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6243559> [1:1/HL/하이틴 일상] Oh, It's a Long way forward... 001 :: 778

성빈주 ◆PJTz2/yj52

2020-11-03 23:10:19 - 2021-10-05 22:28:10

0 성빈주 ◆PJTz2/yj52 (dToDcSJf9Y)

2020-11-03 (FIRE!) 23:10:19


https://youtu.be/JFpEl6SxJT8

이름이 맘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계절을 좋아한단 것만으로
이렇게 누군갈 좋아하게 되는
내가 이상한 걸까요

○ 참치게시판 상황극판의 규칙에 의거, 두 참치의 합의하에 세워진 1:1 스레입니다!

218 호랑주 (GrnyKAVFjM)

2020-11-06 (불탄다..!) 21:52:48

어서와~ 밤... 샌다!!!

219 최성빈 - 장호랑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1:57:52

"아닌데. 랑이 이마 엄청 뜨거운데."

상냥한 걱정을 담은 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나직이 깔린다. 당신은 마침 침대에 누우려고 상반신의 무게균형을 뒤로 기울이려고 했으나, 성빈이 한 발 더 빨랐다. "다시 눕자." 하는 소리가 당신의 귓전에 닿았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는, 성빈의 팔뚝 정도가 아니라 상반신이 한꺼번에 당신의 품에 안겨들어 있었다. 아니, 당신이 성빈에게 안긴 꼴이다.

바깥의 아직 찬 봄바람을 정통으로 맞아야 했던 손끝과는 달리, 성빈의 몸뚱이에는 당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서둘러 움직이면서 달아오른 체온이 고스란히, 두터운 초봄 외출복 아래로 느껴지는 성빈의 탄탄한 상반신에 따뜻하고 포근하게 남아 있었다. 성빈은 당신을 온 상반신으로 폭 끌어안은 채로 당신을 다시 침대에 뉘었다. 그때, 아래층에서 전자레인지가 조리를 끝냈다는 삑삑거리는 알람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랑아. 이거 놓고...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어? 금방, 금방 돌아올게."

220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1:59:18


불금의 첫 포문은 화끈하게 열어드립니다, 당신의 심장에 석양이 진다 빵빵빵

221 호랑주 (GrnyKAVFjM)

2020-11-06 (불탄다..!) 22:05:59

^q^

222 호랑주 (GrnyKAVFjM)

2020-11-06 (불탄다..!) 22:07:03

^Q^

223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2:08:31

왜 그래...?!

224 호랑주 (GrnyKAVFjM)

2020-11-06 (불탄다..!) 22:10:34

좋아서 그러지 ^ㅠ^

225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2:13:07

오늘도 늦었는데, 그래도 기다린 만큼 기쁘게 해줄 수 있었다면 다행이야. 답레는 천천히 가져와 ^p^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226 장호랑 - 최성빈 (GrnyKAVFjM)

2020-11-06 (불탄다..!) 22:25:58

"........."

팔 정도를 끌어안고 만족할 요량은 생각치도 못 한 기습에 새하얗게 지워지고야 말았다. 몸 전체를 끌어안겨지자 어지럽던 머리에 다시 핑 하고 혈류가 돌며 몇 배는 어지러운 기분이다. 병기운을 변명삼아 더듬 더듬 이불 아래로 팔을 뻗어 성빈의 몸을 두른 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심장소리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기 위해서인듯 입도 눈도 세게 꼭 감았다.

"안 돼. 여기 있어."

힘을 주어 성빈을 더 단단히 끌어 안았다. 그래봐야 원래 쪼그맣고 지금은 몸도 안 좋은 상황이라 성빈이가 뿌리친다면 맥 없이 풀려나겠지만.

227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2:33:25

이걸... 이걸 어떻게 풀어요... ^p^ 죽먹이고 약먹이고 해야 되는데 없는 염력이라도 써야 되나...

228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2:35:02

관전하시는 참치 여러분께 공지드립니다. 송구하오나 이 두 사람은 정식 커플이 아니라 삽질중인 쌍방 짝사랑이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229 최성빈 - 장호랑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2:51:30

당신의 응석 한가득 담긴 팔은, 성빈이 조금만 힘을 주면 금방 떨어져나가고 말 것이다. 물리법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이론상으로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모를 한 가지 사실은, 당신은 성빈에게 있어 어떤 예외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당신의 손길에는 얼마 안 되는 물리적인 제재력보다 훨씬 강한 결속력을 지닌 욕심이 담겨 있었고, 성빈이 함부로 당신의 팔을 떨쳐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었다. 옆구리에 감긴 당신의 팔에 담긴 온기에서, 품안에 놓인 당신의 몸에서 전해지는 맥박에서 느낄 수 있는.

