술이, 네게는 겨우 작은 가시가 아니었잖아. 그러니 나는 만약 네가 날 좋아하게 되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난 널 괴롭히지 않을래.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해주고, 사랑한다고 하면 사랑한다고 해줄 거야. 이 어설픈 짝사랑은 나만 하고 끝낼 수 있게.
그러니까, "심술부려서 미안해." 네 얼굴을 마주 보고서 사과하고 싶지만 어떻게 그런 뻔뻔함을 비출 수 있을까.
고개가 숙어져 올라오질 못할 뻔하다가, 시야에 나타난 네 손과 스프레이에 그럴 일은 없어져. 깜빡깜빡, 내 가방에 있었다던 스프레이를 쳐다보지만 다른 주인이 될 사람이 생각나질 않아서 무심코 고개를 기울이고 말았어.
"집…에 있었나 봐."
그래도 여전히 내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의문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말았지만. 반대로, 네가 정말 뿌려도 되느냐고 물어보았을 때는 확신에 가득 차서 대답해.
"—응!"
무슨 색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프레이에 그려진 밤하늘 그림이 예뻐서, 그리고 네가 해준 거라면 어느 색이든 좋아서.
그 어설픈 짝사랑을 당신만이 품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바로 당신이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소년이 기대어오는 조그만 애정에도 흠칫 놀라 도망쳐버리고는, 소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쓰라린 단정을 내리고 움츠러들 뿐이니.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 우스운 추격전도 끝날 날이 오겠지. 정말이지, 아직도 소년은 너와 같이 있으면 몇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할지, 얼마나 붙어서 걸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야." 당신의 사과에 이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다는 의미로 당신의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당신이 또 화들짝 놀라서 도망갈까 봐 그는 겁이 나서 그러지 못했다. 그 대신에, 사-륵, 사-륵 하고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집어들 뿐이다. 조금의 사과와, 조금의 기원을 담아서.
"그럼 시작할게..."
******
몇 번인가의 스프레이질이 지나고 나서, 당신의 머리카락을 몇 번인가 땋는 손길이 지났다. 이쯤하면 끝나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그의 손길은 몇 번인가 더 당신의 머리 위를 오갔다. 무언가 붙이는 듯한? 그러고 나서야 이현은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옆머리를 끌어모으는 손길이 당신에게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늘상 하는 그 반묶음 머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모인 머리카락이 뒤통수에서 토끼 꼬랑지처럼 헤어밴드에 꼬옥 물리는 느낌이 나면, 곧 그의 손은 당신의 머리에서 떨어져나온다.
"응, 됐다. 예뻐..."
소년은 거울을 당신의 손에 쥐어주었다. 들여다보면, 모양 자체는 당신이 평소에 했던 그 반묶음머리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당신의 어깨로 늘어뜨려진 뒷머리 위에는... 말 그대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중간쯤부터 푸르스름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끝에는 고운 검정색으로 그라데이션된 머리카락 위에는 펄 가루 같은 것들과 각양각색으로 반짝이는 조그만 스팽글들이 뿌려져 몽환적인 은하수를 그리고 있었고, 그 위로는 당신의 머리색 그대로의 새하얀 가는 브레이드가 몇 가닥인가 늘어뜨려져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뒤로 끌어모아서 묶었을 당신의 옆머리도 예쁜 브레이드가 지어져서는 묶여 있었고. -옆머리를 땋아서 뒤로 묶는 건 분명, 이 소년이 자주 하는 머리 모양새였을 텐데.
당신이 해준 머리를 한 채로, 소년은 얄궂게 히쭉 웃어보였다. 장갑도 끼지 않고 헤어스프레이를 다룬 탓에, 그의 손에는 보랏빛과 검은색의 얼룩이 번져 있었다.
"다른 사람 머리를 꾸며주는 건 처음이라서, 네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네.. 어때, 도아야?"
그러니까, 시작한다는 네 말 이후로 나는 입을 꼭 다물고만 있었어. 사랑하고 싶다던 네가 괴롭다면 나랑은 조금 다른 결이지 않을까. 내 사과에 아니라고 해줬지만, 몇 번이고 너를 떠올려보는 거야. 작은 숨소리랑, 조금 더 귀 기울인다면 들릴 심장 소리 말고는 정말이지 고요하게. 찬찬히 너를 생각하고, 그려보고, 괴어놓았어. 머릿속이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이 되었던 날, 몇 번이나 네게 선전포고해버린 날. 꽃잎이 하나 떨어진 동전 한 닢, 고양이랑 토끼가 같이 뛰어다니던 오선지, 포스트잇에 남겨진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 들려오는 소리는 피아노 소리, 기타 소리, 그리고 네 목소리. 내가 가진 것보다 조금 낮은 네 온도랑, 멜론 향이 코끝에 걸리고, 얼마나 올려다보면 네가 보이는지. 같은 학교 같은 반, 론이라는 다른 이름, 계약으로 맺어진 애인,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좋아하는⸻
"아. 응...!"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 정말로 내 귓가에 닿은 네 목소리에 쥐여준 거울을 들여다보았고, 반짝이고 있는 밤하늘과 눈이 마주쳤어. 그다음에 눈이 마주친 건, 네가 평소에 하고 다니던 머리 모양새와 꼭 닮은 묶음. 밤하늘을 녹여서 바다를 만들면 이렇게 흘러내릴까. 거울 속에 비친 네 웃음을 보았고, 네가 해준 머리는 정말 많이 "널 닮았어." 그리고 의자를 그대로 반 바퀴를 돌려버렸어. 그러고 의자에서 일어나면 거울 속의 네가 아니라, 진짜 널 볼 수 있잖아. "엄청 예쁘고, 반짝반짝하고, 행복하단 뜻이야!" 활짝 웃다가, 머리카락이 내 움직임에 따라 흔들려버리면 어색하게 굳어버려. 별 가루가 떨어질 것만 같아서. 머리카락의 흔들림이 멈춘 것 같으면 다시 마저 웃는 거야.
나는 늘 너한테 마음을 한 조각이라도 받고 싶어. 그런데 되려 네가 한 조각, 한 움큼, 혹은 그것보다 마음을 많이 쥐여주려고 하면 받아도 되는 걸까, 고민하고 말아. 덥석 받았더니 손에서 흩어지고 사라져버릴까 봐. 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무심코 먼저 멈칫거리고 말아. 그러니까 결이 다르다면, 내가 멈칫거려서가 아닐까. 네가 외로움이 무언지 진짜로 알게 됐다고 했었는데.
"손에 밤하늘 묻었어."
얼룩진 네 손을 붙잡아서 가볍게 깍지를 끼기도 하고, 두 손으로 쥐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얼굴까지 끌어당겨서는, 응, 네 손에 꼭 기댔어. 스프레이가 마르지 않았다면 내 손에도, 얼굴에도 묻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좋아. 네가 닿아오는 게 익숙해지길 바라서, 겁먹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을 담았으니까.
(어찌나 급히 달려왔는지 인코도 안 달고 왔음) (다리에 머리 부비부비) 푹 잠들었으면 그걸로 됐어. 주말에도 바쁠 수 있구나. 시간내서 말해준 것만으로 고마워! 나는 천천히 답레도 쓰고, 도아 머리를 어떻게 꾸며줬는지도 그려보면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도아주가 해야 하는 일부터 느긋하게 마쳐줘. uu
그렇구나! 서두르다 실수하지 말고 천천히 차근차근 작업해줘. 그리고 나는 날씨가 쌀쌀할수록 힘이 나는 스타일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오늘따라 햇살이 죽을맛이다 싶으면 녹지 않았나 걱정해주면 되어.. ^.^ 나는 지금 쌀쌀한 비거스렁이보다 이 비가 끝나고 난 뒤 유월부터 내리쬘 햇살이 두려워..
난 1인칭과 3인칭을 종종 오가니까 그 점에 대해 도아주가 헷갈리거나 하지 않나 좀 걱정되곤 해. 참치게시판에 기울임체가 도입되면 좋겠지만.. 그러게. 보통은 장마가 유월 말쯤에 오기 마련인데 올해는 장마가 너무 빨리 와버린 것 같아 불안해.. 우리 나라 기후가 열대지방마냥 우기, 건기, 한기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더라구. 2018년만큼 덥지만 않으면 좋을 텐데.
>>476 짤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도아주가 올 때를 대비해 적어두자면 5분 정도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을 거야. 이현이도 도아가 데리러 올 때면 대부분은 옷차림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태지만, 전날 스케줄에 따라 아직도 3.3 상태거나 아직 식사중일 때가 종종 있어서. (그래도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아마 5분 정도면, 초인종을 누르면 아현이가 문을 열어주는 게 아니라 이현이가 대문 앞에서 도아를 기다리고 있겠다.
그런데 10분이 넘어가면 이현이는 아마 도아가 항상 오던 방향을 되짚어서 도아네 집으로 찾아가려 할지도 몰라.
도아한테 20분 정도만 늦잠을 자라고 해야겠다(?) 이현이가 도아네를 잘 찾아와버리면, 도아가 깜짝 놀라할테고.... 늦잠자고서 급하게 나가는 딸 배웅하러 쫓아나오셨던 아빠 or 엄마가 궁금증을 해결하시겠다 u.u
그리고 이건 TMI 조각. 도아는 교복 치마 허리 접고 다녀. 짧게 만드려는게 맞긴 한데, 키가 더 클거라고 생각하고서 교복을 크게 샀기 때문입니다 u.u 물론 아직 키가 크고는 있는데 얼마나 클런지는 0v0... 셔츠 소매, 체육복 소매, 체육복 바지 밑단도 다 접혀있을 거야. 그러고보니 이제 하복 입겠다... u.u....
(사실 위의 TMI는, 어디선가 같이 있다가 헤어질때 체육복 져지 같은거 바꿔 가져가버려서 서로 상대방 명찰 달린 체육복을 입고서 or 갖고서 체육시간에 나타나는 상황을 얼렁뚱땅 뒷사람 욕심 범벅으로 떠올렸다가 생각난 거야. 근데 요즘은 교복이나 체육복에 명찰 필수 아니라더라......)
>>>체육복 져지 같은거 바꿔 가져가버려서 서로 상대방 명찰 달린 체육복을 입고서 or 갖고서 체육시간에 나타나는 상황<<< 선생님은 천재신가요? 이거 좋다. 학교에 시대착오적인 학칙 하나쯤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 (실제 광인!) 아니면 남자 여자 체육복 져지의 미세한 디테일이 다르다고 해도 좋을 것 같아. 져지 전체의 색이 다르면 도아가 헷갈릴 일이 없을 테고, 옆줄의 색이나 무늬가 다르다던가, 주머니 모양이 다르다던가 하는 정도의 미세한 디테일 차이 정도? 도아가 눈치 못 채고 얼레벌레 가져왔다가 친구가 "야 백도아 너 그거 남자 체육복이잖아? 그거 어디서 났어, 인터뷰 시간이다" 같은 상황이 발생할 만한 정도의 디테일 차이..
져지가 바뀔 만한 일이 뭐가 있을까... 요즘 비도 많이 왔으니까 하굣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데 도아가 우산이 없이 비를 맞았는데, 이현이가 일단 자기 체육복 져지를 도아에게 덮어주고 우산씌워주고 집에 데려다준다던가. (광인) 그날 저녁에는 도아가 약간 감깃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약기운 때문에 늦잠을 자버리는 거야. 늦잠자버린 도아를 데리러 이번에는 이현이가 도아네 집에 깜짝방문해버리는 거고. (광인2) 그리고 도아가 급하게 허둥지둥 가방 싸다가 이현이의 져지를 착각해서 가져가버리면 그걸로 완벽하네. (광인3)
남학생 여학생 교복/체육복 디자인 차이는 역시 카라랑 가슴팍 쯤에 있는 앞주머니라고 생각해 u.u 보통 남학생 교복 셔츠는 카라가 각져있고 앞주머니가 있고, 여학생 교복에는 카라가 둥글고 (솔직히 카라는 대부분 사각인거 같긴 하지만) 앞주머니가 없었지. 체육복에 그대로 적용시키면 져지니까 카라는 어쩔수 없다해도, 남학생 체육복 져지에는 앞주머니가 있고 여학생 쪽은 없으면 되지 않을까 싶어. ((명찰이 박혀있으면 정말 확실하겠지만 그만큼 도아 큰일나겠지 0v0)) 사실 굳이 디자인이 다르지 않더라도, 옷 크기 차이가 날테니 들키지 않을까 싶지만 u.u!
도아가 우산이 없는 이유는 축제 때 가방을 바꿔들고 왔다가 우산을 그대로 축제 때 가져온 가방에 남겨뒀다고 하면 되겠다 u.u.... 그래서 원래 갖고 다니던 학교 가방에 휴대용 2단 우산이 없는거지. 갑자기 쏟아진 비니까 장우산을 들고 등교했을 리도 없을 거고.......
그러면 이현이는 체육복 상의 없이 나타나게 되려나. 체육복 상의만 없는 이현이와 대뜸 남학생 체육복 상의를 입고 나타난 백도아씨 u.u..... 학년 별로 져지 색이나 줄무늬 색이 다르다고 하면 방송부 선후배 거란 핑계도 못 대고 정말 완벽하겠다.
오늘 도아주 자주 봐서 좋다. ミ^ᗜ^彡 학년별로 져지색이나 줄무늬색이 같아도 방송부 선후배 거라고 핑계를 대버리면 이현이가 토라지니 이 무슨 진퇴양난.. 그러니 학년별로 져지 바탕색이 다른 걸로 하면 되겠다. 그렇잖아도 이현이가 체격이 큰 편은 아니라도 도아보다는 좀 크니까, 옷이 평소 입던 저지보다 좀더 품이 커서 좀 펑퍼짐해보일지도 모르겠네. 도아 인터뷰 확정... 이현이가 빨리 데리고 튀어야...
열심히 일 안 하고 있어 0v0! 체육복 디자인이 전학년 동일이면, 도아는 이현이 삐짐이랑 공개 연애를.... 저울질 해야하는.... 응, 도망칠지도 모르겠다! 0v0 맞아, 20cm 차이가 절대 작다고 못 하니까 u.u.... 20cm 차이면 품 뿐만 아니라 길이도 남지 않을까 싶네. 도아.... 이 정도면 인터뷰가 아니라 취조당해도 할 말이 없겠다....
앗 그러면 나도 답레 쓰는 속도를 좀더 올려야 되려나 삐져도 도아가 상대니까 금방 풀리지 않을까 싶지만 말야. 아무도 안 보는 데서 한번 꼭 안아주면 풀릴 테니까uu 취조라니 절대 안되지.. 도아 빼돌린다! TMI: 기획사에서는 원래 이현이를 보이그룹 멤버로 데뷔시킬 예정이었어. 그러나 이현 본인이 그룹에 소속되는 것을 좀 생각해보겠다고 미뤄두고는 개인으로 활동하다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가버리는 바람에 그룹에 소속되기도 애매해진 상태.. 아마 조만간 그룹으로 활동하지는 않겠다고 대표에게 말하지 않을까
잡담은 할 수 있지만 답레를 못 쓰는 일 안함이니까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3.3 도아주의 퇴근은 일을 하든 안 하든 조금 하든 7시니까.
보이그룹 u.u.... 도아는 언제나 이현이가 자기 때문에 하고 싶은걸 못 하게 되지 않았으면 해. 이현이가 하고 싶으면 했으면 좋겠지. 정말 자기 때문이 아니고 그룹으로 활동한 생각이 없어서라면 전혀 문제없지만. 이현이가 NO인데 소속사가 YES라면서 도아한테 뭐라고 하면 꿋꿋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야.
그.. 그렇구나 3.3 그래도 답레는 조금씩 써서 느긋이 올려둘게. 도아주가 읽고 힘낼 수 있도록..
>>이현이가 자기 때문에 하고 싶은걸 못 하게 되지 않았으면 해<< 라는 걱정, 도아가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룹 활동을 거절할 이유와 의욕이 없었지만, 승낙할 이유와 의욕도 없어서 미뤄두고 있던 거였어. 그리고 이제 도아가 그룹 활동을 거절할 이유가 되어주는 거고. 도아가 도아 입으로 이현이에게 그런 말을 꺼내어보면 이현이에게 대답을 들을 수 있겠지만, 이현이는 자신이 거절하고 싶어서 거절하는 거니까.. 딱히 흥미도 없었던데다 더더군다나 도아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거절하는 거고, 그것은 자신이 좋아서 한 선택이니까. 만일 추후 가수 활동을 내려놓고 싱어송라이터로서만 활동한다고 해도 그것은 이현이가 그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을 발견해서일 테니까. 답레에서 몇 번 어필했지만, 이현이는 가수로서의 활동에 큰 애착은 없어. 도아는 소속사의 프로듀서님 앞에서 얼마든지 꿋꿋할 수 있을 거야!
응, 별로 애착이 없다는 거 도아주 쪽이야 알지만 도아는 아직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해. 나름 어필...한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이현이는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하는게 눈에 밟힐까'하는게 있지.... 그런 답레도 있었고. 이현이가 별로 애착이 없단 걸 안다면 저런 생각은 안 했을테니까. 도아는 이현이에게 자신이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르고, 그리고 괜히 계약 연애라는 거에 발목 묶여서 그런 건 아닐까 하고 있는 생각 때문에 있는 그대로 못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3.3 오늘 준 답레를 기점으로 덜 멈칫거리려고 할 거야.
