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559> [1:1/HL/하이틴 일상] Oh, It's a Long way forward... 001 :: 778

성빈주 ◆PJTz2/yj52

2020-11-03 23:10:19 - 2021-10-05 22:28:10

0 성빈주 ◆PJTz2/yj52 (dToDcSJf9Y)

2020-11-03 (FIRE!) 23:10:19


https://youtu.be/JFpEl6SxJT8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계절을 좋아한단 것만으로
이렇게 누군갈 좋아하게 되는
내가 이상한 걸까요

○ 참치게시판 상황극판의 규칙에 의거, 두 참치의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257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1:59:16

"응."

좋음과 좋아함. 같은 단어에서 피어난 다른 말.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퍽 다른 그 두 가지 단어가 한 사람에게 겹쳐 있었다. 당신이 머리카락을 마음껏 매만지게 둔 채로, 성빈은 가만히- 자신의 그 두 가지 단어를 모두 가져간 한 햇살같은 색의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깐 당신에게 눈을 두다가, 성빈은 죽그릇으로 손을 뻗었다. 뚜껑을 열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잠이 조금 길어졌으면 죽을 다시 데워야 했을 것이로되, 그릇 표면을 만져보니 다행히도 죽은 그럭저럭 적당히 먹을 만한 온도까지만 식은 것 같다. 전복죽을 사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쩌면, 그는 정말로 전복죽을 사왔다. -하긴, 함께 지내온 세월이 있으니 입맛도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 죽을 저으며 첫 숟가락을 뜨려던 성빈은 당신이 건넨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없나 보다.

"아침을 조금 늦게 먹었거든. 괜찮아."

하며 성빈은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리곤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혹시 너만 먹는 게 마음에 걸리면, 얼른 나아서 내일 저녁은 같이 먹자. 그래줄 거지?"

258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00:30

애프터 잡는 실력 수준급

259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01:07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혹여나 랑이가 미안해할까 봐 마지막 줄에 뻔뻔하게 굴어봤어 uu

260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01:40

>>>애프터 잡는 실력 수준급<<<

어 아니 그게
랑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261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02: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음 일상은 저녁 못 먹고 성빈이가 뻗나요?

262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06:40

>>261 상황 설정 실력 수준급
음... 뻗을까 말까... 성빈이같은 경우는 에이 아니겠지+랑이 간호해줬다가 내가 아프면 랑이가 미안해할 텐데 하는 마인드로 몸 컨디션 안 좋은거 현실부정하면서 뻗대다가 거하게 쓰러지는 것도 해볼 만한데(무리수

263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07:29

>>262 그래서 괜찮은 척 했다가 픽 쓰러져서 문자 답장 안 하고 커튼도 쳐져 있어서 몰래 넘어가본 호랑이가 호들갑 떠는거 맞지?

264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13:09

"그래도 같이 먹는게 좋은데..."

손가락을 꼬물락 거리다가 나중에 같이 저녁을 먹자는 말에 응! 하고 밝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서 잡은 약속이니까 어디 잊어버리지 않도록 적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핸드폰에 일정을 잡았다

[성빈오빠랑저녁먹기]

그게 성빈이 문자기록이었다는 점이 약간 흠이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여력이 있지는 않았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어지럽고 추웠으니까. 이불을 걷고 상체가 공기와 닿자 갑자기 오한이 들어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 쓰고 먹기는 불편하니까, 그리고 아파서 정신 없으니까 라는 핑계로

"아-"

저번처럼 또 입을 벌리고 떠먹여주기를 기다린다.

265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27:20

"다 나으면 먹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기."

흡사 손아랫동생을 얼러주는 친오빠 같은 태도다. 막내로 태어나 꽤 응석쟁이로 자랐을 성빈이 제법 의젓하고 말쑥한 모습으로 큰 데에는 당신의 존재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는 반듯이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가, 죽그릇을 내려두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쿠션 두어 개를 찾아내서는 당신의 베개 아래 끼워넣어 당신의 상반신이 비스듬하게 올라오도록 받쳤다.

"그렇게 반듯이 누워서 먹다가 목에 걸리면 큰일이니까. 누워서 먹다 사레들리면 엄청 아프다구..."

경험담마냥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본인이 봤거나 겪어본 모양이다. 성빈은 그제서야 죽그릇을 들고, 한 숟가락 떠서는 "자, 아-" 하고는 당신의 입에 죽이 담긴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266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46:57

"네에."

