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그러고보니 테이크 컬러 버스라는 걸 알게 됐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방의 머리카락 색으로 자신의 머리카락 색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물들어간대 u.u... 도아, 머리색 이현이 색으로 차츰차츰 변하는데, 색이 엇비슷해서 눈치 못 채고 앓는게 생각났어. 난 이현이가 많이 좋은데 머리색이 그대로니까, 이건 진짜 좋아하는게 아닌걸까 하고 u.u........
컬러버스는 아는데 테이크 컬러버스라는 게 있었구나. 처음 알았어. 음 나는 그거 듣고 있자니까 이현이가 자기 머리 풀어서 도아 머리랑 겹쳐 보여주는 장면 생각났어! 도아가 아주 새하얀 백발이고 이현이가 은발이라는 느낌의 조금 더 어두운 톤인데, 아니 그랬을 텐데 서로 머리카락 끝부분을 겹쳐보니까, 이현이 머리카락 색깔이 좀더 밝고 도아 머리카락이 어두워져 있는 거.. uu
응, 나도 이번에 알게 됐는데 이현이랑 도아 생각이 바로 나서. 이현이도 도아 색으로 물들어있으면 도아 심정지(?) 계속 물들어버리면 완전히 상대방 머리색으로 바뀌게 된다고 해 u.u...... 여기까지만 기본 설정이고 추가 설정으로 자유롭게 응용 가능한 거 같던데 어느 설정 중에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 머리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그런게 있었어..... 응.... 있었어....... u.u......
조금만 닿아도 화들짝 놀라며 겁 먹은 토끼처럼 움츠러들던 네 모습에 내 손끝도 움츠러들던 기억이 있어서, 왜인지 모르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굳이 한 자락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너는 이미 내 마음 한가득 꽃피어 있는데. "네 그런 생각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네 말처럼 그게 정말로 귀여워서, 미처 말하지 못했어."
소년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너와 한 순간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스케줄을 조정하고, 너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면 공연히 거울 앞에서 20분을 더 밍기적거리다 아현이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기도 하고, 공연히 향수도 한 번 뿌려보고, 공연히 한 번 톡 튕겨볼까, 공연히 장난 한 번 더 쳐볼까 하다가 결국 너와 만나면 토끼같이 옹송그리고 있는 네가 한가득 마음에 피어, 그 향기를 맡느라 멍해져버리고 마는데. 이현은 눈을 꼭 감은 채로 당신에게 안겨있었다.
"응."
하고, 당신이 조심스레 건넨 말에 소년은 대답했다. 그러다 그는 또 무심코, 만날 때마다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를 또 삼켜버린다. 어차피, 굳이 말하지 않아도 포옹 정도는 자주 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이현은 당신을 돌아다보며 싱끗 웃어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대답에 확신을 실었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당신의 손길과 빗질이 소년의 머리를 가다듬기 시작했을 땐, 소년은 흡사 빗질을 받는 고양이처럼 고로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찌나 당신의 손길에 심취해 있는지 그는 당신이 머리를 반반으로 갈라놓기 시작했다는 것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의 트리밍이 끝나고, 거울부터 찾아온 당신이 거울을 보여주자 소년은 눈을 깜빡이다가, 소리를 냈다.
"앗..."
이번에는, 확실히 장난스러운 장난에 보일 법한 반응. 소년은 잠깐 눈을 벙벙히 뜨고 있다가, 서서히 미소를 띄기 시작하더니 킥킥거리며 한바탕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하고 무대 올라가야 되는 거야?" 그러면서 손으로 당신이 땋아준 머리를 들어도 보고, 고개를 흔들어서 따라 흔들리게도 해본다.
"내 손으로는 못 풀 것 같은데. 집에 갈 때 네가 풀어줘."
그는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에, 만날 때마다 아까처럼 한번씩 안아줘."
삼켜버렸다고 생각했던 말이 문득 목구멍을 박차고 튀어나온다. 그러나 소년은 그것을 다시 되삼키지 않았다. 그는 당신이 해준 양갈래 댕기를 어깨에 드리운 채로, 읏차- 하면서 의자에서 내려와 섰다. 그리고는 당신의 가방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소년의 얼굴에 걸린 환한 웃음이, 신선한 장난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다.
시간내서 말해주러 온 것만으로 기쁜걸.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많이 지쳤겠다. 오늘 주도록 노력한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날씨도 눅눅하니 비가 오고 밤 되면 으슬으슬 추워질 텐데 환절기 이불 꺼내고 편하게 푹 쉬는 거야! 이현이 어깨에 머리 기댄다거나 팔 베는 생각을 해보는 건..(선넘네)
"...... 정말로 귀여웠어?" 귀여워 보이고 싶었다고 다 고백해놓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는 조금 엉뚱한 소리를 해버려. 그렇지만, 네게 정말 귀여워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단 말이야. 이 이상한 계약 연애를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등굣길에 널 데리러 갔던 날, 네가 나더러 귀엽다고 해줬던 걸 기억할까. 아까, 축제가 시작하기 전 아직 준비 중이던 우리 교실 부스에서도 나보고 머리띠를 안 써도 귀여울 것 같다고 해줬잖아. 원래는 전부 그저 장난으로, 짓궂은 말 한마디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마음껏 기대하고 오해해버리기로 해버렸더니 장난이라는 생각보다, 정말 네 말 그대로 네게 내가 귀여웠을까 기대해버린 거야.
