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도아는 자기가 이현이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거야< 음... 취향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네. 도아가 자꾸 수줍어서 밀어내는데, 그만큼 현이가 팍팍 당겨야겠다 ^.^ ...사실 고양이답게 며칠 실종도 돼보고 좋아할락말락아일락 하면서 애간장도 태워보고 다 해보려고 했는데, 도아가 고양이 낚싯대마냥 팔랑팔랑거리니까 밀당이고 뭐고 녹았어...
>고양이 낚싯대< 그 비닐로 만들어진 잠자리가 달린........ 카샤카샤라고 불리는 그걸까 u.u...... 슬금슬금 다가갔다가 잡으려고 하면 미끌어지고 하는게 백도아씨랑 닮은 것 같기도 0v0....... 도아는 이현이를 정말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아이한테 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까..... 이현이가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한테 계약 연애라는 이유 때문에 뭔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야. 그리고 부끄럼이 많은 것도 한 몫 크게 하고,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네게 내 마음은 수많은 그들 중 하나일텐데 닿고 있을까 걱정되고..... 이현이가 얼굴을 붉히고 웃어줘도 기대해도 괜찮을까, 멋대로 기대해버려도 될까 하고 있고....... 도아 정말 이것저것 겁쟁이에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 u.u.............
"머리띠 벗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풀이 죽었다는 걸 아는데, 뭘 해야 할지 짐작이라도 가는 건 그거 하나 뿐이었단 말이야. 네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던 그 한 마디만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안 썼을 머리띠인데. 네게 말할 것도 아닌 이 말이 콕 박혀서 따끔거렸어. 너 때문에 쓰고 있는 건데, 그렇게 웃으면 부끄럽단 말이야. 네게 투정을 부려도 될까, 하지만 괜히 그랬다가 네게 미움받아버리면 어떡해. 눈가는 발갛지만 역시 말로 하지는 못 하겠어 입술은 꼭 다물어. 잠깐만, 네가 머리띠를 벗겨 내주는 동안의 잠깐만 시선을 피해버릴 거야. 이 정도 작은 투정은 부리게 해줘.
"지금 여름이야."
우리 겨울까지니까, 나는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으니까. 나는 오히려 네가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신기해. 다는 모르는 게, 더 배워야 한다는 네 말이 맞잖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는 네 손길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확신하고 싶어. 언젠가부터 같이 물들기 시작한 네 뺨이 여름이 끝날 때도 같은 색으로 여전했으면 좋겠어. 그러고 나면, 그때는 네게 기대가 아니라 욕심을 내버릴 텐데. 작은 투정이 끝나고, 네 손이 내 머리 위에서 내려와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두 손으로 꼭 붙잡았어. 내 손들에 붙잡힌 네 손을 내려다보다가, 너를 바라보면, 벌써 욕심내고 있을지도 몰라.
"아직 추워지려면 멀었잖아."
나무가 새파랗고, 하늘이 새파랗잖아.
그러다 네가 생글생글 웃으면, 그러고 나서의 네 말뜻을 이해해버려서 잡고 있던 손을 꾹 힘주어서 쥐었다가 놓았어. 내가 널 아프게 할 수 있을 리는 없으니까, 그저 한 번 힘주어 쥐는 것만으로 그런 장난치지 말라고 삐죽거리는 거야. 정말 그뿐, 얼마 안 있어 네가 곰곰 생각하다 하는 말을 듣고는 동전을 찾으러 가는 거야. 심술을 부린다면 부릴 수 있어. 꾸며주지 않을 거라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할 수도 있고, 머리카락은 늘 하던 대로 묶고 다닐 거라고 고집부릴 수도 있어. 그러지 않는 이유는 네게 몇 번이고 말했고, 몇 번이나 말해줄 그 이유야.
"부스에서 잃어버릴까 봐..."
이 옷을 입기 전에 입고 있었던, 가방 옆에 개어둔 옷에서 동전을 찾아. 안 잃어버리게 늘 조심하고 있으니까, 롤업되어 있는 반바지 주머니에서 금방 잎 하나가 닳아버린 동전을 손에 쥐었어. 혹시라도 붙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트렸다가 잃어버릴까, 동전을 튕기는 것조차도 괜히 긴장해버려서는 서투르게 붙잡아. 팅, 가볍게 튕겨서 공중에 도착한 동전은 그대로 몇 바퀴 핑그르르 돌다가 손등 위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꼭 두 손으로 동전을 쥐어버린 모양새가 된 거야. 그리고는 동전이 그림을 보여주고 있을지, 숫자를 보여주고 있을지 확인해보기가 떨려서, 동전을 붙잡고 있는 내 두 손을 멀뚱히 쳐다보기만 해. 그러다가 그대로 동전을 쥐고서 네게로 돌아왔어.
"...어느 거야?"