어쨌든 이현이가 NO라서 NO라고 한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u.u 도아는 프로듀서님이 무섭지 않아 0v0
그리고 갑자기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저번에 언급됐던 대로 도아 진로는 선생님으로 거의 굳어진 것 같아. 사실 "선생님 첫사랑 얘기해주세요!!"에 이현이 얘기했다가 (자세히는 말고 YW 소속사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라는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선생님 거짓말한다는 반응이 돌아오고, 도아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니까 별로 타격없는 상황이 떠올랐는데, 이게 재밌어보여서 u.u
>>>나름 어필...한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이현이는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하는게 눈에 밟힐까'하는게 있지<<< 내가 답레를 쓸 때마다 엄청 앓고 엄청 고민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야..... 이현이는 도아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데 도아가 그걸 몰라줘... 8ㅁ8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니 다행이다. 그러니까 이 기세를 몰아서 마구 어필할 거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런데 이 바람은 어디서 불어와 흘러들어온 걸까. 회색 털을 가진 고양이는, 문득 상황이 바뀐다고 느꼈다. 회색으로 가득찬 이상한 나라의 지평 너머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옅은 비누 냄새가 실린 봄바람을, 고양이는 무작정 쫓았다. 앨리스 대신에 토끼를 쫓아가다가 주변의 세상이 색색깔로 물드는 것도 몰랐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꽃바람이 분다. 그리고 색색깔로 부서지는 환한 햇살 가운데서 귀를 쫑긋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네가, 너무도 예뻐서. 한 발짝 다가가면 너는 한 발짝 물러서고, 두 발짝 다가가면 두 발짝 물러서고.
술래잡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한참을 더 서로 쫓고 쫓으며 쪼르르 달려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게 물든 나라에서 너와 함께라면, 아무리 긴 술래잡기라도 마냥 좋을 것 같았다. 얼마든지 멀어져도 돼. 너만 괜찮다면, 네가 멀어진 만큼 내가 다가갈 테니까. 네가 손마저 닿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고 느끼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좀더 가까이 다가오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그게 고양이니까. 바라는 만큼 멀어지고 바라는 만큼 가까워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리고 네가 마침내 한 발짝 다가왔다.
조금의 흔들림에도 당신의 머리에 달라붙은 스팽글들은 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신의 머리의 일부인 것처럼 잘 매달려 있었다.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어주었다. 조금 서늘하고, 조금 더 향기롭다. 소년의 손끝에는 스프레이 약품 냄새가 조금 남아있었지만, 그것으로도 지울 수 없는 어떤- 멜론을 연상하게 하는 달콤한 향기가 있었다. 이제는 당신의 머리에도 조금 담겨 있을 그런 냄새. 한 발짝 더 내딛어서 그의 손을 쥐고 장난스레 희롱할 때면, 왜인지 그의 머리카락에 당신이 꽂아놓은 색이 회색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소년의 귀로 뺨으로 번지는 듯했다.
"얼굴에 묻겠어.."
하고 소년은 말했지만, 손을 빼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주 깍지를 껴주거나, 당신의 손을 맞잡아주거나,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어줄 뿐이었지.마침 하필이면 또 엄지손가락 끄트머리에 묻은 것이 조금 덜 말라있던 참이었기에, 당신의 눈 밑에 조그만 밤의 얼룩이 눈물점처럼 앙증맞게 꾹 남았다. 그런 채로 당신이 활짝 웃자, 소년은 갑자기 이 세상 전체가 한꺼번에 확 만개해서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당신의 얼굴에서부터 머리에 씌워진 밤하늘, 앉아있는 의자, 뒤로 보이는 방송부 집기들, 창밖에서 비쳐들어오는 햇살, 가방에서 꺼낸 헤어 용품들, 그것들이 놓인 소파, 그리고 소년까지. 한가득 만개한 당신을 보며 이현은 입을 열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런데 이 바람은 어디서 불어와 흘러들어온 걸까. 회색 털을 가진 고양이는, 문득 상황이 바뀐다고 느꼈다. 회색으로 가득찬 이상한 나라의 지평 너머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옅은 비누 냄새가 실린 봄바람을, 고양이는 무작정 쫓았다. 앨리스 대신에 토끼를 쫓아가다가 주변의 세상이 색색깔로 물드는 것도 몰랐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꽃바람이 분다. 그리고 색색깔로 부서지는 환한 햇살 가운데서 귀를 쫑긋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네가, 너무도 예뻐서. 한 발짝 다가가면 너는 한 발짝 물러서고, 두 발짝 다가가면 두 발짝 물러서고.
술래잡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한참을 더 서로 쫓고 쫓으며 쪼르르 달려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게 물든 나라에서 너와 함께라면, 아무리 긴 술래잡기라도 마냥 좋을 것 같았다. 얼마든지 멀어져도 돼. 너만 괜찮다면, 네가 멀어진 만큼 내가 다가갈 테니까. 네가 손마저 닿지 않을 정도로 멀어져버린 게 아닐까, 하고 느끼게는 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좀더 가까이 다가오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그게 고양이니까. 바라는 만큼 멀어지고 바라는 만큼 가까워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그리고 네가 마침내 한 발짝 다가왔다.
조금의 흔들림에도 당신의 머리에 달라붙은 스팽글들은 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신의 머리의 일부인 것처럼 잘 매달려 있었다.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어주었다. 조금 서늘하고, 조금 더 향기롭다. 소년의 손끝에는 스프레이 약품 냄새가 조금 남아있었지만, 그것으로도 지울 수 없는 어떤- 멜론을 연상하게 하는 달콤한 향기가 있었다. 이제는 당신의 머리에도 조금 담겨 있을 그런 냄새. 한 발짝 더 내딛어서 그의 손을 쥐고 장난스레 희롱할 때면, 왜인지 그의 머리카락에 당신이 꽂아놓은 색이 회색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소년의 귀로 뺨으로 번지는 듯했다.
"얼굴에 묻겠어.."
하고 소년은 말했지만, 손을 빼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주 깍지를 껴주거나, 당신의 손을 맞잡아주거나,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어줄 뿐이었지.마침 하필이면 또 엄지손가락 끄트머리에 묻은 것이 조금 덜 말라있던 참이었기에, 당신의 눈 밑에 조그만 밤의 얼룩이 눈물점처럼 앙증맞게 꾹 남았다. 그런 채로 당신이 활짝 웃자, 소년은 갑자기 이 세상 전체가 한꺼번에 확 만개해서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당신의 얼굴에서부터 머리에 씌워진 밤하늘, 앉아있는 의자, 뒤로 보이는 방송부 집기들, 창밖에서 비쳐들어오는 햇살, 가방에서 꺼낸 헤어 용품들, 그것들이 놓인 소파, 그리고 소년까지. 한가득 만개한 당신을 보며 이현은 입을 열었다.
도아주도 이제 퇴근길에 올라서 갈려면 멀었으니 걱정말아 u.u.... 대중교통 이용중에 폰으로 답레 쓰면 멀미가 나서 3.3 저녁 맛있게 먹길 바라.
도아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으음. 도아는 잠깨기용으로 늘 간식을 우물우물거리고 있다보니 정작 식사 시간에 조금 먹게 되서 입이 짧을거야. 그리고 간식거리들은 대게 짜거나 달거나 하는 식으로 자극적이기 때문에, 덩달아 입맛도 조금 간이 쎈 편 아닐까 싶네. 그래서 치즈 들어간 비엔나 소시지 좋아할 거 같아. 집에 왔는데 소시지 굽는 냄새나면 옆에서 하나 쫑 입에 집어넣고 갈 것 같고 u.u...... 하지만 도아 식습관을 아는 부모님께서 풀 먹입니다 u.u
0v0....!!!! 이전 답레를 기준으로 했을때, 도아가 갈팡질팡하는 걸 쓰려고 했었어. 이현이가 왜 고개를 숙여오는 걸까, 저번처럼 이마끼리 꼭 기대려고 그런걸까, 아니면 무슨 상황이지, 설마 그거...? 그거...? 그거는 너랑 나랑 같아지기 전까지는 안 한다고 했는데.......! <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도 밤하늘 보면 널 생각해, 하고 말해버렸을 것이기 때문에.... 같아진거야........? 하고서 아무것도 못할 예정이었는데.... 도아 예상대로(?) 이마끼리 기대버렸다! 0v0!
>>>그거<<< 였습니다만... 도아가 너무 어떡하지 상태가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진도가 너무 급발진할 것 같아서....... 접었습니다......... 내 의지로......... 그런데 그렇게 말해버리면........ >>498 >>506 도아주가 좋은 버전으로 이어줘........ 난 몰라.......................
아, 도아가 그래서 입이 짧았구나.. 이현이가 많이 별난 애인데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한 구석도 있거든. 그게 뭐냐면 간식 때문에 입이 짧은 사람 더러 간식 줄이라고 걱정어린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잔소리 하는 사람이 한 명 늘어날 것이야! 아현이까지 하면 두 명이다!
이현: 그러니까 이건 오후까지 압수야. 이현: 졸려서 안 된다고? 이현: (이마에 쪽) 이현: 그 대신 이걸로 참아주면 안 될까? (애원하는 듯한 눈빛공격)
그렇지만 주말에는 쏘야를 기가 막히게 볶아줄 이현이... 비엔나 좋아하는구나. 오늘부터 이현이가 가장 자신있어하는 요리는 소세지야채볶음이다. 사실 쏘야는 이현주가 가장 자신있는 요리지만 이제부턴 이 부분도 오너를 닮는 것으로 하기로(오너특권남용)
TMI) 이현-아현 남매는 지금껏 봤다시피 서로 당번제로 식사준비를 하는데, 이현이고 아현이고 너튜브로 요리를 배우다 보니 할 줄 아는 요리가 대부분 간이 강한 것에 편중되어 있어. (저번에도 말했지만 아현이는 오야꼬동을 잘 만들고) 그런데 사실 두 사람이 먹어보고 싶어하는 건 담백한 집밥... 인데 어째 남매 두 사람이 다 집밥만 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거나 애매하게 실패하는 징크스가 있어서 마음대로는 안 되는 모양이라고 해.
네 뺨이, 네 귀가 발갛게 물들었단 건 네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알아챘어. 얼굴에 묻겠다는 네 말에 그래도 상관없다고, 알고서 그런 거라는 말을 해주려고 했는데, 그랬는데. 네게 물든 그 색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을 칠해버렸어. 그래서 무슨 단어를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게 되어서 아무 말도 못 한 거야. 나, 이런 기분 엄청나게 잘 알아. 네게 고백했을 때도 분명 이런 색이었어. 흐물흐물 녹아버린 아이스크림 같았던 내 머릿속이, 그 아이스크림의 색이 이런 색이었어. 딸기 맛, 체리 맛, 어느 붉은 열매의 맛일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달았을 거야. 지금도 엄청 달콤한 기분이니까, 분명 그랬을 거야. 이제는 뺨도 그런 색을 띠게 되고, 그 위에는 부드럽게 감싸 쥐여준 네 손이 머무르고 있어. 혹시 네가 손을 빼기라도 할까, 말로 소리 내지 못해버렸으니까 네 손을 조금 더 꼭 쥐었어.
"나도 너랑 똑같아."
밤하늘뿐만이 아니야. 보고 있으면, 듣고 있으면, 함께할 때 몽글한 기분이 피어나는 그 모든 것에서 너를 떠올려, 현아. 그게 내 사랑이고,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 지저귐 소리가 상큼해서 네게 들려주고 싶어지고, 날이 화창해서 맑은 하늘을 보고는 같은 빛깔의 푸르른 바다를 떠올려서 너와 함께 가고 싶어져. 그리고 그곳에서 제일 고운 색의 조개껍데기를 찾아서 네게 보여주고 싶어지고. 물론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괜찮아. 학교 도서관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를 너에게 내어주고서 그 옆자리에 앉고 싶고, 다들 하교해버린 늦은 방과 후의 노을빛이 예쁘니까 너와 같이 그 색으로 물들고 싶어.
'너도 그래?' 물어보지 못한 말이었어. 물어보기에는, 네가 내게로 가까워지고 있어서 이번에도 소리 내지 못한 거야. 네가 본 밤하늘은 분명, 네가 내 머리에 만들어준 밤하늘만큼, 혹은 그보다 더 반짝이겠지. 그런 밤하늘을 보고서 날 생각해줬다는 게 기뻐서, 나도 너와 같다고 답해버렸다는 걸 이제서야 뒤늦게 알아채는 거야. 나한테 그건 사랑인데, 네가 그렇다고 말해버리면 나는 어떡하면 좋아. 그런 말을 하고서 이렇게 가까워지면 어떻게 해야 해. 몇 초는 될까,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이 바빠져서 몸은 우뚝 굳어버렸어. 손가락을 까딱할 여유조차 없는 거야.
너랑 이렇게 가까워졌던 적이 언제였더라, 네가 이마를 기대왔을 때가 있었지. 그럼 이번에도 이마를 맞대고서 기대려고 하는 걸까. 아니면 소설, 드라마, 영화, 그 모든 곳에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하던 그거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야. 그걸 하는 장면은 꼭 사랑의 증표인 것처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것처럼 나오고는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말아버렸어. 전자라면, 가까운 거리가 부끄럽고 말겠지만, 후자라면 어쩔 줄을 모르겠어. 지금 얼굴은 빨갛게 칠해졌겠지. 물든다거나, 번진다는 것처럼 천천히, 차곡히 쌓이는 게 아냐. 생각만으로도 엄청 부끄러우니까, 새빨개지고 말았을 거야. 그러니까 후자는 안 돼, 뽀뽀도 안 할 거라고, 너랑 나랑 같아지고 나서 할 거라고 어제 말했는데!
'나도 너랑 똑같아.'
근데 어떡하지. 바로 방금 해버린 말이, 내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 것처럼 떠올라버렸어. 그럼 뽀뽀는 해도 되는 거야? 어지러워진 머릿속에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거야. 가만 있으면 전자일 때는 괜찮을 거야. 후자일 때는 큰일 나겠지. 내가 먼저 네게 뽀뽀해 버리면, 후자일 때는 다행이지만, 전자일 때 네가 미워하지는 않을까.
그렇지만 네가 먼저 그렇게 말해놓고, 네가 먼저 왔는데 미움받아버리면 그건 억울하잖아. 미움받아버리면 네 탓이라고 해버릴래.
그래서 눈을 꾹 감고서, 고개를 기울여오는 네게 살짝 입 맞췄어. 네 볼이 아니라, 네 입술 위에.
>>508로 답레가 어느 정도 공개된게 되어버려서..... 조금 비틀었어. 원래는 이마 맞대기랑 뽀뽀로 오해했지만, 비튼 후에는 뽀뽀 대신 키스로 오해했습니다! 덕분에 묻고 더블로 갈 수 있었고 u.u 만약 키스하려는 거라면, 키스는 아직 못 하겠으니까 뽀뽀로 막아버린다! 라는 거지.
그보다 이제 도아, 정말로 학교 축제 특별 무대에서 이현이가 공연하는 걸 응원하는 애들을 보는 정도로는 별생각 안 들겠구나 3.3 느덜은 이현이 머리 못해줘봤제!! or 이현이가 머리 안꾸며주제!!! 하고 속으로 외기만 해도 느긋한 마음으로 중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드네. 도아주 오늘은 언제 자러 갈 것 같아?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는 법이라지만, 한 숟가락에 공기의 밥을 죄다 떠먹어버리는 것도 안될 일이지.. (비유가 좀 이상한가) 이현이도 만족이라고 해야 되나 도아 쪽에서 먼저 입맞춰줘서 좀 놀랐으려나. 차근차근 도아의 어엿한 남친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3.3 일단 지금 꾸물꾸물 일어나긴 하는데, 다시 자러 갈지도 몰라. 자러 갈 때 말할게..!
그건 도아주가 좋을 대로 묘사해줘! 방송부원 두 사람이 진행한다고 생각하곤 있었는데 남학생 여학생으로 한 쌍을 이뤄서 할 줄은 몰랐네.. 상관은 없지만, 남학생 여학생 한쌍이 맡아서 진행한다고 할 경우 남학생의 액션에 따라서 남학생에게 좀 따뜻한 눈웃음이 날아올 수 있습니다(짤)
손을 빼기라도 할까 걱정을 했지만, 당신이 손을 꼭 쥐면 소년의 손도 당신의 손을 꼭 맞잡아온다. 뼈가 조금 도드라지고, 굳은살이 여기저기 박혀있는 기타리스트의 손.. 그러나 손바닥은 이상하게 말랑하고 푹신해서, 꼭 고양이 앞발 젤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손이었다. 이현은 당신의 손을 맞잡았다. 따뜻했다. 쥐고만 있어도 향기로운 것 같았다. 마치 햇살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나는 밤하늘 가운데서 너를 그려보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어쩌면 나는 내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 매 순간을 너를 그려보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네가 머금은 이 선명한 색채를. 이 향기를. 너를. 너도 그랬니? 나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던 거니? 도아야, 이게 사랑인 거야? 밀려날 때면 왜인지 모르게 쓰라리고,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것을 보면 눈이 멀 정도로 화가 나고, 네가 없을 때면 너를 그려보는... 너와 함께 있으면 이렇게 행복한...