괜히 장난쳤을까 하던 조금의 후회는, 대답과 함께 날 돌아다보며 보인 네 웃음에 온데간데없이 녹아내려 버렸어. 이제 네게 이 정도 장난은 쳐도 되는 걸까,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하는 거야. 그래서였을까, 조금 장난기 어린 말이 툭. 네 머리카락이 내 손에서 가닥가닥 잡히고, 빗이 훑어 내려갈 때 네게서 들리는 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거 같았어. 금방 그 소리가 고양이의 소리와 닮았다고 생각되어서는, 네가 방금까지 고양이 귀 모양 머리띠를 쓰고 있던 게 생각나서. "아직 고양이야?" 하고 문득 물어보는 거야.
거울을 비춰주었을 때 네가 놀라버리면, 한 번 더 웃음을 꼭 참았어. 그렇지만 꽃망울이 오므리고 있는데 피어나지 않겠다고 한들, 꺾이거나 시들지 않는 이상 그러기는 어렵잖아. 참아보려고 해도 네가 웃기 시작할 때, 같이 웃어버리고 말았어. 내가 땋아준 머리칼을 들었다 놓는 모습도, 부러 흔들거리게 하는 모습도 귀여웠으니까. 머리 모양이 그래서 뿐만이 아냐. 내 장난에 놀랐으면서도 환하게 웃어준 네가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워.
"응, 비즈랑 같이 엉키면 아플지도 몰라."
대답과 함께, 나도 모르게 네 머리에 있는 하트 모양 비즈 중 하나에 손을 뻗어버려. 엄지손톱만은 할까 싶은 조그만 비즈가, 빨갛거나, 아니면 내 눈이랑 꼭 닮은 색으로 옹기종기. 왜 일부러 하트 모양을, 왜 한 가지 색으로만 하지 않고 분홍색을 섞었는지 알고 있을까.
"응?"
아까처럼 한 번씩.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안아달라는 걸까, 하지만 그럼 만날 때마다 네가 의자에 앉는다거나 자세를 낮춰줘야 해서 불편하잖아. 뒤에서 안아주는 걸 말하는 거라는 결론은 그래서 나온 거야.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으로 다가가면 그 뒷모습을 쫓아가서 꼭 안아버려. 이번에는 반대로, 내 품에 네가 기댔던 것처럼 네 등에 꼭 기대서는 "이렇게 한 번씩?" 하고 물어보는 거야. 곧 네가 물어오는 소리에는 안고 있던 것을 풀어버리고는, 응, 그렇다는 대답과 고개 끄덕임까지 하고서 네가 앉아있던 의자로 향했지만.
의자에 앉고 나서, 이제 네가 내 머리를 빗겨줄 거로 생각하니 따라서 생각나는 것이 하나. "머리..." 내가 빗을게. 네가 빗기 힘들까 봐 내가 빗으려고 했었어. 그렇지만 그렇게 말 못 하고서, "나도 잘 부탁해요!" 네가 했던 대답을 똑같이 따라 해. 머리띠를 벗겨주려던 너보다 먼저 내가 해버려서 시무룩해졌던 너니까, 그런 말은 꼭 참기로 해.
앗 인코 빼먹었다 x.x 데이터 사용 중이라 아이디가 바뀔 거 같은데 답레 레스도 도아주야......8.8..... 공유기를 고쳐야하는데...............
>>430 어제(오늘)이 되어버린 지각생입니다 x.x.......... 출퇴근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시 타인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 1시간씩 미뤘다는데....... 그럼 재택근무를 시켜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중이야...... 8.8
맞아, 날씨.... 이현주도 조심해. 해 있을 때 없을 때 일교차 정말 무시 못 하니까..... 낮에 덥다고 얇게만 입지 말고 겉옷 챙기기야. 비 얘기하니 이현이랑 도아 한 우산 쓰게 되는 모습 보고 싶다 0v0...... 이현이는..... 도아한테 넘길게. 어깨에 기대는 건 몰라도 팔베개는...... 도아 심정지 0v0
글만 봐도 뽀송뽀송하고 귀여워서 도아주가 썼다는 걸 알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공유기는 빨리 고치길 바랄게 ^p^ 항상 말하는 거지만 지각해도 괜찮아! ...어린이날도 출근한 모양이구나. 오늘도 고생했어. (도닥도닥) 항상 돌아와줘서 고마워. 나는 추위에 민감해서 좀 춥다 싶으면 바로 꽁꽁 싸매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자려고 누워있어서.. 답레는 자고 나서 천천히 써올게.
이현이.. 비오는 날 도아가 우산이 없으면 자기 걸 꺼내고, 도아가 우산이 있으면 자기 걸 어디 숨겨버릴... 짓궂은 장난꾸러기..
