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빈 부실을 빌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음료수 캔을 조금씩 홀짝이면서 반 친구들 이야기나 별난 선생님 이야기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 그러나 그에게는 이런 조그만 순간들 하나하나가, 당신과 함께 있는 이 작은 순간들이 모두 소중했다. 자신이 이런 것을 소중히 여길 자격이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지만.
눈치껏 좀 길게 내려도 그것 나름대로 좋았겠지만, 오늘의 봄비는 변덕이 심한지 음료수 한 캔을 다 비웠을 때쯤에는 어느샌가 빗소리도 그치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먹구름이 조금씩 걷히기 시작해 먹구름 사이로 생긴 틈으로 햇살까지 한 줌 내리쬐고 있었다. 성빈은 당신의 말에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그렇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당신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선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럼 가자."
하고, 성빈은 당신에게 녹색의 눈길을 돌리며 별 생각 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항상 그러듯이, 산책가자는 말을 들은 커다란 개처럼.
응, 이라는 대답 대신에 가볍게 내밀어준 손을 잡았다. 항상 그렇듯이, 최성빈의 손이 장호랑의 손보다 조금 차갑고, 또 장호랑의 손이 최성빈의 손보다 조금 따듯했다. 그런 온도차이를 좋아했다. 촉감 외에도 더 선명하게 닿고 있다는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바보같이 헤실거리는 미소를 얼굴에 띄운 체 반걸음 정도 뒤에서 따라갔다.
교문을 나서고 집으로 가는 멀지 않은 길의 한 가운데에서는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호랑이 어? 하는 소리를 내고 하늘을 올려다볼 무렵 툭 하고 이마에 커다란 빗방울이 하나 떨어지는 것이 시작이었다.
"헉! 오빠 비온다 비!"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인지, 봄비인지 모를 굵은 빗줄기를 보며 장호랑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로 돌아가기에도, 집으로 뛰어가기에도 애매한 거리이며 아무것도 안 한다는 최악의 선택은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옷과 머리카락이 빗물에 젖어들고 있었다.
찹, 하고 당신의 손은 조금 차갑고 훨씬 커다란 손이 감싼다. 당신의 조그만 온기가 손 안에 머무는 이런 순간이 좋다는 것을 성빈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당신의 헤실거리는 미소를 보며, 그는 얼굴에 마주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며 학교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무슨 조화인지, 교문을 나선 지 어느 정도 지나자 질나쁜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늘의 안색이 다시 표변하기 시작했다. 문득 눅눅한 공기에 하늘을 올려다본 성빈은 언제 햇살이 내리쬐었냐는 듯 다시 시꺼멓게 떡지며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한 구름을 보고 불길함을 예견한 건가 걸음을 약간 빨리하려 했으나, 눈치채는 게 조금 늦어버리고 말았다.
당신의 비온다,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성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재킷의 단추를 툭툭 끌러내어 벗은 다음에 당신의 어깨에 뒤집어씌워 주었다. 졸지에 그는 와이셔츠에 니트조끼 차림이 됐지만, 그는 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본격적으로 빗방울이 다시 후두둑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당신의 손을 꼭 쥐고는 물었다.
어깨 위에 잘 아는 사람의 재킷이 뒤집어 씌워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크게 뜨고 어쩔 줄 몰라하던 자신과는 크게 대비되는 대처. 재킷에 대하여 어떤 말을 하려고는 했지만 손을 꽉 잡고 안남지하도까지 뛰어가자는 말을 어찌나 단호하게 하던지, 홀린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어깨 위로는 사이즈가 큰 재킷을 걸치고, 머리 위에는 책가방 하나를 얹은 체 물 웅덩이를 찰팍이며 최성빈이 이끄는 길 대로 따라간다. 기묘한 고양감과, 주변이 이상하게 조용해지고, 시선은 손을 잡고 이끄는 최성빈에게 고정되며 시야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채도가 한 층 높아진 것만 같은 감각으로 한참을 달렸다.
"후아, 오빠 잠깐만..!"
중간쯤 뛰었을 때는 숨이 차서 속도를 느리고 앞에 가는 사람의 자비를 구하게 되었지만...
