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응, 그러고 보면 도아주는 출퇴근 거리도 길었지.. 저녁도 먹고, 씻고, 도아주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줘.
아니 상상도 못한 귀여운 습관....... 그랬구나. 무지개라면 역시 그거려나. 도아한테 과일믹스 멘토스를 사주고 싶어졌어. 이현이의 경우에는 간식을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때)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편이야. 도아랑 같이 먹고 있으면 도아가 먹는 순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맛있는 거 골라서 도아한테 주고 그러겠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이라고 하면 잠들기 전까지... u.u....! 그리고 방금 막 귀가했어 u.u
맛있는 거 나중에 먹는 편이라면.... 딸기케이크 먹을 때 딸기도 나중에 먹으려나 u.u....... 귀여워 x.x........... 맛있는 거 도아 챙겨주는 거 너무 귀엽다 u.u..... 도아는 이현이 앞접시에 무지개 순서로 세워놓고 있지 않을까. 빨간 딸기, 오렌지빛 쿠키, 노란 케이크 조각.....
활짝 웃으며 답해주는 네 모습이, 늘 해를 바라본다고 해바라기라는 이름이 붙은 그 꽃보다도 환해서. 눈이 부셔서, 네가 그러자고 해준 게 기뻐서, 나도 마주 웃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어. 그때의 포스트잇에는 나도 몇 글자 적어버리고 싶어지는 거야. 똑같이 네가 나를 데려간다고 적는다면, 나는 '내가 데려 가달라고 했어요!'라고.
"으, 앗!"
발돋움을 했을 때, 네가 흠칫 놀라서 물러서면 몸이 네게로 기울고 말아. 그렇게 되면, 그대로 계속 기울어버리면, 네게 넘어지게 되잖아. 그래서 잠깐이나마 안 넘어지려고 버텨보았어. 그 잠깐이, 끊긴 목소리의 원인이었고. 손끝에 닿은 머리띠가, 그 느낌이 이상하지만 않았더라면 안 넘어졌을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꼭 정말 고양이 귀에 손을 갖다 댄 것처럼, 머리띠가 움직였다고 하면 네가 믿어줄까.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난 이미 넘어져 버려서, 그러니까, 네 품속에 넘어져 버려서. 내가 널 안겠다고 생각해서 안는 거랑은 다르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서,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 하나 없는 햇빛에 따갑게 얼굴이 달아오른 것처럼, 부끄러워서. 어느새 귀까지 오른 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들지도 못 하고 겨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한마디. "놀, ... 놀래켜서 미안해." 이러려던 게 아닌데, 숨까지 어지러워 박자가 흐트러졌어.
"응, 응……. 나, 나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있어 줘." 제대로 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응, 지금 갈아입어도 되고, 응, 네가 옷을 갈아입으려면 옷을 가지러 가야 해. 네 대답에 잘못 재생되고 있는 플레이어처럼 같은 대답만을 하다가, 너를, 아니, 내 옷자락을 붙잡았어. 녹슬어버린 자물쇠에 꽂힌 열쇠보다도 굳은 움직임으로, 지금 네 안에 숨고 싶다고 하는 거야.
당신이 넘어지는 것보다 소년이 당신을 받아안는 것이 더 빨랐다. 흠칫 물러선 그 잠깐의 틈에 발돋움을 한 당신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스듬히 기울어지자, 소년은 "앗..." 하는 나직한 소리와 함께 다시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도착한 곳은 소년의 품 안이었다. 와이셔츠 자락이 사락사락 당신의 뺨에 와닿고 있자면, 그 너머로 서늘한 소년의 체온이 와닿는다. 그리고 당신의 코끝에 걸리는 나직하게 달큰한 향기. 멜론 같기도 하고, 코코넛 같기도 한, 당신이 잘 모르는 어떤 다른 세상의 달콤함이 담겨 있는 듯한 흐릿한 단내가 살랑살랑.
힘겹게 꺼낸 어질어질한 말 한마디에, 소년은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당신의 이마 위에서 나직이 되묻는 소리가 당신에게 흘러내린다. "어디 삐끗한 데는 없어?" 그러고서 그는 숨쉬는 박자마저 흐트러진 당신을 고양이 앞발 같은 손으로 조심스레 톡톡 다독인다. 네가 고장난 오디오처럼 삐걱삐걱대며 하는 대답에, 그는 당신을 안은 채로 키들대며 대답했다.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으니까 그건 안 되겠다."