성빈은 당신의 속박을 풀기를 포기했다.

"─응. 계속 이렇게 있어줄게..."

당신을 품 안에 안은 채로,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살살 다독이며 쓰다듬기 시작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좀더 어릴 적, 서로가 서로에 대한 '거리감' 이라던가 '체통' 이라던가 '사랑' 같은 것에 좀더 둔감하던 옛날, 성빈은 종종 이런 식으로 당신을 꼭 끌어안아서 재우곤 했다. 훨씬 더 솔직하면서도 훨씬 더 순진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었던 그때처럼 그는 당신을 보듬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널 두고 어디 멀리 안 가니까. 절대로."

// 결국 재우기 시도

230 장호랑 - 최성빈 (R90wc9m0bY)

2020-11-06 (불탄다..!) 23:15:41

미안 좀 늦는다 ;-;

231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3:22:30

괜찮아! 기다리는 건 자신있거든... 호랑주 볼일 있으면 다 보고 천천히 써줘.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면 혹시 내가 답레를 대답하기 난감하게 줘서 오래 걸리는 거면 말해줘! 내용을 조율할 수 있으니까.)

232 장호랑 - 최성빈 (R90wc9m0bY)

2020-11-06 (불탄다..!) 23:31:41

"응."

듣고 싶어하는 말을 그대로 해주는 탓에 호랑은 꿈을 꾸고 있나 착각할 지경이었다. 생각을 어디 멀리로 전개할 힘이 없는 탓에 상대방이 하는 말의 뜻을 해석하거나, 행동의 맥락을 짚을 필요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에서 머무르고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호랑이는 조금 더 성빈의 품 안에서 부시럭 대다가 작은 말을 남기고는 얼마 못 가 잠에 빠지고야 말았다.

"맨날 아팠으면 좋겠다."

성빈의 몸에 두른 팔에는 힘이 스르륵 빠졌고 머리는 자연스럽게 베개 위로 굴렀다. 작게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성빈에게 들려오고, 이불 아래로 조금씩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잠에 들어서, 이제 어디 가더라도 잡지 못 한다.

233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3:37:30

...호랑이 재워놓고도 죽 가지러 못 갈 것 같은데!

234 호랑주 (R90wc9m0bY)

2020-11-06 (불탄다..!) 23:42:02

계속 이렇게 있어줄게

말의 무게를 느껴라 최성빈!

235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3:43:32

어디 멀리 안 가니까 = 잠깐은 갔다올 수 있음
이라고 구멍을 만들어놓긴 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죽 가지러 갔다오면 그새 깬 호랑이가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쏘아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236 호랑주 (R90wc9m0bY)

2020-11-06 (불탄다..!) 23:44:21

거짓말쟁이라고 돌아누워서 죽도 안 먹는 그 루트 맞지?

237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3:46:43

(((뜨뜨뜨끔))) (숟가락 들고 호랑아 아아~ 하면 풀리지 않을까 싶었던 안일한 성빈주)

238 호랑주 (R90wc9m0bY)

2020-11-06 (불탄다..!) 23:52:56

호랑이는 그렇게 쉬운 여자가 맞습니다

239 성빈주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3:56:46

다이스갓님 어쩔까요.

.dice 0 1. = 1

240 최성빈 - 장호랑 (Qi8ZnFSpwg)

2020-11-06 (불탄다..!) 23:59:26

당신의 꿈과 현실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자, 성빈은 당신의 머리와 팔이 베개와 침대 위로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조심스레 바로잡아 준 다음에 이불을 푹 덮어주었다. 그리고 당신의 이마에 얹어놓았던 손의 냉기가 가시기 전에, 아까 봉지에서 꺼내놓았던 해열용 쿨패드를 뜯어서 당신의 이마에 조심스레 착 붙였다. 뇌는 열에 약하니, 몸에서 열이 날 때 머리의 열을 잡아주는 것을 게을리하면 안 되니까.