눈을 질끈 감은 채, 덮고 있던 손을 치우고 동전을 네게 보여줬어. 숫자가 나오면 내가 먼저 너를, 그림이 나오면 네가 먼저 나를. 네가 10이 보인다고, 숫자라고 말했으면 하고 바라봐.
"네가 나 때문에 그걸 쓰고 있었다는 걸 아니까, 그걸 벗겨주는 것도 내 손으로 하고 싶었거든..." 시선을 피한 당신에게, 조금 나직한 목소리가 가만히 내려앉는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듬어주는 손길에는 당신을 달래려는 기색이 묻어나오고. 당신이 지금은 여름이야, 하고 알려주는 그때까지도, 소년의 손은 당신의 머리에서 머뭇거렸다. 물론 떨어지는 것도 마음대로가 아니라, 떼던 손도 다시 당신에게 쥐어졌지만.
싱거운 농담이 오가고, 당신이 한번 심통부리듯이 손을 꾹 힘주어서 쥐어도 소년은 당신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당신의 손이 자기의 손을 붙들고 있을 때, 반 발짝쯤 다가서서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보는 것이다. 아직 추워지려면 멀었잖아, 하고 말해주는 그 온기를 조금 더 느껴보고 싶어서. 당신의 손끝이 소년의 가슴팍으로 딸려가도록 두었다면, 당신의 손끝에 옅게 느껴지는 박동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불어넣은 바로 그것이, 뿌리를 내리곤, 선명하게. 그러고서야 소년은 당신의 손을 놓아주겠지.
개어둔 옷을 뒤적이며 동전을 찾는 당신에게, 소년은 말해주었다.
"잃어버려도 걱정하지 마. 내가 다시 찾아줄 수 있어."
하고는, 말갛게 웃는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이. 다른 잎 하나가 조금씩 닳기 시작한 동전은 공중에서 다면으로 불규칙하게 빙글빙글 돌면서 반짝이다가 당신의 손바닥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동전은 차갑지 않고 따뜻했다.
눈을 감은 채로 이현에게 손을 벌려보인 채로 질문이 던져지자, 사뭇 이상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가 나왔으면 하고 있는 면."
이상한 대답에 눈을 떠보면, 확실히 당신의 손바닥 위에 올라앉아 있는 그 동전에는 커다란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머리, 잘 부탁해요."
그는 함뿍 웃으며 발을 뻗어서는 바퀴달린 의자를 드르륵 당겨와서, 고양이가 올라앉듯이 덥석 앉았다.
이현이가 어느 면이 누가 먼저인지만 정한 거, 도아가 조금은 순진하게 멋대로 "내가 먼저 하는 거면.. 내가 먼저 널 꾸며주라는 거야?"라고 했었던 이현이 대답만 생각하고서... 숫자가 보이면 자신이 먼저 이현이를, 하고 생각한 거였는데 그렇게 해야한다고 확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을까봐. 그렇게 생각해서 답레 쓴 거라면 수정해도 괜찮아...... 내가 너무 불친절한 답레를 줬나싶어 8.8
그리고 별개로 이현이 너무 귀엽다...... 도아가 애정공세(도아랑 도아주 기준에서는 아니지만)한 이유가 어디 있겠어............ 이현이 덕분이지.... x.x
도아주가 쓰는 답레 중에 불친절한 건 없고, 이현이가 먼저 머리 꾸며지는 걸 보고 싶어서 저렇게 답레를 쓴 거니까 확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uu! 답레에 불편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먼저 이야기했을 테니까. 답레는 천천히, 도아주 쓰고 싶을 때 써서 줘.
그렇다니 다행이야.. 요즘 도아한테 헤롱대느라 어필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어라? 싶던 참이었거든.....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계속 피하려고 했는데. 나직하게 내려앉은 네 목소리에 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 "...알고 있었어?" 작은 투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시선을 피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있지, 네 손길이 너무 다정해서 별것도 아닌 거로 그런 것만 같아져서. 그래서 네가 내 손을 그대로 네 가슴 위로 끌어갔을 때 가만 네 박동을 손끝으로 담아.
널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의 깊이는 나도 모르겠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걸까, 너와 계속 같이 있다 보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걸까.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은, 오로지 그것 하나로 투명해서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네가 나에게 들려준 노랫소리가 일렁이고, 널 떠올린 별빛이 녹아 내려가. 내 목소리와 손길 하나하나에, 내 마음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고 말아서. 심술을 부리려야 부릴 수가 없어.
"그래도, 네가 처음으로 준 거잖아."
나한테 네가 없는 동안 갖고 있어 달라고 쥐여 줬으니까, 다시 찾을 수 있다고 해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동전을 두 눈을 뜨고서 확인한 건, 네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내가 나왔으면 하고 있는 면이라는 목소리에 눈을 떠보면, 동전의 윗면에는 숫자가 새겨져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하는 것도 잠시, 곧 의자를 당겨와 앉아버리는 너를 보고는 응, 고개를 끄덕였어. 그리고 책상에서 가방을 끌어당겨 와서는, 우선 패들 브러쉬랑 꼬리 빗이랑, 작은 고무줄이 들어 있는 함이랑... 필요한 걸 다 찾아 놓고서, 이제 네 머리를 빗겨주려고 앉아있는 네 뒤에 서면 장난기가 샘솟아버려.