소년은 네가 숨을 곳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어쩌다, 넘어진 곳마저 그의 품이라니. 그는 당신이 충분히 숨을 추스를 때까지, 아니면 당신이 만족할 때까지 당신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도 놓치기 싫었기에.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네 온도, 네 향기가 가득한 것에 네 품이니까. 네 품 안은, 오로지 너로만 가득한 게 당연하니까 난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가 없는 거야. 내 온도도, 내 향기도 지워진 것처럼 네 안에 빠져서는 헤어나오지 못해. 넘어질 때 내 향기가 네 코끝에 닿았을까, 지금 내 온도가 너에게 옮아가고 있을까. 그렇다면 바쁘디바쁘게 뛰고 있는 심박 소리도 들리고 말 텐데, 부끄러워서 더 작아지고 싶어지고 말아.
"응, 하나도."
다친 곳은 하나도 없어. 네가 혹여라도 걱정하지 않을까, 너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야. 삐끗한 곳이 있다 한들, 요동치는 심장이 더 걱정됐을 것만 같아. 톡톡, 네가 다독이는 손길에 맞춰서 원래의 박자들 되찾아가. 서서히 두근거리고, 차분히 숨을 고르고.
"응... 아, 나도. 나도 싫어."
또 같은 대답을 해버렸다가, 톡 머리 위로 첫 봄 빗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흠칫. 그러고서 나도 그렇다고, 나도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어, 하고 말해. 그러니까 나도 옷은 나중에 갈아입을 거야.
네 안에 숨고 싶어 하는 내게, 네가 그러도록 해주면, 그제야 너를 붙잡았어. 이미 너의 품속이니까 넘어질 곳이 없는 까치발과 함께, 두 팔을 네 목 뒤로 걸어서 너랑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거야. 발을 돋을 수 있는 동안 꼬옥 너를 안고 있으면, 까치발을 내릴 때 즈음에서는 네 품에서 떨어져 고개를 들 수 있어서.
"...고마워."
너를 살짝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 피했다가, 손끝을 서로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너를 바라보고. "머리띠, 벗겨도 돼?"
도아.......도아야...........도아야..................... 내 안에 흐드러질 도아야............. 이게 너무 아릴 만큼 귀여운데요... 나 주접같은 거 잘 못떠는데... 이제 복숭아꽃 핀 걸 보면 도아만 기억나게 생겼어..........
언젠가는 소년의 품에 안겨도 더 이상 서늘한 느낌이 들지 않게 될까. 당신은 웃으면서 소년의 품으로 파고들게 될까. 같은 심박수로 뛰면서, 서로에게 한 발을 내딛은 채로 같은 꿈을 꾸게 될까. 내게서 비워져있던 부분이 너로 쓰여가고 있어. 이 뜻이구나. 나를 사랑하게 해줄게, 하는 네가 했던 그 말.
"사실, 널 사랑하는 법은 언제 알려줄 거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고, 소년은 옅게 웃으면서 품에 안겨 있는 너의 머리를 손끝으로 쓸어보는 것이다. 잠결에 문득 이 머리카락이 떠오르겠구나. 문득 자다 깨서 창문을 열어 밤에 잠긴 봄향기를 맡으면 네게서 나는 비누 향기가 떠오르겠구나, 하고, 조금씩조금씩. 소년은 왠지 사막여우가 한 말을 알 것도 같았다.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서 밀밭은 봐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지만, 네가 나를 길들여준다면 금빛의 밀밭을 보고 네 금빛 머리칼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말.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라는 말.
"이젠 그럴 필요 없겠네."
하고, 당신이 까치발을 내릴 수 있도록 어깨를 싸안았던 팔을 풀어주며 소년은 조금 수줍게 웃었다. 그러다 당신이 건넨 질문에, 이현은 아, 하고는 뭔가 잊고 있었던 걸 떠올리는 표정이 되어서는 다시금 평소의 그 부드러운 웃음을 띄며 허리를 숙여 당신이 발돋움을 하지 않고도 머리띠를 벗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손을 뻗어서 머리띠를 벗겨보면, 확실히 질감은 꽤 실감나지만 분명히 투명 플라스틱 머리띠에 연결돼 있는 소품 동물귀다.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다면, 그럼 내가 너한테 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줬단 거잖아. 발을 내리고서 너를 올려다보다가, 이윽고 네가 허리를 숙여주어서 너와 눈높이가 평소보다 가까워져. 네 눈동자를 가만 바라보면서 아무리 곰곰 생각해보아도, 나도 모르겠을 그 방법을 너에게 알려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널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혹시, 설마 네가 날 좋아할 수는 없겠다, 하고 생각해버려서 그렇게 말을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네 웃음이 너무 수줍은데. 그러다가 생각이, 결국은 네가 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건, 날 사랑하게 된 걸까, 하고 흘러가 버렸어. 방금 진정시켰는데, 또 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리게 되면 너무하잖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고 사랑한다는 건 아니니까, 진정해야 해. 애써 꾹 누르고 눌러서 무덤덤하게 굴어보려고 하지만, 더는 눈을 맞출 수가 없어.