조금 그런 느낌일까. 나도 모르게 너부터 먼저 생각해버리고, 엉겁결에 생각보다 손발이 먼저 나가고 마는 그런 느낌. 이상해. 이상하네. 나 조금 이상하지. 너한테 나는 그저 알고 지내는 이웃집 오빠일 뿐인데, 나는 나도 모르게 너부터 생각하고 너에게 이렇게 대하고 있어. 너와 같이 손을 잡고 뛰어가는 이 순간, 물기 먹은 공기들 사이로 부슬부슬 내리는 차갑고 습한 빗소리와, 마치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반짝이는 헤드라이트들과, 신호등들과, 간판의 LED 불빛들로 둘러싸여,
이 세상에 이 빗길과 너와 나만 덜렁 놓여 헤매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정말로 너와 잠깐이라도 이렇게 단 둘이 되어버린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멋대로, 생각을.
당신 생각에 빠져서 익사해버릴 뻔한 성빈을 덥석 붙들어 꺼내어준 것도 당신이었다. 당신이 가쁘게 숨을 고르며 잠깐만, 하고 자비를 구하자, 성빈은 조금 어안이벙벙한 표정으로 멈춰섰다. 그러나 그는 멈춰선 지 1초도 걸리지 않아 자기와 당신이 비 내리는 보도 한복판에 멈춰섰다는 것을 깨달았고,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어서, 당신과 그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처마로 이끌었다. "응, 잠깐 저기서 쉬었다 가자." 꽤 오래되어 보이는 빌딩의 현관이었다. 두 소년소녀가 비를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다행히도 당신은 머리에 쓴 가방과, 성빈이 급히 씌워준 재킷 덕분에 쫄딱 젖는 것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성빈은 벌써 꽤 낭패한 몰골이 되어 있었다. 빗방울을 실컷 맞아 살에 처덕처덕 달라붙기 시작한 와이셔츠라던가, 평소의 부드러운 컬이 들어간 연갈색 머리카락이 한가득 빗물을 먹은 점이라던가, 얼룩덜룩 물방울이 맺혀서 제구실을 못하는 안경이라던가. 빗발이 전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회색 하늘을 처마 아래서 내어다보며, 성빈은 안경을 벗어내리곤 비에 젖은 앞머리를 조금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겼다. 시력이 약간 떨어져 안경을 눈에 달고 사는 사람이 그렇듯이 그는 미간과 눈살을 조금 찌푸렸고, 그렇게 보고 있자니 성빈은 평소의 그 대형견 같은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되었다.
물론, 이내 당신을 돌아볼 때에는 미간과 눈살에 주었던 힘이 부드럽게 풀려서는 평소의 그 온화한 대형견같은 인상으로 돌아왔지만.
거실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다' 는 표현이 그렇게 정확하게 들어맞을 수가 없이 차갑고도 엄중하게 굳어 있었다. 그 냉기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었지만, 성빈은 그 진원지에 함부로 시선을 두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을 그 쪽으로 향하고 있을 뿐, 시선은 공손하게 탁자 위로 내리깔려 있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의 소파에는 구김살없는 양복 바지에, 와이셔츠 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가 앉아서는 몇 장인가의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사실 어떤 사무의 서류가 아니라 성빈의 성적과 관련된 각종 서류들이었지만, 그것들을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과 태도는 그런 성적표에 떨어지기에도 과한- 휘하 조직의 성과를 검토하는 임원진의 그것과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샐러리맨이라고 하는 존재들은 그 직장이 어떻건, 직급이 어떻건 잘 차려입은 양복 차림에 언제건 어떤 일이라도 진심으로 임할 준비가 된 반듯한 태도가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런 샐러리맨의 완전체라고 할 수 있었다. 실내이기에 외출을 위한 양복 상의는 벗어다 걸어놓았지만, 양복 상의가 없더라도 한 치 빈틈이 없어보이도록 잘 다려진 줄무늬 양복바지와 단단히 채워진 허리띠, 빳빳한 셔츠, 문외한이 보더라도 한 눈에 고급품임을 알 수 있는 넥타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조금 집중해서 들여다보면 그 섬세하고 값비싼 만듦새를 알 수 있는 넥타이핀과 시계 등, 점잖으면서도 세련된 옷차림. 가르마를 단정하게 타 넘긴 검은 머리카락은 뿌리가 조금 희끗했고, 날렵한 인상의 얼굴에는 적지않은 세월이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내려앉아 주름져 있었다.
