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559> [1:1/HL/하이틴 일상] Oh, It's a Long way forward... 001 :: 778

성빈주 ◆PJTz2/yj52

2020-11-03 23:10:19 - 2021-10-05 22:28:10

0 성빈주 ◆PJTz2/yj52 (dToDcSJf9Y)

2020-11-03 (FIRE!) 23:10:19


https://youtu.be/JFpEl6SxJT8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계절을 좋아한단 것만으로
이렇게 누군갈 좋아하게 되는
내가 이상한 걸까요

○ 참치게시판 상황극판의 규칙에 의거, 두 참치의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677 성빈주 (scY6z.qTRA)

2021-03-10 (水) 17:51:21

토요일에 뭔가 언질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며칠 말도 없이 자리비워서 미안해. 그래도 이제 오늘 저녁부터는 다시 여유롭게 참치게시판에 머물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갱신해둘게. 답레는 지금 쓰고 있어!

678 최성빈 - 장호랑 (scY6z.qTRA)

2021-03-10 (水) 18:05:46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빈 부실을 빌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음료수 캔을 조금씩 홀짝이면서 반 친구들 이야기나 별난 선생님 이야기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 그러나 그에게는 이런 조그만 순간들 하나하나가,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작은 순간들이 모두 소중했다. 자신이 이런 것을 소중히 여길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눈치껏 좀 길게 내려도 그것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오늘의 봄비는 변덕이 심한지 음료수 한 캔을 다 비웠을 때쯤에는 어느샌가 빗소리도 그치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해 먹구름 사이로 생긴 틈으로 햇살까지 한 줌 내리쬐고 있었다. 성빈은 당신의 말에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그렇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선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럼 가자."

하고, 성빈은 당신에게 녹색의 눈길을 돌리며 별 생각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항상 그러듯이, 산책가자는 말을 들은 커다란 개처럼.

679 호랑주 (1YOv6UV/fc)

2021-03-10 (水) 18:36:41

편하게 가자 편하게! 답레 올린다!

680 호랑 - 성빈 (1YOv6UV/fc)

2021-03-10 (水) 18:37:10

응, 이라는 대답 대신에 가볍게 내밀어준 손을 잡았다. 항상 그렇듯이, 최성빈의 손이 장호랑의 손보다 조금 차갑고, 또 장호랑의 손이 최성빈의 손보다 조금 따듯했다. 그런 온도차이를 좋아했다. 촉감 외에도 더 선명하게 닿고 있다는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바보같이 헤실거리는 미소를 얼굴에 띄운 체 반걸음 정도 뒤에서 따라갔다.

교문을 나서고 집으로 가는 멀지 않은 길의 한 가운데에서는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호랑이 어? 하는 소리를 내고 하늘을 올려다볼 무렵 툭 하고 이마에 커다란 빗방울이 하나 떨어지는 것이 시작이었다.

"헉! 오빠 비온다 비!"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인지, 봄비인지 모를 굵은 빗줄기를 보며 장호랑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로 돌아가기에도, 집으로 뛰어가기에도 애매한 거리이며 아무것도 안 한다는 최악의 선택은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옷과 머리카락이 빗물에 젖어들고 있었다.

681 성빈주 (uutfqclcQ.)

2021-03-10 (水) 18:47:43

거리낌없이 손잡고 하교하는 이 두 소년소녀는 사실 커플이 아니라고 합니다

682 호랑주 (bQ9GSjEsWg)

2021-03-10 (水) 18:52:05

부부야 부부

683 성빈 - 호랑 (MarqGj16MQ)

2021-03-10 (水) 19:02:04

찹, 하고 당신의 손은 조금 차갑고 훨씬 커다란 손이 감싼다. 당신의 조그만 온기가 손 안에 머무는 이런 순간이 좋다는 것을 성빈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신의 헤실거리는 미소를 보며, 그는 얼굴에 마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학교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무슨 조화인지, 교문을 나선 지 어느 정도 지나자 질나쁜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늘의 안색이 다시 표변하기 시작했다. 문득 눅눅한 공기에 하늘을 올려다본 성빈은 언제 햇살이 내리쬐었냐는 듯 다시 시꺼멓게 떡지며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한 구름을 보고 불길함을 예견한 건가 걸음을 약간 빨리하려 했으나, 눈치채는 게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의 비온다,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성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재킷의 단추를 툭툭 끌러내어 벗은 다음에 당신의 어깨에 뒤집어씌워 주었다. 졸지에 그는 와이셔츠에 니트조끼 차림이 됐지만, 그는 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빗방울이 다시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당신의 손을 꼭 쥐고는 물었다.