그렇다면 다행이야. u.u..... 공유기는 아예 기기 교체를 해야하나 싶지만 귀찮아서.... 0v0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 앗. 걱정할까 말하지만, 공휴일에 출근하면 유급 휴가를 하나 추가해줘. 내일 그 연차를 사용할 예정이니 걱정마 0v0 잘 자라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글 쓰다 잠들어서 잘 잤느냐고 인사하게 됐네..... 잘 잤으면 좋겠다. 좋은 하루 되길. u.u
도아, 가방에 2단 우산도 들어있지 않으려나. 이현이가 자기 우산 숨길 일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우산 소유권(?) 분쟁 하려나. 누구에게 더 씌워주겠다고.... 그리고 골프 우산이 나타나고(?)
팔베개는.... 도아가 비몽사몽할때 눈치 못채게 해버리면 할 수 있어 0v0..... 도아에게 팔베개 해달라고 하면 그건 해줄거야. 정말 팔만 뻗어서 엄청 어색하게 해줄 것 같지만.
응, 이라고 긍정의 대답을 하려는데 그 한 마디가 힘들다. 쑥스럽다는 걸까, 두근두근댄다는 걸까. 그냥 평소에 하던 것처럼 툭 꺼내고 싶은데 목구멍에 걸린 그 말이 너무 뜨거워서 귀가 빨개진다. 도아야, 내가 너한테 닿아올 때마다 너도 이렇게 부끄러웠어?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동안 소년의 마음은 당신으로 피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신을 닮게 된 모양이다. 짓궂고 장난스럽게, 하지만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쉽게 당신에게 툭 꺼낼 수 있었어야 할 진심이 수줍은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현은 말로 대답하지 못하고, 귓가가 조금 빨개져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귓가가 빨개진 걸 잊으려고, 당신이 내미는 손길에 더욱 머리를 디미는 것이 아닐까. 귓가에 눈이 가지 못하게끔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뭐 결과적으로, 귓가가 빨개진 게 감춰지진 않은 것 같고, 고양이 어필만 실컷 해버린 셈이지만.
그러나 그것마저도 좋다고 소년은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항상 고양이야." 하고 이현은 대답했다. "네 고양이이기도 하고." 그리곤 반격했다.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기대면서.
"너 아니면 못 풀겠네..." 하고, 이현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머리에 매달린 비즈들이 당신에게 건네어진 그 잎사귀 하나 떨어진 동전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못내 기뻤다. 네 손으로 매어준 네 눈동자를 꼭 닮은 빛깔을 하고 있는 하트 비즈들을 보면, 네가 조금씩 내게 건네준 조그만 것들이- 그리고는 네가 떠오르거든. 밀밭을 보고 어린 왕자의 금발을 떠올리는 여우처럼. 그리고 고양이는 다시 한 번 토끼의 품 안으로 덥석 굴러떨어졌다.
"이렇게 안아줘도 좋고, 마주보고 안아줘도 좋아." 하고, 붉은 귀를 한 채로 그는 대답했다. 이렇게라도 네가 조금 더 나를 기억하고, 조금 더 나를 생각할 수 있다면. 뒤에 따르는 그럼 이제 내 차례지? 하는 말이, 어째 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응, 힘내볼게." 하고 이현은 미소지으면서 당신의 등 뒤로 가서 섰다. 빗보다 손이 먼저 당신 머리에 올라온다. 토끼 꼬랑지처럼 반묶음으로 묶여있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풀어주고 나서도, 이현의 손은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두어 번 정도 조심스레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빗을 당신의 머리에 얹고는 빗질을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말로 소리 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여버리면, 있지, 네 귓가의 붉음이 그대로 나한테로 고스란히 옮아버린단 말이야. 너무 많이 떨려서, 독한 감기로 열이 오른 것만 같아서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정말 이상해. 절대 너한테 귀엽다는 말을 듣기 싫을 리가 없는데, 오히려 엄청나게 듣고 싶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게 귀엽게 느껴졌단 사실이 더할 수 없이 부끄러워서, 다시는 그런 머리띠를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네가 동물 귀 같은 거를 귀여워한다고 생각하니까, 문득 나도 모르게 아까까지 쓰고 있던 머리띠로 시선이 향해. 역시 언제가 되더라도, 부스에서처럼 쉽사리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시선은 금방 꾹 내려오는 눈꺼풀에 막혀버렸어.
아. 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조금 흘러내려 버렸어. 네가 내 고양이라면서 머리를 기대와 버린 네 탓이야. "... 만약에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하면 삐질 거야?" 그래서 심술도 섞이고, 장난도 섞여버린 말을 돌려주면서 생각했어. 언젠가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까지, 강아지랑 고양이 중에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안 알려줄 거야.
"다른 사람이 풀 수 있다고 해도 내가," 해줄래. "해주고 싶어." 차마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 한 욕심이 남아버렸어. 모래사장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의 깨어진 조각일까, 신발 안쪽까지 쫓아온 모래알일까.
"그럼 그때마다 마음대로 할래!"
만날 때마다 장난을 치겠다는 예고나 마찬가지야. 언제 너를 대뜸 뒤에서 안아버릴지 모르니까. 팔을 풀어버리기 전에 스탬프를 찍는 것처럼 꾹, 힘을 주었어. 다음번에, 우리 둘만 있는 곳에서 네 뒷모습이 보인다면 이렇게 꾹 끌어안아 버릴 거야.
