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의 섹터 09 이동도시, 그 한복판에 위치한 사무소. 인력대행사무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그 실상은 온갖 용병들로 들어찬 사설경비업체이다. 이 업체가 특이한 것은 시류의 상황을 따지지 않고 이익이 된다고 독자적으로 판단한 가치를 따른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아르고 에이전시는 당신이 누구던, 어디서 뭘했던간에 방주 밖에 남겨진 모두를 받아들인다.」
>>924 휴우 다행이다. 무섭게 물어보셔서.....!!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참고했긴 한데 감염 여부 문구랑 사람 몸에 꼬리가 있다는 것 정도만 참고했어요.(피티아가 걔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다 짜고 나중에 보니 단발이라던가 몇가지 설정이 겹쳐보이긴 했는데 보고 짜진 않았서요!
짧고 굵은 감탄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는 알 수 없겠지만 그 복잡한 표현에 대해 딱히 무어라 되묻지는 않았다. 최소한 그쪽에 흥미는 안가지길 바란다만, 사람일이란게 어쩔 수 없으니 그녀는 살짝 그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설마하니 오리지늄 파편으로 공기놀이를 하다가 질리면 알까기도 해보고 싶은건 아니겠지. 그건 이미 정상이 아니라 위기감이라는 것에 취한 중독자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부디 그가 그런쪽은 아니길 바라며...
"...어머나, 어쩐지 입안에 바람이 좀 들어찬다 했더니~ 후후후... 미안~ 이거야말로 확실히 결례를 범했네?"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더니 뒤로 조금씩 물러나는게 보였다. 이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싶지만, 그녀도 스스로의 표정을 거울에서 본적이 있기에 뒤늦게나마 입을 가리며 웃을 뿐이다.
"걱정 마. 이래뵈도 문제없으니까, 확실히 멀쩡한 사람도 이성을 잃게 만드는게 오리지늄이긴 하지만... 이건 그저 내 개인적인 특성일 뿐이니까, 종족차이란 말인 거지."
그가 이미 질색하는듯 행동을 보이는데도 그녀는 보란듯이 자신의 입꼬리 끝에 검지를 걸어 쭉 벌렸다가 얼굴에서 손을 떼며 키득거렸다.
그녀는 겁먹은 것처럼 보이네. 내 탓이겠지. 붙임성 없는 울적한 꼬맹이를 좋아해줄 사람은 그리 없거든. 미드나잇 블루 같은 어두운 녀석이야 나는. 그래도 내 말을 들어줘서 다행이야. 무시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들어. 준비해둔 약을 들고 앉은 그녀의 앞에 쪼그렸어. 코트가 들춰지며 보인 무릎의 상처는 피가 멈춰가고 있었어. 크게 다친 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야. 나는 살가운 성격도 아니고, 정이 많지도 않고, 부정적인데다, 소심하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성질이 있지만, 남이 다치는 걸 좋아하진 않거든. 다친 사람이 적이 아닌 이상에야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해. 착하기 보다는 당연한 거야.
상처를 닦아내려 하기 전에 흘깃 올려다 본 그녀는 이래저래 불편해 보였어. 남의 표정을 보고 어떤 기분인지 아는 건 나로써는 못하는 일이야. 그러니까 그냥 나오는 대로 말했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거든. 좋은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해. 나는.
...아마도.
"따가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오는 목소리는 뻣뻣해. 죽어가는 고목이 더 유연할 거 같을 정도로 빳빳해.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나는? 상처 부위를 닦고, 소독하고, 거즈를 붙였어. 그리고 바로 일어서지 않고 잠시, 생각했어. 내 안의 좋은 사람의 대표라 친다면 네로 선생님일 거야. 좋은 의사의 표본 같지. 어색하고, 어려워서 멀찍이 떨어지려 해도 다가오는 사람이니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듯 해. 확신은 못해. 아마의 아마의 아마야. 정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 좀 더 친근하게 굴기 위해 노력했겠지. 그래도 조금 좋은 사람인 척을 해보고 싶어. 윤기가 없이 건조하여 더욱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을 올려다보며 말했어.