혹시 네가 알고 있을까, 내가 친구들 뒤에서 다가가 놀라게 하는 장난을 자주 한다는 거. 친구들한테는 등을 툭 치는 정도지만, 너한테는 조금 다르게. 그러니까, 늘 올려다보던 널 내려다보는 시야가 새로워서 그런 거라고 핑계를 댈 거야. 마냥 장난이라기에는 애정이 어린 채, 놀라게 하려 한다기에는 부드럽게 뒤에서 너를 꼭 끌어안아 보는 거야.
"안다기보단, 느꼈어." 하고, 이현은 당신의 머리에서 슬며시 떼어낸 토끼귀 머리띠를 흔들어보였다. "이걸 접어줄 때 말야." 롭이어 토끼의 그것마냥 아래로 접혀있는 토끼귀가 보였다. 겨우 하루의 축제인데, 그 토끼귀에는 참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도 모르게, 당신도 모르게, 서로 함께하는 때를 거쳐가는 물건들에 무언가가 하나둘씩 속속들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좋으니,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네 생각을 하며 그걸 써준 널 부정하는 것 같아서, 라는 뒷말을 소년은 덧붙일 수 없었다. 지금이라도, 조금 억지를 부려서나마 그것을 네 머리 위에서 자기 손으로 내려줄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소년이 잡아끈 대로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지만, 소년은 왜인지 당신이 자신을 잡아끌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이대로면 왜인지 당신의 마음 속으로 딸려들어가 버릴 것도 같았지만, 그는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무심결에 생각하는 것이었다.
"네가 그걸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언제든 네게로 돌아갈 거야. 위성처럼." 당신의 말에, 그는 방긋 웃으면서 동전이 올라앉아 있는 당신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꼬옥 덮는다. 곶웅에서 한바탕 몸을 뒤채느라 잠깐 차가웠던 그 동전은, 어느새 당신의 체온 반, 소년의 체온 반을 다시 머금고 당신의 손 위에 머문다. "잘 갖고 있어줘." 그러고서야 소년은 의자 위에 올라앉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당신이 그런 장난을 칠 줄은 모르고 있었기에, 뒤에서 자신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오는 당신의 팔에 무력하게 몸을 내어주고 말았다.
"아."
조금 놀라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래도 소년의 반응에는 놀라움보다 더 선명한 무언가가 묻어 있다. 그저 놀라움일 뿐이었으면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당신을 돌아다보다 깔깔 웃음을 터뜨렸겠지. 그렇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돌아다보지 않고, 그저 자신을 끌어안아오는 당신의 손등을 조심스럽게 감싸안고는... 길이 잘 든 고양이가 품에 끌어안긴 것처럼, 당신의 품 안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꾹 감는 것이다. 놀라움보다 더 선명하고 깊게 자신을 잠식해오는,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를 그런 느낌에 소년은 무력하게 몸을 맡겼다.
"나는 말 안 해주면 모르니까, 당연히…" 내가 네게서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머릿속에 미로가 펼쳐지는데. 그러니까 나도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모를 줄 알았어. 그렇게 이어서 말하지 못한 이유는, 말끝을 흐려버린 네 말에 대한 대답 때문에. "네가 잘 어울릴 거 같다고 해줬잖아." 목소리가 확 줄어들어 버렸어. 크게 숨을 한 번 고르고. "... 널 좋아하니까, 너한테 귀여워 보일 수 있을까 싶었으니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알잖아. 우리 시간이 쉽게 맞물리지 않아서 축제 기간에도 어제서야, 오늘에서야 겨우 같이 있게 됐다는 거. 한 자락이라도 조금 더 네가 날 기억해줄 수 있다면, 언젠가 한 번이라도 문득 내가 생각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아이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잃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내 손 위를 꼬옥 덮는 네 손을 깜빡 내려다보다가, 잘 갖고 있어 달라는 네 말에 싱긋거려. 잃어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네게로 위성처럼 돌아올 거라고 했으니까, 잘 갖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
조금 네가 놀라는 소리가 귀에 들려오면, 웃음을 꼭 참았어. 반 친구들한테도 곧잘 할 뿐인, 뒤에서 놀라게 하는 것뿐인 장난. 그 장난에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한두 조각 빠졌을 뿐인데, 그때랑은 느낌이 전혀 달라서. 놀라버린 네가 귀엽고, 또 사랑스럽고, 한 편으로는 널 놀라게 해버려서 어떡해야 하는 걸까 싶어지고. 우선 갑자기 이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할까, 반 친구들한테 하는 것처럼 웃어넘기면 안 될 거야. 하지만 그런 고민을 채 하지도 못하고, 네가 내 품에 기대와 버렸어. 손도 감싸 안아져서, 어떡하면 좋아. 샘솟았던 장난기가 다른 거로 바뀌어버려서, 정말 좋아하는 너를 품 안에 꼭 안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사과를 하지 못하고, 손을 놓지도 못하게 되어버렸어. 네가 기대고 있는 걸 아니까 못 떨어지겠다는 거야. 그렇지만 마냥 널 꼭 끌어안고 있기에는 해야 하는 게 있잖아.