"랑아, 가방 머리에 쓰고.. 안남지하도까지 가면 될 것 같은데, 우리 조금 뛸까?"

684 성빈주 (MarqGj16MQ)

2021-03-10 (水) 19:06:26

실제로 친구가 성빈이랑 호랑이 붙어있는 거 보고 부부야 부부 하고 놀리면 온 얼굴이 빨개질 성빈이..

685 호랑주 (bQ9GSjEsWg)

2021-03-10 (水) 19:36:41

호랑이도 그런 말 들으면 당황해서 아 아니거든?! 하고 허공에 손 휘적거리다가 최성빈 뒤에 숨을거야

686 호랑주 (bQ9GSjEsWg)

2021-03-10 (水) 19:37:41

성빈이 메너 너무 좋구나 ^~^ 와이셔츠 젖은 장호랑을 소환하려 했는데

687 호랑주 (bQ9GSjEsWg)

2021-03-10 (水) 19:43:29

답레는 내일중에!

688 성빈주 (Xe4KRKt0.E)

2021-03-10 (水) 19:52:32

핫하 안됐군! 와이셔츠가 젖는 쪽은 성빈입니다!

성빈이라면 이러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와이셔츠 젖은 장호랑이 나오면 랑이 감기는 안걸렸나 챙겨주면서도 연신 버벅거릴 테니까..

응, 오늘 같이 보내줘서 고마워. 느긋하게 기다릴 테니 답레는 천천히 써와줘!

689 호랑주 (a5Z25KA6GA)

2021-03-11 (거의 끝나감) 17:46:50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답레가 못 올라옵니다.. 미안....

690 성빈주 (54C0mqtKkw)

2021-03-11 (거의 끝나감) 18:33:51

오늘 많이 바빴나 보구나.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호랑주가 말했던 대로 편하게 가는 거야. 언제 줘도 상관없으니 충분히 쉬고 나서 쓰고 싶을 때 써줘.

691 호랑주 (a5Z25KA6GA)

2021-03-11 (거의 끝나감) 18:57:19

고마워 ;ㅁ;
잡담은 가능해!!

692 성빈주 (wQX.UQc0TU)

2021-03-11 (거의 끝나감) 20:06:33

>>691 이걸 이제 봤다 yy..... 저녁 먹고 오느라 정신이 없었네.
장호랑의 다채로운 음료취향은 아직도 유효합니까

693 호랑주 (dE3Lvyi1x2)

2021-03-13 (파란날) 19:39:34

안녀엉~ 오늘도 답레는 힘들겠다.. 17일까지 꼭 준다고 약속할게! 물론 그 전에도 짬 나면 쓰고!
장호랑은 여전히 이것 저것 많이 좋아하고 루트비어도 좋아한다고 해 :3

694 성빈주 (XgCPk85qag)

2021-03-17 (水) 12:13:43

루트비어까지... 너무 다채롭구나.. ^q^ 그래서 귀여워. 성빈이의 경우에는 음료 취향이 꽤 확고한 편인데 말야. (아침햇살과 레몬토닉워터)
오늘도 잘 보내고 있어? 갱신해둘게. 답레는 천천히 줘도 좋으니까 바쁜 일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해줘!

695 호랑주 (JWY0vBOqRk)

2021-03-17 (水) 19:16:53

휴가인데 약속이 우수수 생기고 있어 😱
집에 가면 답레 쓰기 시작할게! 기다려줘서 고마워!!!

