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924> 자유 상황극 스레 2 :: 1001

이름 없음

2020-11-15 00:13:19 - 2021-09-12 23:02:17

0 이름 없음 (/8xYPD6Tn6)

2020-11-15 (내일 월요일) 00:13:19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212 이름 없음 (VgyS2KLRwg)

2021-03-06 (파란날) 20:14:40

>>211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공기를 뒤흔들고, 제법 버거웠던 상대가 제 앞에 쓰러져있음에도, 그는 지루한 표정으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한 것이었다지만, 몇번을 해도 재미가 붙지 않는 일이었다. 이 곳에서의 검투 경기는 패자를 죽여도 되고 안 죽여도 되는 정도였지만, 어지간해서는 검까지 쓰지 않아도 되는 경비 일과는 달리 매일같이 피냄새를 맡아가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건 지겨웠다. 그러나 그 생활도 오늘로 끝이다. 그리 생각하자, 조금은 홀가분했다.

이걸로 여비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배를 타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보다는 좀 더 나은 곳으로 가야지. 그렇게 벼르는데, 아래쪽에서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입모양을 보아 하니, 믿을 수가 없다, 그런 말 같았다. 그는 나직이, 아, 하고 작은 탄성을 흘렸다. 지금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도 놓치고 모래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눈 앞의 상대가, 어제만 해도 가장 잘 나가던 검투사임을 뒤늦게 떠올린 것이었다. 어쩐지 페이가 세더라니, 그런 거였군. 어떻게 할까. 피곤해지는 건 딱 질색인데. 그는 상대에게만 들리도록, 적당히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됐고, 죽을 건지 말 건지나 말해.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거든. "

213 이름 없음 (rtFnIXvPWs)

2021-03-07 (내일 월요일) 16:30:06

ㄱㅅ

214 이름 없음 (wGqbfbjbJM)

2021-03-07 (내일 월요일) 18:49:14

(창문과 창문 사이, 맞은편 주택의 창문이 열리는 것을 목격하고는 당황한 기색으로 물고있던 담배를 슬쩍 손으로 붙잡았다. 아마도 당신도 나를 보았겠지.) 어...안녕하세요? (라고, 실로 오랫만에 갈라진 목소리를 내보았지만 아래에서 울려퍼지는 좀비들의 신음소리가 더욱 컸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 퍼석한 머리를 긁적거린다. 이웃인데,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네. 어색하게스리.)

215 이름 없음 (P4KTwQIQU6)

2021-03-07 (내일 월요일) 19:26:43

>>214
(창문이 드르륵 열리고,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부스스한 머리의 여자가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다. 느리게 끔뻑이던 눈이 크게 떠진다. 당신을 봤다. 하늘 높이 올라갔던 양팔이 얼른 내려온다. 이제 보니 붕대인지 피투성이 거적때기인지를 겨우 감았을 뿐, 토플리스 차림이다.) 어! (입밖으로 육성을 내어본 지 오래된 것은 이쪽 역시 마찬가지인 듯, 이상하게 갈라진 목소리. 몇 번 기침 소리가 난다.) 살아있나? 산 사람인가? 저기요! 살아계시는 분 맞아요? 방금 인사 소리 들은 것 같은데, 착각인가. 담배 피우는 좀비는 못 봤으니 사람이겠지? (당신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듯 창문 밖으로 상체가 빠져나온다. 피 냄새를 맡은 좀비들의 아우성이 더욱 커진다.) 안녕하세요! (눈을 반쯤 감은 채 세차게 팔을 흔든다. 조금 전 기침한 보람도 없이 여전히 갈라진 목소리다.)

216 이름 없음 (wGqbfbjbJM)

2021-03-07 (내일 월요일) 19:36:49

>>215
허어. (몸에 감은 건 붕대인가? 마땅한 옷도 없이 지냈던건가. 담배를 얼른 한 모금 깊게 마신 후에 재떨이에 비볐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 쪽을 빤히 바라보며 답으로 손을 흔들어보였다.) 좀비들이 정신을 못차리는데... (당신 밑으로 모여드는 좀비들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린다. 입모양을 보면 자신을 반가워해주는 거 같은데, 아래 좀비들과 마찬가지로 사람 같지 못한 상태라 머쓱하다. 당신과 같이 손을 흔들어준다. 뭐라 하는 지는 안들리니까, 어디보자. 도안용 스케치북을 가져와 삐뚤빼뚤하게 글씨를 써넣었다.) '반갑습니다. 건강하신가요?' 뭐냐, 이거...너무 형식적인가. (살짝 후회하며 스케치북을 보여준다.)

217 이름 없음 (P4KTwQIQU6)

2021-03-07 (내일 월요일) 19:55:35

>>216
(당신이 손을 흔들자 이쪽의 팔이 멈칫한다. 뭔가 비명 같은 것이 들리고, 여자는 상체를 더욱 밖으로 기울인다.) 진짜 사람, 살아있는 사람인가 봐. 뭐라고 하는 거지....... 저기요! 제 말 들리세요? 들리면 팔로 동그라미 만들어주세요! (당신이 스케치북을 가지러 갔다. 반쯤 감겼던 눈이 다시 크게 떠지고, 창밖으로 나왔던 상체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저쪽도 안 들리시나? 어! (양손이 창틀에 짚어졌다가 천천히 떨어지고, 다급한 얼굴이 좌우를 살핀다.) 아! 왜 공책 하나 안 보이지? 필요할 때만 없어! (고심 끝에 주먹을 쥔 채 오른팔을 굽히더니, 왼손 검지로 열심히 이두박근을 가리킨다. 몇 번 같은 동작을 반복한 검지 끝이 이제는 당신을 향한다.)

218 이름 없음 (wGqbfbjbJM)

2021-03-07 (내일 월요일) 20:03:09

>>217
(열심히 스케치북을 흔들어본다. 그나저나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좀비 사태가 벌어진 이후 2주가 지났고, 이젠 들려오던 헬기소리도 잦아들기 시작했으니까. 어째서 2주 동안 한 번도 못마주쳤지? 자신이 자주 나가는 편이 아닌 탓도 있지만. 후줄근한 하늘색 셔츠를 끌어올리고 당신의 제스쳐를 지켜본다.) ...건강해보이시네. (활기차신 분이네. 하하 웃고는 당신을 등지고 뒤돌아섰다. 답례를 잊을 수 없지. 그리고 양팔을 직각으로 굽혀 이두근을 펼치는 끝내주는 머슬맨 포즈를 취해보인다. 근육은 없지만.) '밥은 잘 챙겨드시고 계시나요?' (스케치북을 한 손으로 들어보이며 다른 손으로는 허버허버 먹는 모습을 흉내낸다.)

219 이름 없음 (P4KTwQIQU6)

2021-03-07 (내일 월요일) 20:18:54

>>218
아. (급작스레 이 상황이 유쾌하게 느껴졌는지 숨넘어가게 웃는다. 웃음소리는 눈앞의 먹잇감이 잡히지 않아 분노한 좀비 떼의 비명 속에 섞였다.) 재밌는 분이셨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랐는데. (당신의 동작을 따라 하는 듯, 역시 허버허버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해 보이더니 엄지를 치켜올린다. 당연한 수순처럼, 그다음으로는 검지가 당신을 향한다.) 그저께 초코파이 하나 먹었으니까, 잘 챙겨 먹고 있는거지.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공책은 안 보이고. 저거라도 써야 하나? (여자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검은 판 하나를 집어 들었다. 태블릿 종류처럼 보인다.)

