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자. 난 너무나 슬퍼...” “난 너하고 놀 수가 없어. 난 길들여지지 않았단 말야.” “아. 미안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넌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 는 의미야.”
☞ 이 어장은 두 레스더의 상호교류 및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그것은 장난이라기보단 소년이 택한 고육지책이었다. 핑계도 없이 귀엣말을 하기에는 그도 조금 멋적고 쑥스러웠으니까. 태연하게 면전에 대놓고 해버릴 수 있는 이야기인데. 아니 애초에 이런 이야기 다른 사람한테는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나는 지금 너한테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남들이 내가 너에게 속삭이는 사실마저 감추어가며 이러고 있어. 이상해. 이상해. 이러다간 일하는 도중에 네 손목을 잡고 달려나가 버릴지도 몰라. 체셔 고양이가 앨리스의 손목을 잡고 도망가 버리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는데.
그렇지만 네가 길게 죽 뽑아서 데퉁그라진 티를 팍팍 내며 아─니, 하고 매정하게 고개를 팩 돌렸을 때는 천하의 소년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나는 너를 보러 왔을 뿐인데... 네가 그 소년을 혹시나 하고 다시 돌아봤을 때는 그 소년은 (´・ω・`)같이 생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흡사 물벼락맞은 고양이가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표정이 되어버렸는데도, 네가 뒤를 돌아보며 나직이 건네주는 그 한 마디가 너무 따뜻해서, 소년은 얼굴에 껴 있던 수심이 와르르 벗겨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해사하게 웃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너한테 이런 장난을 치고 싶어지는 게 네가 좋아서 그런 거라면, 난 어쩌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해버린 걸지도 모르겠네. 그렇지만 네가 날 바라보며 쑥스러워하는 그 순간에는, 정말로 우리 교실에 우리 둘만 있는 줄 착각해 버렸는걸. 나 바보가 돼버린 것 같아.
그러나 그 말을 하지는 않고, 이현은 너를 따라 개점을 시작한 메이드 & 버틀러 카페의 일을 시작했다. ...다만, 손님이 어째 되게 많이 온다는 게 흠일까.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그것보다 극성스런 손님들과 같이 셀카를 찍어주는 일이 더 많았지만.
/ 일하는 중의 레스가 되어버렸는데, 도아주가 두 사람이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시간을 무난하게 넘겨버리고 싶다면 이현이와 도아의 시간이 끝난 시점으로 생략하듯이 넘어가면 되고, 두 사람이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하면 도아주가 그 사건을 써주거나 사건은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디어가 없다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머리를 굴려볼 테니까..
도아도 TMI라고 해야할까, 아직 장래가 없어. 뭐든지 일단 해볼까 하면 어느 정도 평균은 해내는 애매한 재능이 있어서, 딱히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없고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된 것도 없어서... 그래서 도아한테 이현이가 더 멋져보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는 TMI u.u!
아무리 귀여워도 삐져있을 거야. 네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린 고양이 표정을 지어도, 내 말 한마디에 언제 그런 표정을 지었냐는 듯 따스하게 웃어도. 이제 조금 삐진 게 아니라 그냥 삐진 거니까. 하지만 삐진 티를 내고, 삐져있겠다고 생각하고, 뭘 할 필요도 없이 부스 운영이 생각보다 훨씬 바빠서. 특히 너는, 내가 너를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할 새도 없이 바빠 보였어. 카페가, 우리 부스가 바쁜 것도 네 덕분일 거야. 널 돌아보면 너한테는 일거리가 하나 더 있었으니까. 사진을 찍어준다거나 하면서, 론으로서도 일하고 있었으니까. 난 그럼 그저 눈도장만 콕 찍고 일할 뿐이야. 저런 일로 더 삐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쟤네는 이현이 진짜 키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그러다가 들어온 손님들을 받아주고 나서, 또 괜히 네게 눈도장을 콕. 커플 한 쌍이 섞여 있는 듯한 손님들이었는데, 커플이어도 아니어도, 너에게 사진을 찍자고 하는 여자애들이 눈에 담겼으니까. 아무한테도 말 못 했지만, 아무도 모르지만, 나도 커플이야. 너희들이 사진 찍으려는 그 아이랑 사귀고 있어. 닿지도 않을 말을 마음속에 적어두는 거야.