696 성빈주 (4ndv5wRqks)

2021-03-17 (水) 19:39:30

고맙긴 뭘. 나도 호랑주랑 호랑이가 좋아서 기다리는 건데. 약속이 우수수.. 휴가면 쉬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못 만나던 사람 만나는 것도 중요하니까. 일이랑 관련없는 약속이었으면 좋겠네uu!

아참 호랑이는 만일 성빈이가 오밤중에
{ 랑아 ]
{ 자? ]
같은거 보내면 반응이 어떻게 되나요

697 호랑주 (JWY0vBOqRk)

2021-03-17 (水) 20:04:37

>>696 자던 중에 깨면
[ 안ㄴ자 }
[ 왜ㅐ주그래?ㅡㅡ??}

같은게 날아갈거야!

698 성빈주 (n66Ci0pJew)

2021-03-17 (水) 20:17:35

(사실 이것은 성빈주가 해버릴 뻔한 주접이었다.)

{ 그냥 갑자기 랑이가 보고 싶어서. ]
{ 자고 있었나 보네 ]
{ 더 자자 ]
{ 잘 자 ]

당황해서 비몽사몽 오타나는 게 왜 이리 귀엽나요.....

699 호랑주 (JWY0vBOqRk)

2021-03-17 (水) 20:44:12

[ 안자!!!+ }
[ 지금보묜ㅇ 창문 열고봐ㅏ? }
[ 2ㅣ금 열가ㅏ?? }

같은 답장...

700 성빈주 (n66Ci0pJew)

2021-03-17 (水) 20:55:04

것 참 귀엽구료...
이쯤되면 성빈이도 괜히 깨웠다 싶으면서도 건널판자로 랑이네 방 건너가서 랑이가 다시 잠들 때까지 머리 쓰다듬어주고 돌아오겠네. (함정: 못 돌아오고 같이 잠들 수 있음)

701 성빈주 (EcG5y7lh0c)

2021-03-17 (水) 21:05:28

아, 그래, 전부터 물어보려다 잊고 있었던 건데... 저번에 성빈이네 어머니는 성빈X호랑 전적으로 지지하신다고 알려줬었잖아. 호랑이네 어머니의 의견은 어떤가요


나는 오늘 조금 일찍 잘까 하고 누워있어서, 어느 순간 잠들어버릴 수도 있어!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잠들었다고 생각해줘.

702 호랑주 (Xb7jT9J.8Y)

2021-03-18 (거의 끝나감) 16:46:55

으악 어제 내가 먼저 기절했었다....

>>701 호랑이네 어머니는 이미 둘이 사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야~

703 성빈주 (dALJ/WgvAo)

2021-03-18 (거의 끝나감) 18:30:23

기절할 수도 있지~ 쉬었으면 된 거야, 잘했어 잘했어!

양가 부모님도 인정한 상황인데 이제 상견례 날짜만 잡으면(아님)

704 호랑주 (LvSfqRJYDQ)

2021-03-18 (거의 끝나감) 18:40:23

상견례 과연 그 날은 올 것인가....
에초에 둘이 사귀긴 할 것인가!

705 성빈주 (Zq2Cj4jgeE)

2021-03-18 (거의 끝나감) 20:16:13

확실히 쉽게쉽게 가지는 않겠지만, 그럴수록 더 가치있고 예쁜 사랑이야기가 되지 않겠니.. (악마)

706 호랑주 (JFZQYvJlFE)

2021-03-18 (거의 끝나감) 21:07:54

(쉽고 맛있은 인스턴트 음식을 바라는 마음과 종갓집 비결 제삿밥용 닭곰탕을 먹고싶은 마음의 충동)

707 성빈주 (Zq2Cj4jgeE)

2021-03-18 (거의 끝나감) 21:14:51

((비유가 이상한데 납득이 돼)) 음.. 코스요리라고 생각하자 ^q^ 서로 알아가면서 앓아가는 과정도 호랑주에게 즐겁기를 바라고 있어.