빗이 닿아야 할 텐데, 네 손이 닿아서 조그맣게 흠칫 몸을 떨고 말아. 놀라버린 게 고스란히 드러났을 텐데, 숨기지도 못하고 뒤늦게 아닌 척할 수도 없어서 치맛자락을 한 움큼 쥐었어. 때문에 두 번 네 손이 닿았을 때는 몸을 떨지는 않고서 있었던 거야. 꾸며달라고는 했지만 쓰다듬어 달라고는 안 했단 말이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네 머리를 꾸며주기 전에 나도 널 놀라게 하려 안아버렸기 때문이야. 손에 쥐어진 치맛자락은, 머리카락에 네 손이 아니라 빗이 닿았을 때에야 놓아졌어.
도아가 조그만 반묶음 머리를 하고 다니게 된 건 유치원에 다닐 때 즈음부터야. 유치원에 갈 때는 늘 엄마가 머리를 묶어주셨는데, 어느 날 엄마가 아빠에게 머리 묶는 걸 맡겼던 거지. 그래서 아빠가 머리를 묶어주게 됐는데, 분명 포니테일을 해주려고 했으니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다 빠져나와서 반묶음이 되어버린 거지. 아빠는 예쁘게 다시 묶자고 했지만, 어린 도아가 '아빠가 해줬으니까 예쁠거야!'라며 그대로 유치원에 가버린 날부터 시작된 헤어스타일이야. u.u 종종 엄마가 묶어주려할 때도 아빠한테 가서 저번처럼 묶어달라 했고. (아버님의 서툰 솜씨는 여전할테지만, 도아가 반묶음을 부탁해온 적이 많아 반묶음은 잘 묶으신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에는 그런 거 쓰지 않아도 네가 귀여워, 라는 말을 담을 수 없었다. 그런데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걸 말로 꺼낼 수가 없어서.. 얼굴이 붉어지는 걸 주체할 수가 없어서. 펑소대로라면 무심코 팔매질한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처럼 심장을 아프게 찍어눌렀을 당신의 심술궂은 질문마저도 그의 얼굴로 번져나가는 붉은 기색을 막지 못했다. 당신에게 머리를 툭 기댄 채로, 소년은 나직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너 심술궂어, 오늘따라."
네가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한다면, 그래서 내가 더 이상 필요없다고 한다면 나는 너에게서 영영 사라져줄 수 있어. 나 사라지는 건 정말로 자신있다구. 하는 말은 목구멍을 넘어 나오지 못했다. 왜인지 그 말을 머릿속에 그려보려니 이유도 없이 눈물이 핑 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 사실 사라지는 거 잘 못 할지도 모르겠네. 문득 스스로의 생각에 스스로가 멍자국을 내버린 가슴이 아파서, 이현은 네게 안긴 채로 나직이 칭얼거리는 것이었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손 못 대게 할 거야... 절대로."
당연히, 아까 귀신의 집 앞에서 있었던 일을 그가 잊었을 리 없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빗을 집어드는 것이다. 물론 당신의 머리에 와닿은 것은 엉뚱하게도 빗이 아니라 손이었지만, 그나마도 당신이 질겁을 하면서 치맛자락을 움켜쥐자 금방 떨어져나갔다. 흠칫하고 놀라버린 게 소년의 손끝에 아주 잘 전해졌으니까. 소년은 "미안!" 하고 장난기 담긴 목소리로 사과했다. 역시나 이건 아까의 복수인 모양이다- 얄궂게 혀를 쏙 빼물고 웃고 있을 얼굴이 쉽사리 그려진다.
머리카락을 쥐고 뭉친 데를 풀어가며 긴 머리를 손질하는 손길이 꽤 익숙한데, 그는 이전에도 긴 머리카락을 만져볼 기회가 있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의 동생이 허리 아래로 내려가는 장발을 하고 있었던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락사락 하고 빗질하는 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스프레이 통 흔들 때 흔히 들리곤 하는 뭔가 찰찰찰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프레이 뿌려도 돼?"
하고, 이현이 물어보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잠깐, 당신 가방 속에 헤어스프레이도 있던가?
조그만 설정인데 너무 귀엽습니다... 아버님이 금손이신가 봐. 실수를 하셨는데 저런 예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시다니.. 거기다가 아빠가 해줬으니 예쁠 거야, 하고 덥석 믿어버리는 도아도 얼마나 사랑을 예쁘게 받고 컸는지 잘 느껴져.
아참 이현이가 뿌리려는 건 컬러 스프레이입니다!!! 컬러스프레이 뿌려도 되냐고 물어봤어야 되는 문장인데 그냥 "스프레이 뿌려도 돼?" 라고 써두곤 저 부분 고친다는 게 깜빡했네..
이현-아현 오누이같은 경우는, 이현이가 자기 머리도 만지고 아현이 머리도 다듬어주는 식이야. 이현이가 반묶음을 하게 된 건, 현이가 귀찮다고 머리 안 깎고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으니까 아현이가 어디서 게임패키지 하나를 덜렁 들고 와서는 그 게임패키지 주인공 헤어스타일을 따라서 묶어본 게 그 시작이었는데 그 게임패키지가 위쳐 시리즈였다는 후문이 있어. 믿거나 말거나지만!