"너도, 그렇구나."
하고, 그는 조심스레 입 안에서 한번 뇌어보았다.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와 함께하고 나서 그냥 어두울 뿐이던 밤하늘이 왜 그리 시리고 차가웠는지 이제서야 알 것만 같았다. 명랑하게 재잘대는 것 같던 빗소리가 음울한 중얼거림처럼 들리게 되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구름 낀 하늘이 왜 그리 침울하게 보이는지, 시원하던 비거스렁이가 왜 그리 싸늘한지도, 모두, 모두 알아버리게 될 것만 같았다. 어느새 내 마음속에 이렇게도 많이 피어나 있던 것들은 모두 너였구나. 아직 겨울은커녕 여름도 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좋아.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마음에 무엇이 잔뜩 피어나 있었는지 알아보고야 만 것이다.
쪽-이라기보다 톡, 에 가까운 그것은 어찌 보면 시시한 애들 장난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조그만 접촉이었다.
왜인지, 무언가 허락을 맡아버렸다... 는 느낌이 들었다. 전후 인과관계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질서정연한 논리가 무너지고 그 위에 네가 한가득 흩날린다. 한가득 취한 것 같은 기분이- 그래, 난생 처음으로 실감해 보는 어떤 낯선 느낌에 한가득 취한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소년은 당신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댔다. 짧고 조그만 입맞춤에도 그의 뺨은 어느새 당신의 것과 같은 색깔로 한가득 물들어 있었다.
그래, 그런 말을 했던 게 바로 어제인데, 같아지고 나서 할 거라고 분명히 못을 박아둔 것이 어제였는데... 이미 그때부터, 그것은 당신과 소년의 사이에 선을 그어둘 구실로 삼기에는 진작에 너무도 무색해져 있었던 것이다. 소년 스스로가 자각을 하지 못했을 뿐, 그의 텅 비어있던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소년의 비어있는 부분이 되어주고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당신이었으니까.
당신은 소년에게 말했었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주겠노라고. 아직 채 겨울도 지나지 않았는데, 당신의 연애사업은 어느새 소정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도아야."
소년은 조심스레 네 이름을 불러보았다. 멜론 향기라고 생각했던 소년의 향기 사이에 문득 꽃향기 같기도 하고 비누향 같기도 한 무언가가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도아야."
그는 그 뒤에 차마 뭐라 덧붙이지 못하고, 열병을 앓는 것처럼 당신의 이름을 한번 더 애타게 불러보는 것이다.
다행이다... 오늘 하루도 같이 놀아줘서 정말로 고마워. 최고의 금요일이었어. 그럼 이제 자러 가자.. 응, 마구 이렇게저렇게 해버리자. 겨울까지가 시한이었지(사실 명목상의 시한이었지만), 그 전에 얼마든지 이렇게저렇게 할 수 있는 거니까.. 나 도아랑 이현이가 둘이 바다로 여행가는 게 보고 싶어.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말한 적은 없었어. 네게 내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해서, 혹시나 하고 말하지 않은 거였어. 근데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악기라고는 다뤄본 적이 없는 내가, 네 손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기타 스트링 위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지 보았거든. 기타를 만져본 적도 없지만, 기타를 치는 사람의 손에 굳은살이 어떻게 배기는지도 알아. 그래서 네가 한 번 되뇌어 보일 때 수줍게 꺼내 보는 거야. 네가 맞잡아온 손에 다시금 깍지를 끼어 맞추면서.
"—!"
어떡하면 좋아, 전자였나 봐. 이마가 맞닿았을 때, 입 맞추고서 겨우 떴던 눈이 꼭 감겨버렸어. 그렇지만 그런 짓을 해버리고 너를 바로 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쁜 짓을 하고서 잘못을 숨기려는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들어. 이미 잘못한 것을 숨기기에는 늦었는데, 숨기려고 애쓰는 기분. 넌 그저 이마에 기대려고 한 것뿐인데 나 혼자 오해한 거잖아. 머리로, 얼굴로 열이 올라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게 잔뜩 부끄럽고 네게 미안해져서, 그렇다고 해야 하는데, 이마가 닿아버리면 그런 생각도 하지 못해. 정말 몇 번이고 머릿속이 지워져서, 이러다가 널 좋아한단 것 말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되면 어떡하지. 아냐, 이미 그런 것 같아. 나, 많이 기대할 거고 마음대로 오해할 거라고 했잖아. 내가 오해한 거였으면 날 밀어내야 했잖아. 근데 되려 이렇게 더 다가와 버리면 네가 가까워져 오던 이유처럼, 네가 기대어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어서. 아니,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라서. 이게 이미 바보가 된 게 아니라면 뭐겠어.
있지, 나 네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게 생겼어. 나는 분명, 네가 그 부탁을 받아주어도 거절해도 그 순간부터 크게 앓을 거야. 그러니까 축제가 끝날 때까지 미뤄둘래.
"응, 현아."
지금 넘실대고 있는 감정이 벅차서, 대답하려는 틈에 새어 나올까 꾹꾹 눌러두려다 보니 목소리가 작아지고 말아. 네가 네 이름을 두 번째 불러왔을 때는 차마 대답하지도 못했고. 왜 계속 부르는 거야, 부끄럽단 말이야. 부끄러움에서 비롯된 조그만 투정이, 네게로 나를 끌고 가. 네가 기대오고 있는 이마를 떨어트리고는, 그대로 네 품에 파고들어서는 꼭 안아버리는 거야. 그리고 파고들어 간 네 품에 폭 얼굴을 묻어버렸어. 이대로 숨을 고르면 네 향기를 가득 마시고 말아.
"나 여기 있어."
한 번 고른 숨에, 살짝이라도 부끄러움을 가라앉히면 고개를 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얼굴을 묻고 있던 네 품에서 고갯짓을 조금, 널 올려다보는 거야. 이현아, 현아. 나 여기 있어. 그렇게 몇 번이고 부르지 않아도 네 옆에 있을 나야.
>>578 1. 꼬리를 덥석 잡았더니, 아직 졸려하는 이현이 얼굴이 뭔가 귀찮아하는 표정이 되면서 꼬리가 정말 고양이 꼬리처럼 손 안에서 빠져나가려고 이리저리 움직임 2. 자연스럽게 아이스티를 담은 찻잔을 들고 와선 꼬리를 깔고 앉으며 아이스티가 담긴 차가운 잔 바닥을 이현이 뺨에 철썩 붙여버릴 아현이
공주님안기..... 이현이가 해주면 이현이 붙잡지도 못하고 굳을 거야 u.u 보통 어깨나 목이나 팔을 감고는 할텐데 두손 얌전히 모으고 굳지 않을까 싶네.
손 안에서도 꼬리 움직이면 도아 잠 잘깨겠다 0v0 아현이의 빠른 조치가 아니라면 잠결에 잘못 본 거라고 안 믿었을 거야..... 이현이 사람 아니라고 했을 때, 도아가 바로 수긍 해버리면 이현이 반응은 어떨려나.... (진짜 도아는 그럴 일 없겠지만) 응, 현이라면 그럴만해! 사람의 미모가 아니다 싶었으니까! 같은 반응이 나온다거나.
>>576 왠지 이현이한테 토스당하면 어리광 못 부릴 거 같아. 이현이가 뭐하느라 안 자든, 좋아하는 애가 깨어있으니 편하게 못 자지 않으려나. (물론 잠들면 잘 자버리겠지만) 그런고로 이현이 옆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방해는 안 되게 조심하겠지만. 그리고 좀 버티나 싶더니 꾸벅거리다 결국 숙면 u.u....
>>584 도아가 로봇이 되는 마법 0v0 사람에게서도 이음새가 맞물리지 않아 달각이는 소리가 난다는 것을 증명할지도 몰라.......
응, 나도 사실 답레 쓸 때 물어보고 종 치는 부분 넣어야겠다... 했는데 까먹고 그대로 없이 올려버려서. 축제 오후... 재밌겠다 u.u! 그러고보니 도아 머리, 눈에 많이 튈 거 같아서 축제 이후로 인지도 오르지 않으려나 싶었어. 이현이가 해준 머리, 얌전히만 있어도 눈에 튈텐데 축제 진행까지 해버리니.... 이현이랑 도아네 고등학교 대숲이나 대말에 축제날 그 선배/언니/누나/여자애 누구냐고 글 두세개 정도 올라오는 그런 0v0
>>585 이 일상이 끝난 직후의 추정 친밀도는 도아도 같고..... 비몽사몽 도아면 좀 더 느슨하단 부분까지 하면 u.u 자잘한 스킨쉽은 고스란히 or 조금 더 많이 되갚아줄테고, 플레이리스트 틀어주면 이현이가 늦게 자는 이유를 가볍게 방해하지 않으려나.
>>586 "ꉂꉂ(ᵔᗜᵔ*) 그러면 도아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네!" 갑자기 치고 들어온다아아 u.u!!!!!!!!!!!
당신의 말을 듣자마자 이현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너와 함께한 동안, 너와 같이 있을 때도, 네가 없을 때도 느껴지던 이것을 너도 한가득 끌어안고 있었구나. 네가 이걸 나에게 안겨주었던 거구나. 네가 나를 불러줄 때까지 나는 너를 전혀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득히 혼자서 지새웠을 차가운 밤들을 너는 나보다 더 많이 보냈겠구나, 도아야. 이마를 기대고 멈춰서 있는 소년은, 문득 눈가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눈시울이 조금 상기된다. 너는 어떻게 그 찬 밤을 혼자서 끌어안고 있었던 거야?
당신의 짐작은 하나는 틀리고 하나는 맞았다. 그렇지만 그 아주 조그만 입맞춤에도 열에 들떠버려서, 이대로 떨어져나가면 무게중심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게 될 것 같아서... 당신의 온기가 너무 일찍 몸에서 떨어져나가면 그 때는 자신도 걷잡을 수 없이 당신을 원하게 될 것만 같아서. 소년은 당신의 이마에 기대고 있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이마에서 물러설 수 있을 만큼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그래도 당신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따뜻한 누군가를 그리는 밤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게 된 소년은, 자신보다 적어도 몇 달은 더 그것을 끌어안고 있었을 당신을 놓아줄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었다. 그 차가운 밤들은 분명 당신이 지나왔던 것보다 짧을 텐데도, 소년은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으로 몇 번이고 아찔하게, 당신에게 닿지 않을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았었는데... 당신은 자신보다 훨씬 길고 차갑던 그 밤들 내내 몇 번이나 자신을 부르고 있었을까.
"...응."
그래서 당신이 자신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푹 끌어안아올 때, 소년은 아무런 저항도 반문도 하지 않고 팔을 뻗어 당신의 어깨를 꼭 감싸안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포근하게. 두어 겹의 초여름 옷 너머로 소년의 몸이 느껴진다. 균형이 잡혀서 잘 발달한 근육이며 골격이 탄탄하면서도 따스하게, 소년의 향기를 머금은 채로 당신을 반기는 것만 같았다. 축하한다. 오늘의 일기장에는 승전보를 적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그래."
대답으로는 조금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이제 나는 너를 아니까. 네가 어딨는지 아니까. 네가 어떤 색인지 알고, 얼마나 따뜻한지도 아니까. 너를 한아름 피워서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니까... 이젠 너를 눈에서 놓치지 않을게. 네가 부르면 꼭 대답할게. 같이 있어줄게. 네가 나와 같이 있어주는 것처럼.
나를 사랑해준 네게, 나를 줄게요.
소년은, 당신을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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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끌어안고 있는 게 얼마나 됐을지 모르겠다. 1분 남짓한 시간이었을 수도.. 몇 분은 되었을 수도, 어쩌면 10분은 넘게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있었다. 딩동 하고, 교내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울리곤 하는 징글 소리였다.
- 안내말씀 드립니다. 오후 2시부터는 ○○제 오후 장기자랑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과 관람을 원하시는 내방객 여러분들은 모두 오후 2시까지 ○○관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제 오후 장기자랑 공연에 출연할 출연자 분들과 스태프 분들께서는 리허설을 위해 오후 1시까지 ○○관으로 출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말씀 드립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구나."
그러니까, 그것은 오전의 밀회를 이제 슬슬 마무리하라는 어떤 통보였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잔뜩 신경쓴 두 사람분의 헤어세팅이 끝났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야 흘렀겠지.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그래도 아직 밥 먹을 시간 정도는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눈가에 빨간 꽃이 피었어, 현아. 아픈 걸까, 슬픈 걸까, 그 이유가 무얼까. 나랑 너랑 같다면, 네가 지금 아파서, 슬퍼서 눈가가 붉어진 거라면, 나는 그럴 때 네가 보고 싶었어.
발밑이 축축하고, 눈앞은 까맣게 어둡고, 손끝이 시려오는 날이 있었어. 분명 햇살이 화창한데도 왠지 먹구름이 낀 것만 같고, 이유 없이 울적해져 버리고. 멋대로 품어버린 마음이 아파서, 네 이름을 소리 내 부르지도 못하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 잠 못 드는 밤도 지나왔어. 나는 그때마다 너를 먼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으면 하고 바랐던 거야. 왜냐하면, 가끔, 학교 복도에서라도 너를 스쳐 지나가면 그날은 마음이 요동쳐버려서 온 세상이 분홍색으로 보였거든. 너는 날 알지도 못할 텐데, 티라도 나면 네가 불편할까 싶어서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겨둔 마음이었는데. 아무리 숨기고 숨겨도, 꾹꾹 눌러 담아 자물쇠를 걸어두어도, 야금야금 자라나서는 내 하루의 맑음과 흐림을 네가 결정짓게 된 거야.
입학식 날에 널 처음 보았던 그 순간부터, 수많은 학생 중에서 오로지 너만이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서 날 괴롭혔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는 네 생각만 하게 만들었으니까. 내가 널 좋아하는구나, 하고 짝사랑이라는 호수에 빠져서는 헤어나올 생각도 하지 않게 된 거야. 처음 빠져버렸다고 느꼈을 때는, 처음이라서, 낯설어서, 버둥거리고 물장구라도 일으켰던 것 같은데. 내 마음을 저기 멀리 밀어내려고도 해봤는데, 아픈 만큼 예쁘고, 예쁜 만큼 슬프고, 슬픈 만큼 행복해지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는 그럴 수 없게 됐던 거야. 왠지 오늘 널 학교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이유 없는 예감에 들떠서 학교로 향했다가, 예감이 꼭 적중해버리기라도 하면 아무한테도 자랑할 수 없는데도 기뻐서. 네가 녹여버린 내 시간은 마냥 외롭고, 차갑고, 어둡지만은 않았다고, 네 덕분에 따뜻했다고.
내가 너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네가 눈시울이 붉힌 이유가 무언지는 어림짐작뿐이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네가 눈물짓는다면 달래주고 싶으니까. 널 바라보기 위해 뒤로 젖혔던 고개를 숙여서, 다시 네 품으로 돌아왔어. 네가 날 안아준 것만큼 포근하게, 따스하게 안아주려고 해보는 거야.
"앗."
네 품속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익숙한 소리에 쫑긋 반응해버리고 말았어. 몇 번이고 안내 방송을 했었고, 점심 방송도 했었으니까 낯익을 수밖에 없는 소리잖아. 네 품에서 톡 고개를 내밀어서는 방송부실에 걸려있는 벽시계 쳐다보는 거야.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점심은 어떡하지. 허둥지둥거리면,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못 하고 늦어버리겠어.
"현아, 나 옷, 아니, 아니, 그! 점심, 어떻게 할 거야?"
옷 갈아입으려면, 너랑 떨어져 있어야 하잖아. 네가 그러기 싫다고 했는데. 그러니까 옷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점심부터야. 네가 급식을 먹는다면 나도 그럴 테고, 매점을 하러 간다고 하면 나도 그럴래. 만약에 안 먹는다고 하면, 그건 조금 걱정되니까 간식을 잔뜩 쥐여줄래. 아직 홍삼 사탕이 없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소년은 네 사랑을 정말이지 꼭 똑같이 배웠다. 조금 많이 수줍고, 조금 많이 설익었지만, 그만큼 조금 많이 풋풋한... 처음이라서, 낲설어서, 그렇지만 아픈 만큼 예쁘고, 예쁜 만큼 슬프고, 슬픈 만큼 행복한 그 마음. 그것을 차츰차츰 베껴나가고 배워나가다가, 이제 그 당신이 멋대로 품어버린 마음이 당신에게 가져다준 쓰라린 고통에 다다르고 만 것이다. 그 축축하게 잠기는 발밑과, 새까맣게 흐려진 시야와, 암울한 햇살과, 가슴에 꽂힌 쓰라린 마음...
"네가 이렇게 아팠구나."
이현은 들릴락말락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분명 그것은 소년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고통이 소년에게 어떤 피해로 남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은 소년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게 했다. 당신이 혼자서 녹여낸 그 시간만큼, 당신과 더 많이 함께하고,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감정을 나누자고. 슬픈 만큼 행복해지는 것이 있으면, 그냥 행복하기에 행복한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마냥 춥지만은 않았던 너의 시간을, 더 따뜻하게 녹여주겠노라고. 소년은, 다시금 품에 안겨오는 당신을 꼬옥 마주안았다. 이 포옹에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그러다 알림처럼 들려오는 방송소리에, "옷?"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소년은 당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쫓아 바라보다가 아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언젠가 읽었던 동화책의 도입부에서 시계를 보면서 허둥지둥 달려가는 토끼가 생각나서 이현은 뜬금없이 쿡쿡 웃었다.