220 이름 없음 (wGqbfbjbJM)

2021-03-07 (내일 월요일) 20:36:04

>>219
이게 통하네. (실제로 들려오는 건 좀비들의 아우성 뿐인지라 무성 웃음 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이루어진 소통에 묘한 술렁임이 가슴 속에 퍼져나갔다. 여기서 말할 때라고 한다면 혼자 침대에 누워서 노래를 부를 때 뿐이었으니 목에 가시가 치기 직전이었다. 당신의 제스처에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식량은 저쪽도 잘 구비해놓은 모양이구나. 다리를 뻗어 발 끝으로 슥슥 컵라면을 끌어왔다. 그리고 당신이 볼 수 있게 집어서 흔들어보인다. 집에서 일하는 직업을 택하길 잘했지.) '부족한 건 없으신가요? 옷이라던가' (사실 다친 것에 대해 한 번 물어보고 싶지만, 굳이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담뱃갑을 흔들어 담배 하나를 빼냈다.)

221 이름 없음 (Ex0uASP7X6)

2021-03-07 (내일 월요일) 21:37:39

>>220
저거 설마 컵라면인가? (당신이 흔들고 있는 컵라면의 움직임에 따라 이쪽의 시선 역시 홀린 듯 따라 움직인다. 입가가 반짝이는 것이, 한 방울쯤 침이 흘렀는지도 모른다. 급히 입가를 닦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의심스럽다.) 부족한 거라면... (빠르게 슥슥 글자를 적어넣은 태블릿을 들어 올려 천천히 스크롤 한다. 메모장에 크게 적어넣은 단어들이 두셋씩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제일 부족한 건 전기!' '배터리 30% 남음ㅠㅠ' '옷은 안 부족해요!' '이거 보이세요?' (여자는 붕대인지 거적때기인지를 가리켰다.) '좀비 아포칼립스 시국을 반영한 20XX년 S/S 시즌 최신 유행 의상!' (이 글자가 적힌 페이지 구석에는 작게 좀비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옷 입으면 자꾸 매듭 풀려서 이런 건데. 그 얘기까지 할 필욘 없겠지? (중얼거리며 계속 화면을 스크롤한다.) '그쪽은 뭐 부족한 거 없어요?' '담배?'

# 늦어서 미안해!!

222 이름 없음 (sU/XnkhybM)

2021-03-08 (모두 수고..) 01:08:11

>>221
(뭐지, 방금 움직임은. 흡사 좀비 같았는데, 이로써 한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 방치되어버린 나머지, 도심 속 신기루를 보게된 건 아닐까? 그렇다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의심 가득한 표정이 되어 당신을 가만히 응시하다 태블릿에 적혀있는 글씨들을 보고 눈을 깜빡거린다.) '이 시국을 뒤집어놓으셨다. 역시 이웃님.' (대충 그런 내용의 스케치북을 들어올려보인다. 그래, 환상이면 뭐 어때. 오랫만에 즐거운데 말이다.) '전기는 여기도 부족해요.' '담배는 이 참에 한 번 끊어보려합니다.' '진짜 마지막' (나름 과감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담배를 물곤 불을 붙인다. 후각에 민감한 좀비들의 신음소리가 커진다. 좀비들을 내려다보며 후, 연기를 내뱉어) '종종 연락합시다. 한 사람이라도 무사했으면 좋겠거든요.' (미소를 지으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보였다.)

# 나도 자기전에 봐버렸네 n.n 굿나잇!

223 이름 없음 (TV07MyygxE)

2021-03-08 (모두 수고..) 01:35:45

꿈을 꿨다. 구애인이 나온 꿈이었다. 대단한 개꿈이었지. 그냥 나오기만 했다면 개꿈 앞에 '대단한'이라는 수식어는 안 붙었을 것이다. 그 개꿈에서 난 걔랑 뽀뽀했다! 그리고 기억이 끊겼다. 눈을 뜨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웃긴데 안 웃겨. 아니, 하나도 안 웃겨. 비장한 얼굴로 이불을 걷어내고 화장실로 향했다. 양치를 하는데 다시 웃음이 났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그따위 꿈을 꾼 거지. 대체 왜? 어떤 이유로? 마지막 기억이라곤 서로에게 가장 상처가 될 만한 말을 쏙쏙 골라 매몰차게 주고받은 것뿐이다. 더러운 기억이지.
근데 이상하다. 원래 화장실이 이렇게 푹신… 까지 생각하고 눈을 떴다. 나는 방금 돌아눕다가 잠에서 깬 것이다. 이게 진짜 현실이다. 꿈속에서의 개꿈이라니, 하하. 작위적인 웃음 소리와 함께 중얼거렸다. 웃음소리와는 별개로 여전히 웃기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 건 그게 정말 개꿈이었다는 건데.

…….

왜 내 침대 아래 꿈속에서 봤던 사람이 이불을 깔고 누워있는 건지. 심지어 아주 푹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숨을 삼키고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의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생각해. 생각해내.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빌어먹을. 필름이 알차게도 끊겼다.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누워있는 사람-구애인, 현 원수(?)-를 쳐다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아.”

한 번 더.

“일어나, 아침이야.”

아직도 기억은 돌아오지 않고, 지독한 숙취만 머리통을 때리는 중이었다.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혀 볼까. 혀를 깨물까. 아---, 돌겠다. 정말.

224 이름 없음 (wKxTUI/VXU)

2021-03-08 (모두 수고..) 01:48:29

>>223

그립고도 신경질나는 목소리에 아침이 왔다는걸 깨닫고 자신의 몸이 으슬으슬하게 식었다는 사실에 눈을 찌푸리며 머리를 들어올렸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라면 당연히 핸드폰에서 울리는 짜증나는 알람소리였어야 했다. 아침이다. 빌어먹을 아침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려준건 편안한 기계음이 아니라 불편한 사람의 음성이었다.

"혹시 너 술 마셨냐?"

머리가 엉망진창이었다. 마치 옆에 누군가가 부드러운 솜망치로 주기적으로 뒷통수를 세게 후려갈기고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분명 저 원수랑 같이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텐데 이상하게도 그 이유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분명 머리가 이렇게 지끈거리는 이유는 내가 어제 술을 마셔서 그랬겠지. 그렇다면 저 원수도 술을 마셨는지 확인을 해야했다. 즉, 검증이 필요했다.

"정신 나갈 것 같네.."

특히 내가 기억하지 않는걸 저 원수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225 이름 없음 (Tvq2tSX0L6)

2021-03-08 (모두 수고..) 02:08:05

좋은 아침이라는 낯간지러운 인사를 할 사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다짜고짜 훅을 날릴 줄은 몰랐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으므로… 이마를 쓸어내리며 참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어…….”

아무래도 뇌는 파업선언을 한 것 같다.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분간이 안 갔다. 애초에 기억 자체도 얼마 없는데 이런 것까지 분간이 안 되니 딱 미칠 지경이었다. 더군다나 그 개꿈에서 뽀뽀했는데……. 제발 꿈이게 해주세요. 제발요.

“…근데 너도 술 마신 거지?”

맨정신이라면 쟤가 여기까지 들어왔을 리가 없다. 바닥에 이불 펴고 잠까지 잤을 리는 더더욱 없고. 길바닥에서 잔뜩 취한 나를 봤다면 비웃고 제 갈 길이나 갔겠지! 아, 아예 모르는 척 했을 확률이 더 높겠다. 일단 입 다물고 있자. 피차에 만취해서 저지른 하나도 안 귀엽고 끔찍하기만한 실수 같은데.

“………진짜 미치겠는데 나 기억이 없거든. 우리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이 꼴이 된 거니.”

입 다물고 있기 작전은 마음 먹고 1분도 안 돼서 망했다. 전날에 무슨 일이 있었고 쟤가 어떤 걸 기억하는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불안했다! 나만 추태를 부린 거냐고. 나만?!

“너 일단 기억 나는 거 있으면 다 말해 봐.”

226 이름 없음 (wKxTUI/VXU)

2021-03-08 (모두 수고..) 02:17:42

"그래, 둘이서 사이좋게 술을 마셨다 이건데.."

