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아무도 모르게, 훨씬 일찍 도망가버리자.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몰래 네 손을 꼭 잡고 너희 집까지 걸어가는 거야. 그때서나 다시 한번 더 포스트잇을 남겨도 좋을 것 같아.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너를 알아내려던 날에 오히려 의문만 더 키워버리게. 만약 그래 버리면 누구냐고 물어보는 횟수가 잦아질 거고, 난 대답하고 싶어지더라도 대답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애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널 떠올려버려서 얼굴을 붉히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몇 번이고 얼굴을 붉혀도, 붉은 튤립이 얼마든지 피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말아. 문득 다가온 네 손길에 그 튤립 한 송이가 쥐어지면 좋겠어.
"응, 엄청 귀엽게 해줄 거야!"
네가 쓰다듬는 대로, 네가 쓰다듬었기 때문에 곱슬곱슬하던 머리카락이 가라앉았다가 다시 곱슬곱슬한 게 못내 좋아서, 그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네게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달라고 조를 것만 같아.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먼저 널 안고 있는 손을 놓았어. 그다음에는 다시금 발뒤꿈치를 들어서, 네 머리 위에 있는 머리띠를 벗겨주려고 하는 거야.
오랜만이야.... 3.3 못 오던 사이에 꿈을 꿨었는데..... 꿈에서 이현이랑 도아랑 나란히 서있었고, 누군지 모를 이현이네 소속사 사람이랑 도아랑 말다툼(?) 중이었어. 이현이한테 도아가 걸림돌이라는 요지의 말다툼이었고, '그정도로 좋아하고 있냐'는 물음이 나왔어. 도아가 그 말을 듣자마자 옆에 있는 이현이를 꼭 끌어안으면서 그렇다고 즉답해버려서 소속사 사람이 벙쪄하면서 꿈에서 깼어... u.u.....
붉은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야. 그리고 도아의 이름은 성씨까지 해서 꽃, 복숭아, 흰빛이니까 그 뜻이 하얗게 빛나는 복숭아 꽃 정도일텐데, 복숭아 꽃의 꽃말은 사랑의 노예야. u.u 이현이 시트 아랫줄에 추가된 거 보고 말해줘야지, 말해줘야지 하다가 까먹고 이제서야 말하네.
응, 이현이네 프로듀서와 도아가 말다툼하는 건 언젠가 몇 달쯤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꿈이 아니라 상황극 돌리면서 도아가 한 번쯤 마주칠 수도 있을 광경이리고 생각해. 이미 캐릭터가 잡혀있는 이현이의 프로듀서의 특성상 벙찐다기보단 펄펄 뛰며 화를 내겠지만..
"도아 양이 지금 하려는 게 무슨 일인 줄 압니까? 이 지구 위에서 가장 커다란 별로 거듭날 수 있는 가스 덩어리를 혼자 집어삼키려는 짓입니다." "한번 별의 무대 위에 올라선 사람이 평범한 사람의 삶에 만족하고 안주할 수 있을까요? 어디 두고 봅시다! 결국에는 누가 옳았는지 알게 될 테니..."
잘했어!!!!!!!!!!!!!!! (부둥부둥토닥토닥) 정말 잘했어!!! 도아주, 그 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너무 심했는데 그 대접을 너무 못 받고 있었잖아. 맞아, 그렇게 한번씩은 엎어버려야 되는 거지. 연락도 제때 오지 않는 연락은 받을 필요 없는 거야. 일한 만큼 받아내야 한다구. 회사가 도아주에게 심하게 의존하는데 그 대가는 충분히 지급하지 않는다 싶으면 그렇게 엎어버려야 되는 거지.
도아.. 유순하고 상냥한 토끼 같은데, 그렇게 내면에는 또 강한 면이 있는 외유내강형 반전매력이 좋아.
그러게... 도아주는 받은 걸 꼭꼭 되갚아줬으니까 말야.. 카운터펀치가 말도 못하게 매운.. 응(어질)
느낌표 갯수가 엄청나서 웃어버렸어...... 마스크 쓰고 있어서 다행이야 u.u...... 생각보다 회사 분들도 내 편이었어서 다행이야. 다들 연차에 맞지 않게 일한다거나 나 나가면 회사 망한다거나 하고 말해줘서.... 윗분들한테 당당히 깽판(?)쳤어. 그리고 오늘은 쭉 여기 있을테니까 u.u!