"... 현아, 놓을게...?"
조심스럽게, 널 안았던 걸 놓으려고 하고. 그리고는 괜히 장난쳤나 봐, 하는 후회가 조금씩 밀려와서 너와 마주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마주 보고 있었으면, 그랬으면 뻣뻣하게 굳어서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
네가 놓아주고 나면, 늘 네가 하고 다니던 살짝 묶여있는 머리카락을 살며시 풀어내. 그리고 꺼내두었던 패들 브러시로 사락사락 네 머리카락을 빗어 내려가. 혹시라도 엉킨 부분이 걸려 아프지 않게. 차분하게, 고르게 네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고 나면, 꼬리 빗으로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나누는 거야. 두 갈래로 나눠버리면 내가 어떻게 하려는 건지 네가 눈치채지 않을까 싶지만, '난 예쁘게 꾸며준다고는 안 했으니까!' 예쁘게, 멋지게 해주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오늘 네게 삐졌던 거, 심술부렸던 거. 조금씩 모아서 이번 장난으로 끝내는 거야. 아까 네 머리를 꾸미기 위해 먼저 찾아두었던 것 중, 아직 가방 안에 있는 비즈 헤어 피스를 가져와서 티 나지 않게 붙여. 붉은색, 연분홍색, 귀여운 하트 모양 비즈가 총총히 늘어지면, 먼저 나누었던 머리카락들과 함께 양 갈래로 꼭 땋아버리는 거야. 마지막으로 리본으로 매듭을 지어버리면, 응, 완성! 뒷모습만 봐도 귀여운 헤어 스타일이니까, 차마 먼저 네 모습을 마주 보지 못하고 거울부터 찾아왔어. 보게 되면 네가 너무 귀여워서 웃어버릴 거 같단 말이야.
비즈 헤어 피스는 같이 올린 사진 같은거야. 헤어핀 처럼 꼽는 형식 같더라. 꽃 모양이나 그냥 진주알같은 동그란 것도 있는 것 같았지만 도아는 자기 사심(?) 담아 오로지 하트 모양만 사용했다고 해 u.u
>>406 답레 늦게 준 건 괜찮고, 그 인터뷰에 대해서 도아주가 답변하자면...... 꾸며주는 부분은 답레에 적은지는 꽤 되었는데 여태까지 미뤄졌어....... 이번 답레에 포함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다가 더 미루다가는 내년 여름까지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0v0....
그러고보니 테이크 컬러 버스라는 걸 알게 됐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상대방의 머리카락 색으로 자신의 머리카락 색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물들어간대 u.u... 도아, 머리색 이현이 색으로 차츰차츰 변하는데, 색이 엇비슷해서 눈치 못 채고 앓는게 생각났어. 난 이현이가 많이 좋은데 머리색이 그대로니까, 이건 진짜 좋아하는게 아닌걸까 하고 u.u........
컬러버스는 아는데 테이크 컬러버스라는 게 있었구나. 처음 알았어. 음 나는 그거 듣고 있자니까 이현이가 자기 머리 풀어서 도아 머리랑 겹쳐 보여주는 장면 생각났어! 도아가 아주 새하얀 백발이고 이현이가 은발이라는 느낌의 조금 더 어두운 톤인데, 아니 그랬을 텐데 서로 머리카락 끝부분을 겹쳐보니까, 이현이 머리카락 색깔이 좀더 밝고 도아 머리카락이 어두워져 있는 거.. uu
응, 나도 이번에 알게 됐는데 이현이랑 도아 생각이 바로 나서. 이현이도 도아 색으로 물들어있으면 도아 심정지(?) 계속 물들어버리면 완전히 상대방 머리색으로 바뀌게 된다고 해 u.u...... 여기까지만 기본 설정이고 추가 설정으로 자유롭게 응용 가능한 거 같던데 어느 설정 중에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 머리색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그런게 있었어..... 응.... 있었어....... u.u......
조금만 닿아도 화들짝 놀라며 겁 먹은 토끼처럼 움츠러들던 네 모습에 내 손끝도 움츠러들던 기억이 있어서, 왜인지 모르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굳이 한 자락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너는 이미 내 마음 한가득 꽃피어 있는데. "네 그런 생각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네 말처럼 그게 정말로 귀여워서, 미처 말하지 못했어."