당신이 여전히 잠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성빈은 몸을 일으켰다. 당신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성빈은 향수 냄새가 옅게 묻어 있는 자신의 외투를 당신의 이불 위에 겹쳐서 덮어주었다. 잠깐이면 되니까. 그는 당신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움직였다. 1층의 전자레인지까지 내려갔다가, 따뜻하게 데워진 죽그릇을 쟁반에 받쳐들고 스프 떠먹는 숟가락과 함께 다시 당신의 방으로 올라오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당신의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아직 잘 자고 있으려나? 일단 가져다놓고. 깨면 먹여야지.

241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0:03:48

.dice 0 1. = 1

242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0:03:59

243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0:05:25

다이스도 똑같이 1이네... ^q^

244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0:23:57

그런 성빈이의 노력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장호랑은 성빈이 나갔을 때와 다른 것 하나 없이 푹 자고 있었다. 봄의 조용한 공기와 좋아하는 사람의 냄새가 가득한 코트. 성빈이 문을 열 때에 살짝 실수하여 평소처럼 소리를 냈다고 해도 뒤척임 조차 없었을 것이다. 자고 있는 장호랑은 별 달리 꿈을 꾸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편안하게 푹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이렇게 병문안을 와준 적이 있던가. 훨씬 더 철 없을 적의 이야기 같지만...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저절로 눈이 떠졌고 약속한 대로 성빈이는 어디 간 적이 없었다. 단지, 뿅 하고 눈에 안 보이던 죽을 들고 왔을 뿐이지. 아니면 들고 오는 걸 못 봤던가.

"죽 진짜 사왔네... 고마워."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음량이 작고 목소리가 탁하다는 점이 달랐다. 흠칫, 내 놓고도 놀랐다.

245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0:24:17

깰 때 까지 성빈이는 무엇을 했나가 궁금합니다

246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0:25:31

곧 써드리겠습니다

247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0:37:05

방으로 돌아왔을 때도 당신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성빈은 이내 그냥 당신의 침대 옆에 숫제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먹을 사람이 잠들어버렸으니,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성빈은 죽그릇의 뚜껑을 닫아놓았다. 어차피 전자레인지 안에서 절절 끓을 만큼 뜨거워져 있던 죽이니 오히려 한동안 놔두는 게 더 좋을 성싶다. 성빈은 물컵과 물병, 그리고 죽이 놓인 쟁반을 당신의 침대 머리맡 선반에 올려두었다. 그리곤 당신이 침대에 걸터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면 늘 하듯이, 그는 당신 침대의 머리맡 옆에 팔짱낀 팔을 올려놓고는 그 위에 머리를 얹었다. 흡사 바닥에서 두 손끝이랑 머리만 침대에 얹어두고 주인을 빤히 바라보는 커다란 개처럼.

그런 채로, 성빈은 곤히 잠든 당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성빈의 머리를 스쳤다.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깨어 있는 당신에게 절대로 맨정신으로는 할 수 없을 말을,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입 속으로 조용히 되뇌어보는 것. 그뿐이다.

저기, 랑아,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내 일상의 한 조각이라기엔 네가 내 마음 속에 너무 크게 박혀 있는 것 같아.

당연히 그것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은 없었다. 대신에, 그는 손을 뻗어 잠든 당신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매만져보면서, 차차 백일몽에 빠지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당신이 잠깐의 낮잠을 자고 나서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당신의 머리와 별로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머리를 얹어놓은 채로 꾸벅꾸벅 잠들어 있는 성빈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신이 나직이 부르는 소리에, 성빈은 이내 눈을 살며시 떴다. 초점이 흐린 녹색 눈동자가 잠에 옅게 취해서는 당신의 금빛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성빈은, 천진난만하게 헤실헤실 웃는다. 그리곤 잠에 취한 눈을 부비며 당신의 침대에 얹어놓았던 상반신을 일으켜서는 쟁반에서 물병을 집어들고는 물을 한 컵 따라준다.

248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0:37:27

쓰다 보니 문장이 늘어졌는데... 답레를 쓸 때 꼭 내가 준 레스의 분량에 맞출 필요는 없어!

249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0:46:19

알았어!

250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1:01:35

"졸았어?"

오빠 피곤했구나 하고 키득거리는 소리를 내고, 성빈이 따라준 물을 받아 마셨다. 열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걸까, 아니면 따라주는 사람이 다른걸까. 물이 아주 달았다. 물을 마시는 와중에 졸려하는 성빈의 머리를 보고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말 걸. 눈 뜨고 그냥 손을 뻗어서 천천히 머리카락이나 만져볼걸. 그래도 되는 날이어서 괜히 아쉬웠다.

