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559> [1:1/HL/하이틴 일상] Oh, It's a Long way forward... 001 :: 778

성빈주 ◆PJTz2/yj52

2020-11-03 23:10:19 - 2021-10-05 22:28:10

0 성빈주 ◆PJTz2/yj52 (dToDcSJf9Y)

2020-11-03 (FIRE!) 23:10:19


https://youtu.be/JFpEl6SxJT8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계절을 좋아한단 것만으로
이렇게 누군갈 좋아하게 되는
내가 이상한 걸까요

○ 참치게시판 상황극판의 규칙에 의거, 두 참치의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626 성빈주 (d.0Rm2jGwQ)

2020-11-16 (모두 수고..) 19:26:16

일주일 내내랜다 주말 내내... 정신이 없네 88

627 호랑주 (c/322ufDi2)

2020-11-16 (모두 수고..) 21:53:30

나도 저녁에 올게! 말끔히 나았다니 다행이애 ;v;

628 최성빈 - 장호랑 (1IV2QyVqqM)

2020-11-16 (모두 수고..) 23:21:42

"그래? 난 호랑이가 자고 있는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은데, 호랑이가 싫다면야.."

성빈은 짐짓 삐진 시늉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성빈이 당신을 깨우러 오는 일이 상당히 잦지 않던가. 지금은 저렇게 삐진 척을 해도, 월요일 아침에 당신이 일어난 기색이 없으면 창문 너머에서 당신을 불러올 것이다.

"돈가스 카레로 하자. 어때? 수제 돈가스를 만들어 파는 집이 있는데, 그 집 돈가스를 사다 튀기면 우린 카레만 만들면 될 테고..."

하고 성빈은 당신의 앞에 수저를 놓아주고 자기 수저를 챙긴다. 그는 자기 몫의 스테이크를 썰다 말고, 당신이 스테이크를 큼직하게 잘라서 맛있게 먹어치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얼굴에는 흐뭇한 웃음이 떠올라 있다.

"맛있어? 잘됐다. ...난 호랑이가 뭐 맛있게 먹는 거 보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

629 호랑주 (9Mm81oIolQ)

2020-11-17 (FIRE!) 00:47:00

답레는 내일중에 나갈것 같아 미안해 ㅠㅠㅠ

630 성빈주 (gJwuEdtZfI)

2020-11-17 (FIRE!) 00:51:28

괜찮아. 나도 늦었는걸! 우리 느긋하게 이어가자.

631 장호랑 - 최성빈 (ZHDSCMT/Hw)

2020-11-18 (水) 13:37:03

"아니 싫은 건 아니지만...!"

삐진 척을 하는 성빈의 모습에도 장호랑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팔을 뻗고 손을 꼼지락 거렸다. 생각해보면 깨워주는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 반응하면 싫어하려나.....

"우리집에 튀김기 없어서 프라이팬에 튀겨야 하는데 괜찮아?"

팬에 뭐 하나 튀기려면 들어가는 기름이 엄청 많아서 자주 해 먹지는 않는 조리법이었다. 그렇지만 성빈이가 온다는데 그걸 아낄 마음은 없었고 물어볼 것은 그게 괜찮냐 정도였다. 팬에다 조리하면 기름이 튀기도 많이 튀니까.

"그건 오빠가 너무 착해서 그래. 빨리 먹어!"

부모님 같은 소리를 하는걸 보면 연애 대상으로 보이기는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 번 기대를 안 하지만 매 번 기대를 다시 품게 되는건 짝사랑의 어쩔 수 없는 성격인가보다.

632 호랑주 (ZHDSCMT/Hw)

2020-11-18 (水) 13:37:26

나는야 어제 오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사람..... 매치시오.....

633 성빈주 (gBksiLquxk)

2020-11-18 (水) 22:23:26

대신 쓰다듬어 주겠다. 이리오시오.

634 최성빈 - 장호랑 (gBksiLquxk)

2020-11-18 (水) 22:36:38

"우리 호랑이 오빠 없어도 잘 일어날 수 있지?"