대답을 길게 하고는 상대가 해주는 대로 각이 세워진 침대 위에서 상체의 자세를 잡았다. 어쩌다가 몸살인지 아픈 것 자체는 싫었지만 이런 일들이 뒤따라 온다면 한 달에 하루는 아파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일주일에 하루도 괜찮아.

당신이 내밀어주는 죽을 잘 받아먹었으나 입에서 씹는 시간이 길어서 겨우 반쯤 먹었을 때에 죽은 다 식어버렸다. 식은 죽은 맛도 별로였고, 배도 꽤 찼기 때문에 장호랑은 이제 배부르니까 그만 먹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아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던가 싶더니

"주말에 미안.."

갑자기? 라는 말이 나올 만큼 뜬금 없었지만 지금 막 든 생각이 그것인데 어쩔 수 없었다. 오빠도 따로 하고 싶은거 있었을 텐데... 밥도 못 먹고....

267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59:57

아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냈으면 성빈은 아프지 않아도 이렇게 해줄 테니 굳이 아플 필요 없다고 펄쩍 뛰지 않을까. ─성빈은 당신을 뭐라고 딱 한 마디로 정의하지 못했다. 소꿉친구, 친한 동생, 사랑스러운 아이, 내게 있어 당연하고 소중한... 그러니까, 친분이라거나 친근 같은 말로는 성빈에게 있어서의 당신을 쉽게 정의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단어를 가져다대자면 소중일까.

그렇지만 그렇게 소중한 당신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야. 초록색 눈동자 뒤편에서 뭉클뭉클 일렁이는 까만 그림자를, 성빈은 당신이 그것을 보지 못하도록 조용히 씹어삼켰다.

"미안하다니."

대신에 그는, 죽그릇 뚜껑을 덮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랑아.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네 옆에 있을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성빈은 조금 머뭇대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럴 때 네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기쁘니까. 미안해하지 마."

그러면서,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려 했다.

268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3:23:40

"항상 그렇게 상냥한게 좋아."

무심결에 그렇게 말을 해버리고는 성빈을 빤히 바라보다가 흐응 하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다행인 점은 이미 열 때문에 얼굴이 빨개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질 일이 없다는 점일까.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에 문득 문득 닿는 피부가 조금 전 보다 미세하게 더울 수는 있겠다.

"...이제 약 먹고 잘래... 졸리다. "

살짝 웃고는 도주를 선택했다. 잔다고 하면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방금 한 말이 자꾸 생각나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269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3:37:31

성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당신을 좀더 상냥한 손길로 쓰다듬었을 뿐이다. 그 손은 이내 거두어졌고, 성빈은 아까 당신의 방 구석에 놓아두었던 약국 봉투에서 약갑 하나를 꺼내 알약울 한 알 톡 뜯어서는 손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입가로 가져갔다. 당신이 그것을 받아삼키면, 그는 곧 이온음료 페트병의 뚜껑을 뜯어서 당신의 입가에 가져다줄 것이다.

"응, 이거 먹고... 푹 자. 자고 일어나면 한결 가뜬해져 있을 거야."

성빈은 당신을 쫓아오거나 붙들려 들지 않았다. 그저 당신이 함께 있어주는 것... 그것만으로 족했으니까. 더 욕심낼 이유도 없고, 욕심낼 수도 없다. 욕심내기엔, 두렵기도 하고.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된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어그러질까 봐. 성빈은 다시 당신의 머리를 삭삭 쓰다듬어 주다가, 다시 당신의 침대 머리맡에 팔짱을 끼곤 상반신을 기댔다.

"잘 자."

270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3:38:40

호랑이 넘모 사랑스러운...

271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3:38:45

거기서 자는건가요? 🤔🥰

272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3:41:12

물론 곁잠입니다🥰

어... 어디까지나 옆집 동생이 아프다니 신경이 쓰여서 못 떠나는 것뿐이라구못 떠나는 게 당연하잖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랑이가 아파하고 있는데.

273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3:43:21

아무튼... 성빈주의 연료게이지 잔량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 다음 일상은 해 뜨고 시작해도 괜찮을까? @@

274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3:44:44

나와 함께 해 뜨는걸 보자던 약속은 어디로 하고!!

물론이지 시간 늦었다 어서 자!

275 성빈주 (EvOXjjD8Yo)

2020-11-07 (파란날) 03:45:40

앗, 그랬었지. 미안해, 호랑이가 너무 귀여워서 깜빡 잊고 있었어 (몬스터에너지 오픈)

276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3:46:39

그 몬스터 버리시오 어서 주무시오!!!!!

