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네가 이끄는 대로 밖으로 나왔을 때, 평소와는 다른 학교 풍경 속에서 네 목소리가 용기를 북돋아 줬을까. 네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방글방글 웃다가, 이번에는 내가 널 이끌고 가려는 것처럼 네가 쥐고 있는 내 손을 내 쪽으로 끌어당겨. 네가 내가 당겨도 오지 않고 서 있어도 상관없어. 내 손에 이끌려주지 않았더라도, 그럼 내가 한 발짝 네 앞으로 걸어갔을 거야. 어떻게 됐더라도, 너와 난 서로의 바로 앞에 서 있을 수 있도록. 어디부터 놀러 갈지 생각해보면, 학교 축제 지도는 이미 머릿속에 있어.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이리저리, 학교 곳곳을 돌아다녔으니까. 어느 반이 무슨 부스를, 어느 부가 어떤 이벤트를 준비했는지도 알고 있고, 반대로 축제 하는 동안에는 별로 발길이 닿지 않을 듯한 곳도 알고 있어.
"나, 놀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있어."
더 가까워졌을 너와 나 사이에, 여전히 조그맣게 소곤소곤. 내 웃음에서 넌 장난기를 엿볼 수 있을까. 이번에도 너랑 내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까. 난 그저, 단지 너한테도 똑같이 돌려주고 싶은 거야. 할 수 있다면, 똑같이 보다는 조금 더 많이 돌려주고 싶어.
"난 홍삼 사탕 먹기 싫으니까—"
너랑 나랑 둘이 있을 수 있는 곳에, "잠깐만 갔다 가자, 응?" 가기 싫다고 하지 말아줘, 그런 마음에 한 번 꼭 잡으면서 가볍게 잡아당긴 듯하기도 하고, 조금 흔들거린 것 같기도 해. 네가 그러자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네 대답을 꼭 기다리고 있다는 걸 티 내려던 것도 아닌데 티가 나버려서 너를 빤히 바라다봐.
조금만 더 늦게까지 깨 있을걸... (눈물바다) 아니, 그래도 그만큼 도아주가 쉬는 시간을 갖고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다행이겠지.. 글도 안 써질 정도로 피곤하다면 쉬는 게 맞아, 응.
정월에는 출근하지 않는구나. 응, 알아둘게. 그런데 혹시 31일에도 잠깐 들릴 때가 있을까? 혹시 31일이 지나기 전에 이 레스를 발견하면 대답해줘. 답레는.. 마저 자고 일어나서 쓸게.
도아가 조금씩 밝아져가는 게, 이현이랑 거리감이 좁혀져가는 게 좋다. 사실 커플이 맺어졌다고 고백한 첫날부터 심리적인 거리감 같은 게 없는 게 아니잖아.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서로 진짜 커플이 되면 심리적인 장애물 없이 내적 친밀감 충만한 상태로 시작할 것 같아... 안 놔줄래.
네가 부드럽게 잡아끄는 손길에 소년의 발걸음은 너무도 가볍게 딸려왔다. 아니 가볍게보단, 달갑게, 라는 표현이 더 정확했을 듯싶다. 소년이 다가서는 발걸음에는, 너와 마주선 모습에는 분명 기쁘게, 라고 표현할 만한 그런 기색이 있었다. 손을 많이 탄 고양이를 불렀을 때와 같은 그런 기색이.
당신이 소곤소곤 건네어온 말에, 소년은 뭔데? 하고 되묻지 않았다. 그저 얼굴에 즐거운 웃음을 띤 채로, "응." 하고 나직이 대답하고는 네 손을 쥔 손에 가볍게 힘을 싣는 것이다. 네게 이끌려가거나 너를 이끌고 갈 준비가─ 아니, 같이 갈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정작 체셔 고양이보다 네가 오늘의 이상한 나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가고 싶은 곳이 곧 이 소년이 가고 싶은 곳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는 당신이 홍삼 사탕 이야기를 하자 장난기를 숨기지 않고 키드득 웃었다. 그 웃음에는 뭔가 기대감 같은 게 묻어 있는 것도 같았고.
