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고양이는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내는데다가 자신을 때릴지도 모르는 당신을 운송수단으로 삼기로 한 모양입니다. 이동하는 중간중간 고양이는 당신을 쳐다보며 가끔 야옹, 하고 웁니다. 아마 '좀 더 천천히 가지 못하겠느냐'라든지 아니면 '안정감이 부족하구나. 쿠션을 대령하라'라는 뜻일 겁니다.
당신은 사무소로 돌아왔습니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당신과 고양이를 맞이합니다. 실내에 들어서자, 고양이는 내려달라는 듯 당신을 박박 긁습니다. 옷이 실시간으로 걸레에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 네발짐승 녀석의 뒷목을 잡고 탈탈 털어버리고 싶어진다. 게다가 에어컨 밑에서 바르작거리며 내려달라는 듯이 툴툴거리는 꼴을 보니 에어컨을 냅다 꺼버리고 싶다. 순간 진심으로 에어컨을 꺼버린 뒤 녀석을 문 밖으로 쫓아내 그 앞에서 얼음 가득 넣은 밀크티를 홀짝홀짝거리고 싶어지지만, 어째서인지 정신연령이 고양이 이하가 되는 느낌이라 관뒀다.
"...여기 온 뒤부터 의뢰 하나당 옷을 하나씩 해먹는 느낌이야."
한숨을 폭 쉬며 핸드폰을 토독토독 두드렸다. 갑자기 느껴지는 건데, 뭔가 조만간 핸드폰이 부서지고 폴더폰으로 바뀔 것 같은 느낌이...
>>209 고양이는 당신의 옷을 마지막으로 긁은 뒤, 바닥으로 내려가 열심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맡고 탐색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러던 중, 주인 되는 아이가 찾아오자 흘긋 쳐다보고 작게 웁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는 고양이에게 달려가 아주 안정적인 자세로 안아듭니다! 훌륭한 꼬마 집사의 모습입니다.
아이가 당신에게 인사하는 동안, 고양이는 당신을 보며 눈을 느리게 깜빡입니다. 마치 그 모습이 '뭐, 그래도 꽤 잘 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받은 의뢰금은... 아이의 돼지저금통이군요! 들어보면 아주 실한 것이, 뱃속이 꽉 찼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깜짝 놀라서 잠깐 심장이 벌렁거렸다. 당신 벌레 공갈 사기꾼이긴 해도 정말 나쁜 악당이라기엔 뭔가 허술한 나방맨 지망생 컨셉 아니었어? 어떻게 자기보다 약한 동물한테 총을 쏠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펄쩍 뛰었는데, 그래도 남자는 동물 학대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제 옆에 꽂힌 탄환(이것도 컨셉에 맞춰서 수제작한 건가?)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니 다시 한 번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한편 안심하고 떽떽거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다가 남자가 한 말에 시즈카의 눈이 짜게 식었다. 뭐, 이 영장류 대가리가! 본인도 영장류라 같은 영장류대가리라는 사실-더 정확히 말하면 반조류반영장류대가리겠지만-은 중요하지 않았다. 시즈카는 발끈해 깃털까지 잔뜩 부풀리고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항의하듯 소리를 질렀다.
"뭠마?????!!!!!!!!!!"
…아차, 이 반응은 의심을 살 수도 있겠다! 다시 앵무새인 척 하기, 아직은 앵무새인 척 하기……. 시즈카는 바로 본분을 되찾고 푸드덕거리며 꿰엑거리는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뒤쪽을 흘낏 바라보며 해리의 동태를 살폈다.
결론이 왜 그렇게 되는 건데! 아니, 추론이 정답이긴 한데 그냥 평소에 이상한 소리를 배운 앵무새가 놀라서 뭠마?!!! 라고 했을 수도 있잖아! 시즈카는 제게 겨누어진 총구를 바라보며 부리를 딱딱거렸다. 능력을 쓸까? 아니면 사람으로 변해서 한 방 때려줘? 총의 위력이 그리 위협적인 것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맞아서 좋을 일도 없어 보인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피할 방법을 찾던 시즈카는 해리의 말에 반색했다.
"나이스 타이밍!!!! 고마워요 해리 씨~!"
시즈카는 새의 모습으로 책상 위를 향해 날았다. 곧바로 스위치가 있는 위치로 이동해 허공에서 위치를 가늠하는가 싶더니.....
시즈카가 스위치를 밟아 부수자 나방남이 비명을 지르며 총을 겨눴지만 해리가 쿨하게 반박하며 나방남의 머리를 수도로 내리쳐 기절시켰다. 뒤이어 스위치가 부숴지자 방에 가득 있던 나방들 중 나방남에게 개조된 나방들은 축 늘어졌고 아직 개조되지 않은 나방들은 퍼덕거리며 날아가려 했다. 해리가 나방이 든 통의 뚜껑을 열자 자유를 찾은 나방이 열린 문 틈으로 날아가고 그걸 보던 해리는 시즈카에게 엄지를 세우며 말했다.
"잘하셨어요 선배. 그런 방식으로 스위치를 부순다는 발상은 안해봤는데 대단하시군요. 아무튼 이걸로 이 웃기게 생겨먹은 나방남이 나방으로 사람을 습격하는 짓거리는 못할겁니다."
그렇게 말한 해리는 청테이프로 나방남의 팔다리를 묶어놓고 쓰고 있던 가면을 벗겨냈다. 가면 안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생각보다 멀끔하게 생긴 모습이였고 그걸 본 해리가 혀를 차며 말했다.
"생긴 건 멀끔하게 생긴 놈이 왜 이런 얼척없는 짓을 했는지 원..."
뒤이어 해리는 전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뒤 말했다.
"나다. 어. 대강 해결했어. 이제 니가 와서 범인을 체포하면 끝이다. 여기 할 일은 끝났어. 다신 이딴 걸로 날 귀찮게 하지 마라."
간단하게 통화를 마친 해리가 시즈카를 보고 말했다.
"그럼 이제 나가죠. 나방 가루가 넘실대는 이 지하실에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요."
/여기도 날은 밝은데 구름이 좀 꼈네요. 그래도 더운 건 매한가지라 에어컨을 켰지만요.
아무튼 나방 습격 사건도 끝이군요.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즈카주. 이대로 계속 일상으로 나아가고 싶으시면 해도 되고 아니면 여기서 끊어주셔도 됩니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고, 하늘은 구름으로 덮입니다. 내일 비가 온다더니 이번에는 정말인 모양입니다.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하니 다들 우산 꼭 가지고 다니고, 비 피해 없게 잘 대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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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 안에 라쿤이 있습니다. 누가 데려왔을까요...? 흠...... 아마 직원 중 하나가 데려온 것 같은데... 라쿤은 사무소를 돌아다니며 여러분 앞에 자주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가끔 수박도 가져다 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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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와의 인터뷰] [갑자기 최종 보스가 사라져 유저들이 항의중인 '헤븐즈 판타지아'의 개발사와 인터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 개발사 : 루시퍼가 갑자기 사라져서 다들 놀란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는 이벤트의 일부이다. 기자 : 그 말은 무슨 뜻인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바란다. 개발사 : 유저들이 일정 시간 내에 루시퍼를 처치하지 못할 경우, 루시퍼가 잠시 사라지게 조치해두었다. 이는 밸런스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루시퍼는 헤판의 최종보스 답게 강력한 기술과 패턴으로 무장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유저들이 끝내 루시퍼를 못 잡을 일에 대해서도 대비해두었다. 기자 : 루시퍼는 언제 다시 등장하는가? 개발사 : 1주일 내에 게임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물론 재등장에 맞추어 공격에도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