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래서, 지금 그 미ㅊㅡ돌아버린 과학자가 겨우 그런, 악세사리 즈음으로 사용될 귀와 꼬리같은 것을 만들려다 그 사태가 일어난 거다? 그런 것 치고는 ‘귀여운’ 정도가 아니던데. 뭣도 모르고 연구에 희생되었던 피해자들의 모습이 생각나는 듯 해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세상에 그런... 악마같은 자식이. 그딴 연구를 위해서 희생된 사람들의 지인들은? 혹여나 그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들은? 끓어오르는 열을 애써 식히며 마음 한 구석에 꾹꾹 눌러 담으며 남은 설명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래서, 그 검은 문이란 거랑, 인공 아니마 연구는 무슨 관계가 있는 거에요?”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아니마의 힘이 필요하다는 건 또 어떤 의미고요.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아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가 손을 뗐다.
"감사합니다. 이제 이 위험한 물질이 드디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겠네요. 혹시 원하신다면 폐기 과정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앰플을 받아서 비서가 건네는 작은 금속 상자에 넣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것처럼, 상자 속 완충제의 모양이랑 앰플 모양이 딱 들어맞습니다. 이러면 떨어뜨려도 깨질 일은 없겠네요.
"그렇습니다. 그 시절에는 용이나 기린 같은 환상종이 있었고, 그들이 강한 힘으로 최전선에서 싸웠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날개짓으로 폭풍을 불러 일으키고 울음소리로 번개를 떨어뜨리던 그들은 없고, 그나마 남아 있는 아니마들도 멸종이라는 이름 아래 소멸하여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인공적으로라도 아니마를 늘려서 제 2의 재앙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기야 지금 용 군단 같은 게 있었으면 이런 연구도 안 했겠죠. 그리고 멸종은... 그렇네요. 지금 여러분이 대화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떤 동물종의 마지막 개체가 사망하고 그에 해당하는 아니마가 소멸하고 있을 겁니다.
"윗 사람들의 생각이야 제가 아나요. 아마 다른 세계의 물질 같은 걸 독점해서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 같았는데 말입니다... 몇 번 대화는 해봤지만, 모든 생각이 돈으로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통제라... 글쎄요, 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몇 겹으로 문을 감싸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는데 지금은 어떠려나 모르겠군요. 예, 저도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검은 문 프로젝트를 박살내려고 했었습니다. 여러가지 시도가 모두 실패한 결과가 지금 이거라고 보시면 알맞습니다."
여러분의 말에 그는 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그리고 뭔가 기운이 많이 빠진 것 같은 표정을 짓습니다.
"이쪽에서 저쪽이든, 저쪽에서 이쪽이든, 단방향이면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관측하게 되면 그건 이미 좌표가 찍혔다고 봐야 합니다."
아이고 맙소사 그렇게 됐으면 우린 정말 망했어요...!
"사람 쪽은 신청자에 한해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 쪽은 의견을 받을 수 없으니 끝까지 최대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혼의 발현인 아니마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불가능해야 할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꾸준히 있으니 두 분 신께서 이 실험을 지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지만 할 게 아니라 직접적인 뭔가를 보여줬으면 하지만 신이 다 그렇지요. 지금은 신화가 만연하던 시대가 아니니 그러려니 합시다. 의지만 보여줘도 어디예요.
"지난 사건들로 인하여 여러분이 일정 이상 관련되어버습니다. 아마 검은 문쪽에서도 여러분에 대해서 알고 있을 거고, 이건 신입 분들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저는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여러분을 여기로 모신 겁니다. 여러분은 싸웠고, 보았고, 알았기 때문에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오늘 초청은 자세한 설명, 그리고 위험한 앰플 회수 및 폐기가 목적이라는 뜻으로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