술을 어디에서 마셨는가는 중요하지는 않았다. 마셨다는 사실이 중요했지. 나도 미친거지. 취했다고 해서 도대체 어딜 기어들어가는건지.

"마셨으니 물어본거지. 내가 여기에서 자다 일어날 일이 흔하겠어?"

초조하게 손가락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전 날에 내가 어디에 가서 뭘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마치 자동차의 블랙박스가 파손된 것 같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걸 모르고 아무런 기억이 없으니 이 지경.. 아, 잠깐."

핸드폰의 통화기록이나 메세지를 보면 어떻게 알 수 있는게 아닐까 하고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핸드폰은 배터리가 나간건지 어제 아예 고장이 나버린건지 먹통이었다.

"핸드폰 기록 좀 봐봐. 내껀 먹통이야."

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방법은 거의 없었다. 설마 우리 말고도 다른 사람이 관여되있는게 아닐까 생각되어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당장에라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227 이름 없음 (Tvq2tSX0L6)

2021-03-08 (모두 수고..) 02:43:18

>>226
사이좋게 인사불성이 되도록 퍼 마시고 또 같이 필름까지 끊겼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도… 믿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휴대폰도 뒤지기 싫었는데 지난 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선 내 거라도 봐야 할 것 같아 느릿느릿 움직여 침대에 올려둔 걸 집었다. 그나저나 나 정말 대단하다. 인사불성이 되도록 퍼 마시고도 휴대폰 충전 만큼은 하다니. 배터리 100%! 속으로는 눈물이 났다.

“…악!”

그리고 전화 기록을 보고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헤어지자마자 삭제한 번호를 기억해서 굳이굳이 전화를, 한두 번 했을 때 안 받았으면 포기하면 될 것을 굳이 다섯 번째에 성공을 해서! 휴대폰을 내던지며 침대 위로 엎어졌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개라고 하기에도 개한테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전화했어. …다섯 번이나.”

침대에 묻혀 말이 웅얼거렸다. 안 받을 거면 끝까지 받지 말지. 아예 차단해버리지. 의미도 없는 말을 줄줄 뱉어내다 고개를 들었다. 다시 휴대폰을 들고 통화내역을 봤다. 우리는 어제 20분 넘게 전화했다.

“시간이 20분 넘는데……. 무슨 얘길한 거야……. 혹시 내가 어제 너한테 데리러 오라고 했어?”

미치지 않고서야? 많은 의미가 함축된 얼굴로 너를 본다. 그렇게 말했다면 나도 미쳤고 온 너도 미친 거고……. 뽀뽀가 꿈이 아니라면 당장 쓰레기통에 몸을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일단 꿈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니까 그건 정말로 입을 다물고 있기로 했다. 닥치고 있어, 제발.

228 이름 없음 (wKxTUI/VXU)

2021-03-08 (모두 수고..) 03:08:09

"기가 막힐지경이네. 나도 나다. 결국은 받아줬다는 소리잖아."

맨 정신으로 전화를 하지는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혼자 술을 마시다가 홧김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는게 타당한 시나리오였다. 5번이나 전화를 했다면 받을 수 없었다거나 바로 받지는 않았다는거겠지.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만.

"아니. 이게 신기한게 그 통화내용이 기억이 안나. 그때 술을 마시고있었던건지 아니면 마시고 나서 기억이 날아간건지.."

무슨 추리게임도 아니고. 하지만 분명 통화내용에는 내가 이 녀석에게 가야 할 이유가 있었지 않았을까.

"어쨌든 정당성은 나한테 있는 것 같네."

이딴게 무슨 소용이겠느냐 생각도 들긴 하지만 나중에 왜 왔냐는 소리를 듣는 것 보다는 낫겠다 싶어 말했다.

"문제는 왜 전화를 했느냐는건데. ...이제와서."

229 이름 없음 (NP6lrfYKXE)

2021-03-08 (모두 수고..) 13:39:57

>>222
'통풍도 잘 되고 좋아요' '이웃님도 한 번쯤 시도해보세요!' (엄지를 척하니 치켜올린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온 듯, 창가의 커튼이 펄럭인다. 여전히 부스스한 머리카락도 함께.) 'ㅠㅠ 역시 가정용 소형 발전기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나 구비하고 있는 물건 ㅠㅠ' (오른손 주먹을 눈가에 대며 우는 시늉을 한다. 몸짓과 달리, 표정은 웃는지 우는지 모호하다.) 담배 끊으시는구나. (슬쩍 뒤를 돌아본다.) 이 집에 몇 보루 있던데....... 끊으시면 얘기 안 해야겠다. (당신을 보고 생긋 웃더니, 태블릿에 글씨를 좀 더 적어넣고 다시 스크롤 한다.) '담배 진짜 끊기 힘들다던데' '방금 좀 멋있었어요' '사진이라도 찍어드릴 걸 그랬나?' (잠시 태블릿의 방향을 뒤집어 카메라 렌즈 쪽을 가리켰다.) '매일 창문 열어볼게요' '그쪽도 계속 무사하셔야 해요!' '언젠간 다시 구조대가 오겠죠?' '먼저 구조되는 쪽이 다른 쪽도 구해주기!' (태블릿을 들지 않은 손을 들어 올려 새끼손가락만 펼쳐 보인다.)

230 이름 없음 (OHJqGiwtjA)

2021-03-08 (모두 수고..) 16:03:28

>>229
'좀비들한테 과한 관심을 받게될까 두려운걸요.' (창문 아래로 내려다보면 여전히 자신을 향해 양 팔을 뻗고서 허우적거리는 좀비들의 모습이 있었다. 잠깐 한숨을 내쉬다 담배를 물고서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머, 어느 미용실 다니세요?' '샴푸 광고 모델은 아니시죠?' (큭큭, 혼자 웃는다.) 가정용 소형 발전기라니, 확실히. 지금 있는 건 폰 충전기 정도인데. (집 안을 슬쩍 들러보고 당신의 웃는 시늉에 고개를 숙인채 웃음소리를 흘렸다.) 진짜 이상하신 분이시네. '저기, 제 초상권도 엄연히 존재한답니다.' (라고 써놓고 무슨 비운의 드라마 주인공 같은 아련한 포즈를 취하며 연기를 내뱉다 대뜸 불어온 역풍에 얼굴을 직격으로 맞았다. 콜록콜록. 쪽팔린 탓에 제 얼굴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구조대... (잠깐 고민하다, 피식 웃으며 스케치북에 글씨 뿐만 아니라 뭔가를 더 끄적거렸다.) '약속.' (좀비 SD 캐릭터가 새끼 손가락 들고있는 그림이 아래 그려져있다. 당신이 그린 좀비와 닮아있다.) '이제 대화는 필요할 때 합시다.' '저도 종이가 얼마 안난았고 이웃님도 전기 아끼셔야죠.' (스케치북을 내려놓고 난간에 팔을 얹어 마주본다. 이제 뭐하지.)

231 이름 없음 (NP6lrfYKXE)

2021-03-08 (모두 수고..) 17:49:01

>>230
'좀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긴 해요' '죽어서도 예쁜 건 알아보는지' '미용실 안 다녀도 모델 같은 머릿결이죠!' (광고 모델이 하듯 손목 스냅으로 머리카락을 넘긴다. 광고와 달리, 엉키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찰랑이지 않고 툭 떨어지듯 넘어간다. 모델 같은 머릿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이 주 째 감지도 못했는데. 저분도 보면서 어이없겠다. (슬쩍 손빗으로 머리를 빗어보려다 초장부터 걸리자 그만둔다.) 포즈 봐. 저분도 진짜... 앗! (당신의 얼굴을 덮친 연기를 보고 다급히 입가로 손을 가져간다. 미처 가리지 못한 광대는 한껏 솟아오른 것이 보인다.) ...재밌는 분이라니까. 빨리 구조대가 와서, 둘 다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중얼거리며, 당신의 스케치북에 적힌 글자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14% 남았네. 언제 이렇게 많이 닳았지? '그래요' '특별한 일 생기면 또 이야기해요' (당신을 향해 내민 태블릿을 계속해서 스크롤 한다.) '_ .  _ _ . . .  .' (끝까지 스크롤 되지 않아 위쪽만 잘린 글자가 보이던 순간, 여자의 오른쪽에서 파편 같은 것이 튀고 여자는 반사적으로 양손을 귓가로 가져간다. 그 바람에 들고 있던 태블릿은 창밖으로 떨어진다.) 아, 잘 막아둔 줄 알았는데. (곤란한 표정으로 오른쪽을 바라보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손을 흔든다. 창문이 스르륵 닫히다 반 뼘 정도를 남기고 멈췄다.)

