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을 불러오고 암석으로 내려치며 기온을 영하 수준으로 내려버린다. 캐스터는 소위 재능이라 불리우는 오리지늄 아츠에 정통한 유능한 마법사다. 이런 기상천외한 아츠들은 대부분의 상황에 때리고 베는것보다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는걸 캐스터들은 알고있다. 하지만 한 분야의 아츠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대에는 엄청난 고생이들며 그 본질을 깨우치는 것은 영원한 과제라는것 또한 알아야 진정한 캐스터라고 할 수 있다.」
꼭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조심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듯 말하면서 자신의 코를 건드리는 에덴을 바라보는 오니였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서 아주 잠시 미소를 지어보인 소년은 이어진 에덴의 말에, 다행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미리 해놨구나, 역시 에덴이야. 이미 자신이 저녁을 먹지 않고 올 것이라는 걸 에덴이 예측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미리 해뒀다는 말에는 오니로서도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자신은 에덴의 손 위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에덴의 집으로 들어가 요리를 준비하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오니는 익숙하게 코를 간지럽히는 향을 맡고는 놀란듯 '아' 하는 소리를 낸다. 익숙한 고향의 향. 분명 극동의 요리임에 틀림없을 것이었다. 이곳에 와선 좀처럼 먹을 일이 없었는데, 그새 에덴이 신경을 써준 모양이라고 오니는 자신을 납득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념에 빠져있던 오니는 에덴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차리곤 의아함을 담은 눈으로 응시한다. 열망이 고여있는 에덴의 붉은 두 눈은 오니를 향해 올곧게 향해 있었고, 그 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오니는 이어진 에덴의 말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 괜찮아..? 에덴은 에덴 나름의 일상이라던가 있으니까.. 내가 갑자기 끼어들면 불편하거나 번거롭거나 할 것 같은데... "
오니는 에덴의 말에 괜스레 고백을 받은 소녀가 된 것처럼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가슴팍에 손을 모은 체 작게 중얼거리듯 말한다. 물론 같이 사는 것도 좋았다. 애초에 오니는 가진 것도 별로 없었고, 특별히 모아두거나 하는 것도 없었다.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고, 에덴이 불편하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일상에 눈을 뜨면 그 행복에 취해 정신을 못 차릴까봐 조금은 무서운 것 뿐이었다. 어째서 이럴 때, 에덴의 입술이나 자신이 목에 남긴 자국으로 시선이 가버리는걸까. 자신이 무언가 더 바라는 것이 있는걸까, 열기가 스멀스멀 몸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괜스레 더운 듯 걸치고 있던 새하얀 롱코트를 벗는다.
" 에덴이 좋다면 .. 나는 괜찮아. 아침의 에덴도, 낮의 에덴도, 밤의 에덴도, 그리고 새벽의 에덴도... 내가 가지고 있고 싶어.. "
오니는 에덴의 물음에 얼버무려선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롱코트를 벗어두곤 한결 가벼워진 차림으로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다 나지막이 이야기하며 다시금 눈을 맞춘다. 이런 욕심을 내는 자신을, 은근히 에덴을 원하는 자신을 오니 자신도 익숙치 않고 낯선데, 에덴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을 품은 체 조용히 돌아올 답을 기다린다.
원래는 피하고 뒷덜미를 잡아줄까 했는데 모습이 강아지 낚아채는 느낌일거 같아서. 일단 받아주긴 했는데 너무 어린애 다루듯 해버렸나. 나는 배를 두드리는 시늉을 하는 그녀를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내가 진거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내버려뒸다. 소원이라. 이어진 그녀의 말에 나는 뭐 얼마나 별걸 빌겠어 싶은 표정으로 맘대로 하라고 덧붙였다.
"과자 사줄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에게 한번 더 놀리듯이 말한 나는 적당히 테이블을 치워놓고는 소파에 앉았다. 그래도 나름 기회랍시고 어려운 소원을 말하려고 노력은 할텐데. 그러면 어떤 어린이같은 소원이 나올지 기대하며. 나는 턱을 괴고 미소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448 전에도 말해드렸지만 돈 되는거면 다 합니당 설거지 알바 전단지 알바같은거도요 근데 이런건 임무는 아니죠 임무는 지금 테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분쟁. 거기서 떨어져 나온 자잘구레하지만 성가신 일들. 혹은 해결사마냥 좀 난감한 일도 맡습니다. 소위 사설경비업체 수준의 무력이 필요한 일들이요
하며 에덴은 냄비 뚜껑을 열었다. 계란과 파가 풀린 갈색의 국물에 푹 잠겨 있는, 맛있게 익은 닭고기 조각들. 오야꼬동이다. 에덴은 익숙한 솜씨로 쟁반에 밥을 한 공기를 가득 채울 만큼 떠서 올리더니, 냄비에 담겨 있던 닭고기 스프를 국자로 떠서는 밥 위에 몇 번인가 올렸다. 순식간에, 극동풍 오야꼬동 한 그릇이 그 모양을 갖추고는 리아의 앞에 놓였다. 에덴은 이어서 자기 것도 접시에 덜고는, 수저통을 뒤적여서 예쁜 장식새김이 되어 있는 젓가락 한 쌍과 수저 하나를 접시 옆에 놓아주었다. 그녀 혼자 사는 것치곤 수저가 꽤 여러 벌이었는데, 제각기 개성이 선명한 예쁜 모양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취미로 사모으는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언니한테 익숙해지면 그만이잖아요?"
하고 빙그레 웃으며 리아의 맞은편에 앉던 에덴은, 리아의 입에 흘러나온 말에 눈을 깜빡였다. 에덴의 뺨이 다시 발간 홍조를 띄는 게 리아의 눈에도 보였다. 에덴의 입가에는 수줍음과 흐뭇함이 뒤섞인, 본인 표정을 통제 못 하는 사람 특유의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