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숨을 푹 쉽니다. 멜포메네의 강경 대응은 심장에 좋지 않습니다. 바로바로 지우는 것도 아니고, 시간차를 들여 사람을 놀라게 하니 익숙해질 일도 없을 것 같아 더 걱정인 겁니다. 나는 멜포메네의 쓴소리만치 씁쓸한 절인 여주를 입에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었습니다.
"게임.. 네, 좋아해요! 재밌잖아요."
보통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할까요? 그렇지만 SNH를 들킨다면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닐 테니, 나는 평범하게 좋아한다고 둘러댔습니다. 주변에도 나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입니다. 학생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도시락 뚜껑을 덮습니다. 오늘도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축성이라니.. 신사에서 자라면 무조건 해야만 하는 걸까요..?"
나는 신사의 사람도 아니거니와 축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하나미야 씨가 사뭇 대단하다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같이 일어납니다.
"좋아요, 그럼 같이 갈까요?"
나는 자신 있게 말하면서도, 하테빵과 함께 내기 얘기가 나오자 눈을 크게 한번 깜빡입니다. 하테빵! 폭신폭신 맛있는 하테빵.. 머랭 기반의 오리지널일까요? 이상하게 하테의 ㅎ자만 나와도 군침이 돕니다. 너무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요. 거기다 게임으로 내기를 제안하다니! 방금 전 평범하게 좋아한다 둘러댄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습니다.
"음, 저는 사격 같은 게임도 좋아해요. 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미야 씨는요? 서로 좋아하는 게임으로 내기할까요?"
//답레가 너무 늦어버렸네요. :S... 미리 말씀이라도 드렸어야 하는데. 최근 시라유키는 어떤 아이일까 생각하다 보니, 답레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이렇게 써도 아닌 것 같고, 저렇게 써도 아닌 것 같고.. 염치없게도 또 이렇게 늦어버리네요.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시라유키를 말없이 포기하거나 놓을 생각은 절대 없답니다. 어장을 다시금 정주행 하고, 페르소나 어장도 전부 정주행 하면서 시라유키는 어떻게 해도 시라유키구나를 느꼈거든요. 그 나이대의 상냥하고 온화한 아이라고 했지만, 점점 자라날 테니까요. 그러니까, 레이주께서도 만일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거나 하시다면, 제게 레이는 어떤 모습이라도 레이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 본론, 그동안 잘 지내셨을까요? 몸은 괜찮으실까요? 코로나가 최근 감소세라 해도 그 이전엔 폭등이었죠.. 레이주는 바쁘시니 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저는 이상할 정도로,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음성이다.'를 유지하고 있네요..
레이주의 일은 좀 어떠실까요? 오후에 좀 오실 수 있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기도한 보람이 있네요. 그래도 만약 바쁘시다면, 현생이 중요하실 테니 답레는 천천히 주셔도 좋아요. 저도 늦었고.. 한 달이 걸려도, 그 이상이 걸려도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길 바랄게요. :)
한달이 지나고서야 발견했네. 괜찮아 시라유키주.. 내가 더 염치 없는 사람이니까... 나는 코로나 확진을 지난 달에 받고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많이 나아졌어. 진짜 걸렸을 때일수록 더 많이 먹어야하겠더라. 이제 기온차가 크니, 시라유키주도 건강 단단히 챙기기야:) 오늘은 평소보다 그나마 여유가 좀 나는 주말이니, 답레를 쓸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줘서 정말정말 고마워
//그리고 많은 고민이 있었구나..... 나도 시라유키는 시라유키 그 자체라고 생각해. 그만큼 시라유키주가 입체적으로 시라유키라는 캐릭터를 짰다는 거니까:D 성장하는 시라유키를 기대하겠다구!! 그리고.. 개인적으로 "답레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말이 내 플래그 같아..^_ㅠ
후계자? 그렇다면 하나미야 씨는 신사를 잇게 될 수밖에 없는 걸까요? 나는 고개를 모로 기울입니다. 후계자라는 말은 집에서도 사용하곤 했지만, 신사의 후계자는 그 격이 다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미야 씨는 저 일이 적성에 맞는다면, 나중에 진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내심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나는 작게 웃습니다. 게임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하테 빵이 걸려있는 이상 즐기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격투게임 소리에 전의가 살짝 꺾이고 말았는데, 나는 격투게임에 재능이 조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네, 즐겨서 하고 있어요. 하나미야 씨는 격투 게임 부류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나는 격투게임을 잘 못합니다. 이것저것 외워야 할 커맨드도 많지만, 캐릭터가 너무 많으니 고민을 하다 시간이 다 가기 때문입니다. 이참에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역시 땡땡이를 하라고 시간도 도와주는 것 같아요."
멜포메네가 다시금 윙 진동을 울리며 항의했지만, 나는 뻔뻔하게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시다니. 힘든 일도 많으실 텐데 많이 걱정이에요. 많이 나아졌다 해도 후유증이라는 게 괜히 후유증이라 불리는 게 아니니까요... 😭 저도 성장하는 레이를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리고 앗.. 여유로운 날이 꼭 찾아올 테니, 언젠가는 그 플래그도 깰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늘 기도하고 있어요. 오늘 하루도 힘내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부디 덜 피곤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