# 대화 즐거웠어요!

232 이름 없음 (sU/XnkhybM)

2021-03-08 (모두 수고..) 21:16:37

>>231
와. (멀리서 보는데도 저렇게 떡져있을 줄이야. 사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수를 챙기는 데 급급했고, 최근은 수돗물이 찝찝해지기 시작했으니까. 그래도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소녀같은 놀라는 포즈는 빠짐없이 취해준다. 손빗을 하다 멈추는 모습에 실실 웃으며 당신의 타블렛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작스레 당신이 취한 제스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떨어진 타블렛을 멍하니 내려다보다, 당신 쪽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상체가 살짝 앞으로 기울어진다.) 뭐야, 누가 또 있나? (당신이 지어보이는 미소에 애매한 미소로 답해보았다. 손을 흔들어줄 타이밍은 멍하니 있다 놓쳐버렸지만. 담뱃재를 툭툭 털어내고, 짧아진 담배를 입에 물려다 말았다.) ...진짜 내 뇌가 자살하고 싶어서 환각을 보게 만든 건가...? (황당무계하지만 합당한 의문. 아니, 마지막에 인사까지 해줬으니까 큰일은 아닌 거 아냐? 잘 먹는다고 하기도 했고. 근데 왜 나는 초조해하는거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을 질질 끌며, 떨리는 다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만 두자. 난 좀비떼 사이로 절대 못내려가. 여긴 식량도 충분...하고, 뭔 일이 있다 해도 구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하아... (그 뒤로 방 안을 한참을 서성였다. 몇 번이나 베란다로 나왔다가 들어가고,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떼우고 어둑해질 즈음 후레시를 들고 베란다로 나와 당신이 있던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제발 괜찮아라...

233 이름 없음 (NP6lrfYKXE)

2021-03-08 (모두 수고..) 21:45:18

>>232
(낮과 같이 반 뼘 정도 열린 창문이 그대로 있다. 안쪽은 잠잠하여 빛 한 줄기 보이지 않는다. 그와 대조적으로, 아래쪽에는 잠도 없는 좀비 떼들이 아우성치고 있다. 낮보다 오히려 활발한 모습. 다시 창문 쪽을 보면, 창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아니다! 완전히 열려 있다.) 으아! 죽을 뻔 했네! (여자가 창문 아래쪽으로부터 불쑥 튀어나온다. 오른 어깨쯤에 새로 감긴 희고 붉은 천이 보인다.) 앗, 눈부셔! (후레시 불빛에 급히 얼굴을 가리다, 잠시 뒤 당신 쪽을 바라본다.) 이웃분이구나. 낮에 그렇게 사라져서 놀라셨겠다. 어쩌지... 공책도 없고, 태블릿도 없고...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고민하던 여자는 낮에 한 번 보인 바 있는 동작을 반복한다. 주먹을 쥔 채 오른팔을 굽히더니, 왼손 검지로 열심히 이두박근을 가리키더니, 당신을 향해 검지 끝이 향한 것이다.)

234 이름 없음 (sU/XnkhybM)

2021-03-08 (모두 수고..) 21:53:21

>>233
(미치겠네, 오늘 낮에 담배 끊겠다고 멋지게 선언한 후인데.) 담배 말려. (거울을 들여다보니 꽤 퀭하다. 불면증이야 늘 있었지만서도. 곧 죽을 놈처럼 보인다며 동기들에게 놀림받던게 어제 일만 같다. 아직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창문과 더 활발해진 좀비를 보고는 눈을 비볐다.) 어. (나왔다. 뭐지, 진짜 좀비인가? 낮보다 더 활발하신 것 같은데. 그래도 얼굴엔 안도의 미소가 비져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답례로 멋있게 사이드 체스트 자세를 취해보인다. 그리고 와구와구 허버허버 먹는 시늉. 검지로 당신을 가리킨다.) 거, 이상하게들 쳐다보지 마쇼. 정신건강 유지하는데 이거만한게 없으니까. (괜시리 부끄러워져서 붉어진 얼굴로 좀비들을 내려다보며 일갈했다.)

235 이름 없음 (NP6lrfYKXE)

2021-03-08 (모두 수고..) 22:10:13

>>234
큽. (당신을 빤히 보던 여자가 양 손으로 입을 가린다. 이번에는 광대까지 가렸다. 하지만 반달이 된 눈은 가리지 못했다.) 진짜... 재밌는 분이라니까. (한참만에 손이 얼굴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당신이 한 것과 똑같이, 급하게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해 보이고는 엄지를 치켜올린다.) 초콜릿 한 조각 먹었으니까. 오늘은 엄청 잘 먹었지. ...그런데 좀비들한테 뭐 이상한 거라도 있나? 갑자기 왜 저러시지? (좀비들을 향해 일갈하는 당신을 보고 이쪽도 좀비들을 내려다본다. 당신이 낸 소리에 자극받은 듯, 좀 더 아우성이 심해진 것을 제외하면 좀비들에게 별다른 건 없어보인다.) 어두워서 잘 모르겠네... 음, 그보다. (눈을 감고 양손을 모아 왼뺨에 대고 고개를 기울이더니, 검지만 내어 당신을 향해 가리키고, 마지막으로는 양 손을 어깨 위로 으쓱 들어올린다.)

236 이름 없음 (sU/XnkhybM)

2021-03-08 (모두 수고..) 22:19:40

>>235
와, 끝내주는 식사를 하셨나본데요. (당신이 취해보인 제스쳐에 중얼거리는 한편, 이것은 혼잣말인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되기 시작했다. 아주 훌륭한 토론주제가 아닌가. 여건만 된다면 당신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역시 저쪽도 잘 먹는 편인가보다. 혹시 컵밥도 있으려나? 쌀이 먹고싶어졌던 참이다.) 별 거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이 보여지는 게 역시 좀 그랬는지, 후레시로 자기 턱 아래를 비춘다. 역광을 맞으며 히주욱 웃는 모습이 굉장히 여러 의미로 무섭고 추하다. 금새 후레시를 치워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아, 언제 자냐는건가. 음... (아무래도 대답 텀이 다른 대답보다 길다는 건 당신도 알아채리라. 그래서 후레시로 아래 좀비들을 한 번 비추고, 양 손을 다시금 소녀처럼 모아 휘휘 크게 고개를 흔들어보인다. 대충 무서워서 잠 못자용~! 라는 뜻.) 거짓말은 아니니까... (그리고 당신을 한 번 가리킨다.)

237 이름 없음 (NP6lrfYKXE)

2021-03-08 (모두 수고..) 22:53:50

>>236
푸흡. (역광을 맞은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입에서 바람이 새어 나간다. 다급히 다시 입을 가리지만 이미 늦었다. 고개 숙여 기침하는 시늉으로 무마하려 하지만, 아래를 향한 얼굴이라고 웃음기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 진짜. 미치겠네. 완전 웃겨. (한참 바들거리며 웃다가 겨우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본다.) 대답이 좀 걸리시네. 혹시 저쪽엔 시계가 없어서 대답하기 곤란한 걸까? 아. (당신의 유도에 따라 여자의 시선이 차례로 좀비와 당신을 향한다.) 좀비들 시끄러워서 잠들기 힘드시다는 뜻이겠지? 저 집도 방음이 참 안 되나 봐. (양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자는 시늉을 몇 차례 하고는, 자신을 한 번 가리키고 양손을 펼쳐 10을 한 번, 그리고 손가락 둘을 펼쳐 2를 만들어 보인다.)