"점심... 응, 나 도시락 싸왔는데, 도아야."
하더니, 소년은 당신을 내려다보며, 붉은 기운이 조금은 가신 눈매를 곱게 휘며 방긋 웃는다.
"그런데 오늘은, 도시락 싸면서 네 것도 쌌어. 오늘은 평소보다 좀더 맛있는 것들로 싸왔는데, 같이 먹을래?"
오늘 하루도 고생많았어 (다리에 머리부비) 출퇴근 시간이 한시간 늦춰졌으면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도 1시간 늦춰보는건.. 농담이야! 도아주가 충분히 쉰다면 그걸로 좋아. 항상 하는 말이지만, 무리같은 거 하지 말고 답레는 써지는 대로 천천히 올려줘. 상판은 어디까지나 즐겁자고 오는 곳이니까, 너무 의무같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수면시간이 1시간 더 늘어난 거면 잘된 일이네 uu 도아주는 항상 수면이 부족해보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조금은 다행이야. 피로도는 다른게 없는거같다는 말은 조금 슬프지만....... 응, 가늘더라도 길게 가자. 천천히 느긋하게 써도 돼. 나는 도아주가 여기에 항상 편한 마음으로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 (도닥도닥)
내가 못 듣기를 바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들어버렸는걸. 모른 척하기에는, 네가 아파하고 있다는 말이라서. 그래서 네가 웃는 것을 보고는 물어본 거야. 네가 좋아, 네 웃음이 좋아. 네 슬픔마저도 안아줄 자신이 있지만, 되도록 네가 슬플 일 없길 바라니까. 나는 이제 안 아프니까, 너도 안 아팠으면 해. 네가 나를 생각했다던 예쁜 밤하늘이, 네가 직접 내게 꾸며준 밤하늘이 내 고개가 기울 때 같이 흔들리니까, 아플 수가 없잖아.
"응?"
도시락이라니, 생각도 안 하고 있었어. 오늘 바쁠 테니까, 너와 같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으니까, 그냥, 늘 먹던 간식으로 대충 때우려고 했어. 쪽잠을 잘 수 있다면, 응, 그것도 좋다고. 그야 나, 네가 대뜸 우리 반 부스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오늘 축제 동안 너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단 말이야. 오후에 축제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도 축제 전날이었던 어제서야 들었고, 그래서 네 무대 시간을 위해서 리허설도 다시 했었는데. 아마도 어제 너와 만나지 못했다면 난 조금 쉬다가 다시 돌아가서 축제 준비를 도왔을 거야. 오늘도 마지막 리허설 때문에 일찍 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같이 먹기 싫다거나, 편식하는 음식이 있을까 걱정하는 그런 게 아니야. 다만 고민하는 게 있다면, 네가 싸 왔는데, 내 것도 같이 싸 왔는데 남기고 싶지 않아.
"당연히 좋아!"
"도시락, 교실에 있는 거야?" 그럼 교실 가는 길에, 너도 무대에 오르려면 옷을 갈아입어야 할 테고, 나는 옷이랑 머리띠도 가져다줘야 하고 하니까 옷 갈아입어도 괜찮겠다. 하고 무심코 생각을 해버려. 네가 사복입은 것도 보고 싶단 말이야. 물론 지금이라도 핸드폰에다가 론이라고 검색한다면, 사복을 입은 네 사진이 엄청 많겠지만, 영상도 있겠지만. 론이 아니라 네가 보고 싶은걸.
이현이가 좋아하는 건 버섯 들어간 요리려나. 버섯이 주가 되는 것 말고 버섯이 곁들여진 것들? 팽이나 버섯이 들어간 된장국이라던가 양송이버섯이 들어간 볶음밥이라거나. 그리고 두부도 순두부 그냥두부 가리지 않고 좋아하고, 예전에 풀었듯이 집밥 느낌 나는 밥을 좋아해. 남매가 나란히 그런 집요리에는 서툴거든. 그리고 별도로 덧붙이자면 과일을 되게 좋아해.
가리는 것은 크게 없고, 고수 같은 호불호 갈리는 것들도 곧잘 먹어. 다만 요리에 감자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식감이 퍼석퍼석하다고 좀 싫어하는 편.. 감자가 탄수화물 대왕인 것도 있고.
도아주가 버섯을 편식해서.....버섯맛을 모르지만 도아는 편식 안 하는 편이니까 버섯 먹겠지 u.u! 이현이랑 도아랑 과일 먹는 거 보고 싶다. 사실 먹는 거 보다는 귤 까는게 보고 싶어..... 귤 껍질로 장난치는 거, 귀엽잖아.
백반! 하면 생각나는 메뉴들 잔뜩 해주고 싶다..... 도아가 해주겠지(?) 계란말이랑, 생선구이랑, 된장국이랑, 멸치볶음도 있고 콩나물 무친거랑.... 집에서 못 먹게 하니까 몰래 먹을 소세지까지 u.u 와중에 도아주가 두부도 편식해서 두부 요리가 뭐가 있는지..... 두부조림이랑 국류/찌개류에 들어가는 것 말고는 모르겠다 3.3
매운걸 싫어한다기보다는 못 먹어서 가리게 됐어. 먹으라면야 먹겠지만, 안 그래도 입 짧은게 배가 되는 걸 볼 수 있어. u.u
입맛이 정반대 정도가 아닐거야...... 부끄럽지만 편식이 심해서 u.u........... 그래도 두부는 찌개나 국에서 푹 익은 건 먹습니다 3.3 순두부찌개도 먹어 3.3.......... 버섯은 전혀 안 먹어서 어떻게 하면 될까 싶기는 했어. 지인들한테 버섯 맛을 물어봐야 하나 하고.......
그럼 다행이지만........... 도아는 아직 이현이 트레이닝은 생각치도 못하고 있으니까 베이컨 보면 마냥 좋아하겠다...... (소세지와 같은 이유)
그걸 메모하면 부끄러워 8.8
맞다, 오늘 그런 생각했어. 도아, 이현이가 론이라는 걸 모를 정도였으니 거의 연예계 문외한이었겠지. 근데 이현이를 만나서, YW 소속사 아티스트들 찾아보다가, 다른 연예인도 찾아보게 되고..... 그러다 유독 특정 아티스트를 더 자주 찾아보고, 막 이현이한테 만나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기까지 하면 이현이 반응이 어떨까 궁금해져서...... (더 찾아본 이유는 그 누군지 모를 분이 이현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고 해서였다고 u.u)
하고, 이현은 당신을 안은 채로 당신의 머리를 조심스레 쓸어보았다. ...부드럽다, 고 그는 무심코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자신이 무심코 이렇게 접촉해올 때마다 당신이 흠칫 움츠러들던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겁먹었던 게 아니라, 아팠던 거였구나.
"그냥, 그동안 네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까.. 조금 속상해서."
그는 당신을 끌어안은 어깨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네가 내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 네가 받아들여 준다면, 너는 내가 이렇게 닿아와도 움츠러들지 않게 될까.
"응, 도시락."
이현은 고개를 끄덕했다. 그리곤 "안 그러면 도아 너 또 사탕 같은 걸로 때울 거잖아." 하고, 품에 당신을 안은 채로 = ↀ ↀ = 하고 내려다본다. 그가 학교에 매일 나오는 건 아니었지만, 학교에 나올 때마다 당신이 거푸 뭔가 자잘한 군것질거리를 입에 물고 있다가 정작 식사는 부실하게 때워버리는 걸 많이 보았기에, 도시락을 쌀 때 당신의 몫까지 싸기로 결정한 것에는 그런 계산도 물론 있었으리라.
"교실에 있는 내 가방에 있어. 나도 이제 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고.. 그렇네, 옷 갈아입어야지."
그는 그제서야 자기 옷차림을 다시 한 번 돌아다보았다. 여전히 정장 바지에, 와이셔츠에, 조끼를 차려입고 가짜 모노클까지 조끼 포켓에 앙증맞게 쿡 꽂아놓은 채다. 머리띠만 겨우 벗어서 아직도 가짜 고양이꼬리가 달려 있고. 소년의 사복- 그는 오늘 어떤 옷을 입고 학교에 왔던 걸까?
아마 그 누군지 모를 분이 어떤 캐릭터인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지 않을까 +.+ 나이 지긋하신 분이거나 여자분이거나 하면 "(^ᗜ^*) 응- (그 사람과 몇 번 만난 적 있다는 이야기 혹은 오래 이야기나눠본 적은 없다는 이야기) 왜? 사인 받아다줄까?" 정도의 이야기가 되는데, 훤칠한 훈남이면 "(^ᗜ^ ) 응- 왜? 사인 받아다줄까?" 정도의 이야기가 돼. 뉘 앙 스 차 이
이현이라고 해서 독점욕이라는 게 없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자각없던 애가 자각해버리면....
어쩜 저렇게 귀여울까..........? u.u........? 답레로 심정지, 썰에 답해준 것울 보고는 다시 격하게 뛰는 심장........ AED가 필요없네 0v0.......... 도아는 얼른 축제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어 u.u
(^ᗜ^*) (^ᗜ^ ) 이모티콘도 달라 8.8 어쩜 8.8 도아는 정말 순수하게, 연예인 싸인을 받아다줄 수 있는 이현이가 새삼 대단하고 신기해서 "진짜 받아다줄 수 있어?" 하고 되물어볼 거 같은데....... 첫번째 경우라면 몰라, 두번째 경우라면 u.u....... 이현이한테 독점욕 없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어..... 머리띠 때 확실히 느꼈어. u.u 비교적으로 도아가 독점욕이 없구나 싶었고...... 도아는 이현이가 마음을 주면, 그 마음을 꼭 믿고서 '그래봤자 현이 옆에는 내가 있을거야!' 라는 질투랑, 삐져있는 정도일 거 같거든 u.u........
이모티콘의 뉘앙스 차이는 실제 중점해서 표현한 부분인데 역시나 눈치채주는구나 ^.^ 두번째 경우면 받아다는 주는데.. 사인 건네주고 나서부터 갑자기 된통 삐지거나, 난데없는 애교가 늘거나 한다.. ^.^ 그런 상황이 돼봐야 알겠는걸^.^!! 답레는 천천히, 천천히 줘8u8!
네가 아프지 않길 바라서 하는 하얀 거짓말 같은 게 아니야. 네가 곱게 꾸며준 머리가 아니었더라면 헝클어져도 좋으니까, 쓰다듬어달라고 졸랐을지도 몰라. 네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게 정말 좋아. 이제는 마음껏 좋아해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더 그래. 네가 닿는 걸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기뻐. 네 손길이 쓸어 지나갈 때, 네가 톡 건드려서 웃음꽃이 피어.
내 어깨를 끌어안고 있는 힘이 조금 더해지면, 너를 잠깐 가만히 바라보았어. 눈이 깜빡일 때, 눈이 감기면서 네가 사라졌다가, 다시 뜨면 네가 나타나. "응, 많이 아팠어." 이미 네 앞에서 울어버린 적도 있으니까, 안 아팠다거나 그래도 괜찮았다거나 하는 말은 할 수 없어. 그렇지만 내가 아팠어도 계속 네 옆에 있었던 이유가 있어, 현아.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나는 너한테 사랑받고 싶어.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선전포고했을 정도로, 너한테 많이 사랑받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면 돼!"
내 마음을, 욕심을 그 어떤 포장지도 없이 네게 꺼내 보였어.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구슬에 비춰준 거야. 구슬이 온전히 말간 붉은 빛으로 물들었을 것만 같아. 나도 꼭 그런 색으로 뺨을 붉히고 말았는지, 조금 뺨이 따뜻하니까.
"... 과자 같은 거도 있는데."
"바쁘고 졸려거 그런 건데." 목소리가 점점 줄어든 건, 네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네 눈빛에 졌기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었단 말이야, 하고 조그맣게 볼멘소리를 내는 거야. 네가 꼭 안고 있으니까, 이번에도 네게서 도망갈 수 있는 곳은 한 곳뿐이야. 억울해, 네 품에 꼭 숨어버려.
"아, 그럼 나 옷만 챙길게!"
네 품에 숨어있다가 톡 튀어나온 이유는 조금 전에 동전을 찾으려 뒤적거렸던 옷가지 때문에. 옷가지를 챙기고, 너와 날 꾸미다가 꺼낸 물건들도 가방 속에 정리하다가 눈에 밟히는 것 하나. 언제나 늘 챙기고 다니는 간식들이었어. 너랑 점심을 먹고 난 후에, 오후에 리허설할 때나 축제 진행 중일 때 하나 정도는 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사탕에 시선이 사로잡혀서는, 몰래 챙길까 말까 고민해버리고 말아.
재주는 토끼가 넘고 보상은 다른 이가 받아챙기는 불합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그에게 조금씩 심어준 것은 그냥 사랑하는 법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는 법이었으니까. 그만큼 많이 사랑해주면 돼, 하고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꺼내어보였을 때, 그는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서서히, 조금씩, 수선화처럼, 옅고도 그윽한 웃음꽃이 핀다.
"이제야."
분명 노란색인 소년의 눈동자이건만, 눈웃음을 짓느라 가늘어진 눈매 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동자에 마치 유리구슬처럼 당신이 말갛게 비친다.
"나를 받아주는구나."
하고, 이현은 고개를 숙여서는 약속의 엄지 도장을 찍듯이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쪽, 하고 키스를 얹어놓았다.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너는 저 위를 올려다보고만 있었는데, 마침내는 그 별 아래에 내려와있는 나를 봐주는구나. 어린 왕자만큼 서투르고 장미꽃만큼 어설프지만, 사막여우만큼 네 옆에 있고 싶어하는 나를.
"도아도 잠이 모자란 걸까..." 그의 손이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도닥이듯이 쓸고 지나간다. 수박 겉핥기같은 손길이라서 감질날지도 모르지만, 축제가 끝나고 나면 아쉬웠던 만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당신의 애인이니까, 당신에게 그 정도는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당신이 방금 자신을 더 사랑해주면 된다고 말했듯이. 그것과는 별개로, 그는 잠이 모자란 당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생각해보고 있는 모양이다.
당신이 품에서 톡 튀어나올 때는 그는 당신을 쉬이 놓아주었다. 아직 여름이고, 시간은 많기에. "응, 그러면 챙길 거 챙기고 교실로 돌아가자..." 바깥에 한가득 나와 있었던 헤어 용품들은 어느샌가 어딘가로 가버리고 없다. 당신의 가방 속으로 돌아가버린 걸까? 그는 당신의 하는 양을 보다가, 짐짓 시계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시간을 셈해보는 마냥 한눈을 팔았다.
이제야, 라니. 지금보다 전에서부터 날 좋아하고 있었다고, 꼭 그렇게 말하는 거 같잖아. 그래서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 곧 네가 입 맞추어서 눈이 꾹 감기고 말아. 나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을까,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1초, 아니 그보다 짧을지도 몰라. 내가 어떻게 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할 수 있겠어. 나도 알고 있단 말이야. 네가 아무리 조심스레, 살짝 닿아와도 난 걸핏하면 빨개지고 마는 거. 어떡하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네가 나한테 마음을 주고 있었는데 안 받아줬던 거잖아. 내가 너한테 사랑을 알려줬다면, 짝사랑을 알려주고 말았나 봐. 그러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늦었나 봐.
"미안. 오래 기다렸지."
"많이 힘들었어?" 망설임 끝에 나온 물음이야. 내가 물어봐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목소리를 내기 직전까지 그림자처럼 쫓아다녀서. 그게 얼마나 아플지는 잘 아니까, 널 아프게 한 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였으니까. 그래서 그랬구나. '네가 나랑 같이 있어서 안 아프면, 나도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야.'하고 말한 이유를 이제 이해한 거야.
"조금 그래, 조금." 네가 걱정을 할까 봐서, 네게 어리광부린 것 같아서, 말꼬리를 붙이듯이 조금 다급히 답했어. 많이 그랬으면 사탕을 먹고 있어도 꾸벅꾸벅 졸다가 잠들어버렸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사탕은 정말 하나만 챙길게. 하지만 몰래 챙기지는 않을래.
"현아, 이거."
가방에서 꺼내진 사탕은 두 개야. 하나만 먹을 거니까, 남은 하나는 네 거. 옷가지를 챙겨서 네 옆에 가자마자 사탕을 내밀었어. 딸기 크림 맛이야. 맛을 보고서 네게 골라준 건 아냐. 지금 먹으라는 의미도 아니고, 먹어도 상관없겠지만. 그저 사탕 포장지 색이 분홍색이라서 그래. 그래서 나는 오늘 레몬 맛 먹을 거야. 그럼, "이제 가자!" 이따 먹을 사탕도 챙겼으니까, 먼저 방송부실을 나가서는 네가 나오길 기다려.
