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피터지게 싸우는 것만이 전략적 열쇠는 아니다. 메딕은 다른 이들과는 달리 치유라는 방법으로 싸움터에 섰다. 오리지늄 아츠는 공격적인 방식뿐만이 아닌 치유적인 방향으로도 발달되었으며, 메딕은 그 힘과 지식을 아군을 보살피는데에 사용한다. 이것은 상당히 고도의 지식이며 그렇기 때문에 메딕의 존재는 희귀하고, 이런 포지션을 도맡으려 하는 자들도 드물지만 절대 이들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싸움이 길어지며 기세등등했던 동료들이 점점 지쳐갈때, 결국에 찾는 것은 항상 메딕의 존재유무일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나 왜 여기있지요?" 본인도 모르는 어떤 외압이던가.. 물론 신님이 동방풍 음식 먹고싶다고 쓸데없는 말을 한 건 아니지만. 실상은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다니던 때에 멍때리며 걷다가 이 구역까지 흘러들어와 버린 오라클에게는
"이런 분위기 무리에요.." 라며 식당처럼 보이는 곳에 들어가서라도 어떻게 해결하려던 게 우연스럽게도 로우가 다니는 식당이었다는 사실! 세상에나. 그리고 로우가 들어오자.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이인만큼, 아예 모르지는 않을 겁니다. 대충 이런 사람이 있다더라-정도? 뭘 시킬지 고민했지만 로우가 말하는 걸 보고는 저도 카레 하나 주세요. 라고 말을 얹으려 합니까?
"그으.. 길을 잃지는 않은 거에요.. 진짜라고요?" 그 말이 더 길잃은 거라는 의심을 키우는 건 아십니까? 로우씨는 여기 단골..인가요..? 라고 물어보려고도 하네요. 그래도 뭐 먹을 때에는 로브를 벗고 먹긴 하는구나. 물론 쓰고 처묵하던 때도 있었지만 음식물이 묻고 흘리고 그것을 버티지 못했다는 사정이...
엑스칼리버 TMI) 이름에 쓰인 에덴은 그 에덴이 맞다. 이름을 지어준 것은 어머니. 설정 초기에는 어머니가 산크타인으로, 에덴은 살카즈-산크타 혼혈이었다는 설정이 있었다. 산크타인 어머니한테서는 하얀 머리카락과 피부만 물려받고 총기 적성은 물려받지 못한 대신, 살카즈인 아버지한테서 뿔과 빨간 눈, 강력한 아츠 적성을 물려받았다는 설정. 물론 초기 설정이고 지금은 순혈 살카즈라는 설정.
물론 그 이유가 그녀의 평소와는 다른 차림 때문이라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조금 장난기가 들어 일부러 살짝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늘 처음 만나자마자 놀리다니 질이 나쁜게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뭐 어떨까. 친구 중에서도 가까운 친구 사이인데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 야식 사러 왔지. 그러는 너도 야식? "
자신의 손에 들린 봉지를 흔들어보인다. 안쪽에는 과자나 맥주 따위가 비쳐보였을까.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씹을 것좀 사러 나온 것이었는데, 우연히도-
" 그러게 말야. 우연이라도 조금 신기하네. "
느릿하게 웃으며 말하고는, 잠시 하품하더니 고민하는 듯 리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 이왕 이렇게 만난 거 같이 먹을래? 숙소에 가든 아니면 어디 공원에 가든 해서. "
한번 고개를 갸웃하며 제안해보았다. 혼자 먹기도 조금 적적한 탓도 있고, 무엇보다 친구를 만났는데 바로 헤어지기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같이 오랜만에 이야기하면 즐거울 것 같기도 했고... 하여튼 여러가지 이유였을까.
“ 좋아, 미아구만. 사장, 경찰에 신고 좀 해주라. ” ” 니가 경찰이잖냐? ” “ 아 맞다 그랬지. 아무튼 청년. 어른한테 거짓말 하면 안된다고. 내가 보기엔 어디를 봐도 미아로 보여. ”
그녀는 길을 잃지는 않았다는 말에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카레를 한 숟가락 떠먹었다.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미아를 본 것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당신 나름의 사정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려는 듯 눈을 부라리면서 그릇을 조금씩 비워가고 있었다.
“ 단골이라고 하기에는 뭐하고. 그냥 카레가 맛있는 거지. 저기 봐, 사장은 못 생겼어도 카레는 맛있거든. 예전에 들은 걸로는 아마 아내가 극동 출신이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말해서 저 얼굴에 아내가 있었다는 게 더 신기하다니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서비스라며 풋콩을 두고가는 사장의 뒷모습을 향해 사랑한다며 러브콜을 보내는 그녀였지만 그가 다시 조리실에 앉아 신문을 펼치자 서비스는 이래저래 잘 나온다고 중얼거리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러다가 어딘가 이상한 점을 찾은 건지 조금씩 당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여자였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당신을 살펴보던 자세에서 벗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와서는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마치 정말로 몰랐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맥주잔을 비우기 시작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나오는 조금 갈라진 옛날 노래가 어쩐지 말도 안되는 B급 코미디 영화와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