708 장호랑 - 최성빈 (oHJZgtB5fQ)

2021-03-19 (불탄다..!) 20:33:53

어깨 위에 잘 아는 사람의 재킷이 뒤집어 씌워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크게 뜨고 어쩔 줄 몰라하던 자신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처. 재킷에 대하여 어떤 말을 하려고는 했지만 손을 꽉 잡고 안남지하도까지 뛰어가자는 말을 어찌나 단호하게 하던지,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어깨 위로는 사이즈가 큰 재킷을 걸치고, 머리 위에는 책가방 하나를 얹은 체 물 웅덩이를 찰팍이며 최성빈이 이끄는 길 대로 따라간다. 기묘한 고양감과, 주변이 이상하게 조용해지고, 시선은 손을 잡고 이끄는 최성빈에게 고정되며 시야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채도가 한 층 높아진 것만 같은 감각으로 한참을 달렸다.

"후아, 오빠 잠깐만..!"

중간쯤 뛰었을 때는 숨이 차서 속도를 느리고 앞에 가는 사람의 자비를 구하게 되었지만...

// 코스요리.. 맛있어요 😋

709 성빈주 (GBt05TjTMs)

2021-03-19 (불탄다..!) 21:37:57

아무리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도 성빈이도 결국은 랑이를 엄청 좋아하고 있으니까 말야~ 본인은 입덕부정중이지만서도, 얼마나 갈까. 그걸 지켜보는 것도 묘미라고 생각해^q^!

710 최성빈 - 장호랑 (GBt05TjTMs)

2021-03-19 (불탄다..!) 23:17:37

재킷은 두껍지 않았지만 도톰했고, 갑갑하지 않았지만 따뜻했다.

조금 그런 느낌일까. 나도 모르게 너부터 먼저 생각해버리고, 엉겁결에 생각보다 손발이 먼저 나가고 마는 그런 느낌. 이상해. 이상하네. 나 조금 이상하지. 너한테 나는 그저 알고 지내는 이웃집 오빠일 뿐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너부터 생각하고 너에게 이렇게 대하고 있어. 너와 같이 손을 잡고 뛰어가는 이 순간, 물기 먹은 공기들 사이로 부슬부슬 내리는 차갑고 습한 빗소리와,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반짝이는 헤드라이트들과, 신호등들과, 간판의 LED 불빛들로 둘러싸여,

이 세상에
이 빗길과
너와
나만
덜렁 놓여
헤매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정말로 너와 잠깐이라도 이렇게 단 둘이 되어버린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멋대로, 생각을.

당신 생각에 빠져서 익사해버릴 뻔한 성빈을 덥석 붙들어 꺼내어준 것도 당신이었다. 당신이 가쁘게 숨을 고르며 잠깐만, 하고 자비를 구하자, 성빈은 조금 어안이벙벙한 표정으로 멈춰섰다. 그러나 그는 멈춰선 지 1초도 걸리지 않아 자기와 당신이 비 내리는 보도 한복판에 멈춰섰다는 것을 깨달았고,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어서, 당신과 그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처마로 이끌었다. "응, 잠깐 저기서 쉬었다 가자." 꽤 오래되어 보이는 빌딩의 현관이었다. 두 소년소녀가 비를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다행히도 당신은 머리에 쓴 가방과, 성빈이 급히 씌워준 재킷 덕분에 쫄딱 젖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성빈은 벌써 꽤 낭패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빗방울을 실컷 맞아 살에 처덕처덕 달라붙기 시작한 와이셔츠라던가, 평소의 부드러운 컬이 들어간 연갈색 머리카락이 한가득 빗물을 먹은 점이라던가, 얼룩덜룩 물방울이 맺혀서 제구실을 못하는 안경이라던가. 빗발이 전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회색 하늘을 처마 아래서 내어다보며, 성빈은 안경을 벗어내리곤 비에 젖은 앞머리를 조금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겼다. 시력이 약간 떨어져 안경을 눈에 달고 사는 사람이 그렇듯이 그는 미간과 눈살을 조금 찌푸렸고, 그렇게 보고 있자니 성빈은 평소의 그 대형견 같은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되었다.