시선이 도망친 곳은 겨우, 네 머리 위에 있는 머리띠. 아무렇지 않은 척, 네가 허리를 숙여주기까지 했으니까. 조심스레 네 머리띠를 벗기고 나서 손에 쥐고 있으면, 괜히 이 머리띠만 아니었어도 넘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 넘어졌으면 그런 부끄러운 일은 없었을 텐데, 누가 머리띠를 이렇게 열심히 잘 만든 거야. 내가 쓰고 있는 건 그렇게 진짜 같은 느낌 안 났는데. 그래서 괜히 꼭 쥐었다가 힘을 빼고, 이어서는 내 머리 위에 있는 것도 벗겨냈어.
"...현이 먼저 할 거지?"
네가 먼저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만도 같아. 그렇지만 지금 네가 내 머리를 꾸며준다거나 하면,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아플 것만 같단 말이야.
도아, 저렇게 웃는 거... 반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치면서 있다가도 이현이랑 눈 마주치면 저렇게 웃어주고는 다시 친구들이랑 논다거나 할 것 같아 u.u
그리고 도아가 사소한 거 하나하나 스스로 하는 건 이현이한테 어리광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라는 이유가 있어. 이현이 머리띠는 자기가 벗겨줘놓고, 자기 머리띠는 혼자 홀랑 벗어버린다거나 하는 거 같은 거. (이 부분은 이현이가 도아 걸 벗겨주고 싶어한다면 무시하고 답레 주어도 괜찮아)
당연히 보고 배우는 것이겠지. 당신이 품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선명하고 커다란 것인지 감안하면, 당신이 얼마나 순진하면서도 올곧게 그 소년을 생각하고 그 소년을 위해 얼굴을 붉혔는지 생각하면 그에게 그 붉은 물이 옮겨들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소년의 안에는 이미 네가 피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빛들이 모여 네가 된다. 다만 그 마음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이게 당신이 자신에게 심어주마고 했던 그것이 맞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뿐. 어쩌면 이 계약연애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을 맺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 해 여름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더랬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보고, 손에 머리를 부빌 줄 알게 된.
당신이 머리띠를 벗겨내는 동안, 소년은 문득 선홍색으로 피어있는 네 뺨에 무심코 손을 얹고 쓸어보았다. 그러다 당신이 머리띠를 머리에서 벗겨내자,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해 손을 당신의 머리로 들어올리려 했다.
"앗."
그러나 소년이 손을 뻗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머리띠를 벗어버리자, 그 손길은 갈 곳일 잃었다. 눈을 깜빡이던 이현은 "으응..." 하는 낙심 한가득 어린 신음소리와 함께 손을 과장되게 툭 떨어뜨리면서 고개를 푹 떨궜다. 그 고양이귀 머리가 아직 이현의 머리 위에 있었더라면 그 고양이귀가 풀죽은 것마냥 처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네가 현이 먼저 할 거지, 하고 물어보면 축 처졌던 고개 정도를 들려올라올까. 양 팔은 아직도 축 떨어져 있는데 눈은 또랑또랑해서는.
물어보는 수밖에는 없잖아. 이대로 지금을 놓쳐버리면, 네가 언젠가 다시 말해줄 때까지 용기 낼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모르는 네가 배운 그게 뭔지 궁금해. 물어보는 것 말고는 알 방법이 없는데 숨이 모자라. 머릿속에서 알맞은 단어들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워. 심장은 꼭 쥐고 있는 자신의 주먹만 한 크기라던데, 작은 곳에서 어떻게 이런 큰 소리가 나는 거야. 네 손이 뺨에 닿았을 때, 나도 모르게 작게 몸을 떨고 말아. 너에게 물어보려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부끄러운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날 사랑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거야?"
