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을 불러오고 암석으로 내려치며 기온을 영하 수준으로 내려버린다. 캐스터는 소위 재능이라 불리우는 오리지늄 아츠에 정통한 유능한 마법사다. 이런 기상천외한 아츠들은 대부분의 상황에 때리고 베는것보다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는걸 캐스터들은 알고있다. 하지만 한 분야의 아츠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대에는 엄청난 고생이들며 그 본질을 깨우치는 것은 영원한 과제라는것 또한 알아야 진정한 캐스터라고 할 수 있다.」
하나였던 것이 조각이 되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에덴은 살며시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그 과정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오니는 떨어질 때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물론 입을 맞추어준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을 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에덴의 그 행동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했다. 그렇지만 떨어져나가는 뒷모습을 본 순간 오니는 무엇이라도 말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눈 앞의 소녀의 이름을 읊조리게 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서 떨어져나간 에덴이 다시 자신을 마주보고 서서 천천히 뱉는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던 오니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왠지 모를 열기를 띈 한숨을 뱉어낸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든 것일까. 오니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몸이 조금 뜨거웠다. 마치 임무에 들어가서 앞으로 한걸음 내딛기 직전처럼 몸이 달궈졌고, 호흡이 빨라졌다. 아아, 오니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에덴의 말에 은은하게 묻어나는 자기 희생의 마음 때문이라고 오니는 생각했다. 그래서 오니는 신고 온 신발을 빠르게 벗어던지곤 성큼성큼 에덴의 집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에덴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을 바라는 건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분명 이렇게 열기가 오르지 않을테니까.
" 아니야, 아니야. 그건 아니야. 내가 바라는 것은 그런게 아니야, 에덴. "
머리 속에서 스위치라도 켜진 것처럼 정신이 맑아진다. 그러면서도 아까까지의 망설임이나 부끄러움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아서 오니가 들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좋다, 이 상태라면 좀 더 제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이곳은 지금 둘만의 공간이었고, 그 누구도 볼수도, 들을수도 없을테니까. 오니는 그렇기에 고개를 저으며 다가가 에덴에게 입을 맞추었을 것이다. 거절하지 않았다면 짧지 않은 입맞춤을 거칠게 몇번이고 했을 것이다. 한손은 에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얇은 손목을 움켜쥔 체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던 에덴의 입술을 빼앗을 것이었다.
" 나는 - 네가 날 옭아맨다고 하더라도 널 꺼려하거나 싫어하지 않아. 네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나를 보면서 질투하고, 화를 내고, 나를 원해서 끌어당기는 것도 괜찮아. 그것이 네 바램이라면 나는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그것을 위해서 움직일 수 있어. 오니의 사랑은 분명 널 옭아맬거야. 네가 다른 누군가와 함께 나랑 하는 것처럼 시간을 보낸다면, 나는 너에게 마음껏 내 소유욕을 발산할거야. 그쪽으로 가지말고 내게로 와, 난 저사람보다 내게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 저사람 말고 나를 봐, 저사람 보다 내게 그 예쁜 입술을 움직여줘. 저사람의 옷을 잡지말고 내 손을 잡아. 네 숨소리 마저 다른 누구보다 내게 제일 잘 들리게 해줘. 나는 네게 얼마든지 요구할거야. 왜냐하면 나는 널 사랑하니까. 이젠 내 마음 속에 네가 들어와버려서 어떻게 할 수 없어. 널 갖고 싶게 만들었으니까. "
오니는 몇번이고 입술을 겹치던 것을 멈추곤 살며시 고개를 떼어낸 후에 방금 전 에덴의 말을 부정하듯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에덴의 손목을 잡은 손은 에덴이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가지 못하게 강하게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에덴이 떨어지려고 한다고 해도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못하게. 오니는 아직도 정신이 맑고 부끄러움 같은 것이 몰려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명 지금 에덴의 눈에 비치는 오니의 눈에선 오니 특유의 붉은 안광이 번뜩이고 있을테지만, 오니는 그것까지는 알아채지 못 했다. 그것을 알아채기엔 아직도 할 말이 남아있었으니까.
" 사랑이란건 자기희생이 아니야, 에덴. 나는 네가 그런 것을 하길 바라지 않아. 그건 비참해, 잔인해. 사랑한단 말 하나 때문에 네가 혼자서 아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주저앉는 것을 나는 보고 싶지 않아. 바라지 않아. 나는 널 사랑해, 에덴. 사랑받는 이가 고통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도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모두 알지 목하는 나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니 지금 네 말은 나는 받아들일 수 없어. 앞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을거야. "
" 그러니 너도 나를 옭아매. 네가 바라는대로, 널 봐주길 원하는대로 나를 옭아매고 붙잡아. 네가 바라는 것을 망설이지 말고 말해. 나를 신경쓴다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지 말고 입으로 뱉어내. 나는 바보라서, 에덴이나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못한 오니라서 말해주지 않는다면 제대로 모르는 것이 태반이야. 하지만 지금 네 말은 내가 바랬던 말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안그러면 이렇게 에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리가 없으니까. " 오니는 망설이지 않았다. 자기희생따위 가져다 버리라고 잔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선 격렬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처럼 오니는 눈 앞의 연인에게 망설임없이 자신의 바램을 토해낸다. 옭아매라, 튼튼하고 빠져나올 수 없는 그물처럼 서로를 옭아매고, 옭아매서 서로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게 옭아매라. 그것을 망설이고 억누르려 할 필요가 없었다. 망설임 같은 것은 이미 처음으로 마음을 나누었던 날,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려보냈으니까.