어제 올리고 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x.x....... 점심시간(어쩌다보니 늦어져서 이제야 점심을 먹었거든 3.3)에 잠깐 들렸다가 없어서 놀랐다..... 기다렸으면 미안해 8.8 그리고 오늘내일은 와서 이현주의 답레를 받아도 답레를 못 줄 것 같아. 일요일에 오지 않을까 싶어. 강행군 일정이 잡혀서 일요일에도 갱신만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8.8
그렇구나.. 8.8 기다리는 건 항상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보다 강행군 어떡해.. 별탈없이 무난히 빨리 끝나길 빌게. 도아주가 적게 일하고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적게 일하게 해달라는 건 전혀 안 이뤄졌네 8.8 천천히 느긋하게 답레 써두고 있을 테니, 천천히 마치고 여유로울 때 와줘.
소년은 눈을 감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많이 힘들었어? 하는 질문에, 이현은 눈을 감은 채로 조용히... 마치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당신에게 대답했다.
"힘들었어... 넌 나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아니... 나에 대한 모든 것을, 버거워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 버겁다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 나는 너에게 고양이나, 조그만 꽃 같은 것이고 싶었는데, 너에게 나는 너를 짓누르려는 소행성 B612인 것만 같아서. 의자를 조금만 당기면 언제든지 노을을 볼 수 있는 작은 별이지만, 그래도 그건 충분히 무겁고 크잖아. 그래서 내가 너한테 느끼는 이 마음을 말해버리면, 네가 그게 무서워서 도망가버릴 줄 알았어. 괴롭고 무섭고 버겁다면, 이건 사랑이 아닌 거니까. 그래서, 그럴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도 마침내, 그 조그만 별 위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봐주는구나. 너를 생각하면서 피웠어."
네가 이름붙여줘. 하고, 가락을 붙여서 흥얼거리듯이. 당신은 그 별에 깔리는 게 아니라 그 별 위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을까. 너무도 조그만 이상한 나라였다.
"그렇지만 도아도 항상 나만큼이나 바빠보이던걸."
하고 그는 조금 의기소침하게 입술을 삐죽였다. ( ´・3・`) 같은 모양이 됐다. 그가 그런 말을 꺼낼 만도 하다. 오늘처럼 그와 함께 원없이 보내는 날도 있었지만, 어떤 날은 모처럼 그가 학교에 왔는데 당신이 학업이나 방송부 일로 바빠 그와 별로 시간을 오래 보내지 못하는 날들도 많았으니까. 섭섭한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보다 당신이 충분한 여유를 갖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마음이 더 컸다.
"아, 고마워..." 그러다 당신이 사탕을 내밀자, 소년은 눈을 깜박이며 사탕을 받았다. 그리고 포장지를 내려다보다가, 헤헤 하고 웃었다. "네 색깔이네." 하고, 그는 그것을 조심스레 쥐어서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당신을 따라 복도로 나왔다. 그리고 손을 내밀며 다시 웃는다.
다 알고서 네가 건넨 계약에 고개를 끄덕여버린 건 나야. 내가 조금만 더 서툴고, 조금만 더 용감하고, 조금만 더 대담했더라면 네가 날 기다릴 일도, 힘든 일도 없었을까.
"...내 마음이 너한테 닿고 있는지 몰랐거든."
그래서 무섭고, 버겁고, 괴로웠어. 너처럼 반짝반짝한 아이한테 너무 꿈같은 이야기를 해버린 건 아닐까. 네게 마음을 주면, 그건 네게 볼품없는 것이 아닐까. 겁도 없이 다가갔다가 눈이 멀어버리면 그때는 어떡해야 할까. 그렇지만 하나, 네가 잘못 짐작한 게 있어. 나 아무리 아파도, 내가 망가져도 너에게 날 놓지 말아 달라고 했는걸. 네가 그 마음을 말해준다고 내가 도망갈 일은 없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여버렸던 그때부터 줄곧, 계속 네 그 마음을 기다리고 있었는걸. "그래도 이제는 알아."
"사랑이라고 부를래."
네가 날 생각하면서 피운 그 꽃을, 그 감정을 나는 감히 사랑이라고 부를래.
"난 학교에서만 바쁘니까, 조금이지...!"
넌 정말 바빠서, 학교에 못 오는 날도 있으면서. 네가 입술을 삐죽이는 것을 보고는 따라 했어. 나도 똑같은데. 네가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면, 내일은 올까, 모레는 올까. 바쁘고 힘들 텐데 연락해도 되는 걸까, 잘못해서 안 그래도 피곤할 텐데 쉬라고는 못 하고, 보고 싶다고 칭얼대버리기만 하면 어떡해. 네가 오더라도 내가 바쁘면 얼마나 억울한데. 겨우 만났는데, 만난 것 같지도 않게 되고. 우리 사이에는 견우와 직녀 사이에 다리를 놓아줬던 까마귀도 까치도 없잖아.
"나는 네 색이야." 챙겨두었던 레몬 맛 사탕을 살짝 보여주고는, 방송부실을 잠그고. 그리고는 네가 내민 손을 꼭 잡아. 교실을 향해서 발을 내밀면,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교실이 멀어졌으면 하고 바라보는 거야.
늦어서 미안해 8.8 월요일에는 올리겠다고 생각했는데, 화요일이 되어버렸네 8.8... 일요일에 갱신하러 오지도 못 했고 8.8...... 강행군 덕분에 연차 2일이 생길 것 같긴한데, 강행군 안 하고 그냥 쉬고 싶었어...... 3.3 이현주는 잘 지냈는지 모르겠다. 별일없이 무탈했으면 좋겠어.
일단 당장 저녁에 답레를 주겠다고 해놓고 날을 넘겨서 미안해. 수요일 저녁에는 답레를 줄 수 있도록 할게. 그리고... 그리고... 이 레스를 볼 때 시간이 난다면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 저기, 이 시점에서 "그게" 나와버려도 괜찮을까? 아니면, 조금 미룰까?
사랑에는 제각각 적기가 있다. 커플의 궁합마다 다르지만, 똑똑하고 능숙한 겁쟁이가 되어 조심조심하고 주저주저하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당신과 그의 사이에 그만한 시간이 들어가야만 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똑똑한 겁쟁이인 당신이 어떤 경계선 언저리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을 본 이 소년-용감한 바보가,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당신에게 먼저 자신의 가슴을 열어보였을 뿐이지만.
이번 고백게임의 승자는, 당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닿고 있었어. ...내가 그게 무엇인지 몰랐을 뿐이야."
이현은 당신의 손을 조심스레 쥐어서는, 자신의 가슴팍에 올려두어 보려 했다. 대흉근과 늑골이 가로막고 있음에도, 희미하지만 선명하게- 당신의 손끝에 와닿는, 파닥거리는 파동이 있을 것이다. 그가 당신의 손을 쥐어 자신에게 올려놓을 때면 늘 그랬듯이. 소년은 눈을 가만히 감았다. 이걸 사랑이라고 하는 거구나,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내 마음속에 간질간질하게 한아름 피어오른 이게, 사랑이었어.
그러다 눈을 뜨고는, 자신이 꺼낸 불평에 당신이 타박을 하며 자신의 표정을 따라하자 이현은 입을 삐죽대다 말고 킥킥거리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당신의 머리를 묶은 머리끈을 한번 손으로 매만져본다. 금빛의, 얄밉게 웃는 고양이 얼굴 모양의 금속 장식이 달려 있는 머리끈이다.
방송실 밖에 나온 소년은, 당신의 손을 꼭 마주쥐며 당신에게 질문을 건넸다.
"도아야, 그러면 오늘 축제 끝나고 나면 시간 있어?"
시간이 더디 갔으면 하는 당신의 마음이 야속하게도,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주변의 풍경은 점점 밝고 평범한 것이 되어가고 하나둘씩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소년과, 소년의 손을 잡고 있는 당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고 있는 것처럼. 시간의 흐름에서 당신과 그만이 떨어져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짤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답레는 도아주가 줄 수 있을 때/주고 싶을 때 느긋하게 주면 돼. 난 기다리는 데에는 익숙하거든.. 이쪽도 저쪽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아 이번 답레가 조금 불만인 부분도 있었는데, 도아주가 그렇게 앓아주면 조금은 안심하게 되네. 음 그러면 축제 끝나고 나서 그 부탁부터 들어봐야겠다 v.v (만일 이현이랑 겹친 거라면... 이현이가 또 목줄을 끊을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청혼인가?(?(?))
도아주가 원래 짤방 같은 걸 저장하는 사람이 아닌데....... 찾아다니고 저장하는 사람이 되었어 0v0....... 도아야 아직 연차가 얼마나 귀중한건지 와닿지 않겠지만, 도아주한테는 뼈저리게 와닿기 때문에 이현이가 너무 귀여운 거 있지 8.8 도아 시간은 이현이 거지, 응. 도아 부탁이 이현이랑 겹쳤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어 u.u 다음은 청혼이구나! (?)
축제날이라서 연차 쓴 거냐고 물어보면 더 귀여운 대답이 나옵니다 음, 그럼 부탁부터 천천히 들어볼까 u.u...!
한편,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이 진행됐으면 공연할 때 관중석의 여자애들에 포커스가 맞춰진 서술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현주도 예상 못하게 방송부실에서 플라토닉적 진도(?)를 쫙 빼버렸(?)으므로 서술의 포커스가 이현이에게 맞춰질 것 같아.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여자애들 보고 조금 새콤해졌다가 진행자 쪽으로 애교윙크를 날리는 이현이를 보고 곤란할 정도로 달콤해져버려라(흉계)
네게 내 마음이 닿고 있었다는 걸, 닿고 있다는 걸. 현아, 그거 알아? 이렇게 맞닿아있으면, 서로 심장 박동이 닮아간대. 더 빠른 쪽은 천천히 느려지고, 더 느린 쪽은 점점 빨라져서, 그 중간에서 같이 나란히 뛰게 된대. 근거가 있는 말인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말인지 아닌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진짜라고 생각하려고 해. 너랑 나랑 증명한 거 같아.
웃음이 옮는다는 건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알아. 내가 네 표정을 따라 했을 때, 네가 웃어버리면 나도 웃어버리고 말았으니까. 난 분명 계속 삐진 척, 서운한 척하면서 입술을 삐죽이려고 했는데, 네가 웃는 걸 보면 그게 어려워져서. 그리고 네가 손을 뻗어오면, 난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줄로만 알고 있었어. 근데 그 뒤에 있는, 아마도 넌 네가 묶어준 머리카락에 있는 머리끈 장식을 만지작거린 건가 봐. 있지, 어제였다면, 아니, 오늘 오전이었더라면 이런 말은 할 생각도 못 했을 거야. "나, 머리 쓰다듬어도 괜찮아." 조금 수줍게 말했다가, 다시 한번 말을 고쳐. 네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해도, 내 욕심을 드러내는 게 아직은 부끄러워서 뺨이 달아오르는 것 같아. "—–쓰다듬어주면 좋겠어!"
"축제 끝나고 나서면..."
축제를 준비할 때도 학생회와 방송부는 빠지지 않았지만, 축제가 끝나고 마무리할 때도 그래. 하지만 나는 준비할 때도 열심히 했으니까, 이따 축제 때 진행도 내가 돕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그냥 집에 가도 괜찮다고, 내가 말하기도 전에 허락을 받았는걸. 일부러 바로 답을 하지 않고 말을 흐린 건, 괜히 조금 장난을 치고 싶어서 그랬나 봐. 나 원래 장난치는 거 좋아하는데, 네가 그런 걸 싫어할까 봐, 그래서 네가 나를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미움받게 될까 봐 그러지 못했던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치는 작은 장난은 봐줬으면 좋겠어.
"시간 엄청 많고, 다 네 거야."
헤헤 웃는 너에게, 대답하며 장난기를 머금은 눈웃음을 지었어. 그리고 연차 썼다는 네 말에 고개를 조금 갸웃거려. 연차가, 회사에서 쓰는 휴가잖아. "오늘 축제 오려고 쓰고 온 거야?"
퇴근시간 가까워져서 후다닥 올리고 갈게 u.u! 이현이의 귀여운 대답이 궁금해서, 도아를 시켜서 물어볼 수 밖에 없었어 x.x
도아 쪽도 축제 진행하면서 옆에 계속 서있을 남학생에 대해서는 묘사가 나올 일이 없을 것 같아. 굳이 묘사가 나오면 철벽치는 도아한테 밀려나는 묘사 정도 아닐까 u.u 진행하고 학생들이 무대에서 공연하거나 하는 시간 동안 틈타서 도아 머리 보고 예쁘다고 한다거나... 무심코 머리에 장식 만져보려고 했다가 도아 손길에 차단당하는 그런 묘사 u.u
머리를 묶은 머리끈을 잠깐 만지작대던 이현은, 당신이 건넨 말에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뺨에 한가득 발갛고 따뜻한 꽃을 피우며 당신이 용감하게 건넨 말에, 소년의 표정이 변한다. 웃음이긴 한데, 그것은, 소년의 얼굴에 걸려 있던 킥킥대는 웃음이 아니라 명백히 다른 웃음이다. 그래, 조금 쑥쓰러워서, 티내기 싫어서 참아보려곤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아, 안돼. 히죽히죽 웃어버리게 되잖아. 지금 거울 보면 표정 이상할 것 같아. 평소라면 먼저 좋다고 쓰다듬었을 텐데, 뒤늦게야 이 좋아하는 마음의 방향성을 알아버린 탓일까.
입꼬리의 고삐를 잡아보려는 소년의 뺨에 당신의 것과 같은 꽃이 피는데, 그래도 그 손은 당신의 부탁을 외면하지 않고, 머리끈 장신에서 당신의 머리로 올라앉아서는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삭삭.. 머릿결 사이로 손가락 끝을 조심스레 집어넣고는 쓰다듬어준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는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까 그랬던 것처럼 당신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톡 기대곤 부드럽게 비빈다. 퍽 따뜻하다. 조금, 마치, 한가득 친해져서는 다리에 자기 이마를 쿡 들이받고는 살갑게 부벼오는 고양이 같다. 다만 이 고양이는 당신과 키가 비슷하다 보니, 이마를 부벼오는 곳이 다리가 아니라 당신의 이마일 뿐이다.
당신이 가만히 뜸을 들이자, 이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바라본다. 얼핏 보면 흡사 문 여닫는 소리에 집사 돌아온 줄 알고 도도독 달려와서는 현관에 오도카니 서서 집사를 맞이해주는 고양이 같은데, 그런데 그 눈에는 조금 초조해하는 것 같은 기색이 숨겨져 있다. 마치 당신이 장난치는 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처럼. 정말로 순진하게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인지. 그렇게 눈을 깜빡이다가, 당신이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얼굴에 활짝 미소를 짓는다. 미소지은 채로, 그는 당신이 덧붙인 질문에 대답했다.
"응, 축제날이니까... 축제날이면, 너는 방송부니까, 너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랑 같이 있을 수 있겠다.. 하고 웃는 소년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 어느덧 고개를 들어보면, 익숙한 반 명패가 보인다. 당신과 소년의 반이다. 메이드 카페가 열렸던 흔적을 차곡차곡 치우느라 부산하다. 다들 자기 일에 너무 바빠서 그런가, 당신과 그가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은커녕 당신과 그가 거기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다.
"일주일 전에 갑자기 연차를 쓰겠다고 해서, 매니저 형이 당황하더라구. 그래도 어떻게든 됐어."
네가 눈을 깜빡이는 것만 보고는, 싫은 부탁을 해버린 걸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가 먼저 쓰다듬어주려고 했을 때는 움츠렸었는데, 지금은 먼저 해달라고 한 게 불편할 수도 있을까. 그래도 이런 생각은 길게 하지 않았어. 네가 웃는 것도 보았고, 네 뺨이 물드는 것도 보았으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은 사랑스럽다는 말, 나는 내가 사랑스럽다고 그런 뻔뻔한 생각은 못 하니까 몰랐어. 근데 너를 보니까 알 것 같아. 안 그래도 너는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는데, 그런 네가 더 사랑스러워졌어. 웃음을 참으려는 것도, 네 손길도 정말 많이 좋아.
네가 쓰다듬어주는 손길만으로도 마음이 간질거려서 입꼬리 위로 웃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는데, 이마까지 톡 닿아오면 소리까지 내버리고 말아. 태엽을 오래 감은 오르골처럼, 오래 감으면 감을수록 길게 노래하는 그런 오르골처럼, 참으려던 만큼 웃어버린 것 같아. 꽃잎 위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처럼 조그맣게 웃던 소리가 사그라지면, 네 코끝에 쪽 하고. 웃으면서 나던 그 소리보다 살짝 더 작은 소리가 남았어. 나도 모르게, 감정에 휩쓸려서 해버린 행동이라서, 나도 내가 입 맞췄으면서 놀라버렸어. 그래서 금방 새빨갛게 열이 오르고 말아. 나도 이렇게 놀라버렸는데, 너도 놀라버리지 않았을까.
"그, 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래서 아니, ... 그, 괜찮아?"
네가 사랑스럽다는 말이 거짓이라서 말을 바꾼 것이 아니야. 내가 해버렸으면서, 네 탓이라고 돌리는 것 같아서 그랬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르지 못해서 너와 눈을 맞추지 못하다가, 겨우겨우, 너와 눈을 맞추고 물어보는 거야.
"아."