그러다 네 손이 흔들렸을 때, 그러다 그 손끝이 소년을 톡 잡아당겼을 때, 네 흔들림은 메아리가 되어 소년에게서 되돌아왔다. 손끝이 톡 당겨지는 느낌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이, 소년은 너와 마주본 채로 네게 허리를 숙였다. 마치 아까 네게 입맞춤을 남길 때와 비슷하게 너에게로 기울어져온 소년은 자신의 이마를 네 이마에 기댔다. 소년의 금색 눈동자 안에 비친 네 눈동자를 분명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소년은 생긋 웃었다. 그 흔들림에 마음속에 가득차 있던 기쁨이 조금 흘러나온 것 같은 웃음이었다.
"어디든 좋으니까... 어디든 가버리자. 너랑 나랑."
응? 하고 콧소리로 덧붙이면서 그는 잠깐 눈을 감고 자신의 이마를 네 이마에 살짝 부볐다.
내가 널 어디로 데리고 갈까 기대했다면, 기대한 만큼 멋진 곳은 아닐지도 몰라.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축제와는 동떨어져 있는 곳이 몇 군데 있고, 그중에서도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곳. 그러니까, 오늘은 꼭 토끼굴 같은 비밀장소가 돼버린 곳이야. 도서부의 축제 부스라던가 이벤트는 도서부실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하니까. 준비는 도서부실에서 했을지라도, 축제 당일의 도서부실은 홍삼 사탕을 먹기에는 어려울 거야.
"간지러워.”
네가 이마를 살짝 부벼올때, 머리카락이 간질거려서 조그맣게 웃어버렸어. 네 눈동자 안에서 분홍빛이 아니라 노랗게 비치는 내 눈동자를 얼마 보지도 못하고, 살포시 눈웃음 지어버린 거야. 여기가 교실 앞 복도가 아니었다면, 내가 홍삼 사탕을 좋아했더라면 네게 톡 닿았을지도 몰라.
네 손을 꼭 잡고서 복도 끝에 있는 계단으로 발을 옮겨가. 복도 천장에 달려서 머리 위로 내려온 장식 아래로 지나가고, 화살표 모양과 같이 각자의 부스로 향하도록 붙여진 종이 발자국에 꼭 발을 맞춰지나가. 창문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은 창문에 붙여진 장식 모양으로 가로막혀서, 그 모양 그림자가 학교 안에 드리워지고. 학교가 알록달록해서, 꼭 그림자도 색색으로 물든 것만 같아서, 그래서 정말 이상한 나라의 오솔길이라도 걷고 있는 기분이야. 아냐, 사실은 네가 옆에 있어서일 지도 몰라.
"짠."
도서부실로 향하는 계단을 다 올라가다 말고, 네가 나보다 한 칸 아래 있을 때 멈춰서 뒤돌아봐. 그러면 내가 평소보다는 조금 더 높이 있을 거야. 조금 장난기가 새어 나와서 너와 눈을 맞추고 웃으면, 내가 무얼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널 데려왔는지 넌 눈치챌까. 난 그저 똑같이 따라 하는 것뿐인걸. 너도 똑같이 부끄러워졌으면 좋겠어. 콕, 네 목 옆에 살짝 입을 맞추고 나서 네 뺨에도 한 번 콕. 뺨에 한 거는 삐지게 만들었던 몫이니까. 그리고 살짝 너랑 거리를 벌려.
왔구나. 좋은 저녁이야.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좋아. 도아주가 여기에 돌아오고 싶다면 난 여기서 기다릴 거라는 내 입장은 바뀌지 않아. 도아주야말로 날이 한동안 추웠는데 괜찮았어? 감기는 안 걸렸고? 나는 보일러가 터져서 하루이틀 고생을 했거든... 다 해결됐지만.
자박자박, 학교 축제를 즐기기 위해 학교 건물을 누비는 발걸음은 많았지만, 소년의 귀에 들리는 것은 오로지 네 발자국소리뿐이었다. 발끝으로 전해져오는 네 발자국소리, 손끝으로 전해져오는 네 맥박 뛰는 소리. 나 말야, 정말로 기쁘다? 너랑 이렇게 같이 다닐 수 있는 게... 네가 나한테 조그맣게 웃어주는 게... 네가 내 눈을 바라봐주는 게... 네가 내 손을 잡아주는 게... 그래서 때로는 이끌고 때로는 이끌리는 게... 서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그래, 너를 만난 게. 네가 조그맣게 웃을 때, 소년의 얼굴에는 행복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소년은 너와 함께 네가 이끄는 대로 축제가 한창인 복도를 가로질렀다. 너와 같이 장식 아래를 지나서, 네가 디딘 종이 발자국을 디디고, 너와 함께 색색으로 물든 그림자를 가로지르며. 이상한 나라로 이끌려들어가는 듯한 그 발걸음은, 누가 이끄는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응?"