" 네가 바라는 건 뭐야, 내가 해줬으면 하는게 뭐야. 네 바램을 말해. 나부터 말하길 바란다면 지금 말해줄게. 나는 너를 원해. 내가 저번에 말했지. 오니의 사랑은 무거울거라고. 그리 가볍지 만은 않을거라고. 그러니 지금 말할게. 나는 너를 원해, 에덴. 네 부드러운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내 것이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나는 지금 네게 내 흔적을 새겨넣을거야. "
오니는 붉은 안광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눈을 마주한 체 완고한 목소리로 말을 하곤 대담하게 에덴의 새하얀 목덜미로 고개를 기울여 다가간다. 평소의 오니였다면 대범하게 이런 짓을 하지는 못 했을테지만 지금 오니는 전장의 오니처럼 마음 한 구석에서 스위치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너를 원한다는 증표를 남긴다. 내것이라는 낙인을 네 몸에 새겨넣는다. 오니는 에덴이 밀쳐내지 않았다면 그 새하얀 목덜미에 조금은 아팠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이빨자국을 새겨넣었을 것이다. 깊게 새겨져 며칠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이빨자국을.
"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도 지금부터는 오로지 네 마음과 바램에 충실해져. 그게 내가 바라는거야. 너라는 아이에게 내가 바라는 것은, 솔직하게 네가 원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말해줘. 말해주지 않으면 나는 모르고 지나칠지도 몰라. 나는 섬세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해주지 않는다면 네 속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지조 몰라. 그러니까, 굼기지 말고 올곧게 네가 바라는 것을 표현해줘. 얼마든지 옭아매도 좋으니까. "
그렇게 하겠다는 대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듯 오니는 고개를 떼어내 에덴의 루비처럼 빛나는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열기를 띈 숨을 뱉어낸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열이 올랐던 모양이다. 뺨에는 한줄기 땀이 흐르고 있었고, 몸이 뜨거웠다. 분명 에덴의 손목을 잡은 손도 한없이 뜨거워서 에덴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을지도 모를 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에덴을 바라보며 그 입술에서 나올 답을 기다린다.
지금의 이야기에 대한 답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것처럼.
# 에덴의 바램에 대한 오니의 바램을 그대로 표현해봤어. 오니의 사랑은 무거워. :3 판이 바뀌었으니 재업..
나이는 사실상 한 살 차이로, 아주 적은 차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물론, 이리 말을 한들 본인이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편하게 대하라는 말을 해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제 허리가 나가는 것보단 아르고 에이전시에서 일하다가 아예 가버리는 게 더 빠를걸요."
농담일까, 아닐까. 아마 농담이었다 한들 반쯤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원래 그들이 몸 담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 늘 위험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던가? 너의 말에 사샤는 돌연 고개를 들어 너를 보려디 자세가 불편했는지 몸을 위로 향하게 해서 돌아누운 채 다리는 소파의 팔걸이 밖까지 쭉 뻗어 늘어뜨린다. 물론, 당신에게는 머리카락 한 올 닿지 않는다. 사샤는 그대로 고개를 슬쩍 기울여 네 머리 위의 귀나, 소파에 올려져 있는 꼬리를 바라본다.
"늑대도 맹수의 반열에 속하니 털이 쭈뼛 설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전 방어에 특화 되어 있다고요?"
그야, 디펜더니까. 사샤는 너를 올려다보고는 잠시 뒤에 상체를 일으켜서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말투는 편하게 하고 있네만? 걱정마시게. 선배. 이래뵈도 본인, 편히 선배를 대하고 있으니 말일세. 아니면 선배라는 호칭이 부담되는겐가?"
자네라는 호칭이 좋은가, 아니면 귀하라는 호칭이 좋은가? 칼리는 히죽거리는 웃음을 묘하게 느물거리는 것처럼 짓곤 사샤의 말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턱을 괴고 있어서 사샤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스듬하기는 했지만 큰 상관은 없을 거다. 그녀가 자세를 바꾸면서도 머리카락 한올도 닿지 않게 하는 모양새가 꽤 신기했는지 자세를 바꾸고 올려다보는 시선에 칼리는 휘파람까지 짧게 불며 감탄했다. 저러니 허리가 늘 뻐근한 거 아닌가. 종 특성을 보면 하루 내내 자고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만.
"그건 꽤나 재미없는 농일세."
아예 가버리는 게 빠르다니, 일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은 맞다. 칼리는 사샤의 그런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히죽거리던 입매를 고정하고 으릉- 하는 소리를 내보였다. 아주 잠깐일 뿐이었지만. 곧이어 칼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맹수과에 들어간다고 해도 피지컬이 다르지 않나?"
특화되어 있는 부분이 다르다고 해도 쌓인 연차는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칼리는 몸을 일으키는 사샤를 바라보고 있다가 히죽하며 입매를 끌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