나, 너무 행복해서 어떡하지. 기뻐서 나는 눈물이 뭔지 알 것 같아. 갑자기 비켜 들어온 햇살이 너무 눈 부셔서, 그래서 눈이 시려서 나는 거라고 둘러대야 할까? 그렇지만 나 아직 울기 이르니까, 울지 않을 거야. 무언가 찰랑거리던 것을, 한 방울 톡 떨어지면 넘쳐서 떨어질 뻔한 것을 애써 잠재웠어.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조금만, 조금만 더 미뤄두자.
"응, 고마워. 엄청, 엄청 많이 기쁘다."
미룬 말을 빼고 나서는, 기쁘다는 말 말고, 좀 더, 좀 더 이 마음을 내게 온전히 알려줄 수 있는 말을 생각해봐도 모르겠어. 국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닌데, 국어 성적만 유달리 나쁜 것도 아닌데. 감정이 너무 벅차 올라와서 생각할 수가 없게 됐나 봐. "정말 많이 기뻐." 똑같은 말만, 기쁘다는 말만 반복하게 되는 거야.
"매니저 오빠분한테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다, 현이 연차 쓰게 해줘서 고맙다고."
어느새 도착해버린 교실 안을 슬쩍 보면, 카페였던 곳이 다시 천천히 교실로 돌아가고 있어. "바빠 보이는데 옷부터 갈아입고 올까?" 네가 오늘 오지 않았더라면,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토끼 머리띠를 쓰는 일도 없었을 거고, 여태까지 이 옷을 입고 있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난 저 교실 안에서 뒷정리를 돕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벌써 강당으로 올라가서 리허설 준비를 돕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야. 작년이랑 엇비슷한 학교 축제로만 남았을 뻔했는데, 네가 와줘서, 내 축제도, 오늘 하루도 특별해진 거야.
도아는 이현이 매니저를, 매니저님 or 매니저 오빠 둘 중에 어느쪽으로 불러야할지 고민했어. 왠지 격식을 차려야할 것도 같은데, 이현이가 형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니까 자기도 거리를 너무 많이 두면 안 되나 싶었거든. 그래서 타협점인 매니저 오빠분이라는 호칭이 나왔어 u.u!
라는 티엠아이가 있었는데........ 티엠아이 풀 때가 아닌 것 같아 0v0....... 관 짜러 가야겠다 u.u
그러고보니 이현이랑 도아 작년 이맘때 만난 거 같아. 자유상황극 스레에서 주고 받은 일상 정리한 에버노트가 작년 6월 14일에 만들어졌더라구 u.u.... 근 1년동안 재밌게 놀아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말 하려고 했는데..... 조금 낯간지럽고 부끄럽다 3.3
그치. 에버노트에서 실수로 일상 정리한 노트를 삭제해서, 깜짝 놀라서 복구시키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시간이 그렇게 됐더라 u.u! 응, 이현이랑 도아 이야기 앞으로도 열심히 이어보자.
답레, 느긋하게 주어도 괜찮아. 조바심 내지 말아, 오늘 잠들기 전까지 같이 있을게. 다만 요즘 잠이 늘어서...... 건강 좀 챙길까 하고 밀가루도 끊고, 액상과당이나 정크푸드도 줄이는 중인데 왠지 잠이 늘었어 3.3 그래서 답레 받게되면, 답레는 못 주더라도... 같이 이야기하다 갈게. 고양이...... 도아도 토끼 되버려라 0v0 (?)
가장 끄트머리에 달려있던, 아직도 피지 않고 있던 마지막 봉오리 하나가 톡 터지며 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넘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톡, 하고 당신이 그의 코에 떨어뜨린 그 조그만 입맞춤은, 넘칠락말락 고여 있던 소년의 마음에 떨어졌다. 당신의 얼굴 빨개진 당황이 섞인 물음에, 그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 애틋한 눈길에 담긴 건, 아무리 봐도 당혹이나 당황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상냥하게 당신의 뒤통수를 쥐더니, 당신의 코끝에 한번 입맞추고는... 당신의 입술 위에 톡, 하고 한번 더 입맞춤을 남겼다.
문제는, 그의 입맞춤이 그것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당신의 뺨에 몇 번인가의 입맞춤을 더 남겨버리고 나서야, 그는 당신에게 이만치 질질 끌려와버린 마음을 추스르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대답은,"
그는 손을 들어 조심스레 당신의 뺨을 감싸쥐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평소의 개냥이같은 모습과는 다르게, 야살스럽고 짓궂은 눈웃음이었다.
"우리 둘만 있을 때 더 해줄게."
"응, 옷만 갈아입고 오기야."
하고 이현은 자신의 자리에 놓여있는 크로스백을 집어들며, 평소처럼 웃었다. 당신이 또 도움을 청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끌려갈까 봐 덧붙이는 말이었다.
"오늘은 정말 연차 쓰기를 잘한 것 같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말투지만, 평소와 똑같은 미소지만, 그런데도 당신은 무언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웃는 모습을 그럴듯하게 흉내내는 것만 같던, 만화로 그려놓은 것만 같던 소년의 미소가, 오늘은 햇살이 예뻐서일까 기분이 좋아서일까, 선명한 색색깔로 물들어서- 행복의 색채, 라고 단언한 수 있는 색깔로 물들어 있는 것을. 당신이 물들였다. 아주 예쁘게 물이 들었다. 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이곤 가방을 어깨에 걸면서 질문했다.
그러게. 뭐야 내 휴일 어디갔어 돌려조요3.3... 도아주도 즐거운 주말을 지냈었다면 좋겠네. 난 오늘 하루종일 외출에 외출이라 정신없이 밖으로 돌았어... 집콕맨이 집밖에 너무 오래 있었더니 집밖염에 걸린 것 같아(그런병없음) 답레는 느긋하게 줘도 좋으니 서두르거나 하지 마!
도아주도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방금 들어왔어 x.x 놀러 나간거였으면 좋았을텐데 그게 아니라... 정말 기진맥진인데, 집 근처에 길냥이가 있거든. 늘 마주치면 애교부려주는 아이인데, 오늘 정말 >>662의 사진처럼 다리 사이를 맴돌면서 머무르길래 생각나서 왔어. 원래 답레가 완성되면 와버릇해서 이현주가 답레라고 생각하고서 올까봐 괜히 기대시키는 걸까 싶었는데 그래도 생각나서..... 3.3 이현주도 피곤할텐데 푹 쉬어. 곧 아예 하루가 끝나버리기고 하고... 답레는 서둘러서라도 잘 쓸 수 있다면 그랬을텐데 그렇지 못 해서 그러고 싶어도 못 그러니 걱정말아 3.3
그럼 다행이다 3.3..... 뭔가 귀여운 이야기라도 해주고 싶은데 생각나는게 마뜩찮아 3.3 생각나는 거라고는 이현이가 부탁의 반을 먼저 해버렸다는 것 정도 u.u......? 답레쓸 때 생각났던 건... 고양이랑 토끼의 그루밍 이야기 0v0 토끼는 그루밍 받는 쪽을 좋아하고, 고양이는 해주는 쪽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도아가 쓰다듬어달라고 말하는 거 보고 생각났어. u.u...
진짜 놀라운 점은 사진 속 고양이랑 그 고양이랑 닮았어 0v0 무늬랑 색깔도 그렇고.
누워서 폰으로 하고 있으니 충분히 푹 쉬고 있어 u.u! 내일이 토요일이면 좋겠지만 x.x
머리 뒤쪽에 네 손이 닿았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내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네가 내 코끝에 입 맞춰버렸어. 그래서 다행이다, 네가 놀라지 않았구나. 그렇게 긴장이 풀려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배시시 웃음이 나서 입꼬리가 올라갈 줄 알았는데. 네가 다시 한번 입 맞춰버린 거야. 같은 곳에 다시 한번이 아니라, 그보다 살짝 아래, 그러니까, 입술에다가. 안 그래도 난 너랑 있으면 머릿속이 붕 뜬 거 같은데, 바르게 생각하려고 해도 그게 어려운데, 이렇게 계속 입 맞춰버리면 나는, 잠깐만, 현아. 잠깐만. 말하는 데 몇 초가 걸릴까 싶은 말도 네게 전하지 못해. 아니, 네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또다시, 몇 번이나 뺨에 입 맞춰서 그럴지도 몰라. 축제가 끝날 때까지 미뤄두었던 부탁, 말하지도 않았는데 네가 이미 반을 들어주고 말았어.
"너무해."
진짜 너무해, 너. 아무것도 못 하게 해놓고, 이만큼이나 부끄럽게 해놓고, 얼굴을 가릴 수도 없게 뺨을 붙잡고 있으면 어떡해. 내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네 손이 델까 겁날 정도로 부끄러워. 이렇게 닿아있으면 내가 떨리는 것도 다 느껴지잖아.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좋다고 하지도, 싫다고는 더 못 할 걸 알잖아. 그래서 네 짓궂은 눈웃음을 마주 보면서 그렇게 말한 거야. 그리고, 알잖아. 나 당하기만 하지 않아. 네가 해준 것만큼 몇 번이고 입 맞추기에는 많이 떨려서, 네 입술 위에 꾹. 닿자마자 쪽 소리를 내고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그러기에는 나도 네가 새빨갛게, 고장 나도록 만들어보고 싶단 말이야. 그래서 정말 스탬프를 찍는 것처럼 아주 살짝 더 입술이 닿아있던 거야.
"...세수도 하고 올 거야."
얼굴이 이렇게 빨개서는 할 수밖에 없잖아. 응, 세수는 안 해도 될지 몰라. 네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지는 알고 있지만, 네가 짓궂어서 괜히 그렇게 대답을 한 거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태연한 척 굴어보려고 해도 그게 쉽지가 않아서, 갈아입으려고 품에 챙기고 있던 옷가지만 꾹 끌어안았어. 그러다가 네가 하는 말과 함께 짓고 있는 미소를 보면, "그럼 다음에도 연차 쓰고 나 보러 올 거야?" 네가 나 보려고 연차 쓴 거라고 했는데, 쓰기를 잘했다고 하면 그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잖아. 다음에도 네가 연차를 쓰고서 날 보러 와주지는 않을까 하는, 민들레 씨앗이 톡 날아와 앉더니 순식간에 꽃 피워버린 기대를.
"—옥상!"
어차피 무대에 올라가고 나면 다들 네가 오늘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 알게 될 테지만, 교실에서 기다리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오늘 네가 얼마나 예쁜지 조금 더 일찍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잖아. 나만 알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이미 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금부터 잠깐은 내가 혼자 독차지해도 되잖아. 그러니까 옥상에서 기다려주면, "옷 빨리 갈아입고서 갈게."
>>685 8.8 8.8 8.8 나 분명 여기에 다음 일상은 그렇지 않을까, 이현이한테도 분홍색 남방 입힐 거냐던가 하고 글을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도아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는 체리콕이고, 도아는 체리꼭지로 매듭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한 것 같은데 8.8.......... 기다리다 잠들었으면 어떡하지 8.8.......... 우선은 답레랑 같이 왔어 8.8.....
좋은 저녁이야 도아주. 오늘 너무 덥다... 평생 동안 오늘처럼 입맛 없는 날이 없었어. (식사량이 반토막이 나긴 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먹으니 편하고 좋다는 느낌) 도아주는 좀 무사히 지냈어? 귀갓길에 지하철같은 교통수단을 사용하니까 좀 나으려나... 에어컨이 나올 테니까.
수요일이 더 덥다던데 8.8 응, 좋은 저녁이야. 지하철 냉방을 비롯해 회사 냉방도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이 날씨에도 기모가 들어간 얇은 아우터를 입고 다녀 0v0...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가는 기분 3.3 이현주는 집이구나, 응. 나도 이제 퇴근하니까 텀은 걱정말아.
(익숙함) < 미안해 8.8 8.8 8.8 앞으로는 과소평가할게.........
체리꼭지는 묶기는 묶는데, 그렇게 잘 묶지는 않아. 금방 묶어보이는게 아니라 한 1~2분 정도 오물거리다 성공하면 보여주는 거야 u.u
아현: ...그 체육복 웃도리, 오빠 거네요. 아현: 역시, 어제 언니가 들고 가셨구나. 아현: ...그거 알아요? 미국에서 여자가 남자 옷을 뺏아입는 건 이 남자 내꺼 찜꽁, 이라는 의미래요. 이현: 아니, 야,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아현: 하지만 난 이런 파급효과가 마음에 드는걸.
아현: 전혀요. 아현: 오히려 엄청 잘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현: 우리 오빠 말이죠, 그렇잖아도 바보였는데 유감스럽게도 더 바보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봄을 지나면서 눈빛이 달라졌어요. 아현: 언니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아현: 나는 오빠와 언니의 편이에요. 아현: 좀더 당당해지셔도 좋아요.
그러나 아현이도 이현x도아 지지파였다! 사실상 아현이는 스레 내에서 이현주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봐도 좋아. 나랑 도아주가 잡담하면서 서로에게나 푸는, 도아주는 듣고 도아는 듣지 못할 TMI라거나... 도아는 모를 이현이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을 아현이의 입으로 도아에게 전해준다거나 하는 느낌이랄까...
이현은 뭔가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만 당신이 입을 막아버렸다. 당신의 향기에, 취하다 못해 침식돼버릴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당신이 떨어져나갈 때, 그는 마치 마중 인사라도 하듯이 당신의 입술 위에 한번 더 입을 맞췄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하면서 위태위태하게 쌓여 있던 마음이 결국 조금 흘러나와버린 것 같았다.
데이거나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당신이 바라던 대로, 그의 얼굴도 당신 못지않게 빨갛게 꽃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풀린 눈동자와, 흐려진 숨결. 그래, 소년을 고장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신은 성공했다. 다만 엑셀 페달이 고장나는 당신과 달리, 소년은 브레이크가 고장나는 타입이었을 뿐이다.
"-너 때문이야."
그는 타박으로 듣기에는 너무 달콤한 온기에 달아 있는 한 마디를 툭 내던진 뒤에, 눈웃음을 짓던 눈을 꼭 감고는 다시금 당신에게 한 번 더 입맞췄다. 그는 자신이 오늘따라 너무 이상해져버린 것 같다고 느꼈고, 조금 혼란스러웠다. 교실에 도착해서, 소년이 "나 오늘따라 이상해... 고장난 것 같아." 하고 조금 어색하게 킥킥댄 것은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고장'이 소년에게는 이상하게도 반가워서. 온통 투명해서 맹물과도 같던 자신의 삶에 너무도 선명하게 떨어진 분홍빛 물감이어서, 대책없이 그것에 매료되고 그것에 취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당신을 위해 이 소년이 사용하고 소모하며 대가로 지불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연차뿐일까?
"응, 옥상에서 만나자."
하고, 소년은 자신의 가방을 집어들다가 당신이 품에 안고 있는 사복을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곧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당신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
그리고, 아까 그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이유를 당신은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소년은 옥상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집사복 차림이 아닌, 짙은 색깔의 청바지에- 당신의 옷과 꼭 같은 분홍색의, 오버사이즈 셔츠 차림으로. 그 셔츠를 입고 있자니, 당신이 킥킥대며 땋아준 양갈래 머리 장식도 예쁘게 어울려보이는 것 같다. 몸의 선만 조금 더 고왔더라면 여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러고 보면 언젠가, 반의 여자아이들이 이현이에게 화장을 시켜보자고 달려들었던 적이 있다. 보람이 없게도 이현은 어느 틈엔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가, 수업 종 칠 때쯤에 교실로 어슬렁어슬렁 돌아왔지만) 앞섶은 바지 앞자락에 구겨넣고, 소매는 대강 둥둥 걷은 채였다. 오른팔목에 채워진 가죽띠 시계는 몸체가 손목 안쪽으로 오도록 채워져 있었는데, 시계 버클이 손목 바깥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어서 흡사 초커를 팔에 채운 것 같았다. 왼손에는 아마 도시락이 담겨 있을 가방이 들려 있다.
"왔어?" 하고, 소년은 곰살궂으면서도 잔망스러운 눈웃음으로 당신을 맞이했다. 등 뒤에 꼬리같은 것이라도 달려있었더라면, 반가움을 가득 담아 살랑거리고 있지 않았을까.
완전히 알아챌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완전히 알아채도 못 끊을 수도....... 있을 것 같은..... 0v0 이현이를 고장내고 싶은 것도 싶은거지만, 이현이가 뽀뽀해주면 자기도 뽀뽀해주고 싶은게 도아라서. 도아는 이현이가 먼저 입맞춰서 두근거렸으면 똑같이 두근거리게 만들어주고 싶은걸 u.u
https://picrew.me/image_maker/41329/complete?cd=Z3KE1PZYtC 그리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픽크루로 간단하게 만들어본 아현이 컬러링은 오빠와 비슷하지만 고양이라기보다는 친칠라쥐 계통 그리고 반 친구들 사이에서 호평받는 북실북실함(?)