쩔쩔매고 있는 당신에게 성빈은 아예 얼굴에 웃음기를 숨길 생각 없이 싱글벙글한 채로 농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렇지만 오빠는 아침에 호랑이 얼굴 보고 싶으니까, 호랑이만 괜찮다면 깨워줄게."

부드럽게 머리를 삭삭 쓸어주고 나서야, 성빈은 자기 몫의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들고 스테이크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응, 이 정도면 됐네. 혼자 만들어 먹는 것이라면 별 성을 들이지 않고 그냥 대강 익혀서 먹어치웠겠지만, 오늘은 공을 들인 보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성빈은 생각했다. 스테이크의 별난 점은 그것이었다. 그냥 단순하게 고기를 불에다 굽는 건데 정성을 들이고 들이지 않고에 따라 티가 팍팍 난다는 것. 그러다 당신이 프라이팬 이야기를 하자, 성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프라이팬에 낮은 돈까스 망을 받쳐두고 뚜껑을 덮으면 해결될 거야. 우리 집도 보통은 그렇게 해서 먹는걸."

그러면 이제 카레 만드는 법이나 카레 재료 문제만 해결하면, 다음 번에 성빈을 당신의 집으로 초청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성빈은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자른 스테이크 조각을 반찬삼아 밥을 먹던 성빈이, 입에 있는 것을 넘기고는 잠깐 가만히 있다가 당신을 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호랑이한테 이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나라서 다행이야."

635 성빈주 (lBn46.W5Ic)

2021-01-05 (FIRE!) 18:15:37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지만 아직도 기다리고 있으니, 느긋하게 오시오..

636 호랑주 (pOAq9pi6eE)

2021-03-01 (모두 수고..) 10:23:40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지만 돌아와도 될까... (´°̥̥̥̥̥̥̥̥ω°̥̥̥̥̥̥̥̥`)

637 성빈주 (EPSp8kOlKs)

2021-03-01 (모두 수고..) 11:14:25

>>472에서 한 말이 허풍인 줄 아셨소..?
어서와. 잘 돌아왔어.

638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1:23:10

>>637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담... 😭😭😭

변명을 좀 하자면 혐생이랑 가족사랑 얽혀서 숨 돌릴 틈도 없었어.... 아마 앞으로도 예전처럼 밤 세워서 일상을 하거나 잡담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잘 부탁해...!!

639 성빈주 ◆PJTz2/yj52 (jDqlaimWiQ)

2021-03-01 (모두 수고..) 11:34:30

찾았다 인증코드
나야말로 지금 이게 꿈은 아닌지 얼떨떨해. 바로 어제 정주행 한번 해보고 눈물이 핑 돌아서 그냥 잠자리에 누웠는데...
응, 그렇잖아도 혐생 관련해서 고생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다시 한 번 잘 부탁해. 짤막짤막하게 돌리는 것도 익숙하니까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640 ◆Aj7P6WaYUc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1:36:56

인증코드가 이게 맞나? 나도 딱 어제 자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정주행 하고, >>635 보고 레스 올리기로 결심했어. 여러모로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일상은 새로 시작해도 괜찮을까?

641 성빈주 (jDqlaimWiQ)

2021-03-01 (모두 수고..) 11:41:27

인증코드도 맞네. 그러면 어쩌면 호랑주가 정주행하고 있었을 때 나도 정주행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일상은 새로 시작하고 싶다면 새로 시작해도 좋아. 하지만 성빈주가 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돼서 머릿속이 블루스크린 상태라서 3.3 아직 뭔가 생각나는 일상 주제가 없어..

642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1:48:56

그럴 때는 과거의 일상 주제를 다시 꺼내오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정주행하면서 몇개 안 쓴게 있었어!

643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1:55:00

보자..... 잠깐만 3.3

644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1:57:09

>>69 의 4번 봄비에 우산이 없다 시츄
>>174의 2번 누구 집에서 공부하기
>>407의 1번 장호랑 친구가 최성빈을 좋아한다는데. .
>>414 바닷가 별장에 둘이 가기
>>415 얘 최성빈 깔이야!

중에 어떤게 좋아?