문장 하나에 있는 단어가, 어떻게 하나도 빠짐없이 부끄러울 수 있을까. 분명, 너무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넌 내 빨간 얼굴을 그렇지 않은 얼굴보다 훨씬 더 많이 봤을 것만 같아. 그렇게 잠시, 한껏 부끄러움에 적셔져 있다가, 네 목소리와 갈 곳 잃은 손에 겨우 헤어나와. 왜, 어째서. 네가 이렇게 쉽사리 풀이 죽어버린 이유를 찾아보지만, 내가 한 거라고는 머리띠를 벗은 것밖에 없는데. 설마 이것 때문일까, 황급히 벗었던 머리띠를 다시 머리 위에 씌웠어.
"현아...?"
이거 때문이야? 어쩔 줄 모르게 되어서는 네 표정을 살펴볼 뿐이야. 급하게 다시 쓰느라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도 같지만, 네가 꾸며줄 테고,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지금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걸.
"...... 먼저 하고 싶어?"
그러다 내 질문에 네가 그렇게 쳐다보면, 뜻이 잘못 전해졌다는 걸 알아도 아니라고 할 수가 없잖아.
"그걸 또 굳이 다시 쓸 필요까지는 없는데." 이현은 축 처졌던 어깨를 들어올리며 까르륵 웃었다. 아무래도 소년이 갑자기 과장되게 낙담한 시늉을 한 이유가 이게 맞았던 모양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덕분에 소년은 낙담한 시늉을 더 빨리 그만둘 수 있었다. 웃음소리는 곧 그쳤지만 웃음은 여전히 소년의 얼굴에 곱게 남아있었다. 그는 당신에게 눈을 맞춘 채로 당신의 머리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그 아래로 축 처지듯 접힌 토끼귀 머리띠를 조심스레 쥐고는 당신의 머리에서 벗겨냈다.
"다는 몰라."
소년의 대답은 그제서야 나왔다. 발갛게 꽃피어 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에도 같은 빛깔의 꽃이 피어 있었다. 당신이 심은 씨앗이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마침내 초여름이 되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소년은 머리띠를 벗겨내고, 다시 손을 들어서 급히 머리띠를 쓰느라 조금 헝크러진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빗어주며 말했다. 조금의 온기와, 조금의 애착을 담아서, 나직이.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더 배울래."
다 배우면 도아 네가 날 떠나버릴 것 같단 말야.
이현은 이유없는 불안을 삼켰다. 소년은 당신이 가져다준 감정들이 아직 너무 낯설었다. 사랑이 분명해지는 만큼 그 그늘도 분명해지고 있었다. 조금 전에 3학년 선배가 무심한 손길로 확 잡아당겨 버린 당신의 토끼귀가, 소년의 시선을 그 그늘로 향하게 했던 것이다.
자신의 시선 끝에 있는 당신이 조심스레 내놓은 반문에, 이현은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를 장난스러운 것으로 바꾸었다. 입꼬리를 올려서 생글생글.
"네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말해주면, 나도 사실 똑바로 알아들었는데 일부러 반대로 말한 거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엉뚱맞은 소리를 한 소년은, 미소를 지우고 입에 손끝을 가져다대며 머리를 갸우뚱 기울여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때 문득 허리춤에 꽂혀 있는 고양이꼬리가 살랑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당연히 자세를 바꾸면서 소품이 흔들려서 저런 움직임이 나온 것이겠지만.
"응- 어쩔까. 네가 내 머리를 꾸며주는 것도 좋고, 나도 네 머리를 꾸며보고 싶은데."
하다가 소년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살짝 튕겨 작은 딱 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말했다.
"도아야, 그 동전 네가 갖고 있지? 그거 던져볼래? 숫자 나오면 네가 먼저, 그림 나오면 내가 먼저."
그 동전이라고 하면, 그래, 소년이 자기 손 대신이라고 당신에게 쥐어주곤 하는 그 이파리 하나 떨어진 외국 동전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소년의 말은 역시나 체셔 고양이의 말장난처럼 애매모호했다. 그는 '네가 먼저, 내가 먼저' 라는 말에 동사를 붙이지 않아서 '먼저 꾸며지느냐'와 '먼저 꾸며주느냐'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아주가 오늘은 아마 답레랑 같이는 못 올 것 같아 8.8 답레는 괜찮으니까 걱정말아 기다리다 11시 넘은 거 보고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봐서는 아마 그대로 잠든 거 같고 u.u...