물론, 이내 당신을 돌아볼 때에는 미간과 눈살에 주었던 힘이 부드럽게 풀려서는 평소의 그 온화한 대형견같은 인상으로 돌아왔지만.

"랑아, 괜찮아? 많이 안 젖었어?"

711 성빈주 (GBt05TjTMs)

2021-03-19 (불탄다..!) 23:18:14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길게 써진 것이지.) 답레는 호랑주 부담없는 분량으로 써지는 만큼 줘!

712 호랑주 (VxHIw4L6h6)

2021-03-20 (파란날) 11:30:25

젖은 성빈이가 섹시하다고 생각하면 너무 가는 걸까 ❤️❤️

713 성빈주 (GmBR1dfSFA)

2021-03-20 (파란날) 11:43:06

이번 코스의 요리일 뿐입니다 선생님 후후uu

714 호랑주 (VxHIw4L6h6)

2021-03-20 (파란날) 11:46:23

메인!! 메인은 무엇인가 쉐프!

715 성빈주 (GmBR1dfSFA)

2021-03-20 (파란날) 11:56:18

일싱을 몇 번은 더 돌려야 메인디쉬가 나올 텐데 조급해하실 필요 있나요.. 이 남자가 작년에 한 일이라거나, 바닷가 펜션에서의 유사신혼 같은 코스들을 즐기시며 느긋히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uu

716 호랑주 (VxHIw4L6h6)

2021-03-20 (파란날) 11:57:52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군요 쉐프... 당신을 만난 것이 크나큰 행운입니다.

717 성빈주 (GmBR1dfSFA)

2021-03-20 (파란날) 11:58:54

물론 각 코스를 얼마나 깊이 음미하시건 선생님의 자유이니 호랑이 하고 싶은 대로or선생님 욕심대로 즐겨보시기 바람 ^ㅂ^!

아, 그리고 시트를 쓸 당시 호랑주가 매운맛을 추가하긴 했지만, 이따금 독백으로 성빈이네 아버지와 성빈이의 갈등 같은 걸 올려도 괜찮을까?

718 호랑주 (VxHIw4L6h6)

2021-03-20 (파란날) 12:01:02

>>717 나는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19 성빈주 (GmBR1dfSFA)

2021-03-20 (파란날) 12:05:39

(대충 주방에서 불닭소스 찾아서 뒤적거리고 있는중) 좋으시다니 매우 다행입니다 선생님

720 호랑주 (eB0gt2EMTc)

2021-03-20 (파란날) 12:06:39

호랑이 독백이라고 할만한 건 일기 정도인데 이건 내가 써둔게 없어서 나중에 다 쓰면 올려볼게!

721 성빈주 (GmBR1dfSFA)

2021-03-20 (파란날) 12:09:46

응, 나도 성빈이 독백은 구상만 해뒀지 쓴 게 없으니까.. 서로 느긋하게 조금씩 천천히 풀어보자!

722 호랑주 (PONH79YY9Q)

2021-03-20 (파란날) 12:11:09

>>719 내 위장에 구멍을 뚫어줘요

723 성빈주 (GmBR1dfSFA)

2021-03-20 (파란날) 12:36:36

위장에 구멍을 뚫다뇨.. 맛있게 매울 수 있도록 해드리겠슴니다..

724 최성빈 (nSVq7LV/1U)

2021-03-32 (거의 끝나감) 10:18:43

최성빈은 이따금 찾아오는 이런 순간이 싫었다.

