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의 발길질에 잠시 비틀거리던 괴한은 아랑곳않고 하던 일을 계속 합니다. 레온이 피했지만, 괴한은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레온과 괴한의 연장선상에 있던 나무 한 그루를 그대로 부숴버립니다. 나중에 추모라도 해줍시다. 레온 대신 희생한 나무니까요. 해리가 목덜미를 물고(한 덩이 크게 물 수 있었으나, 슬프게도 맛은 없네요), 레온이 등을 긁어내리자(이것저것 들러붙은 손톱은 나중에 꼭 씻읍시다) 피가 울컥울컥 솟습니다. 사장님은 들러붙으려 시도하지만 피가 몸을 거의 덮다시피 하고 있어서 실패합니다. 미끄러움만이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그 피는... 뭔가 좀, 이상한 느낌입니다. 닿으면 화끈거린다고 해야 할까요. 평범한 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다행히 피는 금방 기화되어 날아갑니다... 그리고 괴한은 들러붙은 둘을 떼어놓으려 이리저리 크게 몸을 뒤흔듭니다.
지난번에 괴한이 대학교 방향으로 도주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대학교에서 괴한이 나왔습니다. 분명 학교 안에 아지트나 그 비슷한 시설이 존재할 겁니다. 어쩌면 유자가 분신들을 날려서 확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직접 찾아다녀도 괜찮을 것 같네요.
기분나쁜 피를 닦아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합니다. 곧 그런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네 발을 다 써서 야무지게 발톱을 박아넣고 매달립니다. 실시간으로 피에 젖는 털이 신경쓰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냥빨하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몸에 튄 피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체가 되어 사라집니다. 기화되며 몸에 홧홧한 느낌을 남기고 갑니다. 화상을 입은 건 아닌 것 같지만... 느낌이 묘합니다. 피는 사라졌지만 기분이 나쁘니 돌아가서 꼭 씻도록 합시다. 양치질에 가글도요. 온 몸을 알콜스왑으로 닦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해리를 털어내는데 성공한 괴한은 레온까지 떼어내려 몸을 뒤흔들며 손을 뻗습니다. 등을 향해 계속 손톱 공격을 하는 것에서 아무래도 레온을 죽여서라도 떼어내야겠다는 집념이 보입니다. 그래도 아마 다음 턴 정도에는 다른 대상으로 표적을 옮길 느낌이 듭니다. 그러면서 사장님의 목꺾기 공격을 받지만 목은 좀 꺾였다가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목은 모두의 급소긴 하지만 급소를 맞춰서 쉽게 죽일 수 있다면 괴물이 아니겠지요.
괴물이 레온에 집중하고 있으니, 관찰할 시간이 생깁니다. 지난번에 본 것보다 몸에 난 상처가 많이 늘었습니다. 이상한 주사자국 같은 것도 보이고... 뭔가 날카로운 것으로 잘려졌다가 다시 이어붙여진 흔적도 보입니다. 그리고 레온이 매달린 곳 조금 위에는 이상한 식별번호와 함께 바코드처럼 생긴 문신도 있군요.
유자의 분신은 괴한의 흔적을 추적합니다. 어디보자... 발자국은... 그날 사건이 있었던 서쪽 건물들 중 하나로 이어지는군요. 1층에 있는 어떤 교수의 연구실 문이 박살나 있습니다. 분신이 아직 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아무리 봐도 저겁니다. 저 안에 뭔가 있습니다.
레온은 정말 내려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잘못잡으면 내려가는게 아니라 날아갈 것 같은걸요... 손톱을 이리저리 피하며 눈에 보이는 식별번호를 기억하려 합니다. 그러다가 등을 타고 올라가 머리 위에서 점프한 후 조금 먼 곳 빈자리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몸을 푸르르 털어 기분나쁜 느낌을 없애보려합니다.
유리 플라스크가 괴한의 몸에 맞고 퍼석, 하는 소리를 내며 깨집니다. 주의 돌리기에는 확실한 것 같네요. 괴한은 이제 해리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이글거리는 두 눈... 아무리 봐도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매달려 있던 레온까지 사라지자, 괴한은 크게 소리를 지릅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 들립... 들리지 않... 들립... 이상하네요. 소리가 들렸다 말았다 합니다... 마치 가청영역과 비가청영역을 드나드는 것 같습니다. 소리를 들은 여러분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낍니다.
해리가 자신에게 그랬듯, 해리를 물어뜯으려 달려들던 괴한은 어느 순간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그대로 쓰러집니다. 거리는 해리에게서 세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유자의 분신 하나가 안을 살핍니다. 안은 완전 엉망진창이네요! 전공 서적도 다 찢겨 있고... 아, 이건 대학원생들이 보면 기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원래는 큰 책장으로 막혀 있었을 장소에 어두운 통로가 있네요. 통로는 지하로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분신이 알려주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직접 가봐야 하겠습니다.
쓰러진 괴물과, 바닥에 유자가 그려 놓은 그림을 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실험체다. 이 대학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젓는다. 살갗에 들러붙었던 괴물의 피가 주는 홧홧함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여러분이 그러는 동안, 괴한은 점점 쪼그라들어 붕대 없는 미이라처럼 변합니다. 마치 지금까지 일어났던 흡혈귀 사건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모습이네요. 지금까지 일어났던 그 사건들의 범인이 누구인지 확실해지는 순간입니다. 대체 왜 이런 괴물이 대학교에 있을까요? 그리고 유자의 분신이 발견한 그 장소는 대체 뭘까요?
여기서 아무리 고민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어찌되었든 그 장소에 가보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네요. 여러분은 그 수상한 장소를 수색하는 수색조와 여기서 대기하며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감시하는 대기조로 나뉘기로 합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