238 이름 없음 (sU/XnkhybM)

2021-03-08 (모두 수고..) 23:16:38

>>237
(왠지 웃음소리까지 들려올 것만 같은 당신의 행동에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런 난장판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웃음을 줄 수 있는 건 정말 큰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버려가며 취한 행동을 자기위로한다. 살짝 비져나온 눈물을 훔치며.) 10...2...12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계시네. (이건 표정에 드러나진 않겠지만, 마냥 부럽다. 양 손을 위로 들어올려 둥글게 O자를 만들어보인다. 그리고 한 쪽 팔은 짧게 뻗어 왼쪽으로 60도 정도 기울이고, 다른 팔은 직각으로 꼿꼿이 하늘을 향해 뻗어보인다. 이름하야 인간시계.) 사실 2시도 꽤 짧게 잡은 거다만...너무 걱정끼치는 것도 좋지 않고. (응응, 당신이 자신을 걱정할 정도까진 아닐지 모르지만 가볍게 무시한다.) 아, 그러고보니. (묘하게 의상이 바뀐 것 같기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다 자신의 하와이안 셔츠 목깃을 살짝 들었다놓았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고갤 갸웃거리고, 손으로 OK? 표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239 이름 없음 (NP6lrfYKXE)

2021-03-08 (모두 수고..) 23:34:59

>>238
(잠시 팔을 들어 올려 당신과 거울상처럼 한 번, 반대 방향으로 한 번 인간 시계를 만들어본다. 그 모양이 꼭 아닌 달밤에 체조 같다.) 보는 쪽 기준인지 저쪽 기준인지 모르겠네. 2시? 2시겠지? 10시는 지났으니까. 설마 오전 10시는 아닐 테고! 그래도 꽤 일찍 주무시네! 다행이다. 좀비 소리 때문에 못 주무시나 걱정했는데!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어 보인다.) 음, 어. (당신의 다음 동작을 지켜보던 여자의 표정이 애매해진다. 곤란해 보이기도 하고, 억지로 웃는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저 셔츠는 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조금 전처럼 밝게 웃으며 OK 표시와 엄지를 치켜들기를 두어 차례 번갈아 한다.)

240 이름 없음 (zsy.ZrEz2M)

2021-03-08 (모두 수고..) 23:43:00

situplay>1596243924>228
# 이어줘서 고맙구 답레가 늦어져서 미안 88... 내일 꼭 올릴게! 잘자!

241 이름 없음 (sU/XnkhybM)

2021-03-08 (모두 수고..) 23:55:22

>>239
(환히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에 괜히 칭찬받은 어린애 마냥 기분이 묘해졌다. 볼가를 긁적거리다가 창문 난간에 양 팔을 얹어두었다. 왜 늦게 잔다고 혼날거라고 생각했지. 생각보다도 지독한 전 애인의 흔적에 제 이마를 몇 번 문질렀다.) 그래서인지 좀 후련하긴 했지. (좀비들 사이를 슥 훝어본다.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고. 그리고 가족 역시.) ...내 패션이 그렇게 맘에 안 드나. (좀 시무룩해졌다. 당신의 애매해진 표정이 전부 자신의 옷 때문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뒤늦게 작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OK 표시를 만들어보였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 개인 사정을 주저리주저리 할 이유도 없으니까. (그러다 아, 소리를 냈다. 뒷편으로 들어가 스케치북을 들고 뭔가를 끄적였다. 이미 당신과 소통할 때 쓴 페이지나 건물 도면이 그려진 종이에 '정 채문, 22살, 한리대 건축설계학과, 취미는 공포영화 조지기, 특기는 막걸리사이다 말기, 라고 적어 종이비행기를 만들고는 당신 창문 쪽을 향해 던졌다. 아래가 좀비밭인데다가, 닿을 거라고는 생각 안하지만.)

# .dice 1 2. = 1
1. 닿았다 2. 닿지않았다

242 이름 없음 (lRXn5d0g3s)

2021-03-09 (FIRE!) 00:06:40

>>241
# 답레 조금 늦어질 것 같아...! (상세신상 설정을 안해뒀음) 내일 중으론 올리도록 할게. 잘 자고 좋은 밤 돼!

243 이름 없음 (voU8icNSM2)

2021-03-09 (FIRE!) 00:09:50

>>242
#오케이 ^~^! 좋은 밤~~~

244 이름 없음 (D.JAcdI1EY)

2021-03-09 (FIRE!) 00:38:27

>>240
잘자!

245 이름 없음 (lRXn5d0g3s)

2021-03-09 (FIRE!) 07:24:02

>>241
(당신을 따라 다시 한번 좀비들을 훑어본다. 어지러이 뒤섞인 채 울음을 토해내는 좀비들. 여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시선은 도로 당신에게 돌아가고, 스케치북을 가지러 등 돌린 당신을 보고 눈이 가늘어진다.) 자러 가시나? 표정이 좀, 시무룩했던 것 같은데. 어두워서 분간이 잘, 엇. (팔랑거리며 날아온 종이비행기가 뺨을 쿡 찌르고 떨어진다. 뒤늦게 허둥대며 종이비행기를 낚아챈다. 조금만 늦었어도 놓칠 뻔했다.) 와, 이 거리를 무사히 날아온다고? (감탄하며 천천히 비행기를 펼쳐본다.) 스물둘? 동생이었네. (의뭉스러운 웃음이 얼굴에 떠오른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어디선가 찾아낸 제도 샤프로,) 차예승, 22살, 한리대 토목공학과, 취미는 공포영화에게 조져지기, 특기는 감쪽같이 립싱크하기. 그리고 희망 사항은 이번 주 내로 정채문 씨랑 같이 구조되기! (흥얼거리듯 중얼거리며 단숨에 글자들을 적어 내려간다. 희망 사항 밑에는 밑줄도 두 줄 그었다. 잽싸게 종이를 도로 비행기 모양으로 접어 들고 창가에 선다. 잠시 심호흡하고.) 얍! 채문 씨한테 가라! (팔랑거리는 종이비행기가 당신을 향해 날아갔다.)

#.dice 1 2. = 2
1. 닿았다 2. 닿았다

246 이름 없음 (voU8icNSM2)

2021-03-09 (FIRE!) 10:32:52

>>245
(아니? 이게 닿네. 되려 닿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기에 투수 포즈를 취한 채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자기 소개를 해버린 편인데...원래 계획은 어차피 저쪽 주택의 마당에라도 떨어지면, 나중에 구출될 때 줍게 만들어 자연스러운 정보 교환을 의도한 것이었다.) 내 낭만이... (집게 손가락으로 미간을 짚은 채로 한숨. 너무 뜬금없이 TMI만 방출해버린 이웃이 되버렸다. 느낌상 더 퀭해진 눈으로 고개를 들면, 종이비행기 끝이 이마에 쿡 닿았다. 아니, 이게 닿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종이를 잡아 펼쳤다.) ...한리대 토공과!? 뭐야, 같은 교양 듣던 사이잖아. 누구지, 괜히 낯이 익던게...으아. (패닉이 와서 머리를 싸맨다. 아니, 이건. 상대는 원래 날 알고 있고, 못 알아 본 날 냉철하게 지적한 게 아닌가.) 같이 구조되기라니. 복선도 제대로 못깔아뒀는데. (마른 웃음소리를 내고는 걱정되지 않게 손을 크게 흔들어보였다.) 슬슬 12시인가. (이번엔 이쪽에서 양손바닥을 겹쳐 왼쪽볼에 가져다댔다가, 오른쪽볼에 가져다댔다가 하며 코코넨네 포즈를 취해보인다. 검지로 쿡 가리켜.)