이뿐이었으면 그는 그저 회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노련하고 경험많은 직장인 중 한 명으로 보였겠지만, 사납고 날카로운 눈매에 담긴 남자의 눈동자에는 마치 불운한 사냥감을 눈앞에 두고 내려다보고 있는 맹수와도 같은 살벌한 기색이 있었다. 그것이 그를 단지 "경험 많은 직장인" 일 뿐 아니라 "시총 670조의 대기업 임원" 으로까지 정의하는 요소였다.
이상한 점은, 그 남자의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동자는 성빈의 그것과 똑 닮은 초록색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녹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길에 실려 있는 기백이 달라, 온유해 보이는 성빈의 눈과 달리 그 남자의 눈은 흡사 천년 묵은 집채만한 독사를 보는 것과도 같은 그런 위압감이 있었다. 그런 눈으로 남자는 마지막 장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보고는, 서류들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탁, 하고 종이 내려놓는 소리마저 어찌나 차가운지 성빈은 몸서리가 쳐지려는 것을 간신히 눌러참았다.
"양호하구나."
남자는 무뚝뚝하게 말문을 열었다. 교내 중간고사 전과목 만점. 3·4월 전국연합학력평가 전과목 만점. 수학 올림피아드 금상. TOEFL 120점 만점. 이외 이런저런 테스트들을 포함한 기타 등등.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자식이 이 정도 성적을 거두어왔다면 온 동네에 잔치를 열었어도 과하지 않았을 놀라운 성취였거늘, 그 성취 앞에서 남자가 보여준 반응은 '간신히 별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요구목표의 최저한도를 달성한' 것을 보는 듯한 정도의 반응이었다.
"네가 쓸데없는 짓 그만두고 마음 잡기로 했다는 것은 이 정도면 잘 알았다."
그 말은 마치 상대방의 노고를 치하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성빈은 그게 아님을 본능적으로 잘 알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게 얼어붙어 분자 하나도 미동할 것 같지 않았고, 성빈은 숨을 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업에 성실히 정진한다고 그게 그 사람을 전부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되지는 않는다. 너만큼 공부할 줄 아는 놈들은 강남까지 갈 필요 없이 서울에만 해도 널리고 널렸어.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느냐? 사람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그 사람이 입에 올리는 한 마디, 움직이는 손짓 하나하나가 모두 평가기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일수록 보는 눈이 많아지기에 그 평가가 더 엄격해진다고 하셨고요." "그리고 네가 작년에 벌이고 다닌 방종한 행실들을 네게 때 안 묻히고 관두게 하려고 내가 지출한 비용이 얼마라고 했지?" "...훌륭한 샐러리맨 5명의 연봉을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하셨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산층 가정 다섯 호를 1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뜻이다. 나는 그 금액을 선뜻 너를 위해 지출했다. 왜 그랬을 것 같냐?" "...제가 아버지의 아들다운 완벽한 학생이기를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아들. 성빈과 똑같은 눈색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최성빈의 이버지. 신일그룹의 부회장, 최이룡이었다.
"반만 맞았다." "...나머지 반이 무엇인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나는 네가 완벽한 아들이기를 바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아들이 될 거라고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
침묵이 감돌았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었다. 차곡차곡 정리된 성적표들 옆에는 다른 물건이 놓여있었다. 오래되어 보이는 파이프였다. 그는 그것을 집어물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연기를 길게 내뿜자 매캐한 독연이 성빈의 목을 살며시 졸랐다.