소년도 그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너와 한 순간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스케줄을 조정하고, 너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면 공연히 거울 앞에서 20분을 더 밍기적거리다 아현이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기도 하고, 공연히 향수도 한 번 뿌려보고, 공연히 한 번 톡 튕겨볼까, 공연히 장난 한 번 더 쳐볼까 하다가 결국 너와 만나면 토끼같이 옹송그리고 있는 네가 한가득 마음에 피어, 그 향기를 맡느라 멍해져버리고 마는데. 이현은 눈을 꼭 감은 채로 당신에게 안겨있었다.
"응."
하고, 당신이 조심스레 건넨 말에 소년은 대답했다. 그러다 그는 또 무심코, 만날 때마다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한 마디를 또 삼켜버린다. 어차피, 굳이 말하지 않아도 포옹 정도는 자주 하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이현은 당신을 돌아다보며 싱끗 웃어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대답에 확신을 실었다. 그리고는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당신의 손길과 빗질이 소년의 머리를 가다듬기 시작했을 땐, 소년은 흡사 빗질을 받는 고양이처럼 고로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어찌나 당신의 손길에 심취해 있는지 그는 당신이 머리를 반반으로 갈라놓기 시작했다는 것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의 트리밍이 끝나고, 거울부터 찾아온 당신이 거울을 보여주자 소년은 눈을 깜빡이다가, 소리를 냈다.
"앗..."
이번에는, 확실히 장난스러운 장난에 보일 법한 반응. 소년은 잠깐 눈을 벙벙히 뜨고 있다가, 서서히 미소를 띄기 시작하더니 킥킥거리며 한바탕 환하게 웃는다. "이렇게 하고 무대 올라가야 되는 거야?" 그러면서 손으로 당신이 땋아준 머리를 들어도 보고, 고개를 흔들어서 따라 흔들리게도 해본다.
"내 손으로는 못 풀 것 같은데. 집에 갈 때 네가 풀어줘."
그는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당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에, 만날 때마다 아까처럼 한번씩 안아줘."
삼켜버렸다고 생각했던 말이 문득 목구멍을 박차고 튀어나온다. 그러나 소년은 그것을 다시 되삼키지 않았다. 그는 당신이 해준 양갈래 댕기를 어깨에 드리운 채로, 읏차- 하면서 의자에서 내려와 섰다. 그리고는 당신의 가방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소년의 얼굴에 걸린 환한 웃음이, 신선한 장난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다.
시간내서 말해주러 온 것만으로 기쁜걸.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많이 지쳤겠다. 오늘 주도록 노력한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날씨도 눅눅하니 비가 오고 밤 되면 으슬으슬 추워질 텐데 환절기 이불 꺼내고 편하게 푹 쉬는 거야! 이현이 어깨에 머리 기댄다거나 팔 베는 생각을 해보는 건..(선넘네)
"...... 정말로 귀여웠어?" 귀여워 보이고 싶었다고 다 고백해놓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서는 조금 엉뚱한 소리를 해버려. 그렇지만, 네게 정말 귀여워 보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단 말이야. 이 이상한 계약 연애를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등굣길에 널 데리러 갔던 날, 네가 나더러 귀엽다고 해줬던 걸 기억할까. 아까, 축제가 시작하기 전 아직 준비 중이던 우리 교실 부스에서도 나보고 머리띠를 안 써도 귀여울 것 같다고 해줬잖아. 원래는 전부 그저 장난으로, 짓궂은 말 한마디라고만 생각했어. 그런데, 마음껏 기대하고 오해해버리기로 해버렸더니 장난이라는 생각보다, 정말 네 말 그대로 네게 내가 귀여웠을까 기대해버린 거야.
괜히 장난쳤을까 하던 조금의 후회는, 대답과 함께 날 돌아다보며 보인 네 웃음에 온데간데없이 녹아내려 버렸어. 이제 네게 이 정도 장난은 쳐도 되는 걸까, 조금 더 가까워졌을까 하는 거야. 그래서였을까, 조금 장난기 어린 말이 툭. 네 머리카락이 내 손에서 가닥가닥 잡히고, 빗이 훑어 내려갈 때 네게서 들리는 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거 같았어. 금방 그 소리가 고양이의 소리와 닮았다고 생각되어서는, 네가 방금까지 고양이 귀 모양 머리띠를 쓰고 있던 게 생각나서. "아직 고양이야?" 하고 문득 물어보는 거야.
거울을 비춰주었을 때 네가 놀라버리면, 한 번 더 웃음을 꼭 참았어. 그렇지만 꽃망울이 오므리고 있는데 피어나지 않겠다고 한들, 꺾이거나 시들지 않는 이상 그러기는 어렵잖아. 참아보려고 해도 네가 웃기 시작할 때, 같이 웃어버리고 말았어. 내가 땋아준 머리칼을 들었다 놓는 모습도, 부러 흔들거리게 하는 모습도 귀여웠으니까. 머리 모양이 그래서 뿐만이 아냐. 내 장난에 놀랐으면서도 환하게 웃어준 네가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워.