247 이름 없음 (lRXn5d0g3s)

2021-03-09 (FIRE!) 13:13:42

>>246
(당신의 이마에 닿은 종이비행기를 보고 양손에 주먹을 쥐며 힘을 준다.) 예스! 특기에 종이비행기 잘 날리기라고 쓸 걸 그랬나? (메모를 읽고 머리를 싸매는 당신을 보고 씩 웃는다. 당신의 시선이 도로 이쪽을 향하자, 갑작스레 눈을 감더니 과장된 동작으로 양팔을 옆으로 뻗고 천천히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점차 빠르게 돌며 팔을 안쪽으로 모으더니, 갑자기 멈춰 당신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TT를 만들어 보인다. 언뜻 피겨선수 같기도 하고,) T는 토오-크의 T입니다, 여러분. (한리대 모 교수의 교양 수업이 떠오르기도 하는 동작.) 이 교수님 아직 물리 수업하시는지 모르겠네. 라떼는 이 교수님 수업은 안 들어도 이건 다 알았는데. (어딘가로 걸어가는 듯한 동작, 당신을 가리키는 동작, 잔에 무언가를 따르는 듯한 시늉, 그걸 마시며 크! 소리를 내는 시늉,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시늉을 차례로 한다.) 여기서 구조되면, 살아서 나가면. (당신이 크게 손을 크게 흔들어준 게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걱정 한 점 없어 보이는 표정이다.) ...아, 시간이 늦긴 했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눈을 감고 양 뺨에 모은 손을 번갈아 가져가더니, 당신에게 손을 흔든다. 창문을 닫으려다가, 반쯤 닫힐 때쯤 빼꼼 고개를 내민다. 검지가 당신을 가리키고, 바닥을 위쪽으로 한 손이 어깨 위로 으쓱 올라간다.)

248 이름 없음 (LbaMw3Wi..)

2021-03-09 (FIRE!) 16:50:50

>>247
오, 발레선수신가. (기억을 되살리려 한참을 끙끙거리던 찰나, 당신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자 이쪽은 아무 생각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끝에 드러난 특유의 시그니쳐 동작에 푸흡, 뿜어버리고 만다.) 아, 교수님 판박이잖아. 하, 하하...웃을 때가 아니다, 정 채문. 정신차려. 같이 교양 들었으면 얼굴이라도 기억해내야할거 아냐... (웃다가 난데없이 냉정하게 자기 뺨을 때린다. 아무리 그래도 이름까지 듣고 이렇게까지 기억이 안나는 걸 보면 대화 한 번도 안나눠본 사이 같은데, 저쪽은 날 어떻게 알지.) 그냥 내가 빡대가리인갑다, 헤야지. 으휴. (한숨을 내쉬며 당신의 동작은 빤히 바라보다가 검지만 펼친 손을 내밀어 고갸와 같이 까딱까딱 흔등어보였다. 이내 공중에다가 이리 흔들고 저리 흔드는 화려한 손동작을 선보였다. 그리고 상상 속의 잔에 쪼르르. 마시는 시늉, 캬.) 막사 시원하게 말아드릴 테니까 살아만 계세요, 예승 씨. (걱정 없어 보이는 표정에 한시름 놓은 듯, 고개만 꾸벅 숙여 밤인사를 대신하려다 당신이 고개 내미는 것을 보고는 고장난 기계처럼 우뚝 섰다.) 음, 음, 거짓말은 하기 싫은데. (잠시 고장난 기계 상태로 있다가 당신 쪽을 향해 최대 출력 후레시를 한 번 쏘고 홀라당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저도 댁이 누구인지 떠올리느라 한참 잠 못잘 거 같으니 쌤쌤입니다. (장난기 어린 중얼거림은 좀비의 아우성 속에 묻혀버렸다.)

249 이름 없음 (lRXn5d0g3s)

2021-03-09 (FIRE!) 17:28:57

>>248
아, 웃었다. 그 교수님 아직 수업하시나 봐. (박수치다 뿜어버리는 당신을 보고 이쪽도 깔깔 웃는다. 스스로 뺨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는 당황해 다급히 뺨에 손을 대었다 양팔을 교차해 X자를 만들길 반복한다.) 왜... 왜 뺨을 때리고 그러시지. 아프게. 벌써 혼자 한잔하신 건 아니겠지? 그런 거면 좀 부럽다. 이 집엔 마실 거라곤 물뿐이던데. (잠깐 뒤쪽을 흘긋 보고 다시 당신을 돌아본다. 이어지는 당신의 현란한 손동작에 엄지를 치켜든다.) 특기라더니 진짠가 봐. 한 두 번 해본 동작이 아닌데... (킥킥거리며 웃다가 급작스레 쏘아진 강한 빛에 눈을 가린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 잠시 굳어 있다 창문을 드륵 완전히 열고 상체를 쭉 빼내 당신 쪽을 본다. 이미 당신은 방 안으로 들어간 뒤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와, 정채문 씨. 그렇게 안 봤는데. (눈을 몇 번 느리게 깜빡거린다. 한참이나 당신 쪽을 보다 후레시의 잔상이 완전히 사라질 때쯤에야 몸을 도로 창 안으로 집어넣는다.) 내가 꼭 복수한다. 이 집에도 찾아보면 후레시 하나쯤은 있겠지.(분기 어린 말투와 달리 웃음기가 남은 얼굴. 이쪽의 창문 역시 이제 스르륵 닫힌다.)

250 이름 없음 (voU8icNSM2)

2021-03-09 (FIRE!) 21:01:03

>>249
(아침, 일어나고나니 볼이 짜르르 하고 아파왔다. 어제 너무 아프게 때렸나. 볼을 쓰다듬으며 기상. 그러고보니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대학교에 멀쩡히 다니던 시절,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 대문을 나서는 꿈이었다.) 괜히 싱숭생숭하게... (그런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거란 것을 안다. 그렇기에 최악의 아침...) ...이 애이 어에, 어은 나하나힙요. (이 되기 전에, 얼른 나타나십쇼, 라는 듯. 창문을 열고 칫솔질을 하며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마 이 때쯤 기상하지 않으려나. 치카치카를 계속하며 어깨를 두드리다 꾹꾹 기지개를 키거나 쭉 뻗은 팔을 좌우로 기울이는 둥,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251 이름 없음 (/LYwFQkGn2)

2021-03-09 (FIRE!) 23:06:36

>>228
"나도 기억은 없지만 내용이야 뻔하지. 화내거나 따지거나 원망하거나. …내가 쌓인 게 되게 많았거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까지 적응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그게 됐다. 비교적 덤덤하게 말하곤 휴대폰을 뒤적거렸다. 들어간 건 어제 모인 친구들과의 단톡방. 새벽쯤 대화가 끊긴 방은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과 물음표로 도배되어 있었다. 정황을 보니 술 먹다 갑자기 사라졌던 모양이다. '걱정 시켜서 미안. 나 집 잘 들어왔어.'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더 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나는 쓰레기야……. 깊은 현타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절교 당해도 싸다. 얘랑은 뭐지. 벌써 헤어졌는데. 인간관계 단절? 어제 내가 전화하기 전까지 딱 그 상태였는데. 정당성에 대한 말은 한 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나가버렸다. 아까보다 차분해지긴 했지만 진정이라기보단 혼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게. 내가 전화를 왜 했을까. …이제와서."

혼자 밤마다 울던 시기도 지나서 혼자도 제법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으로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술 먹다 못 했던 악담이 생각나서? 술기운이랑 분노를 착각해서?"

성의없이 이유 몇 개를 뱉곤 저도 어이없는 듯 웃었다.