프로듀서씨 사라지고 나면 이현이한테 조금 응석부릴 지도 모르지만 u.u...! (도아의 응석은 말보단 행동이야)
"응, 그래버리자." 하고 이현은 활짝 웃었다. 문득 도아가 있어야 할 자리에 또 포스트잇만 하나 달랑 남아있을 때 친구들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했다. 그때 네 얼굴에 서릴 장난스러운 웃음이 얼마나 예쁠지도 궁금했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이런 비밀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케 하는 곱디고운 비밀이 기뻤고, 심장이 비어있던 자리에 그 고운 붉은색의 비밀을 채워넣어준 것이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당신이라 기뻤다.
당신이 발돋움을 불쑥 하며 귀로 손을 뻗자, 이현은 자기가 머리에 뭔가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아, 하고 흠칫 놀란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에 얄궂게 쑥 돋안 고양이귀가 당신의 손끝에 걸린다. 조금 이상한 점은, 털로 덮인 그 얇은 귀가 소품이라기엔 너무도 생동감있게 살아있는 고양이 귀처럼 느껴졌다는 점일까. 당신의 손끝이 닿을 때 그 고양이귀가 움찌락, 하고 씰룩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현은 흠칫하고 물러선 것도 잠시, 당신이 뭘 하려 했는지 알아채자마자 "아아." 하면서 멋적게 웃으며 당신이 머리띠를 벗겨내기 좋도록 무릎을 수그렸다. 다시 이현의 고양이귀로 손을 뻗어보면, 그건 질감이 상당히 실감나긴 했지만 분명 그의 머리에 투명한 플라스틱 머리띠로 연결되어 있는 소품 귀였다. 고양이귀가 달린 머리띠가 이현의 머리에서 사락 벗겨져나온다.
"음- 그냥 지금 갈아입어도 돼?" 하고 이현은 묻다가, "아, 그러면 교실에 벗어둔 옷 가져와야 되는구나..." 하곤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도아가 이현이 머리를 어떻게 꾸며줄지는 도아주에게 맡기고 싶지만, 이현이가 도아 머리를 어떻게 꾸며줄지는 글로 쓰기엔 복잡할지도 몰라서 그려보려고 했어 *.* 아마 머리를 꾸미는 과정에서 이현이가 또 뭔가 이상한 일을 보여줄지도 몰라(도아가 가방에 넣은 기억이 없는 물건이 나온다던가).
응, 그러고 보면 도아주는 출퇴근 거리도 길었지.. 저녁도 먹고, 씻고, 도아주가 머무르고 싶은 만큼 머물러줘.
아니 상상도 못한 귀여운 습관....... 그랬구나. 무지개라면 역시 그거려나. 도아한테 과일믹스 멘토스를 사주고 싶어졌어. 이현이의 경우에는 간식을 먹을 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때)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편이야. 도아랑 같이 먹고 있으면 도아가 먹는 순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맛있는 거 골라서 도아한테 주고 그러겠다.
머무르고 싶은 만큼이라고 하면 잠들기 전까지... u.u....! 그리고 방금 막 귀가했어 u.u
맛있는 거 나중에 먹는 편이라면.... 딸기케이크 먹을 때 딸기도 나중에 먹으려나 u.u....... 귀여워 x.x........... 맛있는 거 도아 챙겨주는 거 너무 귀엽다 u.u..... 도아는 이현이 앞접시에 무지개 순서로 세워놓고 있지 않을까. 빨간 딸기, 오렌지빛 쿠키, 노란 케이크 조각.....
활짝 웃으며 답해주는 네 모습이, 늘 해를 바라본다고 해바라기라는 이름이 붙은 그 꽃보다도 환해서. 눈이 부셔서, 네가 그러자고 해준 게 기뻐서, 나도 마주 웃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어. 그때의 포스트잇에는 나도 몇 글자 적어버리고 싶어지는 거야. 똑같이 네가 나를 데려간다고 적는다면, 나는 '내가 데려 가달라고 했어요!'라고.
"으, 앗!"