"응, 비즈랑 같이 엉키면 아플지도 몰라."
대답과 함께, 나도 모르게 네 머리에 있는 하트 모양 비즈 중 하나에 손을 뻗어버려. 엄지손톱만은 할까 싶은 조그만 비즈가, 빨갛거나, 아니면 내 눈이랑 꼭 닮은 색으로 옹기종기. 왜 일부러 하트 모양을, 왜 한 가지 색으로만 하지 않고 분홍색을 섞었는지 알고 있을까.
"응?"
아까처럼 한 번씩. 아까와 같은 자세로 안아달라는 걸까, 하지만 그럼 만날 때마다 네가 의자에 앉는다거나 자세를 낮춰줘야 해서 불편하잖아. 뒤에서 안아주는 걸 말하는 거라는 결론은 그래서 나온 거야.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으로 다가가면 그 뒷모습을 쫓아가서 꼭 안아버려. 이번에는 반대로, 내 품에 네가 기댔던 것처럼 네 등에 꼭 기대서는 "이렇게 한 번씩?" 하고 물어보는 거야. 곧 네가 물어오는 소리에는 안고 있던 것을 풀어버리고는, 응, 그렇다는 대답과 고개 끄덕임까지 하고서 네가 앉아있던 의자로 향했지만.
의자에 앉고 나서, 이제 네가 내 머리를 빗겨줄 거로 생각하니 따라서 생각나는 것이 하나. "머리..." 내가 빗을게. 네가 빗기 힘들까 봐 내가 빗으려고 했었어. 그렇지만 그렇게 말 못 하고서, "나도 잘 부탁해요!" 네가 했던 대답을 똑같이 따라 해. 머리띠를 벗겨주려던 너보다 먼저 내가 해버려서 시무룩해졌던 너니까, 그런 말은 꼭 참기로 해.
앗 인코 빼먹었다 x.x 데이터 사용 중이라 아이디가 바뀔 거 같은데 답레 레스도 도아주야......8.8..... 공유기를 고쳐야하는데...............
>>430 어제(오늘)이 되어버린 지각생입니다 x.x.......... 출퇴근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 시 타인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 1시간씩 미뤘다는데....... 그럼 재택근무를 시켜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중이야...... 8.8
맞아, 날씨.... 이현주도 조심해. 해 있을 때 없을 때 일교차 정말 무시 못 하니까..... 낮에 덥다고 얇게만 입지 말고 겉옷 챙기기야. 비 얘기하니 이현이랑 도아 한 우산 쓰게 되는 모습 보고 싶다 0v0...... 이현이는..... 도아한테 넘길게. 어깨에 기대는 건 몰라도 팔베개는...... 도아 심정지 0v0
글만 봐도 뽀송뽀송하고 귀여워서 도아주가 썼다는 걸 알 것 같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공유기는 빨리 고치길 바랄게 ^p^ 항상 말하는 거지만 지각해도 괜찮아! ...어린이날도 출근한 모양이구나. 오늘도 고생했어. (도닥도닥) 항상 돌아와줘서 고마워. 나는 추위에 민감해서 좀 춥다 싶으면 바로 꽁꽁 싸매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자려고 누워있어서.. 답레는 자고 나서 천천히 써올게.
이현이.. 비오는 날 도아가 우산이 없으면 자기 걸 꺼내고, 도아가 우산이 있으면 자기 걸 어디 숨겨버릴... 짓궂은 장난꾸러기..
그렇다면 다행이야. u.u..... 공유기는 아예 기기 교체를 해야하나 싶지만 귀찮아서.... 0v0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워. 앗. 걱정할까 말하지만, 공휴일에 출근하면 유급 휴가를 하나 추가해줘. 내일 그 연차를 사용할 예정이니 걱정마 0v0 잘 자라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글 쓰다 잠들어서 잘 잤느냐고 인사하게 됐네..... 잘 잤으면 좋겠다. 좋은 하루 되길. u.u
도아, 가방에 2단 우산도 들어있지 않으려나. 이현이가 자기 우산 숨길 일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우산 소유권(?) 분쟁 하려나. 누구에게 더 씌워주겠다고.... 그리고 골프 우산이 나타나고(?)
팔베개는.... 도아가 비몽사몽할때 눈치 못채게 해버리면 할 수 있어 0v0..... 도아에게 팔베개 해달라고 하면 그건 해줄거야. 정말 팔만 뻗어서 엄청 어색하게 해줄 것 같지만.