"이유가 뭐가 됐든 미안해. 나도 나지만 갑자기 이상한 데서 눈 떠서 놀랐을 거 아니야. …또 고맙기도 하고."

덕분에 잘 들어온 건 맞지 않은가. 잠잠하던 현타가 다시 일었다. 난 정말 쓰레기다……. 이 와중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까지 정말 완벽한 쓰레기의 조건에 부합한다.

"근데 너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지? ……우리 아무 일도 없었던 것도 맞지?"

어느새 베개를 끌어와 안고 물었다. 쪽팔려서 도저히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내가 너랑 뽀뽀하는 꿈을 꿨는데 이거 그냥 꿈이지?!?! 하고 물어보기 어색해 뱉은 말은 어째 더 구리기만 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진심.

252 이름 없음 (P3dBsMkeXA)

2021-03-10 (水) 00:16:09

>>250
(창문이 조심성 없이 드르륵 열린다. 창 너머로 살짝 보이는 하얀 어깨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열릴 때보다 더 빠르게 창문이 닫힌다. 가까이 있었다면 쾅 하는 소리가 들렸을 것만 같다. 몇 초 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겨우 창문이 열린다. 그 틈새로 여자의 황갈색 눈동자가 얼핏 보였나 싶더니, 그마저 곧 닫히고, 5분여가 지난 후에야 다시 천천히 창문이 열린다.) ...못 봤겠지? 저쪽 끝에 서서 열었으니까, 못 봤을 거야. (어색한 표정으로 당신을 향해 손을 흔든다. 웬일로 상의를 챙겨 입었다. 몸에 맞지 않게 큰 것이, 여자의 옷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나이 든 남성에게 어울릴 것 같은... 화려한 색상의 등산복 재킷이다.) 아, 어색해. (양 뺨을 손바닥으로 한번 꾹 누른다. 눌려서 그런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손이 떨어져 나가고 보이는 뺨이 붉다.) 으으. (모른 척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하고, 당신을 가리키고, 어깨 위로 손을 들어 올려 보인다.)

# 다음 답레는 아마 낮에 올라갈거야!

253 이름 없음 (mZQSrjwWZk)

2021-03-10 (水) 02:40:36

>>251
"그럴리가. 대판 싸워놓고 온 전화가 화내거나 따지는거면 그 사람이 뭐가 좋다고 집까지 찾아왔겠어?"

내가 전화를 받았을때 이미 취해있었을거라 가정해도 성질나서라도 안 갔을거라 생각하는데. 무엇보다 상황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그 누구도 이 여자가 나에게 전화 한 이유를 모르며 그 누구도 내가 이 여자의 집에 간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그 분노로 인해 집에 찾아갔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그건 정말로 끔찍한 상상이었다.

"이제와서 이유를 찾아봐야 헛고생이겠네. 그리고 고맙다고 하지 마. 성질나니까."

오늘이 휴일이었어서 망정이지 평일이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띵 하고 아파왔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건 상관 없었지만 고맙다는 말을 듣는건 아니었다. 내가 무슨 의도로 찾아갔을지는 모를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정말로 걱정되어서 찾아갔다면 호구중에 호구가 따로없는 행동이었고 화가 치밀어 오를 일이었다.

"아무것도. 그러니까 물어보지마."

말을 마치고 잠시 눈가를 매만지다가 뽀뽀를 하는 꿈을 꾸었다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좋아, 알기 쉽게 정리해줄게.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든말든 무슨 상관이야? 서로 아무런 기억이 안 나면 그냥 없는걸로 치면 그만이잖아. 난리치지말고 침대 정리나 하자. 언제까지고 여기에서 이 난리를 치고싶지는 않다고."

뒤로 돌아서 땅에 떨어져 있는 베게(내가 썼겠지.)를 주워다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그리고 누가 보지 않게 몰래 인상을 찌푸리며 오른손으로 입술을 매만졌다.

254 이름 없음 (tqFgcPcX2s)

2021-03-10 (水) 22:08:20

>>252
(창문이 드르륵 열리는 모습에 반쯤 감겨있던 눈이 슬며시 커진다. 그러다 드러난 하얀 어깨에 입 안에 머금었던 치약 거품이 살짝 뿜어져나왔다. 주르륵. 창문 아래의 한 좀비 머리 위에 툭 떨어진다.) ...아무것도 못 본 것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못 본 거지만, 아마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의 창문을 아침부터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은 역시 변태 그 자체가 아닌지? 몰려오는 자괴감에 텐션이 팍 죽어버렸다. 화장실로 가 칫솔물을 뱉고 세수를 한 뒤, 옷매무새를 정갈하게 해 스케치북을 집어든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변태처럼 쳐다보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모른 척 하는 것도 무색하게, 당신이 보이자마자 뉴스 속 국회의원처럼 깔끔한 90도 사죄자세를 취한 채로 스케치북만 들어보였다. 아마도 당신의 제스쳐는 놓쳤으리라.)

#늦어서미안88

255 이름 없음 (Sp6ONPd/E.)

2021-03-10 (水) 22:35:03

>>253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근데 내가 울면서 사과했거나 붙잡는 말을 했거나 질척댔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사건을 미궁속으로 빠뜨리기로 했다.

"내가 빚지는 걸 싫어해서 그랬는데 고맙다는 말을 거절할 줄은 몰랐네. 싫으시면 취소합죠. 예예."

허, 참, 퉁명스럽게 내뱉고 얼굴을 찌푸렸다. 막말로 너 아니었음 어디 길바닥에서 잠들어서 추한 꼴 보였을지도 모르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하냐? 물론 속으로만 한 말이다. 됐다는 사람에게 굳이굳이 고맙다는 말을 들려보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래, 또 나만 구질구질하지……. 네 말대로 아무도 기억 못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정리나 하자."

쿨하다 못해 춥다. 당장 감기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쿨함이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깔끔하지? 한때는 저런 모습에 반했던 것도 같다. 일희일비의 대가인 나와는 영 딴 판인 모습. 지금은……. 나도 모르겠다.

"너 그냥 청소하지 말고 가. 내 집인데다 민폐는 내가 끼쳤는데 네가 왜 이러고 있어."

마구 헝클어진 이불을 침대 위에 가지런히 깔아두고 탁탁 털며 말했다. 눈은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이불을 쳐다봤다. 잘하면 구멍나겠다 싶을 정도로.

"그리고 내 번호 차단해. 안 그러려고 노력할 건데 또 혹시라는 게 있으니까……. 미안했어."

같은 자리를 계속 털었다. 마음에 있는 이 알 수 없는 감정도 같이 털려나가면 좋으련만.

256 이름 없음 (4gQCW28CHw)

2021-03-10 (水) 23:11:16

>>255
입술과 손가락이 닿은 부분은 뜨거웠다. 분명 손가락이 뜨겁기때문에 그렇게 느낀거라고 생각하며 들어올렸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렇게 말을 돌리겠다 이거야?

"넌 항상... 아니다. 정리부터."

불만을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견실히 흩어진 물건이나 주변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청소하지 말고 가라는 말에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반응하지 않고 그대로 치웠다. 그러나 애초부터 치울 건 많지 않았기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정리는 끝났다. 너도 내 말을 무시했으니 이 정도 무시한 건 상관없잖아? 피차일반이야.

"넌 언제나 확실한 말을 안 주는구나."

노력할 거라는 말에 작게 중얼거리는 것 처럼 작게 말하며 똑바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 이번도 그렇다. 치우자고 해놓고서는 중간에 와서 치우지 말고 가라고 번복했다. 그리고 나는 항상 내가 결정한 대로 행동했다.

"그럼 차단하기전에 물어보자. 왜 전화했어."

