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924> 자유 상황극 스레 2 :: 1001

이름 없음

2020-11-15 00:13:19 - 2021-09-12 23:02:17

0 이름 없음 (/8xYPD6Tn6)

2020-11-15 (내일 월요일) 00:13:19

이 상황극은 5분만에 개그로 끝날수도 있고, 또다른 장편이야기가 될수도 있습니다.(물론 그때는 다른 스레를 만들어주세요.)

아니면 다른 스레의 자캐가 쉬어가는 공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크로스 오버도 상관없습니다.

자유 상황극 스레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212 이름 없음 (VgyS2KLRwg)

2021-03-06 (파란날) 20:14:40

>>211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공기를 뒤흔들고, 제법 버거웠던 상대가 제 앞에 쓰러져있음에도, 그는 지루한 표정으로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판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한 것이었다지만, 몇번을 해도 재미가 붙지 않는 일이었다. 이 곳에서의 검투 경기는 패자를 죽여도 되고 안 죽여도 되는 정도였지만, 어지간해서는 검까지 쓰지 않아도 되는 경비 일과는 달리 매일같이 피냄새를 맡아가며 죽기살기로 싸우는 건 지겨웠다. 그러나 그 생활도 오늘로 끝이다. 그리 생각하자, 조금은 홀가분했다.

이걸로 여비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배를 타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보다는 좀 더 나은 곳으로 가야지. 그렇게 벼르는데, 아래쪽에서 희미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입모양을 보아 하니, 믿을 수가 없다, 그런 말 같았다. 그는 나직이, 아, 하고 작은 탄성을 흘렸다. 지금은 피투성이가 되어 검도 놓치고 모래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눈 앞의 상대가, 어제만 해도 가장 잘 나가던 검투사임을 뒤늦게 떠올린 것이었다. 어쩐지 페이가 세더라니, 그런 거였군. 어떻게 할까. 피곤해지는 건 딱 질색인데. 그는 상대에게만 들리도록, 적당히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됐고, 죽을 건지 말 건지나 말해.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거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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