응, 이라고 긍정의 대답을 하려는데 그 한 마디가 힘들다. 쑥스럽다는 걸까, 두근두근댄다는 걸까. 그냥 평소에 하던 것처럼 툭 꺼내고 싶은데 목구멍에 걸린 그 말이 너무 뜨거워서 귀가 빨개진다. 도아야, 내가 너한테 닿아올 때마다 너도 이렇게 부끄러웠어? 스스로도 모르고 있는 동안 소년의 마음은 당신으로 피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당신을 닮게 된 모양이다. 짓궂고 장난스럽게, 하지만 솔직하게, 그러면서도 쉽게 당신에게 툭 꺼낼 수 있었어야 할 진심이 수줍은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현은 말로 대답하지 못하고, 귓가가 조금 빨개져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귓가가 빨개진 걸 잊으려고, 당신이 내미는 손길에 더욱 머리를 디미는 것이 아닐까. 귓가에 눈이 가지 못하게끔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뭐 결과적으로, 귓가가 빨개진 게 감춰지진 않은 것 같고, 고양이 어필만 실컷 해버린 셈이지만.
그러나 그것마저도 좋다고 소년은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항상 고양이야." 하고 이현은 대답했다. "네 고양이이기도 하고." 그리곤 반격했다.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기대면서.
"너 아니면 못 풀겠네..." 하고, 이현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머리에 매달린 비즈들이 당신에게 건네어진 그 잎사귀 하나 떨어진 동전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못내 기뻤다. 네 손으로 매어준 네 눈동자를 꼭 닮은 빛깔을 하고 있는 하트 비즈들을 보면, 네가 조금씩 내게 건네준 조그만 것들이- 그리고는 네가 떠오르거든. 밀밭을 보고 어린 왕자의 금발을 떠올리는 여우처럼. 그리고 고양이는 다시 한 번 토끼의 품 안으로 덥석 굴러떨어졌다.
"이렇게 안아줘도 좋고, 마주보고 안아줘도 좋아." 하고, 붉은 귀를 한 채로 그는 대답했다. 이렇게라도 네가 조금 더 나를 기억하고, 조금 더 나를 생각할 수 있다면. 뒤에 따르는 그럼 이제 내 차례지? 하는 말이, 어째 말 돌리는 것처럼 들린다.
"응, 힘내볼게." 하고 이현은 미소지으면서 당신의 등 뒤로 가서 섰다. 빗보다 손이 먼저 당신 머리에 올라온다. 토끼 꼬랑지처럼 반묶음으로 묶여있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풀어주고 나서도, 이현의 손은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두어 번 정도 조심스레 손으로 쓸어보았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빗을 당신의 머리에 얹고는 빗질을 시작했다.
네가 그렇게 말로 소리 내지 않고, 고개만 끄덕여버리면, 있지, 네 귓가의 붉음이 그대로 나한테로 고스란히 옮아버린단 말이야. 너무 많이 떨려서, 독한 감기로 열이 오른 것만 같아서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정말 이상해. 절대 너한테 귀엽다는 말을 듣기 싫을 리가 없는데, 오히려 엄청나게 듣고 싶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게 귀엽게 느껴졌단 사실이 더할 수 없이 부끄러워서, 다시는 그런 머리띠를 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네가 동물 귀 같은 거를 귀여워한다고 생각하니까, 문득 나도 모르게 아까까지 쓰고 있던 머리띠로 시선이 향해. 역시 언제가 되더라도, 부스에서처럼 쉽사리 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시선은 금방 꾹 내려오는 눈꺼풀에 막혀버렸어.
아. 네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조금 흘러내려 버렸어. 네가 내 고양이라면서 머리를 기대와 버린 네 탓이야. "... 만약에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하면 삐질 거야?" 그래서 심술도 섞이고, 장난도 섞여버린 말을 돌려주면서 생각했어. 언젠가 네가 날 좋아한다고 말해줄 때까지, 강아지랑 고양이 중에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안 알려줄 거야.
"다른 사람이 풀 수 있다고 해도 내가," 해줄래. "해주고 싶어." 차마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 한 욕심이 남아버렸어. 모래사장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의 깨어진 조각일까, 신발 안쪽까지 쫓아온 모래알일까.
"그럼 그때마다 마음대로 할래!"
만날 때마다 장난을 치겠다는 예고나 마찬가지야. 언제 너를 대뜸 뒤에서 안아버릴지 모르니까. 팔을 풀어버리기 전에 스탬프를 찍는 것처럼 꾹, 힘을 주었어. 다음번에, 우리 둘만 있는 곳에서 네 뒷모습이 보인다면 이렇게 꾹 끌어안아 버릴 거야.
빗이 닿아야 할 텐데, 네 손이 닿아서 조그맣게 흠칫 몸을 떨고 말아. 놀라버린 게 고스란히 드러났을 텐데, 숨기지도 못하고 뒤늦게 아닌 척할 수도 없어서 치맛자락을 한 움큼 쥐었어. 때문에 두 번 네 손이 닿았을 때는 몸을 떨지는 않고서 있었던 거야. 꾸며달라고는 했지만 쓰다듬어 달라고는 안 했단 말이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네 머리를 꾸며주기 전에 나도 널 놀라게 하려 안아버렸기 때문이야. 손에 쥐어진 치맛자락은, 머리카락에 네 손이 아니라 빗이 닿았을 때에야 놓아졌어.