그럼 이제 네게 눈도장을 콕 찍었으니까,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하지 못할 상황이 벌어져. 여기는 카페니까, 날 부른 이유는 당연히 메뉴를 주문하려 부른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손목이 붙잡힌 채로 이끌려서, 누군지 모를 남자애와 함께 휴대폰 화면에 나란히 담겨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잖아. 사진 좀 같이 찍자는 말에 든 생각은, 현이가 사진을 찍어주니까 다른 애랑도 그냥 찍을 수 있는 거라고 오해했나, 였어.
아현이도 이현이랑 마찬가지 조금 붕 뜬 이미지였는데 이현이가 너무 헤타레다 보니까 반대급부로 아현이 쪽이 더 야무진 애가 될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굳이 형제자매 아니라도 가족은 될 수 있는데uu 남편이랑 시누이라고 들어봤어? (주책 선넘네)
허락... 을 받을 것까지야?! 이현이가 허락해주면 바탕화면으로 써버리는 건 아니겠지
입학식 날부터구나. 오랫동안 안아온 사랑이네. 이현이가 빨리 대답해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는데. 앗 도아 머리 빗어주는거 좋아... 도아랑 단둘이 있을 때 이현이 손에 패들브러시만 쥐어준다면 바로 가능할 것 같은걸. 그리고 도아는 이현이 머리에 이런저런 장식이나 머리삔 같은 거 꼽으면서 놀고.
네가 쿡 던지는 눈도장 하나하나, 그 소년에게 닿고나 있는 걸까. 하고 너는 풀리지 못할 의문을 안고 있겠지만... 너에게 들리지 못할 대답을 하자면, 네가 던지는 눈빛 하나하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일을 하면서 엇갈리는 발걸음, 어쩌다 스치는 손길, 멀리서 보이는 네 모습, 이따금 네가 던지는 네 눈빛까지, 음료가 든 트레이를 옮긴다거나 기계적인 가짜 미소를 지으면서 사진을 찍혀주는 그 순간에도, 지금 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놓치기 싫어서, 손길이며, 발걸음이며, 눈길은 너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 있을지언정 네가 빚어넣어 준 그 빨간 비단 심장만큼은 너를 향해서 뛰고 있었어.
그러다 상황이 조금 변한 게, 손에 반짝이는 커플링을 차고 있는 남녀 손님이 한 쌍 섞인 다섯 손님이 들어온 뒤였다. 아니 그 손님들이 들어온 직후로는 상황이 그렇게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그 손님들이 들어오고 나서도 조금 큰 쟁반에 음료수를 받쳐서 가져다주어야 했을 뿐. 상황이 조금 변한 것은 손에 반지를 끼고 있던 2학년 여자애가 이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을 때였다. 그는 별로 당황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별 다를 것 없이 공손하게 고객의 요청에 응대했지만, 문제는 그 광경을 부루퉁하게 지켜보고 있던, 반지를 끼고 있는 3학년 선배였다.
3학년 선배가 네 손목을 쥐고 사진을 요청하자, 사진을 찍고 있던 이현의 눈길이 대뜸 네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잔뜩 겁을 먹고 난색을 한 너와 눈이 마주쳤고.
순간, 너는 이현의 눈 속에서 뭔가가 불똥마냥 번쩍, 하고 튀는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소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자신과 방금 같이 사진을 찍었던 여자애들을 데리고 3학년 선배 쪽으로 다가왔다. "실례지만, 같이 사진을 찍으실 수 있는 건 저뿐이라서요... 괜찮으시면 같이 오신 분들과 다함께 찍으시겠어요?" 3학년생은 네 손목을 놓아주고는 그를 가만히 빤히 바라보다가, 어찌됐건 다 함께 찍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기로 한 건지 이내 너한테 놀래켜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넨다. 그리고는 네 대답을 들은 이후에 단체사진을 찍으려 하는 것이다.
바탕화면으로 써도 개인소장해도 OK일 거야, 현이는. 오히려 자기 사진을 그렇게 소중히 여겨주는 걸 기쁘게 생각할 것 같고, 도아는 의외로 소박하네... 귀엽다. 이현이는 프사만 프랙탈 도형 사진이라거나 추상적인 고양이 그림 같은 걸로 바꿔두고, 케이스는 되게 화려하게 이색 저색 얼룩덜룩하게 마블링한 무늬가 들어간 그런 물건일 것 같지. 도아 꼭끄랑... 이것은 귀중하군요. 이번 축제 중에 꼭 도아 머리 빗어봐야지.