그리고 이번 답레를 보고 문득 생각났는데, 도아는 이 계약 연애의 처음 시작 즈음에 그런 생각을 했었어. 이현이가 뭔갈 좋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u.u... 그때 답레에 쓰려다가 너무 김칫국드링킹 아닌가 싶어서 뺐었어. 이현이한테 도아가 좋아하는 방법을 아예 못 알려줄 수도 있고. (그때는 이현이랑 도아도 아니고 남자아이랑 여자아이였고)
>도아는 자기가 이현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거야< 음... 취향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네. 도아가 자꾸 수줍어서 밀어내는데, 그만큼 현이가 팍팍 당겨야겠다 ^.^ ...사실 고양이답게 며칠 실종도 돼보고 좋아할락말락아일락 하면서 애간장도 태워보고 다 해보려고 했는데, 도아가 고양이 낚싯대마냥 팔랑팔랑거리니까 밀당이고 뭐고 녹았어...
>고양이 낚싯대< 그 비닐로 만들어진 잠자리가 달린........ 카샤카샤라고 불리는 그걸까 u.u...... 슬금슬금 다가갔다가 잡으려고 하면 미끌어지고 하는게 백도아씨랑 닮은 것 같기도 0v0....... 도아는 이현이를 정말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아이한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까..... 이현이가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한테 계약 연애라는 이유 때문에 뭔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야. 그리고 부끄럼이 많은 것도 한 몫 크게 하고,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네게 내 마음은 수많은 그들 중 하나일텐데 닿고 있을까 걱정되고..... 이현이가 얼굴을 붉히고 웃어줘도 기대해도 괜찮을까, 멋대로 기대해버려도 될까 하고 있고....... 도아 정말 이것저것 겁쟁이에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 u.u.............
"머리띠 벗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풀이 죽었다는 걸 아는데, 뭘 해야 할지 짐작이라도 가는 건 그거 하나 뿐이었단 말이야. 네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던 그 한 마디만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안 썼을 머리띠인데. 네게 말할 것도 아닌 이 말이 콕 박혀서 따끔거렸어. 너 때문에 쓰고 있는 건데, 그렇게 웃으면 부끄럽단 말이야. 네게 투정을 부려도 될까, 하지만 괜히 그랬다가 네게 미움받아버리면 어떡해. 눈가는 발갛지만 역시 말로 하지는 못 하겠어 입술은 꼭 다물어. 잠깐만, 네가 머리띠를 벗겨 내주는 동안의 잠깐만 시선을 피해버릴 거야. 이 정도 작은 투정은 부리게 해줘.
"지금 여름이야."
우리 겨울까지니까, 나는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으니까. 나는 오히려 네가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신기해. 다는 모르는 게, 더 배워야 한다는 네 말이 맞잖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네 손길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확신하고 싶어. 언젠가부터 같이 물들기 시작한 네 뺨이 여름이 끝날 때도 같은 색으로 여전했으면 좋겠어. 그러고 나면, 그때는 네게 기대가 아니라 욕심을 내버릴 텐데. 작은 투정이 끝나고, 네 손이 내 머리 위에서 내려와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두 손으로 꼭 붙잡았어. 내 손들에 붙잡힌 네 손을 내려다보다가, 너를 바라보면, 벌써 욕심내고 있을지도 몰라.
"아직 추워지려면 멀었잖아."
나무가 새파랗고, 하늘이 새파랗잖아.
그러다 네가 생글생글 웃으면, 그러고 나서의 네 말뜻을 이해해버려서 잡고 있던 손을 꾹 힘주어서 쥐었다가 놓았어. 내가 널 아프게 할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 그저 한 번 힘주어 쥐는 것만으로 그런 장난치지 말라고 삐죽거리는 거야. 정말 그뿐, 얼마 안 있어 네가 곰곰 생각하다 하는 말을 듣고는 동전을 찾으러 가는 거야. 심술을 부린다면 부릴 수 있어. 꾸며주지 않을 거라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할 수도 있고, 머리카락은 늘 하던 대로 묶고 다닐 거라고 고집부릴 수도 있어. 그러지 않는 이유는 네게 몇 번이고 말했고, 몇 번이나 말해줄 그 이유야.
"부스에서 잃어버릴까 봐..."
