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공기를 뒤흔들고, 제법 버거웠던 상대가 제 앞에 쓰러져있음에도, 그는 지루한 표정으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한 것이었다지만, 몇번을 해도 재미가 붙지 않는 일이었다. 이 곳에서의 검투 경기는 패자를 죽여도 되고 안 죽여도 되는 정도였지만, 어지간해서는 검까지 쓰지 않아도 되는 경비 일과는 달리 매일같이 피냄새를 맡아가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건 지겨웠다. 그러나 그 생활도 오늘로 끝이다. 그리 생각하자, 조금은 홀가분했다.
이걸로 여비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배를 타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보다는 좀 더 나은 곳으로 가야지. 그렇게 벼르는데, 아래쪽에서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입모양을 보아 하니, 믿을 수가 없다, 그런 말 같았다. 그는 나직이, 아, 하고 작은 탄성을 흘렸다. 지금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도 놓치고 모래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눈 앞의 상대가, 어제만 해도 가장 잘 나가던 검투사임을 뒤늦게 떠올린 것이었다. 어쩐지 페이가 세더라니, 그런 거였군. 어떻게 할까. 피곤해지는 건 딱 질색인데. 그는 상대에게만 들리도록, 적당히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됐고, 죽을 건지 말 건지나 말해.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