네가 멈추어섰을 때, 소년도 눈을 깜빡이며 멈추어섰다. 너보다 한 단 아래에 서서는, 황수정을 예쁘게 다듬은 듯한 눈동자로 너를 바라보는 소년은 잠깐 동안 네가 멈추어선 이유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네가 살며시 눈웃음을 지어올 때는 소년의 눈이 약간 커졌다. 네 눈웃음에 담겨있는 의미를 알아챈 것처럼. 소년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기꺼이 네게 몸을 기울여 네 입에 스스로를 물려주었다. 네 입술이 소년의 뺨에서 떨어져나왔을 때는 그 얼굴에 분홍색의 혈색이 고이 피어나 있었다. 빨개진 소년의 얼굴을 통해서, 네 모습이 가득 담긴 눈동자를 통해서, 소년의 가슴속에 네가 한가득 들어차 있는 게 보였다. 이현은 눈을 깜빡이다가, 너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해버리면, 홍삼 사탕 먹일 거야?"
안돼? 하고, 네가 한가득 담긴 노란색의 보석과도 같은 눈동자가 일렁인다. 그만, 네 입맞춤이, 소년의 가슴속에 한가득 담겨있던 너를 만개시켜버리고 만 모양이다. 물론 그래도 안된다고 하면, 그는 이내 납득하고 다시 널 따라가겠지만.
생각보다 일찍 너에게 입술이 닿아서, 그래서 내가 한 건데도 얼굴에 붉은 꽃봉오리가 맺혀. 아직 만개하지 못한 채, 붉은빛을 머금고만 있는 꽃봉오리가 둘. 내가 하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하겠다고 움직였는데. 이제 닿아버릴 거라고, 눈을 꼭 감아버리기도 전에 다가와서 닿도록 한 네 탓이야. 부끄럽게 만들겠다는 건 아무래도 실패야. 나도 당해버렸잖아. 네가 눈치 못 채게, 눈 깜짝할 새에 입 맞추고 떨어져야 했을 까봐. 다음에는 성공할 거야, 언제인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고 있으면 네 목소리가 들려. 눈을 깜빡이다가 물어오는 조심스러운 네 질문에, 이번에는 내가 눈을 깜빡거려. '응, 안 돼.' 그렇게 단호하게 대답하기에는 나는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 네가 얼굴을 빨갛게 붉히는 만큼보다 더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니까. 그리고 두 가지 짚어야 하는 점이 있어서.
"지금 안 해도 먹어야지이."
둘만 있는 곳에서만 하기로 했었는데, 우리 아까 둘만 있지 않았잖아. 오늘 하굣길에 사러 갈 거야. 말끝을 늘이면서 딱 잘라 말한 이유는, 봐줄 생각이 없다고 굴어본 거야. 한 가지를 짚고 나서 두 번째를 짚어보면, 이번에는 말끝을 흐리고 말아버려.
"지금은 해도..."
못 먹이는데. 조그맣게 흐려진 말끝의 뒤로 이어져. 지금은 둘만 있으니까, 먹일 수가 없잖아. 눈높이가 엇비슷해져서, 더 네 눈을 바라보기 쉬워졌는데 오히려 쉽사리 눈을 맞추지 못하고 말잖아.