발돋움을 했을 때, 네가 흠칫 놀라서 물러서면 몸이 네게로 기울고 말아. 그렇게 되면, 그대로 계속 기울어버리면, 네게 넘어지게 되잖아. 그래서 잠깐이나마 안 넘어지려고 버텨보았어. 그 잠깐이, 끊긴 목소리의 원인이었고. 손끝에 닿은 머리띠가, 그 느낌이 이상하지만 않았더라면 안 넘어졌을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꼭 정말 고양이 귀에 손을 갖다 댄 것처럼, 머리띠가 움직였다고 하면 네가 믿어줄까.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난 이미 넘어져 버려서, 그러니까, 네 품속에 넘어져 버려서. 내가 널 안겠다고 생각해서 안는 거랑은 다르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나서, 얼굴이 너무 뜨거워서, 그늘 하나 없는 햇빛에 따갑게 얼굴이 달아오른 것처럼, 부끄러워서. 어느새 귀까지 오른 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들지도 못 하고 겨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말을 한마디. "놀, ... 놀래켜서 미안해." 이러려던 게 아닌데, 숨까지 어지러워 박자가 흐트러졌어.
"응, 응……. 나, 나 잠깐만."
"잠깐만 이대로 있어 줘." 제대로 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응, 지금 갈아입어도 되고, 응, 네가 옷을 갈아입으려면 옷을 가지러 가야 해. 네 대답에 잘못 재생되고 있는 플레이어처럼 같은 대답만을 하다가, 너를, 아니, 내 옷자락을 붙잡았어. 녹슬어버린 자물쇠에 꽂힌 열쇠보다도 굳은 움직임으로, 지금 네 안에 숨고 싶다고 하는 거야.
당신이 넘어지는 것보다 소년이 당신을 받아안는 것이 더 빨랐다. 흠칫 물러선 그 잠깐의 틈에 발돋움을 한 당신이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스듬히 기울어지자, 소년은 "앗..." 하는 나직한 소리와 함께 다시 움직였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도착한 곳은 소년의 품 안이었다. 와이셔츠 자락이 사락사락 당신의 뺨에 와닿고 있자면, 그 너머로 서늘한 소년의 체온이 와닿는다. 그리고 당신의 코끝에 걸리는 나직하게 달큰한 향기. 멜론 같기도 하고, 코코넛 같기도 한, 당신이 잘 모르는 어떤 다른 세상의 달콤함이 담겨 있는 듯한 흐릿한 단내가 살랑살랑.
힘겹게 꺼낸 어질어질한 말 한마디에, 소년은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다. 당신의 이마 위에서 나직이 되묻는 소리가 당신에게 흘러내린다. "어디 삐끗한 데는 없어?" 그러고서 그는 숨쉬는 박자마저 흐트러진 당신을 고양이 앞발 같은 손으로 조심스레 톡톡 다독인다. 네가 고장난 오디오처럼 삐걱삐걱대며 하는 대답에, 그는 당신을 안은 채로 키들대며 대답했다.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으니까 그건 안 되겠다."
소년은 네가 숨을 곳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어쩌다, 넘어진 곳마저 그의 품이라니. 그는 당신이 충분히 숨을 추스를 때까지, 아니면 당신이 만족할 때까지 당신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도 놓치기 싫었기에.
이제는 익숙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네 온도, 네 향기가 가득한 것에 네 품이니까. 네 품 안은, 오로지 너로만 가득한 게 당연하니까 난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가 없는 거야. 내 온도도, 내 향기도 지워진 것처럼 네 안에 빠져서는 헤어나오지 못해. 넘어질 때 내 향기가 네 코끝에 닿았을까, 지금 내 온도가 너에게 옮아가고 있을까. 그렇다면 바쁘디바쁘게 뛰고 있는 심박 소리도 들리고 말 텐데, 부끄러워서 더 작아지고 싶어지고 말아.
"응, 하나도."
다친 곳은 하나도 없어. 네가 혹여라도 걱정하지 않을까, 너의 품 안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거야. 삐끗한 곳이 있다 한들, 요동치는 심장이 더 걱정됐을 것만 같아. 톡톡, 네가 다독이는 손길에 맞춰서 원래의 박자들 되찾아가. 서서히 두근거리고, 차분히 숨을 고르고.
"응... 아, 나도. 나도 싫어."