분명 술을 마신 것보다 지금이 더 어지러울 거야.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 확인해보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어. 네가 다시 입 맞추고, 또 입 맞추었을 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아마 아무 말도 못 했었던 것 같아. 나 때문이라고 했던 네 목소리도 기억나고, 네가 짓고 있던 눈웃음도 또렷한데, 말고는 하나도 모르겠어. 옷을 갈아입으려고 화장실로 가다가, 화장실로 들어서기도 전에 모퉁이를 돌아서 네게 안 보이겠다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주르륵 미끄러져 버렸어. 벽에 기대서는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해. 방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지금 무얼 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방금 네가 나한테 입 맞췄고, 또 입 맞췄고, 나도 너한테 입 맞췄고…. 손을 펼친 다음에 오늘 하루 동안 서로 입 맞춘 횟수를 세어봤다면, 분명 열 손가락이 금세 다 접혔을 것 같아서 헤아리는 걸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 계속 세어봤다가는 여기에 계속 쭈그려 앉은 채로 못 일어날 것 같았단 말이야. 그리고는 며칠간 준비해온 축제가 빨리 끝났으면, 너랑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겠지. 네가 옥상에서 계속 기다릴 테니까, 그건 안 돼.
"야, 너 얼굴 엄청 빨개!" 계속 입고 있었던 옷을 다시 반에 두러 갔을 때 들은 말이었어. 네가 꾸며준 머리 이야기가 먼저 나올 거로 생각했는데, 반짝반짝 예쁜 밤하늘 머리보다도 시선을 끌 정도로 내가 엄청 빨갰나 봐. 안 그래도 햇빛이 쨍한 날에 메이드 복 같은 걸 입고 다녀서 그런 거냐는 걱정도 받았고, 감기는 아니냐는 걱정도 받았고, 나는 네가 고장 낸 거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웃음으로 얼버무렸어. 네가 날 고장 냈지만, 그게 내가 널 고장 낸 것 때문이라면, "괜찮아, 나 때문이야." 하고. 나는 네가 해준 말을 그대로 들려준 거지만, 아마 반 아이들은 내가 방송부 일도 하면서 축제 부스까지 돕겠다고 자처한 거니까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할 거야.
옥상으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가까워질 때 보폭이 조금씩 더 커졌어. 네게 더 빨리 가고 싶으니까, 날 고장 낸 게 너니까 고칠 수 있는 거도 너뿐이고, 더 고장 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버려서.
"왔어!"
그래서 아까 그런 표정이었구나, 너. 내가 지금 하얀 반팔티와 연한 하늘빛의 청반바지만 입고 있었다면 이런 생각이 안 들었을 텐데. 위에 걸치고 있는 분홍색 셔츠가, 네가 입고 있는 셔츠랑 같아서 커플룩 같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잖아. 나도 너처럼 소매도 접어서 걷어 올려두었고, 오버핏인 것까지 같단 말이야. 그래서 네 눈웃음에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고, 네게 다가가서, 옆에 서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가 될 때까지 다가가서는 너를 꼭 끌어안았어. 너랑 우연히 옷차림이 겹친 것도 너무 좋아서, 널 향한 애정이 뚝뚝 흘러 넘쳐버리고, 이제 난 그걸 막을 이유도 없으니까. 너도 안아주면 좋겠다, 네 품에 얼굴을 묻고는 부빗거렸어. 이러면 머리카락에서 별 가루가 떨어져 나와 네 옷에 묻을지도 모르는데, 반짝이는 그 별 가루가 그렇게 네게 묻어버린다면 남들한테 네가 내 거라는 것처럼 보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 네 옷이 상하면 안 되는데.
"나도 단추 잠그고 집어넣을까?"
너랑 내 차림새 중에 다른 점은 넌 단추를 잠가서 앞자락을 바지 안으로 넣어두었는데, 나는 풀어둔 채로 걸치고 있다는 거니까. 얼굴을 부빗거리다보면 앞머리가 흐트러졌을 텐데 그걸 정리할 생각도 못 하고 너를 바라봤어.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눈을 반짝이면서 물어보는 거야.
화장실로 가던 발걸음이 문득 멈춰섰다. 아무도 없는 복도 한가운데서 옷이 든 가방을 집어든 채로, 이현은 조금 얼떨떨하게 손을 들어서 자신의 입술을 살며시 매만져보았다. 그는 문득 눈을 들어 학교의 복도를 둘러보았다. 매일마다 보는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자주 봐서 익숙한 풍경인데... 그래야만 하는데, 왜인지, 너와 함께 방송부실에 들어가기 전의 풍경과, 방송부실에서 나온 뒤의 풍경이 너무도 색달라보여서. 네가 조금씩 흘려넣어준 색깔 하나하나가 파스텔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 같아서. 자신이 모르던 또다른 이상한 나라에 들어선 것만 같아서. 이게 사랑이라는 거구나, 하고 소년은 입 안으로 뇌어 보았다.
이상한 나라로의 나들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이상한 나라로 나들이를 하기에는 참 적당한 옷차림이었지. 그래서 아까 그런 표정이었고, 그래서 지금은 살갑게 눈웃음을 짓고 있다. 반가움과 기쁨을 담아서, 너한테 사랑스러운 사람이겠다고 작정한 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입은 옷의 색깥이 같고. 품도 같고 소매를 걷어놓은 것까지 같다. 심지어 옷의 톤마저 비슷해서, 누군가 나란히 같이 있는 두 사람을 본다면 커플룩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겠지. 당신이 당신의 마음을 참지 않고, 소년에게로 자박자박 다가가서는 소년을 폭 끌어안아버리고, 당신이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도시락통을 내려놓은 소년이 품에 꼭 안겨오는 당신을 애정 듬뿍 담긴 손길로 마주 포옹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덜 참아도, 덜 숨겨도 된다. 당신의 머리에 새겨준 밤하늘이 옷자락에 조금 옮겨오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왜인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지만, 소년에게는 너의 흔적이 속속들이 남고 있었다.
안녕, 어서와. 좋은 저녁! 일이 바쁜 거구나 8.8 도아주가 그런 말 할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나와 노는 건 둘째치더라도 도아주 인생이 좀더 여유로우면 좋을 텐데 도아주 일을 너무 많이 해... 8.8 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으니까, 도아주가 해야 하는 일에 먼저 우선해줘. 별탈없이 빠르게 슥삭 해치울 수 있기를 빌게. 그러고 나서 같이 놀고 싶으면 그 때 놀자. 비 때문에 일교차도 오락가락하고 이시국도 다시 심상찮아지는데 도아주도 조심해!!
걱정해줘서 고마워.... 내가 이렇게 바쁜 건 어느 정도 내가 자처한 부분도 있어.... 자세히는 말 못 하지만 일이랑 학업을 병행하고 있거든. 이게 저번에 말했던 주말이 하나인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도 올해가 지나면 끝나니까 이현주 말대로 슥삭 해치워서 잘 마무리 지어볼게. 고마워. 응, 건강 걱정은 말아. 저번에 시작한 식단 관리도 계속 꾸준히 하고 있고 u.u!
도아주는..... 이미 여러번.......x.x 이현이가 푸른하늘 은하수를 불러도 죽을텐데.......
울릴려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3.3.......... 근데 생각보다 엄청 멀쩡해, 응. 아침에는 2시간 자고 일어난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멀쩡해 u.u! 그렇다고 답레를 가져온다거나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응..... 내가 못 자니까 이현이랑 도아가 자는게 보고 싶어 u.u..........
((고양이 모습 커다랗구나)) 폭신폭신 부들부들 몽글몽글하겠다 u.u...... 아마 너무 현실성 없어서 꿈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까무룩 잠들지 않으려나 u.u 그러고 나중에 이현이한테 저번에 같이 잤을 때 그런 꿈을 꿨다고 이야기하고....... 아니면 꿈이라고 생각한건 똑같은데 젤리 만져보겠다고 꼼지락대거나 u.u....?
그러면 이현이 따라할지도 몰라. 이현이가 고양이니까, 고양이는 그렇구나 하면서 똑같이 꼭 끌어안고 안 놔줄거야 u.u..... 이현이가 먼저 놓으려도 하면, 그럼 그때서야 따라 놓을거고. 만약 왜 따라하느냐고 물어보면 고양이 따라하는 중이라고, 이거 아니냐고 하겠지 u.u............
완전 괜찮아 u.u 응, 집으로 가는 중이야. 술 마셨다고 해도 주량까지 마시진 않았으니 걱정마. 어지럽지도 않고, 속도 멀쩡하고, 술 냄새는 나는 것 같지만 3.3
쓰담쓰담하고 부비부비는 따라해도 둥기둥기는 따라할 수...... 있으려나......? 3.3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따라하겠지만, 응. 도아도 만약에 정말 고양이 되면, 고양이 모습 숨기는 거 서툴러서 쩔쩔 매고 있지 않을까 u.u
조절했으니까.... 회사랑 집이 거리가 꽤 되니까 열심히 조절했어, 괜찮아. 잔소리라고 생각 안 하니까 울지마 3.3 걱정해주는 것보고 잔소리라며 싫어하지는 않아. 이현주가 스스로 느끼기에 잔소리같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건데, 음, 말이 제대로 나오는지 모르겠다 0v0
>>739 평범한 고양이 크기로까지 줄어들 수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해*u* 그리고 굳이 고양이가 되지 않아도 좋고.. 이현이도 말하자면 본모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고양이 모습이랑 평소 모습이 다 이현이의 모습이기도 하고. 도아가 이현이랑 비슷한 모습을 선물받는다 쳐도, 선물이니까 이현이가 잘 도와줄 거야. (도아는 고양이라기보단 토끼지만uu..)
역시 도아주는 상냥하구나.. 나도 언제까지나 도아주한테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 걱정은 조금 내려둘게. 조심히 돌아와.
앗... 귀가했었구나, 응 다행이야. 신발은 안 다행이지만........ 비가 많이 왔었나보다, 웅덩이가 있고. 도아주네는 비가 아침에 조금 오다 말아서 짐이 되어버린 우산 끌고 귀가 중이거든.
전혀 그런 구석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u.u..... 싫어하지는 않아, 오히려 좋아하는 쪽이라고 생각해. 이현이가 신이어도 괜찮다고 말했는걸 u.u! 도아는 이런 묘사 안 썼지만, 이현이야말로 도아한테 색을 선물해주었다고 생각해. 도아야 색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늘 같은 색들을 보고 있었으니까, 이현이가 도아한테 반짝반짝 빛나는 색을 알려준거지...... 펄이 들어간 아이쉐도우 같은(?) 이런 현실적 비유말고 다른게 생각이 안나 3.3 알코올이 문제야........
내가 바람이라면 너에게만 노랫소리를 실어다 줄 테고, 나무라면 너에게만 그늘을 내어줄 거야. 그리고 내가 꽃이라면, 오로지 네 손길에만 활짝 피어나겠지. 앞머리를 정리해주는 손길이 못내 좋아서 조그만 콧소리와 함께 웃어버리고, 작은 고민을 하고 있어. 다시 앞머리를 흩트려놓으면 네가 다시 정리해줄까, 아니면 또 다시 한번 쓰다듬어달라고 말할까. 앞머리를 다시 흩트려놓는 건 쉽지만 잘못해서 네가 해준 머리가 망가질까 걱정되고, 다시 한번 쓰다듬어달라고 말하기에는 네 말이 툭 걸린 거야. 쓰다듬어달라고 했다가, 쓰다듬 받고서는 나도 모르게 네게 입 맞춰버렸잖아. 내가 물어보았을 때 네가 했던 대답,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아. 대답은 우리 둘만 있을 때 더 해줄게, 라고. 그래서 내가 똑같은 말을 했다가, 그 후로 똑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하고 심장이 평소보다 더 빨리 두근거려.
"바지도 조금 짙은 거 입고 올걸."
바지 색마저도 같았다면, 그럼 수수께끼가 아니라 답을 공개해버리는 모양이 됐을지도 몰라. 스핑크스가 답을 적어놓고서는 퀴즈를 내고 있던 거야.
"그러다 기자회견 100번은 열려서, 우리 둘 다 수업 못 들어가겠다."
아까 방송부실 화이트보드에 적혀있던 거 말이야. 거기에 네 이름까지 적혀버릴지도 몰라. 포스트잇을 누가 남겼는지도 밝혀질 거야. 방송부실에서 너랑 나란히 앉아서 이것저것 질문받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웃어버렸어. 어제, 아냐, 오늘 아침만 해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고, 숨겨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르겠어. 들키면 안 되는데, 들키고 싶어.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누가 나한테 밤하늘을 선물해주었는지,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전부. 아마도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그런가 봐. 안 그래도 늘 반짝반짝 빛나는 네가, 옥상에서 밝은 햇빛까지 같이 반짝여서는 아무것도 겁나지 않게 됐나 봐.
겨우 괜찮아? 하는 한 마디에 대한 대답을 둘이서 있을 때만 해주겠다는 것은 바보같을 정도로 거추장스러운 일인지도 몰랐지만, 그 괜찮냐는 질문은 그냥 괜찮냐는 말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있는 질문이었으니까. 마음을 기대도 괜찮냐는, 마음을 보여줘도 괜찮냐는 그 질문에, 이현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답은 한 번, 한 마디, 행동 하나로 끝낼 수 있는 대답이 아니었다. 하나로 끝낼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오늘 축제가 끝나고 나면, 나는 너에게 그만두자는 말을 한 번 해야만 해. 그게 내 대답의 첫 번째가 될 거야.
"바지 색까지 같았으면 수수께끼가 너무 쉬워지는걸... 그리고 네가 입고 싶어서 입은 거잖아." 소년은 당신의 이마에 자기 이마를 툭 기댔다. "예뻐."
그는 일부러 목적어를 붙이지 않았다. 체셔 고양이는 얼굴 없는 미소를 즐겨짓는 법이고, 너에게 건넨 그 목적어 없는 달콤한 말도 그것의 일환이었다.
"그러면 100번은 도망쳐야겠네...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어. 너랑 나랑 둘이서 도망쳐버리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는 문득 도망친다는 말이 이렇게 달콤한 말이었던가 하고 의아해했다. 까르륵 웃으며 타넘는 담장과, 세상을 곱게 물들이는 노을이... 그 노을 아래로 펼쳐진 이상한 나라가, 예상보다 더 빨리 눈앞에 바짝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소년은 자기 머리 위의 작은 별이 온통 꽃으로 뒤덮여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밤하늘의 달처럼 차가운 하얀 돌덩이로만 덮여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색색깔의 네가 한가득 뒤덮여 작은 정원이 되어버린 이 별을 보면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소년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여러 가지 짓궂은 장난들 중, 가장 짓궂고 가장 진지하며 가장 진심인 장난을... 그는 조만간 소속사의 매니저와 프로듀서에게 저질러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잠시 내려두었던 도시락통을 집어들고, 옥상으로 올라오는 출입구 벽이 드리우는 그늘로 당신을 부드럽게 잡아끌었다.
"네가 주는 거면 기꺼이 먹을게. 대신 너도..." 그는 문득 얄궂은 눈웃음을 치며 자기 입술을 톡톡 두드려보인다. "하나씩 나눠먹기야." 간식도, 점심식사도 같은 것을 먹고 나면 같은 냄새가 나겠네.
시험에 회사라니 재택이라고 해도 오늘 하루 엄청 힘들었겠구나 주말인데 8.8... 고생했어. 오늘 하루 힘냈네. 도아주가 한 수고 하나하나가 반드시 결실을 맺을 거야. 사람을 위로할 땐 어설프게 동정하지 말고, 공감하려 하지도 말고 그냥 맛있는 고기를 먹인 다음에 손에 돈을 쥐어주라고 했는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 대신 이현이를 줄게. 88 답레는 천천히 느긋하게 써줘.
그래도 잘 본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야..... 마지막 시험은 엄청 어려웠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답안 꽉 채웠거든 u.u 일이랑 학습을 병행하다보니, 모든 강의를 같은 날 다같이 시험을 보게 되어있어서....... 고등학생 시험 간접경험하고 온 것 같아 3.3 다음에 시험 즈음으로 일상 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시험을 엄청 잘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아(?)
이현이는... 도아 옆에 두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u.u...... 둘이 까륵 웃을 수 있으면 난 되었어....... 3.3
내가 너한테 입 맞추려면, 큰 한 뼘 정도가 필요해. 계단 한 칸을 올라가도 괜찮고, 까치발을 들어도 되겠지. 아니면 네가 나한테 오는 방법도 있어. 지금처럼, 네가 이마를 콕 기대올 때처럼, 네가 내려와 주는 거야. 네가 한 뼘을 줄여주면 나는 한 뼘을 더할 필요가 없는걸. 그러니까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 예뻐, 하고 끝맺어진 네 목소리에 내가 온점을 하나 더 붙이는 거야. 쪽 소리가 나는 온점을, 눈을 살짝 내리감고서 네 입술 위에 남겨.
"이건 너 때문이야."
네가 나 때문이라고 했듯이, 내가 입 맞춰버린 건 너 때문이야. "그리고 네가 더 예뻐." 난 네가 무엇을 예쁘다고 했는지는 몰라. 바지가 그렇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혹시 만약에 내가 그렇다는 걸 수도 있잖아. 네 예쁘다는 말에 멋대로 내가 예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끄럽고 또 내게는 눈앞의 네가 너무 예쁘니까. 바지를 예쁘다고 한 거였어도, 나를 예쁘다고 한 거였어도 어느 쪽이어도, 나는 네가 더 예뻐. 네가 해준 예쁘다는 말에 네가 더 예쁘다고 답한 게 몇 번이나 되냐면, 네가 예쁘다고 말해준 만큼이니까.
"그럼 숨을 곳도 만들어둬야겠다."