현생은, 저번주는 점심을 하루도 못먹었고 이번주는 오늘까지 꼬박꼬박 야근(도아주 상사가 그냥 편하게 택시 타고 가라고 법카도 쥐어줬어)을 하고 있어. 그래도 건강을 해치진 않았어. 이번주는 점심식사 하고 있고...... 어떻게 나날이 바빠지는지 모르겠어. 바쁘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 여기서 놀고만 있고 싶어...... 8.8 보고 싶었다고 말해도 되는걸까 8.8
도아주네 회사가 안 바쁠 때는 정말 안 바쁘고, 바쁠 때는 정말 바쁜데 지금이 정말 바쁜 시즌인 것 같아. 이 회사에 오래 있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더라... 쌓인 연차에 비해 일을 배로 하고 있단 소리는 들었지만, 나름 버티고 있어. u.u 오늘은 법카로 만원짜리 점심 먹었고. +.+
언제든지, 도아주가 말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말해도 돼. 난 언제나 여기 있을 거니까... 도아주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었으면 좋겠는데88.. 도아주가 너무 고생이 많다..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이 언제고 가감없이 도아주에게 온전하게 돌아왔으면 좋겠어. 오늘 일과는 끝난 거야?
아참, 그리고 혹시나 몰라 한 마디 덧붙이자면.. 도아주가 쉬러 갈 때 쉬러 간다고 말 한 마디만 남겨줄 수 있을까? 답레 올려놓고 도아주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리는 게 좀 쓸쓸해서 그래..
그렇게 말해줘서, 바라줘서 고마워... u.u 응, 이제 퇴근할거야. 지하철 탔어. 집에는 10시 반쯤 도착할 것 같아. u.u 집 도착하고 나서 들렀다 자러갈게.
쉬러 간다기보다는 기절한 것들이라 면목없어...... 깜빡 잠들수도 있다 말할게. 그런 부탁하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정말 못할 말이지만... 평일에 밤 10시 이전에 오면 일하다 온 거라 아마 진득히 못 있고, 띄엄뜨엄 나타나고 그럴거야. 퇴근하고 온 다음에는 버텨야지 하다, 기절하는 경우가 많아서......
퇴근길이 한시간 반... 먼 길이구나. 그 동안 답레나 그림 어느 한 쪽은 준비해둬야겠다. 피곤해서 기절... 하긴 도아주 일과가 너무 바쁘니 그럴 수도 있겠다... 8-8 응응, 잘 알았어, 이해했어. 조금이라도 졸리면 여기 보지 말고 푹 쉬어줘...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좋은 거니까. 못났다고 자책하지 마... 도아주 혐생이 그런걸. 도아주 잘못이 아니잖아.. (꼭끄랑)
이 소년의 속에 네가 피어나고, 이 소년은 너로 피어난다. 양 뺨에 고인 달콤하고 간질간질한 마음이 애달팠다.
"으음- 그렇지."
네가 뾰루퉁하게 딱 잘라서 내리는 판결문에, 이현은 눈을 깜빡이다 시선을 시무룩하게 늘어뜨리며 사과했다.
"미안해, 네가 너무 예뻤어..."
네 손을 꼭 쥔 채로, 그는 풀죽은 시선을 가만히 아래로 내렸다. 자기가 너무 짓궂게 굴었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소년은 네가 주는 네 나름대로의 벌을 어떻게든 면해보거나 피해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대로 수긍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볼을 발갛게 붉히고 있는 네가... 특별한 날에 특별한 옷을 입고, 나와 함께 어울려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네가 너무 예뻤어. 그렇지만 네가 주는 거면 다 좋으니까, 난 괜찮을 거야. 하고,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꼭 쥔 네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조금은 엉뚱한 사과를 내어놓은 소년은, 사과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앞으론 조심할게."
그러다 지금은 해도- 하는 네 머뭇머뭇대는 말에 이현은 시선을 들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네가 눈을 쉽게 맞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하고 싶은데, 하고 네가 되물으며 다시 눈을 맞춰오기까지 소년은 잠깐 기다렸다. 그리고, 네 분홍색 눈에 담기도록 살며시 눈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이현주가 혼자 한 생각이지만... 이현이가 자기 마음을 확실히 자각하려면 자극적인 사건이 역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예를 들어 도아랑 며칠 동안 연락이 두절된다던가.. 아니면 도아가 다른 누군가한테 고백을 받은 걸 이현이가 알게 된다던가... 그도 아니면 YW 엔터테인먼트의 이현이를 담당하는 프로듀서나 매니저를 한 분 악역으로 등장시켜서, 도아한테 "너는 지금 눈부신 별이 되려고 하는 가스 덩어리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거다" "누구보다도 빛날 수 있는 별을 뻔뻔하게 혼자 집어삼킬 수 있겠냐" 같은 말로 쪼아댄다던가.. (이럴지도 모르겠다- 하고 썰만 풀어본 거니 가볍게 읽어줘!)