645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1:57:20

"우산 없이 나갔다가 봄비를 만난 날"
(창밖에 내리는 중인 봄비를 바라보며 🤔) (이건.. 되나?)

646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1:59:48

어떻게 저걸 다 찾아오셨소. (동공지진)
바닷가 별장은 여름에 돌리기로 했는데 아직 스레 내 계절이나 시간은 4~5월이라고 성빈주가 생각하고 있어서.. 괜찮으려나? >>174도 >>407도 >>415도 좋네(?)

647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2:01:01

>>645 마침 여기도 봄비가 내린다. 무섭게 엄청 내리는 중이지만! 그럼 어떤걸로 할래?

648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2:10:43

>>647 봄비에 우산이 없다/얘 최성빈 깔이야 둘 중에서 결정하지 못하겠어.. 8w8

649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2:35:51

음... 봄비에 우산이 없다로 하자. 그래도 날씨 덕에 결정할 수 있었어.. 날씨 아니었으면 4개 중에서 헤맸을 것 같다 88

650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2:36:30

좋아! 그러면 오랜만에 내가 선레를 써 보일테니 기다려 주시오

651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2:44:40

앗.. 비 맞은 사람은 성빈이로 하고 어디서 만날지 이야기해보려 했는데!!

652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2:47:01

>>651 앗, 그렇게 할래? 호랑주는 지금 나가봐야 해서 그것도 좋을지도...

653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2:50:09

>>652 아, 지금 나가봐야 하는구나.. 혹시 언제쯤 돌아올지 대략적으로라도 알려줄 수 있어?
만나는 지점 같은 경우에는 호랑이가 성빈이네에 놀러왔다가 성빈이네 집에 아무도 없어서, 성빈이 방에서 기다리다가, 방에 호랑이가 있는 줄 모르고 비 맞은 생쥐 꼴로 들어온 성빈이가 호랑이 보고 ˚0˚ 하고 놀란다던가.. 아니면 두 사람이 같이 하교하다가 때아닌 급작스런 봄비를 같이 맞았다던가?

654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3:49:50

>>653 헉 두번째가 더 좋다! 지금 복귀했고 이제 1시간 후면 다시 나가 😇

655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3:57:39

그리고 이번에 나가면 내일 온다!

656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4:12:00

청소 다 하고 이제야 왔어 8w8 공휴일에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고생이 많구나.. 그러면 두번째로 하자. 선레는 내가 쓸까?

657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4:13:23

할 수 있다면! 부탁할게!

658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4:18:48

응, 잠깐만!

659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4:43:37

50분이면 사라진다네....
만약 안 보이면 정말 내일중에 꼭 돌아올거야!!

660 3월 말의 어느 날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4:45:12

3월 말의 봄날은 유달리도 변덕스러웠다.

아침에 등교 채비를 마치고 대문을 열고 나설 때까지만 해도 하늘이 맑고 햇빛이 눈부셔 봄기운이 완연했기에, 당신과 함께 나온 성빈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은 좀 덥겠다. 집에 올 때는 마이는 벗어야겠네." 하고 말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시원하게 불던 봄바람이 복선이었을까 점심시간 때에는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봄비가 후득후득 내렸기에 당신의 반 학우들 중에서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들이 울상이 되었으나, 또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이 하교할 때에는 또 비가 그쳐 먹구름 사이로 제법 하늘이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었다.

당신의 일주일 시간표 중에는 성빈과 종례 시간이 같은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 되면 성빈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당신에게 문자를 보내 어디서 만나서 같이 가자고 하거나, 혹은 당신의 반에 찾아오곤 했다.

"랑아."

당신의 금색 눈동자와 소년의 짙은 녹색 눈동자가 마주칠 때,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그렇듯 익숙하게 따뜻한 미소가 걸렸다. 아직 먹구름이 가시지 않아 음울한 봄의 하늘 아래에서도 소년의 얼굴은 부드러운 온기로 빛나고 있었다.

661 호랑주 (RDI1jaKAVQ)

2021-03-01 (모두 수고..) 14:46:41

안녕!

