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다' 는 표현이 그렇게 정확하게 들어맞을 수가 없이 차갑고도 엄중하게 굳어 있었다. 그 냉기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지만, 성빈은 그 진원지에 함부로 시선을 두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을 그 쪽으로 향하고 있을 뿐, 시선은 공손하게 탁자 위로 내리깔려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의 소파에는 구김살없는 양복 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서는 몇 장인가의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사실 어떤 사무의 서류가 아니라 성빈의 성적과 관련된 각종 서류들이었지만, 그것들을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과 태도는 그런 성적표에 떨어지기에도 과한- 휘하 조직의 성과를 검토하는 임원진의 그것과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샐러리맨이라고 하는 존재들은 그 직장이 어떻건, 직급이 어떻건 잘 차려입은 양복 차림에 언제건 어떤 일이라도 진심으로 임할 준비가 된 반듯한 태도가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런 샐러리맨의 완전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내이기에 외출을 위한 양복 상의는 벗어다 걸어놓았지만, 양복 상의가 없더라도 한 치 빈틈이 없어보이도록 잘 다려진 줄무늬 양복바지와 단단히 채워진 허리띠, 빳빳한 셔츠, 문외한이 보더라도 한 눈에 고급품임을 알 수 있는 넥타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조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그 섬세하고 값비싼 만듦새를 알 수 있는 넥타이핀과 시계 등, 점잖으면서도 세련된 옷차림. 가르마를 단정하게 타 넘긴 검은 머리카락은 뿌리가 조금 희끗했고, 날렵한 인상의 얼굴에는 적지않은 세월이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내려앉아 주름져 있었다.
이뿐이었으면 그는 그저 회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노련하고 경험많은 직장인 중 한 명으로 보였겠지만, 사납고 날카로운 눈매에 담긴 남자의 눈동자에는 마치 불운한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내려다보고 있는 맹수와도 같은 살벌한 기색이 있었다. 그것이 그를 단지 "경험 많은 직장인" 일 뿐 아니라 "시총 670조의 대기업 임원" 으로까지 정의하는 요소였다.
이상한 점은, 그 남자의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동자는 성빈의 그것과 똑 닮은 초록색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녹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길에 실려 있는 기백이 달라, 온유해 보이는 성빈의 눈과 달리 그 남자의 눈은 흡사 천년 묵은 집채만한 독사를 보는 것과도 같은 그런 위압감이 있었다. 그런 눈으로 남자는 마지막 장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고는, 서류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탁, 하고 종이 내려놓는 소리마저 어찌나 차가운지 성빈은 몸서리가 쳐지려는 것을 간신히 눌러참았다.
"양호하구나."
남자는 무뚝뚝하게 말문을 열었다. 교내 중간고사 전과목 만점. 3·4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전과목 만점.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TOEFL 120점 만점. 이외 이런저런 테스트들을 포함한 기타 등등.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자식이 이 정도 성적을 거두어왔다면 온 동네에 잔치를 열었어도 과하지 않았을 놀라운 성취였거늘, 그 성취 앞에서 남자가 보여준 반응은 '간신히 별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요구목표의 최저한도를 달성한' 것을 보는 듯한 정도의 반응이었다.
"네가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마음 잡기로 했다는 것은 이 정도면 잘 알았다."
그 말은 마치 상대방의 노고를 치하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성빈은 그게 아님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어 분자 하나도 미동할 것 같지 않았고, 성빈은 숨을 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업에 성실히 정진한다고 그게 그 사람을 전부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되지는 않는다. 너만큼 공부할 줄 아는 놈들은 강남까지 갈 필요 없이 서울에만 해도 널리고 널렸어.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느냐? 사람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그 사람이 입에 올리는 한 마디, 움직이는 손짓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보는 눈이 많아지기에 그 평가가 더 엄격해진다고 하셨고요." "그리고 네가 작년에 벌이고 다닌 방종한 행실들을 네게 때 안 묻히고 관두게 하려고 내가 지출한 비용이 얼마라고 했지?" "...훌륭한 샐러리맨 5명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셨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산층 가정 다섯 호를 1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 금액을 선뜻 너를 위해 지출했다. 왜 그랬을 것 같냐?" "...제가 아버지의 아들다운 완벽한 학생이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아들. 성빈과 똑같은 눈색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최성빈의 이버지. 신일그룹의 부회장, 최이룡이었다.
"반만 맞았다." "...나머지 반이 무엇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네가 완벽한 아들이기를 바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아들이 될 거라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
침묵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차곡차곡 정리된 성적표들 옆에는 다른 물건이 놓여있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파이프였다. 그는 그것을 집어물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연기를 길게 내뿜자 매캐한 독연이 성빈의 목을 살며시 졸랐다.