대뜸 너와 눈이 마주쳤을 때, 네가 능청스레 웃으면서 이쪽으로 다가왔을 때. 손목을 붙잡고 있던 남자애가 네 말을 듣고 나서 손목을 놓아주었을 때까지. 이런 상황은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낯설기만 해서 무슨 반응을 하지 못했어. 그래서 네가 나타나자 상황이 해결되고 있는 지금, 너를 깜빡깜빡 쳐다보기만 하는 거야. 그러다가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건네받았을 때는 조금 뒤늦게 반응해버리고 말았어.
"…아, 괜찮아요!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살짝 웃으면서 대답하면, 이제 끝난 거야. 다시 일하러 가기 전에, 자리를 피하기 전에. 네게 조그맣게 입 모양으로만 벙긋거려. '도와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네 장난이 짓궂어서 계속 삐져있기에는 힘들게 된 것 같아. 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야, 그치. 손에 들고 있던 트레이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도, 놀란 탓에 트레이를 떨어트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입 모양을 바로 알아들었을까, 그렇지 못하더라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게 너에게 방긋 웃어 보여.
비어있는 트레이를 내려놓으러 가면, 같이 부스를 운영하는 건 너랑 나뿐만은 아니니까. 음료를 만들다가도 귀에 이 작은 해프닝이 들렸나 봐. 오전 부스를 같이 운영하던 반 친구들이 옹기종기 무슨 일이냐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야. 그럼 난 당연히 괜찮다고, 별일 아니라고, 실수로 생긴 일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는데, 손목만 붙잡힌 것뿐이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뒤늦게 붙잡혔던 손목을 보니 발갛게 손자국이 보여서 멈칫거리고 말아.
"그러니까 이제 일하자, 일!"
그래서 부스 운영해야지, 하고 말을 얼버무렸어. 원래도 쉽게 물들고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네 앞에서만 있으면 금세 붉은빛으로 물들고는 하지만, 아무리 하나도 안 아프다, 정말 괜찮다고 말해도 이렇게 자국이 나 있으면 괜히 걱정하게 할 것 같으니까.
네가 소년에게 입모양으로만 뭐라고 말해보일 때, 소년은 사진을 찍으려 다들 모여서는 도중에도 도아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찡긋, 하고 짓궂은 윙크를 보낸다.
네 말이 맞다... 다른 사람들이 저 소년과 함께 사진을 찍고, 저 소년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소를 꾸며준다고 해도, 저 아이는 네 애인이다. 네 애인이고, 네 사랑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너를 생각하며 움직이고 너에게 진심으로 웃어줄 것이다. 지금 그와 함께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모르는, 좀더 생동감있고 좀더 해사한 저 소년의 미소를 너는 알고 있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무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너를 생각하며 움직여버리고 마는 그 소년의 모습을 알고 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다시 부스 영업을 개시할 때, 옹기종기 모여선 네 친구들 사이로 손자국이 남은 네 손목이 소년의 노란색 눈동자에 비쳤을 때 소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버린 것은 그 때문이겠지. 소년의 동공이 완전히 둥근 모양이 아니라 세로로 아주 약간 가느다란 고양이 같은 모양이라는 것을, 너는 표정을 잃은 그 소년의 눈동자가 노랗게 번뜩이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혹여나 네가 소년에게로 눈길을 옮긴다면 금방 걱정되는 얼굴을 하고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소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걸 알아챘다고 해서 네게 곧이곧대로 걱정을 보내준다면 또 네가 소년을 공연히 걱정시켰다고 의기소침해할까 봐, 뭐라 말도 못 꺼내고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남들의 눈길도 있고 하니까. 본인이 다른 이들 앞에서 괜찮다고 했으니까, 걱정의 말을 건네는 것은 일이 다 끝나고 둘이서 있을 때라도 좋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이후로 부스를 운영하는 동안 소년이 네게 눈길을 주고, 네 옆을 지나가며, 이따금 네가 들고 있던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는 등 네 주변에 머무르는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도저히 감출래야 감출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딱히 입밖에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찡긋, 네 짓궂은 윙크를 보았을 때는 웃음을 꼭 참았어. 여기서 바로 웃어버리면,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티 날 것 같잖아. 아니, 내가 널 좋아하는 티가 나도 상관없어. 너랑 나랑 사귀는 사이라는 것까지 티가 날까 봐 그래. 너를 좋아하니까,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게, 너와 나 사이가 너에게 해가 될까 봐서.