이 옷을 입기 전에 입고 있었던, 가방 옆에 개어둔 옷에서 동전을 찾아. 안 잃어버리게 늘 조심하고 있으니까, 롤업되어 있는 반바지 주머니에서 금방 잎 하나가 닳아버린 동전을 손에 쥐었어. 혹시라도 붙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렸다가 잃어버릴까, 동전을 튕기는 것조차도 괜히 긴장해버려서는 서투르게 붙잡아. 팅, 가볍게 튕겨서 공중에 도착한 동전은 그대로 몇 바퀴 핑그르르 돌다가 손등 위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꼭 두 손으로 동전을 쥐어버린 모양새가 된 거야. 그리고는 동전이 그림을 보여주고 있을지, 숫자를 보여주고 있을지 확인해보기가 떨려서, 동전을 붙잡고 있는 내 두 손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해. 그러다가 그대로 동전을 쥐고서 네게로 돌아왔어.
"...어느 거야?"
눈을 질끈 감은 채, 덮고 있던 손을 치우고 동전을 네게 보여줬어. 숫자가 나오면 내가 먼저 너를, 그림이 나오면 네가 먼저 나를. 네가 10이 보인다고, 숫자라고 말했으면 하고 바라봐.
"네가 나 때문에 그걸 쓰고 있었다는 걸 아니까, 그걸 벗겨주는 것도 내 손으로 하고 싶었거든..." 시선을 피한 당신에게, 조금 나직한 목소리가 가만히 내려앉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는 손길에는 당신을 달래려는 기색이 묻어나오고. 당신이 지금은 여름이야, 하고 알려주는 그때까지도, 소년의 손은 당신의 머리에서 머뭇거렸다. 물론 떨어지는 것도 마음대로가 아니라, 떼던 손도 다시 당신에게 쥐어졌지만.
싱거운 농담이 오가고, 당신이 한번 심통부리듯이 손을 꾹 힘주어서 쥐어도 소년은 당신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의 손이 자기의 손을 붙들고 있을 때, 반 발짝쯤 다가서서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보는 것이다. 아직 추워지려면 멀었잖아, 하고 말해주는 그 온기를 조금 더 느껴보고 싶어서. 당신의 손끝이 소년의 가슴팍으로 딸려가도록 두었다면, 당신의 손끝에 옅게 느껴지는 박동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불어넣은 바로 그것이, 뿌리를 내리곤, 선명하게. 그러고서야 소년은 당신의 손을 놓아주겠지.
개어둔 옷을 뒤적이며 동전을 찾는 당신에게, 소년은 말해주었다.
"잃어버려도 걱정하지 마. 내가 다시 찾아줄 수 있어."
하고는, 말갛게 웃는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이. 다른 잎 하나가 조금씩 닳기 시작한 동전은 공중에서 다면으로 불규칙하게 빙글빙글 돌면서 반짝이다가 당신의 손바닥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동전은 차갑지 않고 따뜻했다.
눈을 감은 채로 이현에게 손을 벌려보인 채로 질문이 던져지자, 사뭇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나왔으면 하고 있는 면."
이상한 대답에 눈을 떠보면, 확실히 당신의 손바닥 위에 올라앉아 있는 그 동전에는 커다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머리, 잘 부탁해요."
그는 함뿍 웃으며 발을 뻗어서는 바퀴달린 의자를 드르륵 당겨와서, 고양이가 올라앉듯이 덥석 앉았다.
이현이가 어느 면이 누가 먼저인지만 정한 거, 도아가 조금은 순진하게 멋대로 "내가 먼저 하는 거면.. 내가 먼저 널 꾸며주라는 거야?"라고 했었던 이현이 대답만 생각하고서... 숫자가 보이면 자신이 먼저 이현이를, 하고 생각한 거였는데 그렇게 해야한다고 확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을까봐. 그렇게 생각해서 답레 쓴 거라면 수정해도 괜찮아...... 내가 너무 불친절한 답레를 줬나싶어 8.8
그리고 별개로 이현이 너무 귀엽다...... 도아가 애정공세(도아랑 도아주 기준에서는 아니지만)한 이유가 어디 있겠어............ 이현이 덕분이지.... x.x
도아주가 쓰는 답레 중에 불친절한 건 없고, 이현이가 먼저 머리 꾸며지는 걸 보고 싶어서 저렇게 답레를 쓴 거니까 확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uu! 답레에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했을 테니까. 답레는 천천히, 도아주 쓰고 싶을 때 써서 줘.