아마 처음 몇번은, 도아 머리 곱슬이고... 엄청 산발이었지 않을까 싶어 u.u 도아가 사랑 받은게 느껴졌다니 의외의 부분에서 어필 해버렸다 0v0
그 부분은 매우 고민중입니다! 고정시키는 용도의 헤어 스프레이라면 도아가 갖고 있을 법한데, 컬러 헤어 스프레이는 나 그런 거 없는데 하고 눈치채버릴 것 같아서...... 컬러 스프레이 뿌려도 되느냐 물어본 것으로 받아도 될까 u.u? (다른 얘기지만 이현이나 도아 염색하면 색 진짜 잘 나오겠다 싶어)
현실 속에 있을 수 없는 남매구나.... 0v0 이현이도 아현이도 도아스럽게 말하자면 둥실둥실 떠있는 풍선같달까. 그런 느낌을 받고 있어. 그래서 이현이가 닿으면 더 깜짝 놀라는지도 몰라.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잡고 있지 않으면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먼저 닿아오니까.
그리고 이번 일상에서 강아지랑 고양이 이야기 나와서 생각난게 있는데, 그게 너무 아파서 스스로가 멍자국을 내버렸단 묘사를 뼈저리게 이해하고 말았습니다 3.3.... 도아는 토끼라는 느낌이니까, 토끼랑 반대라면 여우.....일까 싶어서 여우같은 아이가 이현이 옆에 나타났다고 생각하니 엄청 이해해버리고 말았어 8.8..... 멋대로 기대하겠다고 해도, 얼마나 기대해도 기대는 기대 뿐이니까.... 도아는 이현이가 아프다고 말 안하면 모르겠지........... 3.3........ 아직은 아플 이유가 없다고 생각도 하고 있고......... 그래도 이제는 장난감이라는 생각 안 하고 있을거야 u.u..... 친구 정도일 거라고 생각해 0v0....
오늘 말하니까 말인데 오늘 지하철에 에어컨 나오더라 ^.^... 도아주 있는 쪽은 좀 덜 더워야 할 텐데.
응, 그렇게 받아줘. 도아는 자기가 가방에 컬러스프레이는 없을 텐데- 하고 이현이에게 물어봐도, 이현이는 '네 말대로 가방에 다 있던걸?' 하고 헤헤 웃기만 할 듯.. 앗 이녀석 생각보다 훨씬 마이페이스야
이현이와 아현이가 둘 다 순둥순둥한 성격이라 다른 남매들보다 훨씬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실남매 같은 부분도 있어! 저 위에서 도아 생각하면서 거울 앞에서 시간끌다가 아현이한테 쪼인트 맞는다는 내용의 레스를 썼던 것 같은데 음음
그것도 일종의 불신이야 불신 ^q^ 스스로의 위치를 인지하지 못하는 그 무신경함이, 꽉 붙들지 못하는 그 주저하는 마음이 소년을 아프게 때리는 망치가 됩니다.. 그러나 아프니까 청춘연애 아니겠어!! 꽃길로 향하는 길에 발에 돌부리 좀 채일 수 있는 거지 암!!! 이현이는 한번 눈길이 간 것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않아요!!
사실은, 나도 답레를 쓸 때 도아주가 말한 것과 비슷한 논조로 이현이가 도아에게 되묻는 대사를 쓰려고 했는데.. 왠지 엄청 침체 모먼트가 찾아올 것 같아서 부드럽게 넘겨버리긴 했어..
도아주 쪽은 4월 즈음부터 에어컨을 틀더라고 ^.^ 덕분에 늘 기모가 들어간 아우터를 챙기고 있어...... 냉방병 걱정을 하고 있는 중이야 u.u 답레는..... 아마 일요일 즈음에 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세히는 말 못하지만 도아주의 주말은 일요일 하루 뿐이라서 3.3 ((절대 회사는 아니니까 혹시라고 그건 걱정말아))
어디선가..... 너무 좋다면서 우는 짤같은 걸 본 것 같은데 그게 생각났어. 정말 몇 번을 생각해도 제대로 감겼다.... 엮이고 감기고 u.u......
앗 맞아 정강이! 도아주의 기억력에 구멍이 났다 u.u................. 늘 답레는 꼬박꼬막 백업도 해두고 있는데....! 아현이가 이현이 사진 대뜸 보내는 것처럼 그런 이야기는 전달 안 해주려나 u.u.... 도아 폰 붙잡고서 고장나는 모습이 또렷해 0v0
그렇지만 도아가 현아, 나 좋아해? 좋아하는 것 같아! 라고 돌직구 던진다거나 할 성격이 못 되어서........... 도아주같은 성격이었으면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 했을텐데 0v0 맞아, 그만큼 꽃길이 화사하게 피어있을테니까.
도아가...... 아니 도아주가........... 아니 둘 다 잘못했습니다........... 8.8........... 만약 그렇게 물어봤다면, 도아도 눈물 핑 돌았을거야 8.8 도아야 여우같은 아이든, 무슨 아이든, 누가 이현이 옆에 와도 할 수 있는 말은 늘 하던 말 뿐이니까......... 그마저도 이현이 선택에 달렸을 뿐이니까.