"신용이 아니라 신뢰다. 무슨 차이인지는 알고 있겠지."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것들로 얻을 수 있는 게 신용이라면, 그런 것들로는 얻을 수 없는 게 신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신뢰에 대해서 자주 하는 말을 기억하고 있을 거다." "모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되, 그 누구도 신뢰하지 마라고 하셨었지요." "그런데 나는 그 말을 어기고 너를 신뢰하고 있다. 작년의 뒤치다꺼리를 포함해서 너에게 들여온 양육비나 교육비 같이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것들은, 네게 보내고 있는 신뢰에 비하면 조족지혈만큼의 가치도 없어."
아버지는 독성의 숨결을 내쉬었다. 성빈은 조용히 입을 닫고 그의 나직한 위협을 경청하고 있었다.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뇌옥에 감금당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네가 내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네가 내 아들다운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 하나만으로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투자를 너에게 하고 있는 거다. 네 형들과 누나들에게 해왔듯이."
이룡은 나직하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얼핏 들으면 졸리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목소리였지만, 목소리에 어린 나직하고 섬뜩한 독기가 성빈의 신경을 날카롭게 긴장시키고 있었다.
"신뢰라는 것이 신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이유는 신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그 위에 말 그대로 한도 없는 신용이 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와 같이 그 오가는 신용의 액수가 훨씬 많은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의 신뢰에는 더더욱 커다란 무게가 실리는 법이다. 무게는 힘이고, 또한 그에 정비례하는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데 잘못 다루면 그 신뢰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무거운 족쇄가 돼서 네 목을 잡아챌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너는 신뢰라는 것을 나보다도 훨씬 경솔하고 멍청하게 다루었다. 내 경고를 잊어버리고 시정잡배들에게 함부로 신뢰를 건넸지. 우정이라는 애매모호한 미끼에 웃길 정도로 쉽게 덥석 낚여서. 그 대가로 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내가 두 번 상기시키지 않아도 잘 기억하고 있으리라... 네게 충분한 교훈으로 남았으리라 믿는다."
얼핏 들어보면 아들의 삶을 거칠고 투박한 방식으로 걱정해주는 부모의 말이었지만, 그러나 이룡이 천천히 풀어놓는 그 말에는 성빈을 마비시키고 옥죄는 메시지가 있었다. 허튼 짓 하지 마라. 네 스스로의 의지를 죽여라. 방종이나 일탈은 용납하지 않는다. 내가 재단한 대로의 인생을 살아라. 아버지는 나직이, 노골적으로 윽박질렀다.
"저렴한 신뢰를 결코 믿지 마라. 특히 우정이니, 사랑이니 하는 뜬구름잡는 소리로 연막을 치면서 다가오는 것들을 조심해라. 너를 신뢰한다고 말했던 네 그 건방진 친구들이 너를 얼마나 쉽게 배신했는지는 잘 기억하고 있겠지? 그것들이 내민 우정이라는 부도수표는 네 인품이나 네 신뢰에 대한 보답 따위가 아니라, 네가 쥐고 있는 그 숫자로 매길 수 있는.. 그나마도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의 단내를 탐내는 얄팍한 수작질이라는 점을 명심해라."
"내 신뢰의 가치를 증명해라. 최백호의 아들의 삶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라."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어쩌지.. 도게자라도 해야 할까...
매운맛 성빈이 너무 좋아!! 성빈 아빠 무서워서 성빈이 뒤에 숨는 어린 호랑성빈도 생각나고....
짧은 다리로 용캐 여기까지 뛰어온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찰나, 시선에 잡힌 성빈의 몰골이 성치 못했다.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다 젖어버린 체, 그세 피로가 쌓인건지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 와이셔츠는 젖어서인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고, 제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호랑은 그 모습을 꽤.. 아니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았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숨기지 못 할 사실이었다. 저절로 눈은 성빈에게 고정되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잠깐, 나보다 오빠가 다 젖었잖아!"
다리를 방방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은 으레 보이던 반응. 발 끝을 번쩍 번쩍 들면서 성빈의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어떡해, 하는 걱정어린 말을 내뱉었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쩌지.. 택시라도 부를까?"
// 어쩌지.. 도게자라도 해야 할까...
매운맛 성빈이 너무 좋아!! 성빈 아빠 무서워서 성빈이 뒤에 숨는 어린 호랑성빈도 생각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