"신용이 아니라 신뢰다. 무슨 차이인지는 알고 있겠지."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것들로 얻을 수 있는 게 신용이라면, 그런 것들로는 얻을 수 없는 게 신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신뢰에 대해서 자주 하는 말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모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그 누구도 신뢰하지 마라고 하셨었지요."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어기고 너를 신뢰하고 있다. 작년의 뒤치다꺼리를 포함해서 너에게 들여온 양육비나 교육비 같이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것들은, 네게 보내고 있는 신뢰에 비하면 조족지혈만큼의 가치도 없어."
아버지는 독성의 숨결을 내쉬었다. 성빈은 조용히 입을 닫고 그의 나직한 위협을 경청하고 있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뇌옥에 감금당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네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가 내 아들다운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 하나만으로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투자를 너에게 하고 있는 거다. 네 형들과 누나들에게 해왔듯이."
이룡은 나직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얼핏 들으면 졸리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목소리였지만, 목소리에 어린 나직하고 섬뜩한 독기가 성빈의 신경을 날카롭게 긴장시키고 있었다.
"신뢰라는 것이 신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이유는 신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그 위에 말 그대로 한도 없는 신용이 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와 같이 그 오가는 신용의 액수가 훨씬 많은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신뢰에는 더더욱 커다란 무게가 실리는 법이다. 무게는 힘이고, 또한 그에 정비례하는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잘못 다루면 그 신뢰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무거운 족쇄가 돼서 네 목을 잡아챌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신뢰라는 것을 나보다도 훨씬 경솔하고 멍청하게 다루었다. 내 경고를 잊어버리고 시정잡배들에게 함부로 신뢰를 건넸지. 우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미끼에 웃길 정도로 쉽게 덥석 낚여서. 그 대가로 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내가 두 번 상기시키지 않아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네게 충분한 교훈으로 남았으리라 믿는다."
얼핏 들어보면 아들의 삶을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걱정해주는 부모의 말이었지만, 그러나 이룡이 천천히 풀어놓는 그 말에는 성빈을 마비시키고 옥죄는 메시지가 있었다. 허튼 짓 하지 마라. 네 스스로의 의지를 죽여라. 방종이나 일탈은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재단한 대로의 인생을 살아라. 아버지는 나직이, 노골적으로 윽박질렀다.
"저렴한 신뢰를 결코 믿지 마라. 특히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뜬구름잡는 소리로 연막을 치면서 다가오는 것들을 조심해라. 너를 신뢰한다고 말했던 네 그 건방진 친구들이 너를 얼마나 쉽게 배신했는지는 잘 기억하고 있겠지? 그것들이 내민 우정이라는 부도수표는 네 인품이나 네 신뢰에 대한 보답 따위가 아니라, 네가 쥐고 있는 그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그나마도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의 단내를 탐내는 얄팍한 수작질이라는 점을 명심해라."
"내 신뢰의 가치를 증명해라. 최백호의 아들의 삶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라."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어쩌지.. 도게자라도 해야 할까...
매운맛 성빈이 너무 좋아!! 성빈 아빠 무서워서 성빈이 뒤에 숨는 어린 호랑성빈도 생각나고....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어쩌지.. 도게자라도 해야 할까...
매운맛 성빈이 너무 좋아!! 성빈 아빠 무서워서 성빈이 뒤에 숨는 어린 호랑성빈도 생각나고....
다리를 동동 굴러대는 당신다운 반응에, 성빈은 자신이 물뿌리개 반 통쯤을 맞은 꼴을 하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만 만면에 흐뭇한 미소를 무방비하게 띄워버리고 말았다. 그는 상대적으로 덜 젖은 바짓단에 슥슥 손을 문질러 닦고는, 물기가 닦여나간 손으로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난 비 좀 맞아도 끄떡없는걸.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의 말마따나 성빈은 그 피지컬만큼이나 몸이 튼튼해 잔병치레를 잘 안 하는 타입이었다. 물론 아주 안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이 걱정을 참지 못하고 꺼내는 말에 "여기까지 왔는데 택시를-" 하고 저만치 앞에 보이는 지하도의 입구로 시선을 돌리려던 성빈은, 생각을 바꿨는지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며 걱정 말라는 듯이 웃어보였다.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미안........................ 이걸 써두고도 오랫동안 올리지를 못 했다.... 요즘 우울하고 바쁘고 피곤하고 그래서 생각은 계속 했는데 정작 손은 안 가고........ 그래도 언제까지 기다리게만 할수는 없어서 힘 내서 올려본다! 기다려줘서 항상 고마워 !!!!!!!!