251 성빈주 (qtfnN72Odg)

2020-11-07 (파란날) 01:13:28

호랑이 너무 사랑스러워.

252 성빈주 (cghHFbhkxA)

2020-11-07 (파란날) 01:14:16

성빈주가 성빈이보다 처지가 나은 점은 랑이 귀엽다고 사랑스럽다고 맘껏 말할 수 있는 거다 `▽´!!

253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1:22:42

"응. 졸아버렸네. 네 옆에 있으니까... 뭐라고 해야 되나..." 아직 옅은 잠에 잠겨있는 머리가 쉽사리 단어를 골라내지 못한다. 마음이 편해서? 느슨해져서? 왠지 노곤해져서? "그냥... 기분이 좋아서."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 당신이 물을 다 마시자, 성빈은 물컵을 당신의 손에서 받아들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물컵을 쥐고 있었던 당신의 손을 살며시 쥐고, 자기 머리의 정수리에 얹어놓았다. 눈길의 방향이 읽혀버리고 만 걸까.

"좋을 때까지 만지고 나면, 죽 먹자, 랑아."

254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1:27:16

그래도 되는 날이니 특대 서비스... 아 평소에도 안 된단 건 아냐. 물리적 고도차가 문제지.....

255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1:38:45

그래도 되는 날 좋다........

256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1:42:54

"나도 좋아."

옆에 있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의 층위가 다르지 않을까, 라고 평소의 호랑은 생각했을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을 곁에 두는 좋음과 메세지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되고 애닳는 마음으로 손 끝을 스치게 되는 좋아함은 달랐으니까.

"오빠 거는 없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성빈이의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리던 호랑이가 문득 물어보았다. 죽은 한 통이고, 둘이서 먹을 만큼 그리 크지는 않은데 밖에서 밥 먹고 들어왔나?

257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1:59:16

"응."

좋음과 좋아함. 같은 단어에서 피어난 다른 말.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퍽 다른 그 두 가지 단어가 한 사람에게 겹쳐 있었다. 당신이 머리카락을 마음껏 매만지게 둔 채로, 성빈은 가만히- 자신의 그 두 가지 단어를 모두 가져간 한 햇살같은 색의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깐 당신에게 눈을 두다가, 성빈은 죽그릇으로 손을 뻗었다. 뚜껑을 열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잠이 조금 길어졌으면 죽을 다시 데워야 했을 것이로되, 그릇 표면을 만져보니 다행히도 죽은 그럭저럭 적당히 먹을 만한 온도까지만 식은 것 같다. 전복죽을 사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쩌면, 그는 정말로 전복죽을 사왔다. -하긴, 함께 지내온 세월이 있으니 입맛도 어느 정도 알고 있겠지. 죽을 저으며 첫 숟가락을 뜨려던 성빈은 당신이 건넨 질문에 눈을 깜빡였다. 없나 보다.

"아침을 조금 늦게 먹었거든. 괜찮아."

하며 성빈은 고개를 저어보인다. 그리곤 빙긋 웃으며 덧붙였다.

"혹시 너만 먹는 게 마음에 걸리면, 얼른 나아서 내일 저녁은 같이 먹자. 그래줄 거지?"

258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00:30

애프터 잡는 실력 수준급

259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01:07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혹여나 랑이가 미안해할까 봐 마지막 줄에 뻔뻔하게 굴어봤어 uu

260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01:40

>>>애프터 잡는 실력 수준급<<<

어 아니 그게
랑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261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02: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음 일상은 저녁 못 먹고 성빈이가 뻗나요?

262 성빈주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06:40

>>261 상황 설정 실력 수준급
음... 뻗을까 말까... 성빈이같은 경우는 에이 아니겠지+랑이 간호해줬다가 내가 아프면 랑이가 미안해할 텐데 하는 마인드로 몸 컨디션 안 좋은거 현실부정하면서 뻗대다가 거하게 쓰러지는 것도 해볼 만한데(무리수

263 호랑주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07:29

>>262 그래서 괜찮은 척 했다가 픽 쓰러져서 문자 답장 안 하고 커튼도 쳐져 있어서 몰래 넘어가본 호랑이가 호들갑 떠는거 맞지?

264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13:09

"그래도 같이 먹는게 좋은데..."