우리 쪽은 에어컨을 틀려다가 요 며칠 새 비가 엄청 와서 한동안 쌀쌀했길래 에어컨을 안 틀고 있었는데, 오늘은 틀었더라구.. 우리도 이제 에어컨 개시야.. 집에 돌아가면 선풍기도 꺼내야겠다. 어제만 해도 그럭저럭 선선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에어컨 고장난 거 수리도 안했는데 ^p^
답레는 언제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천천느긋하게 써줘. 일요일에 줘도 좋고, 더 나중에 줘도 좋아. 그리고 굳이 기억력 자책하지 않아도 좋아 ^q^ 저건 나도 긴가민가 그랬던가 해서 쓴 거라.. (찾아보니 있긴 있었다) 도아주가 좋다면 아현이와의 일상은 상L이라는 느낌으로 짤막짤막하게 돌릴 수 있지. 그리고 이따금 이현이 사진 보내주면 도아언니가 폭발하는 게 재밌어서 이현이 사진찍기에 맛들리는 아현이
후 어쩔 수 없지... 이건 이현이가 리드하는 수밖에.. 도아가 뒤로 빼면 이현이가 한 발짝 다가가면 되지 뭐. 이현이에게 도아가 어떤 의미인지 이현이가 좀더 표현을 분 명 하 게 해야겠네. 벌칙 결정이야.
"응... 예쁘다." "저기 말야... 이 머리," "나 말고 다른 사람이 건드리거나 하게 두면..." "나 화낼 거다♥?"
심술이 섞인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네게는 아니었나 봐. 톡 기대고 있는 네 머리칼을 흐름을 그대로 따라서 쓸어보았어. 그렇지만, 구차하게 변명할 거리는 있는데. 네게 안 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단 말이야.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하면, 그러면 오히려 내가 서운해할지도 몰라. 내가 누구한테 좋아한다고 얼굴을 붉히는지, 누구 앞에만 서면 아무것도 못 하게 돼버리는지, 네가 모르면 안 되잖아. 그리고 그 누가 강아지라고 했는지, 고양이라고 했는지도 모를 수 없잖아.
"응, 고마워." 내 욕심을 허락받은 것 같아서, 네 칭얼임에 입꼬리가 올라가다가 문득. 머리띠에서 비롯되었던 그때의 일이 스쳐 지나가고, 네가 방금 했던 말도 생각나. 넌 항상 고양이고, 내 고양이라고 했던 말. 내가 해준 네 머리를 누가 만지는 건 싫어. 너도, 네가 구부려놓았던 것도 아닌 머리띠에도 그랬으니까 똑같이 싫어할까. 나는 의자에 앉아있고, 너는 뒤에 서 있는 거리. 조그맣게, 나직하게 목소리를 흘리면 네가 들을 수 있을까. 부끄러우니까 그렇게 밖에 말 못 해. 말하기로 생각하자마자 귀에서 오르는 열기가 따듯하게 느껴져. "네가 내 거면, 나도 네 거니까... 나도, 아무도 손 못 대게 할게."
그리고, 내가 놀라버리면 떨어져 나가는 네 손과 장난기 담긴 '미안!'이라는 네 목소리. 일부러 장난친 거라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지만, 툴툴거리거나 삐져버리기에는 나도 너에게 한 게 있잖아. 그래서 내 표정이 네게 보이지 않을 테니까, 괜히 한 번 볼에 조금 바람을 채우는 거로 끝내는 거야.
어릴 때는 부모님이, 지금은 친구들이 머리를 만진 적은 많았어. 그래서 선뜻 네게도 그런 부탁을 해버릴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런데 아무리 다른 사람이 머리를 만져준 적이 많다고 해도 네가 하는 거는 역시 다른가 봐. 아니면 네가 쓰다듬어 줄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일까.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쫑긋거리는 토끼처럼, 엄청 쭈뼛거리게 되고, 긴장되어서는 익숙한 듯한 네 솜씨에도 조금은 굳어있는 거야.
"아, 응…! 응?"
굳은 상태로 바로 대답을 해버렸다가 멈칫. 컬러 스프레이 같은 거, 나는 안 갖고 있단 말이야.
"그게 있어?"
궁금해서 돌아보고 싶지만, 네가 머리를 계속 빗겨주었으니까 그러지 못하고 물어보기만 할 뿐이야.
괴롭혔어? 하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조금 이상한 대답이었다. 이현의 웃음이 조금 흐려졌다.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다. 그저 학교 축제날일 뿐이었는데, 그 모든 감정들, 그 모든 사건들. 3학년의 선배가 네 귀를 대뜸 접어버렸을 때 치밀어오른 이상한 감정들이,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하면 삐질 거야? 하는 짓궂은 네 물음에 다시 한 번 왈칵 치밀어오르는 이상한 경험.
그렇지만 전혀 처음 접해보는 느낌인데도, 만일 이게 정제되지 못한 채로 왈칵 쏟아져나와 버리면 네가 데여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큼 그것이 뜨거웠거에, 소년은 웃음으로 그걸 얼버무리며 억지로 삼켰다. 데이는 것은 자신이면 충분했고, 자신은 데이는 것으로 충분했다. 자칫 이걸 잘못 튀겨버리면 당신도 데일 테고, 당신이 놀라 후다닥 도망가버리면 혼자 남겨진 소년은 이번에는 얼어불어 버리겠지.