사실 답레를 다시 써서 계속 이어가는 건 어떨까 했어. 8v8 호랑주가 새 일상을 시작하고 싶다면 새 일상으로 하자. 지금껏 나온 일상 주제들은 호랑주가 >>644에 정리해뒀던 게 있네.. 호랑이나 성빈이네 집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라거나, 아니면 이번에는 성빈이 쪽이 앓아눕는 상황이라거나(저번엔 호랑이가 앓아누웠었지) 정도가 괜찮을 것 같은데. 호랑주는 특별히 돌리고 싶은 상황 있어?
주말, 연휴, 어찌 되었든 빨간 날. 화창한 햇살과 적당한 구름, 상쾌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치우고 가는, 안에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날씨. 장호랑과 최성빈은 함께 있었다.
- 언니야 오빠야 이거봐!!
왜냐하면 또 다른 이웃집의 부부가 갑작스러운 출장을 나가시게 되었고, 아이를 홀로 둘 수도 없고, 급하게 부를 지인도 마땅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기에는 너무 불안한 나머지 가끔 반찬이라도 나눠먹는 사람들에게 맡길 수 밖에는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우와! 예쁜 돌맹이네?"
장소는 놀이터. 모래사장의 근처. 유민이(호랑과 성빈에게 맡겨진 아이의 이름이다)는 모래사장의 옆에서 손으로 땅을 파 초록색 돌맹이를 집어들어 성빈과 호랑에게 자랑했고, 호랑은 유민의 옆에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다가 조금 거리를 두고 서있을 성빈을 힐끔 힐끔 뒤돌아 보았다.
// 유민이는 ... 장치이다...... 둘의 무언가를 이끌어내기위한 도구적 등장인물이다.....
유월 초의 초여름날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포근했던 날씨는 제법 후덥지근해져 여름옷을 꺼내어 입어봄직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스치우는 바람은 아직 선선해 나들이하기 좋은 날이 되었다. 성빈은 썩 활동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런 날씨에까지 집 안을 고집할 정도로 극렬 실내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는 나들이를 나설 때 종종 혼자 나서기도 했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여럿이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중에서도 옆집의 소꿉친구와 둘이서 나들이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친구와 어울리면 보통 네 명 이상이었고, 당신과 같이 다니면 둘이기에, 세 명이라는 나들이 인원수는 그에게는 조금 낯선 것이었다. 옆집의 마음씨 좋은 아저씨-큰형과 아는 사이였다고 기억한다-께서 곤란한 일이 생겨, 유민이를 맡기고 간 것이다. 아버지가 알면 남의 집 아들을 보모로 아느냐며 불꽃같이 성화를 냈겠지만, 이번 주말에는 아버지가 집에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호랑이 힐끔 돌아보자, 성빈은 잠깐 집 방향을 얼핏 바라보던 시선을 호랑이에게로 돌렸다가 유민이에게로 내렸다. 유민의 손에 들려있는 조그마한 돌멩이- 화분 장식용 옥 자갈임직한 그것을 보고 성빈은 쭈그려앉아 유민과 시선을 맞춰주고는 얼굴에 미소를 띄며 유민을 칭찬해주었다.
에어컨 청소하라고 끌려가는 통에 잠깐 자리 비운다고 말도 못했네.. 88 거기다 내가 애랑 놀아준 경험이 많지 않아서 성빈이 반응이 좀 어색할 수도 있어,, 성빈이가 말한 '병에 담아두고 보면' 은 짤의 이걸 이야기하는 거야. 어릴 적에 몇 갠가 만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가져왔어!
한편 정주행 다시 하다가 >>511 보고 생각난 건데 성빈이 호랑이 성빈이네어머니 셋이서 저녁상 겸상하다 갑자기 성빈이한테 앞접시 하나 가져다달라고 보내놓고는 호랑이한테 귀띔해주는 성빈이 어머니... 쟤 저래뵈도 벌써 혼담 들어오니까 잡을 거면 확실하게 잡으라고 부추기는 장면이 생각이 나고 그래
어린아이의 마음은 쉽게 변덕을 일으키는 법이었고, 그만큼 주변의 어른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지켜보아야 하는 법이었다. 성빈과 호랑은 어른이 아니였지만 그럼어도 조금 더 성숙한 자로서, 미성숙한 이들에게 의연히 대하는 것은 일종의 미덕이다. 어떤걸 하고 싶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호랑은 유민이에게 물어보았고, 유민이는 큰 눈으로 호랑과 성빈을 번갈아 보았다.
- 소꿉놀이 할래! 나는 아기고, 언니는 엄마고, 오빠는 아빠야!
" 그래? "
별 생각 없이 어린아이에게 맞춰준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괜히 생각을 더해보니 성빈을 의식하게 되었다. 하면 좋지. 하고 싶은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다 호랑은 성빈을 올려다보며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