누가 봐도 시무룩해졌어요, 하고 말하는 네 모습이 꼭 그늘에 수그린 꽃 허리 같아서. 나는 햇님을 데려올 수도 없고, 비구름을 데려올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사탕을 주지 않을 수도 없는 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큰일 나버린단 말이야. 푹푹 찌는 더위에, 아이스크림이 시원하고 달콤해서, 너무 좋아서 많이 먹었다가는 배탈 나버리는데.
봐,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네가 또 콕, 하고 찌르잖아. 두 뺨에 하나씩, 붉은빛을 머금고만 있는 꽃봉오리도 톡 피어나버려서 어질어질. 난, 나 말고 네가 예쁜데, 네가 사과해야 할 약속이 아닌데.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말을 하기도 버거운 지금, 입술이 떨어졌다가 다시 꼭 물어. 숨에 색이 어린다면, 그 숨조차도 빨갛게 익어버렸을까. 아니, 익어버렸을 거야.
"...응."
네가 조심하겠다고 말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인 소리인지 모를 목소리를 내는 거야. 네게 고백하던 날 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 사실은 앨리스가 아니라 목소리를 잃은 인어공주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분명 목소리가 있는데도, 네 앞에 서면 왜 이러는 걸까.
"...응?"
네 눈웃음이 담기던 눈동자가 깜빡, 눈꺼풀 아래로 꼭 숨었다가 다시 나타나. 내가 금지라고 했던 건, 내가 했던 거, 그러니까, 교실에서 네가 했던 거였는데. 그래서, 지금 안는 거는 상관없다고 말하지도 않고 먼저 꼭 안아버렸어. 너를 꼬옥 안고 있다가, 조금 힘을 빼고서 너를 바라봐. 의뭉스러워하던 표정은 그대로이지만, 그 뜻이 조금 바뀌었어. 내가 한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하고 물음표를 달고 있던 표정은 이제 되었느냐고 물음표를 달아.
>>190 도아 : (황급하고 빨간 도리도리) 아마 도아가 현이 무릎을 베고 자려면... 먼저 어깨에 기대서 자게 했다가 무릎을 베도록 하는게 빠를거야 u.u... 그래도 이제 어깨에 기대서 자는건 할 수 있어 u.u✧
>>191 이 부분은... 다음 일상 주제로 잡아도 괜찮지 않을까. 참고로 도아주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도아가 쉽사리 연락두절 될 상황은 상상이 어렵지만. 해외 여행이라도 보내면 시차차이로 가능할까(?) 고백... 고백 u.u 같은 방송부 선후배라거나 같은 반 친구 한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네. 소속사 관계자가 그러면, 도아는 생각보다 단단할거야.
>>199 으음... 완성된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긴 하지만, 도아주가 자러 가기 전에 답레를 쓰면서 그림까지 완성시킬 자신은 없고, 그렇지만 항상 노력하고 애쓰는 도아주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해주고 싶으니까.. 아래 링크 확인히줘 uu https://postimg.cc/ykZGvqTr
탭에 적힌 글조차도 cat001이라서 x.x 옆머리 한가닥 남은 것부터 너무 귀엽다 x.x 코디네이터님이 정말... 정말 잘 보시고 하신 말씀이었구나... x.x 지금 살짝 헤어나오질 못 하고 있어 x.x 완성하면 어떻게 되는거야...? x.x 미완성으로도 이미 도아따라 어질어질 헤롱헤롱 x.x 머리카락 넘겨줘보고 싶어 x.x 꽁지머리 양갈래 사과머리 다 해주고 싶어라 x.x 볼도 한번만 콕 찔러보고 싶다 x.x
>>202-203 마음에 든 것 같아 다행이다.. 완성이라고 해도 얼굴 피부는 채색이 다 끝났고, 머리랑 어깨 주변만 후딱 그리는 거라 그렇게 대단한 그림이 되진 않을 거야. 그렇지만 이 그림이 도아주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해주었다면 기쁠 것 같아. 꽁지머리 양갈래 사과머리... 지금 이현이랑 단둘이 시간 보내러 가는 거잖아uu 도아 하고 싶은 대로 맘껏 다 해버려u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