정신이 멀쩡한 지금도 전화할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하고있으니 그 이유를 모른다는 소리로는 넘어가지 않을거야. 속으로 말하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257 이름 없음 (fC/rwFyU/c)

2021-03-11 (거의 끝나감) 04:08:10

>>254
아! 미쳤어! 봤나 봐!! (얼굴을 다시 꾹 누른다. 양손으로도 얼굴의 붉은 기는 가려지지 않는다. 어찌할 바를 모른 듯, 얼굴을 가렸다 말았다, 뒤를 돌았다 당신을 보았다 몸짓이 부산하다.) 왜 하필! 그 순간에! (털썩 주저앉아 축 늘어진다. 창틀 위에 턱을 괸 얼굴과, 창틀을 붙잡은 양손만 겨우 보인다.) 이걸 어떻게 대답해.......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한참 만에, 어색한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든다. 그리고 느리게, 아주 느리게 여자의 머리가 위로 올라온다. 다시 일어선 것이다.) ...양치하는 것 같던데. 식사는 하셨으려나? (다시 한번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하고, 당신을 가리키고, 어깨 위로 손을 들어 올려 보인다. 어색한 몸짓.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급격한 화제 전환이다. 자신도 그것을 느낀 듯, 답이 오기 전의 짧은 시간을, 자신을 가리킨 뒤 허버허버 먹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다급하게 채워버린다.)

# 괜찮아! 어제 일찍 자서 나도 확인이 늦었네...!

258 이름 없음 (2mrtde6WY6)

2021-03-11 (거의 끝나감) 10:50:00

>>257
오히려 못 본 체 하는 게 더 나았을까. (그래도 거짓말은 하기 싫은데. 두 눈을 질끈 감고 스케치북을 내렸다. 부산한 당신의 움직임을 곁눈질로 지켜보며 담배를 찾다가 우뚝 손을 멈췄다. 괜히 언제가 마지막 담배일까 세기 싫어서 보지 않고 집었었는데, 어느새 어제 핀 담배가 마지막이었나보다. 더욱이 어색해졌다.) 아, 음. 식량은 아직 남아계셔서 다행이야. (민망함을 줄이기 위한 혼잣말. 그리고 그 뒤로 자신을 가리키고, 허버허버 먹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리고 담배 피는 시늉과 양 팔로 X자를 만들어보이고 우는 척. 아무리봐도 어색하지만 이렇게 넘기시길 바라겠지. 그나저나 저 등산복 옷...저렇게 언밸런스할 수가. 과한 탓에 슬쩍슬쩍 웃음이 배어나온다. 남자 가족이 있는 걸까.)

259 이름 없음 (fC/rwFyU/c)

2021-03-11 (거의 끝나감) 13:13:46

>>258
(내려가는 스케치북을 보고 한 번 더 뺨을 꾹 누른다. 괜히 머리카락으로 손을 가져가려다가, 움찔하며 그만둔다.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부드럽게 찰랑거린다.) 저쪽은 오늘도 잘 드셨나 보네. 휴, 나도 저 좀비만 아니었으면....... (잠시 오른쪽을 흘끗 보더니, 다시 당신을 돌아본다.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고, 담배 피우는 시늉을 하고, 검지를 까딱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는 척을 하는 당신을 가리키며 양손 엄지를 치켜든다.) 끊으신다더니, 역시 힘든가 봐. 저번에 얘기 안 하길 잘했다. 이 집에 담배 있는 거. ...근데 왜 자꾸 웃으시는 거지? (창틀 위에 팔을 올리고 늘어지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화들짝 놀라며 귀를 막는다. 오른쪽을 바라보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등산복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고 고무줄까지 당겨 벗겨지지 않게 한다. 머리카락 한 올 삐져나오지 않아 얼굴만 겨우 보인다. 안심하라는 듯, 당신을 향해 웃으며 다시 엄지를 들어 올린다. 쨍한 오렌지색 등산복 위로 붉은 것이 후두둑 튄다. 여자는 여전히 엄지를 든 채 웃고 있다.)

260 이름 없음 (2mrtde6WY6)

2021-03-11 (거의 끝나감) 17:58:02

>>259
(어라, 샴푸하셨나보네. 잠시 홀린 듯 쳐다보다 금새 표정이 굳어졌다. 자기 뺨을 치려던 손이 직전까지 왔다 멈췄다. 학습이란 대단해.) 하하, 없어서 못핀다는 얘기 들으면 의지박약으로 아시겠지. (사실 그것 때문에 홀쭉해지긴 했는데, 어쩐지 당신의 모습이 더 헬쑥해보인다. 정말 저녁 제대로 드시는 거 맞나? 스케치북을 들고 그 내용을 적을까 말까 고민하던 차, 당신이 놀라는 시늉에 이쪽도 반사적으로 허리를 폈다.) 뭐야, 뭔...무슨 일이에요. (멀찍이서 흐릿하게 보인 안심하라는 듯한 당신의 웃음이 되려 불안함을 부추긴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제자리에서 발만 구르며 초조하게 방 안을 둘러본다. 들고있는 스케치북에 급하게 글씨를 써갈긴다.) '좀비에요? 집까지 들어왔어요?'

261 이름 없음 (fC/rwFyU/c)

2021-03-11 (거의 끝나감) 20:31:27

>>260
(당신이 뺨을 치려 하자 여자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러나 당신의 손이 뺨에 닿기 직전 멈추자, 도로 눈이 사륵 접히며 웃는다. 어김없이 다시 올라가는 엄지.) 멀어서 그런가, 정말 그런가. 약간 핼쑥해지신 것 같기도 하고. 식사는 잘하고 계신댔으니, 금연 때문이려나? (뒤쪽을 흘끗 돌아보았으나 곧 고개를 젓는다.) 아냐. 이참에 끊으시는 게 좋지. 이런 세상이든 좀비 없는 세상이든, 안 피우는 게 나아. (중얼거리며, 여전히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웃고 있다. 그런 중에도 오른쪽에서 튀는 것은 멎지 않아, 이젠 등산복 후드 위는 주황색인 부분보다 붉은 부분이 더 넓다. 방수가 잘 되는 제품인지, 어느 정도 이상 모이면 주르륵 흘러내리는데도 그렇다.) 집... 까지 들어왔다고 해야 하나.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양 팔로 크게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그리고는 왼팔을 들어 올려 굽히며, 오른손 검지로 이두박근이 있을 곳을 몇 번 가리키더니, 자신을 가리키고 엄지를 치켜올리는 일련의 동작을 보여준다. 시선은 여전히, 당신에게 고정된 채다. 부자연스러울 만큼, 여자의 고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262 이름 없음 (2mrtde6WY6)

2021-03-11 (거의 끝나감) 20:48:38

>>261
하하, 왠지 미소로 통제당하는 느낌이에요. 예승 씨. (당신과 똑같이 엄지를 펼쳐보이지만, 수직은 아니다.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살짝 45도 정도 기울어진 엄지. 생각해보면, 당신이 이쪽을 보면서 웃어줄 때마다 자신은 무슨 표정을 지어줘야할지 참 난감하다. 이런 세상이 되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게 대단하기도 하고.) 진짜 웃으시는 게 맞다면... (중얼거리면서 자신도 입꼬리 쪽을 꾹꾹 눌러보다 붉은 액체가 튀어나오는 것을 숨죽여 지켜본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가?) ...제가 어떻게 반응하면 좋은 건가요. (이건 분명히 답변을 바라고 있다. 여기서 또 다시 엄지를 치켜세우면 도망치는 게 될텐데. 고정된 당신의 시선과 마주보다 결국엔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이번엔 제대로 엄지를 수직으로 펼쳐세우면서.) 의지해줬으면 하지만, 사실 저도 무섭거든요. (이내 창문 아래의 좀비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어제처럼 능숙하게 웃을 수가 없다. 집까지 들어온거라면 언제 뚫릴 지도 모른다는 건데. 스케치북을 한 장 더 쓴다.) '집문 수리하실 수는 있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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