거실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다' 는 표현이 그렇게 정확하게 들어맞을 수가 없이 차갑고도 엄중하게 굳어 있었다. 그 냉기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지만, 성빈은 그 진원지에 함부로 시선을 두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을 그 쪽으로 향하고 있을 뿐, 시선은 공손하게 탁자 위로 내리깔려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의 소파에는 구김살없는 양복 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서는 몇 장인가의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사실 어떤 사무의 서류가 아니라 성빈의 성적과 관련된 각종 서류들이었지만, 그것들을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과 태도는 그런 성적표에 떨어지기에도 과한- 휘하 조직의 성과를 검토하는 임원진의 그것과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샐러리맨이라고 하는 존재들은 그 직장이 어떻건, 직급이 어떻건 잘 차려입은 양복 차림에 언제건 어떤 일이라도 진심으로 임할 준비가 된 반듯한 태도가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런 샐러리맨의 완전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내이기에 외출을 위한 양복 상의는 벗어다 걸어놓았지만, 양복 상의가 없더라도 한 치 빈틈이 없어보이도록 잘 다려진 줄무늬 양복바지와 단단히 채워진 허리띠, 빳빳한 셔츠, 문외한이 보더라도 한 눈에 고급품임을 알 수 있는 넥타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조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그 섬세하고 값비싼 만듦새를 알 수 있는 넥타이핀과 시계 등, 점잖으면서도 세련된 옷차림. 가르마를 단정하게 타 넘긴 검은 머리카락은 뿌리가 조금 희끗했고, 날렵한 인상의 얼굴에는 적지않은 세월이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내려앉아 주름져 있었다.

이뿐이었으면 그는 그저 회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노련하고 경험많은 직장인 중 한 명으로 보였겠지만, 사납고 날카로운 눈매에 담긴 남자의 눈동자에는 마치 불운한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내려다보고 있는 맹수와도 같은 살벌한 기색이 있었다. 그것이 그를 단지 "경험 많은 직장인" 일 뿐 아니라 "시총 670조의 대기업 임원" 으로까지 정의하는 요소였다.

이상한 점은, 그 남자의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동자는 성빈의 그것과 똑 닮은 초록색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녹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길에 실려 있는 기백이 달라, 온유해 보이는 성빈의 눈과 달리 그 남자의 눈은 흡사 천년 묵은 집채만한 독사를 보는 것과도 같은 그런 위압감이 있었다. 그런 눈으로 남자는 마지막 장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고는, 서류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탁, 하고 종이 내려놓는 소리마저 어찌나 차가운지 성빈은 몸서리가 쳐지려는 것을 간신히 눌러참았다.

"양호하구나."

남자는 무뚝뚝하게 말문을 열었다. 교내 중간고사 전과목 만점. 3·4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전과목 만점.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TOEFL 120점 만점. 이외 이런저런 테스트들을 포함한 기타 등등.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자식이 이 정도 성적을 거두어왔다면 온 동네에 잔치를 열었어도 과하지 않았을 놀라운 성취였거늘, 그 성취 앞에서 남자가 보여준 반응은 '간신히 별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요구목표의 최저한도를 달성한' 것을 보는 듯한 정도의 반응이었다.

"네가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마음 잡기로 했다는 것은 이 정도면 잘 알았다."

그 말은 마치 상대방의 노고를 치하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성빈은 그게 아님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어 분자 하나도 미동할 것 같지 않았고, 성빈은 숨을 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업에 성실히 정진한다고 그게 그 사람을 전부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되지는 않는다. 너만큼 공부할 줄 아는 놈들은 강남까지 갈 필요 없이 서울에만 해도 널리고 널렸어.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느냐? 사람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그 사람이 입에 올리는 한 마디, 움직이는 손짓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보는 눈이 많아지기에 그 평가가 더 엄격해진다고 하셨고요."
"그리고 네가 작년에 벌이고 다닌 방종한 행실들을 네게 때 안 묻히고 관두게 하려고 내가 지출한 비용이 얼마라고 했지?"
"...훌륭한 샐러리맨 5명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셨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산층 가정 다섯 호를 1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 금액을 선뜻 너를 위해 지출했다. 왜 그랬을 것 같냐?"
"...제가 아버지의 아들다운 완벽한 학생이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아들. 성빈과 똑같은 눈색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최성빈의 이버지. 신일그룹의 부회장, 최이룡이었다.