이상한 나라로 데려다주는 토끼굴처럼, 도망치다가 아무도 모를 곳으로 쏙 우리 둘이 숨어버리는 거야. 누구도 우리를 찾지 못하게.
"나도?"
네 말을 듣고서 눈을 깜빡거리다가, 입술을 톡톡 두드리는 것을 보고는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었어. 둘만 있을 때만 장난치기로 했었던, 그렇지 않으면 홍삼 사탕을 먹기로 했던 그 약속. 나도 어겨버렸지만, 네가 더 많이 어긴 데다 오늘 처음으로 어긴 것도 너잖아. 교실에서 있던 그때, 네가 갑자기 목에 입 맞춘 거만 해도 홍삼 사탕 10개는 주고 싶었는데. "그럼 나는 딱 하나만 먹을래."
>>680 이번 답레에서 비슷한 부분이 나와서, 여기에서 말했던 것 중에, 옷자락을 집어서 두번 당기는 건 이현이가 도아보다 위에 있을 때는 내려와달라는 의미야 u.u 이현이한테 뽀뽀하고 싶거나 머리 쓰다듬고 싶어서 아래로 당기고 싶은데, 아래로 확 끌어당기는 건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옷자라막 두번 당기는거지 0v0 눈높이가 비슷할 때는 뽀뽀해달라는 뜻이고 u.u
당신이 온점을 찍어준 지금은 늦여름이건만 그 조그만 점에서 봄 향기가 자욱해서 소년은 숨이 막혔다.
계절도 밤낮도 색깔도 어떤 의미를 가지지 못한, 내리쬔다기보다는 주시하는 것 같은 무색의 태양을 도는 소행성 B612호에서 나고 자란 이상한 고양이 왕자님은, 자기의 별에 함께 있어줄 무언가를 찾아 이상한 나라 밖으로 발을 내려두었다가 새하얀 털을 가진 토끼를 만났다. 회중시계는 갖고 있지 않았지만 빨간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토끼는 고양이를 이상한 나라 밖의 이상한 나라로 이끌어주었고, 따스하고 상냥한 햇살 아래서 고양이는 낙원을 찾았다.
그래서 그는 숨을 곳도 만들어둬야겠다, 하는 당신의 말에, "얼마든지 있어." 하고 대답할 수 있었다. 당신이 찍어준 그 조그만 점이 씨앗이 되어서 꽃을 피워, 소행성 B612호가 당신이 전해준 색깔들로 이렇게나 아름답게 물들었노라고. 이 축제가 끝나면, 당신에게 원없이 말할 거라고. 내가 이렇게 너에게 예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네가 나를 이렇게 예쁘게 꾸며주었다고.
누군가는 티끌 없는 하얀색이어서 아름답다고 평가해준 소행성이었는데, 이렇게 예쁜 색깔로 알록달록 덧씌워진 것을 보면 뭐라고 말하려나. 이현은 무심코 조금 짓궂게 웃었다.
그러다 당신이 정당한 지적을 하자, 그는 조금 둘러대듯이 얼버무리는 듯한 어설픈 미소를 방끗 지어보이며 시선을 피했다.
"너무 많아도 안 되는데." 도망칠 일이 없어도 내가 널 데리고서 숨어버리면 어떡해. 얼마든지 있다는 너의 말에 생끗 웃으면서 그런 말을 건넸어. 너와 같이 있으면 시간이 달팽이보다도 느렸다가 비행기만큼 빨라지기도 한데,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꼭 숨어서 너랑 같이 있다 보면 어느새 해님이 달님이 되어버리는 일은 자주 겪게 될 거야. 그러니까 필요할 때만 숨을 수 있게 조금은 멀고, 많지는 않아야 해. 술래도 없는데, 매일매일 숨바꼭질을 할 수는 없으니까.
"같은 냄새?"
같은 냄새. 고작 4글자가 주는 간지러움이 너무 간지러워서, 너무 달아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되어서 웃어버렸어. 홍삼 사탕은 맛없어서 먹고 싶지 않지만,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 대답은 너무나도 예측하기 쉬워지는걸.
"그럼 먹을게!"
"대신 다 먹고 나면 정말 단 거도 먹게 해줘." 사탕을 하나밖에 챙기지 못했고, 이 사탕은 오후 축제에서 먹어버리겠지. 그러고 나면, 너와 하나씩 홍삼 사탕을 나눠 먹을 때라면 단맛이 나는 건 없단 말이야. 홍삼 사탕 향까지는 지워지지 않게, 향은 너와 같은 향으로 남도록 딱 하나만 더 먹게 해줘.
너무 많아도 안 되는데, 하고 당신이 건넨 말에 소년은 말갛게 웃는다. 아침 안개에 잠겨 먹먹하게 투명하던 웃음이었는데, 지금 그의 웃음은 뽀얀 햇살을 받은 것처럼 말갛다. 그렇지만 조금의 장난기를, 마치 자기 딴에 재밌는 장난을 준비한 듯한 어린 고양이같은 기색이 남아있다. 당신이 그런 말을 꺼낸 이유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한 웃음이다. 당신의 것을 조금 닮게 된 그런 웃음. 같은 냄새, 하는 말에 당신이 흘린 것과 꽤 비슷한 웃음.
당신이 덧붙인 조건에, 그는 눈을 깜빡이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단 거?" 그는 으응- 하고 잠깐 고개를 기웃하더니, 곧 다시 방긋 웃으며 덧붙인다. "응, 알았어!" 당신이 가지고 있는 당신 소유의 사탕에 대해서 이야기한 건데, 그는 어째 자신이 내어주겠다는 듯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반문하거나 할 틈을 주지 않고, 그는 도시락통을 톡톡 치며 다른 질문을 꺼냈다.
"밥 먹고 먹을 거야, 밥 먹기 전에 먹을 거야?"
홍삼 캔디도 냄새는 이상하지만 어쨌든 달잖아. 밥 먹기 전에 먹으면 입맛이 떨어질지도- 하는 것처럼, 이현은 도시락통의 뚜껑을 만지작거렸다. 그러고 보면 참, 점심 먹으러 올라왔었지.
진짜 단 거, 사탕. 정말 사탕 하나 더 먹어도 되는 거야, 하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럴 틈이 사라져서 물어보지는 못했어. 도시락통을 톡톡 치면서, 네가 꺼낸 질문에 샐쭉 웃어 보일 뿐이야.
"이따 집 갈 때 잔—뜩 줄 거야."
왜냐하면 정말 너에게 홍삼 사탕을 주게 될 줄은 몰라서, 사둔 적이 없으니까. 분명 그때, 이 약속을 해버린 그때에는 네가 약속을 어기더라도 홍삼 사탕 같은 거를 줄 생각은 없었어. 너한테 제일 예쁜 것만, 소중한 것만 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홍삼 사탕을 줬다가, 그랬다가 네가 날 미워하면 어떡하지라는 이유로. 그런데 지금은 네게 홍삼 사탕을 주어도 미움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서, 집 갈 때, 너와 만나기 전에 사러 갈 거야.
생각해보면, 둘만 있을 때 장난쳐달라고 했었던 약속이, 네가 그러던 게 장난이 아니었던 건 오늘보다 더 예전부터였을 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장난이 아니니까 홍삼 사탕을 먹지 않게 되더라도, 둘만 있을 때만 하기로 새로 약속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홍삼 사탕을 먹기로 했는데도 몰래 입 맞추던 너도 그렇지만, 나도 네가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계속 꼭 닿아있고 싶다는 생각만 드니까.
손을 다쳐서 오타가 많이 나는데, 그래서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했지만 어디에 오타가 있을 지도 몰라. 3.3 늦은 답레지만 일단 두고 갈게. 그리고 나쁜 소식...인데 9월 말까지 프로젝트를 끝내야 해서 여름 휴가도 못 쓰겠다 싶은 상황이 됐어 8.8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래보여 3.3 회사 얘기는 좋은 소식을 가져온 적이 없어서 말하기도 미안해 3.3.........
손...?? 아니 어쩌다 다친.. 치료는 제대로 받은 거지? 88 나는 오타나 그런 것은 잘 신경쓰지 않으니까(그리고 많이 냄) 걱정 마. 흉터 안 지고 빨리 낫기를 빌게. 그리고 언제나 그렇지만 도아주가 여기 돌아오고 싶다면 나는 여기서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무 마음아파하거나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답레는 천천히 가져와도 좋으니, 현실에서 해야 하는 일을 우선해줘. 도아주가 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길 빌어.
그게..... 병원을 아직 못 갔어 3.3 이정도면 금방 낫겠다 + 그렇게 아프지는 않다 + 이따 시간나면 가봐야겠다(정신차리고보니 퇴근시간) 등으로 그냥 놔뒀는데 어제부터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하게 되었어 3.3............ 엄청 서투른 젓가락질과 오타남발... 말고는 씻을 때 불편한 정도야.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어! 3.3..... 요근래처럼 퇴사 욕구가 높게 솟구친 적이 없어 3.3................ 고마워, 응.
병원을 가야 될 정도로 다친 거야......?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 할 정도면 문제가 있는 거잖아. 월요일에 어떤 수를 써서든 병원에 가봐. 자칫해서 덧나면 어떡해.. 저번에도 그만큼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구나. 도아주가 하는 모든 일이 커리어로 남아서 도아주 앞길에 도움이 되면 좋을 텐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위로랑 여기서 기다려주는 것뿐이네. 힘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u.u.... 젓가락질 힘든 건 하필 다친 부위가 오른손 검지쪽이라 그런 것 같아 3.3..... 인원 증진이 안 되고 있어서 (9월 말까지이니까 10월이면 여유로운데, 10월에 사람을 뽑을 거라하더라고) x.x 위로랑 기다려주는 것만으로 정말 충분해..... 그게 제일 힘든거라고 생각하고.
8.8 도아주가 그렇게 힘들게 갈려나가고 있는데 급료라도 더 주지 인원은 왜 안 뽑는 거야. 이번 인원들은 확실히 도아주에게 도움이 좀 됐으면 좋겠다. 저번에는 기껏 뽑은 사람들이 다시 나가지 않았어?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그 직장이 상당한 블랙이라는 뜻이니 차라리 이직을 고려해봐 3.3 (그런데 학교와 연동해서 근무하는 것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되려나 모르겠네) 그리고 다친 것은... 내일 반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병원 꼭 갑시다.. 3.3
그렇지만, 힘들지 않은걸. 도아주가 돌아와주겠다고 말해준 이상, 그렇게 힘들지 않아. 너무 안타까워하거나 마음쓰지 마. 응?
그에게 정말로 홍삼 사탕을 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당신에게 섣부른 애정표현을 했을 때의 벌칙으로 준비해두었던 홍삼맛 사탕은 어느덧 어떤 징표로 뜻이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홍삼사탕을 먹는 한이 있어도 너를 이만큼 좋아한다고. 네가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으니까 홍삼 사탕도 기꺼이 먹겠다고... 기왕 먹을 거면 같이 먹자고. 미움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쓰고 이상한 냄새를 가진 홍삼사탕도, 당신과 이 소년 사이에는 앙증맞은 추억으로 남을 모양이니까.
그래, 당신을 향한 그의 장난은 언제부턴가 그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장난의 범주를 넘어서버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시락을 준비하며 당신 생각을 하다가, 무심코 2인분으로 준비해버리고 만 오늘의 도시락처럼 말이다. 닿아 있는 방법은 다양하니까, 그와의 시간을 즐기자.
"응, 그러자."
현은 2단으로 된 반합의 아래쪽을 착 열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로메인과 치커리, 근대로 구성된 샐러드였다. 옆에는 스틱으로 된 드레싱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앙증맞게 끼어있는 것은, 머핀을 만들 때 종종 쓰곤 하는 호일 컵 2개였다. 그 호일 컵에 옅은 갈색이 도는 볶음밥이 담겨있었다. 파기름을 내서 계란 스크램블과 잘게 다진 당근 베이컨을 넣어 만든 그것은 딱 편의점 삼각김밥과 양이 비슷해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맛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떨지는 모르겠어..."
그리고 현은 옆에 내려놓은 윗단의 뚜껑을 달칵 열었다. 아랫단은 온통 호일에 감싸여 있는 무언가가 차지하고 있었는데, 호일을 벗기자 껍질이 바삭하게 구워진 채로 간장 소스가 끼얹어져 있는 어엿한 치킨 스테이크가 나왔다. 오늘 점심은, 어쩌면 조금 과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 같아?"
긴장됐던 걸까, 그는 당신에게 수저를 내밀면서 눈을 깜빡이며 그런 질문을 던졌다. 보통 그런 질문은 한 입 먹고 난 뒤에 하는 것인데,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기 요리를 보여주는 게 퍽이나 긴장되는 모양이다.
# 답레 올려둘게. #.#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있는 걸까. 도아주 병원은 갔다왔어? 손은 좀 어떻대?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한 명일 뿐인 내가, 어느 콘서트장의 객석 한가운데 혼자 놓여 있는 꿈. 얼굴도 모를 사람들이 흑백으로 한가득 차서 웅성거리고, 나는 그 사람들 틈을 헤집고 너를 찾아다니고 있는 거야. 그러다가 마침내 너를 찾아냈는데, 너는 객석에 있는 게 아니라 무대 위에 올라서 있었어. 내가 가진 작은 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다랗고, 아름답고, 환한 별빛을 가득 받으며.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내 기억이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그 때부터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너밖에 없었지만, 네 눈에 비친 나는 그저 수많은 흑백의 사람들로 가득가득 들어찬 객석 어딘가에서 너를 바라보며 환호하는 수많은 흑백의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었어.
그랬구나. 그래, 너는, 그 흑백의 사람들의 무리를 헤치고 헤쳐서, 내 손을 잡아주러 온 거였구나.
도아야.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된다면 말야, 나는, 네가 했던 것처럼 너를 찾아갈게. 아무리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도, 내 색깔마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를 찾아갈게.
그러니까, 도아야,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된다면 말야, 너도 거기서 나를 기다려줄래?
하늘색을 꼭 닮은 폭신폭신한 솜사탕, 붉은 크레파스로 그린 삐뚤빼뚤한 하트 모양, 흘러내리고 마는 부드러운 분홍빛 리본. 하나 같이 엄청 많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들이고, 지금 네가 그래. 네가 물어본 게 너에 대해서가 아니라 네가 준비해온 도시락에 관해서 물어보고 있다는 건 알지만, 네가 사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어서 답을 못하고 있었어. 근데, 그렇다고 해도 도시락을 준비해준 네 성의를, 마음을 지나쳐버릴 수는 없잖아.
"현아, 내가 아까 너 닮았다고 말해줬던 거 기억해?"
네가 내 머리를 반짝반짝하게 꾸며줬을 때, 그때도 네가 나한테 어떠냐고 물어봤지. 내가 해준 대답은 널 닮았다고 했었고, 그 뜻은 엄청 예쁘고, 반짝반짝하고, 행복하단 뜻이라고 일러주었어. 너는 내가 제일 좋아하니까, 정말 많이 사랑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칭찬 중에 제일 좋은 칭찬은 너랑 관련될 수밖에 없는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대답은 그거야. 같은 대답을 한 것 큼이나 그때와 똑같이 활짝 웃었어. 대신 이번에는 머리카락이 내 움직임에 따라 흔들려버려도 어색하게 굳는 일은 없어. 별 가루가 떨어질 것만 같아서 그랬었어. 하지만 지금은 별 가루가 떨어진다 해도 바닥에 닿지 않고 밤하늘에 올라가서, 그대로 별님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나 베이컨 많이 좋아해!"
"샐러드도 좋아하고, 볶음밥도 좋아하고, 고기는 당연히 좋아해!" 그러니까 긴장 안 해도 괜찮아.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지도록. 일부러 하는 거짓말도 아니니까, 난 떳떳하다는 의미로 네가 내미는 숟가락을 꼭 쥐면서 깜빡이는 네 눈을 바로 응시했어. "그리고 현이를 제일 많이 좋아해." 있지, 지금 이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투성이야.
#늦어서 미안해 3.3..... 그동안 엄청 지쳤어서 생각이 많았어. 현생에 할애할 시간 밖에 없는데 괜히 내가 욕심부리느라 이현주까지 힘들게 하는게 아닐까 하고. 그만하는게 맞는게 아닐까 생각했고, 글도 썼는데..... 차마 그 글을 여기 올리기에는 이현이랑 도아 이야기가 이어지면 해서, 못나기만 했고 못난 파트너지만 늦게라도 답레 가지고 왔어. 여전히 예측할 수 없이 바쁘고, 지금도 회사인지라 남기고 가볼게. 그리고 계속 걱정할까봐, 손은 괜찮아. 못 온 동안 다 나아서 벌써 내일이 실밥 푸는 날이야.....3.3
시시시시시실밥이요?(덜걱) 얼마나 다쳤던거야 도아주8.8 그래도 실밥 푼다니 다행이다. 덧나지 않고 잘 낫기를 빌어 3.3...
그리고 말야, 이현이랑 도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기를 도아주가 바라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그리고 언제라도 돌아와. 도아주의 삶이 엄청 바쁜 건 충분히 알고 있었고, 긴 텀도 얼마든지 쭉 기다려왔는걸. 힘들지 않아. 오히려 도아주가 이번 답레를 무리해서 쓴 게 아닐까 걱정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