잊지도 않았는데, 가끔 네가 내 마음속에 톡 들어와서 내가 널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겨주고 가고는 해. 또 가끔은, 그렇게 새겨진 널 좋아하는 내 마음이 너무 커서 속으로 혼자 놀라고는 해. 예를 들어보자면 지금이 그래. 현아, 널 좋아해. 여태 그래왔듯이 난 또 너에게 몇 번이고 반할 거야. 그래서, 걱정되는 얼굴을 하고서 날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너와 눈을 마주쳤을 때에서야 웃었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랑, 걱정시켜서 미안하고, 또 고맙다는 말이랑, 아까는 삐져서 미안하다는 말, 네가 너무 좋아서 큰일 났다는 말까지. 널 좋아하는 마음에서 쏟아져나온 말들을 모두 담아서, 언제 너에게 삐졌는지도 모를 만큼, 네게로 활짝 웃었어. 너한테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누가 이쪽을 쳐다보지는 않겠지, 한 눈치를 보고서는 살짝 몰래. 그럼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만약 그 말이 진짜라면, 너에게 웃어주는 지금 내 모습이 엄청 예뻐 보일 테니까.
"진짜 하나도 안 아파, 괜찮아."
이따금 네가 지나가면서 내 짐을 대신 들어주고는 하는 게 몇 번 반복됐을 때. 네가 지나가지 못하게 옷자락을 붙잡고서 말했어. 그냥 빨갛기만 해. 자국만 남은 거야, 금방 사라질 거고. 다시 한번 생글생글 웃으면, 이제 네 걱정이 덜어졌을까. 그리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어. 곧 우리가 부스 운영할 시간 끝날 텐데, 아직은 시간 괜찮은데. 같이 놀자고 말하고 싶어서, 너에게만 속닥속닥 말할 수가 없어서 네 옷자락을 놓지 못하고 머뭇거려.
확실히, 너의 사랑은 확고했지만 소년의 주변 환경에 불안요소가 많았다- 그 아이는 너와의 사랑으로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너무 많았지. 그렇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 아이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으니까. 아니, 오히려 그 아이는 너와 사랑하다 생길 수도 있는 상실을 해방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마저 되어 있으니까. 그저 지금은... 너와 이렇게 숨바꼭질하듯 노는 것이 그 아이의 취향에 맞아서 이러고 있을 뿐일지도.
그렇지만 네가 그렇게 온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띄워줄 때는, 소년은 지금 자신이 숨바꼭질 중이라는 것마저도 잊어버리고 너에게 멍하니 한눈을 팔게 되는 것이다. 교실로 비쳐드는 햇살마저도 무색할 정도로 반짝이는 네 웃음에. 객관적 미의 기준 같은 것과는 상관없었다. 다른 이에게는 평범하게 화사한 미소일지 몰라도, 소년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 백만 송이 꽃이 한순간에 만개하는 것과 같은 환한 웃음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면 되는 것이었다.
노르스름하게 그을린 자국으로 남을 뻔했던 소년의 노란색은, 네 미소가 비추어준 햇살에 수액처럼 말갛게 굳어서는 투명하고 무결한 시트린과도 같은 빛으로 남았다.