데인 속을 잊으려 당신을 한 번 끌어안아보려 했건만, 쓰다듬는 것만으로 화들짝 놀라 움츠러드는 당신을 보며 소년은 그것을 장난이라고 거짓말했다. 그리고 그냥 당신이 한 번 뒤에서 끌어안아준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것만 해도 당신에게는 정말로 큰 용기를 낸 행동일 테니까.
나는 아직도 네게 저 하늘 수천 광년 멀리 떨어져 있는 조그만 개밥바라기 하나에 불과하구나. 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너에게 이렇게 손을 뻗는데. 문득 소년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다. 소년은 당신의 등 뒤에 서서 당신이 뒤돌아보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그리곤 손목으로 가볍게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 손을 뻗어도 닿을 기약이 없으면, 더 힘내서 쭉쭉 뻗으면 그만이다. 머나먼 은하수를 계속 헤엄쳐가면 그 끝에는 네가 있겠지.
아,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랑의 시험이라는 것은 그에게 너무도 가혹했다!
이현은 빗을 내려놓고는 스프레이 캔을 가볍게 찰찰 흔들었다. 그리곤 조금 빨개진 눈매를 곱게 접어 방긋 웃었다.
"네 말대로 네 가방에 다 있던걸."
그는 손을 뻗어서는 당신의 눈앞에 스프레이 캔을 흔들어보였다. 확실히... 낯선 물건이다. 상표도 낯선 것이고. 무슨 색인지는 보이지 않는다. 우연인지 일부러인지 컬러 스프레이를 거머쥐고 있는 소년의 손이 색깔 표시가 있음직한 부분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몽환적인 밤하늘이 표면에 그려진 그것이 결코 추한 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안에는-비록 당신은 아직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테지만-소년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별이 드문드문 박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너를 생각할 때의 그 마음이, 아직 이름붙이지 못한 마음이 한가득. 세상에서 가장 환한 밤하늘 같은 그대야. 너에게 내 밤하늘을 나눠줄게. 이것으로 네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 조금이라도 알아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가, "내가 나쁘게 굴어서 그런가 봐." 너한테 심술부려서, 아무래도 널 괴롭혔나 봐. 나도 널 괴롭히겠다고 그랬었는데 아무래도 못 그럴 것 같아. 네가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면, 취소라고 알려주고 싶어. 널 괴롭히겠다고 말했던 건 널 좋아하면서 아픈 게 너무 아파서였어. 네가 괴롭히는 게 아니란 걸 알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은 그 크기만큼이나 커다란 약점이 되어버려. 아마도 내가 가진 수많은 약점 중에, 제일 커다랗고 아픈 게 너일 거야. 그래서 언젠가 네가 날 좋아하게 만들면 너도 아프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말한 거였어. 근데 네가 아파하는 걸 볼 자신이 없어. 작은 가시라고 생각했던 심술이, 네게는 겨우 작은 가시가 아니었잖아. 그러니 나는 만약 네가 날 좋아하게 되면, 그런 날이 온다면, 난 널 괴롭히지 않을래.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한다고 해주고, 사랑한다고 하면 사랑한다고 해줄 거야. 이 어설픈 짝사랑은 나만 하고 끝낼 수 있게.
그러니까, "심술부려서 미안해." 네 얼굴을 마주 보고서 사과하고 싶지만 어떻게 그런 뻔뻔함을 비출 수 있을까.
고개가 숙어져 올라오질 못할 뻔하다가, 시야에 나타난 네 손과 스프레이에 그럴 일은 없어져. 깜빡깜빡, 내 가방에 있었다던 스프레이를 쳐다보지만 다른 주인이 될 사람이 생각나질 않아서 무심코 고개를 기울이고 말았어.
"집…에 있었나 봐."
그래도 여전히 내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의문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말았지만. 반대로, 네가 정말 뿌려도 되느냐고 물어보았을 때는 확신에 가득 차서 대답해.
"—응!"
무슨 색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프레이에 그려진 밤하늘 그림이 예뻐서, 그리고 네가 해준 거라면 어느 색이든 좋아서.
그 어설픈 짝사랑을 당신만이 품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바로 당신이니까. 그런데도 당신은 소년이 기대어오는 조그만 애정에도 흠칫 놀라 도망쳐버리고는, 소년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스스로 쓰라린 단정을 내리고 움츠러들 뿐이니. 서로가 서로의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 같다. 그래도 언젠가는 이 우스운 추격전도 끝날 날이 오겠지. 정말이지, 아직도 소년은 너와 같이 있으면 몇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할지, 얼마나 붙어서 걸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야." 당신의 사과에 이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다는 의미로 당신의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당신이 또 화들짝 놀라서 도망갈까 봐 그는 겁이 나서 그러지 못했다. 그 대신에, 사-륵, 사-륵 하고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집어들 뿐이다. 조금의 사과와, 조금의 기원을 담아서.
"그럼 시작할게..."