선배를 엄청나게 걱정하는 후배인 점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리아가 어딘가 다쳐올 때마다 잔소리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염려가 가득 담긴 눈빛은 한 치도 줄이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 반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녀는 이렇게 끼를 부려대는 것이다. 그러나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두지 않을 거라는 리아의 말에는 에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리아가 손을 뻗어 에덴을 쓰다듬자, 에덴은 늘 하던 것처럼 당신의 머리에 손을 기댄다. 에덴의 머리에 처음으로 손을 얹었을 때 흠칫 놀라더니 망부석처럼 굳어서는 리아의 쓰다듬이 끝날 때까지 차렷 자세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녀와 1년 남짓한 세월을 보내면서 꽤 많이 풀어진 게 느껴진다. 아니, 이게 원래 그녀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러다 리아가 꺼낸 의외의 질문에 에덴은 눈을 깜빡였다.
"별 말을 다 하네. 나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닌다구요."
그리고 에덴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리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가볍게 포갰다.
"그렇지만 언니에게 놀러오는 것을 좋아할 뿐이에요. 언니처럼."
그러다 전자레인지가 작동을 끝내는 삑삑삑 소리가 울리자, 에덴은 "아, 다 됐네요..." 하고는 리아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떼곤 전자레인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매번 에덴 말 안 들으니까. 오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하다 자그맣게 말을 덧붙이며 에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는다. 과거의 굳어버리던 에덴과 지금의 지지 않고 한걸음 더 다가오는 에덴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지만, 아마도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오니는 생각했다.
" ..그렇구나, 몰랐어. "
자신의 손 위에 부드러운 에덴의 손이 얹어지자 눈이 아주 잠시, 찰나의 순간 커졌던 오니는 이어서 들려오는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에덴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자신보다도 더 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자그맣게 답하던 오니는 이어서 들려오는 에덴의 말에 다시금 화들짝 놀라더니 급하게 머리에서 손을 떼어낸다.
" 나, 테이블.. 준비.. "
허둥지둥, 홱 몸을 돌린 오니는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다 한쪽으로 밀려나있는 자그마한 테이블을 발견하곤 왠지 허둥지둥 테이블을 준비하겠답시고 걸음을 옮기다. 그러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져 큰 소리를 낸 오니였지만 급히 몸을 움직여 테이블을 끌고와 앉는다. 넘어지며 이마를 박았기에 꽤나 아팠지만 애써 멀쩡한 척 빨개진 이마를 한 체 앉는다.
" 준비, 끝났어.. 에덴, 튀김 가지고 와... 아, 술... "
가만히 앉아있으려고 하던 것 같은 오니는 또다시 헛하는 소리를 내더니 냉장고로 가선 급하게 냉장고를 열려고 하다 다시금 이마를 문에 부딪친다. 이번엔 좀 아팠는지 잠시 이마를 손으로 감싼 체 고개를 푹 숙이고는 5초 정도 조용해지더니 슬그머니 맥주들을 테이블로 꺼내와선 조용히 앉아버린다.
" 아파아.... "
결국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통증과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든 얼굴은 한 오니가 이마를 양손으로 짚은 체 중얼거릴 뿐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는 쏙독새에 대해서 모른다. 대신 입이 엄청 큰 개구리족인가 하여 몹쓸 예측을 할 뿐이었다.
"만약 제가 이직하게 되면 거기 소개시켜주면 안되냐고 하려 했어요."
사실 대답은 이미 정해진 것과 같았다. 그런 말을 들으면 당연히 가고 싶어지는 법이다. 나름 하늘 아래 지옥도란 지옥도, 사지란 사지에 모두 발을 걸쳐봤지만 아직 그런 곳에서 작전을 수행한 적은 없었다. 넘쳐나는 오리지늄 부스러기 사이에서 배를 깔고 엎드려 조준경으로 적을 노려본다면... 아, 침 흐른다.
"그렇지 않아요? 호흡 한번 한번마다 가슴졸이고 긴장의 연속인 곳이 아닌가요?"
아까 표정이 굳어버린 것이 무색하게 엔돌핀에게 다시 활기가 돈다. 오래동안 엔돌핀 맛을 보지 못한 그에게 이런 이야기는 너무나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