725 최성빈 (nSVq7LV/1U)

2021-03-32 (거의 끝나감) 10:19:39

"반만 맞았다."
"...나머지 반이 무엇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네가 완벽한 아들이기를 바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아들이 될 거라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

침묵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차곡차곡 정리된 성적표들 옆에는 다른 물건이 놓여있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파이프였다. 그는 그것을 집어물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연기를 길게 내뿜자 매캐한 독연이 성빈의 목을 살며시 졸랐다.

"신용이 아니라 신뢰다. 무슨 차이인지는 알고 있겠지."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것들로 얻을 수 있는 게 신용이라면, 그런 것들로는 얻을 수 없는 게 신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신뢰에 대해서 자주 하는 말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모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그 누구도 신뢰하지 마라고 하셨었지요."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어기고 너를 신뢰하고 있다. 작년의 뒤치다꺼리를 포함해서 너에게 들여온 양육비나 교육비 같이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것들은, 네게 보내고 있는 신뢰에 비하면 조족지혈만큼의 가치도 없어."

아버지는 독성의 숨결을 내쉬었다. 성빈은 조용히 입을 닫고 그의 나직한 위협을 경청하고 있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뇌옥에 감금당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네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가 내 아들다운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 하나만으로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투자를 너에게 하고 있는 거다. 네 형들과 누나들에게 해왔듯이."

이룡은 나직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얼핏 들으면 졸리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목소리였지만, 목소리에 어린 나직하고 섬뜩한 독기가 성빈의 신경을 날카롭게 긴장시키고 있었다.

"신뢰라는 것이 신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이유는 신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그 위에 말 그대로 한도 없는 신용이 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와 같이 그 오가는 신용의 액수가 훨씬 많은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신뢰에는 더더욱 커다란 무게가 실리는 법이다. 무게는 힘이고, 또한 그에 정비례하는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잘못 다루면 그 신뢰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무거운 족쇄가 돼서 네 목을 잡아챌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신뢰라는 것을 나보다도 훨씬 경솔하고 멍청하게 다루었다. 내 경고를 잊어버리고 시정잡배들에게 함부로 신뢰를 건넸지. 우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미끼에 웃길 정도로 쉽게 덥석 낚여서. 그 대가로 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내가 두 번 상기시키지 않아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네게 충분한 교훈으로 남았으리라 믿는다."

얼핏 들어보면 아들의 삶을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걱정해주는 부모의 말이었지만, 그러나 이룡이 천천히 풀어놓는 그 말에는 성빈을 마비시키고 옥죄는 메시지가 있었다. 허튼 짓 하지 마라. 네 스스로의 의지를 죽여라. 방종이나 일탈은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재단한 대로의 인생을 살아라. 아버지는 나직이, 노골적으로 윽박질렀다.

"저렴한 신뢰를 결코 믿지 마라. 특히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뜬구름잡는 소리로 연막을 치면서 다가오는 것들을 조심해라. 너를 신뢰한다고 말했던 네 그 건방진 친구들이 너를 얼마나 쉽게 배신했는지는 잘 기억하고 있겠지? 그것들이 내민 우정이라는 부도수표는 네 인품이나 네 신뢰에 대한 보답 따위가 아니라, 네가 쥐고 있는 그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그나마도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의 단내를 탐내는 얄팍한 수작질이라는 점을 명심해라."

"내 신뢰의 가치를 증명해라. 최백호의 아들의 삶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라."

"내가 너에게 가치있는 투자를 했다는 것을 증명해라."

726 호랑 - 성빈 (g.Na8MtdlY)

2021-04-10 (파란날) 19:06:04

"하아 하아... 힘들다아..."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어쩌지.. 도게자라도 해야 할까...

매운맛 성빈이 너무 좋아!! 성빈 아빠 무서워서 성빈이 뒤에 숨는 어린 호랑성빈도 생각나고....

727 호랑 - 성빈 (g.Na8MtdlY)

2021-04-10 (파란날) 19:06:08

"하아 하아... 힘들다아..."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어쩌지.. 도게자라도 해야 할까...

매운맛 성빈이 너무 좋아!! 성빈 아빠 무서워서 성빈이 뒤에 숨는 어린 호랑성빈도 생각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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