277 성빈주 (cgBbkW04ig)

2020-11-07 (파란날) 03:49:42

오늘 불금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한 것은 자고 일어나서 몽롱한 정신으로 애교 2백배가 된 성빈이로 갚아드리겠습니다... 깨꼭.

278 성빈주 (cgBbkW04ig)

2020-11-07 (파란날) 03:50:07

아. 그렇지. 랑이주도 잘 자. 좋은 꿈 꿔.

279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3:51:05

잘 자~

280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4:07:56

"응."

평소에도 낑낑거려야 딸 수 있는 음료수 뚜껑이기에 이런 세세한 배려가 고마웠다. 장호랑은 약을 받아 먹고, 이온음료를 쭉 들이킨 다음 후 하고 막힌 숨을 뱉었다.

"... 여기 있게?"

잠을 자기 위해 머리 밑에 베개들도 빼고 무거운 머리를 뉘이니 머리맡에 성빈이가 기대어 누워 있었다. 불편할 텐데. 빤히 그의 뒷통수를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뻗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약기운 때문인지 잠이 슬슬 오기 시작해서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다가 마지막 욕심을 내지 못 하고 잠들어 버린다. 잘 때 까지만 손 잡아달라고 할 걸. 아니면 가기 전 까지만. 아니면 일어날 때 까지만....

281 호랑주 (bFkBD8/9O6)

2020-11-07 (파란날) 15:20:42

갱신~~

282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5:32:48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

대답하는 데에는 잠깐의 공백이 필요했다. 혼자 두고 싶지 않은 건 날 말하는 걸까, 널 말하는 걸까. 아무래도 상관없겠다.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같이 있고 싶었다. 네가 그러기를 바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응..." 하고, 당신의 손길이 머리카락에 닿을 때 소년은 긍정의 추임새인지 잠꼬대로 하는 신음소리인지 모를 희미한 소리를 내고는 눈을 꾹 감았다.

당신이 잠에 까무룩 빠져들 때에는, 손등 위에 무언가 따스하게 덮이는 것이 있었다.

283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5:33:00

집안일 끝내고 이제 왔어 88

284 호랑주 (bFkBD8/9O6)

2020-11-07 (파란날) 15:35:08

어서와~ 나는 잠깐 있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올 것 같아!

285 호랑주 (bFkBD8/9O6)

2020-11-07 (파란날) 15:35:39

슬슬 마무리 하고 새 일상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286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5:38:32

저녁이로구나. 알았어! 집안일 하고 피곤한 참인데 낮잠 한 숨 자둬야겠네.
응, 그렇지 않아도 내심 마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잠깐 있는다고 했으니 그 동안 일상 주제를 이야기해둘까.

역시... 그거지? (성빈이 힐끔)

287 호랑주 (bFkBD8/9O6)

2020-11-07 (파란날) 15:42:58

그거...? (성빈이 봄)

288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5:58:49

저녁 먹자고 했는데 이번엔 성빈이가 앓아눕는 거요 ^q^

그게 아니라면 다른 상황들도 있어! 좀더 평범하게 동아리를 찾아다닌다던가, 아니면 학교 점심시간에 만나서 같이 식사한다던가?

289 호랑주 (/ovAu96ysE)

2020-11-07 (파란날) 16:19:08

>>288 급식 같이 먹자!!

290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6:27:52

>>289 그게 마음에 들었구나! 그럼 이따 저녁에 호랑주 오면 그때 그걸로 돌리자. 언제쯤 와?

291 호랑주 (MXSOlbKHtM)

2020-11-07 (파란날) 17:20:02

>>290 11시 쯤ㅜ

292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7:55:45

엑... 무슨 일이 있길래. 응, 쉬면서 찬찬히 기다리고 있을게.

293 호랑주 (MXSOlbKHtM)

2020-11-07 (파란날) 17:57:55

선레는 내가 미리 써두는 편이 좋을까?

294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8:17:40

앗 있었구나... 저녁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니, 선레는 지금까지 호랑주가 많이 써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쓰고 싶은데 괜찮을까?

295 호랑주 (MXSOlbKHtM)

2020-11-07 (파란날) 18:18:15

좋아 좋아! 저녁에 기다리고 있을게!

296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18:27:44

곧 있으면 저녁을 먹게 될 것 같은데, 저녁을 먹고 천천히 써둘게!