또 같은 대답을 해버렸다가, 톡 머리 위로 첫 봄 빗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흠칫. 그러고서 나도 그렇다고, 나도 너랑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어, 하고 말해. 그러니까 나도 옷은 나중에 갈아입을 거야.
네 안에 숨고 싶어 하는 내게, 네가 그러도록 해주면, 그제야 너를 붙잡았어. 이미 너의 품속이니까 넘어질 곳이 없는 까치발과 함께, 두 팔을 네 목 뒤로 걸어서 너랑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거야. 발을 돋을 수 있는 동안 꼬옥 너를 안고 있으면, 까치발을 내릴 때 즈음에서는 네 품에서 떨어져 고개를 들 수 있어서.
"...고마워."
너를 살짝 올려다보고는, 다시 눈을 피했다가, 손끝을 서로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너를 바라보고. "머리띠, 벗겨도 돼?"
도아.......도아야...........도아야..................... 내 안에 흐드러질 도아야............. 이게 너무 아릴 만큼 귀여운데요... 나 주접같은 거 잘 못떠는데... 이제 복숭아꽃 핀 걸 보면 도아만 기억나게 생겼어..........
언젠가는 소년의 품에 안겨도 더 이상 서늘한 느낌이 들지 않게 될까. 당신은 웃으면서 소년의 품으로 파고들게 될까. 같은 심박수로 뛰면서, 서로에게 한 발을 내딛은 채로 같은 꿈을 꾸게 될까. 내게서 비워져있던 부분이 너로 쓰여가고 있어. 이 뜻이구나. 나를 사랑하게 해줄게, 하는 네가 했던 그 말.
"사실, 널 사랑하는 법은 언제 알려줄 거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고, 소년은 옅게 웃으면서 품에 안겨 있는 너의 머리를 손끝으로 쓸어보는 것이다. 잠결에 문득 이 머리카락이 떠오르겠구나. 문득 자다 깨서 창문을 열어 밤에 잠긴 봄향기를 맡으면 네게서 나는 비누 향기가 떠오르겠구나, 하고, 조금씩조금씩. 소년은 왠지 사막여우가 한 말을 알 것도 같았다.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서 밀밭은 봐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지만, 네가 나를 길들여준다면 금빛의 밀밭을 보고 네 금빛 머리칼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는 말.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라는 말.
"이젠 그럴 필요 없겠네."
하고, 당신이 까치발을 내릴 수 있도록 어깨를 싸안았던 팔을 풀어주며 소년은 조금 수줍게 웃었다. 그러다 당신이 건넨 질문에, 이현은 아, 하고는 뭔가 잊고 있었던 걸 떠올리는 표정이 되어서는 다시금 평소의 그 부드러운 웃음을 띄며 허리를 숙여 당신이 발돋움을 하지 않고도 머리띠를 벗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손을 뻗어서 머리띠를 벗겨보면, 확실히 질감은 꽤 실감나지만 분명히 투명 플라스틱 머리띠에 연결돼 있는 소품 동물귀다.
물어볼 필요가 없어졌다면, 그럼 내가 너한테 날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줬단 거잖아. 발을 내리고서 너를 올려다보다가, 이윽고 네가 허리를 숙여주어서 너와 눈높이가 평소보다 가까워져. 네 눈동자를 가만 바라보면서 아무리 곰곰 생각해보아도, 나도 모르겠을 그 방법을 너에게 알려줄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널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아무것도 못 했는데. 혹시, 설마 네가 날 좋아할 수는 없겠다, 하고 생각해버려서 그렇게 말을 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네 웃음이 너무 수줍은데. 그러다가 생각이, 결국은 네가 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건, 날 사랑하게 된 걸까, 하고 흘러가 버렸어. 방금 진정시켰는데, 또 이렇게 얼굴이 화끈거리게 되면 너무하잖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고 사랑한다는 건 아니니까, 진정해야 해. 애써 꾹 누르고 눌러서 무덤덤하게 굴어보려고 하지만, 더는 눈을 맞출 수가 없어.
시선이 도망친 곳은 겨우, 네 머리 위에 있는 머리띠. 아무렇지 않은 척, 네가 허리를 숙여주기까지 했으니까. 조심스레 네 머리띠를 벗기고 나서 손에 쥐고 있으면, 괜히 이 머리띠만 아니었어도 넘어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 넘어졌으면 그런 부끄러운 일은 없었을 텐데, 누가 머리띠를 이렇게 열심히 잘 만든 거야. 내가 쓰고 있는 건 그렇게 진짜 같은 느낌 안 났는데. 그래서 괜히 꼭 쥐었다가 힘을 빼고, 이어서는 내 머리 위에 있는 것도 벗겨냈어.