네가 소년의 조끼 자락을 살며시 잡았을 때도, 소년은 네 미소가 비추어준 빛에 완전히 경도되어 약간 멍한 상태였다. 괜찮아... 하고 방실방실 웃던 네가 조금 머뭇대면서 옷자락을 놓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소년을 너를 보면서 방실방실 웃더니... 손을 뻗어서는, 네가 옷자락을 쥔 손을 부드럽고 상냥하게 마주쥐었다. 그리고는 고양이귀에 집사복 차림을 한 그대로, 네 손을 가볍게 잡아끌었다. 너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그 누구도 소년이 네 손을 쥐었다는 것을 알아채기는커녕 너희 둘이 그 곳에 있다는 것마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함께 왁자지껄한 교실에, 둘만이 이상한 나라의 오솔길 초입으로 순간이동해 버린 것만 같은 소란스러운 정적이...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네게 활짝 웃어주고 나서 네가 멍하니 있는 것 같았어. 너를 멈춰 세우고 생글생글 웃었을 때도 멍해 보여서, 멍한 게 맞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네가 왜 그럴까,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을까. 조금 고개를 갸웃거려. 그렇게 생각하니 바로 내 차림새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야. 프릴, 리본, 그리고 토끼 귀까지. 이런 차림새는 역시, 어색하고,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니까. 일하다 보니, 작은 소란도 있었다 보니, 내 차림새인데도 깜빡 잊어버렸던 거야. 부끄러움이 잔뜩 밀려들어 오는데, 그런데도 네 옷자락은 못 놓겠는데.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려 해도, 부끄럽다는 생각이 가득 메워버려서. 근데, 그때 네가 내 손을 쥐었어.
깜빡. 어둡기만 했던 방에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면,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내 머릿속도 꼭 그렇게 되어서, 이제는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네가 좋아. 뒷일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된 거야. 이런 옷을 입고, 토끼 귀까지 달고서 교내 축제를 돌아다닐 수 있을지, 그래서 네가 잡아끌었을 때, 그대로 이끌린 거야. 네가 한 발자국 내디디면, 나도 너를 따라 한 발자국 내디딜 거야. 아냐, 이러다가는,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몇 발자국이든 내디뎌서 너를 꼭 안을지도 모르겠어.
응, 같이 놀자.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리고, 네가 쥐고 있는 손을 너와 깍지끼도록 고쳐서 꼭 네 손을 잡아. 그리고서 배시시 웃고 나면, 부끄럽다고 붉히던 볼은 그저 너에게 마주 웃어주다 물들어버린 색을 띠고 있어.
"우리 똑같은 생각 했다?"
또 이런 일 있으면 좋겠다. 계속 야금야금, 너와 내 생각이 같아지면 좋겠어. 이 계절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이루어지질 바람도 한 모금 삼키고서 네게 속삭거려. 분명 북적이던 교실이었는데, 사람 많은 카페였는데, 이상하게도 너와 네 목소리만이 또렷해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 속삭여도, 너한테 이 목소리가 닿을 것만 같아.
네가 한 발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서고, 한 발짝 물러나면 한 발짝 다가오는, 너와 딱 두 걸음 떨어져 있는 소년에게로 너는 계속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둘이 함께 한 발짝씩을 내딛으면서 두 발짝이었던 거리를 좁혀 너를 마주안아줄 것이다. 몇 발짝이나 내딛어야 할까, 그는 어디까지 물러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감히 말하자면, 그렇게 오래 쫓아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상한 나라에도 시간은 있고, 계절은 있다. 너와 소년이 함께 누리고 있는 이 여름도 언젠가는 끝나버리겠지. 그렇지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더라도 이 소년은 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 소년과 함께라면 지금 이 계절이 아닌 다른 계절도 너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적어도 그는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까. 겨울이 끝나면 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지금 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네가 기쁘게 여겼으면 좋겠다.
소년은 아직도 집사 복장을 하고 머리에 고양이귀 머리띠를 낀 채로 너에게 배시시 웃고 있다. 너 혼자만 별난 차림은 아니니까. 너와 같은 차림을 하고 너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소년이 지금 이렇게 너와 함께 있으니. 소품 회중시계를 차고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상한 나라로 앨리스가 쫓아들어간 토끼와 비슷한 차림새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네가 주운 이 소년은 고양이인데. 상관없지 않을까, 이건 원작이 아니니까 원작과는 조금 다른 플롯이라도, 네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괜찮지 않을까.
"응."
소년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의 그 나직한 대답소리는, 네가 이럴 것 같다- 하는 바람을 담아 속살거린 것처럼 소란스러운 교실 한가운데서도 선명히 너에게로 와서 닿았다. 내가 너와 같은 생각이 들게 된 것... 네가 내가 방금 든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 알고 있어. 그래서, "기뻐." 하고, 소년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네 손을 쥔 채로 너를 교실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평소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색색깔로 분장되어 있는, 통째로 이상한 나라에 빠져버린 것만 같은 복도의 모습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