662 성빈주 (YVlZBeV.eY)

2021-03-01 (모두 수고..) 14:46:56

너무 늦었다아아아8w8!!!
내일을 기다리고 있을게. 굳이 내일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기다릴 수 있으니까 걱정 말고 호랑주 일 잘 끝마쳤으면 좋겠다.
일단 상황은 저렇게 써뒀는데, 뭔가 이 부분은 잇기 힘들어서 고쳐줘야겠다거나 이 부분이 좀더 구체적이었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줘.

663 호랑주 (ehJgKuKXLc)

2021-03-02 (FIRE!) 13:15:41

등장

664 3월, 비, 짝사랑 (ehJgKuKXLc)

2021-03-02 (FIRE!) 14:13:34

전과 다를 것 없이, 창문을 통하여 인사를 하고 등교를 했던 하루. 장호랑 또한 전과 다를 것 없이 수업에는 집중을 하지 않고 창 밖을 보며 언제쯤이야 지루한 수업이 끝날지를 걱정하기만 했다. 지평선을 가리는 산허리 뒤로 시커먼 구름이 조금씩 다가오는 것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비가 내린다는 것은 하교시간 직전이 되어서야 알아버렸고. 여러모로, 너무 늦어서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상태. 친구들을 보내고 청소도 다 끝난 교실 안에서, 장호랑이 입술을 쭉 내밀고 창 밖을 보았다. 여전히 비, 비, 비.
내심은 최성빈이라는 멋진 남자가 우산이 있다고 둘이 달싹 붙어서 가는 상황을 생각하기도 하다가, 랑아 하고 부르는 소리에 퍼뜩 일어나 고개를 돌렸다.

"오빠!"

아무도 없는 시간대에 감사하며 크게 최성빈을 불러보고 쪼르르 걸어나가 바로 앞에 찰싹 붙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성빈의 얼굴을 보다가- 두 손 어디에도 없는 우산의 부재를 발견했다.

"어, 어쩌지 나도 우산 없는데..!"

곁눈질로 창 밖을 보아하니, 금방 끝날 비는 아닌 것 같았다. 시야를 가득 가린 어두운 구름은 저 멀리의 산 너머도 가리고 있었으니까. 단지, 자그마한 바람은 들었다. 날씨도 안좋고 하니까 이대로 비가 그칠 때 까지 같이 있고 싶다고.

665 성빈주 (l5Up3aKEHg)

2021-03-02 (FIRE!) 15:34:32

(집에 갈 때쯤에는 애매하게 그쳤다고 써서, 다시 비 오기 전에 집에 가야지- 하고 둘이서 가다가 갑작스레 다시 내리는 비를 맞게 할 속셈이었다.)

(그러나 호랑주에게 저지당한 힘없는 성빈주..)

666 성빈주 (l5Up3aKEHg)

2021-03-02 (FIRE!) 19:19:44

왔다! 호랑주가 아직도 있으려나.. 답레는 금방 올려둘게!

667 최성빈 - 장호랑 (l5Up3aKEHg)

2021-03-02 (FIRE!) 19:52:29

당신이 그리던 멋진 남자는 틀림없이 당신을 찾아왔다. 그러나 당신의 예상대로 안 된 점이 있다면, 그의 손에도 우산은 들려 있지 않았다는 것. 애초에 오늘 우산을 가져온 아이들이 별로 없는가, 교실을 삼삼오오 빠져나간 아이들도 교사 현관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가, 가방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던가, 돈을 모아 콜택시를 부르거나 아니면 부모님 찬스를 노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날씨는 기가 막히게 맑았고. 일기예보에서도 하루종일 맑을 것이라고 보도했던 것이다. 물론 일기예보는 지금 창밖을 보다시피 멀거니 빗나갔고, 성빈도 사정이 그렇게 다르진 않은 듯했다. 그는 품에 달라붙어오는 당신을 받아안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러게. 이럴 줄 알았으면 우산을 가져올 걸 그랬다."

매점에도 우산이 안 들어왔더라, 하고 덧붙이며 그는 팔에 걸고 있던 가방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따뜻하게 데워진 밀크티 캔을 꺼내 당신의 손에 쥐어주었다. 조금 늦더라니 매점에 뭔가 있나 싶어 들렀다 온 모양이다.