******
몇 번인가의 스프레이질이 지나고 나서, 당신의 머리카락을 몇 번인가 땋는 손길이 지났다. 이쯤하면 끝나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그의 손길은 몇 번인가 더 당신의 머리 위를 오갔다. 무언가 붙이는 듯한? 그러고 나서야 이현은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 옆머리를 끌어모으는 손길이 당신에게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늘상 하는 그 반묶음 머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모인 머리카락이 뒤통수에서 토끼 꼬랑지처럼 헤어밴드에 꼬옥 물리는 느낌이 나면, 곧 그의 손은 당신의 머리에서 떨어져나온다.
"응, 됐다. 예뻐..."
소년은 거울을 당신의 손에 쥐어주었다. 들여다보면, 모양 자체는 당신이 평소에 했던 그 반묶음머리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당신의 어깨로 늘어뜨려진 뒷머리 위에는... 말 그대로, 밤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중간쯤부터 푸르스름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끝에는 고운 검정색으로 그라데이션된 머리카락 위에는 펄 가루 같은 것들과 각양각색으로 반짝이는 조그만 스팽글들이 뿌려져 몽환적인 은하수를 그리고 있었고, 그 위로는 당신의 머리색 그대로의 새하얀 가는 브레이드가 몇 가닥인가 늘어뜨려져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뒤로 끌어모아서 묶었을 당신의 옆머리도 예쁜 브레이드가 지어져서는 묶여 있었고. -옆머리를 땋아서 뒤로 묶는 건 분명, 이 소년이 자주 하는 머리 모양새였을 텐데.
당신이 해준 머리를 한 채로, 소년은 얄궂게 히쭉 웃어보였다. 장갑도 끼지 않고 헤어스프레이를 다룬 탓에, 그의 손에는 보랏빛과 검은색의 얼룩이 번져 있었다.
"다른 사람 머리를 꾸며주는 건 처음이라서, 네가 보기엔 어떨지 모르겠네.. 어때, 도아야?"
그러니까, 시작한다는 네 말 이후로 나는 입을 꼭 다물고만 있었어. 사랑하고 싶다던 네가 괴롭다면 나랑은 조금 다른 결이지 않을까. 내 사과에 아니라고 해줬지만, 몇 번이고 너를 떠올려보는 거야. 작은 숨소리랑, 조금 더 귀 기울인다면 들릴 심장 소리 말고는 정말이지 고요하게. 찬찬히 너를 생각하고, 그려보고, 괴어놓았어. 머릿속이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이 되었던 날, 몇 번이나 네게 선전포고해버린 날. 꽃잎이 하나 떨어진 동전 한 닢, 고양이랑 토끼가 같이 뛰어다니던 오선지, 포스트잇에 남겨진 익살스러운 고양이 그림. 들려오는 소리는 피아노 소리, 기타 소리, 그리고 네 목소리. 내가 가진 것보다 조금 낮은 네 온도랑, 멜론 향이 코끝에 걸리고, 얼마나 올려다보면 네가 보이는지. 같은 학교 같은 반, 론이라는 다른 이름, 계약으로 맺어진 애인,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좋아하는⸻
"아. 응...!"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생각하고 있던 것이 아닌 정말로 내 귓가에 닿은 네 목소리에 쥐여준 거울을 들여다보았고, 반짝이고 있는 밤하늘과 눈이 마주쳤어. 그다음에 눈이 마주친 건, 네가 평소에 하고 다니던 머리 모양새와 꼭 닮은 묶음. 밤하늘을 녹여서 바다를 만들면 이렇게 흘러내릴까. 거울 속에 비친 네 웃음을 보았고, 네가 해준 머리는 정말 많이 "널 닮았어." 그리고 의자를 그대로 반 바퀴를 돌려버렸어. 그러고 의자에서 일어나면 거울 속의 네가 아니라, 진짜 널 볼 수 있잖아. "엄청 예쁘고, 반짝반짝하고, 행복하단 뜻이야!" 활짝 웃다가, 머리카락이 내 움직임에 따라 흔들려버리면 어색하게 굳어버려. 별 가루가 떨어질 것만 같아서. 머리카락의 흔들림이 멈춘 것 같으면 다시 마저 웃는 거야.
나는 늘 너한테 마음을 한 조각이라도 받고 싶어. 그런데 되려 네가 한 조각, 한 움큼, 혹은 그것보다 마음을 많이 쥐여주려고 하면 받아도 되는 걸까, 고민하고 말아. 덥석 받았더니 손에서 흩어지고 사라져버릴까 봐. 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도 무심코 먼저 멈칫거리고 말아. 그러니까 결이 다르다면, 내가 멈칫거려서가 아닐까. 네가 외로움이 무언지 진짜로 알게 됐다고 했었는데.
"손에 밤하늘 묻었어."
얼룩진 네 손을 붙잡아서 가볍게 깍지를 끼기도 하고, 두 손으로 쥐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얼굴까지 끌어당겨서는, 응, 네 손에 꼭 기댔어. 스프레이가 마르지 않았다면 내 손에도, 얼굴에도 묻게 되겠지만 아무래도 좋아. 네가 닿아오는 게 익숙해지길 바라서, 겁먹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을 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