297 최성빈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20:57:44

피곤하다... 어째서인지 성빈은 그렇게 느꼈다. 어젯밤에 잠을 설친 것도 아닌데, 왜인지 오늘 등굣길에 옆집의 소꿉친구 동생을 배웅해 주고 나서부터 왜인지 모를 무력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이 되어 필기를 하는데, 하얀 것은 배경이고 까만 것은 글자인데 자기가 지금 뭘 읽고 받아쓰고 풀고 있는지도 모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떠드는 것도 어째서인지 건성이 되었고. 몇몇 친구들이 성빈을 보면서 쟤 봄 타나 보다, 하고 웃는 것도 어 그래, 하는 초점없는 대답으로 흘리고 말았다.

왜인지 모를 탈력감은 점심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오는데도 가시지 않았다. 밤새 협곡에서 청춘을 불태우고 1교시부터 내내 잠들어 있던 바보도 점심시간이 가까워오면 본능적으로 깨어나 급식을 누구보다 빨리 받아올 준비를 할 만큼, 점심시간이라는 것은 뭇 학생의 비타민제라 불리는 법인데 이상하게도 성빈은 힘이 없었다.

4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반장의 구령에 따라 경례를 마치자마자 성급한 아이들이 교실 밖으로 쏟아져나간다. 성빈은 원래같았으면 그 대열의 상대적으로 한적한 후미에 마음 편하게 따라붙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만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저, 핸드폰을 꺼내서는

{ 랑아 ]

하고, 메신저로 당신을 한 번 불러볼 뿐이다.

298 장호랑 - 최성빈 (bQ6wXeHfJk)

2020-11-07 (파란날) 22:37:35

학창생활의 꽃은 점심시간! 신이 나서 급식을 먹으러 가려던 장호랑의 발길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짝사랑 상대의 문자 메시지 하나였다. 별 것도 아니고 그냥 문자 하나에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교실에 남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면 이해받기 힘든 행위겠지.

[ 😮 ]
[ 왜? ]

갑자기 이렇게 이름을 불릴 일이 생겼나?

299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22:47:09

성빈이 자신의 행동을 자각한 것은 당신의 대답이 돌아온 직후였다. 성빈은 당신의 응답 두 마디가 찍힌 메신저 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를 어쩌지. 성빈은 잠깐 침묵했다. 그냥 불러 봤어, 따위의 말을 할 성격은 못 됐다. 그렇지만 곧이곧대로 왠지 쓸쓸해서 불러 봤어, 라는 따위의 말은 더더욱 할 수 없다.

바보같네.

성빈은 문득 자기를 돌아보고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핸드폰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 점심 같이 먹을래? ]
{ 그냥 같이 먹을까 해서 :) ]

300 호랑주 (tgEru7CdQg)

2020-11-07 (파란날) 22:54:44

왜 {] 였나 했더니 메시지 꼬리였구나! ㅋㅋㅋㅋㅋ

301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23:06:55

정답! ㅋㅋㅋㅋㅋㅋ

302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23:26:03

"앗, 좋아..."

점심을 같이 먹자는 메세지에 자연스럽게 입으로 말을 흘리다가 홱 홱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끔 말 없이 뒤에서 지켜보는 친구가 있더란 말이지.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한 사이지만 아주 들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 좋아😊😊}
[ 어디서 봐? 오빠 반 앞에서? }

303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23:26:38

쓸쓸하면 불러다가 끌어안으면 될 텐데 숫기가 없어서는 떼이잉

304 성빈주 (QV9Z3uC9tU)

2020-11-07 (파란날) 23:49:38

그런 짓을 하면 호랑이가 고장나잖아요... 88

305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23:53:44

그치만 성빈이는 행복해할거잖아요 히힉

306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23:55:35

이미 유명할 대로 유명한 사이... 라고 해도, 왜인지 성빈은 자기 자신에 대한 다른 이들의 관점과 이야기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다. 개의치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그리로 의식을 돌릴 줄을 모른다고 해야 하나, 아예 그런 게 존재하는지 모르는 것 같기도 했다.

{ 매점이나 ]
{ 아니면 옥상에서? ]
{ 어디든 ]

{ 오늘 메뉴도 그닥이잖아 ]

오늘의 급식 메뉴가 어느 정도냐 따지자면,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그냥 평소의 그런저런 메뉴랄까. 국이 좀 구리긴 했지만, 급식 메뉴야 뭐 매일마다 한 군데씩 구린 구석이 있으니까.

성빈이 정말로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은, 왜인지 쓸쓸한 하루와, 이런 쓸데없는 쓸쓸함을 느끼는 자신이었다.

{ 내가 살게 ]

307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23:56:32

지금의 성빈이한테는 감정적인 억제기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으니까 말야... 그러니 친밀도를 팍팍 올려서 이 범생이를 함락시킵시다!

Powered by lightuna v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