손가락을 꼬물락 거리다가 나중에 같이 저녁을 먹자는 말에 응! 하고 밝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서 잡은 약속이니까 어디 잊어버리지 않도록 적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핸드폰에 일정을 잡았다

[성빈오빠랑저녁먹기]

그게 성빈이 문자기록이었다는 점이 약간 흠이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여력이 있지는 않았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어지럽고 추웠으니까. 이불을 걷고 상체가 공기와 닿자 갑자기 오한이 들어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다. 이불 쓰고 먹기는 불편하니까, 그리고 아파서 정신 없으니까 라는 핑계로

"아-"

저번처럼 또 입을 벌리고 떠먹여주기를 기다린다.

265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27:20

"다 나으면 먹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기."

흡사 손아랫동생을 얼러주는 친오빠 같은 태도다. 막내로 태어나 꽤 응석쟁이로 자랐을 성빈이 제법 의젓하고 말쑥한 모습으로 큰 데에는 당신의 존재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그는 반듯이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가, 죽그릇을 내려두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쿠션 두어 개를 찾아내서는 당신의 베개 아래 끼워넣어 당신의 상반신이 비스듬하게 올라오도록 받쳤다.

"그렇게 반듯이 누워서 먹다가 목에 걸리면 큰일이니까. 누워서 먹다 사레들리면 엄청 아프다구..."

경험담마냥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본인이 봤거나 겪어본 모양이다. 성빈은 그제서야 죽그릇을 들고, 한 숟가락 떠서는 "자, 아-" 하고는 당신의 입에 죽이 담긴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266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2:46:57

"네에."

대답을 길게 하고는 상대가 해주는 대로 각이 세워진 침대 위에서 상체의 자세를 잡았다. 어쩌다가 몸살인지 아픈 것 자체는 싫었지만 이런 일들이 뒤따라 온다면 한 달에 하루는 아파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일주일에 하루도 괜찮아.

당신이 내밀어주는 죽을 잘 받아먹었으나 입에서 씹는 시간이 길어서 겨우 반쯤 먹었을 때에 죽은 다 식어버렸다. 식은 죽은 맛도 별로였고, 배도 꽤 찼기 때문에 장호랑은 이제 배부르니까 그만 먹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아 하고 무언가를 생각하던가 싶더니

"주말에 미안.."

갑자기? 라는 말이 나올 만큼 뜬금 없었지만 지금 막 든 생각이 그것인데 어쩔 수 없었다. 오빠도 따로 하고 싶은거 있었을 텐데... 밥도 못 먹고....

267 최성빈 - 장호랑 (V3qXeHYhEM)

2020-11-07 (파란날) 02:59:57

아마 그 말을 입 밖으로 냈으면 성빈은 아프지 않아도 이렇게 해줄 테니 굳이 아플 필요 없다고 펄쩍 뛰지 않을까. ─성빈은 당신을 뭐라고 딱 한 마디로 정의하지 못했다. 소꿉친구, 친한 동생, 사랑스러운 아이, 내게 있어 당연하고 소중한... 그러니까, 친분이라거나 친근 같은 말로는 성빈에게 있어서의 당신을 쉽게 정의하지 못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단어를 가져다대자면 소중일까.

그렇지만 그렇게 소중한 당신에 비하면,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누구에게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아니야. 초록색 눈동자 뒤편에서 뭉클뭉클 일렁이는 까만 그림자를, 성빈은 당신이 그것을 보지 못하도록 조용히 씹어삼켰다.

"미안하다니."

대신에 그는, 죽그릇 뚜껑을 덮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랑아.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네 옆에 있을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성빈은 조금 머뭇대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럴 때 네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기쁘니까. 미안해하지 마."

그러면서, 그는 손을 뻗어 당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려 했다.

268 장호랑 - 최성빈 (FCBvQ23UXw)

2020-11-07 (파란날) 03:23:40

"항상 그렇게 상냥한게 좋아."

무심결에 그렇게 말을 해버리고는 성빈을 빤히 바라보다가 흐응 하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다행인 점은 이미 열 때문에 얼굴이 빨개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질 일이 없다는 점일까.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는 당신의 손길에 문득 문득 닿는 피부가 조금 전 보다 미세하게 더울 수는 있겠다.

"...이제 약 먹고 잘래... 졸리다. "

살짝 웃고는 도주를 선택했다. 잔다고 하면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방금 한 말이 자꾸 생각나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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