그렇다니 다행이야.. 요즘 도아한테 헤롱대느라 어필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어라? 싶던 참이었거든.....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계속 피하려고 했는데. 나직하게 내려앉은 네 목소리에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알고 있었어?" 작은 투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시선을 피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있지, 네 손길이 너무 다정해서 별것도 아닌 거로 그런 것만 같아져서. 그래서 네가 내 손을 그대로 네 가슴 위로 끌어갔을 때 가만 네 박동을 손끝으로 담아.
널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의 깊이는 나도 모르겠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걸까, 너와 계속 같이 있다 보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걸까.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은, 오로지 그것 하나로 투명해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네가 나에게 들려준 노랫소리가 일렁이고, 널 떠올린 별빛이 녹아 내려가. 내 목소리와 손길 하나하나에,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말아서. 심술을 부리려야 부릴 수가 없어.
"그래도, 네가 처음으로 준 거잖아."
나한테 네가 없는 동안 갖고 있어 달라고 쥐여 줬으니까,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동전을 두 눈을 뜨고서 확인한 건, 네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내가 나왔으면 하고 있는 면이라는 목소리에 눈을 떠보면, 동전의 윗면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하는 것도 잠시, 곧 의자를 당겨와 앉아버리는 너를 보고는 응,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책상에서 가방을 끌어당겨 와서는, 우선 패들 브러쉬랑 꼬리 빗이랑, 작은 고무줄이 들어 있는 함이랑... 필요한 걸 다 찾아 놓고서, 이제 네 머리를 빗겨주려고 앉아있는 네 뒤에 서면 장난기가 샘솟아버려.
혹시 네가 알고 있을까, 내가 친구들 뒤에서 다가가 놀라게 하는 장난을 자주 한다는 거. 친구들한테는 등을 툭 치는 정도지만, 너한테는 조금 다르게. 그러니까, 늘 올려다보던 널 내려다보는 시야가 새로워서 그런 거라고 핑계를 댈 거야. 마냥 장난이라기에는 애정이 어린 채, 놀라게 하려 한다기에는 부드럽게 뒤에서 너를 꼭 끌어안아 보는 거야.
"안다기보단, 느꼈어." 하고, 이현은 당신의 머리에서 슬며시 떼어낸 토끼귀 머리띠를 흔들어보였다. "이걸 접어줄 때 말야." 롭이어 토끼의 그것마냥 아래로 접혀있는 토끼귀가 보였다. 겨우 하루의 축제인데, 그 토끼귀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도 모르게, 당신도 모르게, 서로 함께하는 때를 거쳐가는 물건들에 무언가가 하나둘씩 속속들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네 생각을 하며 그걸 써준 널 부정하는 것 같아서, 라는 뒷말을 소년은 덧붙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조금 억지를 부려서나마 그것을 네 머리 위에서 자기 손으로 내려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소년이 잡아끈 대로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소년은 왜인지 당신이 자신을 잡아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대로면 왜인지 당신의 마음 속으로 딸려들어가 버릴 것도 같았지만, 그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무심결에 생각하는 것이었다.
"네가 그걸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언제든 네게로 돌아갈 거야. 위성처럼." 당신의 말에, 그는 방긋 웃으면서 동전이 올라앉아 있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꼬옥 덮는다. 곶웅에서 한바탕 몸을 뒤채느라 잠깐 차가웠던 그 동전은, 어느새 당신의 체온 반, 소년의 체온 반을 다시 머금고 당신의 손 위에 머문다. "잘 갖고 있어줘." 그러고서야 소년은 의자 위에 올라앉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당신이 그런 장난을 칠 줄은 모르고 있었기에, 뒤에서 자신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오는 당신의 팔에 무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말았다.
"아."
조금 놀라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래도 소년의 반응에는 놀라움보다 더 선명한 무언가가 묻어 있다. 그저 놀라움일 뿐이었으면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신을 돌아다보다 깔깔 웃음을 터뜨렸겠지.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돌아다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끌어안아오는 당신의 손등을 조심스럽게 감싸안고는... 길이 잘 든 고양이가 품에 끌어안긴 것처럼, 당신의 품 안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꾹 감는 것이다. 놀라움보다 더 선명하고 깊게 자신을 잠식해오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를 그런 느낌에 소년은 무력하게 몸을 맡겼다.
