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창문으로 드나드는 일은 원래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아마 모두 이해할거라 믿습니다. 당신은 범인의 흔적을 쫓아갑니다. 발자국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뚝, 끊겨버리네요. 여기는... 주택가입니다. 골목이 많아서 범인이 숨기 좋은 장소입니다. 쓰레기 봉투를 뜯던 길고양이가 당신을 무심히 쳐다보다 고개를 돌립니다.
당신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작은 길에서 당신의 소중한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범인은 아마 근처에 있을 겁니다.
>>413 하기야 와장창! 이 아니었던 것이 어딥니까. 와장창은 창문도 다치고 당신도 다치고 건물도 다치고 수리비도 다치는 위험한 행위잖아요. 당신이 고양이에게 말을 걸자, 고양이가 당신을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그래도 봉지 뜯는 건 멈췄군요.
그리고 당신이 뿌듯한 표정으로 고양이에게 사료를 대령하자 더 황당한 눈빛이 됩니다. 이 인간이 혹시 미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가 고양이 머릿속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는 거죠. 물론 고양이는 캔사료를 맛나게 먹습니다. 황당함과 맛있는 밥은 별개입니다. 서비스로 당신에게 야옹~ 하고 귀엽게 울어주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도시의 고양이는 영리하니까요.
당신은 범인이 마지막으로 들른 것 같은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발자국 모양은... 글쎄요, 이게 뭘까요...?
>>415 쓰레기를 뒤지고, 차 아래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에게서 나는 냄새는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고양이는 귀엽습니다. 고양이도 당신의 쓰다듬에 만족했을 겁니다. 가르릉거렸으니까요.
당신은 그것을 향해 재빠르게 다가갑니다! 이 속도에서 도망칠 수 있는 생물은 거의 없다고 전해지지요...! 부스럭 소리는 풀숲 뒤에서 났습니다. 당신이 그걸 확인해본다면, 풀숲에 웅크려 있는 라쿤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라쿤 근처에는 당신의 아이스크림이 남긴 마지막 껍데기가 남아 있습니다... 물론 라쿤의 입가나 털에 아이스크림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라쿤은 당신을 쳐다봅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 모습... 사람 손에서 길러진 라쿤이 분명합니다. 라쿤? 라쿤이 왜 서울에? 자력으로 가정집에서 탈출한건가?
>>417 비열하고 뻔뻔해야 할 너구리... 아니, 라쿤은 의외로 가만히 있다가 순순히 당신이 잡는 대로 잡힙니다.'내가 뭘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은 덤입니다. 당신의 아이스크림으로 빵빵해진 배도요. 문질문질하기 딱 좋은 통통함이네요. 아이스크림이 묻어서 좀 끈적거리긴 하지만 만지면 기분이 꽤 좋아질 것 같습니다.
자... 이 너구리, 아니, 라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신은 라쿤의 주인을 찾아주거나, 동물 보호 단체에 맡기거나, 그것도 아니면 당신이 키울 수도 있습니다.
>>419 사무소로 가는 동안, 라쿤은 앞발로 당신의 옷자락을 잡으며 장난을 치거나, 가끔 쓰다듬어 달라는 듯 울음소리를 내거나 하지만 빠져나가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자세가 편해 보입니다. 누가 키우던 라쿤이 확실합니다.
사무소로 데려왔습니다! 이 조그맣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생물체의 앞날은 이제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무소에서 키우려면 사장님의 승인과 동료들의 허락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병원에 데려가서 건강검진도 하고 예방주사도 맞춰야 하고 이것저것 용품도 사야 하고... 할 게 참 많습니다.
해리와 이사벨을 뒤로하고 돌아간 아리에스는 곧장 조직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자마자, 한 조직원이 다가가 말을 건냈다.
'보스가 찾으셔.'
'알고 있어.'
마치 행운을 빈다는듯 꾸벅 목례를 한 조직원을 뒤로 하고 보스가 있는 방으로 향한 아리에스는 문을 두드렸고 곧 낮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들어오라는 말을 하자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그렇게 호화롭지도, 그렇다고 검소하지도 않은 전형적인 사무실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서 아리에스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이였다.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한 딱딱한 인상의 여자는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는지 턱을 괸 채 아리에스를 노려보고 있었고 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아리에스는 태연히 그녀의 앞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Boss?'
'보고는 들었다. 해리의 소재를 확인했다지?'
'Yes.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멀쩡했다구요? 그러니...'
'...내가 너에게 불만인 건 세가지다. 첫째, 해리의 생존을 확인하고도 혼자 온 것. 둘째, 생존을 확인했다면서 정확한 위치를 보고 안한 것, 그리고 마지막은...'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는 아리에스에게 다가와 책상 위에 놓여있던 칼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파트너를 방치해놓고 히히덕거리면서 들어온 네 태도다. 덕분에 난 우리 조직의 몇 안되는 아니마 중 하나를 잃을 뻔 했고 그랬으면 놈들이 더 활개를 쳤겠지. 자, 내가 여기서 너에게 대가를 받아내지 않아야 할 이유를 대보실까?'
'...Oh Shit. 역시 Boss에게 그냥 갔다간 이렇게 될 거 같았단 말이죠. 하지만 저도 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말입니다 Boss.'
'그래, 어디 한번 말해봐라. 경우에 따라선 손가락 한두개로 용서될 일일지도 모르지.'
'해리를 구한 건 어떤 이름 모를 Girl이걸랑요? 뒷세계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순진하고 착한 Girl이죠. Boss. 우리 조직의 모토가 뭡니까? 은혜든 원수든 일단 빚을 진 건 확실하게 갚자 아닙니까? 해리가 그 여자에게 목숨을 빚졌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죠. 그렇죠?'
'......'
'평생 부부놀이나 하라고 내버려두는게 아닙니다. 그저 목숨값만 받고 나면 다시 오라는 거죠. 해리도 어차피 그럴 생각이니까 쪼금만 기다려줘요 Boss. 네?'
아리에스의 간절함이 담긴 말을 들은 여자는 뭔가를 신중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리에스가 진땀을 흘리길 얼마나 지났을까, 여자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아리에스를 안도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리에스. 임무를 주마. 해리를 감시해라. 그와 그의 목숨을 구한 여자의 관계를 조사해서 나에게 보고하는 거다.'
'...Hell Yeah. 맡겨주십쇼 Boss.'
'단, 주제넘은 짓은 하지마라. 아니마 매매단 그룹 138도 여전히 해리를 찾고 있을 거다. 쓸데없는 짓을 해서 일을 그르쳤다간 그땐 손가락이 아니라 네 머리통을 날려버릴거다. 알았나?'
>>430 부연설명을 하자면 해리는 과거에 어떤 조직에 소속된 아니마였는데 다른 조직과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고 동물로 변신해 있다가 어떤 여자에게 구해져서 그녀의 집에 얹혀살게 되었지요. 해리의 친구 아리에스(양 아니마)가 이를 알게 되고 보스에게 사정을 설명하려는 게 지금 상황이랍니다.
그러합니다. 아무튼 현재 해리의 과거사는 대략 50% 정도 썼군요. 아리에스가 목숨을 건 설득술로 보스를 설득했고, 아니마 매매단 그룹 138이란 조직이 언급되는 거 까지 왔습니다. 이제 남은 건 해리와 아리에스가 어떻게 조직에서 탈출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사무소로 오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만 쓰면 되겠네요.(의욕 활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