"그래도 조금 기다리면 비가 그칠지 모르니까, 교실이나 아니면 학생회실 같은 곳에서 좀 기다려볼까?"

아니면 택시를 불러도 되니까, 하면서 성빈은 당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다독였다. 글쎄, 어쩌면 그도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가 그치거나 조금이라도 멎을 때까지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있겠다고.

668 호랑 - 성빈 (b2Ek3bJH/w)

2021-03-03 (水) 11:47:25

"그러게, 일기예보 보고 올 걸~"

장호랑은 일기예보를 도통 보지 않는다. 그야 최성빈이라는 멋진 사람이 거의 매일 아침을 깨우러 와주면서, 우산을 챙겨라, 오늘 날이 춥다 정도를 이야기 해 주니 그 정보에 사람에 의존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정작 오늘 일기 예보가 틀렸다는 것은 장호랑이 알기에 요원한 일..

"와아, 고마워!"

두 손으로 밀크티 캔을 받아들이고 한 시의 지체도 없이 손으로 까보려 하지만 틱 틱 하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항상 나오는 패턴이라지, 최성빈이 음료수를 주면 장호랑은 스스로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고, 실패하고, 애처로운 눈빛이나 부끄러운 눈빛으로 최성빈을 올려다 보는 것이다. 그러면 보통, 그 눈빛에 못 이기는 착한 최성빈이 음료를 따주고는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탁을 하는 눈빛이 최성빈을 향해 올라갔다.

"학생회실, 나는 좋은데 우리 거기 마음대로 들어가도 되는거야?"

// 아니야!! 비맞자!! 와이셔츠가 젖은 체로 추워하면서 정자 같은데 피난가자!!

669 성빈주 (SNCAP8dRpY)

2021-03-03 (水) 13:58:37

아, 맞아, 그래... 캔이나 페트병도 못 따는 손이니 토닥토닥이 맞댔지 참..(사망)

670 성빈 - 호랑 (fx4tuJeglo)

2021-03-03 (水) 18:38:16

"일기예보에서는 맑다고 했는데 이러네." 하고 어깨를 으쓱한 성빈은, 당신이 캔을 잡고 애처로운 눈길로 올려다보자 뭔가 빠뜨려먹은 것을 발견한 사람의 멋적은 표정이 되었다. 그는 손을 뻗어서 흔쾌히 당신이 든 밀크티 캔을 딱 하는 작고도 경쾌한 소리와 함께 따서는 당신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는, 결국 당신에게는 어디까지나 착했다. 조금 걱정하는 듯한 당신의 말에, 성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말이 학생회실이지, 회의 안 할 때는 임원들 휴게실에 가까우니까 말야."

물론 해당 상황을 딱히 개선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선배도 임원들이 학생회실을 오용하는 것을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고, 2학년 부회장인 자신도 별 이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회의할 때만 잘 정리해두면 학교에서 뭐라고 태클을 걸지 않는 것도 있었다. 다만, 생각해보면 오늘같은 날이면 학생회 임원들이 너도나도 학생회실에 틀어박혀서 빈둥대고 있을 게 뻔했다. 성빈은 확인을 해보기 위해 학생회 톡방을 열었다.

그러나 톡방에는 마침 학생회장네 집에서 밴을 몰고 왔다고, 임원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학생회장의 메시지가 떠 있었고, 임원들 대부분이 서관 현관으로 나가겠다고 대답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눈치가 보이니 그 밴에 당신을 태워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자기만 밴을 타고 가는 건 더더욱 절대 사절이었기에, 성빈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따로 가겠다'고 톡방에 메세지를 보내둔 뒤에 당신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비 그칠 때까지 잠깐 둘이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거야."

// 그렇다니 날씨가 다시 한 번 거한 낚시를 걸어줘야... 학생회실에서 잠깐 있으면 햇살이 잠깐 비쳤다가, 그걸 보고 나섰더니 다시 학교로 되돌아가기도 애매한 시점에서 비가 다시 쏟아지는 거지..