"나는 말 안 해주면 모르니까, 당연히…" 내가 네게서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머릿속에 미로가 펼쳐지는데. 그러니까 나도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모를 줄 알았어. 그렇게 이어서 말하지 못한 이유는, 말끝을 흐려버린 네 말에 대한 대답 때문에. "네가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해줬잖아." 목소리가 확 줄어들어 버렸어.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 "... 널 좋아하니까, 너한테 귀여워 보일 수 있을까 싶었으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알잖아. 우리 시간이 쉽게 맞물리지 않아서 축제 기간에도 어제서야, 오늘에서야 겨우 같이 있게 됐다는 거. 한 자락이라도 조금 더 네가 날 기억해줄 수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문득 내가 생각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아이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잃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내 손 위를 꼬옥 덮는 네 손을 깜빡 내려다보다가, 잘 갖고 있어 달라는 네 말에 싱긋거려. 잃어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네게로 위성처럼 돌아올 거라고 했으니까, 잘 갖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
조금 네가 놀라는 소리가 귀에 들려오면, 웃음을 꼭 참았어. 반 친구들한테도 곧잘 할 뿐인, 뒤에서 놀라게 하는 것뿐인 장난. 그 장난에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두 조각 빠졌을 뿐인데, 그때랑은 느낌이 전혀 달라서. 놀라버린 네가 귀엽고, 또 사랑스럽고, 한 편으로는 널 놀라게 해버려서 어떡해야 하는 걸까 싶어지고. 우선 갑자기 이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까, 반 친구들한테 하는 것처럼 웃어넘기면 안 될 거야. 하지만 그런 고민을 채 하지도 못하고, 네가 내 품에 기대와 버렸어. 손도 감싸 안아져서, 어떡하면 좋아. 샘솟았던 장난기가 다른 거로 바뀌어버려서, 정말 좋아하는 너를 품 안에 꼭 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사과를 하지 못하고, 손을 놓지도 못하게 되어버렸어. 네가 기대고 있는 걸 아니까 못 떨어지겠다는 거야. 그렇지만 마냥 널 꼭 끌어안고 있기에는 해야 하는 게 있잖아.
"... 현아, 놓을게...?"
조심스럽게, 널 안았던 걸 놓으려고 하고. 그리고는 괜히 장난쳤나 봐, 하는 후회가 조금씩 밀려와서 너와 마주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마주 보고 있었으면, 그랬으면 뻣뻣하게 굳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네가 놓아주고 나면, 늘 네가 하고 다니던 살짝 묶여있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풀어내. 그리고 꺼내두었던 패들 브러시로 사락사락 네 머리카락을 빗어 내려가. 혹시라도 엉킨 부분이 걸려 아프지 않게. 차분하게, 고르게 네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고 나면, 꼬리 빗으로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나누는 거야. 두 갈래로 나눠버리면 내가 어떻게 하려는 건지 네가 눈치채지 않을까 싶지만, '난 예쁘게 꾸며준다고는 안 했으니까!' 예쁘게, 멋지게 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오늘 네게 삐졌던 거, 심술부렸던 거. 조금씩 모아서 이번 장난으로 끝내는 거야. 아까 네 머리를 꾸미기 위해 먼저 찾아두었던 것 중, 아직 가방 안에 있는 비즈 헤어 피스를 가져와서 티 나지 않게 붙여. 붉은색, 연분홍색, 귀여운 하트 모양 비즈가 총총히 늘어지면, 먼저 나누었던 머리카락들과 함께 양 갈래로 꼭 땋아버리는 거야. 마지막으로 리본으로 매듭을 지어버리면, 응, 완성! 뒷모습만 봐도 귀여운 헤어 스타일이니까, 차마 먼저 네 모습을 마주 보지 못하고 거울부터 찾아왔어. 보게 되면 네가 너무 귀여워서 웃어버릴 거 같단 말이야.
비즈 헤어 피스는 같이 올린 사진 같은거야. 헤어핀 처럼 꼽는 형식 같더라. 꽃 모양이나 그냥 진주알같은 동그란 것도 있는 것 같았지만 도아는 자기 사심(?) 담아 오로지 하트 모양만 사용했다고 해 u.u
>>406 답레 늦게 준 건 괜찮고, 그 인터뷰에 대해서 도아주가 답변하자면...... 꾸며주는 부분은 답레에 적은지는 꽤 되었는데 여태까지 미뤄졌어....... 이번 답레에 포함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더 미루다가는 내년 여름까지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0v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