도아가 조그만 반묶음 머리를 하고 다니게 된 건 유치원에 다닐 때 즈음부터야. 유치원에 갈 때는 늘 엄마가 머리를 묶어주셨는데, 어느 날 엄마가 아빠에게 머리 묶는 걸 맡겼던 거지. 그래서 아빠가 머리를 묶어주게 됐는데, 분명 포니테일을 해주려고 했으니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다 빠져나와서 반묶음이 되어버린 거지. 아빠는 예쁘게 다시 묶자고 했지만, 어린 도아가 '아빠가 해줬으니까 예쁠거야!'라며 그대로 유치원에 가버린 날부터 시작된 헤어스타일이야. u.u 종종 엄마가 묶어주려할 때도 아빠한테 가서 저번처럼 묶어달라 했고. (아버님의 서툰 솜씨는 여전할테지만, 도아가 반묶음을 부탁해온 적이 많아 반묶음은 잘 묶으신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작에는 그런 거 쓰지 않아도 네가 귀여워, 라는 말을 담을 수 없었다. 그런데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걸 말로 꺼낼 수가 없어서.. 얼굴이 붉어지는 걸 주체할 수가 없어서. 펑소대로라면 무심코 팔매질한 돌에 맞아죽는 개구리처럼 심장을 아프게 찍어눌렀을 당신의 심술궂은 질문마저도 그의 얼굴로 번져나가는 붉은 기색을 막지 못했다. 당신에게 머리를 툭 기댄 채로, 소년은 나직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너 심술궂어, 오늘따라."
네가 강아지가 더 좋다고 한다면, 그래서 내가 더 이상 필요없다고 한다면 나는 너에게서 영영 사라져줄 수 있어. 나 사라지는 건 정말로 자신있다구. 하는 말은 목구멍을 넘어 나오지 못했다. 왜인지 그 말을 머릿속에 그려보려니 이유도 없이 눈물이 핑 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 사실 사라지는 거 잘 못 할지도 모르겠네. 문득 스스로의 생각에 스스로가 멍자국을 내버린 가슴이 아파서, 이현은 네게 안긴 채로 나직이 칭얼거리는 것이었다.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손 못 대게 할 거야... 절대로."
당연히, 아까 귀신의 집 앞에서 있었던 일을 그가 잊었을 리 없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빗을 집어드는 것이다. 물론 당신의 머리에 와닿은 것은 엉뚱하게도 빗이 아니라 손이었지만, 그나마도 당신이 질겁을 하면서 치맛자락을 움켜쥐자 금방 떨어져나갔다. 흠칫하고 놀라버린 게 소년의 손끝에 아주 잘 전해졌으니까. 소년은 "미안!" 하고 장난기 담긴 목소리로 사과했다. 역시나 이건 아까의 복수인 모양이다- 얄궂게 혀를 쏙 빼물고 웃고 있을 얼굴이 쉽사리 그려진다.
머리카락을 쥐고 뭉친 데를 풀어가며 긴 머리를 손질하는 손길이 꽤 익숙한데, 그는 이전에도 긴 머리카락을 만져볼 기회가 있었던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그의 동생이 허리 아래로 내려가는 장발을 하고 있었던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사락사락 하고 빗질하는 소리가 얼마나 들렸을까, 스프레이 통 흔들 때 흔히 들리곤 하는 뭔가 찰찰찰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프레이 뿌려도 돼?"
하고, 이현이 물어보는 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온다. 잠깐, 당신 가방 속에 헤어스프레이도 있던가?
조그만 설정인데 너무 귀엽습니다... 아버님이 금손이신가 봐. 실수를 하셨는데 저런 예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시다니.. 거기다가 아빠가 해줬으니 예쁠 거야, 하고 덥석 믿어버리는 도아도 얼마나 사랑을 예쁘게 받고 컸는지 잘 느껴져.
아참 이현이가 뿌리려는 건 컬러 스프레이입니다!!! 컬러스프레이 뿌려도 되냐고 물어봤어야 되는 문장인데 그냥 "스프레이 뿌려도 돼?" 라고 써두곤 저 부분 고친다는 게 깜빡했네..
이현-아현 오누이같은 경우는, 이현이가 자기 머리도 만지고 아현이 머리도 다듬어주는 식이야. 이현이가 반묶음을 하게 된 건, 현이가 귀찮다고 머리 안 깎고 덥수룩하게 기르고 있으니까 아현이가 어디서 게임패키지 하나를 덜렁 들고 와서는 그 게임패키지 주인공 헤어스타일을 따라서 묶어본 게 그 시작이었는데 그 게임패키지가 위쳐 시리즈였다는 후문이 있어. 믿거나 말거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