"...현이 먼저 할 거지?"
네가 먼저 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만도 같아. 그렇지만 지금 네가 내 머리를 꾸며준다거나 하면,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아플 것만 같단 말이야.
도아, 저렇게 웃는 거... 반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치면서 있다가도 이현이랑 눈 마주치면 저렇게 웃어주고는 다시 친구들이랑 논다거나 할 것 같아 u.u
그리고 도아가 사소한 거 하나하나 스스로 하는 건 이현이한테 어리광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라는 이유가 있어. 이현이 머리띠는 자기가 벗겨줘놓고, 자기 머리띠는 혼자 홀랑 벗어버린다거나 하는 거 같은 거. (이 부분은 이현이가 도아 걸 벗겨주고 싶어한다면 무시하고 답레 주어도 괜찮아)
당연히 보고 배우는 것이겠지. 당신이 품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선명하고 커다란 것인지 감안하면, 당신이 얼마나 순진하면서도 올곧게 그 소년을 생각하고 그 소년을 위해 얼굴을 붉혔는지 생각하면 그에게 그 붉은 물이 옮겨들지 않았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소년의 안에는 이미 네가 피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빛들이 모여 네가 된다. 다만 그 마음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이게 당신이 자신에게 심어주마고 했던 그것이 맞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뿐. 어쩌면 이 계약연애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을 맺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 해 여름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웠더랬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보고, 손에 머리를 부빌 줄 알게 된.
당신이 머리띠를 벗겨내는 동안, 소년은 문득 선홍색으로 피어있는 네 뺨에 무심코 손을 얹고 쓸어보았다. 그러다 당신이 머리띠를 머리에서 벗겨내자, 그는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고 생각해 손을 당신의 머리로 들어올리려 했다.
"앗."
그러나 소년이 손을 뻗기도 전에 당신이 먼저 머리띠를 벗어버리자, 그 손길은 갈 곳일 잃었다. 눈을 깜빡이던 이현은 "으응..." 하는 낙심 한가득 어린 신음소리와 함께 손을 과장되게 툭 떨어뜨리면서 고개를 푹 떨궜다. 그 고양이귀 머리가 아직 이현의 머리 위에 있었더라면 그 고양이귀가 풀죽은 것마냥 처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네가 현이 먼저 할 거지, 하고 물어보면 축 처졌던 고개 정도를 들려올라올까. 양 팔은 아직도 축 떨어져 있는데 눈은 또랑또랑해서는.
물어보는 수밖에는 없잖아. 이대로 지금을 놓쳐버리면, 네가 언젠가 다시 말해줄 때까지 용기 낼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모르는 네가 배운 그게 뭔지 궁금해. 물어보는 것 말고는 알 방법이 없는데 숨이 모자라. 머릿속에서 알맞은 단어들을 찾는 게 너무 어려워. 심장은 꼭 쥐고 있는 자신의 주먹만 한 크기라던데, 작은 곳에서 어떻게 이런 큰 소리가 나는 거야. 네 손이 뺨에 닿았을 때, 나도 모르게 작게 몸을 떨고 말아. 너에게 물어보려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부끄러운 말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날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날 사랑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거야?"
문장 하나에 있는 단어가, 어떻게 하나도 빠짐없이 부끄러울 수 있을까. 분명, 너무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넌 내 빨간 얼굴을 그렇지 않은 얼굴보다 훨씬 더 많이 봤을 것만 같아. 그렇게 잠시, 한껏 부끄러움에 적셔져 있다가, 네 목소리와 갈 곳 잃은 손에 겨우 헤어나와. 왜, 어째서. 네가 이렇게 쉽사리 풀이 죽어버린 이유를 찾아보지만, 내가 한 거라고는 머리띠를 벗은 것밖에 없는데. 설마 이것 때문일까, 황급히 벗었던 머리띠를 다시 머리 위에 씌웠어.
"현아...?"