671 장호랑 - 최성빈 (SRlFnAOV6.)

2021-03-04 (거의 끝나감) 12:19:13

"그래서 오빠가 우산을 못 챙겼구나?"

항상 철두철미한 최성빈이 일기예보 하나를 체크 못 한다는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고, 결국 오늘 우산이 없는 것은 기상청의 탓으로 돌아갔다. 일기예보가 이렇게까지 빗나갈수도 있나? 작은 의문점을 가지다 밀크티를 받아들이면 그런것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고마워! 라는 한 마디를 한 뒤에 한 모금 마셔보면 달고 부드러워서 역시 맛있었다.

학생회실로 가도 되겠다는 성빈의 의견에는 홀린듯 고개를 끄덕이고, 최성빈의 뒤를 따라갔다. 학생회실 안에는 아늑한 쇼파와 테이블, 간단한 간식거리들과 마실 것이 구비되어 있었는데 구미를 당길만한 것은 없고, 그저 구색 맞추기 정도의 수준이었다. 장호랑은 학생회실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우와 나 학생회실 처음 와봐! 하는 감탄사를 내며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조심스럽게 쇼파에 등을 기대었고 창 밖을 보았다. 조금씩 비가 그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672 성빈주 (E4gNN332gQ)

2021-03-06 (파란날) 13:25:39

그아악... (시체) 이틀 동안 눈코뜰 새 없어서 갱신 한번 똑바로 못했습니다.. 답레.. 금방 써오겠습니다..

673 호랑주 (E49Ez66rN.)

2021-03-06 (파란날) 14:02:34

>>672 아냐 아냐! 편하게 써줘!!

674 최성빈 - 장호랑 (E4gNN332gQ)

2021-03-06 (파란날) 14:46:21

당장 기상청 SNS를 켜보면 쏟아지는 항의에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어쩌랴. 기상청 측에서도 이변이라 할 만한 저기압의 급격한 변덕 때문이었는걸. 그래도 시기로 따지면 봄비가 올 때가 되긴 했다. 이 봄비가 멈추고 비거스렁이가 다 불어가고 나면, 비로소 따뜻한 봄날이 시작되겠지. 복장 규정이 춘추복으로 바뀌고, 꽃들이 피어나고. 당신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꽃놀이를 갈 날이 머지 않았다. 그리고 이 3월의 끝자락을 적시는 봄비 덕에, 당신은 이 소년을 조금 더 독점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학생회실은 언제나와 같은 모양이었다. 구색맞추기용으로 진열해둔 장식품에 가까운 간식들과, 구석에 놓인 작은 냉장고-보통 차기가 바쁘게 비워지곤 하는-, 예술부장이 가져다놓은 이런저런 만화책들, 학생회장의 고상한 취미가 반영된 플루프 인형 같은 게 놓여 있는 일종의 아지트. 소년이 속해 있는 곳들 중 하나였다.

당신이 소파에 기대어앉자, 성빈 역시도 자연스럽게 당신의 옆자리에 천천히 걸터앉았다. 창밖의 비는 어느샌가 그 기세가 한풀 꺾여 있었다. 성빈도 그게 보였는지, 당신에게 나직이 말을 건넸다.

"생각보다 얼마 안 있어도 될 것 같다."

삼월 말의 비 오는 날, 느긋한 오후. 침침한 조명 아래, 나직이 비 내리는 소리 가운데, 당신과 그뿐이었다.

675 장호랑 - 최성빈 (PwNDCvdtwQ)

2021-03-07 (내일 월요일) 14:33:10

"응!"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비가 개인 직후의 날이라면 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물 웅덩이를 조심스레 걸어가거나, 아니면 길이 좁아서 뒤를 졸졸 따라가거나. 그런 일들을 상상하면서 다리를 흔들고 잡담을 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오빠, 이제 비 안 내리나봐."

창 밖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최성빈의 시선을 유도하고는 읏챠! 하는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일어선다. 하교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676 호랑주 (J.kXmtWaNI)

2021-03-10 (水) 1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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