이거 때문이야? 어쩔 줄 모르게 되어서는 네 표정을 살펴볼 뿐이야. 급하게 다시 쓰느라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도 같지만, 네가 꾸며줄 테고,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지금 머리카락이 흐트러진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는걸.
"...... 먼저 하고 싶어?"
그러다 내 질문에 네가 그렇게 쳐다보면, 뜻이 잘못 전해졌다는 걸 알아도 아니라고 할 수가 없잖아.
"그걸 또 굳이 다시 쓸 필요까지는 없는데." 이현은 축 처졌던 어깨를 들어올리며 까르륵 웃었다. 아무래도 소년이 갑자기 과장되게 낙담한 시늉을 한 이유가 이게 맞았던 모양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덕분에 소년은 낙담한 시늉을 더 빨리 그만둘 수 있었다. 웃음소리는 곧 그쳤지만 웃음은 여전히 소년의 얼굴에 곱게 남아있었다. 그는 당신에게 눈을 맞춘 채로 당신의 머리르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곤 그 아래로 축 처지듯 접힌 토끼귀 머리띠를 조심스레 쥐고는 당신의 머리에서 벗겨냈다.
"다는 몰라."
소년의 대답은 그제서야 나왔다. 발갛게 꽃피어 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는 소년의 얼굴에도 같은 빛깔의 꽃이 피어 있었다. 당신이 심은 씨앗이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마침내 초여름이 되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양이다. 소년은 머리띠를 벗겨내고, 다시 손을 들어서 급히 머리띠를 쓰느라 조금 헝크러진 당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볍게 빗어주며 말했다. 조금의 온기와, 조금의 애착을 담아서, 나직이.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더 배울래."
다 배우면 도아 네가 날 떠나버릴 것 같단 말야.
이현은 이유없는 불안을 삼켰다. 소년은 당신이 가져다준 감정들이 아직 너무 낯설었다. 사랑이 분명해지는 만큼 그 그늘도 분명해지고 있었다. 조금 전에 3학년 선배가 무심한 손길로 확 잡아당겨 버린 당신의 토끼귀가, 소년의 시선을 그 그늘로 향하게 했던 것이다.
자신의 시선 끝에 있는 당신이 조심스레 내놓은 반문에, 이현은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를 장난스러운 것으로 바꾸었다. 입꼬리를 올려서 생글생글.
"네가 잘못 알아들었다고 말해주면, 나도 사실 똑바로 알아들었는데 일부러 반대로 말한 거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엉뚱맞은 소리를 한 소년은, 미소를 지우고 입에 손끝을 가져다대며 머리를 갸우뚱 기울여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때 문득 허리춤에 꽂혀 있는 고양이꼬리가 살랑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당연히 자세를 바꾸면서 소품이 흔들려서 저런 움직임이 나온 것이겠지만.
"응- 어쩔까. 네가 내 머리를 꾸며주는 것도 좋고, 나도 네 머리를 꾸며보고 싶은데."
하다가 소년은 문득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살짝 튕겨 작은 딱 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말했다.
"도아야, 그 동전 네가 갖고 있지? 그거 던져볼래? 숫자 나오면 네가 먼저, 그림 나오면 내가 먼저."
그 동전이라고 하면, 그래, 소년이 자기 손 대신이라고 당신에게 쥐어주곤 하는 그 이파리 하나 떨어진 외국 동전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 그렇지만 소년의 말은 역시나 체셔 고양이의 말장난처럼 애매모호했다. 그는 '네가 먼저, 내가 먼저' 라는 말에 동사를 붙이지 않아서 '먼저 꾸며지느냐'와 '먼저 꾸며주느냐'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아주가 오늘은 아마 답레랑 같이는 못 올 것 같아 8.8 답레는 괜찮으니까 걱정말아 기다리다 11시 넘은 거 보고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봐서는 아마 그대로 잠든 거 같고 u.u...
그리고 이번 답레를 보고 문득 생각났는데, 도아는 이 계약 연애의 처음 시작 즈음에 그런 생각을 했었어. 이현이가 뭔갈 좋아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u.u... 그때 답레에 쓰려다가 너무 김칫국드링킹 아닌가 싶어서 뺐었어. 이현이한테 도아가 좋아하는 방법을 아예 못 알려줄 수도 있고. (그때는 이현이랑 도아도 아니고 남자아이랑 여자아이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